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손을 뻗어 쓰레기통의 뚜껑을 열었다.그러고 나서 아까 그가 버려버린 약을 꺼내려고 하자, 경호원이 곧바로 그를 막아섰다."박 대표님! 안은 지저분합니다! 제가 하겠습니다!" 경호원은 차마 박시준을 밀어낼 수는 없어, 재빨리 쓰레기통을 안아 들고 몸을 돌렸다. 박시준은 허공에 떠 있던 손을 내리고 기분을 가라앉혔다. "안에 약 봉지가 있어. 그걸 꺼내.""아! 저녁에 전 부인께서 주신 그 약봉지 말씀이십니까?" 정말이지 눈치라곤 조금도 없는 경호원이었다. 경호원이 빠른 속도로 쓰레기통에서 약봉지를 잡아 꺼냈다.박시준이 약을 보자마자 바로 약을 챙기려 손을 뻗었다."박 대표님, 이건 방금 쓰레기통에서 꺼낸 겁니다. 정말 더러워요! 먼저 소독한 다음에 드리겠습니다." 경호원이 주절거렸다. "형문 형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결벽증이 있으시다고요."박시준: "..."그는 정말이지 이 쓸데없이 말 많은 경호원을 바꿔버리고 싶었다."박 대표님, 사실 제가 약국에 가서 새 약을 사다 드릴 수도 있습니다. 이런 약은 약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경호원은 이 쓰레기통에서 나온 약봉지를 버려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박시준이 달라고 하니 감히 내버릴 수 없었다.박시준이 약봉지를 빼앗아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쓰레기통이나 원래 자리에 가져다 놔!"경호원은 순간 어리둥절했다. "아!"박시준은 쓰레기통에서 주운 약봉지를 들고 별장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경호원이 그의 코를 쓱 만졌다: 그에게 결벽증이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이게 무슨 결벽증인가?게다가 자기가 친절히 소독까지 해주겠다는데, 그는 왜 기분 나빠한단 말인가?병원.진아연이 병실 문을 열자, 경호원과 정서훈이 한창 얘기 중인 것이 보였다. 조금 의외였다."둘이 무슨 얘기하는 거야?"경호원: "동창분께서 대표님과 박시준 씨 사이에 있던 일을 궁금해하셔서요. 마침 또 제가 모든 걸 알고 있으니, 알려드리고 있었죠."진아연이 눈썹을 치켜올렸다. "보아하니 귀국하고 싶은가 보지?""대표님
그녀가 전화를 받자마자, 전화기 너머에서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아연아, 너한테 할 말이 있어."전화는 산이 오빠에게서 온 것이었다.그녀는 일어나 앉아 진지하게 대답했다. "말씀하세요, 듣고 있어요.""아직도 박시준을 만나고 싶니?"그녀는 순간 어리둥절했지만, 황급히 대답했다. "네. 도와주실 건가요?""하하! 너도 참 끈질기구나. 그는 더 이상 너를 기억하지도 못하는데, 왜 포기하지 않는 거니?" 산이 오빠가 비아냥거렸다. "그가 저를 어떻게 대하건, 그건 그 사람 사정이에요. 제가 양심에 거리낄 일이 없으면, 그걸로 됐어요." 그녀가 담담하게 대답했다. "비아냥거리시려고 전화하신 건 아니죠?""당연히 아니지, 나도 그렇게 한가한 사람 아니야." 산이 오빠가 말했다. "며칠 뒤면 김영아의 생일이야. 그때가 되면 김씨 가문이 김영아에게 생일파티를 열어줄 거야. 너 바다 무서워하니?""아뇨, 무섭지 않아요. 그건 왜요?""그때 유람선에서 생일파티가 있을 거야. 김형문이 나를 초대했는데, 난 가기 싫거든." 산이 오빠가 이유를 말했다."제가 대신 갈게요!" 진아연이 곧바로 대답했다. "보내시려는 선물이나, 전하시려는 말씀이 있으면 제가 대신 전할게요.""하하하하! 진아연, 네가 그냥 진아연이 아니라 진 선생이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산이 오빠가 비꼬는 말투로 감탄했다. "넌 이 진흙탕에 휘말리는 것보다 더 의미 있는 일을 해야 해.""산이 오빠, 만약 시준 씨가 제 상황이었으면, 시준 씨도 절대 저를 그렇게 쉽기 포기하진 않았을 거예요." 그녀가 단호히 말했다. "전 그저 그 사람이 더 큰 실수를 저지르기 전에 빨리 기억을 되찾길 바랄 뿐이에요.""그렇게 말하니 나도 더 말을 보태진 않을게. 이번 주 금요일 아침에 우리 집으로 와. 선물을 전해 줄 테니. 기사가 바래다줄 거야.""고마워요." 그녀가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건넸다. "앞으로 제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씀하세요.""벌써 그렇게 먼 미래의 일까지 말할 것 없어. 우선
"산이 오빠, 오빠가 말은 험하게 하셔도, 나쁜 분은 아니신 거 알아요." 진아연이 담담하게 말했다. "모든 사람은 자기가 원하던 삶이 있어요. 제가 원하던 삶은 시준 씨와 평생을 함께하는 거였죠. 그가 위험한 상황에 처해있다면, 전 그와 함께 죽지는 않을 거예요. 그를 구해낼 방법을 찾아낼 거예요.""하!""그때, 산이 오빠 당신의 도움이 필요할지도 모르죠.""젠장! 날 찾을 생각 마!" 산이 오빠는 행여나 그녀가 계속 말을 이을까 곧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진아연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다시 누웠다.사실 일반적으로 보자면, 그녀는 지금 박시준이 사방에서 공격받고 있는 상황에 대해 걱정해야 했다.그러나 이상하게도, 지금 그녀가 걱정되는 것은 그게 아니라, 박시준이 김영아와 정말로 사랑에 빠져버리는 건 아닐까 하는 것이었다.김영아는 얼굴도 예쁘고, 체구도 작고 귀여웠다. 산이 오빠의 말에 의하면, 김영아는 남자에게 고분고분해, 남자의 비위를 맞추는데 능한 사람이다... 박시준이 과연 그런 유혹에 넘어가지 않을 수 있을까?"쓰읍..." 갑자기 머리에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져 그녀가 몸을 확 웅크렸다.최근 그녀는 두통 빈도가 잦아지고 있었다. 그녀의 상태가 나빠지고 있는 것이다.그녀는 자신의 몸이 한 달은 버틸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그녀는 가능한 한 빨리 박시준의 기억을 되살려야 했다.그가 두 사람의 과거를 조금씩 기억해내기만 한다면, 그녀는 그가 올바른 선택을 할 것이라고 믿었다.다음 날, 그녀는 경호원과 함께 쇼핑몰에 가서 쇼핑했다.경호원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대표님, 오늘은 어떻게 쇼핑할 기분이 나셨어요? 오늘은 박시준 씨를 만나러 가지 않으세요? 아니면... 박시준 씨도 여기 있으신 건가요?""오늘은 시준 씨를 찾아가지 않을 거예요." 어젯밤 잠을 잘 못 이룬 탓에 그녀는 오늘 안색이 별로 좋지 않았다. "오늘 드레스를 한 벌 사야 해요. 3일 후면 김영아의 생일이거든요. 그때 제가 산이 오빠를 대신해 김영아의 생일파티에 참석할
진아연은 드레스를 건네받아 훑어보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녀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긴 했지만, 이번에는 왠지 경호원의 말을 들어보고 싶었다.만약 이 방법이 통한다면?그녀는 박시준의 기억을 되찾을 방법을 모른다. 그러니 무슨 방법이든 시도해볼 가치가 있었다.A국.성빈과 최은서는 성빈의 부모님을 공항까지 배웅했다.최은서가 성빈의 아이를 가진 데다, 8, 9개월 뒤면 아이가 태어날 것이기 때문에, 사실 부모님은 별로 떠나고 싶지 않은 눈치였다. 하지만 성빈은 기어코 부모님을 떠나보냈다.두 분이 최은서를 너무 아끼셨기 때문이다. 그가 생각하기에, 이대로가면 최은서가 조만간 또 소란을 피울 것 같았다.예를 들자면, 그가 최은서를 집에 들인 첫날, 어머니는 그녀를 데리고 옷과 가방, 그리고 신발을 사러 가셨다.그리고 다음 날, 어머니는 또 최은서를 데리고 나가시더니, 이번에는 보석을 몇 세트나 사 오셨다.그는 어머니가 최은서에게 옷과 보석을 사주시는 건 별로 개의치 않았다. 하지만 한 번에 이렇게 많이 사버릴 필요는 없지 않은가? 게다가 어머니는 매번 그의 카드로 계산하셨다!어머니는 그의 카드를 가지고 있긴 하셨지만, 평소에는 그의 돈을 쓰지 않으셨다.물론, 그가 머리가 아픈 것은 돈 때문이 아니라 어머니의 최은서를 향한 비정상적인 애정 표현 때문이다.아이가 태어나기 전에도 그는 자기 가족의 지위가 아슬아슬하다고 느꼈는데, 아이가 태어나기라도 하면, 이 집은 더욱 난장판이 되지 않겠는가?그는 이런 변화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래서 어젯밤 부모님과 긴 이야기를 나눈 끝에 부모님을 먼저 보내기로 했다.부모님이 비행기에 오른 후, 성빈과 최은서는 공항에서 나왔다."참, 당신한테 말한다는 걸 깜빡했네요, 오늘 큰오빠가 올 거예요." 최은서가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아니면 당신 먼저 가요, 전 남아서 오빠를 기다릴게요."성빈: "???"큰오빠? 최운철?!성빈은 깊게 심호흡하며, 부풀어 오른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큰오빠가
성빈은 그의 말에 의아했다. "그럼 당신은 무슨 일 때문에 오신 거죠?""제 여동생이 당신의 아이를 뱄는데, 당연히 책임지셔야 하지 않을까요? 박시준이 옆에 없다고 제 여동생을 마음대로 괴롭힐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마세요! 책임지고 제 여동생과 결혼하세요!" 최운철은 목소리를 높여 자기 목적을 알렸다.최은서: "???"그녀는 큰 오빠의 말에 두 눈이 동그래져 깜짝 놀랐다."알겠어요. 예물이 목적이시잖아요. 그냥 말씀하시죠. 제가 원하는 만큼 드리면 되죠?" 성빈은 그와 다투고 싶지 않아 차분히 말을 이었다. "결혼 얘기는 나중에 합시다. 제가 당신 여동생과 결혼을 원하지 않는 것도 있지만, 당신 여동생도 저와 결혼하고 싶지 않을걸요."최운철은 그의 말을 듣더니 최은서한테 성을 냈다. "최은서, 너 미쳤어? 돈이 얼마나 많은지 알고 하는 소리야? 성빈 씨의 아이를 뱄으면 그냥 빨리 결혼해! 앞으로 이보다 돈이 더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없을 거란 말이야!"최은서는 오빠의 말에 멍해졌다. "오빠, 돈을 원한다면 성빈 씨와 말해. 왜 나한테 소리 지르는 거야?""네가 아직 상황 파악을 못 하니까 이러는 거잖아!" 최운철은 최은서를 꾸짖고 성빈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제가 성빈 씨와 얘기해야겠네요!"성빈은 오빠의 꾸지람에 얼굴이 붉어진 최은서를 보자 마음이 약해졌다. "최은서, 일단 먼저 돌아가."최은서는 그의 말을 듣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공항을 떠났고성빈은 최운철과 함께 예약한 식당으로 가서 점심을 함께하기로 했다.최운철은 식당에 도착하자 바로 본론을 말했다. "무조건 제 여동생과 결혼해야 합니다. 아니면 병원에 가서 낙태시킬 겁니다."성빈은 그의 단호한 태도에 움찔했다. "최운철 씨, 일단 진정하세요!""저는 이미 성빈 씨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결혼한 적도 없고 아이도 없죠. 그러면 제 여동생 배 속의 아이가 당신한테는 첫아이네요. 나이도 있으신데, 설마 낙태해서 아이를 잃고 싶지 않죠?"성빈은 그가 나이 얘기를 하자 순간
"진아연 씨가 왜 여기에 온 거죠?" 김영아는 이쁘게 차려입은 진아연을 보자 질투의 불씨가 활활 타올랐다.김영아는 평소 화장하지 않는 진아연 때문에 항상 자기한테 자신이 넘쳤었고본인이 진아연보다 훨씬 이쁘고 젊어 남자들이 이에 반할 거라 생각했었다.하지만 섹시한 롱스커트를 차려입은 진아연의 등장에 자기는 그냥 어리고 젓내 가시지 않은 소녀와 다를 바 없다고 느낀 김영아는 그저 불쾌할 뿐이었다.진아연에게 눈길이 이끌린 박시준은 그녀의 말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김영아 씨, 생일 축하해요. 그리고 이건 산이 오빠가 드린 선물입니다." 진아연은 말하면서 선물을 김영아에게 건넸다."셋째 어르신이요?" 김영아는 선물을 받고 그녀한테 물었다 "셋째 어르신이 부탁한 거예요?""네, 당신 셋째 어르신의 부탁이에요.""셋째 어르신과 어떤 관계죠? 왜 당신을 이곳에 보낸 거죠?" 김영아는 눈살을 찌푸리며 선물을 옆에 있는 도우미에게 건넸다."말하자면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은데, 괜찮나요?" 진아연은 김영아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지만, 시선은 계속 박시준을 향했고물론 박시준도 그녀를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그도 아주 뚫어질 듯한 기세로 당당히 보고 있었다.설마 너무 이쁘게 차려입어서 매혹된 건가?역시 경호원의 말대로 남자가 남자를 잘 아네.진아연을 뚫어져라 지켜보고 있는 박시준을 주의한 김영아는 급히 말을 돌렸다. "어떤 관계인지 관심 없어요. 셋째 어르신의 부탁으로 오신 거라면 당연히 환영이죠. 그럼, 연회장으로 들어가시죠!"연회장은 선실에 있지만대부분 손님들은 갑판에서 서로 모여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박시준을 보기 위해 이곳까지 찾아온 진아연은 당연히 선실로 들어가지 않았고갑판에서 짙푸른 바다를 구경하며 가끔 박시준을 힐끗 훔쳐봤다.잠시 후, 손님들이 전부 도착하자 박시준과 김영아는 김형문의 옆으로 다가갔다.김형문은 딸의 생일뿐만 아니라 박시준이 사위라는 사실에 득의양양했고한 시간도 되지 않아 술에 취해 경호원의 부축하에 객실로 돌아
정신없는 박시준은 이에 대충 핑계 대고 자리를 떠나려 했다. "김성우 씨가 보이지 않는데, 일단 연회장에 가볼게요."그는 말을 마치자 연회장으로 향했고마침 급히 빠져나오는 진아연과느닷없이 마주치게 되었다!박시준이 들고 있는 음료는 진아연과 부딪쳐 쏟아졌고순간 두 사람 사이에 미묘한 분위기가 형성됐다!이들은 그저 멍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며 아무 말 하지 않았다.연회장으로 향한 진아연은 김성우가 손님들과 담소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서야 마음 놓고 연회장을 떠났다.그녀는 자기를 찾으러 연회장으로 온 박시준과 이런 식으로 만나게 될 줄 몰랐다.물론 진아연은 박시준이 그녀를 찾기 위해 연회장으로 올 줄 생각도 못 했고박시준도 그녀가 급히 갑판으로 향한 이유는 그를 보기 위한 거라는 걸 몰랐다."음료를 제 옷에 쏟으셨네요." 먼저 정신을 차린 진아연은 멍한 박시준을 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박시준도 그녀의 말에 정신을 차리고 지나가는 웨이터의 팔레트에 잔을 내려놓고 마른 수건을 그녀에게 건넸다. "미안해. 일부터 그런 게 아니야."진아연은 수건을 받고 가슴에 묻은 음료를 닦았지만, 드레스는 여전히 축축했다."이제 어떡하죠? 옷이 너무 젖었는데요." 진아연은 순진무구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박시준이 해결해 주기를 바랐다.이에 박시준은 눈살을 찌푸리며 난처한 모습을 보였다.육지도 아닌 유람선에서 그녀에게 갈아입을 수 있는 옷을 어디서 구하란 말이지?"내가 어떻게 하기를 원하는 거야?" 그는 그윽한 눈빛으로 진아연에게 물었다.박시준은 진아연이 일부러 곤란한 상황을 만들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제가 물어본 거잖아요. 왜 저한테 묻죠?""그럼 드라이기로 말리는 건 어때?" 그는 젖어버린 진아연의 드레스를 바라보더니 갑자기 얼굴이 붉어졌고시선을 그녀의 얼굴로 돌렸다.다만 그녀와 눈을 마주친 지 3초도 채 되지 않았는데 얼굴은 더욱 붉어졌다."그래요! 그럼 말려주세요. 객실부는 어디죠?" 진아연은 그에게드레스를 말려달라고 부탁했지만, 이
잠시 후, 김영아는 박시준이 보이지 않자연회장과 갑판에서 그를 찾았지만, 여전히 찾을 수 없었다.더 소름 끼치는 건, 박시준과 함께 진아연도 보이지 않았다!김영아는 순간 떠오른 생각에 가슴이 철렁거렸다. 두 사람 설마 몰래 만나고 있는 건가?솔직히 아름답고 매혹적인 옷차림을 한 진아연을 생각하면 여자인 그녀도 설레는데 남자들은 오죽하겠는가?김영아는 휴대폰을 꺼내 박시준에게 연락했지만전화는 연결되지 않았다.김영아는 너무 급한 나머지 경호원에게 박시준을 찾으라 부탁했고얼마 지나지 않아 경호원은 웨이터를 그녀 앞으로 데려왔다."김 아가씨, 남편분은 약 20분 전 음료를 어떤 여성분의 옷에 쏟으셨어요. 그리고 그 여성분과 함께 객실부로 향했습니다. 아마 옷의 얼룩 때문에 그런 겁니다." 웨이터는 차분하게 김영아에게 설명했다.김영아는 그의 말을 듣더니 눈살을 찌푸리며 급히 물었다. "그 여성분이 설마 빨간색 롱스커트를 입고 있었나요?""네. 빨간 드레스를 입은 건 확실합니다."김영아는 웨이터의 대답에 눈물을 머금고 말했다. "지금 당장 저를 데리고 객실부로 가서 찾아주세요!"웨이터는 그녀의 부탁에 난처한 모습을 보였다. "저는 그분들이 어느 방으로 들어갔는지 몰라요. 제가 객실부 관리자한테 말씀해 데려다 달라고 할까요?""됐어요! 그냥 제가 찾아볼게요!" 유람선에 있는 방이라곤 수십 개밖에 되지 않는데, 하나하나 찾아보면 금방 찾을 수 있겠지.김영아는 말을 마치자 경호원과 함께 바로 객실부로 향했고객실부에 도착하자 박시준과 진아연이 방에서 나오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김영아는 이들을 보자 바로 다가가 외쳤다."시준 씨!"그녀의 목소리는 흥분과 괴로움이 섞여 있었고진아연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들어 박시준을 바라봤다.이에 박시준은 주저하지 않고 침착하게 김영아에게 다가갔다.방금 침대에서 몸을 섞을 때만 해도 이리 무정한 모습은 아니었다.만약 김영아의 연락이 아니었다면 두 사람은 아마 아직도 침대에서 과거의 격정을 되찾고 있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