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결국 박시준이 A국에 있다는 온갖 뉴스가 나온 것이다.잠시 생각에 잠기던 그는 김형문의 이름을 입력했다. 한순간 관련 뉴스가 잇달아 나타났다.최근 김형문에 관한 뉴스에는 그가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꽃집에서 국화를 사고 있는 사진이 있었는데곧 장례식에 갈 것 같은 모습이었다.설마 박시준의 장례식에 갈 건 아니겠지?마이크는 뉴스를 대충 훑어보았는데 어제 일어난 일이었다.그러니 박시준은 어제 죽었고 뉴스는 오늘 국내로 전해진 것이다...마이크는 뉴스 스크린샷을 조지운에게 보냈다.조지운은 물음표 한 줄을 답장으로 보내왔다.뉴스를 본 성빈은 부랴부랴 Y국으로 향하는 티켓을 샀다.여소정은 황급히 진아연의 번호를 눌렀다.그 시각 B국은 늦은 밤이었다.진아연은 수면제 반 알을 먹고 깊은 잠에 빠졌다.여소정은 진아연이 전화를 받지 않자 두근거리는 심장을 붙잡고 다시 한번 그녀의 번호를 눌렀다.이렇게 큰일이 일어났으니 여소정은 그녀에게 이 일을 말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진아연은 여소정의 세 번째 전화에 눈을 떴다.잠에서 깬 그녀는 먼저 시간을 확인한 뒤 어리둥절하여 전화를 받았다."아연아, 박시준이 죽었대. 지금 국내에 뉴스가 쫙 퍼졌어." 여소정이 소리를 질렀다. "Y국에서 죽었대. 이건 뉴스로 본 건데 뉴스엔 사진 없이 그냥 글로만 나왔어. 성빈 씨가 이미 Y국으로 가는 중인데 너도..."진아연은 어두운 방을 망연하게 바라보다가 말 없이 눈물을 흘렸다."아연아, 내 말 듣고 있어?" 전화기 너머로 아무 대답도 없자 여소정은 목소리를 높였다."박시준이 죽었다고? 박시준이 죽었다고 그랬어?" 그녀는 휴대폰을 꼭 잡고 침대에서 일어나 불을 켰다."그래, 국내 뉴스에선 그렇게 말했어. 자세한 건 Y국에 가봐야 알 것 같아." 여소정이 말했다. "성빈 씨 소식을 기다려봐.""그가 어떻게 죽을 수 있어... 김형문은 그와 사이가 좋았는데... 지운 씨가 그랬어. 두 사람 오랫동안 알고 있는 사이라고 말이야. 성빈 씨랑 알고 지내던 시간보다
A국.박시준의 사망 소식이 퍼진 후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이 일을 의논하고 있었다.김세연은 이 일을 라엘에게 말해주지 않았다. 하지만 라엘은 화장실에서 다른 사람이 이 일을 의논하는 걸 들었다.화장실에서 나온 라엘은 김세연의 앞에 다가가 슬픈 얼굴로 물었다."저의 아빠가 죽었어요?"김세연은 갑작스러운 이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화장실에 갔는데 어떤 이모 두 명이 저의 아빠가 죽었다고 했어요." 라엘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아빠가 왜 죽었어요? 아빠가 보고 싶어요!"김세연은 라엘을 안고 차가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라엘아. 이 일은 아직 사실인지 확인되지 않았어. 외국에서 온 소식이고 엄마가 이 일을 확인하러 갔으니 정확한 소식을 받으면 그때 다시 알려줄게."라엘의 눈가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아빠가 죽으면 안 돼요. 엄마랑 자주 싸우긴 하지만 나한텐 좋은 아빠였어요... 엄마한테도 잘했어요. 싸울 때마다 엄마를 이기지 못했는데...""그래, 나도 너의 아빠가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알아. 울지 마. 안 죽었을 수도 있잖아? 엄마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자. 응?""엄마한테 전화하고 싶어요.""지금 비행기를 타고 있어 전화기가 꺼져 있을 거야.""오빠한테 전화하고 싶어요.""알았어, 지금 전화할게." 김세연은 한 손으로 라엘을 안고 다른 한 손으로 한이의 번호를 눌렀다.곧 한이가 전화를 받았다."오빠, 흑흑!"한이는 여동생이 왜 우는지 알기에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박시준이 안 죽었어.""정말이야? 오빠!""그래. 시신을 못 봤으니 죽은 게 아니야. 시신을 가져오면 그때 울어."라엘: "...""넌 세연이 삼촌과 함께 있어. 여기 오지 말고." 한이가 말을 이었다. "나 공부하느라 바빠서 널 돌봐줄 겨를이 없어. 엄마가 돌아오면 다시 오도록 해."라엘: "..."구치소.최은서가 최경규의 면회를 하러 갔다.오늘 박시준의 뉴스를 본 그녀는 기분이 우울했다.박시준이 죽었으니 아빠도 곧 죽을 것이고 그렇게 되
"난 네 두 오빠의 엄마가 누군지도 기억나지 않는데 네 엄마가 누군지 어떻게 기억나겠어? 쓸데없는 생각 집어치워. 내가 젊었을 때 갖고 논 여자는 다 비천한 기생들이었어. 네가 꼭 엄마를 찾아간다고 해도 너한테 좋은 점이 없을 거야. 오히려 너의 그 쓰레기 같은 엄마가 널 빨아 먹으려 할걸."그의 말을 들은 최은서는 마음이 차가워졌다."누구든 날 미워해도 되지만 너랑 너의 오빠는 그럴 권리가 없어. 내가 아니었더라면 너희들이 지금까지 살아있을 수 있겠어?" 최경규는 자신이 두 아이에 대한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했다."방문 시간이 끝났습니다." 경찰은 말을 마친 후 최경규를 데려갔다.최은서는 최경규의 약간 구분 허리를 바라보며 눈시울이 촉촉해졌다.그는 이미 어린 그녀의 눈에 비추던 그 난폭하고 무서운 남자가 아니었다. 그는 이미 늙었다.그는 좋은 아버지가 아니었다. 일반 아버지들처럼 그녀를 관심가진 적은 없지만 그녀를 키운 사람이 그 사람이라는 건 사실이었다.방금 그의 유골을 버리겠다고 했던 그 말은 거짓말이었다.그녀는 장례식장 직원에게 연락한 적도 없었다.그녀가 일부러 그런 말로 그의 화를 돋운 건 그가 깜짝 놀라며 그녀에게 빌지 않을 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구치소에서 나온 그녀는 택시를 타고 성빈의 집 주소를 말했다.성빈에게 학교 다니고 싶다고 말한 뒤 성빈이 대학교 두 개를 찾아 그녀더러 선택하라고 했다.그녀와 성빈은 늘 입씨름 하곤 했지만 성빈은 그녀의 말을 마음에 두지 않았고 그래서 그녀는 고맙게 생각하고 있었다.그녀는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으리라 다짐했다.인생은 자기 것이니 어떤 길을 선택하든 자기 하기 나름이라고 진아연이 말했다.성빈의 집에 돌아온 그녀는 대문의 도어 코드를 입력했다. 대문이 열린 후 마당에 세워져 있는 검은 색 차가 그녀의 눈길을 끌었다.이것은 성빈의 차가 아니다.그녀가 집에서 나갈 때 마당엔 이 차가 없었다.그녀는 불안한 마음을 안고 마당을 가로질러 별장 문 앞에 걸어갔다.그녀가 비밀번호를
"아줌마, 아니에요. 전 아이를 이용해 그 사람 재산을 얻을 생각이 없어요... 이 모든 건 사고였어요..." 최은서는 심판이라도 받는 것 같았다.그녀는 그런 야망이 없었다."청춘 남녀가 같은 집에 있으니 당연히 사고 치지. 하하!" 성빈의 어머니가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말했다. "넌 시준이의 친동생이기도 하니 나랑 성빈이버지가 섭섭하지 않게 해줄게. 예전에 고생 많이 했다고 들었어. 앞으로 우리가 널 친딸처럼 생각하고 돌봐줄 거야."최은서는 성빈 부모님의 자애로운 얼굴을 바라보며 입가까지 나온 말을 도로 삼켰다.그녀는 어른들에게 이런 따듯한 온정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그녀는 이런 달콤함에서 헤어나오기 싫었다.이러면 안 된다는 걸 잘 알지만 어쩔 수 없었다.Y국.성빈은 돌고 돌아 겨우 김형문의 부하 한 명을 찾아냈다."박 대표님께선 교통사고로 사망하셨습니다.""교통사고로 죽었다고? 살인이 아닌 사고가 확실해?" 성빈이 화를 내며 물었다. "김형문을 찾아와! 내가 직접 물을 거야."부하 직원은 고개를 숙이고 대답했다. "성빈 씨, 저한테 그러지 말아요. 박 대표님께서 사고가 난 후 형문 형님도 슬픔에 빠져 있다가 지금은 병원에 계십니다.""슬픔에 빠져서 그러는 게 확실해? 병원에 숨어서 감히 못 나오는 게 아니고?" 성빈이 호통쳤다."성빈 씨 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세요. 여기는 형문 형님의 구역인데 형문 형님이 누굴 두려워한단 말씀입니까?" 부하가 말했다. "형문 형님은 박 대표님과 거의 친형제나 다름없었는데 어떻게 박 대표님을 해할 수 있단 말입니까? 그리고 박 대표님은 이미 ST그룹의 모든 지분을 양도하셨는데 박 대표님을 해하여 형문 형님께서 얻는 것이 뭐가 있겠습니까?"성빈은 말문이 막혔다."박 대표님께선 직접 비행기를 타고 오셨습니다. 그건 박 대표님께서 형문 형을 친구로 생각한다는 말이죠. 그리고 그들 사이엔 아무런 이익적인 분쟁이 없었는데 형문 형님이 왜 박시준 씨를 해코지하겠어요?"성빈은 또다시 말문이 막혔다."성빈 씨
두 사람이 산에서 내려오자 예상대로 폭우가 쏟아지고날이 어두워졌다.겨우 오후 3시밖에 되지 않았지만 저녁이 다가온 것처럼 하늘이 어두워졌다.성빈은 차창을 두드리는 빗방울을 바라보며 눈시울이 촉촉해졌다.지금은 여름이니 시체를 야외에 방치하면 일주일도 안 돼 썩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또 폭우가 세차게 내리고 있으니... 일주일이 아니라 오늘이 지나면 시신이 완전히 부패할 것이다.휴대폰 벨 소리가 그를 슬픔 속에서 끌어왔다.그는 휴대폰을 꺼내고 손으로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았다.전화를 받자 진아연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성빈 씨. 지금 어디예요? 시준 씨는 찾았어요? 저 막 공항에 도착했는데 찾으러 갈게요.""공항에 가만히 있어요, 제가 데리러 갈게요." 성빈은 황급히 마음을 다잡고 어떻게 그녀를 위로해야 할지 생각해 보았다.박시준이 산에서 교통사고가 났고, 아직 시신을 찾지 못했다는 걸 그녀가 알게 되면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진아연은 공항 앞에서 쏟아져 내리는 폭우를 바라보며 마음이 초조해졌다.그녀는 박시준이 정말 죽었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감히 생각할 수 없었다.하지만 지금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고 그녀는 슬픈 감정이 피어오르는 걸 억누를 수 없었다.박시준이 정말 죽었다면... 그녀는 어떻게 해야 하지...그녀는 어떻게 해야지 몰랐다.몸의 기운이 다 빠져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그녀는 지금 숨을 몰아쉬고 박시준이 아직 살아있다고 자신에게 말하고 있었다.약 30분 후, 성빈이 검은 우산 하나를 손에 들고 그녀의 앞에 나타났다."왜 검은 우산을 들고 있어요?" 그녀는 지금 너무 예민했다.검은색 물건만 보면 마치 박시준의 시신을 보는 것 같았다."길가에서 아무 생각 없이 산 거예요." 성빈이 핑계를 찾아 말했다. "들어가요."그는 우산을 접고 그녀와 함께 공항 로비에 들어섰다.그녀는 의아하게 물었다. "시준 씨의 행방을 찾았어요? 절 그 사람에게 데려가 줘요. 시신이라도 상관없으니 제 눈으로
A국.조지운은 차를 몰고 스타팰리스 별장으로 갔다.마이크 혼자 집에 있었다.오늘 점심 귀국한 후 선생님이 한이를 불러갔다.마이크는 집에서 낮잠을 잤고 깨어났을 때는 이미 저녁이 되었다."진아연 씨가 기절했어요." 조지운이 이 소식을 그에게 전해줬다.마이크는 한순간 정신이 확 들었다. "박시준이 정말 죽었어요?"조지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성빈 형의 말에 의하면 대표님이 산길을 운전하던 중 차와 함께 산 밑으로... 시신도 찾지 못했대요.""젠장, 너무 비참해요!""그래서 진아연 씨가 쓰러진 거예요." 조지운은 머리가 깨질 듯 아팠다. "믿을 수 없어요. 이런 결과를 받아들이기 힘들어요.""살인이라고 의심하지 않았어요? 살인 아니래요?" 마이크는 언제 박시준을 봤던지 떠오르지 않았다.작별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게 아쉽고 황당하게 느껴졌다.이렇게 일찍 세상을 떠날 줄 알았더라면 그렇게 그에게 트집을 잡지 않았을 텐데."성빈 형의 말에 의하면 대표님과 김형문 사이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대요. 그리고 대표님은 지금 ST그룹과 아무런 관계가 없으니 김형문이 대표님을 살해할 동기와 목적이 없다는 거죠." 조지운이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예전에 대표님이 다치거나 좋은 일이 있을 때마다 김형문이 문안을 오거나 축하를 해왔었는데 두 사람 사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요.""그럼 사고인가요?" 마이크는 눈살을 찌푸리며 크게 한숨을 쉬었다. "안 되겠어요. Y국에 다녀와야겠어요. 성빈 씨가 진아연을 데려오지 못할 거예요.""내일 가요. 조금 있으면 한이가 돌아올 건데 한이랑 라엘한테 말은 하고 가야죠. 그냥가면 전 애들한테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조지운이 난감한 기색으로 말했다."있는 그대로 얘기하면 돼요. 애들을 속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말을 마친 마이크는 이모님이 걸어오는 걸 보았다.이모님은 그들의 대화를 들었다.박시준의 사망 소식을 들은 그녀는 슬픔에 빠졌다."마이크 씨, 가서 아연 씨를 데려와요. 어리석은 짓이라
한이는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예리하게 물었다. "박시준이 죽었어요?"조지운은 목이 막혀왔다. "한이야. 넌 장남으로서 지금 여동생을 잘 돌봐야 해. 엄마가...""엄마가 왜요?" 한이가 눈썹을 찌푸리고 걱정된 표정으로 물었다."엄마가 쓰러졌어. 깨어나도 아마 고통의 시작일 거야."한이는 눈을 내리깔고 슬픔에 잠겼다.조지운은 그가 가방을 메고 묵묵히 위층으로 올라가 방에 들어가는 걸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슬픔이 피어올랐다.뭐라도 해서 이 아픔을 조금이라도 완화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지만 마음을 다잡고 보니 자신의 마음 역시 상처로 가득해있었다.박시준이 ST그룹의 지분을 양도한 뒤에도 조지운은 박시준이 ST그룹을 떠났다는 걸 느끼지 못했었다.그래서 그는 여전히 매일 예전처럼 일했었다.그는 박시준이 머지않은 미래에 다시 돌아올 거라 믿었다.하지만 이런 결과를 맞이할 줄은 상상조차 한 적이 없었다.평소대로 ST그룹에 돌아가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평범하게 계속 일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부모님과 선생님이 학창시절의 그를 만들어냈다면 박시준은 직장에서 새로운 그를 만들어냈다.많은 사람이 박시준의 성격이 차갑고 무자비하며, 사람이나 일에 대해 냉철하고 무정하며 독단적이라고 말하지만 그와 진심으로 시간을 보낸 사람만이 그도 피가 있고 살이 있으며 감정을 중요시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다.Y국.진아연은 몇 시간 동안 잠들어 있다가 천천히 깨어났다.그녀는 낯선 방을 바라보며 어리둥절해졌다.머릿속이 텅 비어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심장에서 전해지는 아픔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성빈은 전화하고 나서 발코니에서 방으로 돌아왔다.그녀가 눈을 뜬 것을 본 성빈은 침대 옆에 다가갔다."아연 씨. 마이크 씨가 데리러 온대요. 마이크 씨가 도착하면 같이 귀국해요.""마이크가 왜 날 데리러 와요?" 그녀가 멍하니 성빈을 바라보았다. "여긴 어디예요? 왜 성빈 씨가 저랑 같은 방에 있어요?"성빈은 숨을 들이쉬었다.그는 휴
성빈은 주먹을 꽉 쥐고 입술을 깨문 채 어떻게 그녀를 설득해야 할지 몰랐다."박시준은 살아있는 사람이에요. 스쳐 가는 바람도 아니고 떨어지는 빗방울도 아니에요. 시신을 찾기 전까지는 그렇게 쉽게 그 사람이 죽었다고 하지 말아요. 아직 그 어딘가에서 우리가 구조해주길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말할 수 있어요?"진아연은 두 눈이 빨갛게 된 채 마음속에 있는 말을 뱉었다.성빈은 그녀의 질문에 가슴이 아파 울면서 말했다. "시준이를 버릴 생각이 아니었어요. 진아연 씨, 제가 현장에 데려다줄게요. 다만 너무 어렵다는 생각이...""아무리 어려워도 찾아내야 해요." 진아연은 확고한 눈빛을 짓고 진지하게 말했다. "그 산을 다 옮긴다고 해도 난 그 사람을 찾아내야겠어요."...호화로운 유럽풍 별장 내.부하 한 명이 다급히 밖에서 들어왔다."형문 형님, 진아연과 성빈이 산에 갔어요. 그 두 사람 죽는 것도 두렵지 않나 봐요. 밖에 아직 비가 내리고 있는데 박시준이 그 산에서 사고가 난 게 아니라 두 사람이 오히려 저 산에서 사고 날 것 같네요."김형문은 시가를 피우며 입으로 동그란 담배 연기를 뿜어냈다."진아연이 성격이 이토록 화끈할 줄 몰랐네. 예전에 시준이가 왜 저런 여자를 좋아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는데 이젠 알 것 같아. 시준이랑 성격이 닮았어. 둘 다 고집불통이야." 김형문이 미간을 찌푸리고 독수리 같은 두 눈을 가늘게 뜨더니 말했다. "찾게 놔둬. 며칠이나 버티는지 두고 보자고!""모른 척해요?""모른 척해. 날 귀찮게만 하지 않으면 없는 존재라 생각해!""알았어요. 형문 형님." 부하가 고개를 숙이고 잠시 침묵하더니 물었다. "형문 형님, 박시준은 어떻게 됐어요? 깨어났어요?"김형문은 그를 힐끗 보더니 차갑게 말을 뱉었다. "쓸데없는 일에 귀 기울이지 마. 날 위해 뭔가를 해줄 수 있을 때가 되면 볼 수 있을 거야!""형문 형님, 다른 뜻이 아니라 진아연 씨가 박시준을 찾아낼까 걱정돼요.""여긴 내 구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