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진아연도 감히 상상할 수 없었고매번 머릿속에 이런 생각이 스쳐 지나갈 때마다 마치 꿈처럼 느껴졌다.다행히 라엘과 한이는 이제 커서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지만만약 아이들이 어느 순간 모두 문제에 부닥치게 되면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거라 생각했다."아연아, 오늘은 라엘의 생일을 축하해 주는 자리잖아. 그럼 한이의 생일은 어떻게 할 생각이야? 차라리 한이한테 귀국하라고 해. 우리 같이 생일 축하해 주면 되잖아!" 여소정은 아직 귀국하지 않은 한이가 문득 떠올랐다.물론 진아연은 아직 한이와 이에 대해 얘기하지 않았다.왜냐면 한이의 생일은 항상 집에서 지냈었고케이크를 사서 맛있는 음식을 차려 함께 밥을 먹으면 끝이었기 때문이다."아마 돌아오고 싶지 않을 거야.""왜?" 여소정은 이해할 수 없었다. "박시준 씨 때문에? 그러면 박시준 씨를 초대하지 않으면 되잖아? 난 한이가 너무 보고 싶어. 전에 B국에서도 만나지 못했잖아. 요즘 뭐 하고 지내? 학업 때문에 바쁜 거야?"진아연은 한숨을 내쉬며 설명했다. "요즘 고등학교, 심지어 대학교 수준의 내용들을 공부하고 있어."여소정: "..."진아연: "바쁘기 시작하면 아침 일찍 나가서 밤늦게 돌아와. 너무 부담 갖지 말라고 몇 번이나 얘기했지만 듣지를 않아. 아무래도 아이가 커서 내 말도 듣지 않는 것 같아.”"천재가 이런 식으로 노력하면 일반인들은 어떻게 살라는 거야?" 여소정도 따라 한숨을 내쉬었다. “준기 씨한테 들었어. 한이의 목표는 박시준 씨를 뛰어넘는 거고 아마 이런 목표 때문에 노력하고 있는 거야.”이에 진아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성격이 박시준 씨와 꼭 빼닮아서 자존심도 세고 승부욕도 장난이 아니잖아.""어떻게 보면 좋은 일이지! 나중에 잘되면 네가 편하잖아." 여소정은 그런 진아연이 그저 부러울 뿐이다. "물론 지금도 라엘 때문에 많이 편하지? 매년 여름방학 때 번 돈을 모두 너한테 줬지?"진아연: "아이의 돈은 모두 적금해 쓰지 않았어.""네가 쓰지 않았을 거라는 걸 알고
강민은 자신을 속이고 싶지 않았다. 박시준은 그녀한테 더는 집으로 찾아오지 말라고 말했었고 이제 두 사람의 관계는 그 어떤 희망도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물론 진아연이 갑자기 사라지거나 죽지 않으면 말이다.다만 강민은 불법적인 일에 절대 손댈 생각은 없었고누군가를 위해 자기의 앞날을 망칠 생각 또한 없었다.강진, 심윤 같은 여자들을 우습게 여기는 강민은 남자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자체가 어리석은 짓이라고 생각했다!그녀는 스스로 강진과 심윤보다 훨씬 똑똑하고 능력 있는 여자라 자각했고 박시준처럼 뛰어난 남자를 만날 수 없어도 혼자 충분히 잘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대표님, 제 생각이지만, 목표를 바꾸는 게 어떨까요?" 비서는 그녀가 답답한 모습을 보이자 바로 위로했다. “대표님한테는 박시준 씨 같은 남자보다 드림메이커의 대표님이 더 어울릴 거라 생각합니다!”"내가 그런 거조차 모를 거라 생각해?" 강민은 비서의 말에 냉철한 모습을 보였다. “드림메이커의 대표님이 누구신지 알아? 지금 어디에서 지내는지 알고 있어? 어디로 가면 만날 수 있는지 알아? 조금만 노력하면 박시준 씨의 곁에 자리를 지킬 수 있지만, 드림메이커 대표님은 마치 그림자 같은 존재야. 뵙는 것조차 힘든 사람을 어떻게 만나.”이에 비서가 바로 설명했다. "그럼 방법을 찾아야죠! 신비로운 사람일수록 더 좋은 선택이지 않을까요? 강 대표님, 생각해 보세요. 저희가 찾을 수 없다면 다른 여성분들도 찾을 수 없다는 소리가 아닐까요? 만약 대표님께서 만날 수 있는 방법을 찾으신다면 그 많은 여자들 중에서 제일 뛰어난 분이 되지 않을까요?"비서는 강민에게 완전히 새로운 길을 알려줬다."강 대표님, 제가 다른 친구들과 추측해 봤습니다. 드림메이커 대표님처럼 돈도 많고 신비스럽고 능력 있는 사람은 내성적이고 순진한 남자일 가능성이 높아요. 이런 사람들은 로맨틱하지 않고 재미가 없겠지만, 돈만 많으면 되잖아요."이에 강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왠지 방콕 좋아하거나 심리적으로 문제가
A국.저녁 식사 후, 진아연은 떠나기 전 라엘과 지성이에게 인사 나눴다."엄마, 시간이 너무 늦었는데, 돌아갈 때 조심하세요. 나중에 제가 여름방학숙제 마치면 동생을 데리고 갈게요." 라엘은 진아연의 귓가에 몰래 속삭였다."그래. 숙제 챙겨서 엄마랑 같이 해도 되는데 말이야." 진아연은 아이들과 헤어지기 싫었다."그냥 숙제 다 하고 갈게요. 그럼 엄마와 마음 편하게 놀 수 있잖아요!" 라엘은 속으로 다른 계획을 세웠고 아직 얘기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라엘은 동생을 데리고 엄마를 찾아가 엄마와 함께 B국으로 가서 오빠와 만나 생일 축하해 주고 싶은 마음이었다.진아연은 차에 타 떠나려 할 때박시준은 밖으로 나왔다.남자들은 함께 모여 술을 마시고 있어 진아연은 박시준에게 인사를 나누지 않았고 아이들과 인사 나눈 뒤 바로 떠나려 했다.하지만 박시준은 그녀가 떠나려 하자 급히 쫓아갔고진아연은 차창을 내려 그를 바라봤다."경호원은 함께 오지 않았어?" 박시준은 차 곁에서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네." 진아연은 그한테서 풍기는 술 냄새와 붉어진 볼과 눈동자를 보면서 말했다. "술을 너무 마셨네요. 일단 돌아가서 쉬시고 저는 집에 도착하면 라엘한테 연락할게요.""아니면 기사한테 데려다주라고 부탁할게!""저 술 마시지 않았어요. 굳이 그럴 필요 없어요. 빨리 돌아가세요! 다들 보고 있어요! 우리 두 사람 또 재결합할 거라 오해할 거예요." 진아연은 그의 호의를 거절하고바로 차창을 닫았다.박시준은 뒤로 물러나 그녀의 차가 사라질 때까지 지켜봤다."시준아, 나 너무 많이 마셔서 운전할 수 없어. 네 집에서 하루 재워주거나 너희 기사한테 나 집까지 데려다주게 하면 안 돼?" 성빈은 박시준의 곁으로 다가가 부탁했다."최은서와 함께 왔잖아? 은서가 운전하면 되겠네." 박시준은 그의 부탁을 바로 거절했다."아직 함께 사는 것도 아닌데 나를 집까지 바래다주면 은서는 어떡해? 진아연 씨는 혼자 돌아가면 안 되고 친동생은 혼자 가도 괜찮다는 거야?"
"지금 나한테서 무슨 말을 듣고 싶은 거지?" 박시준도 술을 마셨지만, 취할 정도는 아니었다."갑자기 왜 저를 이렇게 경계하는 거죠? 당신의 생각을 알려줘도 비웃을 생각 없어요. 두 사람한테 아이만 넷인데, 제가 도와줄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제가 당신을 욕하고 비난하는 것도 모두 안타까워서 그런 겁니다." 여소정은 담담하게 자기 생각을 알렸다."도움 따위 필요 없어." 박시준은 여전히 오만한 태도를 보였다. "나랑 진아연의 일은 우리가 알아서 해결할게.""쳇! 필요 없으면 제 말 그냥 잊어요!" 여소정은 그를 째려보더니 바로 뒤돌아 떠나려 했다.박시준은 술 때문인지 잠시 머뭇거리다가 결국 그녀를 불러세웠다."오늘 진아연과 무슨 얘기 나눴어?""제 도움이 필요 없다고 하지 않았어요?" 여소정은 득의양양한 모습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아주 대단하신 분이라 스스로 아연이를 붙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말이죠! 아연이가 저한테 현이가 너무 걱정이라고 말했어요. 만약 현이를 찾을 수 있다면 재결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도 아이가 넷인데 마음이 어떻게 놓이겠어요?”"저도 계속 현이를 찾고 있지만, 전부 비관적인 소식들뿐이에요." 박시준은 딸의 얘기에 표정이 어두워졌다."너무 속상할 필요 없어요. 현이가 진짜 사라졌어도 스스로를 믿어야죠! 그러니까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라는 말이에요! 오늘처럼 오해를 제대로 설명하니까 태도가 많이 좋아졌잖아요. 아연이는 제가 알고 여자들 중에서 제일 착한 여자예요. 제가 남자라면 바로 아연이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걸요." 여소정은 농담 삼아 그한테 말했다.박시준: "..."여소정이 차에 타자 이들은 박씨 별장을 떠났고하준기는 머리가 아픈지 관자놀이를 지긋이 누르면서 물었다. "방금 시준이 형과 무슨 얘기 했어? 심각한 표정인데, 혹시 또 화나게 했어?""하준기 씨, 지금 저를 멍청한 돼지로 생각하고 있는 거예요?" 여소정은 그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제가 무엇을 하든 당신한테는 그냥 방해로 보이죠
진아연은 집에 돌아가자마자 바로 딸에게 연락했고 통화를 마친 후욕실로 들어가 뜨거운 물로 샤워할 생각이었다.진아연은 오늘 박시준의 집에 머물러 있는 동안 그가 곁에서 모든 행동을 지켜보는 듯한 느낌에 계속 긴장하고 있었다.진아연은 휴대폰을 침대 옆 탁자 위에 올려놓고 옷장에서 잠옷을 챙겼다.그녀는 낮에 일어난 모든 일들을 머릿속에 다시 되살렸고어찌 보면 꽤 즐거운 하루라 생각했다.오늘 라엘과 지성이가 옆에 있으므로 지난 2년 동안 부족했던 감정이 메꿔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그리고 식탁에서 지성이가 엄마라고 부르면서 자고 가라는 말에자칫하면 동의할 뻔 했었다.그녀도 지성이와 라엘과 함께 자고 싶었고 아이들과 함께 얘기를 나누고 싶었다.진아연은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일분일초가 행복했었고 이런 기분은 마음 깊숙한 곳에서 전해지는 즐거움이었다.지금 현이외의 모든 상황이 이들이 원하는 대로 벌어지는 것 같아그야말로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이 틀림없었다.한편.경호원은 성빈과 최은서를 성빈의 집으로 바래다줬고성빈은 술을 많이 마셨지만주량이 꽤 나쁘지 않아 아무리 많이 마셔도 정신 못 차릴 정도는 아니었다.하지만 차에서 내리자마자 그는 최은서의 팔을 잡고 걷는 것마저 힘든 모습을 보였다."은서야, 나... 머리가 너무 어지러워..." 성빈은 최은서를 끌고 차에서 내려오면서 뒤에 서 있는 경호원에게 눈치를 줬다.경호원 또한 그의 뜻을 알아채고 바로 자리를 비워줬다."갑자기 토하고 싶네..." 성빈은 최은서의 부축하에 집으로 들어왔고최은서는 그가 토하고 싶다는 말에 그를 바로 화장실로 데리고 갔다."은서야, 목이 마른데... 혹시 물 한 잔 줄 수 있어?" 성빈은 토하기 힘든지 화장실 앞에 서서 초췌한 모습으로 그녀한테 물었고최은서는 그의 빨개진 낯빛에 취한 척 연기한 거라 의심조차 하지 않았다.“돈도 많이 버는 걸로 알고 있는데, 왜 가정부나 경호원을 고용하지 않아요?” 최은서는 물컵에 물을 따르며 말을 이었다. “솔직히 만약 집
"너한테 돈을 줄 수 있지만, 그러면 내가 너를 모욕한 거라 생각할 거잖아." 성빈은 비틀거리면서 소파에 앉아 말을 이었다. "은서야, 오늘 기분이 너무 좋아서 술을 좀 많이 마셨어.""뭐 때문에 기분이 좋은 거죠?" 은서는 물컵을 내려놓고 성빈의 곁에 앉았다. "오빠와 아연 씨가 오해를 풀어서 기분이 좋아요?""그래! 당연히 기뻐해야 할 일 아니야?" 성빈은 소파에 앉아 고개를 들고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이제 네 오빠 일이 해결되면 우리 두 사람도 마음 놓고 안정 찾을 수 있지 않을까?"성빈은 말하면서 최은서를 바라봤다."저는 아직 일이 안정되지 않은 상태예요!" 최은서는 귀국 후, 결혼을 강요하는 성빈 때문에 머리가 아팠다.성빈과 몇 년 동안 알고 지내면서 그에 대해 당연히 감정도 있지만, 바로 마음먹고 결혼할 정도는 아니었다.물론 최은서도 성빈이 나이가 많아 오래 기다리는 것은 힘들다는 걸 알고 있어 국내에서 진행 중이던 업무가 안정되면 그와의 결혼을 생각할 셈이었다."은서야, 난 반평생을 일만 했어.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일은 영원히 끝나지 않아. 우리 일단 결혼하고 천천히 사업에 집중해도 괜찮지 않을까?" 성빈은 자기의 생각을 말하며 최은서를 설득하려 했다. "결혼하고 자립한다는 말이 있듯이 먼저 가정을 꾸리고 일에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 다른 사람들도 모두 이런 식으로 살잖아.""그런데 만약 당신과 결혼하면 아이를 낳으라고 보챌 거잖아요. 만약 임신하면 또 사업을 그만둬야 하잖아요." 최은서는 앞날이 걱정이었다."꼭 그렇지는 않아!" 성빈은 계속해 답했다."꼭 그렇지 않다는 말은 뭐죠? 아이를 낳으라고 재촉하지 않을 거라는 말이에요? 그렇다면..." 최은서는 눈을 깜빡이며 성빈의 대답을 기다렸다."부모님은 아이를 낳으라고 재촉하겠지." 최은서의 환상은 성빈의 말에 바로 깨졌다. "내 말은 임신해도 계속 일은 할 수 있다는 말이야. 난 네가 일하지 말라고 막을 생각은 없어. 아이를 낳는 그날까지 일해도 좋아."최은서: "..
전화 한 통에 정신이 번쩍 든 진아연은 휴대폰을 들고 바로 침대에서 내려와 창문을 열었다.화창한 날씨에 바람이 살살 불어오지만, 그래도 더운지 숨이 막히는 듯한 기분이었다.전화 저편의 오 차장은 그녀한테 이유를 설명하고 바로 물었다. "지금 혹시 집에 계신면 바로 차를 보내 드릴까요? 바쁘시면 나중에 다시 보내 드리겠습니다."진아연은 그의 말에 이해할 수 없는 듯 바로 답했다. "지금 집에 있어요. 죄송하지만 지금 바로 보내주세요!""네, 알겠습니다."통화를 마친 진아연 화장실로 가서 세수했다.오 차장은 그녀한테 수입차 2대가 세관 신고를 거쳐 현재 인도 가능하다고 알렸고아무래도 차가 2대라 혼자서는 불편하니 카센터에 연락해 집까지 배송해 줄 생각이었다.세수를 마친 그녀는 방으로 돌아가 옷장을 열어 치마를 차려입고 침실에서 나왔다.그녀는 물 한 잔 마시면서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고 소파에 앉아 바로 마이크한테 연락했다."마이크, 전에 차 한 대 예약했다고 하지 않았어?" 진아연은 확인하기 위해 마이크한테 물었다."그래! 도착했어? 괜찮지 않아? 한이가 넌 핑크색을 좋아한다고 말했었는데 핑크색은 너무 유치할 것 같아서 실버 핑크로 예약했어. 멀리서 보면 은색이지만, 가까이 보면 분홍색과 은색이 섞여 있는 듯한 느낌이야. 우아함에 귀여움이 느껴지고, 귀여움에 활기가 생생하고, 활기 속에 신비스러움이 섞여 있는...”진아연: "나 방금 닭살 돋았어.""디자이너가 그렇게 말해서 말한 것뿐이야! 여자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색깔이라고 알려줬었지." 마이크는 자신 있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봤는데, 진짜 괜찮아. 너한테 서프라이즈 해주려고 사진 안 보냈어. 그리고 사진으로 이런 아름다움을 담아낼 수 없지.”"아... 근데 포워더에서 왜 차가 두 대라고 말한 거지?" 진아연은 마이크의 말에 의심이 생겼다. "또 한 대는 누가 보낸 거지?"마이크도 진아연의 말에 어리둥절했다. "나도 모르지! 우리는 한 대만 예약했어."진아연은 뇌
자동차 중 한 대는 한정판 모델로 마이크와 한이가 그녀를 위해 디자인한 것으로 세계에 단 한 대뿐이었고차 안의 장식은 최고급으로 이루어져 있었다.진주, 보석들로 상감해 눈 부신 빛을 발했고 자동차 색상과 차 안의 배색 또한 세상 유일무이했다.진아여 또한 실버 핑크색의 자동차를 보자 바로 마음에 들었다.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이런 핑크색의 매력을 거절할 수 있는 여자는 없을 것이다.다만 실버 핑크색의 자동차 옆에 세워진 빨간 자동차가 진아연의 궁금증을 유발했다.빨간색 자동차는 동일 브랜드인 드림메이커의 자동차로 처음 출시한 모델이었고진아연은 빨간 자동차의 사진을 마이크에게 보내 누가 주문한 자동차인지 확인해달라고 부탁했다.사실, 그녀가 마이크한테 메시지를 보내자마자 머릿속에 바로 답이 떠올랐다.왜냐면 드림메이커에서 새로운 자동차를 출시할 때, 박시준은 지성이를 데리고 B국으로 갔었고이에 진아연은 왠지 박시준이 그녀한테 선물한 자동차라고 생각했다.다만 그녀는 이런 생각에 마음이 더욱 복잡해졌다.만약 박시준이 그녀한테 연락해 본인이 선물한 자동차라는 걸 알리지 않으면 모른 척하고 싶은 마음이었지만만약 그녀한테 알리면 받아들여야 할지 거절해야 할지 또 다른 고민이 생기기 때문이다.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함부로 비싼 선물을 마음대로 주는 게 맞는 건가?만약 그가 선물한 자동차를 받아들이면 다른 선물로 갚아야 하지 않을까?진아연은 일이 갈수록 너무 번거롭고 복잡하다 생각했지만만약 거절하면 박시준의 자존심 또한 상처받을까 봐 걱정이었다.물론 박시준이 갑자기 그녀한테 자동차를 선물한 이유도 궁금했다.약 10분 후, 마이크가 다시 진아연에게 연락했다."아연아, 방금 알아냈어. 빨간색 자동차는 박시준 씨가 너한테 사준 거야. 몰래 너한테 자동차까지 사주다니, 무슨 심보지?" 마이크는 이런 구경거리에 신이 난 듯 진아연에게 물었고진아연은 그의 웃음소리가 듣기 싫은지 바로 전화를 끊었다.이때 경호원이 아침밥을 그녀한테 건넸고 진아연은 마당에 앉아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