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강민이 그한테 연락했다.강민은 요즘 A국과 B국을 왕복하며진아연의 앤 테크놀로지를 무너뜨리기 위해 힘을 쓰고 있었다.만약 박시준이 진아연과의 사이에서 진짜 깊은 원한이라도 남았으면 무조건 강민을 좋게 여길 거라 생각했다.그는 휴대폰 화면의 이름을 보며 잠시 머뭇거리다가 전화를 받았다."박 대표님, 지금 B국의 회사는 이미 준비 완료되었습니다. 일주일 후 정식으로 개막할 예정인데 혹시 개막식에 참가하실 생각이 있으신가요?" 강민은 조심스럽게 그한테 물었다.이에 박시준은 눈살을 찌푸렸다.그는 당분간 B국으로 가고 싶지 않았다.사실 무조건 가야 할 상황이 아니면 다시는 B국에 가고 싶지 않은 마음이었다."박 대표님, B국의 정치인들과 상업계의 친구들도 참여하시는데요. 만약 대표님께서 오시면..."박시준은 그녀가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딱 잘랐다. "그럼 성빈에게 연락해 시간이 있는지 물어봐."그는 말을 마친 후 바로 전화를 끊었다.강민은 박시준이 새로 세운 회사에 전혀 신경 쓰지 않을 줄 몰랐다.박시준이 그녀가 열심히 하는 모습을 곱게 봐줄 거라 생각했는데 말이다!박시준은 휴대폰을 책상에 놓고 딸을 찾으러 아래층으로 내려왔고이모님과 지성이에게 둘러싸인 라엘은 거실 소파에 앉아 입을 꽉 다물고 화를 내고 있었다.이모님은 곁에서 아이를 타일렀고 지성이는 누나를 위로하기 위해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간식까지 꺼내 건넸다."라엘아, 아빠는 너를 사랑해서 그런 소리를 한거야. 만약 기분 안 좋은 소리를 해도 그건 모두 너가 더 잘되기를 바란 것뿐이야. 아직 어린 나이라 내 말을 이해할 수 없지만, 나이를 더 먹으면 아빠의 마음을 알 수 있을 거야." 라엘은 그래도 이모님의 말은 어느 정도 귀담아들었다.물론 라엘도 아빠는 자기의 말을 들어줄 거라 생각하지만, 아이는 단지 아빠가 화목한 가정을 갈라놓은 것에 화났던 거다."누나, 먹어!" 지성이의 맑고 큰 눈동자는 온통 누나에 대한 관심과 사랑뿐이었다."안 먹어! 저 엄마 보고 싶어요."
새로운 하루, 태양이 동쪽에서 떠올랐다.잠에서 깬 진아연은 침대에서 일어나 커튼을 쳤다.창밖의 맑은 햇살 때문에 기분은 그 어느 때보다 좋았다.궁금증에 참지 못한 그녀는 창문을 열었지만, 뼈가 시리는 한기 때문에방금까지 좋았던 기분도 순식간에 사라졌다.창문을 닫고 침대로 돌아가 휴대폰을 들고 시간을 확인한그녀는 이모님의 메시지를 확인했다.——아연 씨, 요즘 잘 지내시고 있나요? 라엘이 아연 씨와 연락을 많이 한다고 들었는데, 진짜였으면 좋겠네요. 오늘 라엘이 대표님과 싸웠어요. 라엘이 아연 씨가 너무 보고 싶었는지 시험에서 일부러 낮은 점수를 받아 대표님에게 아연 씨가 돌아오거나 자기를 아연 씨 곁에 보내주라고 위협했는데, 결국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거든요. 대표님은 혼내지 않았지만, 너무 속상해서 울고 있어요. 그리고 아연 씨가 라엘이 학업을 중요시하는 걸 알고 있어서 혹시 라엘과 잠깐 얘기해 보는 게 어떨까요? 그리고 제가 알려줬다고 알려주지 마세요.진아연은 기나긴 메시지를 보자 마음 깊은 곳에서 불이 활활 타올랐다.이성을 잃은 그녀는 지금 당장이라도 귀국해 딸과 제대로 얘기하고 싶었다.그녀는 아이들이 자기와 박시준의 이혼 때문에 영향받는 걸 제일 걱정했기 때문이다.그녀는 바로 연락처에서 박시준의 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죄송합니다. 연결이 되지 않아 삐 소리 후 소리샘으로 연결됩니다.그녀의 전화에서 전해지는 알림 소리에 마음이 덜컹거렸고박시준이 그녀를 차단했다는 생각이 떠올랐다.그녀는 바로 휴대폰을 내려놓고 화장실로 들어가수도꼭지를 틀고 세수했다.그녀는 거울에 비친 창백한 모습에 심호흡하면서 기분을 가라앉혔다.박시준에게 연락이 닿지 않으면 라엘에게 연락하면 되지.그녀는 이런 생각에 얼굴을 닦고 바로 화장실에서 나와침대 위의 휴대폰을 들고 라엘에게 영상 통화를 걸었다.잠시 후, 라엘은 연락받았다.진아연은 바짝 긴장하고 억울한 듯한 딸의 모습에 마음이 약해졌다.하지만 이모님의 말씀에 진아연은 아무렇지 않은 척 물었다
사실 그는 라엘이 진아연과 몰래 영상 통화를 주고받는 걸 줄곧 알고 있었다.그래도 앞에서 진아연과 연락하지 않았으니, 뭐라고 말할 수 없었다.딸이 곁에만 있어준다면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있지만이제 아들까지 큰 소리로 엄마를 부르니 박시준은 가슴이 벌렁거렸다.그는 자기도 모르게 의자에서 벌떡 일어섰다!…진아연은 아들이 화면에 보이자 더는 딸과 공부 얘기를 하지 않았고아들의 어색한 모습에 마음이 복잡해졌다.화면을 뚫고 당장이라도 가서 두 아이를 안고 싶은 마음이지만이 모든 건 그저 그녀의 허망한 꿈일 뿐이었다.그녀는 지성이와 헤어진 지 반년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 그녀한테 어색한 감정이 생긴 아이의 모습에 진아연은 시간이 지나면 지성이가 라엘이 박시준을 싫어하는 것처럼 자신을 싫어할까 봐 걱정했다.라엘이 엄마와 약 20분 동안 대화를 지속하자, 지성이는 짜증이 나는지 점점 라엘을 보채서 진아연은 어쩔 수 없이 전화를 끊었다.그녀는 침실에서 나와 주방에 들어가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준비하려 했다."아연아, 아침 사 왔어." 이때 거실에서 마이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방금 라엘과 통화했어?”"오늘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 진아연은 걱정 가득한 모습으로 거실로 향했다. “네가 들으면 아마 믿기지 않을 거야. 라엘이 박시준 씨한테 삐쳐서 일부러 시험을 망쳤어.”"라엘이라면 그런 일을 벌일 수 있지." 마이크는 커피 한 모금 마시면서 말을 이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 아무리 평소에 시험을 못 봤어도 마지막 시험 때 잘 보면 괜찮아.""그래. 그래도 겨울 방학 때 만나면 제대로 얘기해야 할 것 같아. 이런 식으로 토라지다니. 너무 생각이 짧은 것 같아."마이크는 그녀가 말하는 사이, 다 마신 커피잔을 내려놓고 물었다. "그런데 내가 왜 이리 일찍 일어났는지 알아?""악몽이라도 꿨어? 아니면 지운 씨가 보러 온다고 했어?""허허... 지운 씨는 아니고, 성빈 씨가 온다고 했어." 오늘 아침 7시 반에 성빈이 갑자기 그와 만나자고
마이크를 본 성빈은 바로 전화를 끊었고마이크는 그에게 다가가 위아래로 훑어봤다. “밖에서 얘기하는 게 어때요? 괜히 이상한 느낌이 드네요?”"제가 나쁜 마음으로 찾아왔다면 당신이 익숙한 곳에서 만나자고 하지 않았겠죠. 괜찮은 차라도 없어요? 차나 마시면서 얘기합시다." 성빈은 그를 끌고 엘리베이터 쪽으로 향했다."당신처럼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나 차를 좋아하죠." 마이크는 절대 그를 놀릴 기회를 놓칠 사람이 아니었다. "누가 보냈어요? 박시준 씨에요?""갑자기 왜 걔 얘기를 꺼내고 그래요?" 성빈은 그의 비웃음에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럼 마실 음료수라도 있어요? 조금 졸리네요.""설마 방금 비행기에서 내린 건 아니죠?" 마이크는 그를 자세히 쳐다보며 물었다. "무슨 급한 일 때문에 저를 찾은 거죠? 아무리 급해도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찾을 일이에요?"“급한 일은 아니에요. 괜히 진아연 씨한테 미안해서 바로 찾아가서 얘기하지 못해서 그러는 거죠. 마이크 씨도 알다시피 저와 시준이는 비즈니스 파트너잖아요. 회사의 결정은 거의 시준이의 결정에 따라야 하거든요.” 성빈은 코끝의 안경을 올리며 설명했다."네..." 마이크는 성빈의 뜻을 알아챘다. "설마 B국에 진명그룹의 계열 회사를 차릴 생각이에요? 그리고 이번에 B국에 온 것도 회사 때문이에요? 박시준 씨도 와요?""시준이는 오지 않을 거예요. 시준이가 출석하지 않기 때문에 제가 와야죠." 성빈한테는 거절할 방법이 없었던 것뿐이다. "커팅식도 있어서 참여할 수밖에 없죠.""설마 아연이가 당신을 비난할까 봐 그러는 거예요? 걱정하지 마세요. 그녀와 박시준 사이의 원한으로 당신을 원망하지 않을 거예요."두 사람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마이크의 사무실로 향했다."저는 개인적인 이유로 마이크 씨를 찾은 거예요." 성빈은 마이크의 사무실에 들어가서 냉장고를 보자 바로 다가가 열었다. "이게 다 뭐죠? 무슨 우유가 이렇게 많아요? 건강을 끔찍이 챙기네요?"마이크: "아연이가 비서한테 부탁한 거예요.""그렇게
"다른 사람 회사가 개업하는데 왜 우리가 케이크까지 사서 축하하는 거야?" 진아연은 마이크의 생각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그럼 울어?" 마이크는 케이크를 잘라 그녀에게 한 조각 건넸다. “많이 먹고 별다른 생각하지 마. 내가 집에 없을 때 집에서 제대로 밥을 먹고 있는지 의심하게 되네. 왜 점점 살이 빠지는 거야?”"정반대야. 나 매일 점심 꼬박꼬박 밥해서 먹고 있어." 진아연은 케이크를 들고 한 입 먹으면서 말을 이었다. "은서 씨가 오늘 저녁에 함께 밥 먹자고 했는데, 설마 나를 위로하러 오는 건 아니겠지?""네가 이리 한참 후에 알게 될 줄 알았다면 말하지 않을 걸 그랬어." 마이크는 리모컨을 들고 TV를 껐다."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어. 나한테 말하든 말든 언젠가는 알게 될 사실이야." 진아연은 케이크 위의 크림을 건져내면서 말을 이었다. "왜 크림 케이크를 샀어? 난 티라미수가 좋은데.""네가 물어봤었잖아. 물론 내가 다시 알려줘도 상관없어." 마이크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을 이었다. "크림 케이크는 라엘이랑 나의 최애 케이크거든. 그리고 라엘이 보고 싶어서 크림 케이크로 사 왔어."진아연은 라엘의 얘기에 표정이 어두워졌다."아연아, 나 귀국해서 라엘과 지성이를 잠깐 만날 생각인데, 너는 어떻게 생각해? 함께 돌아갈 거야? 네가 귀국했다는 소식을 절대 아무한테도 얘기하지 않을게." 마이크는 진아연에게 자기 생각을 알렸다."이제 곧 겨울 방학이야. 겨울 방학에 라엘이 올 때까지 기다려 보자!" 진아연은 아무리 생각해도 귀국 후 아이들과 만날 수 없을까 봐 자기 생각을 알렸다.그녀는 무작정 돌아가서 아이들과 몰래 만나 박시준에게 들키면 불필요한 논쟁을 일으킬까 봐 두려웠다.진아연은 이제 그와 더는 다투고 싶지 않았다. 이런 다툼은 서로의 정서를 소모할 뿐만 아니라 아이들한테도 일종의 고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알았어, 그럼 나 혼자 갈게." 마이크는 아무래도 라엘과 지성이가 마음에 걸리는 모양이었다. "혼자 집에 있어도 괜찮아
아침 7시 반, 라엘은 마이크의 영상 통화를 받았다."라엘아, 삼촌이 너와 동생 보러 갈 생각인데 기쁘지??" 마이크는 짐을 싸면서 라엘한테 물었다."아! 정말요?! 그럼 엄마도 함께 오는 거예요? 두 사람 함께 돌아와요?!" 라엘은 엄마와 만날 생각에 신이 났고마이크는 라엘의 질문을 예상하고 있는 듯했다."삼촌 혼자 돌아가면 반겨주지 않을 거야? 그러면 삼촌이 많이 속상한데."라엘은 마이크의 말에 순간 기분이 다운되었다. "엄마는 왜 함께 돌아오지 않는 거예요?""네 아빠 때문이야! 네 아빠와 만나고 싶지도 않고 싸우고 싶지 않아서 그러는 거야. 우선 삼촌이 돌아가서 너와 동생 만나고 나중에 겨울 방학 때 너와 함께 엄마 보러 가면 되잖아.""좋아요. 너무 좋아요! 저 세연 삼촌과도 말했어요. 세연 삼촌도 저를 데리고 B국에 갈 수 있다고 했어요! 그런데 동생과 함께 가면 안 돼요?" 라엘은 아무래도 지성이가 걱정이었다. “저만 가면 동생 혼자 집에서 얼마나 외로울까요? 아마 제가 보고 싶어서 울 거예요!”마이크: "나중에 네 아빠한테 지성이와 함께 B국에 갈 수 있는지 물어보자! 아직 어린 나이라 멀리 떠난 적이 없어서 네 아빠가 걱정할 거야.""흥! 나중에 제가 동생을 몰래 가방에 넣고 몰래 도망갈 거예요!""라엘아! 절대 그러면 안 돼! 그러면 동생이 숨을 쉴 수 없을 거야!" 마이크는 라엘의 생각에 등골이 서늘했다."제가 말한 가방은 애완동물이 들어갈 수 있는 그런 가방을 말하는 거예요! 그런 가방은 괜찮아요!""설마 네 아빠를 바보로 생각하는 거야!" 마이크는 짐을 모두 정리하고 침대에 앉아 말을 이었다. "아빠가 네 일거일동을 모두 감시하고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아? 매번 엄마한테 몰래 전화하는 것도 모를 거라 생각해? 우리 라엘, 너무 순진하네!”라엘은 마이크의 말에 바로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며 카메라를 찾았다."제 방에는 카메라가 없어요!""몰래카메라라고 들어봤어? 네 아빠가 네 생활을 알고 싶으면 네가 발견할
후회?사실 박시준은 지금 매우 혼란스러운 상태였다.진아연이 아무 소식도 없이 회사를 매각하다니.남들이 알게 되면 무조건 박시준이 그녀한테 강요한 거라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시준아, 이 정도로 몰아붙였으니 만족해?" 성빈은 그가 말이 없자 말을 이었다. "갈라진 사이 때문에 B국으로 도망친 사람한테 굳이 B국에서 회사를 개업해 모든 사람한테 앤 테크놀로지를 이길 거라고 알릴 필요가 있을까? 물론 진아연 씨가 이 때문에 굶어 죽지 않을 거지만 진짜 이러면 안 된다고 생각하지 않아? 한이는 아직 미성년자야! 이런 방식으로 진아연 씨의 뒷길을 막으면 네 아들도 함께 고생하는 거 아니야?!"박시준은 성빈의 비난에 아무 말 하지 않고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그는 진아연이 회사를 매각할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다만 성빈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박시준이 진명그룹의 조 부회장을 대신해 강민을 내세운 것만으로도 진아연과의 관계는 악화될 수밖에 없었다."이런 식으로 진아연 씨를 대하는 이유가 설마 진아연 씨가 아무것도 없으면 한이가 네 곁으로 올 거라 생각하는 거야?" 성빈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었다. "한이는 너와 비슷한 성격이야. 이런 식으로 진아연 씨를 대하면 한이가 굶어 죽을지언정 절대 네 곁으로 돌아가지 않을 거야!""하고 싶은 말 다 했어?" 박시준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단호하게 말을 이었다. "난 후회하지 않아!"전화 반대편의 성빈은 그의 말에 멍했다.성빈은 오늘 밤 술자리에서 술을 많이 마셔술기운 때문에 박시준에게 연락했던 거다.박시준의 후회하지 않는다는 말에 성빈은 순간 가슴에 분노가 불타올랐다."박시준, 너 왜 이렇게 변한 거야?" 성빈은 더는 그의 기분에 맞춰줄 수가 없는지 마음속의 말들을 퍼부었다. “왜 항상 진아연 씨만 너한테 미안한 짓을 한 것처럼 그러는 거야?! 적어도 내가 봤을 때 두 사람 모두 잘못이 있어! 모든 사람이 너를 고려하고 생각해 줘야 한다고 생각하지 마. 누가 말을 듣지 않으면 복수하겠다는 마인드를 보면
"그게 무슨 말이야? 아무것도 몰랐던 척할 생각 마!" 성빈이 짜증스럽게 말했다.- 뚜뚜뚜!전화가 끊겼다.박시준이 전화를 끊어버린 것이다.그는 휴대폰을 손에 꼭 쥐었다. 수심에 찬 두 눈에는 초점이 없었다.그는 공항에서 진아연의 전화를 받던 순간의 기억을 떠올리려 애썼다.그는 당시 상황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날 진아연은 전화로 그가 약속을 어겼다는 말 외에 다른 말은 일절 하지 않았다!너무 심각하게 생각한 탓인지, 순간 눈앞이 핑 돌면서 머리가 심하게 어지러웠다. 그는 정말로 그날 그녀가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을 한 것이 기억나지 않았다... 그가 기억하기에 그녀는 정말로 그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었다!하지만 어째서 성빈은 ‘진아연 씨가 너도 알고 있다고 했다.’라는 말을 한 걸까?박시준이 침대에서 내려오려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침대에서 내려오려던 순간, 발목에 힘이 풀리며 다시 침대 위로 쓰러져버렸다.어질어질한 와중에 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꺼내 마이크에게 전화를 걸었다.성빈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동안 진아연이 그를 무시했던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진아연이 오래전부터 그를 무시했던 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이 상황을 지금 확실히 알아보려면, 마이크에게 물어보는 수밖에 없었다.전화가 걸리고, 곧바로 시스템 안내음이 들려 왔다.마이크의 휴대폰이 꺼져 있었다.정말로 마이크의 휴대폰이 꺼져 있는 것인지, 진아연처럼 그를 차단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그는 침대 머리맡에 앉았다. 머릿속이 온통 혼란스러웠다.진아연과 이혼한 이후로, 성빈은 여러 번 B국을 오갔다. 그러니 성빈의 말은 사실일 가능성이 컸다.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어째서 진아연은 앞이 보이지 않게 된 걸 이미 그에게 말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그는 왜 그 사실을 지금까지 전혀 모르고 있던 걸까?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아래층에서 소리가 났다."소정 씨, 말도 없이 여긴 어쩐 일이에요? 온 김에 같이 점심 식사하고 가요!" 이모님이 여소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