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았어." 성빈은 오랜만에 이렇게 오만한 명령을 받았다. 박시준이라 하더라도 이렇게 기고만장한 태도로 일을 시키지는 않았다.최은서에게 빚진 것이 있는 그는 화를 내지 않았다."저기... 날 블랙리스트에서 삭제해주면 안 될까?" 그가 말을 이었다. "좀 있다 마이크와 얘기를 좀 나눠 봐야겠어. 무슨 결과가 있으면 너한테 직접 얘기해줄게. 최운석이 별로 똑똑해 보이지 않아서 말이야.""밥 먹고 기분이 좋으면요." 최은서는 말을 마치고 나서 전화를 끊어버렸다.휴대폰을 최운석에게 돌려주고 난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때 한이가 무심코 말했다. "사실 엄마 회사가 부도나는 게 나쁘지만은 않아요. 그렇게 되면 엄마가 힘들게 안 살아도 되니 말이에요."한이는 진명그룹에 문제가 생긴 걸 일찍 알고 있었지만 서두르지 않았다.그는 회사가 부도나면 엄마가 집에서 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그가 돈을 벌어서 엄마한테 주면 엄마가 앞으로 그렇게 힘들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하지만 너랑 동생이 아직 학교 다니고 있잖아. 그리고 남동생도 있고." 최은서가 눈살을 찌푸리고 말했다. "네가 돈을 벌 수 있다는 걸 알아. 하지만 넌 아직 애야. 언젠가 돈을 벌 수 없으면 어떻게 할래?""그런 문제를 생각해 본 적 없어요." 한이는 자신의 능력에 대해 의심해 본 적이 없었다.최은서는 눈을 깜박이며 말했다. "그럼 지금부터 생각해 봐. 물론 생각 안 해도 돼. 넌 아빠가 있으니 너희들을 잘 키우실 거야."한이는 어이없었다."한이야, 걱정하지 마. 내가 좀 더 열심히 실력을 쌓을 거야. 나중에 내가 돈을 벌면 너희들을 돌볼게." 최은서가 큰소리쳤다. "네가 날 고모라고 안 부르지만 너랑 너희 엄마 모두 나한테 잘해준다는 걸 알아."한이는 더욱 말문이 막혔다.이렇게 닭살 돋는 말을 하느니 그냥 한이가 돈을 벌 수 없다고 놀리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다.병원.일련의 검사를 마친 진아연은 병실에 돌아가 한이가 사 온 저녁 밥을 보고 감동했다."한이는 내일 수업
박시준의 목숨을 대가로 해야 할 만큼 중요한 일은 없었기 때문이다.이런 생각에 그녀는 두통이 밀려왔다."아연아, Y국에 있는 박시준의 와이프가 꽤 예쁘던데. 시간이 흐르면 정이 들까 두렵지 않아?" 여소정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하준기도 예전에 세상에서 내가 가장 좋다고 하더니만 며칠 전 휴대폰으로 미녀가 나오는 동영상을 감상하는 걸 봤어.""정말 마음이 변한다면 내가 상처를 덜 받을 거야.""그건 그래. 정말 그런 쓰레기라면 더 쉽게 잊을 수 있을거야."이 통화 내용 때문인지 진아연은 꿈을 꾸었다. 꿈에서 박시준이 김영아와 사랑에 빠졌고 김영아를 위해 Y국에 남겠다고 했다.꿈속에서 그들은 곧 아기가 생겼고 일가족이 행복하게 사랑하며 살고 있었다.그리고 그녀는 A국에서 검은 머리가 하얗게 되도록 한없이 그가 돌아오기만 기다리고 있었다.이 꿈의 끝은 그녀가 병으로 침대에 쓰러져 원한을 머금고 생을 마감하는 것이었다.악몽에서 깨어났을 때 그녀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그녀는 핸드폰을 들고 시간을 확인했다. B국 시간으로 새벽 3시가 넘었다.그녀는 도무지 잠들 수 없어 박시준에게 문자를 보냈다: 방금 꿈에서 당신을 봤어요.뜻밖에 그에게서 곧 답장이 왔다: 그래도 위정 씨가 널 잡아둘 수 있군.진아연은 그가 보내온 문자를 보며 자기도 모르게 코웃음 쳤다: 몰래 뒤에서 위정 선배한테 내 험담을 했더군요? 나중에 만나면 그때 봐요.박시준: 건강부터 회복하고 봐.진아연: 거의 다 나았어요. 여기서 한이랑 은서, 최운석을 만나니 훨씬 좋아진 것 같아요.박시준: 이제 귀국해서 딸이랑 지성이를 만나면 더 빨리 회복할 거야.진아연: 꼭 그런 건 아니에요. 귀국하고 나서 혈압이 더 올라갈지도 몰라요. 회사가 부도나기 직전이에요. 한 달 정도 비워뒀는데 왕은지에게 당하게 생겼어요.파산은 그녀에게 가장 큰 골칫거리가 아니었지만 왕은지에게 진다는 사실이 가장 머리 아팠다.박시준: 파산이 처음도 아닌데 뭘 그래, 너무 신경 쓰지 마.진아연: 그걸 위로라
이 말을 들은 그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차갑게 입을 열었다. "잘 됐어.""그럼요, 저도 기뻐요. 어젯밤에 이 소식을 알려드리려 했는데 시준 씨가 너무 늦게 돌아오셨어요. 휴식하는 데 방해 될 것 같아서 이제야 알려드리는 거예요." 김영아가 부드럽게 말했다. "아침밥 먹고 나서 아빠 집으로 가요, 아빠한테도 이 소식을 알려드려야죠.""알았어."아침을 먹은 후 두 사람은 김형문의 집으로 향했다.김형문은 수액을 맞고 있다가 그들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표정이 좋아졌다."아빠, 건강은 좀 어때요? 수액 언제까지 맞아야 한다고 했어요?" 김영아가 침대 옆에 다가가 김형문의 손을 잡고 말했다."오늘이 마지막이야. 조금 있다가 병원에 가서 얼마나 회복했나 검사받을 거야." 김형문이 여우 같은 눈을 찌푸리고 물었다. "두 사람이 같이 온 걸 보니 나한테 볼일이 있는 거지?"김영아는 쑥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시준 씨랑 함께 아빠 보러 온 적이 없어요. 함께 있는 시간이 적은 게 다 아빠가 시준 씨에게 일을 너무 많이 줘서 그런 거잖아요. 이 사람 매일 휴식시간이 모자라요.""남자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해." 김형문은 말을 하며 박시준을 힐끗 보았다."아빠, 좋은 소식이 있어요." 김영아가 웃으면서 말했다."나 임신했어요. 방금 알게 된 거예요."김형문은 의외라는 듯 눈빛을 반짝였다. "벌써?"김영아가 애교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손자 보고 싶다고 하지 않았어요? 왜 또 벌써라고 그래요?""하하! 너희 둘이 이렇게 빠를 줄은 몰랐어. 임신했다니 좋은 일이야. 남자애일지 여자애일지 모르겠구나." 김형문이 기뻐하며 말했다. "첫애는 여자애든 남자애든 다 좋아. 네가 아직 어리니 몇 더 낳아도 될 거야.""아빠, 이제 겨우 임신했는데 벌써 둘째 셋째 타령하는 거예요? 이래도 돼요?" 김영아가 애교를 부렸다. "언제 병원 가요? 제가 함께 갈게요.""넌 지금 임신 중이니, 집에서 쉬고 있어. 재검사라 아무 일 없을 거야." 김형문이 말을 이었다. "재검사
"하하!" 그의 부끄러운 얼굴을 본 진아연은 계속해서 놀렸다. "위정 선배, 시은이에겐 어떤 마음이에요?""꼭 이런 질문을 해야겠어?" 위정이 발걸음을 멈추고 진지하게 말했다. "아연아, 나랑 시은이가 함께 할 수 있다고 생각해?"진아연의 얼굴에 미소가 사라졌다. "왜 안된다고 생각해요? 선배가 원한다면 함께 할 수 있잖아. 시은이가 사고나기 전에도 두 사람 잘 지냈잖아요."위정: "나는 시은이와 친구 사이로 지낼 수 있는 거로 만족해.""위정 선배, 시은이가 좋으면 시은이의 생각도 물어보세요. 선배랑 결혼하려는 마음이 있고 선배도 싫지 않다면...""내가 왜 싫어해?" 위정이 그의 말을 잘랐다."싫지 않다면 기다리면 되잖아요. 두 사람이 무슨 관계로 지낼지는 시은이가 결정하면 되잖아요." 진아연이 한숨을 내쉬었다. "혹시 연애해본 적이 없는 거 아니에요? 왜 이렇게 끌려다녀요?"위정은 당황스러웠다.Y국.오늘은 김형문의 집에서 파티가 열리는 날이다. 그들은 일가친척들을 파티에 초대했다.김영아는 지금 임신했기에 옆에 경호원이 따르고 있었다.그녀를 보호하고 있는 경호원은 다름 아닌 봉민이었다.봉민은 무술을 잘할 뿐만 아니라 어릴 때부터 김영아와 친남매처럼 지내오던 사이었다.박시준은 김형문과 함께 손님을 맞이했다."오늘은 우리 형제가 오해를 풀고 처음 모이는 자리예요. 자 다 함께 건배해요." 셋째가 술잔을 높이 들고 말했다.박시준도 입을 열었다. "큰 형님이 요즘 술을 마실 수 없으니 내가 같이 마실게요.""나 오늘 기분이 너무 좋으니까 같이 좀 마셔도 돼." 김형문은 와인 한 잔을 손에 들고 그들과 잔을 부딪친 후 한 모금 마셨다.잠시 후 그는 어지러움을 느꼈다."안 되겠어. 너희들끼리 마시고 있어, 난 좀 쉬고 있을게." 김형문이 경호원의 도움을 받으며 연회장을 나섰다.김형문이 떠난 후 셋째가 비웃었다. "김형문의 몸이 예전 같지 않네.""이젠 60세가 거의 되잖아. 나이가 들었다는 걸 받아들여야 해.""시준아. 아무것도
이미 떠난 거 아니었나? 그녀가 왜 여기에 나타난 거지?박시준의 마음속에서 불길한 예감이 피어올랐다.보름 정도 전에 정서훈이 죽임을 당했고 그때 정서훈의 여자친구가 왔었다.그녀는 정서훈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했지만 고통스럽게 정서훈의 시신을 화장했다.박시준은 사람을 보내 그녀와 정서훈의 유골을 공항까지 바래다주도록 했다.그래서 그날 그녀가 떠난 줄 알았다. 하지만 방금 쟁반을 든 그 종업원이 그녀인 것 같았다.아마 정서훈의 유골을 돌려보낸 후 다시 돌아온 듯싶었다.그리고 그녀가 왜 여기에 나타났는지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녀는 종업원이 되기 위해 여기에 나타난 것이 아니라 김형문에게 복수하기 위해 여기에 나타난 것이 분명하다.박시준은 김형문이 쉬고 있는 방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그가 다가가기도 전에 귀청을 찢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남자의 호통 소리와 여자의 비명이 뒤섞여 있었다.휴식실에 들어선 그는 김형문의 가슴에 비수가 꽂혀 있는 걸 발견했다.그리고 정서훈의 여자친구는 경비원의 발길에 맞아 입가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박 대표님, 마침 잘 오셨어요. 이 여자가 어떻게 들어온 건지 모르겠어요. 먼저 심문할까요 아니면 그냥 죽여버릴까요?" 경호원이 여자의 얼굴을 밟고 물었다.다른 경호원이 구급차를 불렀다.박시준이 입을 열려는 순간 봉민이 걸어들어왔다.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차린 봉민은 총을 꺼내 그녀의 머리를 겨눴다."지금 죽이면 안 돼." 박시준이 말렸다. "조사해보고 나서...""뭘 더 조사해요? 이 여자는 정서훈의 여자친구예요. 정서훈의 복수를 하기 위해 여기에 온 거잖아요." 봉민은 그녀의 얼굴을 보자마자 그녀의 신분을 알아차렸다.그래서 봉민은 조사할 필요 없이 그냥 죽여버리면 된다고 했다."당신 양아버지 지혈할 수 있게 의사부터 찾아와." 박시준이 눈살을 찌푸리고 봉민에게 호통쳤다. "지금 피가 많이 흐르고 있는 게 안 보여?"봉민은 고개를 돌려 김형문이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 고통스러운
"시체를 끌고 갔어요. 오늘 찾아온 손님이 많아서 손님들 눈에 띄면 좋을 게 없다고 말했어요." 경호원이 대답했다.봉민은 할 말이 없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구급차가 도착했고 김형문은 구급차에 실려 갔다.봉민은 구급차를 따라 병원에 갔고 박시준은 남아서 손님들을 배웅하고 김영아의 옆을 지켰다.기분 좋게 열린 파티가 김형문이 기습을 당한 거로 마무리됐다.박시준은 손님들을 배웅한 후 김영아를 집에 데려다주려 했다."아빠가 괜찮을까요? 어떤 여자가 종업원으로 변장하고 들어왔다면서요?" 김영아가 눈살을 찌푸리고 마음을 졸였다."생명이 위험하진 않을 거야. 비수가 심장까지 안 꽂혔거든." 박시준이 차 문을 열어주고 그녀가 차에 탈 수 있도록 했다."시준 씨, 병원에 가서 아빠 옆에 있고 싶어요." 김영아가 불안한 마음으로 말했다.일이 너무 갑작스럽게 터졌다.얼마 전에 넘어져서 입원했었다. 그래서 건강이 아직 좋지 않은 데 또 습격을 당했으니 그녀는 아버지가 버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날까 두려웠다."지금 병원에 가도 아무 도움이 안 돼. 그러니 일단 집에 가 있다가 아빠가 깨어나시면 다시 가.""알았어요." 차에 탄 김영아는 호텔 앞에 사람들이 서 있는 걸 보고 박시준에게 말했다. "저 사람들이 시준 씨를 기다리고 있는 거 아니에요? 나 혼자 가도 되니 시준 씨는 남아서 저 사람들과 함께 있어요."김영아가 떠난 후 박시준은 성큼성큼 호텔 입구로 향했다."둘째 형, 넷째 형 먼저 돌아가요!""너 그 여자 왜 구했어?" 둘째 형이 의아하게 물었다. "난 셋째를 알다가도 모르겠어. 너희들은 참 의문투성이라니까."박시준은 정서훈의 여자친구를 죽이지 않았다.그는 그녀를 배태준의 차에 숨겼고 배태준이 그녀를 한동안 돌보도록 했다. 김형문이 죽은 뒤 다시 그녀를 돌려보낼 예정이었다.배태준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진아연은 나중에 내가 아플 때 무료로 치료해 준다고 나한테 약속했고 시준이는 앞으로 내가 어려울 때 열심히 도와줄 거라 약속했어. 내가 이
병원, 응급실 밖.박시준은 진아연이 영상 통화를 걸어오자 곧 엘리베이터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봉민이 따라오지 않은 것을 확인한 그는 곧 통화 버튼을 눌렀다.시은이의 얼굴이 화면에 나타났다."오빠!" 시은이는 그를 보자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박시준은 익숙한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야윈 그녀의 얼굴을 보며 여러 가지 감정들이 한꺼번에 밀려왔다."오빠, 나 시은이야, 나 잊은 거 아니지? 왜 말이 없어? 난 오빠가 너무너무 보고 싶었어... 내가 오빠 친동생은 아니지만 오빤 영원히 내 친 오빠야."시은이가 마음속의 말을 한꺼번에 쏟아내고는 마음을 졸이며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짧디짧은 몇 초가 시은에겐 100년이 흐르는 것처럼 길게 느껴졌다."내가 널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 그는 마른 침을 삼키고 쉰 소리로 말했다. "시은아, 살이 너무 빠졌어."시은이는 한순간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오빠, 언제 와? 보고 싶어. 너무 보고 싶어.""너 먼저 아연이랑 함께 귀국해. 홍 아줌마가 널 돌봐줄 거야." 박시준은 그녀에게 정확한 대답을 해줄 수 없었다. "난 여기서 해야 할 일이 있어. 다 해결되면 돌아갈게.""... 그럼 기다리고 있을게." 시은이가 순순히 말했다."그래, 아연이 옆에 있어?" 박시준이 물었다."있어." 시은이는 휴대폰을 진아연에게 넘겨줬다. "오빠가 바꿔 달래."진아연은 휴대폰을 받아들고 화면에 비친 익숙한 그의 얼굴을 보며 심장이 두근두근 뛰기 시작했다.겨우 일주일 못 만났는데 아주 오랫동안 헤어져 있은 것 같았다."지금 병원에 계세요?" 그녀는 그의 뒤로 카트를 밀고 지나가는 간호사를 보았다."그래, 김형문이 칼에 찔렸어. 지금 응급실에 있어." 그가 담담하게 말했다."칼에 찔리다니요? 누가 찔렀어요?" 진아연이 빠르게 물었다. "어느 정도예요? 죽을 것 같아요?""죽진 않을 거야. 정서훈의 여자친구가 찔렀어." 그는 일부러 목소리를 낮췄다. "두 사람의 사랑이 눈물겹긴 한데 그건 자살하는 거나 다
응급실 문이 다시 닫히자 봉민과 박시준은 멍하니 서로를 바라보았다."내 양아버지가 죽기를 바라는 거죠?""내가 진실을 말해주길 바라는 건 아니지?""말귀를 못 알아 들어요?! 내가 살아있는 한 당신이 내 양아버지를 해치게 놔둘수 없어요!""내가 손을 쓰려고 마음만 먹으면 넌 절대 나를 막지 못해.""당신은 다른 마음을 먹은 게 분명해요!""네 문제가 더 커. 넌 매일 내가 죽기를 바라고 있잖아. 내가 죽으면 영아를 얻을 수 있을 테니 말이야." 박시준이 말했다. "안타깝게도 영아는 이미 나에게 빠져버렸어. 넌 패자야!""박시준 씨, 좋아하기엔 아직 일러요, 언젠가 지금 날 깔본 거에 대해 비참한 대가를 치르게 될 거예요.""기다리고 있을게."...A국.A 공항.진아연과 위정은 시은이와 최운석을 데리고 공항에서 나왔고 나오자마자 마중 나온 마이크를 발견했다."진아연, 드디어 돌아왔구나!" 마이크가 그녀를 안아주었다. "너 없으면 나 버티기 힘들어."말을 마친 그는 그녀를 놔주고 시은이와 최운석을 바라보았다."두 남매가 많이 닮았네요." 마이크가 손을 내밀어 시은이의 볼을 꼬집었다. "시은 씨, 앞으로 다시는 그러면 안 돼요. 살아있으니 얼마나 좋아요. 죽으면 아무것도 못 봐요. 아직 지성이를 못 봤죠? 얼마나 귀여운지 몰라요. 귀엽기만 할 뿐만 아니라 장난꾸러기예요.""뭐? 지금 재롱도 피울 수 있어?" 진아연이 기억하는 아들은 아직 귀엽기만 한 꼬맹이였다.장난꾸러기와는 거리가 멀었다."지금 얼마나 말썽 꾸러긴데. 조금만 딴 곳에 눈길을 돌리고 있으면 집안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버린다니까." 마이크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모님은 신경도 안써. 너무 오냐오냐하는 것 같다니까."진아연: "너도 집에 있잖아?""회사가 위기에 처해 있는데 애 볼 겨를이 어디 있어?" 마이크가 머리를 긁적이며 그들을 데리고 공항을 나섰다. " 참, 성빈이가 나한테 투자가 필요하냐고 묻던데 너 돌아오면 다시 얘기하자고 했어. 세연 씨 돈으로 한동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