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일어나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도우미가 그를 보더니 곧 아침 식사를 가져왔다."영아는요?" 그가 물었다."영아는 병원에 갔어요. 김 대표님이 걱정된다고 아침 일찍 갔어요." 도우미가 말했다.박시준은 휴대폰을 꺼내 들고 김영아에게 전화를 걸었다.김영아가 곧 전화를 받았다. "시준 씨, 깼어요? 전 지금 병원에 있어요. 아빠가 아직 깨어나지 않았어요. 시준 씨는 집에서 좀 다 쉬다 오세요."박시준: "알았어, 깨면 바로 얘기해 줘.""알았어요."박시준은 아침을 먹고 집을 나섰다.그는 병원에 가지 않고 배태준의 집으로 향했다.배태준은 그가 정서훈의 여자친구를 보러 온 줄 알고 말했다. "죽진 않았는데 상처가 좀 심해. 의사의 말로는 적어도 보름 동안 누워 있어야 한대. 지금 2층에 있는데 올라가 보든가."박시준이 고개를 저었다. "산이 형, 저 다 기억났어요."배태준은 어리둥절해졌다. "뭐가 다 기억났다는 거야?"박시준이 입을 열려 할 때 배태준이 다리를 철썩 치며 말했다. "너 진아연이 떠오른 거야?!""네. 우리가 어떻게 만났고 어떻게 사랑을 했으며 왜 싸웠는지, 그리고 저가 왜 여기에 있는지 다 기억났어요.""그럼 지금 기분이 어때?" 배태준이 호기심에 그를 바라보았다."황당하게 느껴져요." 황당하기만 할 뿐만 아니라 후회스럽기도 했다."하하! 여기 온 걸 후회해?" 배태준이 그에게 차를 따라주며 말했다. "시준아, 넌 아직 젊어. 네가 내 나이가 되면 무슨 일이든, 그 일이 맞든 틀렸든 다 이해하기 나름이고 다 지나가게 돼 있다는 걸 알게 될 거야. 나중에 다시는 귀국하지 않고 여기서 평생을 산다고 해도 하루하루가 빠르게 흘러갈 거야.""저는 돌아갈 거예요." 그는 찻잔을 들고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여기서 평생 살 수는 없어요.""그건 돌아갈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그래." 배태준이 말했다. "진아연에게 얘기했어?"박시준이 고개를 저었다. "술을 마시고 미친 짓을 하고 깨어나니 자신이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을 했는지
"알았어요, 엄마가 약속 지키면 용서해줄게요." 라엘이 손을 내밀며 새끼손가락을 걸었다.한편 홍 아줌마는 시은이를 꼭 껴안았다."시은 아가씨, 아가씨가 죽었다는 말을 듣고 얼마나 슬펐는지 알아요? 시은 아가씨의 오빠는 또 얼마나 속상했게요, 살아있었으면서 우리한테 일찍 얘기해주지 그랬어요?" 홍 아줌마는 그녀를 자세히 훑어보며 말했다. "많이 야위었네요. 고생 많았죠?""좀 아팠어요. 죽을뻔했거든요." 시은이가 말했다. "운석 오빠가 날 살렸어요.""앞으로는 그러지 말아요. 안 그래도 몸이 안 좋은 사람이 그렇게 많은 피를 뽑으면 어떻게 해요? 자신의 목숨을 갖고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오빠가 얼마나 괴로워했는지 알아요?"시은이는 고개를 숙이고 홍 아줌마의 손을 잡았다. "잘못했어요. 오빠가 돌아오면 사과할게요."홍 아줌마가 다시 한번 그녀를 꼭 껴안았다. "시은 아가씨가 무사해서 참 다행이에요. 무사히 돌아왔으면 됐어요...""참, 홍 아줌마, 이 사람은 제 오빠예요." 시은이는 최운석을 끌어당기며 말했다. "최운석이라고 하는데 제 친오빠예요. 저한테 아주 많이 잘해줘요.""전에 본 적이 있어요. 아연 씨가 데려온 적이 있는데 제가 돌봐줬어요. 시은 아가씨처럼 아주 착한 사람이에요." 홍 아줌마는 감격에 젖어 최운석을 향해 말했다. "최운석 씨, 시은 아가씨를 구해줘서 고마워요. 앞으로 시은 아가씨랑 함께 생활하실 텐데 제가 두 분을 잘 돌봐드릴게요."시은이는 홍 아줌마의 손을 잡고 옆으로 가 단둘이 얘기했다. "홍 아줌마, 저... 위정 씨를 좋아해요. 앞으로 위정 씨와 함께 살고 싶어요."홍 아줌마는 어리둥절해졌다. "위정 씨랑 결혼할 생각이에요?"시은이가 수줍게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시은 씨 오빠... 박 대표님이...""오빠가 돌아오면 제가 오빠한테 말할게요. 허락하지 않으면 애원할거예요." 시은이가 고집스럽게 말했다. "그러면 봐줄 거예요."홍 아줌마는 화가 나기도 하고 우습기도 해 물었다. "위정 씨도 시은 아가씨가 이
박한은 시은이의 힘 있는 대답에 깜짝 놀랐다.시은이는 아주 허약해 보였지만 머리는 아주 맑은 것 같았다.심지어 그녀는 2년 전보다 훨씬 똑똑해진 것 같았다."고모, 우리 아빠한테 그런 말을 하다니, 섭섭하네요." 박우진이 말했다. "우리 아빠는 고모의 친오빠잖아요." "그럼 날 찾아오지 마. 난 너희들을 보고 싶지 않거든." 시은이가 시큰둥하게 말했다.최운석도 따라서 입을 열었다. "나도 당신들을 보고 싶지 않아. 당신은 내 피를 뽑았으니 나쁜 사람이야!"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박우진을 바라보았다. 박우진은 입을 헤벌린 채 어떻게 반박해야 할지 몰랐다."당신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시은 씨와 최운석은 다 알고 있어요. 그러니 그만 좀 해요." 홍 아줌마가 입을 열었다. "특히 박한 당신은 큰 오빠가 돼서 동생들을 돌보지도 않고 오히려 나쁜 마음을 먹고 있다니. 어르신이 살아계셔서 당신이 이렇게 변한 것을 보면 얼마나 서운해하시겠어요."박한: "닥쳐!"홍 아줌마가 경호원에게 말했다. "문단속 잘해요. 이들 부자가 들어오게 하면 안 돼요. 앞으로 이 두 사람이 접근하면 내쫓아요."홍 아줌마가 시은이와 최운석을 데리고 별장으로 들어갔다.박우진은 아버지의 얼굴이 파랗게 질린 것을 보고 다급히 그의 팔을 잡고 떠나려 했다. "아빠, 시은 고모가 예전보다 많이 회복된 것 같아요. 지금은 바보가 아닌 것 같은데요?"박한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꿈 깨! 지금은 바보일 뿐만 아니라 공격적이기까지 해!"박우진은 언짢았지만 너무 화나진 않았다."제 꿈이 깨진다면 진아연도 잘 살 수 있을거라 생각 하면 안돼요! 진아연이 왕은지에게 당한 걸 보니 마음이 꽤 편한데요." 박우진은 입꼬리를 올리고 사악하게 웃었다. "왕은지가 고급 인력을 많이 돌렸어요. 진명그룹은 곧 파산하게 될 것 같아요. 왕은지는 이렇게 진명그룹을 없애고 업계의 넘버원이 되려는 거죠. 왕은지가 국내 시장을 독점하고 나면 진명그룹은 기사회생할 기회조차 없어질 거예요."박한이 콧방귀를 뀌었다.
"한이가 B국에서 회사를 설립했어." 진아연이 대답했다. "은서를 위해 설립한 거야. 한이는 나중에 커서 아빠처럼 사업가가 될 것 같아.""뭘 하든 한이는 꼭 성공할 거야. IQ가 남다르잖아. 그리고 인내력도 놀라울 정도고.""한이 걱정은 안 해. 건강하고 무사하게만 자라주면 바랄 게 없어." 진아연은 지금 자신이 이 고비를 넘기지 못할까 걱정이었다.요즘 그녀는 머리를 쥐어짜며 고민했지만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그리고 그녀는 다른 사람의 돈을 쓰고 싶지 않았다.세연의 돈이든 ST그룹의 돈이든 말이다.그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 차라리 회사가 파산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회사에 도착한 그녀는 즉시 임원 회의를 소집했다."대표님, 뇌 외과 수술을 받았다고 하던데 건강은 회복한 거예요?" 부대표가 걱정스럽게 그녀를 바라보았다."많이 좋아졌어요.""지금 회사가 겪고 있는 어려움은 너무 까다로워요. 왕은지가 우리가 했던 모든 노력을 뒤엎었어요." 부대표가 말했다. "수술을 받은 지 얼마 안 됐는데 너무 무리하지 말아요. 회사가 없어지면 다시 설립하면 되지만 건강이 무너지면 손실이 이득보다 훨씬 커요.""전 괜찮아요. 오는 길에 마이크가 회사의 지난달 영업 보고서를 보여줬어요... 상황이 정말 안 좋긴 해요. 예전 시리즈는 전부 스톱해야만 제때 적자를 막을 수 있어요.""하지만 전부 스톱하면 왕은지 혼자 시장을 독점하게 돼요.""그럼 우리가 그 사람들과 가격 전쟁이라도 하자는 거예요?""우리에게 돈이 그렇게 많이 없어요." 부대표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왕은지는 지금 우릴 무너뜨리려고 벼르고 있어요."책상 위에 있는 진아연의 휴대폰 화면이 켜졌다.휴대폰을 든 그녀는 왕은지의 이름이 깜박이는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모든 사람 앞에서 전화를 받았다."진아연, 귀국했다면서?" 왕은지의 목소리는 기쁨과 자부심으로 차 넘쳤다. "점심에 한번 보자. 너한테 할 말이 많아.""전화로 얘기하면 안 돼요?" 얼굴 보고 모욕을 주려는
왕은지가 크게 웃어댔다."진아연, 어디서 나온 자신감으로 네가 날 뛰어넘고 날 죽일 수 있다고 큰소리치는 거야?" 왕은지는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나서 천천히 말했다. "내가 알기론 박시준이 Y국에 갇혀 귀국할 수 없다고 하던데? 그뿐만 아니라 Y국에 아내도 있다고, 곧 Y국에 있는 아내와 아이도 낳을 거라 그러더라고. 앞으로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르겠구나. 어차피 ST그룹의 대표는 이제 박시준이 아니라 그 바보인데 설마 아직도 누가 널 지지해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거야?"진아연은 조용히 듣기만 할 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사람 일은 모른다더니, 내가 B국에 있을 때 너희들이 이렇게 빨리 끝날 줄 어떻게 알았겠어? 하하!" 왕은지는 마음속의 기쁨을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었다. "아마 하늘의 뜻이겠지. 언젠가 내가 너희들을 짓밟을 날이 올 거라고 하나님이 정해준 것일지도 몰라."왕은지는 밥을 별로 먹지 않고얘기만 계속 늘어놨다.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 대표들을 알고 있고 그녀의 비즈니스 제국은 이미 무적이기 때문에 박시준 따위가 열 명이 몰려온대도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큰소리쳤다.그녀는 또 많은 말로 진아연을 공격했다.하지만 이러한 것들은 진아연의 식욕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진아연은 잘 먹고 잘 마시고 나서 벨을 누른 후 계산하려 했다.웨이터가 계산서를 가지고 다가왔다."저 사람이 계산할 거예요." 진아연은 입을 삐죽하고 왕은지를 가리키고는 가방을 들고 일어섰다. "난 낮잠 자러 가야겠어요. 또 큰소리치러 날 부르면 그땐 돈을 받을 거예요."왕은지가 차갑게 웃었다. "잠이 와?""왜 잠이 안 와요? 당신은 예전에 1년 동안이나 겁쟁이로 잘도 살아왔잖아요?" 진아연은 그녀를 비웃고 나서 성큼성큼 레스토랑을 나섰다.오전에 열린 임원 회의에서 모두 회사가 버티지 못할 거라는 결론이 나왔고 진아연더러 파산 준비를 하라고 했다.그녀의 회사이니 회사가 파산된다는 사실은 진아연에게 가장 큰 충격을 가져다줬다.그리고 그녀는 수술을 마친지 얼마
그 사람은 그녀를 속인 것도 모자라 하필이면 회사의 기밀을 왕은지에게 넘겼다."점심에 안 쉰 거 아니야?" 그가 화제를 바꿨다."잠이 안 와요." 그녀가 미간을 누르며 말했다. "왕은지에게 짓밟힌 느낌이에요.""일단 푹 쉬고 있어. 내가 방법을 생각해 볼게." 그의 차분한 목소리는 그녀의 초조함과 불안을 해소시켰다.그녀는 자기도 몰래 웃었다. "어떻게 도울건데요? 시준 씨는 지금 Y국에 있고 지금은 ST그룹의 대표도 아닌데...""이 문제는 ST그룹의 대표와 상관이 없어. 당신이 내 지분을 최운석에게로 돌렸으니 당신 권력은 ST그룹의 대표를 초월했어." 그의 목소리가 갑자기 차갑게 변했다.그녀의 얼굴에 피어올랐던 미소가 얼어붙었다.그녀는 방금 농담으로 아무 말이나 막 했는데 사실 이건 전혀 웃기지 않는 일이었다.왜 그가 지금 ST그룹의 대표가 아니란 말인가? 이것은 모두 그녀 때문에 생긴 일이다."시준 씨, 미안해요. 전 그저 당신이 빨리 귀국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한 말이에요. 돌아오면 최운석 씨한테 지분을 돌려주라고 할게요." 그녀는 자책하며 말했다. "그리고 저는 당신의 돈으로 도움을 받고 싶지 않아요.""쉬고 있어. 성빈한테 연락하도록 할게." 말을 마친 그는 전화를 끊었다.진아연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그가 일부러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회사 일을 물었다는 건 그녀를 돕고 싶어 한다는 걸 말해준다.그가 ST그룹의 대표든 아니든 지금 어디에 있든 그의 이런 마음 하나로 그녀는 무척 감동했다.그녀는 그에게 돌려주고 싶었다.그가 귀국한 후 그녀는 그의 모든 것을 돌려줄 것이고 그들의 관계도 더 소중히 여길 것이다.그녀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책상에 엎드려 잠이 들었다.오후에 마이크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그녀가 책상에 엎드려 자는 걸 본 그는 그녀의 앞에 다가가 등을 다독였다."아연아. 일어나, 누가 왔는지 알아?" 마이크가 목소리를 가다듬고 그녀를 불렀다.그녀는 눈살을 찌푸리고 잠에서 깨지 못했다."
진아연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ST그룹의 투자를 받을 의향은 있었지만 이로 인해 ST그룹에 피해를 줄까 걱정되었다.ST그룹이 투자하고 손해를 보면 어떻게 하지?비록 지금 ST그룹이 박시준의 회사가 아니지만 앞으로 언젠간 다시 박시준의 손에 돌려줄 것이다. 그녀의 마음속에 ST그룹의 대표는 박시준뿐이었다."성빈 씨, 솔직하게 말씀드릴게요. 회사가 지금 부딪친 문제는 기술의 연구 개발이에요.""내가 모른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성빈이 담담하게 말했다. "박시준이 나에게 전화를 하기 전에 이미 아연 씨 회사에 문제가 생겼다는 걸 알았어요. 왕은지의 제이그룹을 이기려면 생산 라인을 하나도 스톱하면 안 돼요. 그리고 왕은지와 가격 전쟁을 해야 해요. 왕은지가 기진맥진해서 떨어져 나가든지 아연 씨가 나가든지 둘 중 하나만 남겨질 거예요. 이것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어요."성빈의 말을 들은 진아연은 마음이 식었다.그녀는 눈살을 찌푸리고 말했다. "그러려면 돈이 많이 필요해요... 왕은지는 많은 투자자를 찾았다고 하던데...""맞아요. 그래서 지금은 ST그룹만 진아연 씨를 구할 수 있어요." 성빈이 컵을 들고 물을 마시려다 컵이 비었다는 것을 발견하고 마이크에게 건네줬다. "물컵을 큰 거로 바꿔 줄래요?"마이크: "커피를 주문할게요. 좀 있다 아연이랑 얘기가 끝나면 임원들을 불러올 테니 같이 대책을 의논해 봐요..""진아연 씨가 아직 우리의 투자를 받을지 결정하지 않았잖아요." 성빈이 눈썹을 씰룩이며 말했다. "그렇게 간절히 우리에게 인수되길 바라는 거예요?""인수라니요? 당신들이 투자했다고 해도 경영권은 우리 손에 있는 거 아닌가요? 설마 경영권도 가져가려고요? 이런 젠장." 마이크가 그를 노려보았다."하하. 마이크 씨가 관리한 회사가 무슨 꼴인지 한번 봐요." 성빈이 놀려댔다. "경영권은 당신들이 가져요. 다만 우리는 감독할 권리가 있어요. 경영을 제대로 하지 못할 시 우리가 인수하는 거로 해요.""욕망이 너무 넘치는 거 아니에요? 아예 가격을
"이런 방법을 일컬어, 발본색원한다고 하죠. 이건 특히 시준이가 선호하는 방법이에요." 성빈이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설명했다. "초반에 자본금이 많이 들긴 하겠지만, 경쟁 상대가 모두 사라지고 나면, 발언권은 모두 우리 차지가 될 거예요.""정말 우리가 스카우트 해올 수 있을까요? 왕은지가 분명 적지 않은 메리트들을 제시했을 텐데, 만에 하나 주식 지분까지 얘기가 된 거라면..." 진아연이 대답했다."왕은지가 줄 수 있는 건, 우리도 줄 수 있어요. 오히려 우린 더 많은 걸 줄 수도 있죠." 성빈이 대답했다. "만약 아연 씨라면, ST그룹과 제이그룹 중에서 어느 쪽을 택하겠어요?"두 회사는 규모 자체가 달라, 서로 비교 대상이 되지 않았다."그럼... 직접 스카우트에 나설 생각이에요, 아니면 제가 할까요?" 진아연이 물었다."우리 둘이 함께 하면 어때요!" 성빈이 대답했다. "물론 시준이가 나섰다면 상황이 더 쉬웠을 거예요. 하지만 언제 귀국할 예정인지 물었더니, 당분간은 힘들 것 같다고 하더군요."진아연이 눈꼬리를 축 늘어뜨리며 말했다. "시준씨는 김형문이 죽고 난 뒤에나 돌아올 수 있을 거예요. 김형문이 지금 중환자실에 있기는 하지만, 언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죠.""나한테는 그런 말 없었어요. 나한테는 전화로 아연 씨 회사에 관한 이야기만 하더군요. 다른 얘기는 일절 없었어요." 성빈이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바둑판의 바둑돌이 된 듯한 기분이네요. 시준이는 나를 형제로 생각한 적이 없었던 거죠.""그렇지 않아요." 진아연이 박시준을 대변했다. "시준 씨는 그저 성빈 씨 걱정을 시키고 싶지 않아서 그런 거예요. 혹여나 성빈 씨가 자기를 찾아오기라도 하면, 상황이 더욱 힘들어질 테니까요. 아무리 유능한 사람이라도, 그 지역의 토착 세력을 이기기는 힘들다는 말, 들어봤죠? Y국의 법률 조항은 우리나라와 달라요. 그쪽에선 몇몇 힘 있는 가문의 사람들을 외에는, 다른 평범한 사람들의 목숨은 파리 목숨처럼 여긴다고요.""나도 알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