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진아연은 박시준이 예약한 식당에 도착해 하수연을 만났다.박시준의 옆에 앉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하수연이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박시준이 전화로 감정 결과가 나왔고, 하수연이 그의 친어머니가 맞았음을 미리 알려주었다."아연 씨, 맞죠?" 하수연이 친절하면서도 조심스러운 미소를 띠며 물었다. "너무 예쁘네요."진아연 역시 다소 어색한 마음에, 열심히 대화 주제를 생각해냈다. "아주머니, 지금 B국에서 지내세요? B국에는 언제 가신 거예요?"하수연은 시선을 내리고 잠시 생각했다. "간지는 꽤 오래되었어요. 얘기하자면 좀 복잡한데... 그때 누군가에 의해 강제로 밀입국 당해서, 불법 노동자로 지냈어요. 다행히 운 좋게도 그곳에서 남편을 만났고요... 그곳에서는 하수연이라는 신분을 사용하지 않아요."박시준의 의혹이 마침내 풀리는 순간이었다.일전에 그가 하수연에 관해 알아보기 위해 B국으로 사람을 보냈었지만, 아무 정보도 찾을 수 없었다."그럼, 남편분께서도 함께 오셨나요?" 진아연이 물었다.하수연이 고개를 저었다. "남편은 이미 세상을 떠났어요. 사실 예전에, 뉴스에서 시준이를 본 적이 있어요. 그때 시준이를 보고, 저랑 참 닮았다고 생각했지만, 금방 접었어요. 제게는 오르지 못할 나무나 마찬가지니까요. 시준이의 생부가 최경규라는 걸 알고부터 정말 제 아들이 아닐까 생각하기 시작했어요.""그러셨군요, 우선 식사부터 하시죠! 음식이 다 식어 버리면 안 되잖아요." 진아연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오늘 그들은 양식을 먹으러 왔다.B국에서 돌아온 하수연에게 A국의 음식이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내린 결정이었다.진아연이 나이프와 포크를 들고 스테이크를 썰 준비를 했다.이때, 박시준이 자신이 썬 스테이크를 그녀에게 건네주었다.방금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그는 말없이 스테이크를 썰고 있었다.두 사람은 같은 메뉴를 주문했기 때문에, 박시준은 자신의 접시를 그녀 앞에 밀어주었다. 그리고 그녀는 자연스럽게 그 접시를 건네받았다.하수연이
하지만 그녀 얼굴의 주름은 온갖 풍파를 겪은 노고가 보였으며 실제 나이보다 훨씬 늙어 보였다."아이를 낳고 출근까지 해야 하니 아이를 돌볼 수 없었어요. 그리하여 시준이가 태어나고 줄곧 최경규 씨의 어머님이 돌보고 있었어요." 하수연은 과거를 떠올리며 말을 이었다. "저는 어느 정도 돈을 모은 후 최경규 씨를 찾아가 아이와 만나는 것을 요구했지만, 최경규 씨는 동의하지 않았어요. 나중에 연락처까지 바꿔서 찾을 수도 없었죠. 천만다행인 건 그의 이름을 알고 있다는 거였죠.""최경규 씨, 정말 나쁜 사람이네요!" 같은 어머니의 입장인 진아연은 하수연의 말을 듣고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그런 사람은 죽어도 마땅합니다!"하수연은 진아연의 말을 듣더니 눈을 깜빡이며 이어 말하고 싶은 듯했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이에 분위기도 갑자기 싸늘해졌다.박시준은 진아연을 바라보며 물었다. "더 먹고 싶은 게 있어?"진아연은 포크로 접시에 놓인 브로콜리를 옆으로 치우며 답했다. "이 정도면 됐어요. 아줌마한테 더 드시고 싶은 게 있는지 물어보세요."박시준은 그녀의 말을 듣더니 한참 동안 침묵했다.이에 하수연은 급히 입을 열었다. "저는 이 정도면 충분해요.""아줌마, 괜찮아요. 스테이크를 별로 좋아하지 않으신 것 같은데요. 메뉴에 다른 주식이 있으니까 먹고 싶은 음식이 있으면 시키세요." 진아연은 메뉴판을 하수연에게 건네며 말했다.하수연은 열정적인 진아연의 모습에 웃으며 메뉴판을 들고 김치볶음밥을 주문했다."그래도 음식 취향은 본지 취향인가 봐요." 진아연은 웃으며 말했다."네." 하수연은 메뉴판을 내려놓으며 말을 이었고 아무래도 음식 습관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은 듯했다."아주머니, 이제 어떻게 하실 계획이세요? B국에서 일할 의향은 있으세요?" 진아연은 그녀의 생각이 궁금했다.하수연은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저는 남편이 남긴 적금으로 생활할 생각이에요.""그럼 이제 B국으로 돌아갈 생각이세요? 아니면 이곳에 머무를 생각이에요?
진아연은 그의 말에 동의했다."물론 많은 의문점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그래." 박시준은 3일 전에 그녀와 만난 적이 있었다.박시준은 단 두 번의 만남으로 그녀한테서 수상함도 느꼈지만, 이보다 더 한 것은 그녀한테서 풍기는 연민의 여운이었다.그는 사람을 등급으로 분류하여 취급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하수연이 아무리 명품 옷을 입고 에르메스 가방을 들고 귀부인인 척하지만, 그녀의 행동거지는 절대 속일 수 없는 부분은 박시준도 무의식적으로 의식했다."시준 씨, 우리 일단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요. 몇 번 만나보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을 거예요." 진아연도 그녀의 이상함을 느꼈지만, 공격적인 사람이 아니라는 걸 느꼈다.그녀가 마음속에 어떤 일을 숨기더라도 절대 이들을 해치지 않을 거라 믿고 있었다."난 그녀가 다른 사람들에게 이용당할까 봐 두려울 뿐이야." 박시준은 스스로 걱정하고 있는 부분을 그녀한테 알렸다. "만약 나의 생모라는 일로 문제를 일으키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분명 그녀를 이용할 거야."이에 진아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아주머니의 전화번호를 알려주세요. 제가 아줌마에게 조심하라고 얘기할게요.""그래." 박시준은 전화번호를 그녀한테 보내며 물었다. "집으로 돌아갈 거야? 아니면 회사에 갈 거야?"진아연은 배를 만지며 붉어진 얼굴로 그한테 말했다. "저 아직 배고파요."박시준: "그럼 방금 갔던 식당으로 갈까? 아니면 다른 음식 먹어도 괜찮아.""저는 서양식이 별로예요." 그녀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방금 아줌마가 드신 김치볶음밥을 보더니 너무 맛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어요. 갑자기 매운 닭발이 먹고 싶네요."박시준은 밖에서 매운 닭발을 먹어본 적이 없지만, 이런 간단한 요리는 일반 식당에 있을 거라 생각했다."제가 진짜 맛있는 매운 닭발집을 알고 있어요." 그녀는 박시준이 채 말하기도 전에 닭발집 주소부터 알려줬다.이에 기사는 휴대폰 지도에서 식당 이름을 찾더니 바로 목적지로 향했다
진아연은 웃으며 답했다. "네. 맞아요."박시준은 그녀의 대답에 진아연이 왜 굳이 이곳에 와서 닭발을 먹으려는지 알게 되었다.그녀는 어머니가 그리웠던 거였다.호텔로 돌아간 하수연은 객실 카드로 방문을 열어 들어갔고방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왕은지를 보자 깜짝 놀랐다!"당신, 당신이 왜 여기 있어요?!" 하수연은 너무 놀란 나머지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왕은지는 놀란 토끼 눈을 하며 자기를 바라보는 하수연을 보면서 교활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잘 지냈어요? 한참 동안이나 나가 계신 걸 보니 아드님과 즐거운 식사를 하셨나 봐요?""저... 아직 그 정도로 가까워지지 않았어요... 그리고 저를 아직 인정하지 않았어요." 하수연은 가방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 소파에 앉았다. "왕 대표님, 아마 제가 부자가 아니라는 걸 눈치채서 저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게 아닐까요?""하수연 씨, 박시준 씨가 당신과 함께 식사한 건 당신을 인정하고 싶은 생각이 있으니까 동의한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진아연과 함께 당신과 밥 먹지 않았겠죠." 왕은지는 아무래도 그녀의 생각이 궁금했다. "박시준 씨은 돈도 많은데, 어느 정도 받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아니면 또 화장실 청소만 하는 나날로 돌아가고 싶은 거예요?""저한테 원하는 부분이 있어 도와주시는 건가요? 왕 대표님, 시준이는 저와 얘기조차 꺼리는데, 대표님을 도울 방법이 없어요." 하수연은 팔찌와 목걸이를 빼면서 그녀한테 말을 이었다. "이들한테 거짓말한 것도 불안해 죽겠어요. 더는 부자인 척하고 싶지 않아요.""하수연 씨, 만약 제가 계획한 절차대로 진행하지 않는다면 당신한테 아무것도 주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제 말대로 한다면 별장뿐만 아니라 남은 인생 돈 때문에 걱정할 필요도 없는 삶을 드릴 수 있어요. 돈도 있고 집도 있어야 인생이 완벽 그 자체라고 말할 수 있죠!"하수연은 왕은지의 말을 듣자 더욱 설레었다.만약 자기 힘으로 이루려 했다면, 별장이든 돈이든 평생 이룰 수 없는 것이다.게다가 그녀를 대하는
이럭저럭 2주가 지나갔다.머지않아 구정이 다가왔다.진아연은 한이와 박시준의 사이를 풀어주기 위해 같이 구정 테마 가족사진을 찍으러 가자고 제안했다.그녀의 제안에 라엘이는 당연히 동의했고 박시준도 찬성했다.그리고 이들의 시선이 한이에게 쏠렸다.한이는 가족사진에 관심 없었다. 사실 그저 박시준과 함께 사진을 찍고 싶지 않았다.한이는 박시준과 같은 공간에서 지낼 수 있었지만, 박시준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불편했다.이런 불편함은 마치 뼛속까지 각인된 감정 같았다."오빠! 우리 함께 사진 찍으러 가자!" 라엘이는 한이의 손을 잡고 애원했다. "나한테 주는 새해 선물이라 생각해!"라엘이의 말에 한이는 도저히 거부할 수 없었다.이들은 바로 사진관으로 출발했고 날씨가 추운 탓에 진아연은 실내 촬영을 주제로 예약했다.가족사진을 찍은 후, 카메라맨은 원본 사진을 보며 그녀한테 물었다. "아가씨, 따님과의 사진이 별로 없으신데, 함께 따로 찍으시지 않겠어요? 그리고 박 대표님은..."카메라맨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한이가 먼저 거절했다. "싫어요."카메라맨은 단지 그와 박시준이 부자 둘만의 사진을 찍을 의향이 있는지 물어본 거지만, 그는 단호한 태도로 거절했다.진아연은 카메라맨의 난처한 모습에 바로 말했다. "저와 딸만 찍을게요! 사람들이 딸이 저를 닮았다고 하지만 저는 딸이 저보다 훨씬 이쁘다고 생각하거든요."라엘이는 박시준과 진아연의 모든 장점을 갖추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용모가 맑고 빼어났다."진 아가씨, 너무 겸손하시네요! 따님도 이쁘지만, 진 아가씨도 미인이세요." 카메라맨은 그녀를 칭찬하고 이들을 촬영장으로 안내했다.물론 한이는 따라가지 않았고 박시준도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그는 아들과 같이 있고 싶었지만, 아들은 언제든지 떠날 것 같은 표정이었다."사진 찍는 걸 보러 가지 않을래?" 박시준은 용기 내 말을 걸었지만 바로 말을 돌렸다. "힘들면 여기에 잠깐 앉아있어. 난 사진 찍는 걸 보고 올게."박시준
사진 속의 아이는 그녀의 말대로 보면 볼수록 라엘이와 닮은 듯했다!다만 이는 박시준과 김영아의 아이였다!이때, '쾅' 소리가 촬영장 밖에서 전해졌다!박시준은 소리를 듣자 바로 밖으로 향했고이는 한이한테서 전해진 소리였다.박시준은 급히 한이에게 다가갔고한이는 그를 보자 바로 휴대폰을 건넸다.박시준은 휴대폰을 받았지만, 한이의 적대적인 눈길을 이해할 수 없었다."무슨 일이야?" 어리둥절한 박시준은 한이에게 물었다. "방금 무슨 물건이 떨어진 것 같은데. 휴대폰 떨어졌어?""제 휴대폰이 아니에요." 한이는 담담하게 답했다. "제가 던졌어요."방금 한이는 너무 화난 나머지 휴대폰을 바닥에 던졌고왠지 어머니가 화를 낼 것 같아 다시 주웠던 거다.박시준은 아무 말 없이 손에 들고 있는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다행히 휴대폰은 케이스 때문에 문제없었다.한이가 아무 이유 없이 자기 휴대폰을 던질 일 없다고 생각한 박시준은 휴대폰을 켰고 4D 입체 초음파 사진을 확인했다.사진 속 아기는 왠지 낯익었다.이는 바로 컬러 초음파 사진이었다!보통 그한테 이런 사진을 보내줄 사람이 없는데... 설마 김영아인가?그는 뒤로 버튼을 클릭해 발신자를 보더니 낯선 번호임을 확인했고같은 번호로 수많은 메시지가 온 것을 보게 되었다.박시준은 메시지를 대충 확인하고서야 한이가 왜 그의 휴대폰을 던질 정도로 화가 났는지 알게 되었다.이에 박시준도 어쩔 수 없었다.김영아가 굳이 그의 새로운 휴대폰 번호를 찾아 메시지를 보내는데, 이는 그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었다."한이야, 이건 김영아가 보낸 메시지야. 전에 카카오톡으로 친구 추가를 걸어왔지만, 바로 차단했어. 너희들을 속이고 그녀와 연락한 적 없어." 박시준은 목소리를 낮춰 그한테 설명했다. "그리고 네 엄마와도 합의했어. 난 다시는 Y국에 가지 않을 거고 이 아이도 인정하지 않을 생각이야."한이는 그의 설명에도 여전히 불쾌했다.한이는 김영아와 아 아이의 존재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엄마는 괜
곁에 있던 라엘도 진아연의 물음에 시무룩한 오빠의 모습을 주의하게 되었다."오빠, 기분 나쁜 일이 있어? 사진 찍는 게 싫으면 다음에 사진 찍으라고 강요하지 않을게." 라엘은 오빠의 팔을 잡고 그를 달래었다.한이는 어머니가 김영아의 일로 기분 망치지 않기를 바랐고박시준도 김영아를 차단했다고 하기에아무렇지 않은 척 말을 답했다. "조금 힘들어서 그래요. 쇼핑하는 것보다 더 지루하네요."그는 쇼핑을 좋아하지 않지만, 사진 찍는 것과 비교하면 차라리 쇼핑을 선택했을 거다.쇼핑은 밖에서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있지만, 촬영은 계속 스튜디오에 머물러야 하기에 그저 답답할 뿐이었다."오늘 낮잠 자지 못해 피곤하긴 하네. 다음에는 날씨 좋은 날에 가족사진 찍자. 그럼 밖에서 사진 찍으니 지루하지 않을 거야." 진아연은 웃으며 아들에게 약속했다. "난 네가 아빠한테 화난 줄 알았어! 엄마와 라엘이 사진 찍고 있을 때, 두 사람 잠깐 같이 있었잖아."한이는 그녀의 말을 듣더니 참지 못해 얘기할 뻔했다.이때 박시준이 화장실 앞에서 이들에게 물었다. "무슨 얘기하고 있어? 설마 날 욕하는 건 아니지?"그는 한이가 진아연에게 이를까 봐 두려웠다.물론 진아연이 알아도 무서워할 필요는 없었고기껏해야 진아연에게 다시 설명하면 그만이다."무슨 욕을 해요?" 진아연은 화장실에서 나오며 그한테 물었다. "나쁜 일도 하지 않았으면 그런 걱정할 필요 없잖아요. 켕기는 구석이라도 있어요?"이에 박시준은 바로 고개를 저었다. "애들과 손을 씻으러 가는데, 왜 날 부르지 않았어?""이제 다 큰 어른인데, 손 씻는 것까지 제가 불러야 하나요?" 진아연은 그의 말에 어이가 없었다. "그리고 화장실에 다 들어갈 수도 없잖아요."그녀는 화장실에서 나와 아이들을 보면서 목소리를 낮춰 박시준에게 말했다. "한이가 기분이 별로인 것 같아서 당신과 다퉜는지 물었어요."박시준은 그녀의 말을 듣더니 바짝 긴장했고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그러더니 뭐라고 말했어?""사진 찍는 게 너무
"천천히 생각해. 아직 멀었어!""네. 그런데 회사 파티에는 참석할 생각이에요? 회사 부대표가 직원들이 당신이 참석하기를 바란다고 알려줬어요. 아무래도 저희 회사 대주주니까 말이에요." 진아연은 웃으며 그한테 물었다."네가 출석하라고 하면 할게. 허락하지 않으면 그냥 집에 있지 뭐." 박시준은 사람 많은 곳을 싫어했고 자기 회사든, 그녀의 회사가 주최한 파티든 별로 관심이 없었다."그럼 참석하고 싶지 않다는 거네요! 그러면 아이들과 함께 참석할게요."그녀가 말을 마치자 박시준은 바로 말을 바꿨다. "아이들과 함께 가면 나도 함께 갈게!""네. 일단 나중에 봐요! 아직 아이들과 얘기하지 않았어요!" 진아연은 배를 만지며 말했다. "저는 그래도 여름이 좋아요. 여름이라면 아직 이리 어둡지 않았을 거예요! 겨울은 추울 뿐만 아니라 낮 시간도 너무 짧아요. 하루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는 것 같아요.""사실 매일매일 지내는 게 너무 빠르다고 생각해. 가끔 한이와 라엘을 보면 내 아이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아." 박시준은 내심 감개무량했다. "아이들의 성장을 기록해본 적 있어?""무슨 기록이요? 사진이나 문자를 말하는 거예요?""뭐든지 다 괜찮아. 난 아이들이 4살 전에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궁금해."이에 진아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전에 아이들이 갓 태어났을 때의 사진을 보여준 적이 있잖아요. 집에 사진첩이 있는데 아이들 어릴 적 사진이 있을 거예요. 제가 가져올게요.""알았어."진아연은 장희원이 지내던 방으로 들어가 사진첩을 꺼내 그한테 건넸다."귀국 후, 사진을 인쇄한 적이 없어요. 나중에 휴대폰에 저장한 사진들을 정리하고 인쇄해 사진첩으로 만들어야겠어요. 저는 사진첩이 좋아요. 전에 아이들의 사진을 인터넷에 저장했었어요. 제가 임신할 때의 사진도 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로그인이 안 되더라고요 비밀번호가 계속 틀려서 찾지 못했어요."진아연은 그저 안타까울 뿐이었다."저는 한이와 라엘이 갓 태어났을 때의 사진이 보고 싶어요. 사진첩에 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