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아 피곤하지 않아?" 박시준은 피곤한 아들의 표정을 보며 물었다. "졸리면 아빠가 경호원 아저씨한테 말해서 방에 데려다 달라고 해줄게."지성이는 아직 많이 졸리지는 않았지만 어른들의 대화가 너무 어려운 탓인지 손을 뻗어 아버지의 주머니를 만지작거렸다.박시준은 어떤 의미인지 알아 들었다.그리고 핸드폰을 꺼내 그에게 주었다.지성은 아빠의 휴대폰을 받은 뒤, 경호원과 함께 방으로 돌아갔다.강민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직 어린데 휴대폰을 가지고 놀아도 괜찮아요?""아마 누나한테 전화하려고 그러는 걸 겁니다." 박시준이 대답했다.경호원은 지성이를 방에 데려다 주었고 지성이는 바로 휴대폰을 켜 누나의 전화 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라엘이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누나! 누나 뭐해?!" 지성이는 기쁜 듯 물어보았다.라엘이는 동생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말했다. "뭐야? 영상 통화는 왜 안 하고? 네가 직접 전화 건 거야?""응!" 지성이가 대답했다. "아빠는 밖에 있어... 강민 아줌마랑 밥 먹고 있고... 그냥 누나가 보고 싶어서 전화했어.""아빠가 강민 아줌마랑 밥을 먹고 있다구?" 라엘이의 목소리가 약간 커졌다.라엘이는 방금 강민이 그녀의 엄마가 자신을 위해 사주고 싶었던 보석을 빼았겼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강민에 대한 분노가 가득차 있었던 상태였다."응... 둘이 무슨 말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어서." 지성이는 말했다. "집에 돌아가고 싶은데 아빠는 안 가려고 해."라엘이는 그 말을 듣고는 너무 화가 나서 바로 진아연에게 말했다. "엄마! 아빠가 강민 아줌마랑 데이트한데요! 동생도 안 돌봐주고...! 지성이는 집에 돌아오고 싶은데, 아빠는 신경도 안 쓰고! 직접 가서 데려올래요!"진아연은 그 말을 듣고 라엘이에게 전화를 건네주라는 눈짓을 주었다.라엘이는 어쩔 수 없이 휴대폰을 진아연에게 건네주었다.진아연은 휴대폰을 건네받아 전화를 받았다.그리고 바로 박시준 경호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라엘 아가씨, 그런 게 아닙니다! 대표님께
"라엘아, 아빠랑 엄마랑 연애할 때도 많은 약속을 했단다. 하지만 그건 그 순간일 뿐. 시간이 지나면서 약속의 의미가 흐려질 수도 있어." 진아연은 딸에게 이런 걸 가르쳐주고 싶지 않았지만 남을 쉽게 믿는 것도 문제였기에 그녀에게 알려줬다."알아요...! 그래도 라엘이에게 거짓말을 했다면 저는 아빠를 보지 않을 거예요!" 라엘이는 볼에 바람을 가득 넣으며 뾰루퉁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아빠는 라엘이도 필요없어요!"진아연은 라엘이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자, 그만 생각하고 엄마랑 오늘 놀까?""네."B국.박시준과 강민은 드림 메이커 경영진과 만나기 위해 다시 드림 빌딩에 도착했다.두 사람은 응접실에 앉아서 기다렸고, 비서는 그들에게 물을 따라주었다."박 대표님, 강 대표님. 두 분 다 이렇게 시간 약속이 철저하실 줄을 몰랐습니다. 저... 협상하기 전에 미리 알려드려야 할 거 같아서요." 담당자는 약간 머뭇거리다 말을 이어나갔다. "저희가 그 대표님에게 말씀을 드리긴 했는데요. 프로젝트 진행 거절 의사를말씀하셨습니다."박시준은 그닥 놀랍지도 않았다.하지만 강민은 절대로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럼 대표님의 거절 이유에 대해서 듣고 싶군요. 뭐 대표님께서 돈이 아주 많으신가 보죠? 저희의 투자와 프로젝트 제의를 거절하시다니?""대표님께서 저희에게 이유는 말씀해 주시지 않으셨습니다. 저희 역시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알 수 없어서요..." 담당자는 이어서 말했다. "저희 대표님이 워낙 유별나신 분이라... 간혹 이런 결정을 내리시기도 하십니다.""그러니깐 그 말은 대표님께서는 투자 자금도 필요하지 않다는 거라는 거죠?" 강민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그건 또 아니지만." 그리고 바로 이어 말하기 시작했다. "회사 설립 후, 고작 2년 밖에 되지 않아서 그런지 투자를 하겠다는 사람들이 많긴 해서요. 대표님께서도 분명 큰 재산을 지니신 분이신 것도 같고요.""근데 정말 대표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나요?""네. 없습니다. 모두 이
눈에 익은 목걸이였다.지난번에 엄마가 라엘에게 사주려 했던 목걸이였는데 강민이 가로챘었다."목걸이뿐인가요?” 라일이 강민을 바라보며 따져 물었다. “강민 이모, 팔찌는 왜 숨겨둔 거예요? 아니면 팔찌를 다른 애한테 선물했어요?”강민의 얼굴이 한순간 빨갛게 달아올랐다.목걸이와 팔찌가 세트라는 걸 라엘이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추측한 건가?박시준은 딸이 이토록 예의 없게 굴자 황급히 입을 열었다. “라엘아, 너...”"박시준! 입 다물어요!” 라엘이 눈살을 찌푸리고 아빠를 향해 소리 질렀다.강민도 이모님도 깜짝 놀랐다.라엘이 박시준의 이름을 부르는 것도 매우 무례한 행동인데 아빠한테 불같이 화까지 내다니!딸이 다른 사람이 보는 가운데 이렇게 화를 내며 소리를 지르기는 처음이었다. 그래서 박시준은 어리둥절했다."라엘아, 이렇게 아빠한테 소리 지르면 안 돼. 이모한테 팔찌가 있긴 한데 다음번에 너한테 주려고 했어. 네가 그렇게 좋아한다면 지금 가져다줄게.” 강민은 라엘의 화를 누르려고 황급히 팔찌 가지러 갔다.강민이 떠난 후 박시준은 라엘의 앞에 다가가 아이의 손목을 잡았다.라엘은 아무 생각 없이 그의 손을 뿌리치고손에 든 목걸이를 땅에 던졌다!"또 강민을 집에 들이면 이사 갈 거예요!”이모님은 분위기가 점점 삼엄해지는 걸 보고 한걸음 나서서 두 사람 사이에 섰다."라엘아, 왜 그렇게 화를 내는 거야? 강민 씨는 너한테 생일 선물을 주려고 일부러 찾아온 거야. 평소엔 집에 온 적이 없어. 오해하지 마.” 이모님은 라엘이 진정하도록 아이의 손을 잡았다."오해하는 게 아니에요. 강민은 나쁜 사람이에요. 박시준도 마찬가지예요!”"그런 식으로 아빠를 말하면 어떻게 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지금 다른 사람이 없으니 얘기해 봐.” 이모님은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다. 라엘이 이렇게 크게 화를 내고 있는 것이 진아연과 관련이 있을 것 같았다.진아연은 귀국하기 전에 박시준과 종종 싸우기는 했지만 아빠와 딸이 이렇게 크게 싸운 적이 없었다.
진아연이 고통스러웠다고 딸이 말하고 있다.딸이 한 말이 모두 사실이라면 그가 진아연에게 고통을 준 것이 맞다.진아연이 그 보석 세트를 사려 했다는 걸 모르고 있긴 했지만 말이다.전화 연결음이 몇 초동안 울린 후 전화가 연결되었다."여보세요.” 차분한 진아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일주일 전 나한테 나가 죽으라고 했던 게 설마 강민이 네가 사고 싶은 보석 세트를 사 가서야?” 박시준이 물었다. “방금 라엘이가 그러더라고.”진아연은 멍해졌다.그에게 말하지 말라고 딸에게 당부했었는데딸이 참지 못하고 말해버린 것이다."그래요, 내가 유치하다고 비웃으려는 거예요?” 진아연이 되물었다."미안해."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박시준이 사과했다. “당신도 그 보석 세트를 사려 했다는 걸 몰랐어. 강민이 얘기해 주지 않았거든.”"강민 씨를 탓하지 말아요. 강민 씨도 그 자리에 없었으니 강민 씨의 비서와 가격 싸움을 한 사람이 나라는 걸 몰랐을 거예요.”박시준은 강민이 평소 그에게 도움을 요청한 적이 거의 없어서 지난번에 그녀를 도와준 것이라고 그녀에게 설명하고 싶었다.하지만 설명을 해도 진아연이 듣고 싶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라엘이 화가 많이 났는데 한번 와주면 안 될까?” 그가 딸을 언급했다. “사과하고 싶은데 날 보면 화부터 내.”진아연은 조금 난감해졌다.그녀는 그의 집에 가고 싶지 않았지만 딸이 지금 화를 내고 있으니 달래야 한다고 생각했다.박시준의 별장.이모님이 열심히 라엘을 설득하고 있었다.“네가 마음속으로는 아빠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어. 좋아하지 않으면 언제든 엄마와 오빠를 찾아갔을 거야. 하지만 넌 그렇게 하지 않았잖아. 넌 지난 시간 동안 줄곧 아빠 옆에 있었으니 아빠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 거야. 다른 여자와 사귄 적도 없고 매일 퇴근하고 나면 집에 돌아와 너와 동생이랑 놀아주시잖아. 엄마와 이혼한 게 다른 여자가 생겨서 그런 거라면 어떻게 너랑 동생에게 그렇게 잘해주겠어? 그리고 2년이나 넘는 시간 동안 어떻게
진아연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엄마는 네가 걱정돼서 그래. 하지만 기분 좋아 보이네.”"내가 싫어하는 사람을 내쫓았거든요. 앞으로 우리 집에 오지 못하게 할 거예요!” 라엘은 엄마의 손을 잡고 거실로 향했다.박시준은 거실에 서서 그들 모녀가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라엘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고 조금 전의 불쾌한 일은 일어나지 않은 듯했다.그는 강민에게 전화해서 앞으로 여기에 오지 말라고 했다.그리고 목걸이도 기사를 통해 그녀에게 돌려주도록 했다.강민은 전화로 그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면서 그날 경매장에 진아연도 있은 줄 몰랐다고 했다.박시준은 그녀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는 걸 믿었지만 이런 결과에 대해 딸과 진아연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아연 씨, 케이크도 샀어요?” 이모님이 진아연을 보고 열성스레 말을 걸었다. “오늘 저녁 여기서 먹어요. 라엘이 생일 축하 겸 말이에요.”"엄마, 오늘 할 일이 없으면 나랑 같이 있어 줘요.” 라엘이 칭얼거렸다. “좀 있다가 같이 가서 동생도 데려와요.”"동생은 어디 갔어?” 진아연이 물었다."시은 고모네 집에 갔어요. 좀 있다 시은 고모도 식사하러 오라고 해요.” 라엘이 제의했다. “미리 내 생일 파티한다고 생각해요.”딸이 그렇게 말하니 진아연은 거절할 수 없었다."요리 준비하러 갈게요.” 이모님이 웃으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주방으로 갔다.거실에는 진아연, 라엘과 박시준만 남겨졌다.화목해야 할 세 사람인데 그 시각 분위기가 너무 어색했다.라엘이 아빠와 다투지만 않았어도 라엘은 이 정도로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라엘아, 아빠가 잘못했어.” 박시준이 먼저 딸에게 사과했다."뭘 잘못했는데요? 말해봐요.” 라엘은 아빠의 태도가 좋아진 것을 보고 욕심을 부렸다.라엘의 공격적인 태도에 진아연은 딸을 말렸다."라엘아. 그렇게 씩씩거리며 말하지 말고 차분하게 말해.”"아빠랑은 말을 차분하게 할 수 없어요. 본인이 뭘 잘못했는지 분명 모를 거예요.” 라엘은 여전히 원망하고 있었지만 말투가 훨씬
"라엘아, 아빠가 고칠게. 앞으로 강민 이모랑 따로 밥 먹지 않을 거고 우리 집에 오지도 못하게 할 거야.” 그는 딸에게 맹세했다. “앞으로 나한테 도움을 요청하면 못한다고 할게.”"이제야 말이 통하네요.” 라엘이 아빠를 바라보는 눈빛이 한결 부드러워졌다."진아연, 앞으로 무슨 일이 있으면 제때 말해주질 바래.” 박시준은 딸을 달래고 나서 옆에서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진아연을 향해 말했다. “예를 들면 일주일 전, 넌 내가 강민을 도와 네가 사고 싶던 보석을 빼앗았다는 걸 알고 있었어. 그러면 그때 바로 나한테 연락할 수 있었잖아. 네가 날 욕한다고 해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제대로 말해줬으면 난 너에게 고마워할 거야.”진아연은 그가 갑자기 이렇게 진지하게 자신에게 말을 하리라 생각지 못했다."당신이 강민 씨를 도와 물건을 사는데 내가 왜 당신에게 연락해야 해요?” 그녀가 되물었다."네가 나한테 연락을 안 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강민이 네가 원하는 걸 빼앗아갔잖아. 지금 진실을 알게 된 내 기분이 좋을 것 같아?” 그는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진아연, 나랑 강민은 그저 일반 동료 사이일 뿐이야. 그런 사람을 위해 일부러 너랑 아이들이 화가 나는 일을 하지 않을 거야.”그는 자신과 강민의 관계를 분명히 설명했다. 앞으로 그녀가 또다시 그와 강민의 관계를 언급하면 그건 그녀의 문제다."당신이 우리 앞에서 두 사람 사이를 부인한다는 걸 강민 씨도 알고 있어요?” 그녀는 도무지 참을 수 없어 야유를 부렸다."그녀가 알든 모르든 신경 안 써. 하지만 당신은 내 사생활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아.” 그가 되려 그녀를 놀렸다.그녀의 표정이 갑자기 확 바뀌었다. “착각이 심하네요.”"진아연, 너 박사 공부한다며?” 그는 기회를 잡아 그녀와 대화를 시도했다. “그럼 젊은 남자친구도 사귈 수 있겠네?”"쓸데없는 말이 참 많아요.”"당신 모습을 보니 아직인가 보군.” 그가 말했다. “남자친구를 사귀고 있다면 나랑 강민에게 관심이 없을 테니 말이
진아연은 그가 자리를 뜨려는 줄 알았는데 그는 그녀의 옆에 앉았다.그녀는 아무 생각 없이 옆으로 비켰다."뭐 하는 거예요?” 가까운 곳에 있는 익숙한 모습을 보며 그녀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방금 내가 라엘에게 한 사과가 왜 진심이 아니라는 거야?” 그의 목소리는 조금 전보다 좀 더 낮아졌다. “내가 있는 자리에서도 이러는데 내가 없을 때 라엘에게 내 얘기를 어떻게 한 거야?”"당신 생각하는 대로 말했다고 생각해요. 무슨 자신감으로 내가 애 앞에서 당신 좋은 말을 할 거라 생각하는 건데요?” 그녀가 비꼬면서 말했다. “칭찬해주길 바라는 거라면 안될 것도 없죠. 양육권을 저한테 줘요. 매일 당신 칭찬만 해줄게요.”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진아연, 당신은 내가 무엇을 하든지 당신 방식으로 이해해. 내가 언제 날 위해 변명한다고 했어? 난 뭘하든지 내 양심에 어긋나는 일은 하지 않아.”"양심이라고요? 나랑 지금 양심을 운운하는 거예요? 이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한다고요?” 진아연이 차갑게 입을 열었다."현이는 우리 딸이야. 그 애가 위험하다고 해서 찾아갔는데 뭐가 잘못된 거지? 당신 눈이 실명된 것도 다른 사람에게는 말하고 나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고. 진아연, 당신은 날 아무 이유 없이 모함하지 않을 거라 믿었어. 그래서 그때 우리가 했던 통화 녹음 파일을 찾아봤어.”그녀는 그의 눈을 바라보며 그가 거짓말을 하는 건 아닌지 살펴봤다.“내 휴대폰에 녹음 파일이 있는데 들어볼래?” 그는 휴대폰을 꺼냈다. “당신이 이혼 얘기를 꺼내기 전에 우리가 했던 마지막 통화야. 난 그때 당신 눈이 문제가 있는 걸 몰랐고, 그래서 당신이 이혼 얘기를 꺼내니 화가 많이 났어.”"나도 들었어요." 그녀는 그의 휴대폰을 힐끗 보고 나서 말했다. “시준 씨, 당신의 녹음 파일이 정말 아무 문제 없는 게 맞아요?”"통신사 관계자에게 부탁해서 얻은 파일이야. 그때 당신이랑 통화할 때 들은 거랑 똑같았어.” 그는 휴대폰을 꽉 움켜쥐었다. “우리가 통
그때 마당에 파란색 차가 서서히 멈춰 섰다.잠시 후 경호원이 거실에 들어오더니 보고했다. “대표님, 강민 씨가 진아연 씨 만나러 왔다고합니다.”진아연은 그의 말을 듣고 밖을 내다보았다.그녀와 강민은 정식으로 만난 적이 없다.그런데 강민이 박시준의 집에 찾아와 그녀를 만나고 싶다고 하니 참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했다.박시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성큼성큼 밖으로 걸어갔고진아연이 그의 뒤를 따랐다.그녀는 강민이 왜 그녀를 찾아왔는지 알고 싶었다.강민은 손에 커다란 보석 상자를 들고 있었다.그녀의 손에 들린 상자를 본 순간 진아연은 그녀가 왜 찾아왔는지 알아차렸다."시준 씨, 진아연 씨.” 강민은 두 사람이 나란히 걸어 나오는 것을 보았다. 두 사람이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어 질투하지 않을 수 없었다."강민 씨, 전화로 분명히 얘기한 것 같은데요.” 박시준이 눈살을 찌푸리고 불쾌한 목소리로 말했다. “앞으로 우리 집에 찾아오지 말라고 했잖아요. 우리 사이엔 공적인 일이 아닌 다른 일은 얘기하지 말도록 해요.”박시준의 말투가 공격적이었다.이 말을 진아연에게 했다면 그녀는 아마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을 것이다.하지만 강민은 달랐다.강민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멘탈이 여간한 게 아니었다."시준 씨, 난 당신을 찾아온 게 아니에요. 당신 집에 들어갈 생각도 없고요.” 말을 마친 강민은 진아연을 바라보았다. “미안해요, 진아연 씨, 진아연 씨도 이 보석 세트를 살 생각이었다는 걸 몰랐어요. 지금 알았으니 이 보석 세트를 당신에게 줄게요. 이건 원래 당신 거여야 했어요. 보석 세트가 라엘에게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선물하려고 샀어요. 이건 살 때 챙겨둔 영수증인데 진아연 씨가 무상으로 받진 않을 것 같으니 위에 있는 금액만 저한테 주시면 돼요.”박시준은 진아연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강민의 손에서 영수증을 낚아챘다."그렇다면 오느라 고생했어요.” 말을 마친 박시준은 강민의 손에서 보석도 받아들었다.진아연이 라엘에게 선물하려던 보석이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