진아연은 그가 자리를 뜨려는 줄 알았는데 그는 그녀의 옆에 앉았다.그녀는 아무 생각 없이 옆으로 비켰다."뭐 하는 거예요?” 가까운 곳에 있는 익숙한 모습을 보며 그녀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방금 내가 라엘에게 한 사과가 왜 진심이 아니라는 거야?” 그의 목소리는 조금 전보다 좀 더 낮아졌다. “내가 있는 자리에서도 이러는데 내가 없을 때 라엘에게 내 얘기를 어떻게 한 거야?”"당신 생각하는 대로 말했다고 생각해요. 무슨 자신감으로 내가 애 앞에서 당신 좋은 말을 할 거라 생각하는 건데요?” 그녀가 비꼬면서 말했다. “칭찬해주길 바라는 거라면 안될 것도 없죠. 양육권을 저한테 줘요. 매일 당신 칭찬만 해줄게요.”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진아연, 당신은 내가 무엇을 하든지 당신 방식으로 이해해. 내가 언제 날 위해 변명한다고 했어? 난 뭘하든지 내 양심에 어긋나는 일은 하지 않아.”"양심이라고요? 나랑 지금 양심을 운운하는 거예요? 이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한다고요?” 진아연이 차갑게 입을 열었다."현이는 우리 딸이야. 그 애가 위험하다고 해서 찾아갔는데 뭐가 잘못된 거지? 당신 눈이 실명된 것도 다른 사람에게는 말하고 나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고. 진아연, 당신은 날 아무 이유 없이 모함하지 않을 거라 믿었어. 그래서 그때 우리가 했던 통화 녹음 파일을 찾아봤어.”그녀는 그의 눈을 바라보며 그가 거짓말을 하는 건 아닌지 살펴봤다.“내 휴대폰에 녹음 파일이 있는데 들어볼래?” 그는 휴대폰을 꺼냈다. “당신이 이혼 얘기를 꺼내기 전에 우리가 했던 마지막 통화야. 난 그때 당신 눈이 문제가 있는 걸 몰랐고, 그래서 당신이 이혼 얘기를 꺼내니 화가 많이 났어.”"나도 들었어요." 그녀는 그의 휴대폰을 힐끗 보고 나서 말했다. “시준 씨, 당신의 녹음 파일이 정말 아무 문제 없는 게 맞아요?”"통신사 관계자에게 부탁해서 얻은 파일이야. 그때 당신이랑 통화할 때 들은 거랑 똑같았어.” 그는 휴대폰을 꽉 움켜쥐었다. “우리가 통
그때 마당에 파란색 차가 서서히 멈춰 섰다.잠시 후 경호원이 거실에 들어오더니 보고했다. “대표님, 강민 씨가 진아연 씨 만나러 왔다고합니다.”진아연은 그의 말을 듣고 밖을 내다보았다.그녀와 강민은 정식으로 만난 적이 없다.그런데 강민이 박시준의 집에 찾아와 그녀를 만나고 싶다고 하니 참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했다.박시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성큼성큼 밖으로 걸어갔고진아연이 그의 뒤를 따랐다.그녀는 강민이 왜 그녀를 찾아왔는지 알고 싶었다.강민은 손에 커다란 보석 상자를 들고 있었다.그녀의 손에 들린 상자를 본 순간 진아연은 그녀가 왜 찾아왔는지 알아차렸다."시준 씨, 진아연 씨.” 강민은 두 사람이 나란히 걸어 나오는 것을 보았다. 두 사람이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어 질투하지 않을 수 없었다."강민 씨, 전화로 분명히 얘기한 것 같은데요.” 박시준이 눈살을 찌푸리고 불쾌한 목소리로 말했다. “앞으로 우리 집에 찾아오지 말라고 했잖아요. 우리 사이엔 공적인 일이 아닌 다른 일은 얘기하지 말도록 해요.”박시준의 말투가 공격적이었다.이 말을 진아연에게 했다면 그녀는 아마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을 것이다.하지만 강민은 달랐다.강민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멘탈이 여간한 게 아니었다."시준 씨, 난 당신을 찾아온 게 아니에요. 당신 집에 들어갈 생각도 없고요.” 말을 마친 강민은 진아연을 바라보았다. “미안해요, 진아연 씨, 진아연 씨도 이 보석 세트를 살 생각이었다는 걸 몰랐어요. 지금 알았으니 이 보석 세트를 당신에게 줄게요. 이건 원래 당신 거여야 했어요. 보석 세트가 라엘에게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선물하려고 샀어요. 이건 살 때 챙겨둔 영수증인데 진아연 씨가 무상으로 받진 않을 것 같으니 위에 있는 금액만 저한테 주시면 돼요.”박시준은 진아연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강민의 손에서 영수증을 낚아챘다."그렇다면 오느라 고생했어요.” 말을 마친 박시준은 강민의 손에서 보석도 받아들었다.진아연이 라엘에게 선물하려던 보석이
"보석을 나한테 팔았어.” 진아연이 보석 상자를 탁자 위에 올려놓고는 박시준에게 손을 내밀며 영수증을 달라고 했다. “영수증 줘요.”박시준은 영수증을 힐끗 봤다.20억.적은 금액은 아니었다."나중에 입금해 줄 거야...""나한테 판 거지 당신에게 판 건 아니잖아요.” 진아연은 그의 앞에 다가가 영수증을 낚아챘다. “20억... 이렇게 많은 돈을 써가며 라엘에게 선물하려 했다니, 돈이 많은가 보죠. 평소 라엘에게 주는 선물이 다 이렇게 비싼 건가요?”박시준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작년에 라엘에게 치마 하나를 선물한 적이 있는데 가격표를 보니 몇천만 원 정도였어.”"몇천만 원이라고요? 몇천만 원이 싼 거예요? 다른 사람이 아무 이유 없이 아이한테 이렇게 귀한 선물을 하는데 그걸 덥석 받아요?” 진아연은 그를 흘겨보았다.그는 입을 다문 채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선물은 그의 손을 거치지 않고 라엘이 직접 받았고그는 라엘이 선물을 받은 후 몰래 가격표를 훔쳐본 것이다."엄마, 작년에 나한테 준 생일선물은 내가 받았어요. 치마가 아주 예뻤는데 너무 비싸다고 생각하지 못했어요...” 라엘은 치마 하나에 몇천만 원이나 할 줄은 몰랐다."괜찮아, 이미 받았는걸, 아빠가 답례로 다른 걸 줬을 거야.” 진아연은 숨을 들이쉬고 영수증을 든 채 딸 옆에 다가갔다. “라엘아. 이 보석 좀 봐, 네 마음에 든다면 엄마가 강민 씨한테 송금할 거야.”상자를 열어본 라엘은 눈앞이 환해진 것 같았다.예전에 사진으로만 봤을 때 참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눈으로 직접 보니 더 예쁜 것 같긴 했지만 그다지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엄마, 너무 비싸요... 저 안 가질래요.” 라엘은 엄마가 자신을 위해 그렇게 많은 돈을 쓰기를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보석을 힐끗 보고 나서 박스를 닫았다."라엘아. 네 마음에 든다면 조금 비싸도 괜찮아. 엄마에게 돈이 있어.” 라엘은 다시 박스를 열었다. “엄마가 해줄게. 얼마나 예쁜지 보자.”"20억이잖아요, 그 정도 돈이면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엄만 왜 눈치채지 못했지?” 진아연은 정말 눈치채지 못했다.그녀가 온 후 박시준이랑 나눈 대화가 전부 진지한 일이었으니 말이다.라엘이 단호하게 말했다. “시선이 늘 엄마한테 있어요. 좋아하지도 않는데 왜 자꾸 쳐다보겠어요? 강민 이모가 우리 집에 왔을 땐 강민 이모를 별로 쳐다보지도 않았어요.”"라엘아,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건 행동 하나로 보이는 게 아니야. 방금 아빠한테 따져 묻고 있었으니 당연히 상대방을 바라봐야 해.” 진아연이 말했다. “나도 방금 너의 아빠를 봤는데 그럼 나도 좋아하는 거야?""네... 엄마, 아빠를 조금도 좋아하지 않아요?” 라엘은 조금 궁금했다. “아빠가 잘생기지 않았어요?"진아연은 자기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괜찮지, 하지만 감정이라는 건 생긴 거랑 상관이 없어. 두 사람이 싸움을 자주 하다 보면 상대방이 아무리 잘 생겨도 질리기 마련이야.”"하지만 방금 엄마랑 아빠 싸운 건 아니잖아요.”"난 너의 아빠랑 싸울 수 없어.” 진아연이 말했다. “날 위협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다 실패했거든.”"엄마, 아빠를 혼내주고 싶은 거예요?” 라엘이 엄마를 바라보며 물었다. “내가 도울 수 있는 게 있으면 말만 해요. 난 무조건 엄마 편이에요.”"라엘아, 엄마랑 아빠는 모두 어른이야, 내가 아빠를 혼내고 싶으면 혼자서도 할 수 있어. 그러니 괜찮아.” 진아연은 말을 하면서 라엘과 함께 화장실에서 나왔다.박시준은 두 사람이 안에서 속삭이는 것을 들었지만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아듣지는 못했다.라엘은 화장실에서 나온 후 주방에 가서 이모님에게 보석을 보여줬고진아연은 거실로 가서 그에게 돈을 송금하려 했다."왜 라엘에게 그렇게 비싼 생일선물을 하려는 거야?” 박시준이 카드번호를 그녀에게 주면서 물었다. “그땐 경매장이었으니 강민이 가격 경쟁을 한 가격이고, 당신은 얼마를 제시했었어?”그가 알고 있는 진아연은 돈을 함부로 쓰는 사람이 아니었다.본인이 돈을 낭비하는 것도 싫어했지만 그가 돈을 펑
"아니, 네가 한이 앞에서 내 나쁜 말을 하든 안 하든 한이는 그냥 날 미워해.” 박시준은 잘 알고 있었다. “예전에 우리가 이혼하기 전에도 아들의 용서를 받지 못했어. 자기만의 생각이 있는 아이이니 외부의 영향을 받진 않을 거야.”"당신이 잘못 알고 있어요. 한이가 태어날 때부터 당신을 싫어할 리가 없어요. 당신이 매번 날 속상하게 하니 당신을 믿지 못하는 거예요.” 진아연이 그의 말을 바로잡았다. “하지만 속상해 하지 말아요. 지성이가 당신을 그렇게 좋아하니 그거로 만족해요.”박시준: "당신은 위로를 참 잘하는군. 한이가 내 아들인데 내가 어떻게 무관심할 수 있어? 카드를 줬는데 받더라고. 그런데 조회해보니 안에 있는 돈을 하나도 안 썼어.”진아연: "..."박시준은 그녀가 동작을 멈춘 것을 보고 물었다: “왜 그래?”"돈을 왜 줬어요? 돈이 부족하대요?” 진아연은 한이가 화났다고 생각했다."지운이가 그러는데 한이가 돈을 많이 쓴대. 돈이 없어도 너한테 달라는 말을 하지 못할 것 같아서 그랬어.” 박시준은 자기 생각을 말했다. “무슨 표정이 그래? 내탓 하는 거야? 양육비를 줘도 안 받을 거잖아. 한이는 내 아들이니 내가 돈을 주는 건 당연한 거야.”"정말 감동이네요.” 진아연이 과일칼을 내려놓고 사과를 한입 베어 물고 말했다. “당신은 좋은 아빠예요. 방금 화장실에서 라엘이도 당신이 좋은 아빠라고 했어요.”"정말이야?""내가 거짓말이라도 하는 것으로 보여요?” 진아연은 그를 흘겨보았다. “라엘이 그러는데 당신이 계속 날 쳐다보고 있다면서 나랑 다시 결혼하고 싶은 거래요.”박시준: "..."한 대 얻어맞은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박시준을 바라본 그녀는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우리 나이에 좀 더 소탈하고 자유롭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녀는 그에게 자신의 기분을 털어 놓았다. “지난날 안 좋았던 기억은 내려놓고 오늘을 즐기면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내일과 생각지 못한 사고 중 뭐가 먼저 닥칠지 모르는 게 인생이니깐요.”그는
성빈은 그들을 주의 깊게 보지 못했다. 그래서 조지운의 말을 듣고 고개를 돌려 그들에게 물었다. “두 사람 화해했어?”박시준: "응."진아연: “아니요.”두 사람은 이구동성으로 말을 했지만 서로 다른 답을 얘기했다.한순간 즐거운 분위기가 어색하게 바뀌었다.박시준과 진아연이 서로를 마주 보며 할 말을 잃었다.서로의 대답이 다를 거라고 생각지 못한듯했다."우리가 언제 화해했어요?” 그녀가 물었다."이미 오해를 풀지 않았어?”"오해를 푼 건 맞지만 그렇다고 화해한 건 아니죠.”"당신이 생각하는 화해는 어떤 거야? 난 앞으로 지나간 일로 다투지 않으면 화해라고 생각해.” 박시준은 자기 생각을 말했다.진아연은 알았다고 했다. “그럼 당신의 뜻대로라면 우리 화해한 게 맞아요.”두 사람이 의견을 합친 것을 본 사람들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당신이 생각하는 화해는 어떤 거야?” 박시준이 따져 물었다. “재혼하는 거야?”진아연은 재혼이라는 두 글자를 듣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스트레스 반응인가?"내가 생각하는 화해는 서로 사이가 좋은 거예요. 재혼이랑 상관이 없어요.” 그녀는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또박또박 말했다. “지금은 식사 중이니 따질 일이 있으면 따로 얘기해요.”그들을 바라보는 많은 눈길에 그는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할지 몰라도 그녀는 창피하다고 생각했다.박시준은 그녀에게서 시선을 거두더니 젓가락으로 반찬을 집었다."엄마." 지성이가 갑자기 조그마한 고개를 쳐들고 불렀다.진아연은 아들의 부름을 듣고 마음이 약해져 지성이를 바라보며 물었다. “지성아, 엄마를 부른 거야?”지성이는 커다란 두 눈을 깜박이며 대답했다. “엄마 오늘 우리 집에서 자는 거예요?”진아연은 그 질문에 멍해졌다."지성아, 왜 엄마한테 그런 말을 하는 거야?” 라엘은 엄마와 지성이의 가운데 앉아 있다가 동생의 물음에 손을 내밀어 볼을 찌르며 물었다."누나. 누난 엄마를 좋아하잖아요. 그럼 엄마가 우리 집에서 자는게 좋잖아요.” 지성이는 말을 하며
진아연은 지금 쥐구멍이라도 찾아 숨고 싶은 마음이었다.그녀는 지성이가 박시준의 의도로 이런 말을 한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지성이는 누나가 자기를 좋아한다는 말을 항상 입에 달았고 집에서 자겠다는 말도 누나의 기분을 맞춰주기 위해 말한 게 분명했다."지성아, 낮에 엄마를 집으로 초대할 수 있잖아. 밤이면 엄마도 집으로 돌아가서 자야 해.” 박시준은 아들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을 이었다.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집이 있고 잠은 자기 집에서 자야 해.”지성이는 박시준의 말을 듣더니 아리송한 표정으로 물었다. "고양이는 고양이 집으로 돌아가고 강아지는 강아지 집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엄마도 엄마의 집에 돌아가는 거죠?"사람들: "..."진아연은 아들의 말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몰랐다. "지성아, 다음에 엄마 집에서 놀까?""누나가 있으면 갈래요.""지성이 착하네." 진아연은 돈독한 남매 사이에 흐뭇했다.잠시 후, 아이들은 배가 부른지 자리를 떠났고 술을 마시지 않는 여성분들도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여소정은 진아연을 끌고 별장 밖으로 나와 산책하며 담소를 나눴다."아연아, 두 사람 이제 진짜 화해한 거야?""그렇다고 볼 수 있지! 전에 일어난 일에 대해 설명했지만, 믿어야 할지 모르겠어." 진아연은 시원한 밤공기를 깊이 들이마시면서 말을 이었다. "과거 너무 흥분했던 내 모습으로 되돌아갈까 봐 이제부터 항상 정신을 똑바로 차리려는 생각이야.""사실 굳이 재혼하지 않아도 되잖아. 지금처럼 함께 식사를 할 수 있는 사이면 충분히 괜찮지 않을까? 아무래도 너무 시끌벅적한 이혼을 겪어서 이 때문에 평생 왕래 없을 줄 알았는데 말이야... 너도 참, 진짜 너그러워. 나였으면 평생 박시준 씨를 용서하지 않았을 거야.""왜?""난 박시준 씨가 너를 몰아세워 회사까지 매각한 일을 생각하면 참을 수가 없어." 여소정은 굳은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박시준 씨처럼 성격이 고약한 사람은 이성을 잃을 정도로 자기를 사랑하는 여자와 어울린다고 생
물론 진아연도 감히 상상할 수 없었고매번 머릿속에 이런 생각이 스쳐 지나갈 때마다 마치 꿈처럼 느껴졌다.다행히 라엘과 한이는 이제 커서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지만만약 아이들이 어느 순간 모두 문제에 부닥치게 되면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거라 생각했다."아연아, 오늘은 라엘의 생일을 축하해 주는 자리잖아. 그럼 한이의 생일은 어떻게 할 생각이야? 차라리 한이한테 귀국하라고 해. 우리 같이 생일 축하해 주면 되잖아!" 여소정은 아직 귀국하지 않은 한이가 문득 떠올랐다.물론 진아연은 아직 한이와 이에 대해 얘기하지 않았다.왜냐면 한이의 생일은 항상 집에서 지냈었고케이크를 사서 맛있는 음식을 차려 함께 밥을 먹으면 끝이었기 때문이다."아마 돌아오고 싶지 않을 거야.""왜?" 여소정은 이해할 수 없었다. "박시준 씨 때문에? 그러면 박시준 씨를 초대하지 않으면 되잖아? 난 한이가 너무 보고 싶어. 전에 B국에서도 만나지 못했잖아. 요즘 뭐 하고 지내? 학업 때문에 바쁜 거야?"진아연은 한숨을 내쉬며 설명했다. "요즘 고등학교, 심지어 대학교 수준의 내용들을 공부하고 있어."여소정: "..."진아연: "바쁘기 시작하면 아침 일찍 나가서 밤늦게 돌아와. 너무 부담 갖지 말라고 몇 번이나 얘기했지만 듣지를 않아. 아무래도 아이가 커서 내 말도 듣지 않는 것 같아.”"천재가 이런 식으로 노력하면 일반인들은 어떻게 살라는 거야?" 여소정도 따라 한숨을 내쉬었다. “준기 씨한테 들었어. 한이의 목표는 박시준 씨를 뛰어넘는 거고 아마 이런 목표 때문에 노력하고 있는 거야.”이에 진아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성격이 박시준 씨와 꼭 빼닮아서 자존심도 세고 승부욕도 장난이 아니잖아.""어떻게 보면 좋은 일이지! 나중에 잘되면 네가 편하잖아." 여소정은 그런 진아연이 그저 부러울 뿐이다. "물론 지금도 라엘 때문에 많이 편하지? 매년 여름방학 때 번 돈을 모두 너한테 줬지?"진아연: "아이의 돈은 모두 적금해 쓰지 않았어.""네가 쓰지 않았을 거라는 걸 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