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현도 자연히 녀석의 이런 작은 요구를 거절하지 않았다. 그녀는 주방에 아무것도 없는 것을 발견하고 유담을 데리고 마트에 가서 그가 좋아하는 음식을 사기로 결정했다.두 사람은 옷을 갈아입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그러나 복도를 나서자마자 눈치가 빠른 유담은 은수의 차가 여전히 거기에 세워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엄마, 저 차 봐요."수현은 유담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그 차를 보았고, 순간 멍해졌다.그녀와 유담이 위층으로 올라간 지 이미 반나절이 지났는데, 이 남자는 갔다가 다시 돌아온 거야 아니면 아예 떠나지 않은 거야?수현이 생각하고 있을 때, 은수도 그들이 내려온 것을 보고 차에서 내렸다."어때, 푹 쉬었어?"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은수는 그녀의 얼굴이 근심으로 어둠이 드리워져 있던 예전에 비해 지금은 훨씬 즐거워 보이는 것을 발견했다."어디로 가려고?" 은수는 주동적으로 입을 열었다.수현은 아직 입을 열지 않았지만 유담이 앞다투어 입을 열었다."마트에 가서 물건 좀 사려고요.”은수는 이 말을 듣고 그녀를 불렀다."내가 너희들 데려다줄게."수현은 거절하고 싶었지만 유담은 바로 승낙했다."좋아요."수현이 약간 망설이는 것을 보고 유담이 고개를 들었다."이렇게 하면 택시를 잡을 필요가 없잖아요. 안 그래요?"녀석이 그렇게 말한 이상, 수현도 반박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은수는 두 사람을 위해 차 문을 열고는 가장 가까운 마트로 향했다."고마워요. 이제 돌아가봐요. 우리끼리 장 보면 되니까요."수현은 유담을 데리고 차에서 내려 감사를 표시했다.그러나 은수는 직접 그들을 따라갔다."나도 같이 가지."수현은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은수는 딱 봐도 손가락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는 도련님인데, 그런 사람이 마트에 가서 장을 보다니, 그 장면은 너무 이상했다.거절하려고 했지만 은수는 이미 돌아가서 차 키를 뽑고 그녀 앞으로 걸어왔다.유담도 처음으로 아빠 엄마와 함께 마트에 갔다. 곧 떠나는 만큼 그도 은수에 관한
수현의 목소리를 듣고 부자 두 사람은 모두 고개를 돌렸다. 은수는 손을 내밀어 그 게를 잡으려고 했지만 옆에 채소를 파는 아주머니는 이 상황을 보고 재빨리 그를 막았다."함부로 움직이지 말게. 이 게를 잘못 건드리면 그녀의 손가락을 더욱 세게 꼬집을 수 있으니까 내가 할게."은수는 지금까지 누구의 지휘를 들어본 적이 없지만, 그도 처음으로 이런 상황에 부딪쳤기에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채소를 파는 그 아주머니는 그 게를 잡더니 또 게의 몸에 물을 뿌렸다. 잠시 후, 게가 집게를 풀자 수현은 마침내 자유를 얻었다.그러나 손가락은 여전히 상처가 생겨 피가 났고 수현은 눈썹을 찌푸리고 상처를 싸매려고 했다. 은수는 그제야 앞으로 다가가더니 생각도 하지 않고 피를 흘리고 있는 그녀의 손가락을 자신의 입에 넣었다.수현은 멍하니 있다 반응한 후 순식간에 얼굴이 빨개졌다. 이 남자는 갑자기 무엇을 하는 것일까?더군다나 그는 결벽증이 있었는데…... 그는 그녀의 손이 방금 그 게를 건드린 것을 싫어하지 않는가?수현이 손을 빼려고 했지만 은수는 그녀의 손목을 쥐고 있어 그녀는 실패했다.잠시 후, 수현의 손에서 더 이상 피가 나지 않자 그는 비로소 그녀를 놓아주었다.수현은 즉시 손가락을 거두어들였지만 얼굴의 열기는 조금도 식지 않았다.옆에 채소 파는 아주머니도 이 장면을 보고 허허 웃으며 부러움을 감추지 못했다."아가씨는 정말 복이 많군. 남편은 멋있는데다 또 이렇게 상냥하니, 아가씨 정말 시집을 잘 갔어."수현은 인차 자신과 은수는 부부가 아니라고 말하려 했다.그러나 이때, 유담은 어디에서 달려왔는지 수현의 손을 잡아당겼다. 그는 방금 은수가 수현에게 상처를 처리해주는 것을 보고 즉시 마트 프론트에 가서 반창고를 달라고 한 다음 바로 달려왔다.유담은 조심스럽게 반창고를 수현의 다친 손가락에 붙인 다음 위의 주름을 평평하게 한 뒤 조심스럽게 호 해줬다."통증아 날아가라......"유담은 예전에 외할머니가 그를 달래는 말투를 따라 진지하게 말했다.
"아니에요." 수현은 은수더러 계산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필경 그들은 먹을 것을 좀 샀을뿐 그녀 자신도 충분히 지불할 수 있었다.그녀는 얼른 자신의 카드를 건네려 했지만, 은수는 옆에 있는 캐셔를 바라보았다. 남자는 말을 하지 않았지만, 그의 눈빛은 보이지 않는 압박감을 띠고 있어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도 모르게 그의 명령에 복종하게 만들었다.캐셔는 결국 은수의 카드를 가져갔는데 그녀는 그제야 이것이 한도가 없는 블랙 카드라는 것을 발견했다. 이 카드는 아마 전 s시에 몇 장 없을 것이다. 이를 가질 수 있는 사람은 재벌 가문 출신일 텐데, 이런 사람이 뜻밖에도 직접 마트에 와서 물건을 사다니?캐셔는 참지 못하고 은수를 살펴보았는데, 그가 낯이 좀 익다고 느꼈다. 수현은 그녀가 은수를 알아보면 일을 일으킬까 봐 재빨리 물건을 모두 가져왔다."다 됐어요? 내가 좀 바빠서요."재촉을 받고서야 캐셔는 정신을 차리며 재빨리 돈을 긁은 뒤 깍듯하게 카드를 은수에게 돌려주었다.수현은 사람들이 이 바람을 일으키는 남자를 구경할까 봐 얼른 물건을 들고 갔다.유담은 수현을 따라 달리면서 마음속으로 매우 즐거워했다.사람들은 그와 엄마, 그리고 아빠를 세 식구라고 말했고, 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부러워한다니, 이 느낌은 좀 낯설지만, 그는 꽤 괜찮다고 느꼈다.수현은 고개를 돌려 녀석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마음속으로 불안해졌다.그녀는 유담이 이렇게 환하게 웃는 것을 거의 보지 못했지만, 단지 은수와 함께 나와 물건을 샀을 뿐인데, 그는 이렇게 기분이 좋았다.이로부터 알 수 있는 바, 그도 사실은 아버지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이것은 수현을 좀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이러다가 유담이 떠날 때 섭섭하고 마음이 괴로울까 봐 두려웠다.수현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발걸음을 재촉했고 앞에 한 직원이 쇼핑 카트를 잔뜩 밀고 오는 것도 보지 못한 채 곧장 앞으로 걸어갔다.은수는 이 상황을 보고 수현이 다른 사람과 부딪치지 않도록 재빨리 그녀를 자신의 곁으
수현은 일부러 차가운 말투로 말하며 아무런 감정을 띠지 않았다.은수는 입술을 오므렸다. 수현은 지금 뭔가를 오해하고 있는 게 아닐까?설마 그녀는 아직도 그가 유담에게 접근하는 이유가 다른 속셈이 있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는가? 그래서 이렇게 급하게 떠나려는 것일까?"난 다른 뜻은 없어. 다만, 유담이와 더욱 친해지고 싶어서 그래. 다시는 그 어떤 사고도 일어나지 않도록 할게. 약속해."은수는 급히 설명했고 그의 이마에는 심지어 촘촘한 땀방울까지 맺혔다.그는 어떻게 해야만 수현이 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지 몰랐다.수현은 남자의 절박한 눈빛을 보고 뒤에 놓인 손을 천천히 꽉 쥐었다. 그녀는 은수가 그녀를 속이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들은 정말 더 이상 이럴 순 없었다…...손톱이 손바닥을 파헤치고 들어가자 따끔거리는 통증에 수현은 이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한참이 지나서야 수현은 마침내 마음을 굳힌 것처럼 천천히 입을 열었다."온은수 씨, 나는 이미 당신을 믿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당신의 존재는 나와 유담이에게 영원히 여러가지의 의외를 가져다 줬죠. 이것은 나의 심신을 피곤하게 하거든요. 그러니까 앞으로 우리는 각자의 생활에 집중하며 지내요. 그냥 나와 유담이가 모두 존재하지 않는 걸로 생각해요."은수는 몸이 굳어지더니 문득 이렇게 간단한 몇 마디 말도 이렇게 잔인할 수 있다는 것을 의식했다.그녀가 그때 세상을 떠난 시간으로 돌아가라니, 그게 어떻게 가능하겠는가.그녀가 없는 1분 1초는 그에게 있어서 그야말로 지옥과도 같았다. 지금까지도 그는 그때의 자신이 어떻게 지내왔는지를 감히 생각하지 못했다."다른 사람이 당신을 방해하지 못하게 할게. 그저 이렇게 묵묵히 당신들 곁에 서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당신을 귀찮은 거야?"은수는 그녀가 여태껏 본 적이 없는 비천한 말투로 애원했다.그는 이미 더 이상 수현을 강제로 자신의 곁에 남겨둘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는 그저 멀리서 그들 모자를 보고 싶었다. 적어도 그들이 한국을 떠나기
예전에 이 관계로 인해 많은 문제가 초래됐으니, 앞으로 얽히고설키는 것을 피하기 위해 수현은 마음을 모질게 먹고 그들을 단념할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은수의 집안과 얼굴로 기필코 더욱 좋은 사람을 찾을 것이며 그때가 되면 그도 아름다운 아내와 귀여운 아이를 가지게 될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그 사람은 그녀가 아닐 것이다.수현은 집으로 돌아왔고, 문 앞에 도착하자 유담은 인기척을 듣고 직접 문을 열었다.녀석은 수현을 한 번 훑어보니 그녀의 안색이 별로 좋지 않은 것을 발견했다. "엄마...... 기분이 안 좋아요?"수현은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저었다."아니, 좀 피곤해서 그래."녀석이 계속 캐물을까 봐 수현은 물건을 들고 주방에 들어가 사온 음식을 일일이 냉장고에 넣었는데 수현은 줄곧 정신을 딴데 팔았다.오늘 이후로 은수는 다시 그녀를 찾지 않겠지?그녀가 원하는 게 바로 이 결과지만, 수현은 후련하다고 느껴야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의 마음은 무척 공허할 뿐이었다.수현은 정신 없이 물건을 정리하다가 조심하지 않아 방금 다친 손가락을 눌렀다. 그녀는 통증을 느끼며 정신을 차렸고, 그 반창고를 붙인 손가락에 눈길을 돌렸다.그리고 머릿속에 오늘 마트에서 은수가 그녀의 손가락을 머금고 있는 장면이 절로 떠올랐다.수현은 필사적으로 자신에게 이런 일들을 더 이상 생각하지 말라고, 그들 두 사람은 지금부터 아무런 관계도 없을 운명이라고 설득했다. 설마 그녀는 아직 은수에게 충분히 당하지 않았단 말인가?수현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앞에 있는 식재료에 집중했다.다만, 머리는 전혀 통제되지 않았다. 수현은 잠시 넋을 잃었을 뿐인데, 가스레인지의 불이 너무 커져서 안에 튀기고 있던 닭날개가 타더니 고약한 냄새를 풍겼다.......다른 한 편.가연은 차에 앉아 초조하게 휴대전화를 쥐고 있었고, 할머니의 병을 생각하자 그녀는 눈살을 찌푸렸다.엄마가 떠난 후, 줄곧 할머니가 그녀를 돌보았는데, 최근 몇 년 동안 한두식이 도박하려고 자신에게 돈을 달라는
가연은 믿을 수 없단 듯이 그를 쳐다보았다."내가 말했잖아요, 그 사람은 가는 길에 나를 집에 데려다 준 거라고. 근데 그 사람이 어떻게 당신이 빚진 돈을 갚으러 올 수 있겠어요?"그녀는 문득 위험을 감지했다."차 세워요, 나 내려갈 거예요."말하면서 가연은 차 문 손잡이를 잡으며 차에서 내리려 했지만, 차 문은 꽉 잠겨 있어 전혀 열리지 않았다.한두식은 그녀가 자신을 구하지 않는 것을 보고, 차의 속도를 늦추기는커녕 오히려 눈빛이 잔혹해졌다. 그 빚쟁이들은 이미 그에게 마지막 기한을 주었는데, 만약 오늘까지 최소한의 돈을 갚지 못한다면, 그들은 그의 한 손을 자를 것이다.자신이 피투성이가 된 화면을 상상하자 한두식도 목숨을 걸었다. 그는 작은 분무기 하나를 꺼내더니 차 문을 열려고 애쓰고 있는 가연을 향해 뿌렸다.거연은 어떻게 도망갈지만 생각하면서 뒤에 있는 그의 동작을 주의하지 않았다. 그녀가 반응했을 때, 이미 늦었고 그녀는 이미 적지 않은 수상한 액체를 흡입했다."당신...... 도대체 뭘 하려는 거야…...?" 가연은 힘겹게 말을 했고, 다음 순간, 그녀는 눈앞이 어두워지더니 바로 기절했다."쯧쯧, 네가 먼저 나를 도와주지 않은 거야. 내 딸인 이상 이 아버지를 도와 빚을 갚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니냐. 이렇게 매정하게 나온다면 나를 원망하지 마!"......수현이 떠난 후, 은수는 또 아래층에서 잠시 서 있다가 다시 차 안으로 돌아왔다.핸들을 잡은 남자의 표정은 한순간 망연자실했다.그는 유담을 수현에게 돌려주면, 그녀 마음속의 그에 대한 뿌리 깊은 증오를 사라지게 할 순 없더라도 요 며칠 동안 그들의 사이를 좀 완화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적어도 그들이 한국을 떠나기 전에 그는 못난 아버지, 못난 남편으로서 그들에게 무엇이라도 해서 전의 빚을 갚고 싶었다.아쉽게도 결국 그는 스스로 착각을 했던 모양이다. 이 일이 끝난 후, 이런 가벼운 접촉조차도 수현은 혐오했다.이게 바로 자업자득이겠지.아마 얼마 지나지 않으면 수현
윤찬은 멈칫했다. 그는 은수의 눈 밑에 걸린 옅은 다크서클에 턱에는 약간의 푸른 수염이 튀어나온 것을 보고 고개를 저었다."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대표님께서 무슨 일이라도 생겼을까 봐 걱정돼서 들어왔습니다.""내가 무슨 일 있겠어, 나가봐." 은수가 담담하게 손을 흔들자 윤찬은 나갔다.다만, 윤찬은 은수의 말을 전혀 믿지 않았다. 만약 정말 괜찮다면 그는 또 어찌 이 모양으로 됐을까?은수의 성격을 잘 아는 윤찬은 그가 괜찮다고 했지만 지금 기분이 언짢은 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만약 그가 기분이 좋지 않다면, 직원인 그들이 가장 비참해질 것이다. 은수가 기분이 나빠지면 업무에 대한 까다로운 정도가 두 배로 될 것이고, 전 회사의 사람들은 모두 그에게 제대로 괴롭힘을 당할 것이다.줄곧 은수를 따라온 오래된 직원인 윤찬도 그 장면을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했다.남자로서의 직감은 윤찬에게 이번 일은 또 수현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결국,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대표님의 감정에 이렇게 큰 파동을 일으킬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차수현 아가씨뿐일 것이다.다만 이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은 작은 비서인 그가 간섭할 수 있는 것도 아닌 것 같아 윤찬은 어쩔 수 없이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마침 이때, 한 조수가 자료 한 묶음을 들고 왔다."윤 비서님, 대표님은 안에 계시나요? 이 서류들은 모두 대표님께서 읽어보시고 사인해야 하는데."윤찬은 고개를 저었다. 지금 들어가는 것은 완전히 미친 짓이었다. 어젯밤 은수는 이미 밤새 잠을 자지 못한 채 업무를 처리했으니 지금 또 한 무더기의 서류를 보낸다면 그는 아마 계속 버틸 것이다.이렇게 되면 강철로 만든 몸이라도 결국 견디지 못하고 쓰러질 것이다. 그때 가서 또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작은 비서가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먼저 가지고 돌아가. 이틀 후에 다시 대표님에게 가져다주고.”조수는 그의 표정이 엄숙한 것을 보고 사무실 안을 힐끗 보더니, 대표님의 어두침침한 얼굴을 보고 즉시 깨달았
직원들은 즉시 입을 다물었다. 비록 미자는 온씨에서 구체적인 직위가 없었지만, 모두 그녀가 대표님의 친어머니인 것을 알았으니 또 누가 감히 회사에서 그녀의 미움을 사겠는가? 그녀들은 재빨리 핑계를 대고 탕비실을 떠났다.미자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고 도리스를 위로했다."도리스, 이 사람들의 말을 너무 신경 쓰지 마요. 그녀들은 단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일 뿐, 그냥 여기서 빈둥거리며 수다만 떠는 거예요. 그 여자와 은수는 이미 이혼한 지 몇 년이나 돼서 지금은 아무런 감정도 없어요."도리스는 눈빛이 어두워졌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그녀가 며칠전에 직접 본 것에 의하면 그 차수현이란 여자가 은수에게 미치는 영향은 여전히 아주 컸다. 그들의 감정은 미자가 말한 것처럼 전혀 냉담하지 않았다.원래 도리스는 어젯밤에 특별히 온가네 집에서 밤을 지냈는데, 그 이유가 바로 은수가 집에 돌아올 때가지 기다렸다가 그와 함께 지낼 타이밍을 찾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뜻밖에도 이 남자는 밤새 돌아오지 않았다.그 직원들의 말을 들어보면 은수는 지금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은 것 같은데, 정말 차수현 때문일까?그는 그 여자가 그렇게 신경 쓰이는 것일까?은수가 자신에 대한 냉담한 태도를 생각하자 도리스는 가슴이 답답했다. 그러나 잠시 후 그녀는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미자를 바라보았다."어머님, 알아요. 하지만 은수 씨의 마음속에 그 여자가 있어도 저는 개의치 않는 걸요. 저는 그녀를 대신할 능력이 있거든요."은수가 기분이 무척 나쁜 이유는 아마 또 수현과 갈등이 생겼기 때문일 것이다. 도리스는 이럴 때가 바로 자신이 발휘할 수 있는 좋은 시기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도리스가 이렇게 자신만만한 것을 보고 미자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손등을 두드렸다."네가 이렇게 말하면 정말 안심이 되네요. 역시나 대가족에서 나온 아가씨답게 이 기개는 절대 일반인이 가질 수 있는 게 아니네요. 걱정마요, 온가네도 무조건 도리스의 뒤에 서서 당신의 후원자가 될 테니까요."도리스가 고개를 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