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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8장

그녀가 전화를 받자마자, 전화기 너머에서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연아, 너한테 할 말이 있어."

전화는 산이 오빠에게서 온 것이었다.

그녀는 일어나 앉아 진지하게 대답했다. "말씀하세요, 듣고 있어요."

"아직도 박시준을 만나고 싶니?"

그녀는 순간 어리둥절했지만, 황급히 대답했다. "네. 도와주실 건가요?"

"하하! 너도 참 끈질기구나. 그는 더 이상 너를 기억하지도 못하는데, 왜 포기하지 않는 거니?" 산이 오빠가 비아냥거렸다.

"그가 저를 어떻게 대하건, 그건 그 사람 사정이에요. 제가 양심에 거리낄 일이 없으면, 그걸로 됐어요." 그녀가 담담하게 대답했다. "비아냥거리시려고 전화하신 건 아니죠?"

"당연히 아니지, 나도 그렇게 한가한 사람 아니야." 산이 오빠가 말했다. "며칠 뒤면 김영아의 생일이야. 그때가 되면 김씨 가문이 김영아에게 생일파티를 열어줄 거야. 너 바다 무서워하니?"

"아뇨, 무섭지 않아요. 그건 왜요?"

"그때 유람선에서 생일파티가 있을 거야. 김형문이 나를 초대했는데, 난 가기 싫거든." 산이 오빠가 이유를 말했다.

"제가 대신 갈게요!" 진아연이 곧바로 대답했다. "보내시려는 선물이나, 전하시려는 말씀이 있으면 제가 대신 전할게요."

"하하하하! 진아연, 네가 그냥 진아연이 아니라 진 선생이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산이 오빠가 비꼬는 말투로 감탄했다. "넌 이 진흙탕에 휘말리는 것보다 더 의미 있는 일을 해야 해."

"산이 오빠, 만약 시준 씨가 제 상황이었으면, 시준 씨도 절대 저를 그렇게 쉽기 포기하진 않았을 거예요." 그녀가 단호히 말했다. "전 그저 그 사람이 더 큰 실수를 저지르기 전에 빨리 기억을 되찾길 바랄 뿐이에요."

"그렇게 말하니 나도 더 말을 보태진 않을게. 이번 주 금요일 아침에 우리 집으로 와. 선물을 전해 줄 테니. 기사가 바래다줄 거야."

"고마워요." 그녀가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건넸다. "앞으로 제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씀하세요."

"벌써 그렇게 먼 미래의 일까지 말할 것 없어.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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