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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차수현은 한숨을 내쉬곤 지금 있는 위치를 확인했다. 어딘지 정확히 모르지만 아주 외딴 곳이라 지나가는 차가 한 대도 없었다.

그녀는 마지못해 앞으로 걸어가며 차를 기다렸다. 마침 지나가는 차가 있으면 자신을 태워주길 바랐다.

……

온은수가 그녀를 버리고 간 후 윤찬은 백미러에 비치는 길을 넌지시 바라봤다. 너무 외딴곳이라 지나가는 차가 없으면 차수현은 아마 정말 돌아오기 힘들 듯싶었다.

“도련님, 은수 씨 혼자서…….”

“너도 내리고 싶어?”

온은수의 싸늘한 대답에 윤찬은 입을 꾹 다물었다.

온은수는 서류를 펼쳤지만 아무리 해도 들여다볼 기분이 아니었다.

그는 차수현이 방금 한 말을 떠올리며 낯빛이 점점 어두워졌다. 한참 후, 온은수가 문득 입을 열었다.

“저 여자 예전에 대체 무슨 일을 하고 지냈는지 알아봐봐.”

온은수는 차수현의 말을 전혀 믿지 않았다. 그녀는 돈을 엄청 밝히고 항상 엄마의 병을 입에 달고 살며 그의 동정심을 유발했다.

지시를 받은 윤찬이 곧바로 사람을 시켜 조사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온은수의 메일함에 메일이 하나가 도착했다.

메일함을 열어보니 차수현은 정말 열몇 살 때부터 차씨 집안에서 내쫓겨 엄마와 함께 지내면서 아르바이트 수입으로 간신히 생계를 유지했다. 그의 눈가에 놀라움이 살짝 스쳤다.

온은수는 사실 그녀가 전혀 궁금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요구대로 해주면 그것대로 만족이었다. 그런데 막상 조사하고 보니 그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차수현은 그가 생각했던 것처럼 아무런 능력도 없는 여자가 결코 아니었다.

온은수는 손가락으로 차 창문을 두드리며 음침한 하늘을 바라봤다.

“차 돌려.”

……

차수현은 길을 따라 쉴 새 없이 걷다가 갑자기 쏟아지는 빗줄기에 고개를 들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어느덧 먹구름이 끼고 큰비가 내릴 것 같았다.

차수현은 오늘따라 왜 이렇게 운이 없는지 자기자신을 원망했다. 그녀는 걷다가 지쳐 자포자기한 채로 길옆에 앉아 멍하니 넋 놓고 있었다.

그녀는 오늘 온은수의 심기를 제대로 건드린 것 같았다. 만약 이번에 집으로 돌아갔다가 그의 화가 채 안 풀린다면 설마 돈까지 다 몰수하는 게 아닐까...

차수현은 넋을 놓고 생각하느라 차가 다시 되돌아온 것도 눈치채지 못했다. 경적 소리와 함께 사색에서 빠져 나왔다.

그녀는 고개를 들고 온은수를 바라봤다. 왜 다시 돌아온 걸까? 차수현은 당혹스러웠다.

그녀가 온은수의 뜻을 알아채지 못하고 계속 머뭇거리자 온은수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안 타고 뭐 해?”

살짝 귀찮은 듯한 그의 목소리를 듣자 차수현은 서둘러 차에 탔다.

어떻게 하면 온은수가 외출금지를 풀어줄지 고민하고 있을 때 그가 문득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번 일은 없던 거로 해. 두 번 다시 똑같은 실수 반복하지 마.”

차수현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그를 바라봤다. 그녀는 한참을 생각하다가 비로소 대답했다.

“은수 씨는 역시 평범한 사람이 아니군요. 넓은 아량과 기품이 차 넘치고 마음씀씀이도 얼마나 착한지 몰라요. 바다처럼 너그러운 마음으로 모든 걸 포용해주네요...”

차수현은 머리를 쥐어짜며 아부할만한 단어를 전부 뱉어냈다. 온은수가 눈감아줬으니 그녀도 반드시 그에게 도리를 다하여 기쁘게해줘야 한다.

다만 한정적인 어휘량에 그녀는 볼까지 빨개졌다.

온은수는 쉴 새 없이 재잘대는 그녀를 보며 입 좀 다물라고 말하려 했는데 차수현이 불그스름한 얼굴을 어루만지며 그를 칭찬할 단어들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 모습은 평소 봐왔던 늘 조심스러운 그녀와 달리 살짝 귀여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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