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그녀가 이렇게 비관적일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지금 그녀가 한이를 찾는 데 난항을 겪고 있는 만큼, 김씨 가문의 사람들 또한 그리 쉽게 한이를 찾아내지는 못할 것이다.점심을 먹은 뒤 그녀는 방으로 돌아왔다.한이에게서는 여전히 연락이 없었다.그녀는 CT 결과를 꺼내어 꼼꼼히 살펴보았다.그녀의 뇌에 있는 종양은 지난번보다 조금 더 커져 있었다.정서훈의 안색이 그렇게 어두웠던 이유가 있었다.한이가 여기에 와 있는데다, 그의 행방을 알 수 없다고 말하지 않았다면, 정서훈은 그녀에게 가능한 이른 시일 내에 수술받으라고 재촉했을 것이다.오후 3시.박시준은 점심 식사를 마친 다음, 집으로 돌아왔다.점심 때 그는 와인을 조금 마셨다.김형문이 몇몇 긴밀한 관계의 고객을 부른 탓에, 박시준은 그들과 술 몇 잔을 함께 마시는 수밖에 없었다.집에 도착한 그는 곧장 침실로 향했다.그는 약간 어지러워 휴식이 필요했다. 저녁에서야 한이를 찾아 나설 기운이 날 것 같았다.그가 침실 문을 열자마자 침대에 누워있는 김영아가 보였다. 그는 순간 얼어붙었다."시준 씨, 술 마셨어요?" 김영아가 휴대폰을 내려놓고, 박시준의 붉어진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큰오빠가 정오에 찾아왔었는데, 저더러 침실에 가서 쉬라고 하더라고요.""그랬군." 박시준은 침대로 걸어가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바라보며 물었다. "오늘 컨디션은 좀 어때?""상처 난 곳이 조금 따가운 것만 빼면, 컨디션은 어제보다 훨씬 좋아요." 김영아가 말했다. "당신, 술 마시면 안 돼요. 이틀 동안 약을 먹고 있잖아요. 그 약을 먹는 동안에는 술을 마시면 안 된다면서요. 그 사람들도 당신한테 술을 강요해선 안 되고요.""좀 자고 싶어."김영아는 그의 말의 의미를 이해했다. 그래서 곧바로 몸을 일으켜 침대에서 내려오려고 했다."다쳤잖아, 그냥 누워 있어!" 박시준이 그녀의 옆에 누워 눈을 감았다.김영아는 숨 소리도 내지 못하고 가만히 그가 잠드는 모습을 지켜보았다.그의 호흡이 점차 골라지자,
DL호텔.박시준은 호텔 프론트에 진지한의 체크인 기록에 관해 물어보지 않았다. 어차피 진아연이 낮에 이미 물어보기도 했고, 프론트에서도 기록이 없다고 했으니, 다시 물어봤자 시간 낭비일 것이다.어쩌면 진지한이 가짜 신원을 사용해 Y국에 온 것일지도 모른다.그것도 아니라면 그와 호텔에서 마주친 다음, 체크 아웃을 해버린 것일지도 모른다.그는 진지한이 이 호텔에 있는 것인지 아닌지 확실히 알아보고 싶었다.그는 곧장 상황실로 가, 당직 경비원에게 오늘 오전의 CCTV 영상을 보여 달라고 요청했다."박 대표님, 찾고 계시는 게 어떤 사람인가요? 제가 찾아드리겠습니다.""한 아이예요. 그런데 키가 꽤 큰 편이에요. 제가 직접 찾아볼게요." 박시준은 의자에 앉아 마우스를 쥐고는, CCTV 모니터 속의 시간을 조정하기 시작했다.한이가 프론트에서 체크인하는 장면을 찾아내기만 한다면, 그리고 엘리베이터 CCTV에서 한이가 엘리베이터를 탔는지 볼수만 있다면, 한이가 정말로 이 호텔에 체크인했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박시준은 자신과 한이가 마주쳤던 대략적인 시간을 입력한 다음 검색 버튼을 눌렀다. 하지만 모니터에는 하얀 공백만 나타날 뿐이었다.그의 몸이 순식간에 경직되었고, 마우스를 잡은 손 역시 뻣뻣하게 굳어버렸다.CCTV가 해킹당했다!그는 무작위로 다른 시간의 기록을 검색해 보았다. 하지만 다른 시간대의 영상들은 전혀 문제가 없었다.정확히 한이가 호텔에 나타난 순간의 영상만이 삭제된 것이다!이것은 또한, 한이가 지금 정말로 Y국에 와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그는 곧바로 의자에서 일어나 성큼성큼 상황실 밖으로 나와, 프론트를 향해 걸어갔다."오늘 낮에 근무하셨던 분이 누구입니까?"프론트 직원이 다른 여자 직원으로 바뀌어 있었다."방금 퇴근했는데요." 프런트 직원은 박시준을 자세히 관찰하더니, 그를 알아보고는 황급히 대답했다. "아니면 지금 전화해서 호텔로 돌아오라고 할까요?""당장 전화하세요." 박시준은 이 말을 끝으로 호텔 밖으로 나갔다.
"말했어, 네가 미쳐 돌아버리기 직전이라고 했어." 마이크가 놀렸다. "오늘 널 찾아가지 않는다고 해도 며칠 뒤엔 갈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적어도 지금 안전하다는 말이야."마이크의 대답에 진아연은 마음을 놓았다.그녀는 박시준과 함께 한이를 찾자고 약속을 했기에 집을 나섰다."지금 DL호텔로 갈 거예요. 운전해서 갈 거니까 당신은 여기서 기다리세요." 그녀는 경호원에게 말했다. "마이크의 말에 의하면 우리가 사는 호텔 정보를 한이에게 알려줬대요. 한이가 오늘 밤 우리를 찾아온다면 저한테 전화해 줘요." 경호원: "알았어요. 박시준을 찾아가는 건 별 위험이 없겠지만 두 분 다 김형문에게 잡힐까 걱정이에요.""그런 위험이 있으면 시준 씨가 저한테 오라고 하지 않을 거예요."그녀는 운전하여 DL호텔로 향했다.그녀가 떠난 지 20분 정도 흐르자 한이가 경호원의 시선에 들어왔다.한이는 그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캡모자를 쓰지 않았고 검은색 가방도 메지 않고 있었다.그는 그렇게 혼자 진아연이 머무는 호텔 로비에 들어섰다.크고 마른 그는 아주 훤칠해 경호원이 한눈에 알아볼 정도였다.경호원이 그에게 다가가 그의 팔을 잡았다."한이야, 엄마가 널 종일 찾아 헤맸어. 거의 미치기 직전이야." 경호원은 불빛 아래에서 박시준을 똑 닮은 차가운 얼굴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 일 없으니 다행이야.""엄마는요?" 한이는 비번을 건 마이크의 문자를 보고 달려온 것이다."엄마는 박 대표님을 찾으러 갔어. 박 대표님도 널 찾고 있어." 경호원은 한이의 손을 잡고 거실 소파에 앉았다. "여기 앉아서 조금만 기다려. 내가 엄마한테 전화해볼게. 참, 넌 왜 혼자 온 거야? 여긴 위험해. 엄마가 오늘 밤 널 다시 돌려보낼 거야. 너의 엄마도 며칠 전에 납치당해서 목숨을 잃을 뻔..."'납치' 라는 두 글자를 들은 한이는 곧 경호원의 팔을 잡았다."아직 엄마에게 전화하지 마세요." 한이는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납치라니, 그게 무슨 말이에요?""쿨럭, 말
"김성우를 혼내주러 간다고 했어요? 한이에게 내가 납치됐던 걸 얘기했어요?" 진아연은 숨을 크게 들이쉬고 말했다. "그런 말을 왜 해요? 한이 성격을 잘 알면서...""일부러 얘기한 게 아니에요." 경호원이 황급히 사과했다. "지금 안전하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일이 끝나면 다시 찾아온다고 전해달래요."진아연은 누군가 목을 조르는 것처럼 숨을 쉴 수 없었다.그녀는 점점 호흡이 가빠지는 걸 느꼈다.경호원은 전화기 너머로 그녀의 호흡을 들으며 걱정되었다. "대표님, 괜찮으세요? 박 대표님이 지금 옆에 계세요? 아직 DL호텔에 계세요?"경호원이 잇달아 질문을 내뱉은 후 '뚝뚝...' 하는 상대방이 전화를 끊었다는 소리만 들려왔다.박시준이 진아연을 품에 안고 그녀의 전화를 끊었다."진아연, 정신 차려, 한이한테 아무 일 없을 거야." 박시준은 곧 기절할 것 같은 진아연을 보고 그녀의 허리를 안더니 성큼성큼 차를 향해 걸어갔다.그녀는 오늘 한이의 일 때문에 밥도 못 먹고 잠도 자지 못하고 있었다. 육체적 정신적 피로로 그녀는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박시준은 그녀를 안고 뒷좌석에 앉힌 후 물 한 병을 따 그녀에게 주었다.입술이 말라 있어 탈수로 인한 열사병이 아닌가 의심했다."진아연, 진지한은 어린애가 아니야.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잘 알고 있을 거야. 조급해 하지 말고 연락을 기다려." 박시준은 그녀의 입가에 물을 갖다 대고 차분히 그녀를 위로했다.물을 조금 마신 그녀는 정신이 조금 회복되는 것 같았다."한이가 왜 애가 아니에요?" 그녀는 눈시울이 붉어졌고 목소리가 살짝 떨려왔다. "아직 열 살도 안 되는 애예요. 자신이 뭘 하고 있는지는 안다고 해도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책임질 수 없다고요.""내가 계속 찾아볼게." 박시준이 마른 침을 삼키고 말했다. "다른 호텔에 알아볼 거야. 하지만 진지한이라는 신분을 숨기는 것 같아. 낮에 프론트 데스크에 물어봤는데 영문 이름으로 등록했더라고. 한이의 영문 이름 알아?""영어 이름이 어디 있어요?
그녀는 그렇게 비굴하고 억울해지고 싶지 않았지만 현실은 그녀에게 아픔만 남겨 주었다.그녀는 그를 잃는 고통을 감당할 수 없었다. 지난날의 자신감과 자부심이 한순간 모두 사라져 버렸다."어떻게 하면 여기서 떠날 건지 말해봐." 그는 커다란 손으로 그녀의 조그마한 손을 잡았다.그는 그녀의 손을 떼고 싶었지만 그녀가 옷깃을 꼭 잡고 놓지 않았다."그렇게 날 뿌리치고 싶어요? 당신이 날 뿌리치려 할수록 전 더 가지 않을 거예요." 그녀가 힘들면 그도 잘 지낼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저랑 당신이 이렇게 엮여 있는 걸 김형문과 김영아가 계속 두고 보기만 할 것 같아요?""한이를 돌려보내지 않을 거야?" 그가 되물었다.그들은 각자 자기 말만 하며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몰랐다."비행기에 태워주면 돼요."그는 그녀의 고집스러운 눈빛과 확고한 눈빛을 바라보며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여긴 다른 사람도 없는데 왜 나한테 진실을 말해주려 하지 않는 거예요?" 그녀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는 자신이 미쳐가고 있다고 생각했다.그녀는 Y국에 있는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었다.지난날의 아름다운 기억들이 아니었더라면 그녀는 지금까지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박시준은 그녀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았다.그들이 지금 타고 있는 이 차량은 김형문이 그에게 준 것이다.그러니 차에 도청기가 있을지도 몰랐다.차 밖에 있는 경호원도 김형문이 보낸 사람이다.경호원은 비록 그를 따른 뒤로 말을 잘 듣긴 했지만 경호원이 그를 배신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었다."차를 갖고 왔으니 바래다주진 않을게." 박시준은 그녀가 내릴 수 있게 차에서 내리려 했다. "돌아가."그녀는 여전히 그의 옷깃을 잡은 채 놓지 않았다."안 가요... 지난번 요트에서 당신이 분명... " 그녀는 그때의 다정함이 그리웠고 꿈이 아니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들어와서 문 닫아."그는 깊고 검은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며 꿈쩍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그에게 끌려 차에 올라타고 문을 닫았다.
김영아는 침대에 누워서 저녁 9시부터 10시까지 기다렸고, 또 10시부터 12시까지 기다렸다.그녀는 낮에 잠을 많이 잤기 때문에 12시가 되도록 잠이 오지 않았다.그녀는 여러 차례 휴대폰을 들고 박시준에게 전화를 하고 싶었지만 그가 떠날 때 했던 말이 떠올라 다시 휴대폰을 내려놓았다.아버지나 오빠나 박시준 모두 남자다. 또한 바람기 없는 남자는 없다.그들은 평생 한 여자만 사랑할 수 없다.그녀가 기억할 수 있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아버지의 옆에는 여자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바뀌었다.그는 모든 여자친구에 대해 함께 있는 동안은 애지중지했지만 사랑하지 않을 땐 아주 무정했다.오빠는 말할 나위도 없었다.오빠는 일찍 결혼해서 아이를 낳았지만 늘 몰래 다른 여자를 만나왔었다.오빠는 여자를 아버지보다 더 빈번히 바꿨다.새언니는 처음 오빠와 크게 싸웠었다. 하지만 여러번 싸운 뒤에도 아무런 변화가 없자 아이를 위해, 사모님의 명분을 위해 꾹 참고 아이에게만 정성을 쏟아부었다.김영아는 적어도 박시준은 매일 여자를 바꾸지 않을 거라고 비참하게 생각했다.아내인 그녀에게 그가 잘해주는 척만 해도 그녀는 모든 걸 참을 수 있을 것 같았다.새벽 두 시가 되어 마당에 하얀 불빛이 들어왔다.자동차 헤드라이트였다.그녀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잠든 척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발소리가 점점 선명하게 들리더니 침실 문이 열렸다.침대 머리에 있는 작은 조명을 켜놓았는데 희미한 불빛 아래에 김영아가 잠든 모습을 볼 수 있었다.박시준은 밤새 대형 호텔에 모두 연락했지만 한이의 행방을 찾지 못했다.한이가 신분을 새롭게 바꿨거나 작은 여관에 머물고 있다는 말이었다.그는 한이가 걱정되었지만 걱정한다고 해서 아무 소용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한이는 김성우를 혼내주겠다고 했다. 한이를 찾아내려면 김성우의 움직임을 주시하면 된다.그는 옷장에서 잠옷을 꺼내 샤워하러 욕실에 가려 했다.그순간 김영아가 눈을 뜨더니 방금 깬 척하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시준 씨 왔어요? 지
"난 게스트 룸에 가서 잘게." 그는 베개를 집어 들고 나가려 했다."시준 씨, 안 가면 안 돼요?" 김영아가 애교 섞인 목소리로 애원했다. "건드리지 않을게요.""실수로 당신 상처를 건드릴까 걱정돼서 그래." 그녀가 이토록 비굴한 모습을 보이자 그는 어쩔 수 없이 설명했다. "상처가 나으면 그때 얘기해."그의 대답을 들은 김영아는 순간 아주 큰 만족을 느꼈다."시준 씨, 귀띔할 게 하나 있어요." 김영아가 손을 내밀어 침대 머리에 있는 조명을 켰다. "나 오늘 진아연 씨 자료를 찾아봤어요. 그래서 당신이 왜 그녀를 좋아하는지 알 것 같아요. 진아연 씨는 매력적인 여자에요. 하지만 시준 씨, 여기는 Y국이고 아빠는 진아연 씨를 싫어해요. 당신이 본인을 위해서도, 진아연 씨를 위해서도 자주 만나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필요하시면 밖에서 여자를 찾는다고 해도 저 화 안 내요. 당신이 진아연 씨 때문에 아빠랑 트러블이 생기는 게 싫어요."김영아는 박시준의 목에 난 사랑의 마크를 보았다."알아." 그가 차갑게 말했다."그럼 왜 그녀를 보내지 않는 거예요?" 김영아가 물었다. "요트까지 보낼 수 있었으면서 왜 Y국을 떠나게 할 수 없는 거예요? 시준 씨가 마음만 먹으면 해낼 수 있을 텐데요."박시준은 김영아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그녀는 침대에 누워 있었지만 정신이 맑아 보였다."본인이 아주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거 아니었어?" 그가 입꼬리를 씩 올리고 비웃었다. "날 잡고 싶으면 바보인 척하는 게 좋을 거야."그의 말을 들은 김영아는 가슴이 답답해 왔다.자신의 말은 모두 진심이었으나 그가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화까지 내고 있다."시준 씨, 미안해요.""잘 자!" 차갑게 말을 던진 그는 베개를 집어 들고 성큼성큼 침실을 나섰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닫히고 김영아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진아연은 차를 운전하여 자신의 거처로 돌아갔다. 차가 미처 멈추기도 전에 호텔 앞에서 쭈그리고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는 경호원이 눈에
그는 멍하니 침대에 앉아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없었다.그의 아버지는 그를 2년 동안 해외로 업무 파견을 보냈고 2년 동안 그는 이곳 사람들과 연락한 적이 없었다.돌아온 지 겨우 며칠 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누군가 그의 목숨을 위협할 수 있단 말인가?설마 박시준일까?하지만 박시준은 아직 힘이 없었다.그리고 그의 아버지가 지켜보고 있었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며 조금이라도 잘못한 일이 있으면 절대 실권을 그에게 넘겨주지 않을 것이다.그러니 이런 중요한 시점에서 스스로 이런 짓거리를 할 수는 없을 것이다.박시준이 아니면 누구란 말인가?곧 김 씨 가문과 둘째 어르신, 넷째 어르신이 대화할 시간이 다가오는데 둘째 어르신과 넷째 어르신은 이 시점에서 뭔가를 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김성우는 자신의 머리를 '탁' 치고는 괴로워했다.그는 다시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고는 죽음을 향한 카운트다운을 끄려 했지만 화면이 잠긴 것 같았다. 아무리 눌러도 휴대폰 화면은 아무 반응이 없었다.그는 카운트다운을 끌 수도 없었고 홈 화면으로 돌아갈 수도 없었으며 휴대 전화의 그 어떤 기능도 사용할 수 없었다.그는 한순간 어리둥절해졌다.누군가 그의 휴대폰을 해킹한 건가?이 죽음의 카운트다운은 어느 해커의 장난일까? 아니면 그가 어젯밤 부주의로 휴대폰의 악성 웹사이트를 클릭해서 바이러스에 감염된 건가?이런 생각에 그는 기술 인원을 찾아가려 했다.호텔.경호원은 오늘 한이를 찾으러 부근을 뒤져보자고 어젯밤 진아연과 약속했다.아침이 되자 경호원은 자리에서 일어나 진아연이 머무는 방의 초인종을 눌렀다.초인종이 울렸지만 아무 반응이 없었다.경호원은 휴대폰을 꺼내 진아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 연결음이 울렸지만 그녀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아직 자고 있는 걸까?경호원은 한참을 기다리다가 아침부터 먹자고 생각했다.식당에 도착하자 경호원의 휴대 전화가 울렸다.진아연의 전화일 줄 알았는데 의외로 박시준의 전화였다.박시준은 방금 진아연에게 전화를 했지만 아무도 받는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