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문이 다시 닫히자 봉민과 박시준은 멍하니 서로를 바라보았다."내 양아버지가 죽기를 바라는 거죠?""내가 진실을 말해주길 바라는 건 아니지?""말귀를 못 알아 들어요?! 내가 살아있는 한 당신이 내 양아버지를 해치게 놔둘수 없어요!""내가 손을 쓰려고 마음만 먹으면 넌 절대 나를 막지 못해.""당신은 다른 마음을 먹은 게 분명해요!""네 문제가 더 커. 넌 매일 내가 죽기를 바라고 있잖아. 내가 죽으면 영아를 얻을 수 있을 테니 말이야." 박시준이 말했다. "안타깝게도 영아는 이미 나에게 빠져버렸어. 넌 패자야!""박시준 씨, 좋아하기엔 아직 일러요, 언젠가 지금 날 깔본 거에 대해 비참한 대가를 치르게 될 거예요.""기다리고 있을게."...A국.A 공항.진아연과 위정은 시은이와 최운석을 데리고 공항에서 나왔고 나오자마자 마중 나온 마이크를 발견했다."진아연, 드디어 돌아왔구나!" 마이크가 그녀를 안아주었다. "너 없으면 나 버티기 힘들어."말을 마친 그는 그녀를 놔주고 시은이와 최운석을 바라보았다."두 남매가 많이 닮았네요." 마이크가 손을 내밀어 시은이의 볼을 꼬집었다. "시은 씨, 앞으로 다시는 그러면 안 돼요. 살아있으니 얼마나 좋아요. 죽으면 아무것도 못 봐요. 아직 지성이를 못 봤죠? 얼마나 귀여운지 몰라요. 귀엽기만 할 뿐만 아니라 장난꾸러기예요.""뭐? 지금 재롱도 피울 수 있어?" 진아연이 기억하는 아들은 아직 귀엽기만 한 꼬맹이였다.장난꾸러기와는 거리가 멀었다."지금 얼마나 말썽 꾸러긴데. 조금만 딴 곳에 눈길을 돌리고 있으면 집안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버린다니까." 마이크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모님은 신경도 안써. 너무 오냐오냐하는 것 같다니까."진아연: "너도 집에 있잖아?""회사가 위기에 처해 있는데 애 볼 겨를이 어디 있어?" 마이크가 머리를 긁적이며 그들을 데리고 공항을 나섰다. " 참, 성빈이가 나한테 투자가 필요하냐고 묻던데 너 돌아오면 다시 얘기하자고 했어. 세연 씨 돈으로 한동안
그는 일어나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도우미가 그를 보더니 곧 아침 식사를 가져왔다."영아는요?" 그가 물었다."영아는 병원에 갔어요. 김 대표님이 걱정된다고 아침 일찍 갔어요." 도우미가 말했다.박시준은 휴대폰을 꺼내 들고 김영아에게 전화를 걸었다.김영아가 곧 전화를 받았다. "시준 씨, 깼어요? 전 지금 병원에 있어요. 아빠가 아직 깨어나지 않았어요. 시준 씨는 집에서 좀 다 쉬다 오세요."박시준: "알았어, 깨면 바로 얘기해 줘.""알았어요."박시준은 아침을 먹고 집을 나섰다.그는 병원에 가지 않고 배태준의 집으로 향했다.배태준은 그가 정서훈의 여자친구를 보러 온 줄 알고 말했다. "죽진 않았는데 상처가 좀 심해. 의사의 말로는 적어도 보름 동안 누워 있어야 한대. 지금 2층에 있는데 올라가 보든가."박시준이 고개를 저었다. "산이 형, 저 다 기억났어요."배태준은 어리둥절해졌다. "뭐가 다 기억났다는 거야?"박시준이 입을 열려 할 때 배태준이 다리를 철썩 치며 말했다. "너 진아연이 떠오른 거야?!""네. 우리가 어떻게 만났고 어떻게 사랑을 했으며 왜 싸웠는지, 그리고 저가 왜 여기에 있는지 다 기억났어요.""그럼 지금 기분이 어때?" 배태준이 호기심에 그를 바라보았다."황당하게 느껴져요." 황당하기만 할 뿐만 아니라 후회스럽기도 했다."하하! 여기 온 걸 후회해?" 배태준이 그에게 차를 따라주며 말했다. "시준아, 넌 아직 젊어. 네가 내 나이가 되면 무슨 일이든, 그 일이 맞든 틀렸든 다 이해하기 나름이고 다 지나가게 돼 있다는 걸 알게 될 거야. 나중에 다시는 귀국하지 않고 여기서 평생을 산다고 해도 하루하루가 빠르게 흘러갈 거야.""저는 돌아갈 거예요." 그는 찻잔을 들고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여기서 평생 살 수는 없어요.""그건 돌아갈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그래." 배태준이 말했다. "진아연에게 얘기했어?"박시준이 고개를 저었다. "술을 마시고 미친 짓을 하고 깨어나니 자신이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을 했는지
"알았어요, 엄마가 약속 지키면 용서해줄게요." 라엘이 손을 내밀며 새끼손가락을 걸었다.한편 홍 아줌마는 시은이를 꼭 껴안았다."시은 아가씨, 아가씨가 죽었다는 말을 듣고 얼마나 슬펐는지 알아요? 시은 아가씨의 오빠는 또 얼마나 속상했게요, 살아있었으면서 우리한테 일찍 얘기해주지 그랬어요?" 홍 아줌마는 그녀를 자세히 훑어보며 말했다. "많이 야위었네요. 고생 많았죠?""좀 아팠어요. 죽을뻔했거든요." 시은이가 말했다. "운석 오빠가 날 살렸어요.""앞으로는 그러지 말아요. 안 그래도 몸이 안 좋은 사람이 그렇게 많은 피를 뽑으면 어떻게 해요? 자신의 목숨을 갖고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오빠가 얼마나 괴로워했는지 알아요?"시은이는 고개를 숙이고 홍 아줌마의 손을 잡았다. "잘못했어요. 오빠가 돌아오면 사과할게요."홍 아줌마가 다시 한번 그녀를 꼭 껴안았다. "시은 아가씨가 무사해서 참 다행이에요. 무사히 돌아왔으면 됐어요...""참, 홍 아줌마, 이 사람은 제 오빠예요." 시은이는 최운석을 끌어당기며 말했다. "최운석이라고 하는데 제 친오빠예요. 저한테 아주 많이 잘해줘요.""전에 본 적이 있어요. 아연 씨가 데려온 적이 있는데 제가 돌봐줬어요. 시은 아가씨처럼 아주 착한 사람이에요." 홍 아줌마는 감격에 젖어 최운석을 향해 말했다. "최운석 씨, 시은 아가씨를 구해줘서 고마워요. 앞으로 시은 아가씨랑 함께 생활하실 텐데 제가 두 분을 잘 돌봐드릴게요."시은이는 홍 아줌마의 손을 잡고 옆으로 가 단둘이 얘기했다. "홍 아줌마, 저... 위정 씨를 좋아해요. 앞으로 위정 씨와 함께 살고 싶어요."홍 아줌마는 어리둥절해졌다. "위정 씨랑 결혼할 생각이에요?"시은이가 수줍게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시은 씨 오빠... 박 대표님이...""오빠가 돌아오면 제가 오빠한테 말할게요. 허락하지 않으면 애원할거예요." 시은이가 고집스럽게 말했다. "그러면 봐줄 거예요."홍 아줌마는 화가 나기도 하고 우습기도 해 물었다. "위정 씨도 시은 아가씨가 이
박한은 시은이의 힘 있는 대답에 깜짝 놀랐다.시은이는 아주 허약해 보였지만 머리는 아주 맑은 것 같았다.심지어 그녀는 2년 전보다 훨씬 똑똑해진 것 같았다."고모, 우리 아빠한테 그런 말을 하다니, 섭섭하네요." 박우진이 말했다. "우리 아빠는 고모의 친오빠잖아요." "그럼 날 찾아오지 마. 난 너희들을 보고 싶지 않거든." 시은이가 시큰둥하게 말했다.최운석도 따라서 입을 열었다. "나도 당신들을 보고 싶지 않아. 당신은 내 피를 뽑았으니 나쁜 사람이야!"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박우진을 바라보았다. 박우진은 입을 헤벌린 채 어떻게 반박해야 할지 몰랐다."당신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시은 씨와 최운석은 다 알고 있어요. 그러니 그만 좀 해요." 홍 아줌마가 입을 열었다. "특히 박한 당신은 큰 오빠가 돼서 동생들을 돌보지도 않고 오히려 나쁜 마음을 먹고 있다니. 어르신이 살아계셔서 당신이 이렇게 변한 것을 보면 얼마나 서운해하시겠어요."박한: "닥쳐!"홍 아줌마가 경호원에게 말했다. "문단속 잘해요. 이들 부자가 들어오게 하면 안 돼요. 앞으로 이 두 사람이 접근하면 내쫓아요."홍 아줌마가 시은이와 최운석을 데리고 별장으로 들어갔다.박우진은 아버지의 얼굴이 파랗게 질린 것을 보고 다급히 그의 팔을 잡고 떠나려 했다. "아빠, 시은 고모가 예전보다 많이 회복된 것 같아요. 지금은 바보가 아닌 것 같은데요?"박한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꿈 깨! 지금은 바보일 뿐만 아니라 공격적이기까지 해!"박우진은 언짢았지만 너무 화나진 않았다."제 꿈이 깨진다면 진아연도 잘 살 수 있을거라 생각 하면 안돼요! 진아연이 왕은지에게 당한 걸 보니 마음이 꽤 편한데요." 박우진은 입꼬리를 올리고 사악하게 웃었다. "왕은지가 고급 인력을 많이 돌렸어요. 진명그룹은 곧 파산하게 될 것 같아요. 왕은지는 이렇게 진명그룹을 없애고 업계의 넘버원이 되려는 거죠. 왕은지가 국내 시장을 독점하고 나면 진명그룹은 기사회생할 기회조차 없어질 거예요."박한이 콧방귀를 뀌었다.
"한이가 B국에서 회사를 설립했어." 진아연이 대답했다. "은서를 위해 설립한 거야. 한이는 나중에 커서 아빠처럼 사업가가 될 것 같아.""뭘 하든 한이는 꼭 성공할 거야. IQ가 남다르잖아. 그리고 인내력도 놀라울 정도고.""한이 걱정은 안 해. 건강하고 무사하게만 자라주면 바랄 게 없어." 진아연은 지금 자신이 이 고비를 넘기지 못할까 걱정이었다.요즘 그녀는 머리를 쥐어짜며 고민했지만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그리고 그녀는 다른 사람의 돈을 쓰고 싶지 않았다.세연의 돈이든 ST그룹의 돈이든 말이다.그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 차라리 회사가 파산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회사에 도착한 그녀는 즉시 임원 회의를 소집했다."대표님, 뇌 외과 수술을 받았다고 하던데 건강은 회복한 거예요?" 부대표가 걱정스럽게 그녀를 바라보았다."많이 좋아졌어요.""지금 회사가 겪고 있는 어려움은 너무 까다로워요. 왕은지가 우리가 했던 모든 노력을 뒤엎었어요." 부대표가 말했다. "수술을 받은 지 얼마 안 됐는데 너무 무리하지 말아요. 회사가 없어지면 다시 설립하면 되지만 건강이 무너지면 손실이 이득보다 훨씬 커요.""전 괜찮아요. 오는 길에 마이크가 회사의 지난달 영업 보고서를 보여줬어요... 상황이 정말 안 좋긴 해요. 예전 시리즈는 전부 스톱해야만 제때 적자를 막을 수 있어요.""하지만 전부 스톱하면 왕은지 혼자 시장을 독점하게 돼요.""그럼 우리가 그 사람들과 가격 전쟁이라도 하자는 거예요?""우리에게 돈이 그렇게 많이 없어요." 부대표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왕은지는 지금 우릴 무너뜨리려고 벼르고 있어요."책상 위에 있는 진아연의 휴대폰 화면이 켜졌다.휴대폰을 든 그녀는 왕은지의 이름이 깜박이는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모든 사람 앞에서 전화를 받았다."진아연, 귀국했다면서?" 왕은지의 목소리는 기쁨과 자부심으로 차 넘쳤다. "점심에 한번 보자. 너한테 할 말이 많아.""전화로 얘기하면 안 돼요?" 얼굴 보고 모욕을 주려는
왕은지가 크게 웃어댔다."진아연, 어디서 나온 자신감으로 네가 날 뛰어넘고 날 죽일 수 있다고 큰소리치는 거야?" 왕은지는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나서 천천히 말했다. "내가 알기론 박시준이 Y국에 갇혀 귀국할 수 없다고 하던데? 그뿐만 아니라 Y국에 아내도 있다고, 곧 Y국에 있는 아내와 아이도 낳을 거라 그러더라고. 앞으로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르겠구나. 어차피 ST그룹의 대표는 이제 박시준이 아니라 그 바보인데 설마 아직도 누가 널 지지해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거야?"진아연은 조용히 듣기만 할 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사람 일은 모른다더니, 내가 B국에 있을 때 너희들이 이렇게 빨리 끝날 줄 어떻게 알았겠어? 하하!" 왕은지는 마음속의 기쁨을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었다. "아마 하늘의 뜻이겠지. 언젠가 내가 너희들을 짓밟을 날이 올 거라고 하나님이 정해준 것일지도 몰라."왕은지는 밥을 별로 먹지 않고얘기만 계속 늘어놨다.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 대표들을 알고 있고 그녀의 비즈니스 제국은 이미 무적이기 때문에 박시준 따위가 열 명이 몰려온대도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큰소리쳤다.그녀는 또 많은 말로 진아연을 공격했다.하지만 이러한 것들은 진아연의 식욕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진아연은 잘 먹고 잘 마시고 나서 벨을 누른 후 계산하려 했다.웨이터가 계산서를 가지고 다가왔다."저 사람이 계산할 거예요." 진아연은 입을 삐죽하고 왕은지를 가리키고는 가방을 들고 일어섰다. "난 낮잠 자러 가야겠어요. 또 큰소리치러 날 부르면 그땐 돈을 받을 거예요."왕은지가 차갑게 웃었다. "잠이 와?""왜 잠이 안 와요? 당신은 예전에 1년 동안이나 겁쟁이로 잘도 살아왔잖아요?" 진아연은 그녀를 비웃고 나서 성큼성큼 레스토랑을 나섰다.오전에 열린 임원 회의에서 모두 회사가 버티지 못할 거라는 결론이 나왔고 진아연더러 파산 준비를 하라고 했다.그녀의 회사이니 회사가 파산된다는 사실은 진아연에게 가장 큰 충격을 가져다줬다.그리고 그녀는 수술을 마친지 얼마
그 사람은 그녀를 속인 것도 모자라 하필이면 회사의 기밀을 왕은지에게 넘겼다."점심에 안 쉰 거 아니야?" 그가 화제를 바꿨다."잠이 안 와요." 그녀가 미간을 누르며 말했다. "왕은지에게 짓밟힌 느낌이에요.""일단 푹 쉬고 있어. 내가 방법을 생각해 볼게." 그의 차분한 목소리는 그녀의 초조함과 불안을 해소시켰다.그녀는 자기도 몰래 웃었다. "어떻게 도울건데요? 시준 씨는 지금 Y국에 있고 지금은 ST그룹의 대표도 아닌데...""이 문제는 ST그룹의 대표와 상관이 없어. 당신이 내 지분을 최운석에게로 돌렸으니 당신 권력은 ST그룹의 대표를 초월했어." 그의 목소리가 갑자기 차갑게 변했다.그녀의 얼굴에 피어올랐던 미소가 얼어붙었다.그녀는 방금 농담으로 아무 말이나 막 했는데 사실 이건 전혀 웃기지 않는 일이었다.왜 그가 지금 ST그룹의 대표가 아니란 말인가? 이것은 모두 그녀 때문에 생긴 일이다."시준 씨, 미안해요. 전 그저 당신이 빨리 귀국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한 말이에요. 돌아오면 최운석 씨한테 지분을 돌려주라고 할게요." 그녀는 자책하며 말했다. "그리고 저는 당신의 돈으로 도움을 받고 싶지 않아요.""쉬고 있어. 성빈한테 연락하도록 할게." 말을 마친 그는 전화를 끊었다.진아연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그가 일부러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회사 일을 물었다는 건 그녀를 돕고 싶어 한다는 걸 말해준다.그가 ST그룹의 대표든 아니든 지금 어디에 있든 그의 이런 마음 하나로 그녀는 무척 감동했다.그녀는 그에게 돌려주고 싶었다.그가 귀국한 후 그녀는 그의 모든 것을 돌려줄 것이고 그들의 관계도 더 소중히 여길 것이다.그녀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책상에 엎드려 잠이 들었다.오후에 마이크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그녀가 책상에 엎드려 자는 걸 본 그는 그녀의 앞에 다가가 등을 다독였다."아연아. 일어나, 누가 왔는지 알아?" 마이크가 목소리를 가다듬고 그녀를 불렀다.그녀는 눈살을 찌푸리고 잠에서 깨지 못했다."
진아연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ST그룹의 투자를 받을 의향은 있었지만 이로 인해 ST그룹에 피해를 줄까 걱정되었다.ST그룹이 투자하고 손해를 보면 어떻게 하지?비록 지금 ST그룹이 박시준의 회사가 아니지만 앞으로 언젠간 다시 박시준의 손에 돌려줄 것이다. 그녀의 마음속에 ST그룹의 대표는 박시준뿐이었다."성빈 씨, 솔직하게 말씀드릴게요. 회사가 지금 부딪친 문제는 기술의 연구 개발이에요.""내가 모른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성빈이 담담하게 말했다. "박시준이 나에게 전화를 하기 전에 이미 아연 씨 회사에 문제가 생겼다는 걸 알았어요. 왕은지의 제이그룹을 이기려면 생산 라인을 하나도 스톱하면 안 돼요. 그리고 왕은지와 가격 전쟁을 해야 해요. 왕은지가 기진맥진해서 떨어져 나가든지 아연 씨가 나가든지 둘 중 하나만 남겨질 거예요. 이것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어요."성빈의 말을 들은 진아연은 마음이 식었다.그녀는 눈살을 찌푸리고 말했다. "그러려면 돈이 많이 필요해요... 왕은지는 많은 투자자를 찾았다고 하던데...""맞아요. 그래서 지금은 ST그룹만 진아연 씨를 구할 수 있어요." 성빈이 컵을 들고 물을 마시려다 컵이 비었다는 것을 발견하고 마이크에게 건네줬다. "물컵을 큰 거로 바꿔 줄래요?"마이크: "커피를 주문할게요. 좀 있다 아연이랑 얘기가 끝나면 임원들을 불러올 테니 같이 대책을 의논해 봐요..""진아연 씨가 아직 우리의 투자를 받을지 결정하지 않았잖아요." 성빈이 눈썹을 씰룩이며 말했다. "그렇게 간절히 우리에게 인수되길 바라는 거예요?""인수라니요? 당신들이 투자했다고 해도 경영권은 우리 손에 있는 거 아닌가요? 설마 경영권도 가져가려고요? 이런 젠장." 마이크가 그를 노려보았다."하하. 마이크 씨가 관리한 회사가 무슨 꼴인지 한번 봐요." 성빈이 놀려댔다. "경영권은 당신들이 가져요. 다만 우리는 감독할 권리가 있어요. 경영을 제대로 하지 못할 시 우리가 인수하는 거로 해요.""욕망이 너무 넘치는 거 아니에요? 아예 가격을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