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아연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ST그룹의 투자를 받을 의향은 있었지만 이로 인해 ST그룹에 피해를 줄까 걱정되었다.ST그룹이 투자하고 손해를 보면 어떻게 하지?비록 지금 ST그룹이 박시준의 회사가 아니지만 앞으로 언젠간 다시 박시준의 손에 돌려줄 것이다. 그녀의 마음속에 ST그룹의 대표는 박시준뿐이었다."성빈 씨, 솔직하게 말씀드릴게요. 회사가 지금 부딪친 문제는 기술의 연구 개발이에요.""내가 모른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성빈이 담담하게 말했다. "박시준이 나에게 전화를 하기 전에 이미 아연 씨 회사에 문제가 생겼다는 걸 알았어요. 왕은지의 제이그룹을 이기려면 생산 라인을 하나도 스톱하면 안 돼요. 그리고 왕은지와 가격 전쟁을 해야 해요. 왕은지가 기진맥진해서 떨어져 나가든지 아연 씨가 나가든지 둘 중 하나만 남겨질 거예요. 이것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어요."성빈의 말을 들은 진아연은 마음이 식었다.그녀는 눈살을 찌푸리고 말했다. "그러려면 돈이 많이 필요해요... 왕은지는 많은 투자자를 찾았다고 하던데...""맞아요. 그래서 지금은 ST그룹만 진아연 씨를 구할 수 있어요." 성빈이 컵을 들고 물을 마시려다 컵이 비었다는 것을 발견하고 마이크에게 건네줬다. "물컵을 큰 거로 바꿔 줄래요?"마이크: "커피를 주문할게요. 좀 있다 아연이랑 얘기가 끝나면 임원들을 불러올 테니 같이 대책을 의논해 봐요..""진아연 씨가 아직 우리의 투자를 받을지 결정하지 않았잖아요." 성빈이 눈썹을 씰룩이며 말했다. "그렇게 간절히 우리에게 인수되길 바라는 거예요?""인수라니요? 당신들이 투자했다고 해도 경영권은 우리 손에 있는 거 아닌가요? 설마 경영권도 가져가려고요? 이런 젠장." 마이크가 그를 노려보았다."하하. 마이크 씨가 관리한 회사가 무슨 꼴인지 한번 봐요." 성빈이 놀려댔다. "경영권은 당신들이 가져요. 다만 우리는 감독할 권리가 있어요. 경영을 제대로 하지 못할 시 우리가 인수하는 거로 해요.""욕망이 너무 넘치는 거 아니에요? 아예 가격을
"이런 방법을 일컬어, 발본색원한다고 하죠. 이건 특히 시준이가 선호하는 방법이에요." 성빈이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설명했다. "초반에 자본금이 많이 들긴 하겠지만, 경쟁 상대가 모두 사라지고 나면, 발언권은 모두 우리 차지가 될 거예요.""정말 우리가 스카우트 해올 수 있을까요? 왕은지가 분명 적지 않은 메리트들을 제시했을 텐데, 만에 하나 주식 지분까지 얘기가 된 거라면..." 진아연이 대답했다."왕은지가 줄 수 있는 건, 우리도 줄 수 있어요. 오히려 우린 더 많은 걸 줄 수도 있죠." 성빈이 대답했다. "만약 아연 씨라면, ST그룹과 제이그룹 중에서 어느 쪽을 택하겠어요?"두 회사는 규모 자체가 달라, 서로 비교 대상이 되지 않았다."그럼... 직접 스카우트에 나설 생각이에요, 아니면 제가 할까요?" 진아연이 물었다."우리 둘이 함께 하면 어때요!" 성빈이 대답했다. "물론 시준이가 나섰다면 상황이 더 쉬웠을 거예요. 하지만 언제 귀국할 예정인지 물었더니, 당분간은 힘들 것 같다고 하더군요."진아연이 눈꼬리를 축 늘어뜨리며 말했다. "시준씨는 김형문이 죽고 난 뒤에나 돌아올 수 있을 거예요. 김형문이 지금 중환자실에 있기는 하지만, 언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죠.""나한테는 그런 말 없었어요. 나한테는 전화로 아연 씨 회사에 관한 이야기만 하더군요. 다른 얘기는 일절 없었어요." 성빈이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바둑판의 바둑돌이 된 듯한 기분이네요. 시준이는 나를 형제로 생각한 적이 없었던 거죠.""그렇지 않아요." 진아연이 박시준을 대변했다. "시준 씨는 그저 성빈 씨 걱정을 시키고 싶지 않아서 그런 거예요. 혹여나 성빈 씨가 자기를 찾아오기라도 하면, 상황이 더욱 힘들어질 테니까요. 아무리 유능한 사람이라도, 그 지역의 토착 세력을 이기기는 힘들다는 말, 들어봤죠? Y국의 법률 조항은 우리나라와 달라요. 그쪽에선 몇몇 힘 있는 가문의 사람들을 외에는, 다른 평범한 사람들의 목숨은 파리 목숨처럼 여긴다고요.""나도 알고 있어
갑자기 그녀의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그녀가 스스로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기꺼이 그에게 내어주는 것과, 그가 그녀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고자 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그 순간, 그녀는 박시준이 왜 그토록 화가 났었는지 이해가 되었다.그가 잃은 것은 단지 ST그룹만이 아니었다. 그의 신념과 믿음이 붕괴되어버린 것이었다.그가 그녀의 진명그룹을 빼앗을 것이라고 그녀가 전혀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처럼, 그 또한 그녀가 ST그룹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게 할 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저녁, 진아연은 여소정을 집으로 초대해 함께 저녁 식사를 하기로 했다."아연아, 상처는 아직도 아파?" 여소정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상처를 보기만 해도 마음이 아팠다.수술할 때, 머리의 일부분을 밀어야 했다.다행히 그녀는 머리숱이 많은 편이라,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머리의 상처는 잘 티가 나지 않았다."응. 다 나으려면 한 달은 걸린대." 진아연이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준기 씨랑은 어때?""비슷하지 뭐! 이제 뜨거움은 사라지고, 노부부 모드가 시작되었어." 여소정이 진아연을 소파로 데려와 앉히며 말했다. "그나저나, 나 아버지의 일을 물려받았어." "기분이 어때? 일은 좀 익숙해졌어?" 진아연은 그녀가 가져온 선물 더미 속에서, 선물을 하나씩 꺼냈다."할만해, 생각보다 어렵지 않더라고. 아버지께선 회사가 망하지만 않으면 된다고 하셨어. 노후 자금은 이미 마련해 두셨대. 그저 내가 걱정되셨던 거지." 여소정이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참 당황스럽더라.""너 부담 갖지 말라고 그렇게 말씀하신 거야. 회사를 운영하는 건 꽤 힘든 일이거든. 타고나길 대표가 되는 걸 좋아하고, 그런 강도 높은 스트레스와 자극을 즐기는 사람도 있지만, 그걸 견디지 못하는 사람도 있어." 진아연이 말했다."나는 책임자는 영 별로야. 하지만 우리 아버지에게 자식이라곤 딸인 나 하나뿐이고, 난 그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겠지.
"이모 남편이 별로라면서요, 그렇죠?" 라엘이 다가와 진아연의 다리 위에 엎드렸다."맞아, 라엘아, 나중에 남편을 찾을 때가 오면 반드시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단다! 절대로 준기 삼촌처럼 능력도 없으면서, 쓸데없는 일에 기웃거리기만 좋아하는 사람은 만나면 안 돼!" 여소정이 웃으며 말했다. "네가 돈을 아주 잘 벌고, 기생오라비같은 남자를 만나 먹여 살리면서 살고 싶다면, 그러면 준기 삼촌 같은 사람도 괜찮아.""기생오라비 같은 남자를 만나 먹여 살리면서 살 거라면, 왜 세연 삼촌 같은 남자는 만나지 않는 거예요?" 라엘이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여소정이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방금 그 말, 준기 삼촌한테 꼭 전해야겠다! 그 말을 듣고 나면 이제 자기 주제를 확실히 알겠지! 하하!""가서 밥 먹으렴!" 진아연이 라엘의 어깨를 두드리며, 다리에서 일으켰다. "라엘아, 모든 사람은 누구나 세상에 하나뿐인 소중한 존재란다. 준기 삼촌에게도 세연 삼촌에게는 없는 준기 삼촌만의 장점이 있어.""아연아, 뭘 그렇게 준기 씨를 감싸주니? 어느 방면으로 봐도 준기 씨보다 김세연 씨가 훨씬 월등하지! 세연 씨 같은 사람을 만날 수만 있다면, 난 준기 씨랑 곧바로 이혼할 거야!" 여소정은 이런말을 하며 기분이 좋아보였다.진아연은 그녀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줄 상상도 하지 못했다. 두 사람은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넌 정말 시준 씨 말고 다른 남자는 생각도 해 본 적 없어?" 여소정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진아연이 고개를 저었다. "다른 남자들한테는 그저 호감이나, 좋은 친구라는 감정만 느껴질 뿐이야. 다른 감정은 없어.""그렇구나. 하긴, 시준 씨가 오죽 잘 나야지! 준기 씨가 시준 씨 반만 따라갔어도, 내가 이런 생각은 하지 않았을 거야!""사실, 시준 씨가 사업적으로 성공한 사람이라서가 아니야." 진아연이 쑥스러워하며 말을 이었다. "내 눈에 시준 씨는 정말 잘생겼거든. 나중에 시준 씨가 일을 그만두거나, 나한테 의지하며 산다고 해도, 난 그래도
"제 친척 중 하나가, 오랫동안 임신 준비를 했는데도 임신이 되지 않았어요. 그런데 나중에 실력이 뛰어난 한의사를 찾아가 몇 달 동안 약을 처방받아 먹었더니, 금방 임신을 했다지 뭐예요." 이모님이 기쁜 마음으로 말했다. "그래서 소정 씨도 지금 임신 준비 중이잖아요? 소정 씨도 그 한의사를 찾아가 보면 어때요? 효과가 있으면 제일 좋고, 만에 하나 효과가 없더라도 손해 볼 것은 없잖아요."진아연이 여소정을 바라보았다."좋아요! 그 한의사 연락처 좀 알려주세요, 시간 날 때 한번 가 보죠, 뭐." 여소정이 고개를 돌려 진아연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모님 말씀이 맞아. 손해 볼 것 없지, 뭐.""나중에 처방전 가져와서 나한테 보여 줘.""알았어.""사실 나도 잘 모르긴 해." 진아연이 살짝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그래도 한번 찾아볼게.""하하하! 이모님의 추천이면 믿을 만하지! 별 문제 없을 거야." 여소정이 이모님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정말로 아이가 생기면, 제가 꼭 크게 보답할게요!"이모님이 웃으며 대답했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아이만 생긴다면 더 바랄 것도 없죠. 지금 바로 전화해서 연락처를 물어볼게요."이모님이 말을 마친 뒤 주방을 떠났다.라엘이 밥을 한 숟갈 뜨고는 진아연에게 말했다. "엄마, 전 나중에 커서 아기를 낳지 않을 거예요!""왜 아기를 낳고 싶지 않다는 거야?" 진아연은 어린 딸이 갑자기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알 수 없어 어리둥절했다. "라엘이 너는 아직 어리잖아, 나중에 커서 다시 고민해봐도 늦지 않아.""배가 부풀어 오르는 게 싫어요! 안 예쁘단 말이에요." 라엘이 조그만 입을 삐죽 내밀었다. "어째서 남자들한테 아기를 낳게 하지 않는 거예요?""라엘아, 그것참 좋은 질문이야. 너희 엄마한테 남자가 아기를 낳을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좀 연구해보라고 해줘." 여소정은 아이를 낳는 문제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닌 듯 보였다. "만약 남자가 아이를 낳을 수 있게 된다면, 난 시준 씨처럼 훌륭한 기업가
김영아와 봉민은 매일 김형문의 병상 곁에서 김형문을 보살폈다.박시준 또한 쉴 틈이 없었다. 그는 매일 병원에 와서 김형문을 병문안하는 것 외에도, 김형문의 비즈니스 제국을 관리하느라 바빴다.Y국에 있는 김씨 가문의 사업은 산모 및 아동 용품 사업에서 교육, 장례, 고급 호텔, 쇼핑몰, 그리고 명품 사업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분야를 섭렵하고 있었다.처음 김형문이 그를 데리고 이 사업들을 돌아보게 하는 데만 꼬박 일주일의 시간이 걸렸다.그와 김영아가 결혼한 이후로, 김형문은 각 분야의 책임자들에게 그를 소개했다. 김형문이 그의 권한을 물려줄 사람이라고 대놓고 소개하지는 않았지만, 책임자들 모두 똑똑한 사람들이었다.이번에 김형문의 암살 사건이 있었을 때, 모두가 박시준에게 아부하느라 바빴다. 그 덕에 김형문이 아직 죽지 않았음에도, 이곳에서 박시준의 지위는 훨씬 견고해졌다.저녁. 병원에서 돌아온 김영아는 박시준이 집에 있는 걸 보고 조금 놀랐다."시준 씨, 오늘 일찍 들어왔네요. 매일 오늘처럼 일찍 들어올 수 있으면 좋겠네요. 그렇지 않으면 몸이 많이 상할 거예요." 김영아가 다정하게 미소를 지으며 그의 앞으로 걸어갔다."아버님은 좀 어때?""오전에 깨셨을 때는, 아직 쇠약하긴 하셨어도 꽤 평온하셨어요. 오후에 컨디션이 조금 회복되고 나니, 성질을 부리기 시작하셨죠. 당신 호텔에서 그런 습격을 당한 것에 많이 화가 나셨어요. 그래서 봉민 씨에게 호텔 담당자를 정리하라고 하셨어요." 김영아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의사가 지금은 격한 감정은 자제해야 한다고 말씀을 드렸지만, 전혀 듣질 않으세요. 범인을 직접 처리하지 못해 분하신가 봐요."박시준이 눈살을 찌푸렸다.정서훈의 여자친구가 아직 죽지 않았다는 걸 김형문에게 알린다면, 그는 분명 물불을 가리지 않고 그녀를 죽이려 할 것이다.박시준이 정서훈 여자친구의 은신처를 옮겨야 한다고 산이 형에게 전화하려던 순간, 때마침 산이 형에게서 먼저 전화가 걸려 왔다."시준아, 김형문이 깼나 보지?
박시준은 곧바로 그녀를 부축해 화장실로 데려갔다.메스꺼움이 가시고 나자, 그녀의 얼굴이 창백해졌다."시준 씨, 미안해요! 아까는 참을 수가 없었어요." 그녀가 수건으로 얼굴 위의 땀을 닦은 뒤 물었다. "방금 누구랑 통화한 거예요? 무슨 일 있는 거예요? 안색이 좋지 않아요.""매번 나한테 사과할 것 없어." 박시준이 거실로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김영아도 그를 따라 거실로 갔다."시준 씨, 혹시 우리 아빠가 시준 씨한테 화를 내셨어요?" 김영아가 물었다. "주변 사람들이 아빠를 잘 보호해주지 않는다고 느껴지시나 봐요. 그래서 요즘 누구에게나 막무가내로 화를 내세요. 봉민 씨한테도 화를 내셨고요...""당신 아버지를 죽이려던 그 여자, 예전에 내가 숨겨줬던 여자야. 그런데 오늘 봉민에게 붙잡혔다는군." 박시준은 이번 일에 대해 김영아에게 설명해야 할 필요를 느꼈다. "그래서 당신 아버지가 내 모든 업무를 중단시킨 거야."김영아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파랗게 질렸다. "아빠가 당신을 탓하고 있어요... 얼른 가서 빌어요..."박시준이 그녀의 말을 가로챘다. "가서 빌면, 소용이 있을 것 같아?"그의 무정한 얼굴을 보자, 김영아는 두려움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면 어떡해요? 아빠는 더 이상 당신을 믿지 않으실 텐데. 앞으로 봉민 씨를 지원하실지도 몰라요.""봉민이 당신을 그렇게 좋아하니, 앞으로 봉민을 지원하시더라도, 당신한테는 전혀 문제 될 거 없을 거야." 박시준이 담담하게 말했다."시준 씨, 당신은 내 남편이에요." 김영아가 눈살을 찌푸리며 걱정스럽게 말했다. "아빠가 당신한테 그렇게 대하시는 걸 두고 보고만 있을 순 없어요. 당신이 그 여자를 숨겨준 건, 당신이 워낙 선한 사람이라, 그들처럼 그렇게 쉽게 사람을 죽여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잖아요...""틀렸어." 그가 그녀의 말을 바로잡았다. "내가 그 여자를 구해준 건, 그녀는 죽을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야. 난 오히려 그녀가 당신 아버지를 죽이는 걸 실패한 게 안타까워."김영아의 얼굴
박시준은 식탁 의자에 앉아 평소와 다름없이 조용히 밥을 먹었다.그녀는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도대체 그는 무슨 마성의 매력으로 그녀를 안달복달하게 만드는지.그녀는 그를 따라가고 싶었다. 그가 가는 곳이 어디이든 그녀는 언제나 그와 함께하고 싶었다.그러나 그는 그녀를 원하지 않았다."아가씨, 식사하러 가요!" 가정부가 소파에서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음식이 식을 거예요. 우선 식사하신 후에, 두 분이 다시 잘 이야기해 보세요.""방금 우리가 한 말, 다 들으셨어요?" 김영아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가정부가 고개를 끄덕였다."아무한테도 말하면 안 돼요.""아가씨, 걱정하지 마세요. 아무 말도 하지 않을게요."A국.진명그룹은 기자회견을 열어 ST그룹을 주주로 받아들이겠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이번 양측의 긴밀한 협력의 목적은 진명그룹이 이번 난관을 극복하는 데 필요한 자본을 투입하는 것 외에, ST그룹이 새로운 사업의 영역으로 확장하기 위함도 있었다.제이그룹. 왕은지 컴퓨터 화면에는 이번 기자회견이 생중계되고 있었다.성빈이 ST그룹을 대표해 이번 행사에 참석했다.그는 의장석에 앉아 단상 아래의 기자들과 거침없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진아연은 그런 그의 옆에 앉아 시은을 향해 미소 짓고 있었다."왕 대표님, 만약 박시준 씨가 여기 있었다면, 진명그룹을 위해 이렇게까지 큰돈을 들이지는 않지 않았을까요? 지금 ST그룹의 대표는 최운석 씨인데, 최운석 씨는 멍청이나 다름없어 보입니다. 진아연 씨 손에 놀아나고 있으니까요!" 비서가 왕은지의 옆에 앉아 그녀에게 자기 생각을 말했다."너는 너무 순진해! 성빈은 지금 박시준 자체를 대변하고 있어." 왕은지의 얼굴은 어두웠고, 목소리는 차갑게 얼어붙었다. "박시준은 이 일을 분명히 알고 있어. 박시준이 지금 제 코가 석 자라는 말이 아니야. 박시준의 야심이라면, 김형문의 모든 재산을 집어삼키고도 남아!"비서가 곧바로 입을 다물었다.왕은지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들이 박시준을 능가할 방법은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