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수지는 말하면서 자신의 추측을 더욱 확신했다.차수현은 비록 예쁘게 생겼지만 옷차림이 항상 초라했는데 지금 난데없이 블랙카드를 들고 쇼핑하고 있으니 내연녀가 된 게 아니면 대체 뭐란 말인가?여기까지 생각한 그녀는 매장을 떠날 생각 없이 일부러 다른 원피스를 구경하는 척하며 몰래 차수현의 위치를 스캔했다.잠시 후 옷을 다 갈아입은 차수현이 탈의실에서 나왔다.그녀가 나온 순간 매장에 있던 사람들은 전부 그녀에게로 시선이 쏠렸다.차수현은 여전히 과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녀는 무채색의 원피스를 입고 새하얀 얼굴에 짙은 화장기도 없이 백옥 같은 피부를 자랑했다.검은색 긴 생머리가 어깨에 드리워지고 몇 가닥만 앞으로 살짝 내렸는데 마치 한 송이 청순한 백합꽃처럼 사람들의 시선을 확 사로잡았다.이주원은 생각이 복잡해지고 심지어 대학 시절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그때의 차수현도 지금처럼 여리여리하고 아름다웠으니까.안수지는 차수현을 바라보는 이주원의 눈빛에 기분이 확 잡쳤다.그녀는 이주원에게 첫눈에 반했지만 아쉽게도 이주원의 머릿속엔 온통 차수현 여우년 뿐이었다.이제 드디어 보란 듯한 집안 조건을 내밀며 이주원의 마음을 확 사로잡으려 했는데 그는 또다시 차수현에게 흠뻑 빠져버렸다.안수지는 울화가 치밀었다. 그녀는 오늘 반드시 저 천한 차수현의 본 모습을 까발리겠다고 다짐했다.안수지는 잠시 고민하며 앞으로 걸어가 이주원의 시선을 가로막았다. 그녀는 질투가 가득 담긴 말투로 쏘아붙였다.“수현아,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 넌 여전히 그대로네. 청순한 척하며 남자나 유혹하고. 애초에 너희 집에서 네 행실이 하도 음란하여 집안 망신을 시킬까 봐 내쫓았는데 왜 아직도 개 버릇 남 못 주고? 꼭 이렇게 남의 가정이나 파탄 내는 내연녀가 돼야만 속이 시원하겠어? 어휴... 몸 팔아 번 돈으로 이렇게 자랑질이나 하고 다니는 여자는 아마 너밖에 없을 거야!”차수현은 치마가 꽤 마음에 들어 기분이 좋았는데 안수지의 말을 듣자 표정이 확 어두워졌다. 그녀는 담담한 눈빛으로
곧이어 두 여자는 살벌한 싸움을 벌였다. 이에 수많은 사람들이 매장에 둘러싸여 그녀들을 구경했다.점장이 부랴부랴 경호원을 불러왔다. 경호원은 뒤엉킨 두 여자를 재빨리 떼어놓았다.안수지는 어릴 때부터 온실 안의 화초로 자라 아예 차수현의 상대가 못 됐다. 한바탕 다툼 에도 그녀는 공격을 몇 번 해보지 못했고 곳곳에 멍이 들어 몰골이 초라하기 그지없었다.주변에 몰린 인파를 본 안수지는 곧바로 생각을 바꾸며 속상한 얼굴로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상처투성이가 된 얼굴로 사람들을 쳐다보며 말했다.“다들 여기 좀 보세요. 이 지독한 여자가 고등학교 때부터 건달 같은 남자들과 어울리더니 이젠 또 여느 재벌집 내연녀가 되었는지 아예 기고만장하게 주먹까지 휘둘러요. 세상에 어떻게 이토록 파렴치한 여자가 다 있어요!”“안수지, 함부로 비방하는 거 명예훼손 죄 라고 했다!”차수현도 절대 이 누명을 뒤집어쓸 리가 없었다. 그녀는 재빨리 반박에 나섰다.“내가 비방해?”안수지는 이주원을 가리키며 말했다.“네가 말해봐 이주원, 너 전에 얘랑 같은 과였잖아. 딴 사람들은 몰라도 넌 잘 알 거 아니야! 이년이 언제 이렇게 부유한 적이 있었어?”이주원은 잠시 머뭇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그때 차수현은 늘 가정형편이 어려웠고 바로 그것 때문에 그도 그녀를 포기하고 안수지를 선택했다.안수지의 집안 조건이라면 그에게 괜찮은 기회를 잡을 수 있게해줄 수 있으니까. 이렇게 생각한 이주원이 입을 열었다.“수현아, 선배로서 네가 이렇게 변한 모습을 보니 나 너무 속상해.”차수현은 어이가 없었다. 그래도 한때 이주원을 거절한 일로 그에게 미안함이 남아있었는데 알고 보니 그는 여자 등골이나 빼먹는 비겁한 남자였다.이주원은 비록 대놓고 말하진 않았지만 매장에 몰린 사람들은 그가 안수지의 편이란 걸 전부 알아챘다.“예쁘장하게 생긴 여자가 이렇게 천하게 굴다니, 쯧!”“어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어. 내연녀 주제에 이렇게 당당한 년은 또 처음 봐.”“따끔하게 혼내줘
차수현은 백화점에서 나온 후 온은수의 차가 밖에 세워진 걸 발견했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초라한 자신의 몰골을 보더니 가슴이 움찔거렸다.비록 싸움에서 진 건 아니지만 온씨 일가의 명성을 망친 것만 같아 죄책감이 몰려왔다. 온은수가 만약 그녀가 밖에서 몸싸움이나 하고 다니는 걸 안다면 끝까지 추궁할 것이다.다만 피하는 것도 답이 아니기에 차수현은 숨을 깊게 들이쉬고는 차에 올라탔다.다행히 온은수는 한창 노트북을 보느라 그녀의 움직임에 관심이 없었다.차수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몸을 움츠린 채 창 밖을 내다봤다. 그녀는 최대한 온은수의 시선을 피하려 했다.차는 일정한 속도로 달렸고 차수현도 이 일이 이렇게 지나갈 거로 여겼다. 온은수가 차분한 눈길로 그녀를 바라봤다.헝클어진 머리와 몸을 할퀸 몇 개의 빨간 흉터까지 보자 온은수는 미간을 확 찌푸렸다.“어떻게 된 거야?”차수현은 순간 선생님께 혼나는 기분이 들었다.“죄송해요, 앞으로 더 조심할게요.”“넌 온씨 집안 사람이야. 일거수일투족이 전부 우리 집안을 대표한다고! 고작 옷 사러 가서 이 사달을 내, 이왕 이렇게 된 거 앞으론 얌전히 집에만 있어. 내 허락 없인 외출금지야!”차수현은 그에게 혼날 준비가 다 되었지만 외출금지라는 말에 덜컥 겁이 났다.“은수 씨, 이번 일은 내가 잘못했어요. 나도 인정해요. 하지만 절대 먼저 소란을 피운 게 아니에요. 상대가 먼저…….”“변명 같은 거 하지 마.”온은수는 가차 없이 그녀의 말을 잘랐다.차수현은 입술을 꼭 깨물더니 한참 후에야 말을 이어갔다.“은수 씨, 이번 일은 다 제 잘못이에요. 제가 온씨 집안의 명성을 어지럽혔어요. 죄송해요, 어떤 처벌이든 달갑게 받을 테니 제발 외출금지만은 풀어줘요.”엄마가 큰 병원으로 옮긴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또 곧 있으면 수술이 다가오는데 유일한 가족인 차수현이 없으면 누가 옆에서 챙겨준단 말인가?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온은수가 노트북을 접고 언짢은 눈빛으로 그녀를 째려봤다.“지금 나랑 흥정이라
차수현은 한숨을 내쉬곤 지금 있는 위치를 확인했다. 어딘지 정확히 모르지만 아주 외딴 곳이라 지나가는 차가 한 대도 없었다.그녀는 마지못해 앞으로 걸어가며 차를 기다렸다. 마침 지나가는 차가 있으면 자신을 태워주길 바랐다.……온은수가 그녀를 버리고 간 후 윤찬은 백미러에 비치는 길을 넌지시 바라봤다. 너무 외딴곳이라 지나가는 차가 없으면 차수현은 아마 정말 돌아오기 힘들 듯싶었다.“도련님, 은수 씨 혼자서…….”“너도 내리고 싶어?”온은수의 싸늘한 대답에 윤찬은 입을 꾹 다물었다.온은수는 서류를 펼쳤지만 아무리 해도 들여다볼 기분이 아니었다.그는 차수현이 방금 한 말을 떠올리며 낯빛이 점점 어두워졌다. 한참 후, 온은수가 문득 입을 열었다.“저 여자 예전에 대체 무슨 일을 하고 지냈는지 알아봐봐.”온은수는 차수현의 말을 전혀 믿지 않았다. 그녀는 돈을 엄청 밝히고 항상 엄마의 병을 입에 달고 살며 그의 동정심을 유발했다.지시를 받은 윤찬이 곧바로 사람을 시켜 조사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온은수의 메일함에 메일이 하나가 도착했다.메일함을 열어보니 차수현은 정말 열몇 살 때부터 차씨 집안에서 내쫓겨 엄마와 함께 지내면서 아르바이트 수입으로 간신히 생계를 유지했다. 그의 눈가에 놀라움이 살짝 스쳤다.온은수는 사실 그녀가 전혀 궁금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요구대로 해주면 그것대로 만족이었다. 그런데 막상 조사하고 보니 그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차수현은 그가 생각했던 것처럼 아무런 능력도 없는 여자가 결코 아니었다.온은수는 손가락으로 차 창문을 두드리며 음침한 하늘을 바라봤다.“차 돌려.”……차수현은 길을 따라 쉴 새 없이 걷다가 갑자기 쏟아지는 빗줄기에 고개를 들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어느덧 먹구름이 끼고 큰비가 내릴 것 같았다.차수현은 오늘따라 왜 이렇게 운이 없는지 자기자신을 원망했다. 그녀는 걷다가 지쳐 자포자기한 채로 길옆에 앉아 멍하니 넋 놓고 있었다.그녀는 오늘 온은수의 심기를 제대로 건드린 것 같았다. 만
온은수는 잠깐 넋을 잃었다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마른 기침을 했다."내 마음을 후회하게 만들고 싶지 않다면 입 좀 다물어."차수현은 바로 입을 다물었다. 그녀는 아부의 역효과를 맛보고 싶지는 않았다.그렇게 둘은 조용히 집으로 향했다.온 회장과 함께 저녁밥을 먹고 난 둘은 제각기 휴식을 취했다.……이튿날 아침, 온은수는 일찍 잠에서 깨어났다.차수현은 오늘 오래간만에 일찍 깨지 않고 조용히 바닥에서 자고 있었다. 그녀는 아주 깊게 잠들었다. 어제 너무 피곤했던 탓에 전혀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가녀린 몸을 잔뜩 웅크리고 자고 있는 차수현을 보고 온은수는 자기도 모르게 어제 봤던 자료들이 떠올랐다. 그는 10대의 어린 소녀가 자신과 아픈 어머니의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일하는 모습을 상상해 봤다.온은수는 차수현이 약간 짠하게 느껴졌다. 그녀한테 못되게 대한 게 약간 후회되기도 하고 말이다.이렇게 생각하며 온은수는 차수현을 깨워서 침대로 올라가게 하려고 했다. 하지만 차수현의 옆에 가자마자 잠결에 몸을 돌린 그녀의 긴 다리에 발이 걸리고 말았다.온은수는 미처 피하지 못하고 차수현의 위로 넘어졌다.한창 잘 자고 있다가 무거운 무언가에 깔린 차수현은 순식간에 깨버렸다. 그녀는 눈을 뜨자마자 코앞으로 다가온 온은수의 얼굴부터 보였다.차수현은 잠깐 로그아웃 되었다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본능적으로 소리를 질렀다."꺄악…… 웁!"당황한 온은수는 가장 직접적인 방식으로 차수현의 입을 막았다. 바로 자신의 입술로 말이다.안 그래도 머릿속이 복잡했던 차수현은 완전히 로그아웃 되었다. 그녀는 심장이 미친 듯이 뛰며, 마치 가슴 밖으로 튀어나올 것처럼 쿵쾅거렸다.차수현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손을 올려 온은수를 힘껏 밀어냈다.차수현한테 밀려난 순간, 온은수가 평소 그렇게 자랑스럽게 여기던 이성이 드디어 돌아왔고 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내가 무슨 짓을 했지?'온은수한테 접근하려는 여자는 항상 아주 많았다. 하지만 그는 단 한 번도 마
출근한 차수현은 왠지 모르게 제정신을 못 차리고 일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그녀가 한창 자신이 왜 이러는지 생각하고 있을 때 휴대폰이 울렸다.전화를 건 사람은 다름 아닌 옛 직장동료였다. 오랫동안 연락을 하지 않았던 관계로 차수현은 약간 의아한 기분으로 전화를 받았다."수현 씨, 잘 지냈어요 다름이 아니라 예전에 당직을 끝내고 제가 수현 씨 대신 방 하나 청소해 준 적 있잖아요. 요즘에 그때 누가 당직을 섰는지 조사하는 사람이 있어서 그러는데 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요?"유예린은 그날 아침에 차수현의 업무를 이어받은 사람이었다. 그녀는 그날 방 안에서 시계 하나를 발견했다. 일시적인 탐욕에 눈이 먼 유예린은 시계를 자신의 집으로 가지고 갔다.그리고 그 시계를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그 시계는 세계적으로도 몇 없는 한정판이었고 대단한 사람들만 가질 수 있는 것이었다.시계를 바로 팔아버리려고 했던 유예린은 함부로 팔 수가 없었다. 오랜 시간이 지났는지라 그녀는 시계를 다시 돌려줄 용기도 없었다. 혹시라도 도둑으로 몰려 잡혀갈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녀는 시계를 집에 숨겨놓은 채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척할 수밖에 없었다.갑자기 그날 일을 조사하는 사람이 생기자 유예린은 아주 무서웠다. 만약 시계를 훔친 일을 들키게 된다면 그녀는 어떻게 변명해도 빠져나갈 방법이 없었다.이번 일과 관련이 있는 유일한 사람이 차수현이었기에 그녀는 이렇게 전화를 해서 상황을 물었다.하지만 유예린은 몰랐다. 그녀의 얘기를 들은 차수현은 머리 속엔 텅 비워진 것처럼 아무 생각도 나지 않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날 일은 마치 판도라의 상자처럼 절대 열고 싶지 않은 기억이었다.차수현은 다시는 이 일을 언급하는 사람이 없을 줄 알았는데 유예린의 말 한마디에 다시 절망적인 그날 밤으로 돌아가고 말았다.차수현은 잠깐 멈칫하다가 애써 진정하며 이렇게 말했다."저…… 저도 기억이 잘 나지 않아요. 제가 갔을 때는 그 방이 계속 잠겨 있었거든요. 물론 청소도 할 수 없었어요
차수현은 온은수가 무조건 무언가를 알고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다행히도 유예린이 전화를 준 덕분에 그녀는 미리 준비할 시간이 있었다. 안 그랬다면 무조건 꼬리를 밟혔을 것이다.차수현은 명단을 훑어보면서 이렇게 말했다."이건 제가 아니에요. 저는 낮에는 출근을 하고 밤에는 엄마를 보러 병원으로 가야 해서 호텔에서 일할 시간이 없었어요. 제가 무슨 분실 술을 할 줄 아는 것도 아니고.""그래서 이 사람은 네가 아니다? 그냥 우연히 너랑 같은 이름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이거야?""S시에는 수천만명의 사람이 있어요. 같은 이름은 갖고 쓰는 게 무슨 대수라고 그래요? 만약 못 믿겠으면 이 사람에 대해 더 조사해 보면 될 거 아니에요."차수현은 전혀 개의치 않는 표정으로 말했다. 온은수는 그녀를 한참 쳐다봤지만 아무런 빈틈도 찾지 못하고 윤찬한테 전화를 걸었다. ‘차수현'이라는 여자에 대해 더 깊이 조사를 하도록 말이다.차수현은 옆에 서서 무표정한 얼굴로 결과를 기다렸다. 하지만 그녀의 등은 이미 식은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윤찬의 속도는 늘 그랬듯이 빨랐다. 그는 순식간에 자세한 자료를 찾아서 보내왔다.자료를 확인한 온은수는 미간을 찌푸렸다. 자료 위에는 차수현이 40대 중년 부인이라고 나왔다. 그녀는 확실히 서재에 있는 차수현과 동일 인물이 아니었다.‘내가 잘못 생각한 건가?'온은수는 말 못 할 찝찝함을 느꼈다. 하지만 명확한 증거까지 있으니 그는 포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네가 아니라면 됐어. 앞으로는 언행에 조심하도록 해.""알겠어요, 은수 씨. 그럼 저는 이만 가봐도 되죠? 방금 퇴근을 하고 나니 온몸이 찐득거려서 빨리 샤워하고 싶어요."차수현의 말을 들은 온은수는 손을 휘적대며 나가라고 했다.겨우 빠져 나온 차수현은 서재에서 나오고 나서야 꼭 잡고 있던 손을 풀었다. 너무 긴장한 나머지 그녀의 손바닥에는 손톱자국이 깊게 패어있었다.상처를 보아하니 엄청 아팠을 것 같기는 하지만 너무 긴장한 나머지 전혀 느끼지 못했다.차수현은 굳게 닫
한바탕 추궁을 당한 차수현은 슬슬 두렵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운이 좋아서 그냥 넘어갔지만 다음에도 운이 좋을 거라는 확신은 없었다.그녀는 두려운 마음로 계속 온씨 집안에 남아있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빨리 돈을 모아 어머니랑 함께 이 도시를 떠나고 싶었다."수현아, 요즘 회사 사정이 좋지 못해서 나도 돈이 별로 없어..."차수현이 돈 얘기를 꺼내자 차한명은 바로 불쌍한 척 연기를 했다.하지만 그를 잘 알고 있는 차수현은 바로 말을 끊으며 이렇게 말했다."잘 좀 생각해 보시는 게 좋을 거예요. 제가 온씨 집안이랑 사이좋게 지내서 얻은 이익이랑 댁 모녀가 사치품을 사면서 얻는 이익 중에서요."차수현의 말을 들은 차한명은 주저하기 시작했다.차수현을 시집보낸 후, 온씨 집안은 차씨 집안에 아주 잘 해줬다. 벌써 여러 프로젝트에 투자까지 하고 말이다.만약 차수현이 예쁨을 받지 못한다면 많은 손실을 볼게 뻔했다.이렇게 생각하며 차한명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좋아. 그럼 내가 돈을 보내줄게. 아껴서 써. 그리고 그 돈은 대표님이랑 회장님한테 써야 하는 돈이라는 걸 잊지 마!"차수현은 콧방귀를 뀌며 전화를 끊었다. 곧 돈이 들어온다는 생각을 하자 그녀의 답답한 마음도 훨씬 편해졌다.……통화를 마친 차한명은 한창 차예진과 쇼핑을 하고 있을 이미애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금 바로 차수현에게 돈을 보내줘.차수현에게 돈을 줘야 한다는 말을 들은 이미애는 표정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차한명이 강하게 밀어붙이는 바람에 반발을 할 수가 없었던 그녀는 마지못해 승낙을 했다."엄마, 왜 그래요? 아빠가 뭐라고 했어요? 왜 갑자기 기분이 안 좋아졌어요?""아주머니, 무슨 일 있었어요? 빨리 말씀해 보세요. 제가 도와드릴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요."안수지도 옆에서 적극적으로 말했다. 그녀는 오늘 차수현의 소식을 듣기 위해 특별히 차예진 모녀를 함께 불러냈다.이미애가 기분이 나빠진 것을 보고 그녀는 이때다 싶어서 질문을 던졌던 것이다."별거 아니야. 그냥 차수현 그
차수현은 반박하지 않고 계속 고개를 숙이고 온은수를 바라보았다.그리고 어르신은 떠났다.잠시 후 온혜정과 유민도 왔는데, 그들은 무사히 돌아와 약간의 찰과상만 입은 유담을 자세히 살펴보다가 또 그를 품에 안고 한참을 울었다.그리고 나서야 그곳에서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게 되었고, 온혜정은 들은 다음 마음이 복잡해졌다.그녀는 임미자가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다. 이렇게 되면 그녀도 더 이상 임미자를 미워할 수가 없었다.병실에 들어서자, 온혜정은 차수현이 눈도 깜빡이지 않고 온은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수현아.” 온혜정은 작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차수현은 고개를 돌렸다.“엄마, 그는 괜찮아요.”“괜찮으면 됐어.”온혜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차수현 옆에 앉아 그녀의 손등을 두드렸다.“피곤하면 돌아가서 쉬어. 여긴 우리가 있잖아.”차수현은 뒤를 돌아보니 온은서도 온 것을 발견했다.비록 전에 온은수와 불쾌한 일이 많았지만, 이럴 때 그는 오히려 온은수가 죽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나도 알아요…….”차수현은 대답했다. 그녀는 이럴 때 곁에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지탱하며 그녀가 쓰러지지 않도록 도와주고 있는 것을 다행이라고 여겼다.……또 일주일이 지났고, 온은수는 마침내 혼수상태에서 깨어났다.요 며칠, 차수현은 다른 사람들과 번갈아 그를 돌보았는데, 차수현이 머문 시간이 가장 많았다. 매일 이 남자를 돌보는 것 외에 그녀는 또 그의 손을 잡고 그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의 생존 의식을 불태워야 했다.온은수가 깨어났을 때, 그는 차수현이 자신의 침대에 엎드려 잠든 것을 보았고 남자는 손을 내밀어 어렵게 그녀의 머리를 만졌다. 차수현은 순식간에 깨어났다.온은수가 깨어난 것을 보고 그녀는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리며 남자를 안고 이리저리 둘러보며 그가 정말 괜찮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서둘러 의사를 불러 온은수에게 검사를 진행했다.검사 결과, 모든 것이 정상이었고, 온은수는 한동안 휴양하면 퇴원할 수 있었다.한 무리
십여 분의 노정은 차수현에게 있어 마치 한 세기가 지난 것 같았다.마침내 병원에 도착하자 문앞에는 이미 들것이 기다리고 있었다. 차문이 열리자 온은수는 들것에 실려 직접 수술실로 옮겨져 응급처치를 받았다.차수현도 따라가서 수술실 입구를 지켰다.……수술실 밖, 어르신도 이 소식을 듣고 달려왔다.다만, 온은수의 상황을 물어볼 겨를도 없이 임미자가 죽었다는 말을 듣고, 그는 벼락을 맞은 듯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어르신은 자신의 귀를 믿지 않으려 했지만, 임미자의 시체를 보러 갈 것이냐는 질문을 받았다.어르신은 망연히 따라갔고, 임미자의 산산조각난 시체를 보고 그는 마침내 믿었다. 줄곧 얼굴에 감정을 나타내지 않는 남자가 목놓아 울었고, 원래 반쯤 하얀 머리카락은 순식간에 하얗게 변했다.그는 하루 만에 자신과 삐진 아내가 아무런 생기도 없는 시체가 되어 영원히 자신에게서 떠날 줄은 도무지 생각하지 못했다.“사모님은 유담 도련님을 구하시기 위해…….”어떤 사람이 사건의 경위를 어르신에게 말했고, 모든 것을 알게 된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가슴은 아파서 숨을 쉴 수 없었지만, 그는 생명의 마지막 순간, 임미자는 틀림없이 만족했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면 충분했다.“미자야, 안심해라. 은수의 아이는 반드시 건강하고 평안하게 자랄 거야. 당신이 한 모든 것은, 그들이 줄곧 기억할 거야…….”……수술실 밖에서 차수현은 오랫동안 기다렸고, 그녀가 자신의 몸이 무감각해졌다고 느꼈을 때, 그 수술 중이란 등불은 마침내 꺼졌다.온은수는 의사에게 밀려나왔고, 차수현은 즉시 앞으로 다가가서 상황을 물었다.“의사 선생님, 그 이는 어떻게 됐나요!”“생명의 위험은 없지만…….”“뭔데요?”“도련님의 다리는 총상을 입은데다 또 심각한 골절을 입어, 회복하더라도 전처럼 돌아갈 수 없을 거예요.”“…….”차수현은 침묵하다가 잠시 후에야 메마른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알았어요.”그녀는 이런 상황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지만, 또 어쩔 수 없이
한 무리의 사람들은 미처 임미자가 사망했다는 사실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또 하나의 흉보를 맞이했다.차수현도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어 그 사람들과 함께 비틀거리며 달려갔다.다행히 온은수가 배치한 사람은 비록 매우 슬프고 이 사실을 믿기 힘들었지만 여전히 자신의 사명을 기억하고 차수현을 부축하며 그녀가 넘어지지 않도록 보호했다.일행이 공장 앞에 도착하자, 활활 타오르는 불길만 보였고, 자욱한 검은 연기는 온 하늘을 칠흑같이 어두컴컴하게 물들였다.차수현은 이 모든 것을 보고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온은수가 이미 불 속에 타 죽었거나 폭사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녀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수백 수천 번이나 이 남자를 미워했지만, 그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았을 때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첫 번째 생각은 그가 무사하기를 바라는 것이었다.“온은수, 당신은 죽지 않을 거예요…… 당신은 내 뱃속의 아이가 당신을 아빠라고 부르는 것을 들어야 한다고 했잖아요…….”차수현은 중얼중얼 말하면서 말투에 말할 수 없는 슬픔을 띠었다.그녀는 온은수를 찾으러 들어가려 했지만 사람에게 붙잡혔다.“아갔;, 저희가 도련님을 찾으러 들어갈 거예요. 아가씨는 안의 연기를 들이킬 수 없어요. 아이에게 영향을 줄 거예요.”“나더러 이렇게 지켜보고 있으라고요?” 차수현은 멍하니 말했다. 그녀는 문득 자신이 쓸모가 없다고 느꼈다. 이럴 때 그들이 일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그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도련님은 아가씨의 뱃속의 아이의 안전을 가장 중시했으니 만약 아가씨에게 무슨 일 생긴다면 저희도 죽음으로 사죄할 거예요.”사람들이 모두 자신을 막자, 차수현은 한쪽에 서서 그들이 들어가서 기적을 찾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얼마나 지났는지 갑자기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도련님은 여기에 있어!”공장 앞은 잡초로 뒤덮여 사람들의 시야를 가렸기 때문에, 그들은 한참을 찾고서야 그곳에 누워 이미 혼수상태에 빠진 온은수를 발견했다.온은수를 찾은 사람은 그에게 아직 호
그의 수하는 유담을 찾았으니, 그들은 유담을 보호하여 무사하게 돌려보낼 것이다. 이렇게 하면 그가 이곳에 온 가장 큰 목적은 달성됐으니 그도 잠시 안심할 수 있었다.연설도 이 소리를 들었은데, 대충 무슨 일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유담의 너덜너덜한 옷 밑에 폭탄이 있다는 것을 모를 것이고, 그것을 발견했을 때 또 얼마나 절망적일까?차수현은 자신이 사랑하는 아들이 그녀 앞에서 죽는 것을 지켜볼 뿐만 아니라 아예 그의 피와 살이 터지는 그런 가장 처참한 죽음을 지켜볼 것이다.임신한 그녀는 이런 장면을 보고 그 자리에서 놀라 기절하고 유산하겠지?여기까지 생각하자 연설의 얼굴에는 일그러진 웃음이 떠올랐고, 온은수는 이를 보고 깜짝 놀랐다.그는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또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은수 오빠, 오빠가 생각한 게 맞아요. 그는 당연히 이렇게 쉽게 도망가지 못하겠죠. 그의 몸에는 폭탄이 있으니 나가도 소용없어요.”“너……!”온은수는 갑자기 연설을 죽이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 그는 어떻게 해야만 유담을 무사하게 할 수 있을까?연설은 남자 얼굴의 드러난 절망을 감상하며 그의 얼굴을 살며시 쓰다듬었다.“조금 있으면 폭발하는 소리가 들릴 텐데요…….”이와 동시.유담은 다른 사람에게 안겨 밖으로 달려갔고, 더 빨리 떠나기 위해 그들은 유담의 입에 있는 테이프를 뗄 겨를도 없었다.마침내 차수현 그들이 기다리고 있는 곳에 도착하자, 그들은 유담을 내려놓았고, 그러나 그는 귀신을 본 듯 끊임없이 밖으로 뛰어나갔다.“유담아!” 차수현은 이 상황을 보고 엄청 놀랐다. 유담이는 왜 이러는 것일까?유담은 마침내 자신의 입에 붙은 테이프를 떼어냈다.“엄마, 나한테 시한 폭탄이 있어요. 시간이 얼마 안 남았는데…….”차수현은 눈앞이 캄캄해졌다. 어떻게 이럴 수가?그리고 바로 이때, 몰래 따라온 임미자는 이 말을 듣고 즉시 달려가 유담을 껴안고 그가 입고 있는 너덜너덜한 옷을 찢었고, 그 안에 아직 카운트다운을 하고 있는 폭탄
“올라와요, 그리고 문 앞에 서서 들어오지 말고요, 그렇지 않으면 난 그 녀석을 죽일 거예요.”연설은 갑자기 입을 열더니 더는 총을 쏘지 않았다.온은수는 이렇게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갔고, 연설은 옆에 앉아 있는 유담을 바라보았는데, 그를 잡아당긴 후에야 그의 팔에 피가 묻은 것을 발견했다. 아마도 줄곧 밧줄을 갈아서 빠져나가려고 노력했을 것이다.“넌 도망가도 소용없다. 오히려 널 만난 사람은 모두 너 때문에 죽겠지. 만약 차수현이 흥분해서 너를 안고 손을 놓지 않으려 한다면 너희 모자 두 사람은 함께 저승에 가서 다시 가족이 될 수 있어.”연설은 냉담하게 잔인한 말을 하다가 갑자기 칼을 꺼내 유담의 손에 있는 밧줄을 잘랐고, 그 후 발자국 소리가 들려오더니 온은수가 도착했다.연설은 또 총을 들어 온은수의 오른쪽 다리를 향해 총을 쏘았다.온은수는 몸을 비틀거리다 결국 버티지 못하고 한쪽 다리는 무릎을 꿇었다.“이렇게 하면 화가 풀리겠어? 난 지금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네 마음대로 처리해. 유담이 풀어주기만 하면 돼.”온은수는 유담을 바라보며 계속 물었다.연설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온은수를 들어오게 했다.“들어와요, 그리고 난 그를 내보낼 거예요.”온은수는 다리와 어깨를 다쳤기 때문에 더 이상 도망갈 수 없었다. 자신이 상상했던 차수현을 괴롭혀 죽이는 화면과는 다르지만 온은수가 자신과 함께 죽게 할 수 있다면 그것도 좋았다.게다가 연설은 온은수가 차수현을 대신해 자신을 찾아올 수도 있다는 것을 짐작했기 때문에 두 가지 예상을 했었다.차수현이 왔다면 연설은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그녀를 괴롭혀 그녀가 온은수 앞에서 죽게 하고, 온은수로 하여금 평생 연설이라는 사람을 잊을 수 없게 하려 했다.만약 온은수가 왔다면, 그녀는 그와 함께 죽을 것이다. 그녀는 자신이 여러 해 동안 사랑해 온 이 남자가 차수현과 남은 인생 행복하게 살게 하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그를 자신과 함께 지옥으로 가도록 하는 게 더 나았다.유담은 이 상황을 보고 끊
차수현은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녀는 자신이 그들에게 폐를 끼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이렇게 온은수는 몇 명의 유력한 조수들을 배치하여 차수현을 보호하라고 한 다음, 기타 몇 명의 가장 믿을 만한 사람들을 데리고 출발했다.온은수는 단독으로 차를 몰고 갔고, 이 사람들은 일부는 안전한 곳에 남아 유담을 기다렸고 남은 사람은 공장을 뒤지며 유담을 찾았다. 그때 유담을 찾으면 누군가가 신호를 보낼 것이다.일을 안배한 후, 온은수는 옷을 갈아입고 스스로 차를 몰고 먼저 떠났고, 다른 사람들은 뒤에서 그를 따라 가면서 거리를 유지하여 연설에게 발견되지 않도록 했다. 그녀는 마음이 급해져서 유담을 해칠 수도 있었다.온은수는 차를 몰고 연설이 보낸 장소로 갔고,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그 허름한 공장도 눈에 들어왔다.온은수는 이곳의 환경을 살펴보았는데, 사방에 인가가 없었고, 도처에 무성한 잡초가 자랐는데, 확실히 나쁜 일을 하기에 아주 적합한 곳이었다.온은수은 차를 한쪽에 세운 후 스스로 차에서 내렸다.연설은 위층에서 자동차 소리를 듣고 멀리서 한 번 바라보았는데, 유담도 와서 보려고 발버둥 쳤지만 꽁꽁 묶여 있어 몇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었다.유담은 마음속으로 차수현이 절대 오지 말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연설은 정말 미치광이여서 엄마가 나타난 순간 그녀를 죽일 것이다.그리고 유담은 절망적으로 자신의 몸에 있는 폭탄을 바라보았다. 이것은 센서가 달린 폭탄이었는데, 사람에게서 10초 이상 떠나면 바로 폭발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미 폭발 시간이 설정되어 있었는데, 바로 연설이 그들에게 준 마지막 기한이었다.다시 말하면, 차수현이 와서 유담을 구해도, 그들은 그의 몸에 있는 폭탄을 제거할 수 없었으니 유담은 여전히 죽어야 했다. 그리고 차수현은 헛되이 목숨을 잃을 뿐이었다.연설은 나타난 사람이 온은수인 것을 보고 멍하니 있다가 곧 싸늘하게 웃었다. 온은수는 여전히 그의 애지중지하는 차수현을 위험에 빠뜨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차라
차수현이 침묵하며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를 때, 갑자기 밖에서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안 돼, 은수야, 그건 너무 위험해서 안 돼!”온은수는 의아하게 고개를 돌렸고, 그제야 어르신과 임미자가 모두 왔다는 것을 발견하였다.임미자도 방금 온은수의 말을 들었다. 그녀는 자신의 아들이 이미 희생하려는 마음을 먹고 유담을 구하려 한다는 것을 보아냈다.유담은 그녀의 손자였으니 그녀도 그를 매우 걱정했지만, 온은수는 그녀가 힘들게 낳은 아이였다. 비록 두 모자는 일찍이 여러 가지 오해로 오랫동안 헤어졌지만, 그들이 혈육이란 사실은 변함없었다.임미자는 이런 황당한 일이 일어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그래, 은수야, 넌 우리를 생각하지 않는 거야?”어르신은 자신의 잘못이 지금의 상황을 초래하여 유담을 위험에 처하게 했다는 것을 알고, 짧디짧은 몇 시간 사이에 그의 백발은 두배로 늘어났고, 하루아침에 10살은 더 먹은 것 같았다.“하지만 전 남자이니, 제가 저지른 일은 제가 스스로 책임져야 하죠. 아버지, 이것은 어릴 때부터 가르쳐 주신 거 아니었나요?”어르신은 침묵하다가 잠시 후에야 입을 열었다.“만약 연설의 어머니를 보낸다면? 그녀는 아무리 미쳤더라도 자신의 친어머니를 직접 살해할 정도는 아니겠지.”“그녀가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이상, 분명히 그들조차 신경 쓰지 않는 게 분명해요. 저는 그런 시험을 할 수 없어요. 그리고 송혜미는 이 일을 알게 된 후, 큰 자극을 받았다. 이미 기절했고, 언제 깨어날 수 있을지 아직 모르니까 저는 그녀가 깨어날 때까지 기다릴 시간이 없어요.”유일한 가능성이 모두 없어진 것을 보고, 어르신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다 내 잘못이구나, 모두 내 탓이다. 내가 노망나서 연설을 풀어줬구나. 그렇지 않으면, 그녀더러 나를 죽여 분풀이를 하는 건 어떤가. 어차피 나도 늙었으니 죽을 때가 됐지. 자꾸 젊은 사람이 내 앞에서 죽는 것을 보는 것보다 낫지 않겠는가.”어르신의 말에 온은수도 약간의 슬픔을 느꼈다. 그는 눈을
차수현은 그 장면을 생각하자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그녀가 유담이 온갖 고통을 받고 죽는 것을 눈 뜨고 지켜보게 하라니, 차라리 그녀가 가서 그를 바꾸는 것이 나았다.어차피 연설의 원한은 모두 자신을 향한 것이었고, 유담은 무고했으니 그녀는 자신의 아이가 어른의 원한에 연루되게 하고 싶지 않았다.더군다나 유담이 그렇게 간단하게 연설에 의해 납치된 것도 다 그녀가 일시적으로 마음이 약해서 그들에게 진실을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유담은 연설이 그의 마음속의 그 선량하고 정직한 선생님이 아니라 악마라는 것을 전혀 몰랐다.여기까지 생각하자 차수현은 숨이 막혔지만 눈빛은 점차 담담해졌다.“어쨌든 나는 갈 거예요.”“그럼 당신 뱃속의 아기는? 당신은 그녀를 버릴 거야?” 온은수는 슬픔을 느꼈다. 지금 이 순간, 차수현은 여전히 그를 믿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그는 심지어 이런 일로 괴로워할 자격도 없었다. 만약 그가 처음부터 깔끔하게 연설을 처리했다면, 또는 사람을 감옥에 보내 그녀를 잘 주시하도록 분부했다면, 이런 일이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그의 잘못이 더욱 컸다!“난…….”차수현은 이미 무엇을 희생하든 유담을 구하러 가려고 했지만, 뱃속의 아기를 언급하자 잠시 망설이다 결국 마음속으로 한숨을 쉬며 아직 아무런 의식도 없는 배아에게 미안하다는 한마디 할 수밖에 없었다.‘미안해. 엄마의 선택은 너무 이기적이었지? 어쩌면 네가 이 아름답지만 잔혹한 세상을 볼 수 없게 할 수도 있어. 하지만 만약 일이 정말 최악의 방향으로 발전한다면, 나도 너와 함께 떠날 거야. 절대로 널 혼자 두지 않을 거라고.’“만약 당신이 가서 유담을 구하더라도, 당신이 죽는다면, 그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아? 아마 평생 그늘 속에서 살겠지. 더 이상 즐겁게 웃지도 못하고. 당신은 그가 그렇게 되길 원하니?”“그럼 어쩌라고요?! 당신이 말해봐요!” 차수현은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고함을 질렀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 그녀는 어떻게 해야 좋을까?설마 이
차수현의 비명소리에 온은수는 깜짝 놀랐다. 그는 재빨리 다가가 그녀의 손에서 아직 소리가 나는 휴대전화를 빼앗으려 했지만 차수현은 지푸라기라도 잡은 것처럼 전혀 주려 하지 않았다.“수현아, 진정해!”귀를 찌르는 비명소리에 온은수는 고막이 뚫릴 것 같았지만 몸의 불편함 대신, 오히려 가슴이 무언가에 의해 꽉 쥔 채 곧 깨질 것 같은 아픔을 느꼈다.그는 차수현이 이렇게 통제력을 잃은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종래로 없었다. 오은택의 일로 모함을 당했을 때도, 비록 많은 일반인들이 참을 수 없는 일을 당했지만 차수현은 이런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다. 그녀는 이미 그 빌어먹을 동영상에 자극되어 정신이 붕괴된 것 같았다.여기까지 생각하자 온은수는 더욱 걱정했다. 그러나 전에 그는 이미 차수현을 한 번 기절시켰으니 이번에는 차마 그러지 못하고 앉아서 차수현을 안고 가볍게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을 수밖에 없었다.“수현아, 핸드폰 줘, 내가 단서를 찾으러 갈게. 내가 그들의 현재 위치를 찾을 수 있을 거야. 방법이 꼭 있을 거야. 그녀의 가족도 우리 손에 있으니 우리도 속수무책이 아니야. 조급해하지 마…….”온은수 자신도 급해 죽을 지경이었지만 차수현을 진정시키는 것이 우선이었다. 차수현은 그의 말을 듣지 않았지만, 더 이상 비명을 지르지 않고 얼굴을 가리고 통곡했다. 마치 새끼를 잃은 어미 짐승처럼 슬피 울었다.온은수는 손을 내밀어 차수현의 휴대전화를 가져오려 했지만 그녀는 마치 귀신에 홀린 듯, 온은수의 어깨를 호되게 깨물며 자신의 휴대전화를 빼앗아 가지 못하게 했다.온은수는 심한 통증을 느꼈다. 차수현은 지금 이미 이성이 없어서 유난히 세게 그를 깨물었고, 한순간, 그는 살이 찢어져 피까지 흘렸다. 그러나 남자는 미간도 찡그리지 않고 오히려 이런 자세로 차수현을 그의 어깨에 엎드리게 하며 그녀의 손목을 살짝 잡더니 그녀가 손을 놓게 하는 데 성공했다.차수현은 여전히 온은수를 꽉 물고 놓지 않았다. 온은수는 아무일 없는 것처럼 차수현의 휴대폰에 들어온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