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 회사가 개업하는데 왜 우리가 케이크까지 사서 축하하는 거야?" 진아연은 마이크의 생각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그럼 울어?" 마이크는 케이크를 잘라 그녀에게 한 조각 건넸다. “많이 먹고 별다른 생각하지 마. 내가 집에 없을 때 집에서 제대로 밥을 먹고 있는지 의심하게 되네. 왜 점점 살이 빠지는 거야?”"정반대야. 나 매일 점심 꼬박꼬박 밥해서 먹고 있어." 진아연은 케이크를 들고 한 입 먹으면서 말을 이었다. "은서 씨가 오늘 저녁에 함께 밥 먹자고 했는데, 설마 나를 위로하러 오는 건 아니겠지?""네가 이리 한참 후에 알게 될 줄 알았다면 말하지 않을 걸 그랬어." 마이크는 리모컨을 들고 TV를 껐다."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어. 나한테 말하든 말든 언젠가는 알게 될 사실이야." 진아연은 케이크 위의 크림을 건져내면서 말을 이었다. "왜 크림 케이크를 샀어? 난 티라미수가 좋은데.""네가 물어봤었잖아. 물론 내가 다시 알려줘도 상관없어." 마이크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을 이었다. "크림 케이크는 라엘이랑 나의 최애 케이크거든. 그리고 라엘이 보고 싶어서 크림 케이크로 사 왔어."진아연은 라엘의 얘기에 표정이 어두워졌다."아연아, 나 귀국해서 라엘과 지성이를 잠깐 만날 생각인데, 너는 어떻게 생각해? 함께 돌아갈 거야? 네가 귀국했다는 소식을 절대 아무한테도 얘기하지 않을게." 마이크는 진아연에게 자기 생각을 알렸다."이제 곧 겨울 방학이야. 겨울 방학에 라엘이 올 때까지 기다려 보자!" 진아연은 아무리 생각해도 귀국 후 아이들과 만날 수 없을까 봐 자기 생각을 알렸다.그녀는 무작정 돌아가서 아이들과 몰래 만나 박시준에게 들키면 불필요한 논쟁을 일으킬까 봐 두려웠다.진아연은 이제 그와 더는 다투고 싶지 않았다. 이런 다툼은 서로의 정서를 소모할 뿐만 아니라 아이들한테도 일종의 고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알았어, 그럼 나 혼자 갈게." 마이크는 아무래도 라엘과 지성이가 마음에 걸리는 모양이었다. "혼자 집에 있어도 괜찮아
아침 7시 반, 라엘은 마이크의 영상 통화를 받았다."라엘아, 삼촌이 너와 동생 보러 갈 생각인데 기쁘지??" 마이크는 짐을 싸면서 라엘한테 물었다."아! 정말요?! 그럼 엄마도 함께 오는 거예요? 두 사람 함께 돌아와요?!" 라엘은 엄마와 만날 생각에 신이 났고마이크는 라엘의 질문을 예상하고 있는 듯했다."삼촌 혼자 돌아가면 반겨주지 않을 거야? 그러면 삼촌이 많이 속상한데."라엘은 마이크의 말에 순간 기분이 다운되었다. "엄마는 왜 함께 돌아오지 않는 거예요?""네 아빠 때문이야! 네 아빠와 만나고 싶지도 않고 싸우고 싶지 않아서 그러는 거야. 우선 삼촌이 돌아가서 너와 동생 만나고 나중에 겨울 방학 때 너와 함께 엄마 보러 가면 되잖아.""좋아요. 너무 좋아요! 저 세연 삼촌과도 말했어요. 세연 삼촌도 저를 데리고 B국에 갈 수 있다고 했어요! 그런데 동생과 함께 가면 안 돼요?" 라엘은 아무래도 지성이가 걱정이었다. “저만 가면 동생 혼자 집에서 얼마나 외로울까요? 아마 제가 보고 싶어서 울 거예요!”마이크: "나중에 네 아빠한테 지성이와 함께 B국에 갈 수 있는지 물어보자! 아직 어린 나이라 멀리 떠난 적이 없어서 네 아빠가 걱정할 거야.""흥! 나중에 제가 동생을 몰래 가방에 넣고 몰래 도망갈 거예요!""라엘아! 절대 그러면 안 돼! 그러면 동생이 숨을 쉴 수 없을 거야!" 마이크는 라엘의 생각에 등골이 서늘했다."제가 말한 가방은 애완동물이 들어갈 수 있는 그런 가방을 말하는 거예요! 그런 가방은 괜찮아요!""설마 네 아빠를 바보로 생각하는 거야!" 마이크는 짐을 모두 정리하고 침대에 앉아 말을 이었다. "아빠가 네 일거일동을 모두 감시하고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아? 매번 엄마한테 몰래 전화하는 것도 모를 거라 생각해? 우리 라엘, 너무 순진하네!”라엘은 마이크의 말에 바로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며 카메라를 찾았다."제 방에는 카메라가 없어요!""몰래카메라라고 들어봤어? 네 아빠가 네 생활을 알고 싶으면 네가 발견할
후회?사실 박시준은 지금 매우 혼란스러운 상태였다.진아연이 아무 소식도 없이 회사를 매각하다니.남들이 알게 되면 무조건 박시준이 그녀한테 강요한 거라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시준아, 이 정도로 몰아붙였으니 만족해?" 성빈은 그가 말이 없자 말을 이었다. "갈라진 사이 때문에 B국으로 도망친 사람한테 굳이 B국에서 회사를 개업해 모든 사람한테 앤 테크놀로지를 이길 거라고 알릴 필요가 있을까? 물론 진아연 씨가 이 때문에 굶어 죽지 않을 거지만 진짜 이러면 안 된다고 생각하지 않아? 한이는 아직 미성년자야! 이런 방식으로 진아연 씨의 뒷길을 막으면 네 아들도 함께 고생하는 거 아니야?!"박시준은 성빈의 비난에 아무 말 하지 않고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그는 진아연이 회사를 매각할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다만 성빈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박시준이 진명그룹의 조 부회장을 대신해 강민을 내세운 것만으로도 진아연과의 관계는 악화될 수밖에 없었다."이런 식으로 진아연 씨를 대하는 이유가 설마 진아연 씨가 아무것도 없으면 한이가 네 곁으로 올 거라 생각하는 거야?" 성빈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었다. "한이는 너와 비슷한 성격이야. 이런 식으로 진아연 씨를 대하면 한이가 굶어 죽을지언정 절대 네 곁으로 돌아가지 않을 거야!""하고 싶은 말 다 했어?" 박시준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단호하게 말을 이었다. "난 후회하지 않아!"전화 반대편의 성빈은 그의 말에 멍했다.성빈은 오늘 밤 술자리에서 술을 많이 마셔술기운 때문에 박시준에게 연락했던 거다.박시준의 후회하지 않는다는 말에 성빈은 순간 가슴에 분노가 불타올랐다."박시준, 너 왜 이렇게 변한 거야?" 성빈은 더는 그의 기분에 맞춰줄 수가 없는지 마음속의 말들을 퍼부었다. “왜 항상 진아연 씨만 너한테 미안한 짓을 한 것처럼 그러는 거야?! 적어도 내가 봤을 때 두 사람 모두 잘못이 있어! 모든 사람이 너를 고려하고 생각해 줘야 한다고 생각하지 마. 누가 말을 듣지 않으면 복수하겠다는 마인드를 보면
"그게 무슨 말이야? 아무것도 몰랐던 척할 생각 마!" 성빈이 짜증스럽게 말했다.- 뚜뚜뚜!전화가 끊겼다.박시준이 전화를 끊어버린 것이다.그는 휴대폰을 손에 꼭 쥐었다. 수심에 찬 두 눈에는 초점이 없었다.그는 공항에서 진아연의 전화를 받던 순간의 기억을 떠올리려 애썼다.그는 당시 상황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날 진아연은 전화로 그가 약속을 어겼다는 말 외에 다른 말은 일절 하지 않았다!너무 심각하게 생각한 탓인지, 순간 눈앞이 핑 돌면서 머리가 심하게 어지러웠다. 그는 정말로 그날 그녀가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을 한 것이 기억나지 않았다... 그가 기억하기에 그녀는 정말로 그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었다!하지만 어째서 성빈은 ‘진아연 씨가 너도 알고 있다고 했다.’라는 말을 한 걸까?박시준이 침대에서 내려오려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침대에서 내려오려던 순간, 발목에 힘이 풀리며 다시 침대 위로 쓰러져버렸다.어질어질한 와중에 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꺼내 마이크에게 전화를 걸었다.성빈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동안 진아연이 그를 무시했던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진아연이 오래전부터 그를 무시했던 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이 상황을 지금 확실히 알아보려면, 마이크에게 물어보는 수밖에 없었다.전화가 걸리고, 곧바로 시스템 안내음이 들려 왔다.마이크의 휴대폰이 꺼져 있었다.정말로 마이크의 휴대폰이 꺼져 있는 것인지, 진아연처럼 그를 차단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그는 침대 머리맡에 앉았다. 머릿속이 온통 혼란스러웠다.진아연과 이혼한 이후로, 성빈은 여러 번 B국을 오갔다. 그러니 성빈의 말은 사실일 가능성이 컸다.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어째서 진아연은 앞이 보이지 않게 된 걸 이미 그에게 말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그는 왜 그 사실을 지금까지 전혀 모르고 있던 걸까?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아래층에서 소리가 났다."소정 씨, 말도 없이 여긴 어쩐 일이에요? 온 김에 같이 점심 식사하고 가요!" 이모님이 여소정
여소정은 그의 시선이 영 불편했다.지난번 전화로 그에게 한바탕 욕을 퍼부었던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더구나 그녀는 이후에 영상 통화로 또 한 번 성질을 내기까지 했었다.물론 박시준이 그 일을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것을 알고는 있지만, 지금 박시준의 눈빛은 상대방을 두렵게 만들기에 충분했다."우선 식사부터 하자!" 아직 아침 식사를 하지 않은 박시준은 위가 조금 쓰렸다.이모님이 곧바로 하준기에게 다가가 말했다: "지민이 이리 주세요! 두 분은 식사하러 가시고요!"하준기가 이모님에게 딸을 안겨주며 말했다. "지민이가 깨면 불러주세요.""알았어요." 이모님은 지민이를 안은 채 거실에 남았다.그들과 할 이야기가 있다고 했던 박시준의 말을 기억한 이모님이, 주방 도우미가 상을 내오자 곧바로 그들에게 눈짓했다.이모님의 눈짓에 주방 도우미는 곧바로 자리를 비켰다.주방 안, 하준기와 여소정은 가시방석에 앉은 듯한 느낌이 따로 없었다.박시준은 딱히 입맛도 없어 보였다."시준 형, 어젯밤에 늦게 잤어?" 하준기가 어색하게 그에게 말을 붙였다."지금 벌써 낮 12시야. 나도 보통 밤에 안 자고 낮에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자잖아." 여소정이 하준기의 말을 이어받았다. 그리고 박시준에게 물었다. "아까 우리한테 할 이야기가 있다고 했죠, 말해 봐요."박시준이 수저를 내려놓았다."예전에 김씨 일가 사건이 터졌을 때, 아연이가 앞이 안 보였었어?" 그가 질문을 한 다음 여소정의 얼굴을 응시했다.그는 여소정의 얼굴에 조그만 표정 변화라도 생겨, 그녀가 거짓말을 하는지 알아볼 수 있길 바랐다."앞이 안 보여요?" 여소정이 더듬더듬 그의 말을 되풀이했다. "그런 말 들은 적 없어요!" 그때, 하준기의 머릿속에 한 가지가 떠올랐다: "결막염! 예전에 아연 씨가 결막염에 걸렸던 적이 있지 않아?""하지만 지금 시준 씨가 말은, 아연이가 앞이 보이지 않았다잖아! 결막염에 걸린다고 앞이 안 보여? 그럴 수는 없지 않아?" 여소정 역시 수저를 내려놓고 말을 이었다.
하지만 하준기와 여소정은 직접 진아연을 만나, 본인과 직접 이야기를 나누고 왔다. 그래서 박시준은 두 사람의 말에 더 신뢰가 갔다.더구나 두 사람의 말에 의하면, 진아연의 눈은 이미 회복이 되었다고 하니, 놀랍기는 하지만 더 걱정해야 할 것은 없어 보였다."여보세요, 박시준 씨. 지금 이걸 물어보려고 우리한테 식사하고 가라고 한 거였어요?" 여소정이 이죽거리며 박시준에게 물었다. "두 사람은 이미 이혼한 데다, 박시준 씨는 아연이의 회사를 무너뜨리기까지 했으면서, 이제와서 또다시 아연이를 걱정하는 건 너무 모순적인 거 아니에요?""아연이 회사는 처분했어." 박시준이 차분하게 대답했다. "성빈이 내가 아연이한테 너무했다며 쏘아붙이더군. 성빈 말도 틀리지 않지. 이번엔 아연이가 정말로 너무 미웠거든. 만약 내가..."박시준은 만약 그녀의 병에 대해 알았다면 이렇게까지 모질게 대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말하고 싶었다.하지만 그가 입을 떼기도 전에 여소정이 ‘쿵’ 소리와 함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박시준 씨! 당신은 완전 개자식이에요! 앞으로 오래오래 늙어서도 혼자 외롭게 살아가길 바라요! 당신 같은 사람은 다른 사람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어요!" 여소정이 박시준을 향해 성질을 버럭 내고는 성큼성큼 주방을 떠났다.하준기는 걸어 나가는 아내의 뒷모습과 새파랗게 질린 박시준의 얼굴을 번갈아보며, 두 사람 사이에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시준 형, 소정이 말은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마...""하준기! 갈 거야, 안 갈 거야?!" 여소정은 이미 이모님의 품에서 딸을 받아 안고 주방을 향해 소리쳤다."여보, 기다려! 간다고, 가!" 하준기는 박시준에게 짧게 작별 인사를 하고는, 곧바로 주방을 나섰다.세 식구가 떠나자 별장 안에는 고요한 정적만이 가득했다.박시준은 손을 뻗어 미간을 문질렀다. 하지만 그의 마음은 여전히 진정되지 않았다.그는 어쩌면 그날 공항에서의 통화 중에서, 그녀가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걸 말했음에도, 현이를 찾아 Y국에 가야 한다는 생
여소정네 집.차가 마당에 멈춘 후, 하준기가 지민이를 안고 차에서 내렸다.그 순간, 지민이가 갑자기 잠에서 깨었다.그러고는 잠에서 깨자마자 목이 터져라 울기 시작했다.별장 안에서 손녀의 울음소리를 들은 여소정의 어머니가 황급히 달려 나와 손녀를 안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여소정의 어머니는 몇몇 친한 친구들과 미용실에 가고, 화투를 치고, 함께 여행을 가는 등 외출이 잦은 편이었다. 하지만 손녀가 태어난 이후로 그런 일상은 마치 지난밤의 꿈처럼 느껴졌다.딸에게 푹 빠진 어머니의 모습에 여소정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저었다.하준기가 트렁크에서 모든 짐을 꺼내자, 두 사람은 집으로 들어가 곧바로 주방으로 향했다."배고파 죽겠어. 사실 아까 박시준 씨 집에서 이미 배가 엄청 고팠는데, 박시준 씨가 사람을 너무 성질나게 하는 바람에 아무것도 못 먹었잖아!" 여소정이 식탁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하준기가 밥그릇에 밥을 한가득 퍼 그녀에게 건넸다."여보, 너무 화내지 마. 시준 형은 아연 씨 병에 대해 전혀 몰랐던 눈치였어." 하준기는 오늘 박시준의 표정을 자세히 관찰했다.게다가 박시준이 모르는 척을 할 이유도 딱히 없었다."하지만 아연이 말로는 박시준 씨도 알고 있었다잖아!" 여소정이 답답해하며 말했다."두 사람 사이에 오해가 생긴 게 틀림없어." 하준기가 단호하게 말했다. "소정아, 네가 아연 씨랑 한번 얘기를 해보면 어때! 우리가 오늘 시준 형 집에 갔었다고 말이야. 시준 형은 아연 씨 병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눈치였다고 얘기해 봐.""내가 왜 굳이 그 인간을 대변해 줘야 해? 아연이 병에 대해 정말로 모르고 있었는지, 아니면 모르는 척을 하는 건지 누가 아냐고! 난 아연이 말이 더 신뢰가 가." 여소정은 굳이 박시준을 위해 나서고 싶지 않았다.그런 여소정에게 하준기가 완곡하게 말했다. "그럼 내가 아연 씨랑 얘기해 볼게. 소정아, 두 사람 사이에 정말로 오해가 생겼을 수도 있다는 생각 안 들어? 어쨌든 두 사람 사이에는 세 아이가 있으니,
하지만 그가 기억하기에, 지금까지의 통화 내용 이후로 별다른 실질적인 내용은 없었다.——아연아, 내게 잠시 시간을 줘. 늦어도 일주일 안에 돌아올게. 우리 돌아온 뒤에 이야기하자.그가 말을 마친 후 전화기 너머 시끌시끌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고, 이어서 그와 성빈이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성빈이 그에게 진아연이 Y국으로 가는 걸 반대하는 것인지 물었다.그러고는 성빈이 Y국에는 자기 혼자 가도 된다며 그를 위로했다.하지만 박시준은 현이는 자기 딸이니, 본인이 가야 한다고 대답했다.이 통화 녹음만 들어서는, 똑같은 상황이 와도 그는 여전히 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진아연은 통화상에서 앞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런 말은 전혀 없었다!그는 이 녹음 파일을 성빈에게도 들려주고 싶었다.그는 아무 이유 없이 진아연을 탓한 것이 아니었다.오해가 있었다 하더라도, 그건 그의 잘못이 아니었다.그런데 무슨 근거로 그가 매몰차고 인정따윈 없는 사람이라고 몰아붙인단 말인가?그는 양손을 이마에 얹고는 상황을 어떻게 헤쳐 나가면 좋을지 깊은 고민에 빠졌다.B국.진아연이 한이의 일정에 맞춰 잠에서 깼다.그녀가 무사히 박사 과정에 합격할 수 있다면, 앞으로 한이와 함께 등하교를 할 수 있을 것이다.아침 식사를 하던 중, 마이크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아연아, 나 B국에 도착했어. 난 잘 지내고 있어.""다행이다. 우리 집은 너무 오래 비워둬서, 아마 지금쯤 엉망일 것 같아. 지운 씨만 괜찮다면, 지운 씨네에서 지내면 어때?""쳇! 안 괜찮을게 어딨어! 난 지운 씨가 박시준의 앞잡이 노릇을 할 때도 참고 봐줬는데, 지운 씨가 무슨 낯으로 나를 내치겠어?""말이 너무 심하잖아, 지운 씨한테 한 대 얻어맞으면 어쩌려고 그래.""안 그래도 지금 내 옆에 있어! 그냥 가만히 듣고 있는데?" 마이크가 의기양양하게 웃었다.진아연이 물었다: "라엘이는 어떻게 만나고 올 계획이야?""주말에 라엘이랑 밖에서 만나려고.""그럼, 지성이는 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