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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온은수는 전화를 받았다.

“은서야, 이게 웬일이야? 정말 오랜만이네.”

온은서는 온은수의 형님 온명우의 작은 아들이다. 온은수는 비록 온명우 부부와는 사이가 좋지 않아도 온은서와는 나름 친하게 지냈다.

온은서는 어릴 때 꿈이 사람들의 병을 치료해주는 거라 가업을 물려받지 않겠다고 선언했었다. 그리곤 의학을 배워 사람들의 병 치료에 전념했다. 부모님 협박을 받지 않기 위해 그는 대학교에 다닐 때 직접 아르바이트까지 해서 모든 비용을 감당했다. 그리고 현재는 우수한 성적으로 해외 유학을 떠났다.

하여 부모 세대의 원한은 삼촌과 조카인 그들 두 사람에게 영향을 주지 못 했다.

“삼촌, 할아버지가 그러시던데 삼촌이 혼수상태에서 깨어나셨다면서요? 게다가 결혼까지 했어요? 이렇게 큰일을 왜 말하지 않았어요?”

온은수는 미간을 살짝 구겼다.

“외국에 있는 너까지 다 알게 된 거야?”

“할아버지한테 들었어요. 그런데 저 너무 궁금해요. 삼촌이 결혼한 것도 신기하고 게다가 할아버지가 칭찬을 금치 못할 정도의 여자는 대체 어떤 분이에요? 나중에 귀국하면 꼭 제대로 소개해줘야 해요.”

온은수는 웃으며 화제를 돌렸다. 그땐 아마 차수현과 이혼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두 사람은 몇 마디 얘기를 더 나눈 후 온은서가 먼저 전화를 끊었다.

온은서는 문득 국내에서 계속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그 여자가 떠올렸다. 몇 해 동안 그는 해외에서 공부하며 줄곧 차수현의 엄마를 위해 수술을 해 줄 로스 닥터를 찾아 헤맸다.

로스 닥터는 의술이 뛰어나지만 성격이 괴팍하여 아무나 쉽게 그를 만나지 못한다. 그를 청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 온은서도 겨우 인연이 닿아 그와 연락할 수 있었다.

다만 로스 닥터는 온은서에게 그와 함께 전쟁터에 있는 국경의 작은 나라로 구조를 하러 가야만 효성에 가서 수술을 하겠다고 했다.

이곳에서 지낸 지도 벌써 6개월이 지났다. 온은수는 차수현이 걱정할까 봐, 또 그리고 괜히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면 당장이라도 포기하고 귀국할 것만 같아 모질게 연락을 끊었다.

모든 일을 마무리하고 로스 닥터를 모시고 귀국하여 차수현의 엄마가 건강을 회복할 수 있게 치료해드리고 나중엔 그녀에게 청혼할 것을 다짐했다.

아름다운 미래를 그리며 온은서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휴대폰 잠금 화면을 바라보더니 살며시 입맞춤했다.

……

다음 날 아침.

차수현은 아침 식사를 마치고 외출하는데 윤찬이 마침 차를 몰고 온씨 저택의 입구에 와 있었다.

차수현을 본 그는 얼른 달려오며 말했다.

“사모님, 도련님께서 사모님을 모시고 필요한 물건들을 사러 가라고 하셨습니다.”

온은수가 직접 비서실장에게 그녀와 함께 물건을 사러 가게 하다니, 그녀는 미처 예상치도 못했다. 물론 한도 제한이 없는 블랙카드를 그녀에게 줬지만 그렇다고 하여 사치를 부리며 돈을 마구 쓸 그녀가 아니었다.

그녀는 이미 다짐했었다. 엄마한테 급한 돈이 필요한 게 아니라면 절대 이 카드를 사용하지 않을 거라고 말이다.

하지만 일이 이렇게 되니 얼렁뚱땅 넘기기가 어려웠다.

“알았어요.”

그녀는 차분하게 대답하고 또 뭔가 생각난 듯 말을 이어갔다.

“실장님, 앞으론 저를 사모님이라고 부르지 마세요. 은수 씨가 들으면 기분 나빠할 거예요.”

말을 마친 그녀는 곧바로 차에 올라탔다.

윤찬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애초에 두 사람이 이혼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윤찬은 틀림없이 그녀가 사모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 버티는 거라고 제멋대로 단정 지었다.

상대는 무려 온씨 집안의 셋째 아들 온은수인데, 어떤 여자가 그와 결혼하는 것을 싫어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다시 보니 차수현은 사모님이라는 호칭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싶었다...

윤찬은 마음이 복잡했지만 크고 작은 일들을 수없이 겪어왔기에 의아함을 꾹 참고 운전하여 그녀를 백화점으로 모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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