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서는 비록 그들과 가식을 떨며 얘기할 기분이 아니었지만, 어르신과 부모님이 모두 자신의 뒤에 있었고, 그도 티 내지 않으려고 노력했으니 그저 억지로 웃으며 그녀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밖에 없었다.은비는 아들이 정말 변한 것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수현은 2층에 서서 연회에서 이런저런 사람들과 얘기하는 은서를 바라보았다.그녀도 이제야 알아차렸다. 이번 연회는 비록 은서가 귀국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열린 환영회였지만 더욱이는 그가 집안이 비슷한 아가씨들을 더 많이 알게 하려고 하는 소개팅이었다.그녀는 마침내 은수가 굳이 자신을 여기로 부른 이유가 무엇 때문인지 깨달았다.이 남자는 그녀의 뱃속에 있는 아이가 은서의 자식인 줄 알고 있었으니 그녀가 울고불고 하는 모습이 보고 싶은 거겠지?하지만 은서가 그 여자애들과 얘기하는 것을 보며 수현은 아무런 추태도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사랑했던 사람이 지금 다른 여자와 맞선을 보는 것을 보면 그래도 슬퍼할 줄 알았는데, 그녀의 마음은 뜻밖에도 무척 평온했다. 심지어 그녀 자신도 그다지 믿지 않을 정도로 평온했다.비록 그녀도 그를 원망한 적이 있었다. 왜 은서는 자신이 가장 힘들어할 때 그녀의 곁에 없었고, 그녀로 하여금 그렇게 많은 고통과 시련을 겪게 했냐고.그러나 뱃속의 아이가 하루하루 자라면서 그녀도 더 이상 원망을 하지 않았다.은서가 외국에 남아있는 것은 일부러 그녀를 버렸던 것이 아니었고 그녀도 그가 귀국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약속을 일부러 어긴 것도 아니었다. 다만 그들은 인연이 여기까지였다.누구도 서로를 놓쳤다고 끊임없이 자신을 괴롭힐 필요는 없었다.서로를 놓아주는 게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은수는 수현의 옆모습을 보았고, 그녀는 조용히 아래층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지켜보며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그는 갑자기 마음이 답답해졌고 바로 그녀를 비웃었다."왜, 당신 뱃속의 아이의 생부가 당신을 버리고 다른 여자와 시시덕거리는 것을 보니까 마음이 아픈 거야?”수현은 시선을 거두고 담담하게 말
수현은 모처럼 도피하지 않고 남자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조금도 피하지 않았다.그녀는 오늘 이 모든 일 때문에 정말 화가 났다. 그러니까 은수의 눈에는 자신이 무엇을 하든 모두 잘못인 것이었다.그녀는 바로 앙큼하고 마음씨가 나쁜 여자라서 조금도 믿을 만한 가치가 없었다.은수는 수현의 눈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여자의 눈동자는 아주 맑고 예뻤고 마치 수정처럼 투명했으며 지금은 이렇게 태연하게 그를 보고 있었다.은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그냥 수현의 눈을 멍하니 바라보았다.두 사람은 이렇게 조용히 서로를 바라보며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은수는 갑자기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그는 설마 정말로 무엇이라도 오해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그렇지 않았다면 왜 그는 수현의 눈에서 조금의 거짓말을 한 흔적도 찾을 수 없는 것일까?남자가 입을 열어 무언가를 말하려고 할 때, 밖에서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도련님, 어르신께서 지금 도련님을 찾고 계십니다.”어르신을 언급하자 수현은 시선을 홱 돌렸다."그럼 빨리 가봐요.”수현이 가장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이 바로 어르신이었다. 그때 그녀는 깔끔하게 떠날 것이라고 그와 약속했지만, 지금은 또 이렇게 은수와 얽히고 있었다.비록 이 일은 그녀의 본의가 아니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약속을 어겼다.은수는 서두르지 않고 말했다."먼저 가볼 테니까 당신은 여기에 있어. 그 어디에도 가지 말고.”말이 끝나자 은수는 황급히 떠났다.수현은 은수가 방을 나가는 것을 지켜보며 여기저기 돌아다닐 마음도 없었다.지금 이 유람선은 이미 출발했고 아래는 연회가 있어서 사람이 많았기에 그녀도 당연히 일을 벌이고 싶지 않아 가만히 이 방에 있을 것이다.......은수는 아래층으로 내려간 후 곧 어르신을 찾았다.그가 온 것을 보자 어르신은 흐뭇하게 웃었다."은수야, 이번 연회를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완벽하게 준비하다니, 정말 수고했어.”은수는 고개를 저었다."그럴 리가요.”어르신은 재벌 집 아가씨와 한창 얘기
다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은서는 이런 말을 해서 약점을 잡힐 정도로 어리석지 않았다. 그는 묵묵히 주먹을 움켜쥐었다.그는 권력을 가져서 수현의 어머니를 찾을 때까지 참아야 했다.옆에서 지켜보던 어르신은 두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 똑똑히 듣지 못했으니 그들이 서로를 비아냥하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그들이 서로와 말을 하는 것을 보고 그도 마음이 놓였다.어르신의 기분이 좋은 것을 보고 예린도 서둘러 드레스의 치맛자락을 들고 걸어왔다.은수는 여전히 그녀를 대하는 태도가 담담했지만 예린은 오히려 어르신의 비위를 맞추기 시작했다.어르신들이 자신을 응원하기만 하면 그녀도 은수 앞에서 존재감을 과시할 수 있었다.어르신은 그녀가 오는 것을 보고 즉시 은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은수야, 곧 무도회가 시작할 테니, 너도 얼른 예린이랑 먼저 춤을 춰야지.”은수는 예린이 기대하는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것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은서는 이 상황을 보고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받아쳤다."셋째 작은아버지께서도 이미 마음에 드는 사람이 생기셨군요. 그럼 방금 저에게 한 그 축복도 제가 다시 작은아버지께 드릴게요. 이 유예린 씨와 행복하시길 바라요.”은수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요 며칠 동안 그는 줄곧 예린을 아랑곳하지 않았다. 필경 그녀는 자신을 구해주었고, 그는 또 자신의 약속을 어겼으니 그도 말을 너무 과분하게 하지 못했다.그러나 그동안 그녀가 또다시 희망을 가질 줄이야.은수가 다가오자 예린은 수줍게 손을 내밀어 남자가 잡아주기를 기다렸다.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며 은수와 함께 춤을 출 생각을 하자 예린은 가슴이 두근거리며 무척 흥분해했다.하지만 은수는 예린을 완전히 무시하며 바로 어르신의 앞으로 걸어갔다."아버지, 그때 아버지께서 병원에 입원하셨을 때 분명하게 말씀드리지 못했네요. 저는 유예린 씨한테 고마워할 뿐, 다른 감정은 없어요. 만약 아버지께서 그녀가 괜찮다고 생각하신다면 저는 그녀를 여동생으로 삼아 아버지를 자주 뵈러 오라고 할 수
예린의 말에 어르신은 천천히 진정을 되찾았다.그는 숨을 크게 들이쉬며 예린의 손등을 살짝 두드렸고 오늘의 일에 대해 유난히 미안한 것 같았다."네 말이 맞다. 오늘 저녁에 그 어떤 일을 벌여서는 안 된다네. 은수 그 녀석이 너한테 미안한 짓을 한 거야.”예린은 이 말을 듣고 마음이 좀 놓였지만 티 내지 않았다.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제가 많이 부족해서 은수 씨가 저를 좋아하지 않는 거예요. 은수 씨 탓 아니에요.”어르신은 그녀가 이렇게 철이 들고 대범한 것을 보고 한숨을 쉬며 그녀가 더욱 마음에 들었다.“안심해라, 무슨 일이 일어나도 나는 은수가 널 책임지게 하고 네가 억울함 당하게 하지 않을 게야.”......은수는 어르신에게서 떠난 후 연회에 참가할 마음도 없었기에 누구에게도 말을 걸지 않고 곧장 떠났다.그러나 바로 사람들 속에서 나오자 한 남자가 그의 앞으로 다가왔다."온 대표님, 오래간만입니다. 저한테 마침 전에 관한 비즈니스 방안이 하나 있는데, 줄곧 기회를 찾아 대표님과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잠시 시간 좀 내어주실 수 있습니까?”은수는 이 사람이 온 씨가 줄곧 원했던 특허를 손에 쥐고 있는 학자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거절하지 않았다."조용한 곳 찾아 자세히 이야기하죠.”두 사람은 빈 방을 하나 찾아 이야기를 나누려 했지만 은수는 시간이 이미 늦은 것을 보고 수현이 혼자 방에 있으며 밥을 먹지 않았을까 봐 걱정했다.은수는 웨이터를 불러 자신의 방에 음식을 좀 보내라고 분부하고서야 비즈니스에 대해 이야기했다.......예린은 어르신을 위로하고 난 뒤 혼자 걸어 나왔다.방금 은수의 그 냉담한 태도를 생각하면 그녀는 기분이 전혀 좋지 않았다.‘정말 돌이킬 여지가 없단 말인가?’예린은 아무리 생각해도 내키지 않았다. 그녀는 샴페인 타워 쪽으로 가서 술 한잔 마시면서 잠시 이 복잡한 일들을 잊으려 했다.거기로 가자마자 그녀는 한 종업원이 흥분해하며 말하는 것을 들었다."너희들 방금 대표님 봤어? 전에 텔레비전
예린은 잠시 화를 내다 즉시 차분해졌다.그녀는 내색하지 않고 연회장으로 돌아갔고, 은비는 은서가 자신의 마음에 드는 한 여자와 춤추는 것을 보고 있었다.줄곧 돌아오지 않으려고 고집을 부리던 아들이 마침내 깨달은 것을 보고 은비는 기분이 아주 좋았다.그녀는 먹을 것을 가지러 가려던 참에 예린이 자신의 길을 막자 은비는 눈살을 찌푸렸다."무슨 일이죠, 유예린 씨?”지난번에 심술을 부리다 오히려 수현에게 당한 후부터 은비도 더는 함부로 은수의 곁에 있는 사람들을 건드리지 못했기에 예린에 대한 태도도 별로 좋지 않았다.예린은 그녀의 태도를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며 아무도 이곳을 주의하지 않는 것을 보고 그제야 작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내가 방금 2층에서 차수현을 본 것 같은데, 그녀도 여기에 온 것 같아요. 그래서 한 번 물어보려고요. 온가네가 그녀를 초대했는지, 아니면......”은비는 원래 예린과 얘기를 별로 나누고 싶지 않았지만 차수현이라는 세 글자를 듣자마자 안색이 돌변했다.‘그 천한 년도 여기에 따라왔다고?’‘그녀가 이토록 달라붙는 이유가 설마 우리 은서를 다시 꼬시려고?’이런 가능성을 생각하자 은비는 당장이라도 올라가서 수현을 죽이고 싶었다."그 여자는 지금 어디에 있죠?”예린은 그녀가 바로 걸린 것을 보고 눈빛에 차가운 기운이 스쳤다."아마도, 2층의 210호 룸에 있을 거예요.”수현의 위치를 알게 된 은비는 즉시 올라가 수현에게 뺨을 몇 대 때리며 그녀더러 빨리 꺼지라고 하고 싶었다.그러나 올라가려던 순간, 그녀는 오늘이 은서의 환영회라는 것을 알아차리며 자신이 체면을 잃더라도 은서를 위해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그녀는 한동안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랐다.수현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라 답답해하고 있을 때 은비는 연회에서 이미 곤드레만드레 취해 여자를 찾겠다고 난리를 부리는 온용덕을 보았다.주위의 몇몇 종업원들은 그를 막으려 했지만 오히려 그에게 맞고 욕을 먹었고, 그들은 화가 나도 감히 뭐라 하지
수현이 미처 반응도 하지 못할 때, 문이 닫혔다.짙은 술 냄새가 엄습해오며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코를 막았다.그녀는 서둘러 사람을 부축하려고 했지만 이 남자는 은수가 아니라는 것을 발견했다.수현은 눈살을 찌푸렸다. ‘뭐지? 웨이터가 방을 잘못 알아본 건가?’그녀는 방금 도련님이라는 말에 은수인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그냥 같은 온가네의 사람일 뿐이었다.그녀는 어쩔 수 없이 남자의 어깨를 밀었다."이봐요, 정신 좀 차려 봐요. 여긴 당신의 룸이 아니에요.”남자는 눈을 뜨자마자 앞에 여자가 있는 것을 보고 혼탁한 눈빛에 탐욕이 스쳤다. 그는 손을 내밀어 수현의 허리를 껴안으려 했다."우리 미인, 나 기다리느라 힘들었지?”수현은 이 말을 듣고 속으로 깜짝 놀랐다. 이 남자는 딱 봐도 좋은 사람이 아닌 것 같았다.“난 당신이 누군지 모르니까 지금 당장 나가요. 그렇지 않으면 사람 부를 거예요!"수현은 마음속의 두려움을 억누르며 엄숙하게 입을 열었다.이 사람이 누군지 모르지만 그녀는 반드시 진정하고 그를 내쫓아야 했다.다만 앞에 있는 남자는 그녀의 말을 듣고 나가기는커녕 오히려 눈빛이 더욱 뜨거워졌다."쯧쯧, 왜? 돈이 적을까 봐 날 거절하는 거야? 걱정 마, 난 돈이 많으니까 순순히 내 말 들어.”말을 마치자 남자는 음탕한 눈빛으로 수현을 쳐다보며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갔다.수현은 입술을 꽉 깨물고 안색은 극도로 흉해졌다.이 술주정뱅이는 지금 자신에게 무언가를 하려고 한 이상, 그녀는 더는 그와 한 방에 있으면 안 됐다. 너무 위험했기에.수현은 한 걸음 한 걸음 뒤로 물러나며 그와 거리를 두었고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남자는 그녀가 두려워하는 모습을 즐기는 듯 천천히 수녀에게 접근했다.수현은 갑자기 힘을 주며 남자를 세게 밀치고 이곳에서 도망가려 했다.비록 그녀는 다른 사람이 자신을 보는 걸 원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상황이 긴급해서 그런 것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용덕은 원래 이미 술에 취했지만 이렇게 넘어지자 고통에 정신을
수현은 바다에 빠진 후, 머리가 새하얘졌다. 이 남자가 뜻밖에도 자신을 바다로 밀다니!유일하게 다행스러운 일은 그녀가 수영을 할 줄 알았던 것이었다. 수현은 애써 침착해지도록 노력하며 서서히 물속에서 균형을 찾았다.그러나 밤의 바닷물은 뼛속까지 스며들 정도로 차가웠고, 그녀는 곧 온몸이 뻣뻣해졌다. 계속 이렇게 되면 그녀는 오래 버틸 수 없었기에 큰 소리로 구조를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살려줘요! 제발, 나 물에 빠졌어요!”용덕은 자신이 뜻밖에도 수현을 바다로 밀어 넣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수현이 구조를 요청하는 것을 보고 그는 겁에 질리며 바로 도망을 갔다.수현은 그 남자가 도망가는 것을 보고 절망을 느꼈다. 여기는 아무도 없었기에 만약 배에 있는 사람들이 그녀를 발견하지 못한다면 그녀는 아마 이곳에서 그대로 얼어 죽을 것이다.이때, 줄곧 옆에서 수현이 폭행당하길 기다리다가 그들이 간통하는 것을 잡으며 그녀의 명성을 망치려고 했던 은비도 깜짝 놀랐다.용덕이 뜻밖에도 이렇게 쓸모가 없을 줄이야. 은비는 단지 은서 앞에서 수현의 명성을 망치게 하고 싶었을 뿐, 그녀를 아예 죽일 생각이 아니었다!은비는 사람을 부르며 구조요청을 하려고 했지만 문득 수현이 죽으면 은서도 철저히 단념하게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그녀는 자신이 애지중지 키워왔던 아들이 한 여자 때문에 망가지는 것을 더는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은비는 마음을 모질게 먹었다. ‘차수현, 이 모든 건 네가 스스로 자초한 거야. 네가 죽으면 모두에게 좋은 일이라고!’......아래층에 있는 은수는 방금 그 사람과 계속 합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고, 담화는 아주 유쾌해서 기본적인 의향을 확정했다.은수도 좀 피곤해서 컵을 들고 물을 마시며 잠깐 쉬려고 했다.그런데 웬일인지 남자는 갑자기 속으로 당황하더니 손이 떨렸고 물을 쏟았다.‘설마 차수현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은수는 더는 다른 것을 생각할 마음이 없었다."오늘의 협상은 여기까지 하죠. 계약서는 내가 사람을 보
은수의 안색은 순식간에 무척 흉해졌다. 그러나 그는 지금 이 악랄한 놈을 훈계할 겨를이 없었다. 은수는 용덕의 옷깃을 잡은 손을 놓고 바로 갑판을 향해 달려갔다.동시에 그는 또 전화로 구조원을 불러 같이 수현을 찾아달라고 했다.은수는 자신의 마음이 지금처럼 뜨거운 불에 타며 조마조마 해진 적이 없는 것 같았다. 그는 심지어 수현에게 정말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자신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조차 생각하지 못했다.......수현은 물속에 있으며 몸이 갈수록 추워지고 있다고 느꼈다. 사지는 온도가 점점 차가워지며 돌처럼 무거워졌고 그녀의 목소리도 이미 쉬어서 소리를 내지 못했다.그녀는 자신이 이대로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만약 그녀가 죽으면, 자신의 엄마는 어떻게 될까? 차 씨 집안의 그 사람들은 화가 나서 엄마를 죽일 수도 있겠지?그리고 뱃속의 아이는 이 세상에 나오지도 못하고 그녀와 함께 죽는 단 말인가?수현은 의식이 점차 모호해지며 몸은 끊임없이 가라앉았고, 바닷물은 점차 그녀를 물에 잠겼다.마지막 순간, 수현의 머릿속에 나타난 사람은 온은수였다.만약 그녀가 죽고 그 남자는 자신의 시체를 보며 어떤 표정을 지을까? 즐거워할까? 아니면 조금이라도 슬퍼할까?수현은 마음이 좀 아팠다. 그 남자는 심지어 자신과 아이가 하나 생겼고 그녀는 지금 죽어간다는 것조차 몰랐다.......은수가 갑판으로 달려갔을 때, 해면은 엄청 어두웠다. 그는 수현을 열심히 찾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그녀를 찾을 수 없었다.“차수현, 지금 어딨는 거야?”은수는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그녀가 자신에게 대답해 주기를 간절히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수현의 의식은 이미 다소 희미해졌지만 이 순간, 그녀는 은수의 목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그는 지금 그녀를 찾고 있는 것일까?그녀는 이것이 도대체 자신이 죽기 직전의 환각인지, 아니면 현실인지 분간할 수 없었지만, 이 외침은 그녀의 살아갈 용기를 다시 불태웠다.수현은 열심히 정신을 차리며 팔을 흔들면서 해면으로 떠어르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