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마음속에 강렬한 예감이 차올랐다. 어쩌면 이 여자가 정말로 자신의 생모일지도 모른다는 강렬한 예감이.만약 그게 아니라면, 그와 함께 친자 확인 검사를 하겠다며 감정센터에 나타나지도 못했을 것이다.여자가 빠르게 로비 안으로 들어왔다.박시준을 보자마자 그녀는 곧바로 그에게 다가갔다. "안녕, 시준아. 난... 하수연이라고 한단다. 최경규한테서 얘기를 들었을지 모르겠구나."박시준이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한 글자 한 글자 정확하게 말했다. "아니요. 들은 적 없습니다."최경규는 수많은 여인과 놀아나며 수많은 사생아를 낳았다.그런 그가 그 많은 여자들의 이름을 어떻게 다 기억할 수 있겠는가.그가 최운철과 최은서를 키운 것이 오히려 그에게는 큰 자비를 베푼 셈이나 마찬가지였다."그럴 만도 하지, 그 사람한테는 여자가 정말 많았으니까. 기억하지 못하는 게 정상이야." 하수연이 자조적으로 말했다. "그 사람이 밉지? 그가 사형을 선고받았을 때 그를 돕기 위해 나서지 않더구나. 네 능력이면 충분히 도와줄 수 있었을 텐데."하수연의 질문에 박시준은 눈살을 찌푸렸다."해외에서 지낸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가 의아해하며 물었다.하수연의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하수연이 안절부절못하며, 떨리는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 "나, 나는... 네가 내 아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후부터 그 사람의 상황을 알아보고 있었단다...""우선 검사부터 하러 가죠!" 박시준이 그녀에게서 시선을 돌렸다.하수연은 이목구비가 아주 아름다웠다. 젊었을 때 분명 굉장한 미인이었을 것이다.하지만 그녀가 현재 몇 살인지는 알 수 없었다. 얼굴의 주름은 약간 깊었고, 명품 옷을 입고 명품 가방을 들었지만, 어딘가 아파 보였다.일반적으로, 부유한 여성들은 자기 관리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하수연은 에르메스 가방을 들고 있기는 했지만, 얼굴에는 관리받은 흔적이 전혀 없었다.하수연은 박시준의 뒤를 따라 검사 샘플을 받으러 갔다.샘플 채취는 금방 끝났다. 직원이 그들에게 결과는 3일
오늘 그가 하수연을 만나 짧게나마 시간을 보내본 결과, 하수연은 그가 상상한 것과는 다른 사람이었다.그녀는 속셈이나 꿍꿍이와는 거리가 먼, 그저 순박한 노부인 같았다. 그녀가 그를 찾아온 것은 어쩌면 돈 때문이 아닌 가족애 때문일지도 몰랐다.그녀가 젊은 시절에 그를 찾아오지 않았던 것은 어쩌면 최경규가 그녀에게서 그를 강제로 빼앗아 갔거나, 당시 그녀에게는 그를 양육할 능력이 없었기 때문일지도 몰랐다.그녀가 최경규 같은 부류의 사람이 아니라면, 그가 그녀를 그렇게까지 적대시할 이유가 없었다.점심시간, 그는 진아연과 하수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아이들에게 이번 일에 대해 굳이 알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식사를 마친 후, 집에 도착해 두 아이가 낮잠에 빠진 뒤에야 두 사람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그 여자 사진 가지고 있어요? 너무 궁금해요. 두 사람이 도대체 얼마나 닮았는지." 진아연이 귤의 껍질을 벗겨 그에게 절반을 나누어주며 말했다."지금 모습의 사진은 없어." 그는 하수연이 젊었을 적의 사진을 열어 그녀에게 보여주었다. "사실 젊었을 때의 사진을 보면 더 와닿아."진아연은 사진을 보자마자 고개를 끄덕였다. "한눈에 봐도 두 사람이 닮았네요. 당신 눈과 코가 그녀와 정말 닮았어요.""맞아." 박시준이 휴대폰을 내려놓고는, 진아연이 건네준 귤을 먹으며 대답했다. "오늘 검사 샘플을 받은 후에, 검사비를 내고 싶어 했는데 내가 이미 내고 난 후라 그러지 못했어.""잘 됐네요, 그럼 돈 때문에 당신을 찾아온 게 아닐지도 모르잖아요.""알 수 없지. 오랜 시간 함께 지내본 다음에나 그 사람이 정말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는 것 아니겠어." 박시준이 귤을 두 입 만에 다 먹어 치우며 대답했다."이 귤, 새콤달콤하니 정말 맛있네요. 하수연이 정말 당신 어머니이고, 사람도 괜찮다면, 서로 알아가는 것도 괜찮죠. 당신이 말은 안 해도, 혈육 간의 정을 그리워하는 거 알고 있어요. 시은 씨를 대하는 태도
"참, 전에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진 적이 있었다고 했잖아, 최근에 또 그런 적은 없어?" 그는 그 일을 줄곧 마음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그 후로 그녀가 달리 말을 꺼내지 않자, 그 역시 묻지 않았다.이제 그녀가 다시 출근하기로 한 만큼, 그는 그녀의 건강에 문제가 없는지 정확히 해야 했다."최근에는 그런 적이 없었어요. 지난번엔 너무 피곤해서 그랬나 봐요!""재검사를 해보는 게 좋지 않을까?" 박시준이 그녀에게 넌지시 제안했다. "다음 주 월요일에 우선 재검사부터 받으러 가보는 게 어때!""재검사는 이미 예전에 한걸요. 괜찮아요." 진아연이 대답했다. "난 병원은 별로 안 가고 싶어요. 비록 내가 의사이긴 하지만, 다른 보통 사람들처럼 작은 이상은 최대한 덮어두고 싶어요. 어딘가 아픈 곳이 있지 않은 이상, 최대한 미루고 싶어요.""그렇지만 통증이 없는 전조증상도 있어.""맞아요. 하지만 매년 건강 검진을 받잖아요." 그녀가 눈살을 찌푸렸다. "올 상반기에 건강 검진을 했다고요. 우리 같이 했잖아요!""그래." 그가 마음을 놓으며 말했다. "낮잠 자러 나랑 같이 갈 거야?""먼저 가 있어요! 아이들 옷장을 정리해야 해요." 그녀가 탁자 위의 쇼핑백을 흘긋 바라보며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새 옷을 둘 공간이 없을 거예요.""도우미한테 시켜도 되잖아.""내가 무료해서 그래요." 그녀가 어쩔 수 없이 진심을 털어놓았다. "가서 자고 있어요! 난 이따 졸리면 올라갈게요.""알았어." 그는 소파에서 일어나 잠시 생각하더니, 그녀에게 물었다. "지금 한이는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어?""당신 얘기 한 적 없어요. 한이가 먼저 당신 얘기를 꺼내지 않는 이상, 혹시라도 한이의 반발심을 일으킬까 봐 나로서도 먼저 꺼낼 엄두가 나지 않고요." 그녀가 귤을 다 먹은 뒤 일어나며 말했다. "걱정하지 말아요. 한이가 지금 해외에 나가 있는 것도 아니니, 매일 만날 수 있잖아요. 시간이 지나면 한이도 아빠라고 부를 거예요."그녀의 위로에 그의 불안했던
여소정: "젠장! 10년 후라니... 그럼 됐어! 어디 기부해! 버리면 너무 낭비잖아.""응, 정리해서 기부하려고." 진아연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며 물었다. "준기 씨와 네가 너희 집으로 돌아가 살겠다고 하니, 시어머니 반응은 어떠셔?""우리 시어머니는 그 귀한 아들내미를 보지 않고는 못 사는 분이잖니." 여소정이 웃으며 대답했다. "어젯밤에 너한테 얘기한다는 걸 깜빡했네. 우리 시어머니, 아직 퇴원도 하지 않으셨으면서, 어디서 준기 씨가 우울해한다는 말을 들으시자마자 곧장 우리 집으로 달려오셨지, 뭐야. 담판이라도 지으시려는 것처럼 말이야. 그런데 막상 준기 씨가 시어머니 앞에서 자기는 정말 우울하다고 했더니, 그건 또 안 믿으시더라, 하하하하!""하하하! 아주머니는 준기 씨가 낙천적인 성격이라는 걸 잘 아시니까...""맞아, 하늘이 무너져도 하준기는 전혀 우울해하지 않을 사람이야. 준기 씨와 함께한 지 이렇게 오래되었는데도, 난 준기 씨가 잠을 뒤척이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매번 싸우고 난 뒤에, 나는 화가 나서 잠도 안 오는데, 준기 씨는 머리가 침대에 닿자마자 잠이 든다니까. 전혀 아무렇지도 않게 말이야. 딱 한 번, 유일하게 잠을 못 이뤘던 게 내가 처음으로 이혼 얘기를 꺼냈을 때였대. 준기 씨 말로는 그때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어서 병원에 가서 수면제를 타왔다고 하더라고. 이 인간은 자기 몸에 조금만 이상이 있어도 조르르 병원으로 달려간다니까. 이렇게 죽는 걸 무서워하는 사람이 우울할 겨를이 어디 있겠어?"진아연이 그녀의 말을 정정했다. "불면증과 우울증은 달라.""내가 보기엔 거의 비슷한 것 같아. 우울증의 증상은 기분이 가라앉고, 비관적인 거잖아. 그런데 사람이 잠만 잘 자도, 정신 상태가 그 정도까지 이르진 않을 거라고 봐.""그 말도 일리는 있어. 많은 우울증 환자가 불면증 증상을 보이거든." 진아연이 휴대폰을 내려놓고, 옷들을 정리하면서 여소정과의 영상 통화를 이어 나갔다."우리 시어머니가 준기 씨가 우울
곤히 잠든 그녀의 모습을 보자, 그는 더더욱 그녀를 깨울 수 없었다.안방에서 나오자 거실에 놓인 커다란 종이상자 몇 개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대표님, 이건 라엘 아가씨와 한이 도련님이 예전에 입던 옷들이에요. 아연 씨가 이 옷들을 기부할 거라고 했는데, 어디에 기부할 건지 물어본다는 걸 깜빡했네요." 이모님이 말했다. "경호원에게 상자를 치워달라고 할게요. 자리를 너무 많이 차지하네요."박시준: "빈곤한 산간 지역에 기부하도록 하죠. 연락처는 제가 알아볼게요."말을 마친 그는 소파에 앉아 휴대폰을 켰다.이모님은 그에게 줄 신선한 과일 접시를 준비하러 갔다.그의 회사는 매년 빈곤한 산간 지역에 일정 금액을 기부하고 있었다.그러나 그건 재무 부서 직원이 담당하는 일이었다.그는 재무 부서에 전화를 걸어, 산간 지역의 연락처를 물었다.재무 부서의 직원이 곧바로 관련 정보를 찾아와 말했다. "대표님, 저희가 기부하고 있는 자선 단체와 빈곤 지역의 학교들이 몇 곳 있습니다. 모두 보내드릴까요?""응."전화 통화를 마치자마자 그는 곧바로 상세 자료를 받았다.그는 빈곤 지역에 가본 적이 거의 없었다. 지성이를 조산해 수혈이 필요했을 때 그곳에 혈액을 구하러 갔던 것이 전부였다.문득 그의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왠지 모르게 그의 아이가 그런 환경에서 자란다면, 아이가 어떻게 변할지, 잘 자라날 수는 있을지 알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척박한 산간 지역에서는 삼시 세끼를 챙기는 것부터가 문제였다.의료 환경이 얼마나 열악한지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그는 줄곧 이 세상의 불공평함에 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가족들을 위해 열심히 살고 열심히 일해야 했다.자료를 보고 난 후, 그는 헌 옷을 기부하는 것만으로는 한참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는 재무 부서에 다시 전화를 걸었다. "성빈 씨 거기 있습니까?""재무 부장님께선 오늘 오지 않으셨습니다.""이따 내 개인 계좌로 10억을 이체할 테니, 구매 부서와 협력해 학용품들을 산간
점심.진아연은 박시준이 예약한 식당에 도착해 하수연을 만났다.박시준의 옆에 앉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하수연이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박시준이 전화로 감정 결과가 나왔고, 하수연이 그의 친어머니가 맞았음을 미리 알려주었다."아연 씨, 맞죠?" 하수연이 친절하면서도 조심스러운 미소를 띠며 물었다. "너무 예쁘네요."진아연 역시 다소 어색한 마음에, 열심히 대화 주제를 생각해냈다. "아주머니, 지금 B국에서 지내세요? B국에는 언제 가신 거예요?"하수연은 시선을 내리고 잠시 생각했다. "간지는 꽤 오래되었어요. 얘기하자면 좀 복잡한데... 그때 누군가에 의해 강제로 밀입국 당해서, 불법 노동자로 지냈어요. 다행히 운 좋게도 그곳에서 남편을 만났고요... 그곳에서는 하수연이라는 신분을 사용하지 않아요."박시준의 의혹이 마침내 풀리는 순간이었다.일전에 그가 하수연에 관해 알아보기 위해 B국으로 사람을 보냈었지만, 아무 정보도 찾을 수 없었다."그럼, 남편분께서도 함께 오셨나요?" 진아연이 물었다.하수연이 고개를 저었다. "남편은 이미 세상을 떠났어요. 사실 예전에, 뉴스에서 시준이를 본 적이 있어요. 그때 시준이를 보고, 저랑 참 닮았다고 생각했지만, 금방 접었어요. 제게는 오르지 못할 나무나 마찬가지니까요. 시준이의 생부가 최경규라는 걸 알고부터 정말 제 아들이 아닐까 생각하기 시작했어요.""그러셨군요, 우선 식사부터 하시죠! 음식이 다 식어 버리면 안 되잖아요." 진아연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오늘 그들은 양식을 먹으러 왔다.B국에서 돌아온 하수연에게 A국의 음식이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내린 결정이었다.진아연이 나이프와 포크를 들고 스테이크를 썰 준비를 했다.이때, 박시준이 자신이 썬 스테이크를 그녀에게 건네주었다.방금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그는 말없이 스테이크를 썰고 있었다.두 사람은 같은 메뉴를 주문했기 때문에, 박시준은 자신의 접시를 그녀 앞에 밀어주었다. 그리고 그녀는 자연스럽게 그 접시를 건네받았다.하수연이
하지만 그녀 얼굴의 주름은 온갖 풍파를 겪은 노고가 보였으며 실제 나이보다 훨씬 늙어 보였다."아이를 낳고 출근까지 해야 하니 아이를 돌볼 수 없었어요. 그리하여 시준이가 태어나고 줄곧 최경규 씨의 어머님이 돌보고 있었어요." 하수연은 과거를 떠올리며 말을 이었다. "저는 어느 정도 돈을 모은 후 최경규 씨를 찾아가 아이와 만나는 것을 요구했지만, 최경규 씨는 동의하지 않았어요. 나중에 연락처까지 바꿔서 찾을 수도 없었죠. 천만다행인 건 그의 이름을 알고 있다는 거였죠.""최경규 씨, 정말 나쁜 사람이네요!" 같은 어머니의 입장인 진아연은 하수연의 말을 듣고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그런 사람은 죽어도 마땅합니다!"하수연은 진아연의 말을 듣더니 눈을 깜빡이며 이어 말하고 싶은 듯했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이에 분위기도 갑자기 싸늘해졌다.박시준은 진아연을 바라보며 물었다. "더 먹고 싶은 게 있어?"진아연은 포크로 접시에 놓인 브로콜리를 옆으로 치우며 답했다. "이 정도면 됐어요. 아줌마한테 더 드시고 싶은 게 있는지 물어보세요."박시준은 그녀의 말을 듣더니 한참 동안 침묵했다.이에 하수연은 급히 입을 열었다. "저는 이 정도면 충분해요.""아줌마, 괜찮아요. 스테이크를 별로 좋아하지 않으신 것 같은데요. 메뉴에 다른 주식이 있으니까 먹고 싶은 음식이 있으면 시키세요." 진아연은 메뉴판을 하수연에게 건네며 말했다.하수연은 열정적인 진아연의 모습에 웃으며 메뉴판을 들고 김치볶음밥을 주문했다."그래도 음식 취향은 본지 취향인가 봐요." 진아연은 웃으며 말했다."네." 하수연은 메뉴판을 내려놓으며 말을 이었고 아무래도 음식 습관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은 듯했다."아주머니, 이제 어떻게 하실 계획이세요? B국에서 일할 의향은 있으세요?" 진아연은 그녀의 생각이 궁금했다.하수연은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저는 남편이 남긴 적금으로 생활할 생각이에요.""그럼 이제 B국으로 돌아갈 생각이세요? 아니면 이곳에 머무를 생각이에요?
진아연은 그의 말에 동의했다."물론 많은 의문점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그래." 박시준은 3일 전에 그녀와 만난 적이 있었다.박시준은 단 두 번의 만남으로 그녀한테서 수상함도 느꼈지만, 이보다 더 한 것은 그녀한테서 풍기는 연민의 여운이었다.그는 사람을 등급으로 분류하여 취급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하수연이 아무리 명품 옷을 입고 에르메스 가방을 들고 귀부인인 척하지만, 그녀의 행동거지는 절대 속일 수 없는 부분은 박시준도 무의식적으로 의식했다."시준 씨, 우리 일단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요. 몇 번 만나보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을 거예요." 진아연도 그녀의 이상함을 느꼈지만, 공격적인 사람이 아니라는 걸 느꼈다.그녀가 마음속에 어떤 일을 숨기더라도 절대 이들을 해치지 않을 거라 믿고 있었다."난 그녀가 다른 사람들에게 이용당할까 봐 두려울 뿐이야." 박시준은 스스로 걱정하고 있는 부분을 그녀한테 알렸다. "만약 나의 생모라는 일로 문제를 일으키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분명 그녀를 이용할 거야."이에 진아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아주머니의 전화번호를 알려주세요. 제가 아줌마에게 조심하라고 얘기할게요.""그래." 박시준은 전화번호를 그녀한테 보내며 물었다. "집으로 돌아갈 거야? 아니면 회사에 갈 거야?"진아연은 배를 만지며 붉어진 얼굴로 그한테 말했다. "저 아직 배고파요."박시준: "그럼 방금 갔던 식당으로 갈까? 아니면 다른 음식 먹어도 괜찮아.""저는 서양식이 별로예요." 그녀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방금 아줌마가 드신 김치볶음밥을 보더니 너무 맛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어요. 갑자기 매운 닭발이 먹고 싶네요."박시준은 밖에서 매운 닭발을 먹어본 적이 없지만, 이런 간단한 요리는 일반 식당에 있을 거라 생각했다."제가 진짜 맛있는 매운 닭발집을 알고 있어요." 그녀는 박시준이 채 말하기도 전에 닭발집 주소부터 알려줬다.이에 기사는 휴대폰 지도에서 식당 이름을 찾더니 바로 목적지로 향했다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