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보내 귀국을 도와줄 거예요. 병원에도 데려가도록 하죠." 박시준이 의사에게 설명했다.그의 말을 들은 의사는 곧 퇴원 서류를 건네주었다.진아연은 자신의 생활이 다른 사람의 간섭을 받고 있다는 생각에 눈살을 찌푸렸다.그녀는 어두운 표정으로 박시준의 팔을 잡고 밖으로 나갔고,두 사람은 사무실에서 나와 비상통로 쪽으로 걸어갔다."시준 씨, 전 지금 귀국할 생각이 없어요.""항공권을 이미 예약해 놨어. 오늘 가야 해." 박시준은 그녀의 말을 못 들은 듯 말했다."전 안 가요.""꼭 가야 해." 박시준이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환자인 그녀와 실랑이를 벌이고 싶지 않았다. "당신이 가면 내가 당신을 대신해 복수할 거야."그녀는 많은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와 당장이라도 뱉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면 이성적이지 않다고 생각했다.그녀는 직접 김형문을 죽이고 정서훈을 위해 복수하고 싶다고 말하고 싶었다.하지만 그녀는 지금 아픈 몸이라 김형문을 죽일 힘이 없었다.김형문을 죽이지도 못하고 오히려 그의 손에 들어간다면 박시준만 난처하게 된다."어디 가는 항공권을 예약했어요?" 그녀가 잠시 침묵하다가 물었다."아직 안 샀어. 예전에 B국으로 간다고 해서 A국으로 가는 걸 사야 하는지 B국으로 가는 걸 사야 하는지 모르겠어." 박시준이 대답했다."B국으로 해요." 그녀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 "정서훈 부모님을 만나 미안하다고 사과해야겠어요.""회복하고 나서 가. 널 탓하면 어쩌려고 그래?" 박시준이 말했다. "내가 여기 일을 다 해결하고 나면 같이 가."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잠시 후 의사가 퇴원 서류를 그들에게 건네주었다.박시준은 퇴원 서류를 받아들고 그녀와 함께 병실을 나섰다.그녀는 이미 짐을 챙겨놓았고 경호원이 짐을 들고 언제든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가자!" 그가 말했다.경호원: "호텔로 돌아갈까요, 아니면...""공항으로 가." 박시준은 진아연의 손을 꼭 잡은 채 그녀가 다른 선택을 할 수 없도록 했다.경호원이 짐을 들고
"네, 아무거나 사 오면 되긴 하는데 너무 많이는 사지 말아요.""알았어."위정이 떠난 후 진아연은 졸여왔던 마음이 풀리는 것 같았다.그녀는 병원 침대에 누워 휴대폰을 켜고 마이크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가 곧바로 연결되었다."나 지금 B국에 입원 중이야. 열흘에서 보름은 있어야 퇴원할 것 같아." 그녀는 자신의 상황을 그에게 전했다."드디어 악마의 소굴에서 탈출했구나!""하지만 시준 씨가 아직 거기에 있어." 그녀는 눈을 내리깔고 그를 걱정했다."그래도 두 사람 다 거기 있는 것보단 낫잖아. 그리고 박시준은 그 사람들을 잘 아니 괜찮을 거야." 마이크는 갑자기 화제를 돌렸다. "아연아, 회사가 부도날 것 같아."예전에 귀띔한 적이 있기에 그녀도 심리준비를 하고 있었다."지금 회사 상황이 어때?" 그녀가 물었다.마이크가 구체적인 상황을 알려주지 않았기에 그녀는 더 불안했다.마이크가 상황을 솔직히 말하자 그녀는 오히려 그다지 비관적이지 않다고 생각했다."신제품을 생산할 수 있지 않아? 일단 버텨봐." 그녀가 말했다. "정 안되면 일부 생산라인을 없애도 되고. 도마뱀은 살기 위해 꼬리를 끊고 도망가잖아. 우리도 살길을 생각해 봐야지."그녀의 말을 들은 마이크는 코끝이 찡해왔다. "어젯밤 라엘이 어디선가 회사가 어렵다는 말을 주워듣고 자기 카드를 주더라고. 자신이 번 돈이니까 가지고 가서 회사를 살리라면서 말이야."진아연은 마음이 아팠다."오늘 확인해 봤는데 카드에 잔액이 40억이나 있더라고. 걔한테 어떻게 그렇게 많은 돈이 있어?" 마이크가 의아하게 물었다."라엘의 돈이 아니야." 그녀가 나지막하게 대답했다. "라엘의 카드는 나한테 있어. 어젯밤에 준 그 카드는 아마 김세연이 너한테 주라고 했을 거야.""그런 거였구나. 어쩐지 라엘이 회사에서 일어난 일을 알고 있다 했어.""세연 씨는 내가 어려울 때마다 항상 묵묵히 날 도와줘.""언제 밥 한 번 사야겠어.""그래, 회사의 일은 다시 생각해 보고 얘기하자. 지금 머리가 좀 아파서
그녀는 이상함을 느꼈다.정서훈에게 물어본 적이 있는데 정서훈은 그녀에게 주입한 마취 용량이 전신 마취를 할 정도가 아니라고 했다.그녀는 그를 철석같이 믿었기에 그가 주입한 용량이 얼마인지 자세히 보지 않았다.두 번째 방사선 조영 때도 그녀는 이상하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검사 결과를 요구하지 않았다.지금 위정의 질문에 대해 그녀는 아무런 답변도 줄 수 없었다."정서훈이 도대체 뭘 했던 거지? 직업적 도덕이 있는 한 이런 장난을 할 리 없는데." 위정이 답답한 마음에 입을 열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정서훈이 죽은 지금 그에게 따져 물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위정 선배, 설마 무슨 음모론 같은 걸 생각하는 거 아니죠?" 진아연은 말을 하며 자신의 몸에 불편한 데 없는지 느껴봤다.지금 머리 부분의 상처가 가장 불편했다.수술 전 그녀는 아픈 곳이 없었다. 정서훈이 일부러 자신에게 전신 마취를 하고 나쁜 일을 꾸미려 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다만 정서훈은 수술 전에 그녀에게 전신 마취를 했는데 이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되지 않았다."위정 선배, 왜 그랬는지 알아낼 방법이 없어요. 그리고 전 지금 불편한 곳도 없어요. 별일 없을 거예요." 그녀가 말했다."전신 검사를 받아보자." 위정은 걱정되었다. "다 쉬었으면 지금 가서 검사를 받자."진아연은 한이, 은서와 최운석을 바라보았다."저쪽은 걱정할 필요 없어, 일단 본인 몸이나 잘 챙겨." 위정이 말했다. "걱정 말고 검사를 받고 있어. 경호원이 집까지 바래다 줄 거야.""위정 선배, 지금 나한테 너무 엄하게 대한다는 생각이 안 들어요?" 진아연이 뾰로통해서 말을 뱉고는 그와 함께 검사받으러 갔다."박시준한테서 전화가 왔었어." 위정이 설명했다. "네가 지금 너무 고집이 심하대. 아픈 걸 알면서도 수술을 안 하려 하더니 수술 후에는 제대로 된 입원 치료도 거절한다고...""시준 씨는 왜 내 험담을 하고 다닌대요?" 진아연이 눈살을 찌푸리고 약간 짜증을 냈다. "Y국에 가지 않았더라면 내가 이렇게
주문을 마친 후 최은서가 최운석에게 말했다. "아연 씨 회사가 어려워. 아연 씨에게 돈이 필요할 거야. 운석아, 네가 지금 ST그룹의 대표님이면 대표님답게 아연 씨에게 돈을 좀 주면 안 돼?"최운석: "좋아, 어떻게 하면 되는데?"최은서: "성빈 씨에게 전화를 걸어서 진명그룹에 투자하고 싶다고 해... 아니면 네가 직접 아연 씨에게 돈을 지원하고 싶다고 말하든가. 네가 이렇게 말하면 알아들을 거야. 넌 지금 대표님이니 네 말을 들어줄 거야. 그리고 성빈 씨도 진아연을 돕고 싶어 해."최운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화번호가 없어.""나한테 있어." 최은서는 휴대폰을 켜고 블랙리스트에서 성빈의 번호를 찾아 불렀다. "내가 방금 한 말 다 기억했지?"최운석: "난 진아연에게 돈을 지원하고 싶다.""맞아. 전화를 받으면 그렇게 말하면 돼." 최은서가 말하며 성빈의 번호를 눌렀다.전화가 걸렸고 한참이 지나서야 성빈이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전화기 너머로 나지막한 성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성빈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최은서는 곧 최운석에게 말을 하라고 눈짓했다.최운석은 최은서가 눈썹을 씰룩거리는 걸 보며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성빈이 두 번 '여보세요' 를 외친 뒤 최은서가 최운석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넌 참 바보야!"최은서의 목소리를 들은 성빈은 멍해졌다. "왜 욕은 하고 그래? 이건 네 새 번호야?""아니요! 이건 성빈 씨 새 대표님 번호예요." 최은서가 화를 내며 말했다.성빈은 어리둥절해졌다. "둘째 오빠 새 번호라고? 지금 B국에 있는 거 아니야? Y국엔 왜 갔어?""지금 누가 대표님인지 아직도 몰라요? 그런 머리로 어떻게 재무부장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거예요?" 최은서가 놀려댔다.성빈은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최운석 말이야? 이건 최운석의 번호야?""대표님 번호도 저장하지 않는다니, 대표님을 깔보는 거예요?"성빈: "알았으니까 그만 놀려. 무슨 일인지나 얘기해.""최운석, 네가 얘기해." 최은서는 휴대폰을 최운석에게 건네주었
"알았어." 성빈은 오랜만에 이렇게 오만한 명령을 받았다. 박시준이라 하더라도 이렇게 기고만장한 태도로 일을 시키지는 않았다.최은서에게 빚진 것이 있는 그는 화를 내지 않았다."저기... 날 블랙리스트에서 삭제해주면 안 될까?" 그가 말을 이었다. "좀 있다 마이크와 얘기를 좀 나눠 봐야겠어. 무슨 결과가 있으면 너한테 직접 얘기해줄게. 최운석이 별로 똑똑해 보이지 않아서 말이야.""밥 먹고 기분이 좋으면요." 최은서는 말을 마치고 나서 전화를 끊어버렸다.휴대폰을 최운석에게 돌려주고 난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때 한이가 무심코 말했다. "사실 엄마 회사가 부도나는 게 나쁘지만은 않아요. 그렇게 되면 엄마가 힘들게 안 살아도 되니 말이에요."한이는 진명그룹에 문제가 생긴 걸 일찍 알고 있었지만 서두르지 않았다.그는 회사가 부도나면 엄마가 집에서 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그가 돈을 벌어서 엄마한테 주면 엄마가 앞으로 그렇게 힘들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하지만 너랑 동생이 아직 학교 다니고 있잖아. 그리고 남동생도 있고." 최은서가 눈살을 찌푸리고 말했다. "네가 돈을 벌 수 있다는 걸 알아. 하지만 넌 아직 애야. 언젠가 돈을 벌 수 없으면 어떻게 할래?""그런 문제를 생각해 본 적 없어요." 한이는 자신의 능력에 대해 의심해 본 적이 없었다.최은서는 눈을 깜박이며 말했다. "그럼 지금부터 생각해 봐. 물론 생각 안 해도 돼. 넌 아빠가 있으니 너희들을 잘 키우실 거야."한이는 어이없었다."한이야, 걱정하지 마. 내가 좀 더 열심히 실력을 쌓을 거야. 나중에 내가 돈을 벌면 너희들을 돌볼게." 최은서가 큰소리쳤다. "네가 날 고모라고 안 부르지만 너랑 너희 엄마 모두 나한테 잘해준다는 걸 알아."한이는 더욱 말문이 막혔다.이렇게 닭살 돋는 말을 하느니 그냥 한이가 돈을 벌 수 없다고 놀리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다.병원.일련의 검사를 마친 진아연은 병실에 돌아가 한이가 사 온 저녁 밥을 보고 감동했다."한이는 내일 수업
박시준의 목숨을 대가로 해야 할 만큼 중요한 일은 없었기 때문이다.이런 생각에 그녀는 두통이 밀려왔다."아연아, Y국에 있는 박시준의 와이프가 꽤 예쁘던데. 시간이 흐르면 정이 들까 두렵지 않아?" 여소정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하준기도 예전에 세상에서 내가 가장 좋다고 하더니만 며칠 전 휴대폰으로 미녀가 나오는 동영상을 감상하는 걸 봤어.""정말 마음이 변한다면 내가 상처를 덜 받을 거야.""그건 그래. 정말 그런 쓰레기라면 더 쉽게 잊을 수 있을거야."이 통화 내용 때문인지 진아연은 꿈을 꾸었다. 꿈에서 박시준이 김영아와 사랑에 빠졌고 김영아를 위해 Y국에 남겠다고 했다.꿈속에서 그들은 곧 아기가 생겼고 일가족이 행복하게 사랑하며 살고 있었다.그리고 그녀는 A국에서 검은 머리가 하얗게 되도록 한없이 그가 돌아오기만 기다리고 있었다.이 꿈의 끝은 그녀가 병으로 침대에 쓰러져 원한을 머금고 생을 마감하는 것이었다.악몽에서 깨어났을 때 그녀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그녀는 핸드폰을 들고 시간을 확인했다. B국 시간으로 새벽 3시가 넘었다.그녀는 도무지 잠들 수 없어 박시준에게 문자를 보냈다: 방금 꿈에서 당신을 봤어요.뜻밖에 그에게서 곧 답장이 왔다: 그래도 위정 씨가 널 잡아둘 수 있군.진아연은 그가 보내온 문자를 보며 자기도 모르게 코웃음 쳤다: 몰래 뒤에서 위정 선배한테 내 험담을 했더군요? 나중에 만나면 그때 봐요.박시준: 건강부터 회복하고 봐.진아연: 거의 다 나았어요. 여기서 한이랑 은서, 최운석을 만나니 훨씬 좋아진 것 같아요.박시준: 이제 귀국해서 딸이랑 지성이를 만나면 더 빨리 회복할 거야.진아연: 꼭 그런 건 아니에요. 귀국하고 나서 혈압이 더 올라갈지도 몰라요. 회사가 부도나기 직전이에요. 한 달 정도 비워뒀는데 왕은지에게 당하게 생겼어요.파산은 그녀에게 가장 큰 골칫거리가 아니었지만 왕은지에게 진다는 사실이 가장 머리 아팠다.박시준: 파산이 처음도 아닌데 뭘 그래, 너무 신경 쓰지 마.진아연: 그걸 위로라
이 말을 들은 그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차갑게 입을 열었다. "잘 됐어.""그럼요, 저도 기뻐요. 어젯밤에 이 소식을 알려드리려 했는데 시준 씨가 너무 늦게 돌아오셨어요. 휴식하는 데 방해 될 것 같아서 이제야 알려드리는 거예요." 김영아가 부드럽게 말했다. "아침밥 먹고 나서 아빠 집으로 가요, 아빠한테도 이 소식을 알려드려야죠.""알았어."아침을 먹은 후 두 사람은 김형문의 집으로 향했다.김형문은 수액을 맞고 있다가 그들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표정이 좋아졌다."아빠, 건강은 좀 어때요? 수액 언제까지 맞아야 한다고 했어요?" 김영아가 침대 옆에 다가가 김형문의 손을 잡고 말했다."오늘이 마지막이야. 조금 있다가 병원에 가서 얼마나 회복했나 검사받을 거야." 김형문이 여우 같은 눈을 찌푸리고 물었다. "두 사람이 같이 온 걸 보니 나한테 볼일이 있는 거지?"김영아는 쑥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시준 씨랑 함께 아빠 보러 온 적이 없어요. 함께 있는 시간이 적은 게 다 아빠가 시준 씨에게 일을 너무 많이 줘서 그런 거잖아요. 이 사람 매일 휴식시간이 모자라요.""남자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해." 김형문은 말을 하며 박시준을 힐끗 보았다."아빠, 좋은 소식이 있어요." 김영아가 웃으면서 말했다."나 임신했어요. 방금 알게 된 거예요."김형문은 의외라는 듯 눈빛을 반짝였다. "벌써?"김영아가 애교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손자 보고 싶다고 하지 않았어요? 왜 또 벌써라고 그래요?""하하! 너희 둘이 이렇게 빠를 줄은 몰랐어. 임신했다니 좋은 일이야. 남자애일지 여자애일지 모르겠구나." 김형문이 기뻐하며 말했다. "첫애는 여자애든 남자애든 다 좋아. 네가 아직 어리니 몇 더 낳아도 될 거야.""아빠, 이제 겨우 임신했는데 벌써 둘째 셋째 타령하는 거예요? 이래도 돼요?" 김영아가 애교를 부렸다. "언제 병원 가요? 제가 함께 갈게요.""넌 지금 임신 중이니, 집에서 쉬고 있어. 재검사라 아무 일 없을 거야." 김형문이 말을 이었다. "재검사
"하하!" 그의 부끄러운 얼굴을 본 진아연은 계속해서 놀렸다. "위정 선배, 시은이에겐 어떤 마음이에요?""꼭 이런 질문을 해야겠어?" 위정이 발걸음을 멈추고 진지하게 말했다. "아연아, 나랑 시은이가 함께 할 수 있다고 생각해?"진아연의 얼굴에 미소가 사라졌다. "왜 안된다고 생각해요? 선배가 원한다면 함께 할 수 있잖아. 시은이가 사고나기 전에도 두 사람 잘 지냈잖아요."위정: "나는 시은이와 친구 사이로 지낼 수 있는 거로 만족해.""위정 선배, 시은이가 좋으면 시은이의 생각도 물어보세요. 선배랑 결혼하려는 마음이 있고 선배도 싫지 않다면...""내가 왜 싫어해?" 위정이 그의 말을 잘랐다."싫지 않다면 기다리면 되잖아요. 두 사람이 무슨 관계로 지낼지는 시은이가 결정하면 되잖아요." 진아연이 한숨을 내쉬었다. "혹시 연애해본 적이 없는 거 아니에요? 왜 이렇게 끌려다녀요?"위정은 당황스러웠다.Y국.오늘은 김형문의 집에서 파티가 열리는 날이다. 그들은 일가친척들을 파티에 초대했다.김영아는 지금 임신했기에 옆에 경호원이 따르고 있었다.그녀를 보호하고 있는 경호원은 다름 아닌 봉민이었다.봉민은 무술을 잘할 뿐만 아니라 어릴 때부터 김영아와 친남매처럼 지내오던 사이었다.박시준은 김형문과 함께 손님을 맞이했다."오늘은 우리 형제가 오해를 풀고 처음 모이는 자리예요. 자 다 함께 건배해요." 셋째가 술잔을 높이 들고 말했다.박시준도 입을 열었다. "큰 형님이 요즘 술을 마실 수 없으니 내가 같이 마실게요.""나 오늘 기분이 너무 좋으니까 같이 좀 마셔도 돼." 김형문은 와인 한 잔을 손에 들고 그들과 잔을 부딪친 후 한 모금 마셨다.잠시 후 그는 어지러움을 느꼈다."안 되겠어. 너희들끼리 마시고 있어, 난 좀 쉬고 있을게." 김형문이 경호원의 도움을 받으며 연회장을 나섰다.김형문이 떠난 후 셋째가 비웃었다. "김형문의 몸이 예전 같지 않네.""이젠 60세가 거의 되잖아. 나이가 들었다는 걸 받아들여야 해.""시준아. 아무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