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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안수지는 말하면서 자신의 추측을 더욱 확신했다.

차수현은 비록 예쁘게 생겼지만 옷차림이 항상 초라했는데 지금 난데없이 블랙카드를 들고 쇼핑하고 있으니 내연녀가 된 게 아니면 대체 뭐란 말인가?

여기까지 생각한 그녀는 매장을 떠날 생각 없이 일부러 다른 원피스를 구경하는 척하며 몰래 차수현의 위치를 스캔했다.

잠시 후 옷을 다 갈아입은 차수현이 탈의실에서 나왔다.

그녀가 나온 순간 매장에 있던 사람들은 전부 그녀에게로 시선이 쏠렸다.

차수현은 여전히 과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녀는 무채색의 원피스를 입고 새하얀 얼굴에 짙은 화장기도 없이 백옥 같은 피부를 자랑했다.

검은색 긴 생머리가 어깨에 드리워지고 몇 가닥만 앞으로 살짝 내렸는데 마치 한 송이 청순한 백합꽃처럼 사람들의 시선을 확 사로잡았다.

이주원은 생각이 복잡해지고 심지어 대학 시절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그때의 차수현도 지금처럼 여리여리하고 아름다웠으니까.

안수지는 차수현을 바라보는 이주원의 눈빛에 기분이 확 잡쳤다.

그녀는 이주원에게 첫눈에 반했지만 아쉽게도 이주원의 머릿속엔 온통 차수현 여우년 뿐이었다.

이제 드디어 보란 듯한 집안 조건을 내밀며 이주원의 마음을 확 사로잡으려 했는데 그는 또다시 차수현에게 흠뻑 빠져버렸다.

안수지는 울화가 치밀었다. 그녀는 오늘 반드시 저 천한 차수현의 본 모습을 까발리겠다고 다짐했다.

안수지는 잠시 고민하며 앞으로 걸어가 이주원의 시선을 가로막았다. 그녀는 질투가 가득 담긴 말투로 쏘아붙였다.

“수현아,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 넌 여전히 그대로네. 청순한 척하며 남자나 유혹하고. 애초에 너희 집에서 네 행실이 하도 음란하여 집안 망신을 시킬까 봐 내쫓았는데 왜 아직도 개 버릇 남 못 주고? 꼭 이렇게 남의 가정이나 파탄 내는 내연녀가 돼야만 속이 시원하겠어? 어휴... 몸 팔아 번 돈으로 이렇게 자랑질이나 하고 다니는 여자는 아마 너밖에 없을 거야!”

차수현은 치마가 꽤 마음에 들어 기분이 좋았는데 안수지의 말을 듣자 표정이 확 어두워졌다. 그녀는 담담한 눈빛으로 말했다.

“수지야, 너 이렇게 남을 비방하는 거, 그거 다 명예훼손 죄야! 입만 열면 유언비어나 퍼뜨리는데 뭐 눈엔 뭐만 보인다고, 너 정말 너무 한심하구나!”

안수지는 말문이 턱 막혔지만 곧바로 반박에 나섰다.

“내 말 틀렸어? 부끄러운 짓을 저질러놓고 왜 말도 못 하게 해? 내연녀가 아니면 대체 무슨 돈으로 이렇게 비싼 옷을 사는 건데? 내가 네 엄마였다면 진작 너 같은 딸 때문에 수치스러워서 기절했겠어. 그러니까 엄마도 줄곧 몸이 편찮은 거지. 딸의 행실이 이런데 무슨 보답을 받겠어? 너희 엄마 그 병, 아마도...”

안수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차수현은 그녀의 뺨을 힘껏 내리쳤다.

찰싹하는 소리에 매장이 삽시간에 조용해졌다. 안수지는 어안이 벙벙했다. 그녀는 한참 후에야 정신을 차렸다.

“차수현, 너 이 천한 년! 감히 날 때려?”

차수현은 거침없이 그녀의 뺨을 또다시 후려쳤다. 이번에 힘을 더 주다 보니 안수지는 그대로 뒷걸음질 쳤다.

단순한 말다툼이었다면 차수현은 일을 크게 벌이고 싶지 않아 절대 손을 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안수지는 겁도 없이 감히 그녀의 엄마를 모욕했으니, 차수현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린 거나 다름없었다. 차수현은 순간 머리가 하얘지며 안수지의 입을 찢어버리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

안수지는 잠시 넋 놓고 있다가 겨우 정신을 다잡았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귀하게 자라 누군가에게 뺨을 그것도 연속 두 번이나 맞은 건 난생처음이었다. 그녀는 차수현과 끝장을 볼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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