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전화를 받기는 했지만, 떨리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시준 씨, 한이를 못 찾았어요. 호텔에 와서 물어봤는데, 프런트 직원 말로는 한이가 이 호텔에 묵지 않는대요."그녀는 목이 메여,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한이가 찾아온 곳이 Y국이 아닌 다른 나라였다면, 이렇게까지 불안하진 않았을 것이다."이 호텔에서 한이를 본 게 확실해요?" 그녀가 쉰 목소리로 물었다."확실해." 박시준의 목소리는 단호했다."당신은 한이를 잊은 적이 없는 거죠, 그렇죠?" 그녀가 추궁했다. "당신은 라엘이, 그리고 지성이도 잊지 않은 거예요..."박시준의 목소리가 무거워졌다. "난 한이가 Y국에 있다고 확신해. 이런 쓸데없는 걸 물을 시간에, 얼른 가서 한이나 찾아.""찾을 수가 없어요!" 그녀가 눈물을 뚝뚝 흘렸다. "한이가 어디 있는지 도저히 모르겠어요. 전화도 안 되고요. 한이가 먼저 저한테 연락하지 않는 한, 달리 찾을 방법이 없는 것 같아요."한이는 더 이상 두세 살의 어린아이가 아니었다. 한이는 유학을 하는 6개월 동안, 여러모로 크게 성장했다. 더 이상 그녀가 알던 어린 한이가 아니었다.그녀의 울음소리를 듣자, 그는 잘생긴 눈썹을 잔뜩 찌푸렸다. "내가 찾아낼 거야!"그는 지금 김형문과 밖에서 점심 식사 중이었다.한이가 걱정되는 마음에 화장실에 와서 그녀에게 전화를 건 것이었다.전화를 끊은 뒤 진아연이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녀는 박시준이 나설 필요가 없도록, 가능한 한 빨리 한이를 찾아내고 싶었다.그렇지 않으면, 김형문이 한이가 여기에 온 것을 알게 될 것이고, 그가 한이를 붙잡아 박시준을 협박하지는 않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그녀는 눈가의 눈물을 닦고는, 마이크에게 전화를 걸었다.마이크는 재빨리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우스갯소리로 피곤함을 숨겼다. "네가 나한테 전화를 하는지 안 하는지 보려고, 요 며칠 일부러 너한테 전화를 안 했지!""한이가 Y국에 왔어. 지금 한이랑 연락이 안 돼. 한이한테 연락할 방법 있어?!" 진아
어쩌면, 그녀가 이렇게 비관적일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지금 그녀가 한이를 찾는 데 난항을 겪고 있는 만큼, 김씨 가문의 사람들 또한 그리 쉽게 한이를 찾아내지는 못할 것이다.점심을 먹은 뒤 그녀는 방으로 돌아왔다.한이에게서는 여전히 연락이 없었다.그녀는 CT 결과를 꺼내어 꼼꼼히 살펴보았다.그녀의 뇌에 있는 종양은 지난번보다 조금 더 커져 있었다.정서훈의 안색이 그렇게 어두웠던 이유가 있었다.한이가 여기에 와 있는데다, 그의 행방을 알 수 없다고 말하지 않았다면, 정서훈은 그녀에게 가능한 이른 시일 내에 수술받으라고 재촉했을 것이다.오후 3시.박시준은 점심 식사를 마친 다음, 집으로 돌아왔다.점심 때 그는 와인을 조금 마셨다.김형문이 몇몇 긴밀한 관계의 고객을 부른 탓에, 박시준은 그들과 술 몇 잔을 함께 마시는 수밖에 없었다.집에 도착한 그는 곧장 침실로 향했다.그는 약간 어지러워 휴식이 필요했다. 저녁에서야 한이를 찾아 나설 기운이 날 것 같았다.그가 침실 문을 열자마자 침대에 누워있는 김영아가 보였다. 그는 순간 얼어붙었다."시준 씨, 술 마셨어요?" 김영아가 휴대폰을 내려놓고, 박시준의 붉어진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큰오빠가 정오에 찾아왔었는데, 저더러 침실에 가서 쉬라고 하더라고요.""그랬군." 박시준은 침대로 걸어가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바라보며 물었다. "오늘 컨디션은 좀 어때?""상처 난 곳이 조금 따가운 것만 빼면, 컨디션은 어제보다 훨씬 좋아요." 김영아가 말했다. "당신, 술 마시면 안 돼요. 이틀 동안 약을 먹고 있잖아요. 그 약을 먹는 동안에는 술을 마시면 안 된다면서요. 그 사람들도 당신한테 술을 강요해선 안 되고요.""좀 자고 싶어."김영아는 그의 말의 의미를 이해했다. 그래서 곧바로 몸을 일으켜 침대에서 내려오려고 했다."다쳤잖아, 그냥 누워 있어!" 박시준이 그녀의 옆에 누워 눈을 감았다.김영아는 숨 소리도 내지 못하고 가만히 그가 잠드는 모습을 지켜보았다.그의 호흡이 점차 골라지자,
DL호텔.박시준은 호텔 프론트에 진지한의 체크인 기록에 관해 물어보지 않았다. 어차피 진아연이 낮에 이미 물어보기도 했고, 프론트에서도 기록이 없다고 했으니, 다시 물어봤자 시간 낭비일 것이다.어쩌면 진지한이 가짜 신원을 사용해 Y국에 온 것일지도 모른다.그것도 아니라면 그와 호텔에서 마주친 다음, 체크 아웃을 해버린 것일지도 모른다.그는 진지한이 이 호텔에 있는 것인지 아닌지 확실히 알아보고 싶었다.그는 곧장 상황실로 가, 당직 경비원에게 오늘 오전의 CCTV 영상을 보여 달라고 요청했다."박 대표님, 찾고 계시는 게 어떤 사람인가요? 제가 찾아드리겠습니다.""한 아이예요. 그런데 키가 꽤 큰 편이에요. 제가 직접 찾아볼게요." 박시준은 의자에 앉아 마우스를 쥐고는, CCTV 모니터 속의 시간을 조정하기 시작했다.한이가 프론트에서 체크인하는 장면을 찾아내기만 한다면, 그리고 엘리베이터 CCTV에서 한이가 엘리베이터를 탔는지 볼수만 있다면, 한이가 정말로 이 호텔에 체크인했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박시준은 자신과 한이가 마주쳤던 대략적인 시간을 입력한 다음 검색 버튼을 눌렀다. 하지만 모니터에는 하얀 공백만 나타날 뿐이었다.그의 몸이 순식간에 경직되었고, 마우스를 잡은 손 역시 뻣뻣하게 굳어버렸다.CCTV가 해킹당했다!그는 무작위로 다른 시간의 기록을 검색해 보았다. 하지만 다른 시간대의 영상들은 전혀 문제가 없었다.정확히 한이가 호텔에 나타난 순간의 영상만이 삭제된 것이다!이것은 또한, 한이가 지금 정말로 Y국에 와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그는 곧바로 의자에서 일어나 성큼성큼 상황실 밖으로 나와, 프론트를 향해 걸어갔다."오늘 낮에 근무하셨던 분이 누구입니까?"프론트 직원이 다른 여자 직원으로 바뀌어 있었다."방금 퇴근했는데요." 프런트 직원은 박시준을 자세히 관찰하더니, 그를 알아보고는 황급히 대답했다. "아니면 지금 전화해서 호텔로 돌아오라고 할까요?""당장 전화하세요." 박시준은 이 말을 끝으로 호텔 밖으로 나갔다.
"말했어, 네가 미쳐 돌아버리기 직전이라고 했어." 마이크가 놀렸다. "오늘 널 찾아가지 않는다고 해도 며칠 뒤엔 갈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적어도 지금 안전하다는 말이야."마이크의 대답에 진아연은 마음을 놓았다.그녀는 박시준과 함께 한이를 찾자고 약속을 했기에 집을 나섰다."지금 DL호텔로 갈 거예요. 운전해서 갈 거니까 당신은 여기서 기다리세요." 그녀는 경호원에게 말했다. "마이크의 말에 의하면 우리가 사는 호텔 정보를 한이에게 알려줬대요. 한이가 오늘 밤 우리를 찾아온다면 저한테 전화해 줘요." 경호원: "알았어요. 박시준을 찾아가는 건 별 위험이 없겠지만 두 분 다 김형문에게 잡힐까 걱정이에요.""그런 위험이 있으면 시준 씨가 저한테 오라고 하지 않을 거예요."그녀는 운전하여 DL호텔로 향했다.그녀가 떠난 지 20분 정도 흐르자 한이가 경호원의 시선에 들어왔다.한이는 그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캡모자를 쓰지 않았고 검은색 가방도 메지 않고 있었다.그는 그렇게 혼자 진아연이 머무는 호텔 로비에 들어섰다.크고 마른 그는 아주 훤칠해 경호원이 한눈에 알아볼 정도였다.경호원이 그에게 다가가 그의 팔을 잡았다."한이야, 엄마가 널 종일 찾아 헤맸어. 거의 미치기 직전이야." 경호원은 불빛 아래에서 박시준을 똑 닮은 차가운 얼굴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 일 없으니 다행이야.""엄마는요?" 한이는 비번을 건 마이크의 문자를 보고 달려온 것이다."엄마는 박 대표님을 찾으러 갔어. 박 대표님도 널 찾고 있어." 경호원은 한이의 손을 잡고 거실 소파에 앉았다. "여기 앉아서 조금만 기다려. 내가 엄마한테 전화해볼게. 참, 넌 왜 혼자 온 거야? 여긴 위험해. 엄마가 오늘 밤 널 다시 돌려보낼 거야. 너의 엄마도 며칠 전에 납치당해서 목숨을 잃을 뻔..."'납치' 라는 두 글자를 들은 한이는 곧 경호원의 팔을 잡았다."아직 엄마에게 전화하지 마세요." 한이는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납치라니, 그게 무슨 말이에요?""쿨럭, 말
"김성우를 혼내주러 간다고 했어요? 한이에게 내가 납치됐던 걸 얘기했어요?" 진아연은 숨을 크게 들이쉬고 말했다. "그런 말을 왜 해요? 한이 성격을 잘 알면서...""일부러 얘기한 게 아니에요." 경호원이 황급히 사과했다. "지금 안전하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일이 끝나면 다시 찾아온다고 전해달래요."진아연은 누군가 목을 조르는 것처럼 숨을 쉴 수 없었다.그녀는 점점 호흡이 가빠지는 걸 느꼈다.경호원은 전화기 너머로 그녀의 호흡을 들으며 걱정되었다. "대표님, 괜찮으세요? 박 대표님이 지금 옆에 계세요? 아직 DL호텔에 계세요?"경호원이 잇달아 질문을 내뱉은 후 '뚝뚝...' 하는 상대방이 전화를 끊었다는 소리만 들려왔다.박시준이 진아연을 품에 안고 그녀의 전화를 끊었다."진아연, 정신 차려, 한이한테 아무 일 없을 거야." 박시준은 곧 기절할 것 같은 진아연을 보고 그녀의 허리를 안더니 성큼성큼 차를 향해 걸어갔다.그녀는 오늘 한이의 일 때문에 밥도 못 먹고 잠도 자지 못하고 있었다. 육체적 정신적 피로로 그녀는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박시준은 그녀를 안고 뒷좌석에 앉힌 후 물 한 병을 따 그녀에게 주었다.입술이 말라 있어 탈수로 인한 열사병이 아닌가 의심했다."진아연, 진지한은 어린애가 아니야.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잘 알고 있을 거야. 조급해 하지 말고 연락을 기다려." 박시준은 그녀의 입가에 물을 갖다 대고 차분히 그녀를 위로했다.물을 조금 마신 그녀는 정신이 조금 회복되는 것 같았다."한이가 왜 애가 아니에요?" 그녀는 눈시울이 붉어졌고 목소리가 살짝 떨려왔다. "아직 열 살도 안 되는 애예요. 자신이 뭘 하고 있는지는 안다고 해도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책임질 수 없다고요.""내가 계속 찾아볼게." 박시준이 마른 침을 삼키고 말했다. "다른 호텔에 알아볼 거야. 하지만 진지한이라는 신분을 숨기는 것 같아. 낮에 프론트 데스크에 물어봤는데 영문 이름으로 등록했더라고. 한이의 영문 이름 알아?""영어 이름이 어디 있어요?
그녀는 그렇게 비굴하고 억울해지고 싶지 않았지만 현실은 그녀에게 아픔만 남겨 주었다.그녀는 그를 잃는 고통을 감당할 수 없었다. 지난날의 자신감과 자부심이 한순간 모두 사라져 버렸다."어떻게 하면 여기서 떠날 건지 말해봐." 그는 커다란 손으로 그녀의 조그마한 손을 잡았다.그는 그녀의 손을 떼고 싶었지만 그녀가 옷깃을 꼭 잡고 놓지 않았다."그렇게 날 뿌리치고 싶어요? 당신이 날 뿌리치려 할수록 전 더 가지 않을 거예요." 그녀가 힘들면 그도 잘 지낼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저랑 당신이 이렇게 엮여 있는 걸 김형문과 김영아가 계속 두고 보기만 할 것 같아요?""한이를 돌려보내지 않을 거야?" 그가 되물었다.그들은 각자 자기 말만 하며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몰랐다."비행기에 태워주면 돼요."그는 그녀의 고집스러운 눈빛과 확고한 눈빛을 바라보며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여긴 다른 사람도 없는데 왜 나한테 진실을 말해주려 하지 않는 거예요?" 그녀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는 자신이 미쳐가고 있다고 생각했다.그녀는 Y국에 있는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었다.지난날의 아름다운 기억들이 아니었더라면 그녀는 지금까지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박시준은 그녀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았다.그들이 지금 타고 있는 이 차량은 김형문이 그에게 준 것이다.그러니 차에 도청기가 있을지도 몰랐다.차 밖에 있는 경호원도 김형문이 보낸 사람이다.경호원은 비록 그를 따른 뒤로 말을 잘 듣긴 했지만 경호원이 그를 배신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었다."차를 갖고 왔으니 바래다주진 않을게." 박시준은 그녀가 내릴 수 있게 차에서 내리려 했다. "돌아가."그녀는 여전히 그의 옷깃을 잡은 채 놓지 않았다."안 가요... 지난번 요트에서 당신이 분명... " 그녀는 그때의 다정함이 그리웠고 꿈이 아니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들어와서 문 닫아."그는 깊고 검은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며 꿈쩍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그에게 끌려 차에 올라타고 문을 닫았다.
김영아는 침대에 누워서 저녁 9시부터 10시까지 기다렸고, 또 10시부터 12시까지 기다렸다.그녀는 낮에 잠을 많이 잤기 때문에 12시가 되도록 잠이 오지 않았다.그녀는 여러 차례 휴대폰을 들고 박시준에게 전화를 하고 싶었지만 그가 떠날 때 했던 말이 떠올라 다시 휴대폰을 내려놓았다.아버지나 오빠나 박시준 모두 남자다. 또한 바람기 없는 남자는 없다.그들은 평생 한 여자만 사랑할 수 없다.그녀가 기억할 수 있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아버지의 옆에는 여자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바뀌었다.그는 모든 여자친구에 대해 함께 있는 동안은 애지중지했지만 사랑하지 않을 땐 아주 무정했다.오빠는 말할 나위도 없었다.오빠는 일찍 결혼해서 아이를 낳았지만 늘 몰래 다른 여자를 만나왔었다.오빠는 여자를 아버지보다 더 빈번히 바꿨다.새언니는 처음 오빠와 크게 싸웠었다. 하지만 여러번 싸운 뒤에도 아무런 변화가 없자 아이를 위해, 사모님의 명분을 위해 꾹 참고 아이에게만 정성을 쏟아부었다.김영아는 적어도 박시준은 매일 여자를 바꾸지 않을 거라고 비참하게 생각했다.아내인 그녀에게 그가 잘해주는 척만 해도 그녀는 모든 걸 참을 수 있을 것 같았다.새벽 두 시가 되어 마당에 하얀 불빛이 들어왔다.자동차 헤드라이트였다.그녀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잠든 척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발소리가 점점 선명하게 들리더니 침실 문이 열렸다.침대 머리에 있는 작은 조명을 켜놓았는데 희미한 불빛 아래에 김영아가 잠든 모습을 볼 수 있었다.박시준은 밤새 대형 호텔에 모두 연락했지만 한이의 행방을 찾지 못했다.한이가 신분을 새롭게 바꿨거나 작은 여관에 머물고 있다는 말이었다.그는 한이가 걱정되었지만 걱정한다고 해서 아무 소용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한이는 김성우를 혼내주겠다고 했다. 한이를 찾아내려면 김성우의 움직임을 주시하면 된다.그는 옷장에서 잠옷을 꺼내 샤워하러 욕실에 가려 했다.그순간 김영아가 눈을 뜨더니 방금 깬 척하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시준 씨 왔어요? 지
"난 게스트 룸에 가서 잘게." 그는 베개를 집어 들고 나가려 했다."시준 씨, 안 가면 안 돼요?" 김영아가 애교 섞인 목소리로 애원했다. "건드리지 않을게요.""실수로 당신 상처를 건드릴까 걱정돼서 그래." 그녀가 이토록 비굴한 모습을 보이자 그는 어쩔 수 없이 설명했다. "상처가 나으면 그때 얘기해."그의 대답을 들은 김영아는 순간 아주 큰 만족을 느꼈다."시준 씨, 귀띔할 게 하나 있어요." 김영아가 손을 내밀어 침대 머리에 있는 조명을 켰다. "나 오늘 진아연 씨 자료를 찾아봤어요. 그래서 당신이 왜 그녀를 좋아하는지 알 것 같아요. 진아연 씨는 매력적인 여자에요. 하지만 시준 씨, 여기는 Y국이고 아빠는 진아연 씨를 싫어해요. 당신이 본인을 위해서도, 진아연 씨를 위해서도 자주 만나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필요하시면 밖에서 여자를 찾는다고 해도 저 화 안 내요. 당신이 진아연 씨 때문에 아빠랑 트러블이 생기는 게 싫어요."김영아는 박시준의 목에 난 사랑의 마크를 보았다."알아." 그가 차갑게 말했다."그럼 왜 그녀를 보내지 않는 거예요?" 김영아가 물었다. "요트까지 보낼 수 있었으면서 왜 Y국을 떠나게 할 수 없는 거예요? 시준 씨가 마음만 먹으면 해낼 수 있을 텐데요."박시준은 김영아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그녀는 침대에 누워 있었지만 정신이 맑아 보였다."본인이 아주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거 아니었어?" 그가 입꼬리를 씩 올리고 비웃었다. "날 잡고 싶으면 바보인 척하는 게 좋을 거야."그의 말을 들은 김영아는 가슴이 답답해 왔다.자신의 말은 모두 진심이었으나 그가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화까지 내고 있다."시준 씨, 미안해요.""잘 자!" 차갑게 말을 던진 그는 베개를 집어 들고 성큼성큼 침실을 나섰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닫히고 김영아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진아연은 차를 운전하여 자신의 거처로 돌아갔다. 차가 미처 멈추기도 전에 호텔 앞에서 쭈그리고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는 경호원이 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