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휴대폰을 집어 들자, 어제 그 번호가 보였다.그는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전화를 받았다."시준아, 나 벌써 A국에 도착했는데, 언제 시간 되니? 우리 만나자꾸나!" 전화기 너머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지금 어디세요?" 박시준이 시간을 확인했다.오전 10시였다."호텔이야. 점심에 같이 식사 어떠니?" 여자가 조심스럽게 물었다."그럴 필요 없습니다. 그냥 바로 감정센터에서 만나죠." 박시준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위치를 보내 드리겠습니다."전화기 너머의 여성은 2초간 침묵하더니, 이내 대답했다. "알았어."그녀는 '알았다'라는 말 외에, 다른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마치 그의 심기를 거스를까 두렵기라도 한 것처럼.전화를 끊은 후, 박시준은 감정센터의 위치를 전송한 뒤, 몸을 일으켜 서재에서 나와 외출 준비를 했다.그가 외출 준비를 하는 모습을 보자마자 이모님이 물었다. "대표님, 어디 가세요? 아연 씨가 집에서 쉬고 계시라고 하지 않았던가요?""이따가 제가 얘기할게요." 박시준이 신발장 앞에서 신발을 갈아 신으며 대답했다. "이따 가족들을 만나러 갈 겁니다.""네, 알았어요."박시준이 나간 후, 이모님은 곧바로 진아연에게 전화를 걸어 그가 외출했음을 알렸다.이모님의 마음속에 진아연은 이 집의 여주인이므로, 집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그녀에게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네, 그렇군요. 아직 연락 없었어요. 점심에 연락이 올지 기다려 보죠." 진아연은 옷 가게에서 두 아이가 옷을 입어보는 것을 보고 있었다."응."통화를 마친 후, 진아연은 두 아이가 있는 쪽을 향해 사진을 찍은 뒤, 박시준에게 보냈다.그녀는 박시준이 외출한 이유를 바로 그녀에게 이야기할지 알고 싶었다.사진을 보낸 다음 그녀는 두 아이에게 다가갔다."엄마, 누구랑 전화했어요?" 라엘이 물었다."이모님한테서 온 전화였어. 아빠가 외출하셨대." 진아연이 사실대로 말했다."아빠는 왜 외출하신 거래요? 엄마가 집에서 쉬라고 했잖아요! 아
그의 마음속에 강렬한 예감이 차올랐다. 어쩌면 이 여자가 정말로 자신의 생모일지도 모른다는 강렬한 예감이.만약 그게 아니라면, 그와 함께 친자 확인 검사를 하겠다며 감정센터에 나타나지도 못했을 것이다.여자가 빠르게 로비 안으로 들어왔다.박시준을 보자마자 그녀는 곧바로 그에게 다가갔다. "안녕, 시준아. 난... 하수연이라고 한단다. 최경규한테서 얘기를 들었을지 모르겠구나."박시준이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한 글자 한 글자 정확하게 말했다. "아니요. 들은 적 없습니다."최경규는 수많은 여인과 놀아나며 수많은 사생아를 낳았다.그런 그가 그 많은 여자들의 이름을 어떻게 다 기억할 수 있겠는가.그가 최운철과 최은서를 키운 것이 오히려 그에게는 큰 자비를 베푼 셈이나 마찬가지였다."그럴 만도 하지, 그 사람한테는 여자가 정말 많았으니까. 기억하지 못하는 게 정상이야." 하수연이 자조적으로 말했다. "그 사람이 밉지? 그가 사형을 선고받았을 때 그를 돕기 위해 나서지 않더구나. 네 능력이면 충분히 도와줄 수 있었을 텐데."하수연의 질문에 박시준은 눈살을 찌푸렸다."해외에서 지낸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가 의아해하며 물었다.하수연의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하수연이 안절부절못하며, 떨리는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 "나, 나는... 네가 내 아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후부터 그 사람의 상황을 알아보고 있었단다...""우선 검사부터 하러 가죠!" 박시준이 그녀에게서 시선을 돌렸다.하수연은 이목구비가 아주 아름다웠다. 젊었을 때 분명 굉장한 미인이었을 것이다.하지만 그녀가 현재 몇 살인지는 알 수 없었다. 얼굴의 주름은 약간 깊었고, 명품 옷을 입고 명품 가방을 들었지만, 어딘가 아파 보였다.일반적으로, 부유한 여성들은 자기 관리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하수연은 에르메스 가방을 들고 있기는 했지만, 얼굴에는 관리받은 흔적이 전혀 없었다.하수연은 박시준의 뒤를 따라 검사 샘플을 받으러 갔다.샘플 채취는 금방 끝났다. 직원이 그들에게 결과는 3일
오늘 그가 하수연을 만나 짧게나마 시간을 보내본 결과, 하수연은 그가 상상한 것과는 다른 사람이었다.그녀는 속셈이나 꿍꿍이와는 거리가 먼, 그저 순박한 노부인 같았다. 그녀가 그를 찾아온 것은 어쩌면 돈 때문이 아닌 가족애 때문일지도 몰랐다.그녀가 젊은 시절에 그를 찾아오지 않았던 것은 어쩌면 최경규가 그녀에게서 그를 강제로 빼앗아 갔거나, 당시 그녀에게는 그를 양육할 능력이 없었기 때문일지도 몰랐다.그녀가 최경규 같은 부류의 사람이 아니라면, 그가 그녀를 그렇게까지 적대시할 이유가 없었다.점심시간, 그는 진아연과 하수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아이들에게 이번 일에 대해 굳이 알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식사를 마친 후, 집에 도착해 두 아이가 낮잠에 빠진 뒤에야 두 사람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그 여자 사진 가지고 있어요? 너무 궁금해요. 두 사람이 도대체 얼마나 닮았는지." 진아연이 귤의 껍질을 벗겨 그에게 절반을 나누어주며 말했다."지금 모습의 사진은 없어." 그는 하수연이 젊었을 적의 사진을 열어 그녀에게 보여주었다. "사실 젊었을 때의 사진을 보면 더 와닿아."진아연은 사진을 보자마자 고개를 끄덕였다. "한눈에 봐도 두 사람이 닮았네요. 당신 눈과 코가 그녀와 정말 닮았어요.""맞아." 박시준이 휴대폰을 내려놓고는, 진아연이 건네준 귤을 먹으며 대답했다. "오늘 검사 샘플을 받은 후에, 검사비를 내고 싶어 했는데 내가 이미 내고 난 후라 그러지 못했어.""잘 됐네요, 그럼 돈 때문에 당신을 찾아온 게 아닐지도 모르잖아요.""알 수 없지. 오랜 시간 함께 지내본 다음에나 그 사람이 정말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는 것 아니겠어." 박시준이 귤을 두 입 만에 다 먹어 치우며 대답했다."이 귤, 새콤달콤하니 정말 맛있네요. 하수연이 정말 당신 어머니이고, 사람도 괜찮다면, 서로 알아가는 것도 괜찮죠. 당신이 말은 안 해도, 혈육 간의 정을 그리워하는 거 알고 있어요. 시은 씨를 대하는 태도
"참, 전에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진 적이 있었다고 했잖아, 최근에 또 그런 적은 없어?" 그는 그 일을 줄곧 마음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그 후로 그녀가 달리 말을 꺼내지 않자, 그 역시 묻지 않았다.이제 그녀가 다시 출근하기로 한 만큼, 그는 그녀의 건강에 문제가 없는지 정확히 해야 했다."최근에는 그런 적이 없었어요. 지난번엔 너무 피곤해서 그랬나 봐요!""재검사를 해보는 게 좋지 않을까?" 박시준이 그녀에게 넌지시 제안했다. "다음 주 월요일에 우선 재검사부터 받으러 가보는 게 어때!""재검사는 이미 예전에 한걸요. 괜찮아요." 진아연이 대답했다. "난 병원은 별로 안 가고 싶어요. 비록 내가 의사이긴 하지만, 다른 보통 사람들처럼 작은 이상은 최대한 덮어두고 싶어요. 어딘가 아픈 곳이 있지 않은 이상, 최대한 미루고 싶어요.""그렇지만 통증이 없는 전조증상도 있어.""맞아요. 하지만 매년 건강 검진을 받잖아요." 그녀가 눈살을 찌푸렸다. "올 상반기에 건강 검진을 했다고요. 우리 같이 했잖아요!""그래." 그가 마음을 놓으며 말했다. "낮잠 자러 나랑 같이 갈 거야?""먼저 가 있어요! 아이들 옷장을 정리해야 해요." 그녀가 탁자 위의 쇼핑백을 흘긋 바라보며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새 옷을 둘 공간이 없을 거예요.""도우미한테 시켜도 되잖아.""내가 무료해서 그래요." 그녀가 어쩔 수 없이 진심을 털어놓았다. "가서 자고 있어요! 난 이따 졸리면 올라갈게요.""알았어." 그는 소파에서 일어나 잠시 생각하더니, 그녀에게 물었다. "지금 한이는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어?""당신 얘기 한 적 없어요. 한이가 먼저 당신 얘기를 꺼내지 않는 이상, 혹시라도 한이의 반발심을 일으킬까 봐 나로서도 먼저 꺼낼 엄두가 나지 않고요." 그녀가 귤을 다 먹은 뒤 일어나며 말했다. "걱정하지 말아요. 한이가 지금 해외에 나가 있는 것도 아니니, 매일 만날 수 있잖아요. 시간이 지나면 한이도 아빠라고 부를 거예요."그녀의 위로에 그의 불안했던
여소정: "젠장! 10년 후라니... 그럼 됐어! 어디 기부해! 버리면 너무 낭비잖아.""응, 정리해서 기부하려고." 진아연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며 물었다. "준기 씨와 네가 너희 집으로 돌아가 살겠다고 하니, 시어머니 반응은 어떠셔?""우리 시어머니는 그 귀한 아들내미를 보지 않고는 못 사는 분이잖니." 여소정이 웃으며 대답했다. "어젯밤에 너한테 얘기한다는 걸 깜빡했네. 우리 시어머니, 아직 퇴원도 하지 않으셨으면서, 어디서 준기 씨가 우울해한다는 말을 들으시자마자 곧장 우리 집으로 달려오셨지, 뭐야. 담판이라도 지으시려는 것처럼 말이야. 그런데 막상 준기 씨가 시어머니 앞에서 자기는 정말 우울하다고 했더니, 그건 또 안 믿으시더라, 하하하하!""하하하! 아주머니는 준기 씨가 낙천적인 성격이라는 걸 잘 아시니까...""맞아, 하늘이 무너져도 하준기는 전혀 우울해하지 않을 사람이야. 준기 씨와 함께한 지 이렇게 오래되었는데도, 난 준기 씨가 잠을 뒤척이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매번 싸우고 난 뒤에, 나는 화가 나서 잠도 안 오는데, 준기 씨는 머리가 침대에 닿자마자 잠이 든다니까. 전혀 아무렇지도 않게 말이야. 딱 한 번, 유일하게 잠을 못 이뤘던 게 내가 처음으로 이혼 얘기를 꺼냈을 때였대. 준기 씨 말로는 그때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어서 병원에 가서 수면제를 타왔다고 하더라고. 이 인간은 자기 몸에 조금만 이상이 있어도 조르르 병원으로 달려간다니까. 이렇게 죽는 걸 무서워하는 사람이 우울할 겨를이 어디 있겠어?"진아연이 그녀의 말을 정정했다. "불면증과 우울증은 달라.""내가 보기엔 거의 비슷한 것 같아. 우울증의 증상은 기분이 가라앉고, 비관적인 거잖아. 그런데 사람이 잠만 잘 자도, 정신 상태가 그 정도까지 이르진 않을 거라고 봐.""그 말도 일리는 있어. 많은 우울증 환자가 불면증 증상을 보이거든." 진아연이 휴대폰을 내려놓고, 옷들을 정리하면서 여소정과의 영상 통화를 이어 나갔다."우리 시어머니가 준기 씨가 우울
곤히 잠든 그녀의 모습을 보자, 그는 더더욱 그녀를 깨울 수 없었다.안방에서 나오자 거실에 놓인 커다란 종이상자 몇 개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대표님, 이건 라엘 아가씨와 한이 도련님이 예전에 입던 옷들이에요. 아연 씨가 이 옷들을 기부할 거라고 했는데, 어디에 기부할 건지 물어본다는 걸 깜빡했네요." 이모님이 말했다. "경호원에게 상자를 치워달라고 할게요. 자리를 너무 많이 차지하네요."박시준: "빈곤한 산간 지역에 기부하도록 하죠. 연락처는 제가 알아볼게요."말을 마친 그는 소파에 앉아 휴대폰을 켰다.이모님은 그에게 줄 신선한 과일 접시를 준비하러 갔다.그의 회사는 매년 빈곤한 산간 지역에 일정 금액을 기부하고 있었다.그러나 그건 재무 부서 직원이 담당하는 일이었다.그는 재무 부서에 전화를 걸어, 산간 지역의 연락처를 물었다.재무 부서의 직원이 곧바로 관련 정보를 찾아와 말했다. "대표님, 저희가 기부하고 있는 자선 단체와 빈곤 지역의 학교들이 몇 곳 있습니다. 모두 보내드릴까요?""응."전화 통화를 마치자마자 그는 곧바로 상세 자료를 받았다.그는 빈곤 지역에 가본 적이 거의 없었다. 지성이를 조산해 수혈이 필요했을 때 그곳에 혈액을 구하러 갔던 것이 전부였다.문득 그의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왠지 모르게 그의 아이가 그런 환경에서 자란다면, 아이가 어떻게 변할지, 잘 자라날 수는 있을지 알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척박한 산간 지역에서는 삼시 세끼를 챙기는 것부터가 문제였다.의료 환경이 얼마나 열악한지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그는 줄곧 이 세상의 불공평함에 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가족들을 위해 열심히 살고 열심히 일해야 했다.자료를 보고 난 후, 그는 헌 옷을 기부하는 것만으로는 한참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는 재무 부서에 다시 전화를 걸었다. "성빈 씨 거기 있습니까?""재무 부장님께선 오늘 오지 않으셨습니다.""이따 내 개인 계좌로 10억을 이체할 테니, 구매 부서와 협력해 학용품들을 산간
점심.진아연은 박시준이 예약한 식당에 도착해 하수연을 만났다.박시준의 옆에 앉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하수연이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박시준이 전화로 감정 결과가 나왔고, 하수연이 그의 친어머니가 맞았음을 미리 알려주었다."아연 씨, 맞죠?" 하수연이 친절하면서도 조심스러운 미소를 띠며 물었다. "너무 예쁘네요."진아연 역시 다소 어색한 마음에, 열심히 대화 주제를 생각해냈다. "아주머니, 지금 B국에서 지내세요? B국에는 언제 가신 거예요?"하수연은 시선을 내리고 잠시 생각했다. "간지는 꽤 오래되었어요. 얘기하자면 좀 복잡한데... 그때 누군가에 의해 강제로 밀입국 당해서, 불법 노동자로 지냈어요. 다행히 운 좋게도 그곳에서 남편을 만났고요... 그곳에서는 하수연이라는 신분을 사용하지 않아요."박시준의 의혹이 마침내 풀리는 순간이었다.일전에 그가 하수연에 관해 알아보기 위해 B국으로 사람을 보냈었지만, 아무 정보도 찾을 수 없었다."그럼, 남편분께서도 함께 오셨나요?" 진아연이 물었다.하수연이 고개를 저었다. "남편은 이미 세상을 떠났어요. 사실 예전에, 뉴스에서 시준이를 본 적이 있어요. 그때 시준이를 보고, 저랑 참 닮았다고 생각했지만, 금방 접었어요. 제게는 오르지 못할 나무나 마찬가지니까요. 시준이의 생부가 최경규라는 걸 알고부터 정말 제 아들이 아닐까 생각하기 시작했어요.""그러셨군요, 우선 식사부터 하시죠! 음식이 다 식어 버리면 안 되잖아요." 진아연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오늘 그들은 양식을 먹으러 왔다.B국에서 돌아온 하수연에게 A국의 음식이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내린 결정이었다.진아연이 나이프와 포크를 들고 스테이크를 썰 준비를 했다.이때, 박시준이 자신이 썬 스테이크를 그녀에게 건네주었다.방금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그는 말없이 스테이크를 썰고 있었다.두 사람은 같은 메뉴를 주문했기 때문에, 박시준은 자신의 접시를 그녀 앞에 밀어주었다. 그리고 그녀는 자연스럽게 그 접시를 건네받았다.하수연이
하지만 그녀 얼굴의 주름은 온갖 풍파를 겪은 노고가 보였으며 실제 나이보다 훨씬 늙어 보였다."아이를 낳고 출근까지 해야 하니 아이를 돌볼 수 없었어요. 그리하여 시준이가 태어나고 줄곧 최경규 씨의 어머님이 돌보고 있었어요." 하수연은 과거를 떠올리며 말을 이었다. "저는 어느 정도 돈을 모은 후 최경규 씨를 찾아가 아이와 만나는 것을 요구했지만, 최경규 씨는 동의하지 않았어요. 나중에 연락처까지 바꿔서 찾을 수도 없었죠. 천만다행인 건 그의 이름을 알고 있다는 거였죠.""최경규 씨, 정말 나쁜 사람이네요!" 같은 어머니의 입장인 진아연은 하수연의 말을 듣고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그런 사람은 죽어도 마땅합니다!"하수연은 진아연의 말을 듣더니 눈을 깜빡이며 이어 말하고 싶은 듯했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이에 분위기도 갑자기 싸늘해졌다.박시준은 진아연을 바라보며 물었다. "더 먹고 싶은 게 있어?"진아연은 포크로 접시에 놓인 브로콜리를 옆으로 치우며 답했다. "이 정도면 됐어요. 아줌마한테 더 드시고 싶은 게 있는지 물어보세요."박시준은 그녀의 말을 듣더니 한참 동안 침묵했다.이에 하수연은 급히 입을 열었다. "저는 이 정도면 충분해요.""아줌마, 괜찮아요. 스테이크를 별로 좋아하지 않으신 것 같은데요. 메뉴에 다른 주식이 있으니까 먹고 싶은 음식이 있으면 시키세요." 진아연은 메뉴판을 하수연에게 건네며 말했다.하수연은 열정적인 진아연의 모습에 웃으며 메뉴판을 들고 김치볶음밥을 주문했다."그래도 음식 취향은 본지 취향인가 봐요." 진아연은 웃으며 말했다."네." 하수연은 메뉴판을 내려놓으며 말을 이었고 아무래도 음식 습관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은 듯했다."아주머니, 이제 어떻게 하실 계획이세요? B국에서 일할 의향은 있으세요?" 진아연은 그녀의 생각이 궁금했다.하수연은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저는 남편이 남긴 적금으로 생활할 생각이에요.""그럼 이제 B국으로 돌아갈 생각이세요? 아니면 이곳에 머무를 생각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