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연 씨, 내일이면 떠나는 거에요?” 최은서는 자리에 앉은 남자들에게 술을 따랐다.오늘 밤 김세연의 매니저도 자리에 함께 있었다.원래 매니저는 술을 못 마시게 하지만 기분이 업된 그는 술을 마시려 했다.”내일부터 다시 쉬는 시간 없이 계속 일해야 해, 오늘 이 술 못 마시게 하면 내일 귀국하지 않을 거야.” 김세연은 매니저를 협박했다."내일 얼굴 부을까봐 걱정되지 않니?" 매니저는 한숨을 쉬었다.”내일은 비행기만 탈꺼니가 괜찮아.” 김세연은 술잔을 들고 한 모금 마셨다.”아연 씨, 좀 뭐라고 해줘요. 세연 씨 술 약해요.” 매니저는 다른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진아연에게 도움을 청했다.진아연은 김세연에게 강요하고 싶지 않았다. “내일 다른 일 없으면 좀 마시게 두세요! 많이 마시지만 않으면 괜찮을 거에요.””들었어? 아연 씨가 괜찮다잖아.” 김세연은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승리의 미소를 띠며 말했다.이때 최은서는 자신의 술잔을 채우고 잔을 들고 김세연과 건배하려고 했다: “세연 씨, 바쁘신데 이렇게 와줘서 너무 감사해요. 제 생에 첫 광고계약이에요, 저 정말 너무 벅차요.””은서야, 너 내일도 스케줄 있어, 일해야 해.” 최은서의 매니저 서혜리가 입을 열었다. “근데 세연 씨한테도 술 한잔 올리긴 해야지. 세연 씨 도움 없었다면 이 계약 따내기 힘들었을 거야.””은서 씨, 힘내세요. 앞으로 또 같이 일 할 기회 있을거에요.” 김세연은 그녀를 격려해 주었다.”저 진짜 열심히 할게요. 요며칠 세연 씨랑 같이 일 하면서 많이 배웠어요. 이미 이렇게 훌륭하신데 여전히 최선을 다해서 일 하시는 모습 너무 멋있으세요...” 최은서가 얘기하고 있을 때 테이블 위에 있던 그녀의 휴대폰 화면이 밝아졌다.그녀 옆에 앉아 있던 진아연은 바로 그녀의 휴대폰에 걸려오는 전화를 보았다.”은서 씨, 성빈 오빠한테서 전화왔어요.” 진아연이 말했다.마이크는 놀리듯 얘기했다: “둘이 매일 전화 끌어안고 연애하시는 거에요? 언제 관계 확정하셨어요? 성빈이 형
순식간에 식탁의 분위기가 돌변했다.”은서 씨, 우리 오늘 이 자리에 모인거 은서 씨 축하해주기 위해서에요. 다른 얘기는 할 필요 없어요.” 다행히 진아연의 기분은 평온해 보였다.전에도 박시준이 앤 테크놀러지를 망하게 할 거라고 얘기하지 않았던가?지금 강민에게 돈을 준 건 단지 계획을 시작한 것에 불과했다.마이크의 기분도 매우 평온해 보였다, 전에 이 일로 이미 박시준에게 뭐라고 했었기 때문이다.그는 더이상 박시준에게 시간낭비를 하고싶지 않았다.”모두 얼굴 좀 펴요, 하늘이 무너진 것도 아닌데요! 저랑 아연이 그렇게 못 믿겠어요?” 마이크는 술잔을 들고 건배했다. “자, 우리 다같이 건배해요! 은서 씨 하루빨리 슈퍼모델이 되길 바래요! 다음엔 더 좋은 데서 회식해요!”최은서는 얼굴이 빨개지며 쑥스럽게 얘기했다: “만약에 제가 진짜 슈퍼모델이 되면 오히려 어디에서 대접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여기보다 더 좋은 데 간 적이 없어서요.””괜찮아요. 그럼 그때 제가 모두들 데리고 갈게요, 은서 씨는 계산만 하시면 되요.” 마이크는 농담을 하며 건배했다.순식간에 분위기가 되살아났다.”아연 씨, 솔직히 얘기해서 앤 테크놀로지를 지키지 못해서 망한다고 해도 걱정할 필요 전혀 없어요.” 김세연의 매니저가 진아연에게 입을 열었다. “저 너무너무 라엘이랑 계약하고 싶어요. 라엘이 조건이 너무 좋아요! 얼굴도 너무 예쁘고 춤도 잘 추고 노래도 잘 하고, 못 하는게 없어요. 천생 연예인이에요. 라엘이 연예인 데뷔하는 것만 허락해 준다면 절대 지금 회사못지 않게 벌거에요.”서혜리는 귀띔해 주었다: “라엘이 지금 박시준한테 있어요. 아연 씨한테 이 얘기는 왜 하는 거에요?””라엘이가 박시준 곁에 있는 거 알아요, 하지만 라엘이는 엄마를 더 좋아해요. 나중에 라엘이가 돈을 벌게되면 엄마한테 안 주겠어요?” 김세연의 매니저가 분석했다.진아연은 난감해하며 얼굴이 약간 빨개졌다: “우리 딸 예뻐해줘서 고마워요. 하지만 라엘이의 앞날은 라엘이가 결정하는게 좋아요. 그리고,
차가 앞으로 얼마 나가지 않아 두 사람은 뭔가를 떠오른 듯 같이 입을 열었지만, 서로의 반응에 말을 멈췄다."먼저 얘기해." 이때 마이크가 먼저 말했다."한이가 너무 바빠 몸이 힘들까 봐 걱정이야. 아직 어리잖아." 진아연은 원래 한이와 함께 밥을 먹으려 했지만, 한이는 일이 있다고 오지 않았다."그럼 나중에 쉴 때 잘 얘기해 봐. 그리고 귀가 시간도 정해주고 말이야." 마이크도 요즘 바짝 힘을 주고 한이의 모습을 발견했고한이가 왜 그러는지 알고 있었다.아무래도 박시준이 진아연에게 가한 다양한 충격을 줄곧 지켜봤던 한이었고어릴 때부터 자존심이 세고 승부욕이 강한 아이여서 스스로 뭔가를 이뤄내서 박시준에게 타격을 주고 싶은 게 분명했다."그래. 방금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진아연은 마이크의 설명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지만마이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괜찮아. 난 그냥 박시준 씨와 이대로 틀어져도 괜찮다는 생각이었어. 인제 굳이 욕할 기력도 없고 말하기도 귀찮아."진아연은 창밖 도시의 불빛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물었다. "그럼 우리한테 진짜 승산이 없는 거야?""만약 마음먹고 우리를 이기려면 진짜 승산이 없다고 봐야지. 아무래도 ST그룹은 강민을 위해 지속적인 자금을 제공할 수 있는 실력도 있고 진명그룹도 우리 때문에 많이 발전했잖아. 이런 양심도 없는 사람일 줄 알았으면 지분을 포기하면 안 되는 거였는데 말이야."마이크는 솔직히 조금 후회되었다."그건 아이들의 양육비라고 내가 말했잖아." 진아연은 그와 반대로 이런 결정에 후회하지 않았다."됐어. 나도 그냥 해본 소리야. 졸리면 일단 눈 감고 쉬어. 집에 도착하면 알려줄게.""그래."그 후의 나날은 이들한테 수수하지만, 충실한 시간이었다.마이크는 진아연이 심심할 때 음악이라도 들을 수 있게 그녀한테 레코드플레이어와 LP 판을 사줬고은서는 그녀한테 가을 옷들을 사서 보내줬다.진아연은 은서가 옷을 보내주지 않았다면 가을이 찾아온 줄도 몰랐을 거다.소파에 앉아 잔잔한 노래를
약 30분 후,여소정 일가족은 진아연의 집에 도착했고진아연은 이들을 보자 바로 웃으며 환대했다.소염이와 처음 만난 진아연은 아이를 보자 봉투를 건넸다."아직 어린아이야, 봉투를 줘서 뭐해?" 여소정은 재차 거절했지만, 도저히 막아낼 수 없어 받을 수밖에 없었다. "아직 어린 나이라 맨날 먹고 자기만 해. 그래도 낯을 가리지 않으니까 네가 안아봐!"진아연도 아이를 안고 싶었지만, 아직 시력이 회복되지 않아 만약 아이를 실수로 떨어뜨릴까 봐 걱정했다.하지만 소염이의 귀여운 얼굴을 보자니 도저히 참을 수 없는지 바로 여소정한테서 소염이를 품속으로 안았다."갓 태어난 아이들은 다 그래. 나중에 자라면 잠도 줄어들 거야." 진아연은 소염이를 안고 소파에 앉아 아기의 통통한 얼굴을 바라보며 웃었다. "소염아, 라엘 누나와 지성이 오빠와 만나 재밌게 놀았어?""지성이와 라엘이 학교를 다니니까 주말에 시간 내서 소염이를 데리고 갔어. 그런데 주말에 박시준 씨도 집에 있으니까 오래 있지 못했어. 분위기도 이상해서 말이야. 어떤 느낌인지 알지?" 여소정은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그럼 이모님한테 부탁해서 라엘과 지성이를 데리고 너네 집에 가면 되잖아.""라엘은 주말에 수업이 있어서 힘들지 않을까? 그리고 난 이모님과 그리 친한 사이가 아니라 그런 부탁하는 건 어려워. 아무튼 네가 없으면 불편한 점이 한둘이 아니야." 여소정은 입을 삐죽거리며 그녀를 원망했고진아연은 그녀의 말에 슬픈 기색이 역력했다.여소정은 적어도 라엘과 지성이를 만날 수 있지만, 그녀는 아이들과 만난 지도 오래다."아연 씨, 왜 갑자기 눈이 빨개졌어요?" 하준기는 진아연의 반대편에 앉아 빨개진 두 눈을 하고 있는 그녀를 보며 물었다.진아연은 아직 실밥을 제거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눈이 살짝 빨간 상태였다."요즘 제대로 쉬지 못해 그런 거예요." 진아연은 아무 이유나 둘러댔다."하준기 씨, 알면서 일부러 그런 질문을 한 거죠? 아연이가 잠을 제대로 잘 수 있겠어요? 박시준 씨가 했던 다른
하준기는 어찌 보면 육아하는 아빠 중에서 최고라 자랑할 자격이 충분히 있었다. 아이에게 분유 먹이고 기저귀 갈아주는 것쯤은 그한테 일도 아니고 목욕해 주는 것조차 능숙했다."준기 씨, 진짜 대단하시네요." 진아연은 그런 하준기가 새롭게 보였다."저한테 아이는 하나뿐인데, 아끼지 않을 리가 없잖아요." 하준기는 진아연의 품속에서 딸을 건네받으며 말을 이었다. "만약 두 사람 지금 나가서 놀고 싶으면 가도 돼요. 그리고 저녁에 먹을 것만 부탁할게요."진아연은 별문제 없었지만, 여소정이 시차 때문에 힘들까 봐 걱정했다."일단 오늘은 쉬고 내일 같이 나갈까?"그녀의 걱정과 반대로 여소정은 눈에 빛을 발하며 진아연의 손을 잡고 밖으로 향했다. "나 옷 사고 싶어. 임신하고 배가 불룩해지면서 지금까지 일 년이 지났는데, 평범한 옷 한 벌조차 사지 못했어. 진짜 미쳐버릴 것 같아!""그럼 국내에서도 살 수 있잖아! 여기에서 사면 가져가는데 힘들지 않을까?" 진아연은 겉옷과 휴대폰을 들고 그녀와 함께 외출했다.인제 실밥도 풀었으니 시력도 어느 정도 회복되었고적어도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길을 걸을 수 있고 밥상에 놓인 반찬도 잘 보였다."이쪽에서 옷을 사고 소포로 보내면 되잖아. 그리고 난 국내에서 함께 쇼핑할 친구도 없단 말이야. 전에 알고 지내던 친구들은 인제 결혼해 신혼여행을 떠났거나 임신했어. 그래서 함께 쇼핑할 사람도 없어." 여소정은 진아연을 바라보며 입을 삐죽거렸다.두 사람이 외출하자 소염이는 하준기의 품에서 새곤 새곤 잠에 들었고하준기는 딸을 소파에 눕히고 객실로 향했다.하준기는 여소정이 진아연에게 미리 알려주기를 바랐지만, 여소정은 진아연에게 서프라이즈로 깜짝 놀라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었다.물론 이런 이유 때문에 그는 스스로 객실을 찾아 청소해야 했었다."진아연 씨는 집에 가정부 한 명 두지 않았나?" 하준기는 텅 빈 집을 둘러보며 중얼거렸고아무래도 진아연의 집은 처음이라 집안 구조에 익숙하지 않아 아무 방문이나 열고 들어갔다.그
"우리 귀여운 딸! 벌써 일어났어? 배고프지 않아? 아빠가 우유 타서 줄까? 손에 들고 있는 건 뭐야? 아빠한테 보여줄 수 있어?"하준기는 딸아이가 들고 있는 종이를 조심스럽게 꺼냈다.종이는 아이의 손에서 많이 구겨진 상태였지만, 위의 내용을 확인하는데 문제없었다.방금 전까지 자상한 미소를 보이던 하준기는 위의 내용을 보자 순간 표정이 어두워졌고다시 방안을 둘러봤다.침대 옆 탁자에 놓인 검은색 머리띠에 시선이 사로잡힌 그는그제야 마이크의 방이 아니라는 걸 의식했다.하준기는 자기 생각을 확인하기 위해 옷장으로 다가갔고옷장 문을 열어보니 그의 예상대로 옷장 안은 전부 여장이었고 이에 놀라 하준기는 숨을 들이쉬며바로 침대에 누워있는 딸을 안고 방에서 나왔다.진아연의 방일 줄 알았다면 절대 딸을 방 안에서 재우지 않았을 거였다.딸을 안고 객실로 돌아와 아이에게 우유를 먹여주고 있는 그의 마음은 매우 복잡했다.종이에는 간단한 도표가 표시되었다.첫 줄은 여러 회사의 이름이 적혀 있었고 각 회사의 이름 뒤에 간단한 회사 소개와 일련의 숫자가 적혀 있었지만충격적인 건 바로 윗줄에 ‘입찰 가격’이라고 적혀 있었다.이를 본 하준기는 진아연이 설마 앤 테크놀로지를 매각할 생각인지 의심하게 되었다.그렇지 않다면 왜 견적 가격표를 베개 밑에 숨은 거지?오후 4시, 쇼핑을 마친 진아연과 여소정은 집으로 돌아왔고전투력이 여전한 여소정은 쇼핑백만으로 차 트렁크를 채웠다.뒷좌석은 이미 온갖 종류의 간식과 장난감이 산처럼 쌓인 상태였다. 누가 보면 그녀가 진아연의 집에서 오래 지낼 거라 착각할 수도 있을 정도였다."아연 씨, 점심때 소염이가 피곤해서 아연 씨의 방에 잠깐 재웠어요. 저는 아연 씨의 방이 아니라 마이크 씨의 방인 줄 알았어요! 그리고 객실을 정리할 때 소염이가 깨어나 베개 밑에서 종이 한 장을 꾸겼어요. 진짜 죄송해요!" 하준기는 진아연을 보자 머리를 긁적거리며 솔직하게 알렸고말하면서 진아연의 표정을 자세히 살펴봤다.하지만 진아연은 아무렇
"그런 뜻이 아니에요! 저는 그냥 당신의 딸 때문에 자유롭지 않다고 생각한 것뿐이에요. 저와 같이 노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당신 딸 때문에 아무 데도 갈 수 없잖아요.""장모님과 가정부가 아이를 챙기고 있잖아. 놀고 싶으면 가도 돼." 하준기는 담담하게 말을 이었고이에 여소정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답했다. "그런데 제가 딸이 옆에 없으면 불안해요! 아이를 낳고 나서야 엄마의 위대함을 깨달았죠. 마치 제가 알아볼 수 없는 자신으로 변한 것 같은 느낌이에요.""그게 바로 모성애죠." 이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진아연은 하준기에게 말했다. "사실 저희가 쇼핑할 때 소염이가 보고 싶었는지, 소정이가 빨리 돌아가자고 얘기했거든요. 맞다. 소정아, 택배로 부칠 물건들은 어딨어? 지금 바로 상자 찾아서 정리하고 택배 기사님 불러올게.""일단 쉬고 있어! 물건들은 나중에 정리하면 돼." 여소정은 물을 마시며 방금 하준기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아연이의 방에 들어갈 때 누구 방인지 몰랐어요?""진짜 몰랐어. 정 믿기지 않으면 너도 한번 볼래?" 하준기는 웃으며 그녀한테 물었다.진아연은 몇 달간 눈의 이상으로 방안의 의자와 책상을 전부 밖에 내놓았고방안은 침대와 옷장 외에 쓸데없는 장식품 하나 없었다."어느 방이에요?" 여소정은 하준기의 말에 못내 궁금했고하준기는 진아연의 방을 가리키며 말했다. "일단 아연 씨한테 봐도 되는지 물어봐."진아연: "저와 소정이 사이에 그런 것까지 물어보지 않아도 돼요. 내가 알려줄게."여소정은 진아연과 함께 1층 안방으로 향했고심플한 방안의 배치에 여소정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듯했다 “하준기 씨가 네 방인 줄 몰랐다는 말이 인제 믿어지네. 책상과 의자가 없는 건 이해하지만, 화장대 하나 없다는 게 말이 돼? 국내에 있을 때 이 정도는 아니었잖아.”"지난 몇 달 동안 굳이 화장할 필요도 없는데 화장대를 놓을 필요 있을까? 그리고 요즘 심플한 배치가 유행이잖아. 그래서 방 안의 물건들을 밖에 내놓았지."여소정은 그녀의 방
"아직도 시준이 형이라고 불러요?! 그리고 인제 왕래하지 않겠다고 말하지 않았나요?!" 여소정은 하준기의 말에 그를 노려보며 물었다.이에 하준기는 당황했는지 빨개진 얼굴로 급히 설명했다. "실은 시준이 형이 답장이 없어서 왕래하지 못한 거야.""참 나, 당신을 무시하는데 굳이 연락하고 싶나 봐요!""소정아, 그런 말 하지 마. 옛말에 모든 일에 있어서 여지를 남겨둬야 나중에 어색해지지 않는다는 말이 있어. 두 사람이 이혼했다고 시준이 형과 절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만약 나중에 두 사람이 화해하면? 진짜 화해하면 우리만 어색한 거야! 그리고 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잖아." 하준기는 자기 생각을 그녀한테 알렸고이에 여소정은 어이가 없는지 웃으며 말했다. "아직도 두 사람이 화해했으면 해요? 진짜 잘도 그런 생각 하네요! 박시준 씨가 아연이를 죽이지 못해서 망정이지..."하준기는 그녀의 말을 듣더니 조용히 반박했다. “전에 진아연 씨가 시준이 형을 찔러 중환자실로 보낸 적이 있잖아. 그런데 두 사람 결국 화해했잖아.”여소정은 그의 말에 눈을 깜빡이며 기억을 더듬었다."혹시 '서유기'를 읽어 봤어? " 하준기는 여유로운 목소리로 장난삼아 말을 이었다. "현장이 제자와 갖은 고난을 겪으면서 몇 번이나 다투고 헤어졌지만, 결국 마지막까 함께 했잖아?"여소정은 그의 말에 경악했다. "지금 두 사람 중 누가 현장이고 누가 손오공이라고 생각하는 거예요?!""그런 부분까지 생각하지 못했지만, 왠지 비슷한 느낌일 뿐이야.""저는 박시준 씨가 손오공이고 아연이가 현장인 것 같아요." 여소정은 그의 말에 본의 아니게 상상했다. "아니지. 손오공은 매번 옳은 선택만 했고 현장이 손오공을 오해했으니까... 아연이가 손오공이고 박시준 씨가 현장인가? 아니지! 박시준 씨 같은 쓰레기가 대자대비한 현장이라니? 현장이 그에 비하면 백배 천배 좋은 사람이죠!""알았으니까 화내지 마. 나도 그냥 해본 소리야. 우리 일단 뭘 사야 하는지 생각하자!" 하준기는 그녀의 말에 급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