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준은 그한테 누구에 대해 알고 싶은지 묻지도 않고 바로 거절했다. "만약 싫다면?"그의 반응을 예상 못 한 박한은 어색하게 그저 웃을 뿐이었다. "만약 엄마가 살아계셔서 우리 사이가 틀어지는 모습을 보면 어떻게 생각하실까?""엄마로 나한테 억압하려 하지 마! 형과 형 아들이 엄마를 죽였는데 무슨 낯짝으로 엄마를 얘기하는 거야!" 박시준은 그의 말에 성을 냈다."낯짝? 지금 나한테 무슨 낯짝으로 엄마 얘기를 하냐고 했어?" 박한은 그의 말에 더욱 흥분했다. "그래도 난 엄마의 친자식이야. 넌? 박시준, 언제까지 거짓말할 수 있다고 생각해? 내 동생의 인생을 차지하고 언제까지 불법 감금할 생각이야?!""불법 감금?" 박시준은 그의 말에 어안이 벙벙했다. "내가 그의 인생을 차지했다고? 그럼, 네 엄마는 무고하다고 생각해? 이 모든 건 가 그 사람이 저지른 일이야!""설령 엄마가 너와 최운석 씨를 바꿔치기했다고 하더라도 지금은 이미 돌아가셨어. 이대로 계속 지켜볼 수만은 없어! 지금 당장 최운석 씨를 돌려줘! 그 사람은 내 친동생이야! 내가 죽지 않은 이상, 네가 그를 괴롭히는 걸 가만히 보고 있지 않을 거야!""그 사람은 그냥 바보에 불과한데, 왜 그를 원하는 거지?" 박시준은 그의 말에 바로 반박했다. "아무 능력도 없는 사람을 돌볼 수 있는 능력은 있고? 지금 자신과 아들의 생활도 보장할 수 없는 상태잖아. 최운석 씨를 원하는 건 나를 위협하려는 거지?"박한은 그의 말에 눈동자가 붉어졌다. "박시준, 양심에 손을 얹고 얘기해 봐. 내가 네 형으로써 너를 괴롭힌 적이 있어?! 없잖아! 내 동생을 돌려받겠다는 게 왜 주지 않는 거야? 네가 뭔데?!""ST그룹 회장씩이나 되는 사람이 나 같은 일반인도 두려운 거야? 그 사람이 아니어도 네 녀석을 위협하는 데에 다른 방법이 없을 것 같아?!" 박한은 언성을 높여 소리 질렀다.거실의 분위기는 화약통처럼 폭발하기 직전이었다."시준아, 네가 계속 박시준으로 살아도 돼. 하지만 최운석 씨는 돌려줘. 난
"네가 진심으로 말한 게 아니라는 건 알겠어. 그런데 한이는 네 말 때문에 아빠와 결렬했어. 앞으로 말하기 전에 다른 사람에게 입힐 수 있는 영향을 고려했으면 해."학교에서 나온 진아연은 그제야 걱정이 놓인 듯 숨을 크게 내쉬었다.동이는 다음에 한이를 만나면 한이한테 사과하겠다고 약속했고이로써 꽤 좋은 결과를 얻게 되었다.진아연은 차에 타자마자 휴대폰을 꺼내 박시준에게 연락했고곧바로 연결되었다."시준 씨, 한이의 일은 걱정하지 마요. 방금 한이 친구한테 설명했어요. 내일 한이를 학교에 보내면 동이의 사과를 받을 거예요." 진아연은 박시준이 떠나는 모습만 생각하면 기분이 좋지 않았다.배후에서 한이의 학교에 투자하고 높은 연봉으로 외국인 선생님을 초빙한 것도 사실 모두 한이를 위한 거였다.한이가 아직은 이해할 수 없겠지만, 나중에 아버지가 되면 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그래." 박시준은 담담하게 답했다."지금 어디예요? 당신이 보고 싶어요.""일단 돌아가서 먼저 아이를 위로해 줘!" 의기소침한 박시준은 그녀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고 그녀한테 영향을 주고 싶지도 않았다."네. 그럼, 내일 찾으러 갈게요.""내일 결혼식장에 갈 거야." 박시준은 바로 그녀에게 답했다."그럼 같이 갈게요."그는 잠시 주저하다가 동의했다.다음 날 아침, 진아연은 한이를 학교로 보냈고동이가 한이한테 사과하는 모습을 보고서야 학교를 떠났다.박시준과 그녀의 결혼식은 리조트에서 진행되어진아연은 바로 리조트로 가서 박시준과 만났다."시준 씨, 기분이 안 좋아요? 설마 한이 때문에 마음이 상하신 거예요?" 그녀는 박시준에게 다가가 그의 손을 꼭 잡았다.이에 박시준은 바로 고개를 저었다. "박한이 최운석 씨를 데려갔어."진아연은 그의 말을 듣자 표정이 굳었고 그를 잡고 있는 손도 바로 놔줬다."왜 박한 씨가 최운석 씨를 데려가게 했어요? 지금 무슨 짓을 했 지 알고 있어요? 박한 씨가 최운석 씨에게 잘해줄 거라 생각해요?!" 그녀는
"내가 두려워할 거라 생각해?" 박시준은 그녀의 차가운 손을 잡고 말을 이었다. "그들이 원하는 대로 해봤자 나한테 그 어떤 영향도 주지 못할 거야.""그럼 마음의 준비를 했다는 거예요" 진아연은 그의 침착하고 단호한 얼굴을 보자 불안한 마음이 차차 사라졌다."전날 밤 계속 생각했어. 일어난 일은 숨길 수 없는 법이지. 마음을 졸이고 있는 것보다 침착하게 대처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 그는 진아연을 데리고 리조트 안으로 향했다. "너와 아이만 곁에 있을 수 있다면,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아."방금까지 긴장된 진아연의 마음은 드디어 놓였다."시준 씨, 그렇게 생각하시니까 기쁘네요." 그녀는 숨을 가다듬고 말을 이었다. "만약 매일을 인생의 마지막처럼 생각하고 지낸다면 더 용감해질 거예요.""난 오늘이 마지막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아." 박시준은 중얼거리면서 말을 이었다. "너와 계속 살고 싶어. 머리가 하얘질 때까지 함께 있고 싶어.""하하! 그럼, 비밀 하나 알려줄게요." 기분이 풀린 진아연은 말했다. "전에 흰머리 뽑아줬잖아요. 사실 거짓말했어요. 흰머리는 없고 DNA 검사 때문에 몇 가닥 뽑은 거예요."박시준은 그의 말에 어안이 벙벙했다. "피를 뽑는 대신 머리카락을 뽑아줘서 고맙다고 해야 하나?""피를 뽑는다면 너무 뻔하잖아요. 바보도 아닌데 바로 알아챘을 거 아니에요." 진아연은 갑자기 말을 돌렸다. "당신의 머리카락을 뽑은 후, 박우진의 머리카락도 뽑았어요. 아주 아파서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데, 생각만 해도 웃기네요.""그럼 왜 나한테 박우진과의 DNA 검사 결과를 알려주지 않았어? 설마 내가 충격받을까 봐 걱정했던 거야?""최경규 씨가 찾아왔을 때도 저한테 알려주지 않았잖아요?" 그녀의 길가의 꽃들을 어루만지며 갑자기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그한테 다가가 물었다. "결혼사진 찍어야 하는 걸 깜빡하지 않았죠?"박시준은 그녀의 말에 어리둥절했다."시준 씨, 보통 결혼하면 결혼사진을 찍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야 결혼식에 결혼사진
진아연: 부자가 또 크게 다퉜어. 시준 씨는 원래 우리 집에서 지내다가, 지금은 다시 본가로 들어갔고.여소정: 다툼 한 번 안 하는 부자지간이 어디 있겠어. 선생님께 한이 숙제 좀 많이 내주시라고 해.진아연: 한이는 평소에 숙제가 많은 편이야. 그나저나, 한이가 결혼식 때 못 올지도 모르겠어. 경기가 있어서 해외에 나가야 한대.여소정: 한이가 결혼식에 참석하고 싶지 않다고 하면, 존중해 줘야지. 한이가 크고 나면 부자 사이도 좀 나아질 거야.진아연: 맞아. 소정아, 나 웨딩 촬영할 때 보러 올래? 여기 리조트에서 할 거야.여소정: 좋아. 준비해서 갈게!메시지를 보낸 후, 진아연은 박시준을 바라보며 물었다. "시준 씨, 사진작가는 찾았어요?""응.""우리 수중 촬영을 하면 어때요? 예전에 다른 사람들이 물속에서 찍은 웨딩 사진을 봤는데, 너무 예쁘더라고요." 아연의 머릿속에 온갖 아이디어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절벽에서 촬영한 것도 봤어요!"박시준: "이러다 하늘 위에서도 찍자고 하겠네."진아연: "어떻게 알았어요? 당신 비행기 있잖아요. 비행기 타고 상공에서 드론으로 사진 찍어도 되죠!"박시준이 눈살을 약간 찌푸리며 물었다. "진심이야?"진아연은 몇 초 동안 고민하더니, 결국 포기한 듯 말했다. "됐어요, 우선 그냥 아무렇게나 찍고, 식부터 올려요. 우리 벌써 애가 셋인데, 더 미루다간 한이 결혼할 때가 다 되겠어요.""우리 아들이 그렇게나 일찍 결혼할 거라 생각해?" 박시준이 그녀 곁에 앉았다. "내가 보기에 한이는 여자한테 전혀 관심이 없는 것 같던데.""지금이야 여자한테 관심이 없겠죠. 아직 성인이 아니니까." 진아연은 자기 아들이 분명 평범한 남자라고 믿었다. "좀 더 커 봐요. 머잖아 이성에 눈을 뜰 날이 올 거예요.""모르지. 한이가 나랑 닮았다며. 당신을 만나기 전에 난, 여자한테 전혀 관심이 없었어. 시준이 직설적으로 말했다. 안 그랬음 진작 결혼했겠지, 당신이 횡재할 일도 없었을 것이고.""내가 횡재했다고요? 아이
진아연의 차분했던 마음이 일시에 차갑게 식었다."그는 나를 두려워해." 박시준이 말을 이었다. "그래서 박한과 함께 가는 한이 있어도, 내 주변에 있길 원하지 않은 거야.""시준 씨, 이 얘긴 꺼내지 말아요." 아연은 마음이 한순간 괴로워졌다. "우리 오늘 웨딩 촬영해요. 즐겁지 않은 이야기는 꺼내지 말고요."그녀는 생각했었다. 최운석이 박한 곁으로 돌아간다면, 아무리 상황이 좋지 않더라도, 최경규 곁에 있는 것보다는 나을 거라고.최운석은 박한의 친동생이다. 어찌 됐든 박한은 자기 친동생을 나쁘게 대하진 않을 것이다.얼마 지나지 않아, 사진 촬영팀이 도착했다.여소정 역시 거의 동시에 도착했다.소정의 도움으로, 아연은 세 가지의 촬영 테마를 선택했다.오늘은 날씨가 좋아, 야외 촬영이 아주 순조롭게 진행되었다.원래는 야외 촬영 하나와, 실내 촬영 둘만 찍을 예정이었지만, 야외에서 찍은 결과물들이 더 자연스럽고 좋아 야외 촬영을 한 세트 더 추가하기로 했다.어느새 시간이 흘러 저녁이 되었다.스타팰리스 별장.저녁 식사."우리 먼저 먹자! 너희 어머니께서 오늘 웨딩 촬영 때문에 일찍 오기 힘드시대." 마이크가 진아연에게 전화를 한 후, 두 아이에게 말했다.라엘이가 자그마한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 "왜 주말에 찍지 않은 거야? 나도 촬영하는 거 보고 싶단 말이야!"마이크는 크게 웃음이 터졌다. "웨딩 촬영을 더 미루다간, 결혼식 날까지 일정을 맞추기 힘들 거야. 너희 부모님이 보기엔 참 똑똑해 보이셔도, 꽤 덤벙대신단다."라엘: "우리 부모님이 똑똑하지 않은 줄 알면서, 왜 친구를 해요? 그럼, 마이크도 똑똑하지 않은 거 아니에요?"마이크가 얼굴이 굳히고 말했다. "라엘아, 너희 오빠는 곧 해외에 나갈 거야. 그때가 되면 너랑 놀아줄 사람은 나뿐일 텐데, 예의 좀 차리지 그래?""흥! 동생이랑 놀면 되거든요!" 라엘이가 한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오빠, 난 오빠가 해외에 나가지 않았으면 좋겠어."한이: "우리 어젯밤에 얘기했잖아. 무르기
그녀는 한이가 의도적으로 그녀와의 대화를 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녀는 생각하면 할수록 마음이 너무 아팠다. 마음이 복잡해진 그녀는 박시준에게 전화를 걸었다."시준 씨, 한이가 유학을 가겠대요. 내 곁을 떠나겠대요."시준이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말했다. "내가 뭘 할 수 있을까?""당신은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어요. 어차피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을 테니." 그녀가 흐느끼며 말했다. "한이는 이미 마음을 정했대요. 마이크 말로는, 늦어도 내일모레에는 떠난다더군요. 한이는 이 집에서 하루도 더 머무르고 싶지 않은가 봐요.""기왕 본인이 스스로 가겠다고 하니, 그냥 보내줘." 박시준이 체념한 듯 말했다. "울지 마. 이제 어린애도 아닌걸. 어린애처럼 대하면 안 돼.""하지만 나한텐 아직 어린애인걸요. 시준 씨, 어쩐지 난, 한이를 이대로 영영 잃어버릴 것만 같은 느낌이에요.""그렇지 않아. 한이는 당신 아들인걸. 절대로 한이를 잃을 일은 없어." 시준이 아연을 위로했다. "한이는 그저 나와 마주하고 싶지 않을 뿐이야. 한이는 여전히 당신을 사랑해. 때가 되면 한이를 보러 가면 되지."그의 깊은 목소리를 듣고 있으니, 그녀는 점차 진정되었다."아연아, 살면서 모든 일이 다 마음처럼 되지는 않아. 한이가 무탈하기만 하다면, 우린 더 바랄 게 없지." 그는 계속해서 아연을 위로했다."맞아요. 내일 일찍 일어나서 한이랑 얘기를 좀 해봐야겠어요. 갈 때 가더라도, 이렇게 무거운 마음으로 보낼 순 없죠.""그럼 일찍 쉬도록 해.""네. 당신은 지금 뭐 하고 있어요?" 그녀가 물었다."책 읽는 중이야.""무슨 책이요?" 그녀는 그의 곁에 누워 그를 안고 있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전쟁과 관련된 책이야.""... 너무 늦게까지 보지 말아요. 내일 컨디션 생각도 해야죠.""알겠어. 잘 자."전화를 끊은 후, 진아연은 눈을 뜬 채 어두컴컴한 방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박시준은 모든 일이 다 마음처럼 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물론 그녀
그는 한 손으로는 라엘이를 안고, 다른 손으로는 아연의 손을 꼭 잡았다.그녀는 그의 발걸음을 따라 한 걸음, 한 걸음 공항 로비를 나섰다.공항 관제 센터.박시준은 아연과 라엘이를 데리고 들어온 후, 비행기의 활주로가 잘 보이는 커다란 창문을 마주했다."30분 후면 한이가 탄 비행기가 이륙하는 것을 볼 수 있을 거야." 그는 아연을 창가로 데려갔다. "어젯밤에 마이크와 대화를 나눴어. 나도 그와 같은 생각이야. 한이가 지금 해외로 나가 공부를 하는 게, 어쩌면 한이한테 훨씬 좋은 선택일 수 있어."진아연은 말없이 그를 바라보며,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예선전에서 한이는 동이보다 고작 3점밖에 높지 않았어. 그래서 동이는 선생님에게 점수의 공정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거야. 만약 한이가 동이보다 30점이 더 높았다면, 동이가 이의를 제기했었을까? 한이의 실력은 아직 조금 부족해..."그의 말을 듣고, 진아연은 눈살을 찌푸렸다. "당신은 당신 아들한테 너무 많은 걸 기대하는 거 아니에요? 한이는 동이보다 3살이 어려요. 그 말인즉, 동이는 한이보다 3년을 더 배웠단 뜻이죠. 그런데도 한이는 동이보다 3점이 더 높았어요, 그것만으로도 이미 대단한 일이라고요.""하지만 동이가 이의를 제기한 순간 한이는 곧바로 무너졌을 거야." 박시준은 아연을 침착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한이는 자기의 실력을 키우던지, 자기의 멘탈을 잘 조절하던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해. 지금 한이는 본인의 실력을 키우는 쪽을 결정했고, 우리는 한이가 더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해."진아연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창밖을 바라보았다."지금 한이가 자기의 실력을 확실하게 키워둬야만, 앞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살 수 있어." 시준이 말을 이었다. "난 내 아들이 앞으로 나를 능가하게 되기를 바라. 그래야만 자기 자신과 가족을 더 잘 보호할 수 있을 테니까. 지금의 짧은 이별 정도는 견딜 수 있어."진아연은 눈을 돌려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어쩌면 당신 말이 맞을지
그녀는 그의 입술에 살짝 입을 맞춘 후, 그를 밀어냈다. "얼른 전화받아요, 난 옷 갈아입고 올게요."그는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걸려 온 전화를 힐끗 보고는 전화를 받았다."대표님, 박한이 오늘 최운석을 데리고 DNA 검사를 하러 갔다고 합니다." 수화기 너머 부하 직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제 생각에 DNA 검사를 하게 한 동기가 탐탁지 않습니다. 최운석이 본인의 친동생임이 확실한 걸 알고 있을 텐데, 굳이 대표님 곁에서 떨어뜨리더니, DNA 검사까지 받게 하다니요."박시준은 아연을 힐끗 쳐다보았다.그녀는 거울을 마주한 채, 등 뒤의 허리 끈을 풀고 있었다."계속 지켜보다가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보고해." 시준은 이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누구예요?" 그가 전화를 끊는 것을 본 아연이 그에게 물었다."박한이 최운석을 데리고 DNA 검사를 하러 갔대. 당신, 최운석이 걱정된다고 했잖아. 그래서 내가 사람을 시켜 그들을 지켜보게 했거든." 그는 성큼성큼 그녀의 뒤로 다가와 허리 끈을 풀어주었다."아, 박한이 당신한테 뭘 요구하진 않았고요?" 그녀는 내심 불안했다."아직은 아니야.""그가 당신에게 돈을 요구하면, 줄 거예요?" 그녀가 무심코 그에게 물었다. "이전에 낡은 집을 팔아 생긴 돈은, 박우진이 머지않아 다 탕진해버릴 거예요. 돈이 다 떨어지고 나면 분명 당신을 찾아와 돈을 요구하겠죠.""그들이 우리를 찾아오면, 그때 다시 얘기해도 늦지 않아."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해 지금부터 미리 걱정해 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아연이 눈살을 찌푸렸다. "이 빈대 같은 사람들! 최경규도 아직 떠나지 않았죠?""아연아, 그들 때문에 기분 상해 할 필요 없어. 그들이 나에게 돈을 요구한다 해도, 나도 그냥 내주진 않을 거야." 그는 아연의 웨딩드레스를 벗겨준 후, 옆에서 잠옷을 꺼내어 그녀의 머리에 씌워주며 말했다. "오늘은 집에서 쉬어!""그러려고요, 집에서 라엘이와 함께 있어 줘야겠어요. 한이가 떠났으니, 라엘이도 마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