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두 사람은 마치 친한 친구처럼 말이 아주 잘 통했다.성빈은 문 앞에서 신발을 갈아신다가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마음이 상했다."최은서, 우리 얘기 좀 해." 성빈은 최은서에게 다가가 말했다. "우리 일은 우리끼리 해결해. 다른 사람에게 피해 주지 말고.""성빈 삼촌, 은서 고모는 내 고모인데 왜 괴롭혀요?" 라엘은 화가 난 눈초리로 성빈을 노려보며 최은서를 두둔해 나섰다."라엘아, 난 은서를 괴롭힌 적이 없어." 성빈은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온 거야. 걱정하지 말아. 절대 은서를 괴롭히지 않을 거니까.""그래요? 그럼 어떻게 해결할 건데요?" 라엘이 궁금해하며 물었다. "우리 아빠처럼 무책임하게 행동할 건가요?"성빈은 충격을 받았다."그럼 내가 네 고모랑 결혼하면 책임지는 거야?"라엘: "그건 고모가 삼촌이랑 결혼해줄지 봐야 알죠. 삼촌이 결혼하고 싶다고 고모가 결혼해준다는 보장은 없어요."성빈: "...""고모는 젊고 예쁜데 삼촌은 우리 아빠보다 나이가 더 많죠?" 라엘의 말이 가슴을 후벼팠다."세연이 삼촌이 그러는데 나이 든 남자들은 똑똑하고 현실적이고 오만하고 민감하다고 했어요. 그래도 젊은 남자가 더 좋다고요."성빈이 김세연을 바라보며 말했다. "대체 왜 이런 황당하고 어이없는 생각을 라엘이한테 심어주는 거예요? 당신이 젊어서 그래요?"김세연이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그럼요."성빈: "...""최은서, 나랑 단독으로 얘기하기 싫다면 여기서 얘기해." 성빈은 숨을 크게 들이쉬고 말했다. "너 진아연 씨 집에서 계속 산다는 건 말이 안 돼. 우리 집이 마음에 든다고 하지 않았어? 너 내집에서 살아.""그럼 당신은요?" 최은서가 물었다."혼자 사는 게 무섭다고 하지 않았어? 내가 같이 살아줄게. 이제 배가 불러올 텐데 급한 일이라도 있으면 어떻게 해?" 성빈은 밤새 잠을 설치며 고민한 결과 그녀를 집으로 데려가겠다고 결정했다.결혼하든 안 하든 먼저 아이를 순조롭게 낳는게 맞다고 생각했다.
비밀이라기보다는 프라이버시였다.진아연은 모든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전부 적어놓았다.하지만 그는 관심이 없었다.그는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엿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노트를 한 장씩 넘기다가 그녀가 붙여놓은 사진을 보았다.그들이 예전에 찍었던 다정한 사진이었다.사진 속의 그들은 행복하게 웃고 있었다.심지어 카메라 앞에서 그는 그녀의 얼굴에 뽀뽀하고 있었다.그의 가슴이 빠르게 뛰었고 심장 박동이 불규칙적으로 변했으며 체온도 급상승했다.그는 손가락으로 빠르게 노트를 넘겼다... 뒷부분은 전부 그와 그녀의 사진이었다.거실, 주방, 침실에서 찍은 사진들이었고 레스토랑, 거리, 해변에서 찍은 사진도 있었다.그는 이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았다. 그는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그의 과거는 이미 실패로 판정이 났고 그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탁' 하는 소리와 함께 그는 노트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박시준 씨, CT 결과가 나왔습니다." 방사선과 전문의는 인쇄된 보고서를 그에게 건네며 말했다. "회복은 잘하고 있지만 여전히 주의해야 할 부분이 있어요. 머리를 너무 쓰지 말고 격렬한 운동도 하면 안 돼요. 휴식을 많이 취하시고요.""고마워요." 그는 진단서를 손에 들고 옆에 있는 쓰레기통에 눈길을 옮겼다.그가 꿈쩍도 하지 않자 의사가 입을 열었다. "진단서를 유 부원장님에게 보여주세요.""좀 있다가 갈게요.""또 다른 일이라도 있으신가요?" 의사는 그가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자 물었다."아니에요 .계속 일 보세요." 그가 대답했다.의사는 머리를 긁적이며 돌아서서 CT실로 들어갔다.CT 실 문이 닫히자 박시준은 옆에 있는 쓰레기통에서 검은색 노트를 집어 들었다.노트를 펼치고 첫 장을 찢더니 노트를 다시 쓰레기통에 버렸다.그는 사진을 보고 싶지 않았고 노트를 간직하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진아연의 프라이버시는 폭로할 수 없었다.그는 찢은 종이를 접어 주머니에 넣었다.병원에서 나오자 기사가 그를 보고 차 문을 열어 주었다
그 검은색 뷰익은 그들의 뒤를 천천히 따라오고 있었다.박시준이 전방의 도로 상황을 살피며 말했다. "인적이 드문 곳에 차를 좀 세우지.""알겠습니다."기사는 곧바로 속도를 높여,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길가로 차를 몰았다.경호원도 그 뒤를 따라 방향을 바꾸었다.그 결과, 차의 방향을 바꾼 순간, 길 한편에 멈춰 서 있는 박시준의 차가 보였다.경호원이 브레이크를 밟아 급히 차를 멈춰 세웠다. 박시준이 차에서 내려 경호원의 차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경호원이 낮은 목소리로 욕을 읊조리며 차창을 내렸다.박시준은 그의 얼굴을 보고는, 놀란 듯 놀라지 않은 듯한 눈빛을 비췄다.보통 사람이라면 이렇게 노골적으로 미행을 할 순 없을 것이다."진아연이 날 미행하라고 시켰나?" 박시준이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물었다.경호원: "맞습니다! 대표님의 지시가 아니라면, 제가 왜 당신을 미행하겠습니까? 집에서 잠이나 자고 있겠지요. 그러니 절 방해하지 마세요. 저는 그저 일개 직원일 뿐입니다."박시준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왜 나를 미행하라고 시켰지?""대표님께선 당신의 집 주소를 알고 싶어 하십니다." 경호원이 솔직하게 답했다. "박 대표님, 주소를 좀 알려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그럼, 저도 일찍이 퇴근할 수 있습니다. 저희 대표님께서 오늘 박 대표님의 주소를 알아내지 못하면, 하루 종일 미행 하라고 하셨습니다. 제가 하루 종일 따라다니길 원치는 않으실 것 아닙니까?"박시준은 속을 읽을 수 없는 눈빛을 하고는, 낮은 목소리로 협박했다. "진아연은 죽음이 무섭지 않은가? 당신도 마찬가지고?""저야 당연히 무섭죠! 저희 대표님 때문에 기분이 상하신 거라면, 대표님과 말씀하세요! 저는 때리지 마시고요." 경호원이 납작 엎드렸다. "박 대표님, 사실 저희 대표님께서 박 대표님의 주소를 찾으시는 게, 꼭 박 대표님과 사모님을 괴롭히기 위해서는 아닐 겁니다... 아마 언젠가 박 대표님께서 살해당해, 장례를 치를 일이 생길까 걱정하시는 걸 거예요."박시준의 눈꺼
운전기사는 박시준을 별장으로 데려다주었다.차가 멈춘 뒤, 박시준이 차에서 내렸다.김영아는 불꽃처럼 붉은색의 드레스를 입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방을 나섰다."시준 씨, 검사 결과는 어때요?"박시준: "괜찮아. 의사 말로는 더 쉬라네."김영아는 그의 팔을 끌어당기며, 그와 함께 거실로 들어갔다."그럼, 당분간 너무 무리하지 말아요. 아버지께 말씀드리기 뭐하면, 제가 대신 얘기해볼게요." 김영아는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아버지는 당신한테 일을 시킬 줄만 알지, 당신 건강엔 조금도 관심이 없어요. 나한텐 당신이 제일 중요한데 말이에요.""영아야, 오늘 왜 이렇게 예쁘게 차려입은 거야?" 박시준이 그윽한 눈으로 그녀가 입은 붉은 드레스를 보더니, 화제를 돌렸다.김영아가 신이나 웃으며 말했다. "오늘 밤에 비밀 손님이 올 거거든요! 누군지는 아직 비밀이에요. 이따 저녁 되면 알게 될 거예요."박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곧 당신 생일인데, 갖고 싶은 거 없어?"김영아가 약간 얼굴을 붉히곤, 쑥스러워하며 입을 열었다. "자기 입으로 갖고 싶은 선물을 얘기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당신이 주고 싶은 게 바로 내가 갖고 싶은 거예요. 당신이 뭘 선물하던, 난 다 기쁠 거예요. 당신이 준 거라면, 난 뭐든 소중히 간직할 거예요."김영아가 하는 한마디 한마디는 모두 그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었다.그와 반대로, 진아연은 입만 열면 그를 머리 아프게 했다.그의 직감이 말하고 있었다. 그는 분명 김영아처럼 교양 있고, 얌전하며, 현명하고 지혜로운 여자를 택해야 한다고. 하지만 그럴수록 그의 마음은 오히려 더욱더 진아연에게 향하고 있었다."영아야, 우리 쇼핑하러 갈까? 오후에 나가서 선물 사줄게!"그의 제안에 김영아는 웃음꽃을 피운 채 발끝을 세워 그의 턱에 입을 맞췄다. "고마워요, 남편! 아침에 아무것도 못 먹었다던데, 지금 배고프죠? 당신 주려고 찌개를 끓였어요. 당신이 좋아하는 A국의 요리를 했으니, 가서 맛 좀 봐요!""응."어느새 시간이 흘러
"제가 방금 말씀드리지 않았나요? 두 분은 오후에 선물을 사러 나가셨다고요, 아직 돌아오지 않으셨어요!" 가정부가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 "전 여태껏 당신처럼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낯짝이 두꺼운 여자를 본 적이 없어요. 박 대표님께서 당신을 원하지 않는다는 걸 이미 분명히 밝히셨는데, 그런데도 여기 올 생각을 하다니!"진아연은 입술을 깨문 채, 가방을 든 손가락을 꼭 움켜쥐었다."빨리 떠나시는 게 좋겠어요! 이따 큰 도련님께서 당신을 보면, 이렇게 좋게 말씀하실 일은 없을 거예요! 곧바로 당신을 죽여버리실지도 모르죠!" 가정부는 매섭게 말을 마치고는 별장으로 향했다.큰 도련님?김형문의 집의 큰 도련님?진아연의 김형문에 대한 모든 정보는 모두 산이 오빠로부터 받은 것이었다.산이 오빠는 김형문이 현재 귀찮은 일에 휘말렸다는 것만 알려주었을 뿐, 김형문의 가족 관계에 대해서는 알려준 것이 없었다.그래서 진아연은 가정부가 말하는 큰 도련님에 대해 전혀 알 방법이 없었다.그녀는 경호원과 약속했다. 개죽음당하지는 않겠다고. 그녀는 박시준에게 약을 전해주기 위해 온 것이지, 개죽음당하려고 온 것이 아니었다.그녀는 오늘 정오에 영상의학과의 의사에게 온갖 부탁을 했고, 결국 박시준이 오늘 한 재검사의 CT 결과를 얻어내었다.그녀는 박시준의 엑스레이를 꼼꼼히 살펴보았다. 그리고 작은 문제를 하나 발견했다.그녀가 정원 문밖에 서 있은 지 15분도 되지 않아, 두 대의 고급 승용차가 멀지 않은 곳에서 다가왔다.그녀가 두 대의 차를 바라본 순간, 그중 한 대가 악의적으로 상향등을 켜고, 고의적으로 그녀를 비췄다.쏟아지는 강렬한 빛에, 그녀는 순간적으로 팔을 들어 눈을 가렸다."저 여자는 누구야?" 조수석에 앉은 김씨 가문의 큰 도련님 김성우가 고개를 돌려 여동생에게 물었다.방금의 상향등은, 그가 기사에게 켜도록 한 것이었다.김영아가 눈살을 찌푸리며 의기소침하게 대답했다. "시준 씨의 A국 아내야. 하지만 시준 씨와 저 사람은 A국에서 결혼식만 올렸을 뿐
그는 그녀를 데리고 차 옆으로 갔다."차 문 열어!" 그가 고함쳤다."재검사 결과가 좋지 않던데, 당신 혹시 유 부원장님을 만나지 않은 거 아니에요?" 그녀는 그에게 다시 약을 건네주었다. 그녀의 말투는 그보다 훨씬 단호했다. "술도, 담배도 모두 금지예요. 아까 그 김형문 집의 큰 도련님이 뭐 하는 사람인지 모르겠지만, 당신은 당신 건강 잘 챙겨야 한다고요!""차 문 열라고 했어!" 그가 언성을 높이며, 차체를 내려치려는 듯 주먹을 불끈 쥐었다.'쿵' 하는 큰 소리가 울려 퍼졌다!그 모습에 그녀가 놀라 뒷걸음쳤다."가요! 간다고요!" 그녀는 그를 둘러싼 강력한 아우라에 압도되어 숨을 쉴 수 없었다.그녀는 그의 가슴팍에 약을 쑤셔 넣으며 그의 몸을 밀쳤다.그러고는 차 문을 열고는 차에 타기 전,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시준 씨, 시준 씨를 계속 귀찮게 하지는 않을 거예요. 전 단지 시준 씨가 기억을 되찾은 후에 스스로 후회할까 걱정되는 것뿐이예요. 언젠가 기억을 되찾게 되면 꼭 알려줘요. 지금의 생활은 당신이 원하던 모습이 아니에요. 이만 갈게요." 그녀는 목이 메여 더 이상 말을 이을 수 없었다. 그래서 이 말을 끝으로 차에 올라타 차 문을 닫았다.차가 눈앞에서 사라지자, 그는 그녀가 준 약을 근처의 쓰레기통에 버려버렸다.오늘 엑스레이를 찍고 난 후, 의사는 그가 잘 회복되고 있다고 했다.그는 의사가 그에게 거짓말을 했을 리 없다고 믿었다.그는 성큼성큼 정원으로 걸어 들어가,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김영아는 휴대폰을 들고 통화를 하고 있었다.그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는, 김영아는 전화기 속 사람에게 몇 마디 인사말을 전한 뒤 전화를 끊었다."시준 씨, 방금 유 부원장님께 전화로 재검사 결과에 대해 여쭤봤어요. 부원장님 말씀으로는, 오늘 재검사 후에 부원장님을 찾아가지 않았다면서요?" 김영아가 걱정스러운 마음에 눈살을 찌푸렸다. "영상의학과 의사 말로는 엑스레이상에 별문제가 없었대요. 하지만 진아연이 당신 재검사 결과에 문제가
오늘 밤 진아연이 아무 이유 없이 그를 찾아온 것이 아니었다. 그의 재검사 결과에는 정말로 문제가 있었다....병원으로 돌아가는 길, 진아연은 마음이 아파 견딜 수 없었다.그녀가 정오에 영상의학과 의사에게 박시준의 CT 결과를 요청하자, 의사가 검은색 메모장을 꺼내더니 박시준이 그것을 쓰레기통에 버렸다고 했다.그는 방금 그녀가 준 약도 그렇게 버려버릴 것이 분명했다.그녀는 차 안에 음악을 틀었다. 노랫소리가 잠시나마 그녀의 고민을 잊게 해주었다.전방에 빨간 불이 들어오자 그녀는 차를 세웠다.저음의 남자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다."너와 함께 우산을 쓰고 천천히 빗속을 걷고 싶어. 가만히 손을 잡고서. 하지만 너는 우산을 내던지고 내리는 비와 함께 나를 안아주었지. 우리는 서로 전혀 다르지만 거부할 수 없어... 네가 너일 때 비로소 나도 나일 수 있어. 서로가 서로의 흠이 되는 우리..."그녀는 그와 함께 비바람을 헤쳐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가 잡은 것은 다른 여자의 손이었다.감정을 누그러뜨리려 튼 노래가, 오히려 그녀의 마음을 완전히 무너뜨렸다.빨간 불이 어두워지고 녹색 불이 켜졌다.그녀는 액셀을 밟아 차를 몰았다.영상 통화 벨 소리가 울렸다. 한이에게서 온 것을 보고는, 그녀는 갓길에 차를 세운 뒤 음악을 껐다. 그리고 휴지로 눈물을 닦으며 감정을 조절했다.영상 속 아들의 얼굴을 보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한이야, 라엘이는 집에 돌아왔니?""네." 한이는 엄마의 눈이 붉은 것을 보았다. 그녀는 지금 웃고 있지만, 전화를 받기 전에 울고 있었음이 틀림없었다.이런 엄마의 모습을 보자, 한이는 마음이 무거워지면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그래서 라엘이에게 휴대폰을 건네주고는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엄마! 난 기분이 별로예요!" 라엘은 막 잠에서 깨어 잠투정을 부렸다. "엄마를 못 본 지 너무 오래됐어요!""지금 엄마 보고 있잖아. 엄마가 매일 너희들과 영상 통화를 하는걸?" 진아연이 라엘을 달래며 말했다. "
김성우는 그 말을 끝으로 두 사람의 신혼집을 떠났다."큰 도련님, 아마 아버지께서 큰 도련님을 다시 부르신 건, 박시준을 저지하라는 뜻에서 그러신 것 같습니다." 김성우의 부하가 운전하면서 김성우에게 말했다. "뒷조사는 거의 마쳤습니다. 김 대표님께서 박시준에게 둘째 어르신과 넷째 어르신의 대금을 처리하도록 지시하셨습니다. 박시준이 이번 일만 잘 마무리한다면, 아마 핵심 사업을 그에게 맡기실 생각이신 것 같습니다."김성우는 음침한 표정으로 주먹을 쥐며 빠드득 이를 갈았다."아버지는 나를 믿지 않으셔!""진정하세요. 김 대표님께서 큰 도련님을 부르신 건, 김 대표님이 박시준 또한 그다지 신뢰하지 않으신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박시준이 김 대표님의 사위이긴 하지만, 어쨌든, 외부인이니까요. 만약 그에게 모든 권한을 넘겼다가, 혹시라도 그가 김씨 가문을 완전히 집어삼켜 버리기라도 한다면, 그 역시 김 대표님께서 바라시는 상황은 아닐 겁니다.""아버지께서 정말로 박시준에게 모든 권한을 넘기기라도 하시면, 내가 어떻게 박시준을 저지할 수 있지? 그의 이마에 총이라도 들이대란 말이야?! 아버지도 이제 나이가 드셔서 어리석기 짝이 없으시군!" 김성우가 화가나 악담을 퍼부었다. 부하는 몇 초 동안 침묵하더니, 의견을 내놓았다. "큰 도련님, 지금 박시준은 힘이 없어요. 지금을 기회로..." 부하는 다음 말을 삼켰다.하지만 김성우는 그가 삼킨 말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별장 안, 김영아는 술에 취해 박시준을 꼭 껴안고는 놓아주지 않았다."시준 씨... 저 너무 더워요!" 원래 주량이 와인 반 잔밖에 되지 않는 김영아인데, 오늘 밤 와인을 두 잔이나 마셨으니, 취해버린 게 전혀 이상할 것이 없었다. 그녀는 치마를 벗고 싶은 충동을 떨칠 수 없었다.박시준은 그녀를 안고 욕실로 데려가 욕조에 누인 뒤, 차가운 물을 틀었다.차가운 물의 온도에 놀란 김영아가 인상을 찌푸렸다. "너무 차가워요! 시준 씨! 너무 차갑다고요!""덥다고 하지 않았어?" 박시준이 그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