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Y국은 새벽 5시였다.전화벨 소리에 박시준이 잠에서 깨었다. 조지운에게서 온 전화인 것을 보자마자 박시준은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대표님, 그곳 상황은 좀 어떤가요? 현이의 행방은 찾으셨어요?" 조지운이 물었다.고작 이런 걸 물으려고 이 시간에 전화했다니. 박시준은 조금 어이가 없었다."지금 여기가 몇 시인 줄은 아는 거야?""알아요. 저 때문에 깨신 거예요?" 조지운의 말투는 자책하는듯했지만, 어쩐지 미안한 기색은 느껴지지 않았다. "아까 스타팰리스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이예요."박시준이 미간을 문지르며 일어나 앉았다.새벽 5시밖에 되지 않았는데, 창밖은 이미 동이 트고 있었다."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돌리지 말고 말해." 그가 짜증스러운 말투로 말했다."대표님, 진아연 씨와 헤어지셨어요? 마이크 말로는, 진아연 씨가 대표님과 이혼하길 원한다고 하시던데요." 조지운이 결국 바로 본론을 꺼냈다. "Y국가의 일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셨으면, 얼른 돌아오세요! 뒷일은 성빈 형님에게 부탁하셔도 되잖아요.""뒷일을 처리해? 아직 현이를 찾지도 못했어! 그런데 무슨 뒷일을 처리한단 말이야!" 박시준의 목소리가 한층 격앙되었다. "마이크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예전에 마이크가 김영아를 죽여버리겠다는 말을 한 적이 있었지. 어쩌면 이번 일을 꾸민 게 마이크가 아닌가 하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어!"조지운: "..."조지운은 마이크를 대신해 그를 변호하고 싶었지만, 어쩐지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일전에 마이크가 그에게도 같은 말을 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설마 이번 일을 꾸민 게 정말 마이크인 걸까?"어째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거지?" 박시준이 그에게 따져 물었다. "뭔가 아는 거라도 있는 거야?""저도 몰라요. 대표님, 마이크는 저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그렇지 않았으면 대표님께 이런 전화를 드리지도 않았을 거예요." 조지운은 마음이 복잡했다. 머릿속도 여러 가지 생각이 뒤죽박죽 뒤엉켜 혼란스러웠다. "마이크는 지난 이틀 동안 진아연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위정이 곧바로 마이크를 부르러 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마이크가 내려왔다. 그는 내려오자마자 한눈에 조지운을 발견했다.두 사람은 만나자마자 원수처럼 눈에 불을 켜고 서로를 노려보았다.안과 입원 병동.위정은 병실에서 진아연과 이야기를 나누었다."조지운 씨 말로는, 지금 박시준 씨가 김영아 씨를 죽인 범인으로 마이크를 의심하고 있대." 위정이 한 손에는 사과를 들고서 차분하게 껍질을 깎으며 진아연에게 말했다. "조지운 씨가 꽤 다급해 보이던데, 이번 일을 벌인 게 정말 마이크일 리는 없겠지?"진아연이 잔뜩 놀란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럴 일 없어요. 마이크는 그런 일을 벌일 사람이 아니에요. 정말로 마이크가 한 일이라면, 저한테 얘기하지 않았을 리 없고요.""정말로 마이크가 한 일이라면, 너에겐 더더욱 말하지 않았겠지. 너한테 말했다간, 크게 한 소리 들을 게 분명하니 말이야." 어딘가 확신이 없는 그녀의 목소리에 위정이 말했다. "김영아야 죽어도 마땅하다지만, 현이는 아무 잘못도 없잖아. 그가 현이까지 죽여버린 건 아니겠지? 만약 그런 거라면 도가 지나쳐도 한참 지나쳐."진아연이 세차게 고개를 저으며 침대에서 일어나려 했다: "마이크에게 물어보러 가야겠어요... 마이크가 이런 일을 벌였을 리 없어요! 마이크는 함부로 사람을 죽일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위정이 사과와 과도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우선 좀 기다려 봐. 조지운 씨와의 대화가 끝나면 알아서 돌아오지 않겠어.""위정 선배, 어떻게 마이크가 사람을 죽일 수 있을 거로 생각하는 거예요?" 진아연의 몸은 점점 경직되었지만, 감정은 더욱 격해졌다. "마이크는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마이크는 나에게도 정말 좋은 친구야. 나도 물론 마이크가 법을 준수하는 사람이길 바라. 하지만 마이크는 우리와 다르잖아. 마이크는 충동적인 편이라, 법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향이 있어.""위정 선배,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어요? 마이크는 A국에 온 이후로 법에 위반되는 일은 일절
조지운은 그 말을 내뱉자마자 바로 후회했다.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이미 내뱉은 말을 다시 되돌릴 수는 없었다.그는 사실 이번 일은 마이크가 한 일이 아닐 거로 생각하고 있었다. 마이크가 처음에 부인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요 며칠 동안 마이크는 그를 줄곧 무시하며, 그의 심기를 건드렸다.진아연과 박시준의 감정이 어떻게 변하던, 그것이 다른 사람들과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진아연이 박시준과의 이혼을 원하는데, 어째서 그들이 그 일에 휘말려야 한단 말인가?마이크가 병실로 돌아오자, 위정이 곧바로 의자에서 일어났다: "둘이 얘기 나눠요. 전 나가 있을게요."위정은 병실 문을 닫으며 병실을 떠났다.진아연이 가만히 마이크를 바라보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눈빛만으로도 마이크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 수 있었다."내가 한 짓 아니야. 그래, 김영아를 죽여버리고 싶다고 생각했던 건 맞아. 그 아이를 아무도 찾을 수 없는 곳으로 보내버리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어. 하지만 그걸 실제로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어." 마이크가 방금 위정이 앉아있던 의자에 앉았다. 의자는 위정의 온기가 남아 따뜻했다. "그러고 나서 현이의 사진을 보게 된 뒤론, 나도 마음이 가라앉아서 아무 짓도 하지 않았어.""그래, 네 말 믿어." 그의 대답에 진아연은 비로소 마음을 놓았다. "그런 일은 아무나 벌일 수 있는 일이 아니지.""지운 씨는 나를 믿지 않았어." 마이크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지운 씨가 믿는 건 자기 대표뿐이야. 내가 범인일지도 모른다는 박시준의 말 한마디에,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믿지 않았어.""참아. 시준 씨가 널 의심하고 있다고 해도, 증거도 없이 함부로 나설 순 없을 거야." 진아연이 그를 다독였다. "너 자신한테 떳떳하면 그걸로 된 거야. 지운 씨한테 너무 화내지 마.""넌 신경 쓸 것 없어. 난 아무렇지도 않으니까." 마이크는 진아연이 마주하고 있는 문제에 비하면 자신의 일은 그저 사소한 일처럼 느껴졌다. "배고프지? 먹고 싶
"가서 배달시켜 먹자! 한이가 무슨 일이 있어서 찾아온 걸까 봐 걱정돼서 그래." 진아연은 며칠 동안이나 아이들을 보지 못했다. 더구나 이틀 전 실명을 겪고 나니, 지금 앞을 볼 수 있을 때 아이들을 많이 봐두고 싶었다.그녀는 요즘 고민이 많았다.입원해야 한다는 의사의 말에, 그녀는 곧바로 입원했다.그녀는 아이들이 너무 보고 싶었다. 하지만 현재 자신의 병을 아이들에게 알려 아이들을 괜히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다.지금 한이가 직접 찾아온 이상, 그녀는 더는 자기 상황을 숨기기 어렵게 돼버렸다.두 사람이 병동으로 돌아오자마자 진아연은 곧바로 한이에게 다가갔다.위정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헛기 소리로 한이가 이미 다 알고 있다며 진아연에게 신호했다.진아연은 곧바로 그의 신호를 알아차렸다."한이야, 엄마 병은 치료가 가능한 병이야. 그저 시간이 좀 필요할 뿐이란다." 진아연이 한이를 안심시켰다. "혼자 왔니? 여기까지 어떻게 왔어? 나올 때 라엘이에게는 얘기했고?"한이: "오늘 지운 아저씨가 우리 집에 왔었어요. 아저씨가 하시는 말씀이 어딘가 좀 이상하더라고요. 그래서 직접 두 분을 찾아온 거예요."여기까지 말하고는, 한이의 시선이 마이크를 향했다.마이크는 순간 당황스러워 헛기침하며 목을 가다듬었다. "상황은 간단해. 지금 엄마가 아파서 병원에 입원까지 했는데, 너희 아빠는 그걸 알면서도 여전히 Y국에서 돌아오지 않고 있어. 김영아의 딸이 행방불명된 게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하는 거겠지."한이는 이미 위정에게서 상황을 들어 알고 있었다.하지만 지금 마이크에게서 한 번 더 상황을 듣고 나자, 마음속의 분노가 갑자기 활활 타올랐다."엄마, 이제 그만 이혼해버려요!" 한이가 진아연을 향해 진지하게 말했다.잔뜩 화가 난 아들의 모습에, 진아연이 자연스럽게 말을 돌리며 물었다: "한이야, 저녁은 먹었니? 아직 안 먹었으면, 우리 나가서 같이 먹고 올까?""배달시켜 먹자고 하지 않았어?" 마이크가 작게 속삭였다."먹었어요." 한이가 진아연의 손을
한이가 이런 말을 한 이유는 박시준이 그보다 라엘이와 지성이를 더 원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두 사람은 전부터 사이가 좋지 않은데다 지금까지 서로 화해하지 않았다."한이야, 일단 화내지 마. 난 그냥 최악의 상황을 말한 것뿐이지, 네 아빠가 꼭 그런 판단을 내릴 거라는 소리는 아니야." 위정은 한이의 긴장된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아직 부모님의 보호 아래서 행복하게 자라야 할 어린아이인데왜 나이에 걸맞지도 않는 고통과 번뇌를 겪어야 하는 거지?"위정 삼촘, 저를 위로하지 않아도 돼요. 제가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 사람에 대해 모를 거라 생각하세요? 그 사람은 그냥 나쁜 사람이에요!" 한이는 냉랭한 모습으로 말을 이었다.스타팰리스 별장.한이가 돌아오자 라엘이는 바로 다가가 그의 팔을 안고 물었다. "오빠, 엄마 봤어? 마이크 삼촌은? 두 사람 아직도 병원에 있어? 시은 고모의 아기는 어때? 다음에 나도 같이 가! 나도 엄마 보고 싶단 말이야."라엘이는 원래 한이와 함께 가고 싶었지만, 한이에 의해 단칼에 거절당했다.한이 입장에서는 엄마가 진짜 병원에 있을지 확실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라엘아, 오빠가 너한테 할 얘기가 있어." 한이는 라엘이의 손을 잡고 방으로 향했고라엘이는 그런 오빠의 모습에 덩달아 긴장했는지 중얼거리며 물었다. "오빠, 너무 진지해! 엄마와 만났는데, 기쁘지 않은 거야? 누가 기분 나쁘게 했어?"한이: "박시준.""어? 그 사람도 병원에 있었어?" 라엘이가 앳된 목소리로 물었다."그 사람이 Y국에 가서 김영아 씨와 딸을 만나러 갔어." 한이는 라엘이를 끌고 방 안으로들어가자 바로 방문을 닫았다.장 씨 이모님은 지성이를 안고 있던 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다가 뒤따라가 문 앞에 서서 이들의 얘기를 엿듣기 시작했다.물론 이모님은 따라가려 하지 않았지만, 지성이가 그녀를 질질 끌고 가서 어쩔 수 없었다.지성이는 형과 누나가 그를 빼고 몰래 얘기하는 것에 화가 났다."쓰레기 아빠네!" 라엘이는 오빠의 말을 듣더니 입을
박시준은 라엘이에게 이미 세상 제일 좋은 아빠에서 악마와 다를 바 없는 사람으로 변했다."이모님이 동생을 잘 챙겨줄 거야. 그러니까 동생은 괜찮아. 그리고 나중에 엄마도 동생의 양육권을 두고 다투게 될 거고 그렇게 되면 박시준이 그리 쉽게 넘겨줄 리가 없을 거야!" 잠시 뒤, 둘은 방문을 열었고앞에 서 있는 동생을 보더니 깜짝 놀랐다.라엘이는 동생과 곧 헤어질 거라는 생각에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바보 동생아! 누나 진짜 너와 헤어지기 싫어! 누나도 너와 함께 가고 싶단 말이야!" 라엘이는 동생을 안고 울먹이며 말했고지성이도 펑펑 울고 있는 누나의 품에서 입을 삐죽거리며 울기 일보 직전이었다.이에 깜짝 놀란 이모님은 한이한테 물었다. "한이 도련님,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엄마가 박시준 씨와 이혼한다고 했어요. 저와 라엘이는 무조건 엄마와 함께 할 예정이에요." 한이는 솔직하게 그녀한테 알렸고이에 이모님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오늘 엄마와 만날 때, 엄마가 알려준 거예요?""네. 엄마는 그 쓰레기와 헤어짐을 결심했어요. 이모님, 만약 엄마가 동생의 양육권을 쟁취할 수 없다면 부탁이지만, 이모님이 많이 챙겨주세요." 한이는 이모님에게 정중히 부탁했고이모님은 아이의 말에 그저 속상할 뿐이고 아직 하고 싶은 말도 많지만, 어떻게 입을 떼야 할지 몰랐다.한이의 말대로 진아연이 그리 결정을 내렸다면, 인제 진짜 아무것도 되돌릴 수 없는 법이다.Y국.삼 일간의 융단식 수색으로 드디어 단서가 나왔다.바로 사고 당일 밤 실종된 기사를 찾게 된 거였다.다만 기사를 발견했을 때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그는 사건 당일 킬러에 의해 살해된 게 아니라 누군가가 둔기로 그의 머리를 가격해 과다출혈로 사망하게 된 거였다.그리고 몸에 새겨진 상처를 보면 죽기 전에 치열한 몸싸움이 있었던 것도 알 수 있었다.시체가 발견된 숲과 2km 떨어진 곳에서 경찰은 첫 살해 현장을 발견했고현장의 혈흔은 기사의 DNA와 일치했다.그리고 현장에서 부서진 그의 휴대
성심병원 제3병원.진아연은 병상에 누워 링거를 맞고 있었다.이때 마이크가 병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손에 뭘 들고 있는 거야?" 진아연의 시선은 그가 들고 있는 문서에 닿았고마이크는 문서를 그녀한테 건네주며 말했다. "박시준 씨와 이혼하기로 마음먹지 않았어? 그래서 이혼 합의서와 가져왔지. 네가 먼저 사인하고 나중에 박시준 씨가 돌아오면 그냥 사인만 하면 돼."진아연은 문서를 받고 자세히 확인했다."먼저 준비하고 나중에 바로 사인만 하라고 하면 충격이 클 거야. 원래부터 오만한 사람이라 네가 먼저 이혼 합의서를 꺼내면 바로 제자리에서 화낼걸? 그러면 바로 사인할지도 모르잖아." 마이크는 혹시 발생할 상황에 대해 분석했다."굳이 그런 심리전까지 생각할 필요 없어. 우리 두 사람 모두 성인이야. 그리고 지금쯤 내 이혼 의사에 대해 들었을 거야." 진아연은 문서를 확인하면서 말을 이었고마지막 페이지의 도표에 시선이 멈췄다.도표는 두 개로 나뉘었고 이는 남자 측과 여자 측의 요구사항을 적는 부분이었다."그럼 일단 만나서 상의하고 작성해." 마이크는 문서를 멍하니 보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먼저 입을 열었다."그래." 진아연은 마이크한테 펜을 달라고 손을 내밀었고마이크는 주머니에서 펜을 꺼내 그녀한테 건넸다.진아연은 펜을 받아 자기 이름을 사인한 후합의서를 침대 옆의 서랍 위에 올려놨다."떠난 지 일주일 되지 않았어?" 진아연은 속으로 박시준이 떠난 날짜를 계산했다."아마 그럴걸? 아직 돌아온다는 소식이 없어. 아마 당분간 돌아오기 힘들지 않을까?" 마이크를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고이에 진아연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박시준은 떠나기 전, 그녀한테 약 일주일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알렸었지만이제 두 사람의 관계가 깨지기 일보 직전인데도 그녀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일단 이틀 정도 더 기다려보자. 만약 이틀 후에도 돌아오지 않으면 그때 바로 떠나자." 진아연은 잠시 생각하고 결정했다."그래." 마이크는 그녀의 표정에서 평소와
"제발 좀 좋은 쪽으로 생각하면 안 돼? 이제 쓰레기와도 헤어졌는데, 병도 고칠 수 있을 거야." 마이크는 애써 그녀를 위로했다."시준 씨를 너무 탓하지 마. 자꾸 그 사람의 얘기를 꺼내면 잊으려고 해도 잊기 힘들어. 난 비관적인 게 아니라 그저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고 있는 것뿐이야. 만약 진짜 눈이 먼다 해도 살아갈 거야." 진아연은 인상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고마이크는 그녀의 말에 그저 머리가 지끈거렸다."만약 네가 진짜 눈이 멀게 되면, 난 앞으로 연애를 포기하고 집에서 너만 챙길게."진아연: "그냥 간병인이나 알아봐 줘.""진짜 최악의 상황까지 생각하고 있었구나.""그래. 넌 이런 일을 겪은 적이 없으니 당연히 내 마음을 모를 거야." 진아연은 일주일 전, 갑자기 빛을 잃은 그날의 공포와 불안을 평생 잊을 수 없었다."좀 있으면 소정 씨가 올 거야. 너한테 메시지 보냈는데, 봤어?"진아연: "휴대폰을 못 봤어."의사는 그녀한테 되도록 휴대폰을 보지 말라고 요구했기에 진아연은휴대폰을 시간 확인용으로 사용해 가끔 보고 했었다."방금 나한테 연락했어. 너와 만나고 싶었는데, 그럴 상황이 아니라고 했어. 그런데 꼭 오겠다네. 이런 막무가내인 사람이 아니었는데, 아이를 배고 나니 아주 제멋대로야." 마이크는 여소정에 대한 불평을 늘어놓으며 물병을 들고 한 모금 마셨다."자기 마음대로가 아니라 전에 내가 언제든지 찾아와도 괜찮다고 약속했거든.""그렇구나. 너와 박시준 씨가 이혼한다는 얘기를 듣고 찾아온 거야. 나한테 연락할 때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물었는데, 말하지 않았어. 만나면 네가 얘기해 줘!""그래. 그럼 다른 곳에서 얘기하자! 병실은 너무 침울해. 이따 아래 정원에서 산책하자." 진아연은 병상에서 내려와 마이크한테 말했다.약 30분 후, 여소정은 진아연을 찾아왔고그녀는 점점 커지는 배 때문에 걷는 것조차 불편해 보였다.진아연과 그녀는 정원 벤치에 앉았고여소정은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마이크를 보며 물었다. "왜 항상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