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엄만 왜 눈치채지 못했지?” 진아연은 정말 눈치채지 못했다.그녀가 온 후 박시준이랑 나눈 대화가 전부 진지한 일이었으니 말이다.라엘이 단호하게 말했다. “시선이 늘 엄마한테 있어요. 좋아하지도 않는데 왜 자꾸 쳐다보겠어요? 강민 이모가 우리 집에 왔을 땐 강민 이모를 별로 쳐다보지도 않았어요.”"라엘아,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건 행동 하나로 보이는 게 아니야. 방금 아빠한테 따져 묻고 있었으니 당연히 상대방을 바라봐야 해.” 진아연이 말했다. “나도 방금 너의 아빠를 봤는데 그럼 나도 좋아하는 거야?""네... 엄마, 아빠를 조금도 좋아하지 않아요?” 라엘은 조금 궁금했다. “아빠가 잘생기지 않았어요?"진아연은 자기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괜찮지, 하지만 감정이라는 건 생긴 거랑 상관이 없어. 두 사람이 싸움을 자주 하다 보면 상대방이 아무리 잘 생겨도 질리기 마련이야.”"하지만 방금 엄마랑 아빠 싸운 건 아니잖아요.”"난 너의 아빠랑 싸울 수 없어.” 진아연이 말했다. “날 위협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다 실패했거든.”"엄마, 아빠를 혼내주고 싶은 거예요?” 라엘이 엄마를 바라보며 물었다. “내가 도울 수 있는 게 있으면 말만 해요. 난 무조건 엄마 편이에요.”"라엘아, 엄마랑 아빠는 모두 어른이야, 내가 아빠를 혼내고 싶으면 혼자서도 할 수 있어. 그러니 괜찮아.” 진아연은 말을 하면서 라엘과 함께 화장실에서 나왔다.박시준은 두 사람이 안에서 속삭이는 것을 들었지만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아듣지는 못했다.라엘은 화장실에서 나온 후 주방에 가서 이모님에게 보석을 보여줬고진아연은 거실로 가서 그에게 돈을 송금하려 했다."왜 라엘에게 그렇게 비싼 생일선물을 하려는 거야?” 박시준이 카드번호를 그녀에게 주면서 물었다. “그땐 경매장이었으니 강민이 가격 경쟁을 한 가격이고, 당신은 얼마를 제시했었어?”그가 알고 있는 진아연은 돈을 함부로 쓰는 사람이 아니었다.본인이 돈을 낭비하는 것도 싫어했지만 그가 돈을 펑
"아니, 네가 한이 앞에서 내 나쁜 말을 하든 안 하든 한이는 그냥 날 미워해.” 박시준은 잘 알고 있었다. “예전에 우리가 이혼하기 전에도 아들의 용서를 받지 못했어. 자기만의 생각이 있는 아이이니 외부의 영향을 받진 않을 거야.”"당신이 잘못 알고 있어요. 한이가 태어날 때부터 당신을 싫어할 리가 없어요. 당신이 매번 날 속상하게 하니 당신을 믿지 못하는 거예요.” 진아연이 그의 말을 바로잡았다. “하지만 속상해 하지 말아요. 지성이가 당신을 그렇게 좋아하니 그거로 만족해요.”박시준: "당신은 위로를 참 잘하는군. 한이가 내 아들인데 내가 어떻게 무관심할 수 있어? 카드를 줬는데 받더라고. 그런데 조회해보니 안에 있는 돈을 하나도 안 썼어.”진아연: "..."박시준은 그녀가 동작을 멈춘 것을 보고 물었다: “왜 그래?”"돈을 왜 줬어요? 돈이 부족하대요?” 진아연은 한이가 화났다고 생각했다."지운이가 그러는데 한이가 돈을 많이 쓴대. 돈이 없어도 너한테 달라는 말을 하지 못할 것 같아서 그랬어.” 박시준은 자기 생각을 말했다. “무슨 표정이 그래? 내탓 하는 거야? 양육비를 줘도 안 받을 거잖아. 한이는 내 아들이니 내가 돈을 주는 건 당연한 거야.”"정말 감동이네요.” 진아연이 과일칼을 내려놓고 사과를 한입 베어 물고 말했다. “당신은 좋은 아빠예요. 방금 화장실에서 라엘이도 당신이 좋은 아빠라고 했어요.”"정말이야?""내가 거짓말이라도 하는 것으로 보여요?” 진아연은 그를 흘겨보았다. “라엘이 그러는데 당신이 계속 날 쳐다보고 있다면서 나랑 다시 결혼하고 싶은 거래요.”박시준: "..."한 대 얻어맞은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박시준을 바라본 그녀는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우리 나이에 좀 더 소탈하고 자유롭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녀는 그에게 자신의 기분을 털어 놓았다. “지난날 안 좋았던 기억은 내려놓고 오늘을 즐기면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내일과 생각지 못한 사고 중 뭐가 먼저 닥칠지 모르는 게 인생이니깐요.”그는
성빈은 그들을 주의 깊게 보지 못했다. 그래서 조지운의 말을 듣고 고개를 돌려 그들에게 물었다. “두 사람 화해했어?”박시준: "응."진아연: “아니요.”두 사람은 이구동성으로 말을 했지만 서로 다른 답을 얘기했다.한순간 즐거운 분위기가 어색하게 바뀌었다.박시준과 진아연이 서로를 마주 보며 할 말을 잃었다.서로의 대답이 다를 거라고 생각지 못한듯했다."우리가 언제 화해했어요?” 그녀가 물었다."이미 오해를 풀지 않았어?”"오해를 푼 건 맞지만 그렇다고 화해한 건 아니죠.”"당신이 생각하는 화해는 어떤 거야? 난 앞으로 지나간 일로 다투지 않으면 화해라고 생각해.” 박시준은 자기 생각을 말했다.진아연은 알았다고 했다. “그럼 당신의 뜻대로라면 우리 화해한 게 맞아요.”두 사람이 의견을 합친 것을 본 사람들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당신이 생각하는 화해는 어떤 거야?” 박시준이 따져 물었다. “재혼하는 거야?”진아연은 재혼이라는 두 글자를 듣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스트레스 반응인가?"내가 생각하는 화해는 서로 사이가 좋은 거예요. 재혼이랑 상관이 없어요.” 그녀는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또박또박 말했다. “지금은 식사 중이니 따질 일이 있으면 따로 얘기해요.”그들을 바라보는 많은 눈길에 그는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할지 몰라도 그녀는 창피하다고 생각했다.박시준은 그녀에게서 시선을 거두더니 젓가락으로 반찬을 집었다."엄마." 지성이가 갑자기 조그마한 고개를 쳐들고 불렀다.진아연은 아들의 부름을 듣고 마음이 약해져 지성이를 바라보며 물었다. “지성아, 엄마를 부른 거야?”지성이는 커다란 두 눈을 깜박이며 대답했다. “엄마 오늘 우리 집에서 자는 거예요?”진아연은 그 질문에 멍해졌다."지성아, 왜 엄마한테 그런 말을 하는 거야?” 라엘은 엄마와 지성이의 가운데 앉아 있다가 동생의 물음에 손을 내밀어 볼을 찌르며 물었다."누나. 누난 엄마를 좋아하잖아요. 그럼 엄마가 우리 집에서 자는게 좋잖아요.” 지성이는 말을 하며
진아연은 지금 쥐구멍이라도 찾아 숨고 싶은 마음이었다.그녀는 지성이가 박시준의 의도로 이런 말을 한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지성이는 누나가 자기를 좋아한다는 말을 항상 입에 달았고 집에서 자겠다는 말도 누나의 기분을 맞춰주기 위해 말한 게 분명했다."지성아, 낮에 엄마를 집으로 초대할 수 있잖아. 밤이면 엄마도 집으로 돌아가서 자야 해.” 박시준은 아들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을 이었다.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집이 있고 잠은 자기 집에서 자야 해.”지성이는 박시준의 말을 듣더니 아리송한 표정으로 물었다. "고양이는 고양이 집으로 돌아가고 강아지는 강아지 집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엄마도 엄마의 집에 돌아가는 거죠?"사람들: "..."진아연은 아들의 말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몰랐다. "지성아, 다음에 엄마 집에서 놀까?""누나가 있으면 갈래요.""지성이 착하네." 진아연은 돈독한 남매 사이에 흐뭇했다.잠시 후, 아이들은 배가 부른지 자리를 떠났고 술을 마시지 않는 여성분들도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여소정은 진아연을 끌고 별장 밖으로 나와 산책하며 담소를 나눴다."아연아, 두 사람 이제 진짜 화해한 거야?""그렇다고 볼 수 있지! 전에 일어난 일에 대해 설명했지만, 믿어야 할지 모르겠어." 진아연은 시원한 밤공기를 깊이 들이마시면서 말을 이었다. "과거 너무 흥분했던 내 모습으로 되돌아갈까 봐 이제부터 항상 정신을 똑바로 차리려는 생각이야.""사실 굳이 재혼하지 않아도 되잖아. 지금처럼 함께 식사를 할 수 있는 사이면 충분히 괜찮지 않을까? 아무래도 너무 시끌벅적한 이혼을 겪어서 이 때문에 평생 왕래 없을 줄 알았는데 말이야... 너도 참, 진짜 너그러워. 나였으면 평생 박시준 씨를 용서하지 않았을 거야.""왜?""난 박시준 씨가 너를 몰아세워 회사까지 매각한 일을 생각하면 참을 수가 없어." 여소정은 굳은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박시준 씨처럼 성격이 고약한 사람은 이성을 잃을 정도로 자기를 사랑하는 여자와 어울린다고 생
물론 진아연도 감히 상상할 수 없었고매번 머릿속에 이런 생각이 스쳐 지나갈 때마다 마치 꿈처럼 느껴졌다.다행히 라엘과 한이는 이제 커서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지만만약 아이들이 어느 순간 모두 문제에 부닥치게 되면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거라 생각했다."아연아, 오늘은 라엘의 생일을 축하해 주는 자리잖아. 그럼 한이의 생일은 어떻게 할 생각이야? 차라리 한이한테 귀국하라고 해. 우리 같이 생일 축하해 주면 되잖아!" 여소정은 아직 귀국하지 않은 한이가 문득 떠올랐다.물론 진아연은 아직 한이와 이에 대해 얘기하지 않았다.왜냐면 한이의 생일은 항상 집에서 지냈었고케이크를 사서 맛있는 음식을 차려 함께 밥을 먹으면 끝이었기 때문이다."아마 돌아오고 싶지 않을 거야.""왜?" 여소정은 이해할 수 없었다. "박시준 씨 때문에? 그러면 박시준 씨를 초대하지 않으면 되잖아? 난 한이가 너무 보고 싶어. 전에 B국에서도 만나지 못했잖아. 요즘 뭐 하고 지내? 학업 때문에 바쁜 거야?"진아연은 한숨을 내쉬며 설명했다. "요즘 고등학교, 심지어 대학교 수준의 내용들을 공부하고 있어."여소정: "..."진아연: "바쁘기 시작하면 아침 일찍 나가서 밤늦게 돌아와. 너무 부담 갖지 말라고 몇 번이나 얘기했지만 듣지를 않아. 아무래도 아이가 커서 내 말도 듣지 않는 것 같아.”"천재가 이런 식으로 노력하면 일반인들은 어떻게 살라는 거야?" 여소정도 따라 한숨을 내쉬었다. “준기 씨한테 들었어. 한이의 목표는 박시준 씨를 뛰어넘는 거고 아마 이런 목표 때문에 노력하고 있는 거야.”이에 진아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성격이 박시준 씨와 꼭 빼닮아서 자존심도 세고 승부욕도 장난이 아니잖아.""어떻게 보면 좋은 일이지! 나중에 잘되면 네가 편하잖아." 여소정은 그런 진아연이 그저 부러울 뿐이다. "물론 지금도 라엘 때문에 많이 편하지? 매년 여름방학 때 번 돈을 모두 너한테 줬지?"진아연: "아이의 돈은 모두 적금해 쓰지 않았어.""네가 쓰지 않았을 거라는 걸 알고
강민은 자신을 속이고 싶지 않았다. 박시준은 그녀한테 더는 집으로 찾아오지 말라고 말했었고 이제 두 사람의 관계는 그 어떤 희망도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물론 진아연이 갑자기 사라지거나 죽지 않으면 말이다.다만 강민은 불법적인 일에 절대 손댈 생각은 없었고누군가를 위해 자기의 앞날을 망칠 생각 또한 없었다.강진, 심윤 같은 여자들을 우습게 여기는 강민은 남자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자체가 어리석은 짓이라고 생각했다!그녀는 스스로 강진과 심윤보다 훨씬 똑똑하고 능력 있는 여자라 자각했고 박시준처럼 뛰어난 남자를 만날 수 없어도 혼자 충분히 잘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대표님, 제 생각이지만, 목표를 바꾸는 게 어떨까요?" 비서는 그녀가 답답한 모습을 보이자 바로 위로했다. “대표님한테는 박시준 씨 같은 남자보다 드림메이커의 대표님이 더 어울릴 거라 생각합니다!”"내가 그런 거조차 모를 거라 생각해?" 강민은 비서의 말에 냉철한 모습을 보였다. “드림메이커의 대표님이 누구신지 알아? 지금 어디에서 지내는지 알고 있어? 어디로 가면 만날 수 있는지 알아? 조금만 노력하면 박시준 씨의 곁에 자리를 지킬 수 있지만, 드림메이커 대표님은 마치 그림자 같은 존재야. 뵙는 것조차 힘든 사람을 어떻게 만나.”이에 비서가 바로 설명했다. "그럼 방법을 찾아야죠! 신비로운 사람일수록 더 좋은 선택이지 않을까요? 강 대표님, 생각해 보세요. 저희가 찾을 수 없다면 다른 여성분들도 찾을 수 없다는 소리가 아닐까요? 만약 대표님께서 만날 수 있는 방법을 찾으신다면 그 많은 여자들 중에서 제일 뛰어난 분이 되지 않을까요?"비서는 강민에게 완전히 새로운 길을 알려줬다."강 대표님, 제가 다른 친구들과 추측해 봤습니다. 드림메이커 대표님처럼 돈도 많고 신비스럽고 능력 있는 사람은 내성적이고 순진한 남자일 가능성이 높아요. 이런 사람들은 로맨틱하지 않고 재미가 없겠지만, 돈만 많으면 되잖아요."이에 강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왠지 방콕 좋아하거나 심리적으로 문제가
A국.저녁 식사 후, 진아연은 떠나기 전 라엘과 지성이에게 인사 나눴다."엄마, 시간이 너무 늦었는데, 돌아갈 때 조심하세요. 나중에 제가 여름방학숙제 마치면 동생을 데리고 갈게요." 라엘은 진아연의 귓가에 몰래 속삭였다."그래. 숙제 챙겨서 엄마랑 같이 해도 되는데 말이야." 진아연은 아이들과 헤어지기 싫었다."그냥 숙제 다 하고 갈게요. 그럼 엄마와 마음 편하게 놀 수 있잖아요!" 라엘은 속으로 다른 계획을 세웠고 아직 얘기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라엘은 동생을 데리고 엄마를 찾아가 엄마와 함께 B국으로 가서 오빠와 만나 생일 축하해 주고 싶은 마음이었다.진아연은 차에 타 떠나려 할 때박시준은 밖으로 나왔다.남자들은 함께 모여 술을 마시고 있어 진아연은 박시준에게 인사를 나누지 않았고 아이들과 인사 나눈 뒤 바로 떠나려 했다.하지만 박시준은 그녀가 떠나려 하자 급히 쫓아갔고진아연은 차창을 내려 그를 바라봤다."경호원은 함께 오지 않았어?" 박시준은 차 곁에서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네." 진아연은 그한테서 풍기는 술 냄새와 붉어진 볼과 눈동자를 보면서 말했다. "술을 너무 마셨네요. 일단 돌아가서 쉬시고 저는 집에 도착하면 라엘한테 연락할게요.""아니면 기사한테 데려다주라고 부탁할게!""저 술 마시지 않았어요. 굳이 그럴 필요 없어요. 빨리 돌아가세요! 다들 보고 있어요! 우리 두 사람 또 재결합할 거라 오해할 거예요." 진아연은 그의 호의를 거절하고바로 차창을 닫았다.박시준은 뒤로 물러나 그녀의 차가 사라질 때까지 지켜봤다."시준아, 나 너무 많이 마셔서 운전할 수 없어. 네 집에서 하루 재워주거나 너희 기사한테 나 집까지 데려다주게 하면 안 돼?" 성빈은 박시준의 곁으로 다가가 부탁했다."최은서와 함께 왔잖아? 은서가 운전하면 되겠네." 박시준은 그의 부탁을 바로 거절했다."아직 함께 사는 것도 아닌데 나를 집까지 바래다주면 은서는 어떡해? 진아연 씨는 혼자 돌아가면 안 되고 친동생은 혼자 가도 괜찮다는 거야?"
"지금 나한테서 무슨 말을 듣고 싶은 거지?" 박시준도 술을 마셨지만, 취할 정도는 아니었다."갑자기 왜 저를 이렇게 경계하는 거죠? 당신의 생각을 알려줘도 비웃을 생각 없어요. 두 사람한테 아이만 넷인데, 제가 도와줄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제가 당신을 욕하고 비난하는 것도 모두 안타까워서 그런 겁니다." 여소정은 담담하게 자기 생각을 알렸다."도움 따위 필요 없어." 박시준은 여전히 오만한 태도를 보였다. "나랑 진아연의 일은 우리가 알아서 해결할게.""쳇! 필요 없으면 제 말 그냥 잊어요!" 여소정은 그를 째려보더니 바로 뒤돌아 떠나려 했다.박시준은 술 때문인지 잠시 머뭇거리다가 결국 그녀를 불러세웠다."오늘 진아연과 무슨 얘기 나눴어?""제 도움이 필요 없다고 하지 않았어요?" 여소정은 득의양양한 모습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아주 대단하신 분이라 스스로 아연이를 붙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말이죠! 아연이가 저한테 현이가 너무 걱정이라고 말했어요. 만약 현이를 찾을 수 있다면 재결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도 아이가 넷인데 마음이 어떻게 놓이겠어요?”"저도 계속 현이를 찾고 있지만, 전부 비관적인 소식들뿐이에요." 박시준은 딸의 얘기에 표정이 어두워졌다."너무 속상할 필요 없어요. 현이가 진짜 사라졌어도 스스로를 믿어야죠! 그러니까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라는 말이에요! 오늘처럼 오해를 제대로 설명하니까 태도가 많이 좋아졌잖아요. 아연이는 제가 알고 여자들 중에서 제일 착한 여자예요. 제가 남자라면 바로 아연이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걸요." 여소정은 농담 삼아 그한테 말했다.박시준: "..."여소정이 차에 타자 이들은 박씨 별장을 떠났고하준기는 머리가 아픈지 관자놀이를 지긋이 누르면서 물었다. "방금 시준이 형과 무슨 얘기 했어? 심각한 표정인데, 혹시 또 화나게 했어?""하준기 씨, 지금 저를 멍청한 돼지로 생각하고 있는 거예요?" 여소정은 그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제가 무엇을 하든 당신한테는 그냥 방해로 보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