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를 하고 나온 차수현은 기분이 훨씬 진정되었다. 그녀는 욕실 밖으로 나왔다.이때 차현명이 또 전화를 걸어왔다. 차수현은 휴대폰을 힐끔 보고 바로 전화를 받았다."돈은 보냈어요?"차한명은 차가운 말투으로 이렇게 말했다."지금 당장 집으로 돌아와. 돈은 수표로 줄 테니까."차수현은 약간 의아했다. 하지만 곧 차한명이 돈이 아까워서 또 설득 시키려고 그러나 보다 하고 대답했다."네, 지금 바로 출발할게요."차수현은 돈을 봐서라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전화를 끊고는 도우미에게 집에서 저녁을 먹지 않는다고 말을 하고 밖으로 나왔다.얼마 지나지 않아 차수현은 금방 차씨 저택에 도착했다.익숙하고도 낯 선 건물을 보고 차수현은 크게 숨을 돌리면서 초인종을 눌렀다.도우미가 와서 문을 열자 차수현은 안으로 들어갔다. 차한명이 소파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곧장 걸어갔다."저 왔어요. 수표는요?""이 미친년이 감히 내 앞에서 수표 얘기를 꺼내? 네가 한 미친 짓은 이미 전부 들통났어!"차수현은 차한명이 갑자기 화를 낼 줄은 몰랐다. 크리스털로 만든 재떨이는 빠르게 날아와 그녀의 이마에 부딪쳤다. 차수현의 하얀 이마에는 커다란 상처가 났고 피가 얼굴을 따라 주르륵 흘러내렸다.차수현은 손을 들어 얼굴을 슥 닦았다. 그러자 손에는 새빨간 피가 묻어났다."이건 또 무슨 짓이에요? 돈을 주기 싫어 물건까지 던져서 피를 볼 것까지없지 않나요? 온씨 집안에서 알게 된다면 어떻게 될지 몰라요?""네가 무슨 염치로 온씨 집안을 언급해? 우리가 네가 한 짓을 아직도 모를 것 같아? 만약 온씨 집안에서도 알게 된다면 너를 나락으로 떨어뜨리려 할 거야!"영문도 모른 채 맞고 나서 화가 잔뜩 나있던 차수현은 차한명의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듣고서는 미간을 찌푸렸다.‘내가 요즘 온씨 집안에서 얼마나 얌전히 있었는데... 도대체 무슨 짓을 했다고 이러는 거야?'차수현이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차예진 모녀와 안수지가 걸어 나왔다.안수지는 차수현의 처참
이 말을 들은 차수현은 속으로 피식 웃었다.안수지가 본 남자는 다름 아닌 온은수 본인이었다. 그녀의 말 대로라면 차수현은 온은수와 바람을 피운 것이다."그 사람을 말하는 거였어? 내가 그냥 알려줄게, 그 사람은..."차수현이 온은수의 정체를 밝히려고 할 때 그와 계약이 문뜩 떠올랐다.온은수가 깨어난 사실을 아직 외부에 알려서는 안 된다. 만약 말해버린 다면 그의 계획에 차질이 생길 것이고 또 여러 나비효과를 일으킬 수도 있었다.이렇게 생각하며 차수현은 원래 하려고 했던 말을 다시 삼켜버렸다.이 모습을 본 안수지는 바로 비아냥거리면서 말했다."말해, 그 사람이 누군데?"차수현은 이를 악물면서 말했다."아직은 말할 수 없지만 그 사람도 온씨 집안사람이에요.""온씨 집안사람이라면 왜 말을 못 하는 거야?"차한명은 취조하는 말투로 물었다. 차수현은 말을 할 수도 없었고, 안 할 수도 없어서아주 난감했다. 그저 침묵만을 하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차수현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차한명은 분명히 속이 찔려서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다. 차수현이 한 짓에 차씨 집안도 연루될 수 있다는 생각에 그는 화가 나기 시작했다."아직도 그 외간 남자의 이름을 말하지 않을 속셈인 거냐? 네가 말을 하기 전까지는 이 집안에서 꼼짝도 하지 못할 줄 알아."차한명은 이렇게 말하며 손을 휘휘 저었다."차수현이 말을 할 때까지 지하실에 가둬두고 있어!"이 말을 들은 차수현은 바로 몸을 돌려 도망가려고 했다. 하지만 머리를 강하게 맞은 그녀는 어질어질한 상태로 쉽게 잡혀버리고 말았다. 차수현은 병아리처럼 맥없이 들려 지하실로 보내졌다.쾅 소리와 함께 차수현은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떨어졌다. 지하실 문이 밖에서 잠겼다.어두컴컴 한 데다가 찬바람까지 불고 있는 지하실에서 차수현은 몸이 떨리는 것만 같았다. 그녀는 문을 두드리면서 이렇게 소리를 질렀다."이 미친놈들아! 당장 나를 풀어줘요. 당신들 이거 감금죄야!"문밖에는 점점 멀어지는 발자국 소리만 있을 뿐,
온은수의 안색은 점점 어두워졌다. 차수현이 이곳에 남아있도록 허락한 것은 절대 그녀를 정식 아내로 인정했다는 뜻이 아니었다. 그는 차수현이 자신한테 삐질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온은수는 윤찬한테 전화를 걸어 차수현의 위치를 알려달라고 했다.윤찬은 빠르게 보고를 했다."위치 추적을 해본 결과 차수현 씨는 처가로 돌아간 다음 지금까지 나오지 않았습니다."차수현이 처가로 돌아갔다는 소리를 들은 온 회장은 온은수를 노려보면서 이렇게 말했다."네 자식이 또 무슨 짓을 했길래 우리 며느리가 기분이 상한 거야? 얼른 찾아가서 달래 와야 할 것 아니냐."온은수가 미간을 찌푸리며 뭐라고 말하려고 할 때 온 회장이 책상을 내리치며 이어서 말했다."너희 둘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수현이는 내가 고른 며느리야. 지금 당장 집으로 데려오지 않는다면 네가 나를 아버지로 여기지 않는다고 생각하마."이렇게 말한 온 회장은 화가 잔뜩 난 채로 서재에서 나갔다.온은수는 어두운 안색으로 온 회장의 화난 뒷모습을 보다가는 결국은 타협을 선택했다.차에 올라탄 온은수는 안색이 극도로 어두웠다.차수현이 요즘 조용히 지내는 것을 보고 그는 쫓아내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와서 다시 생각해 보니 온 회장은 그녀를 지나칠 정도로 아꼈다. 귀찮은 존재는 하루빨리 처리하는 게 이득이었다.온은수는 이렇게 생각하며 엑셀을 밟았다. 차는 쏜 살 같이 앞으로 나아갔다.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곧 차씨 저택에 도착했다.온은수는 무표정한 얼굴로 차에서 내려와 초인종을 눌렀다.차씨 집안의 도우미가 문을 열러 나왔다. 도우미는 온은수와 만난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의 비범한 기품을 통해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실례지만 누구세요?""차수현을 불러줘요."온은수는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상대가 차수현을 찾는 것을 보고 도우미는 잠깐 멈칫하다가 바로 돌아가서 안수지와 수다를 떨고 있는 차예진한테 알렸다."젊은 남자가 차수현을 찾고
차예진은 자신이 온은수를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어필하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온은수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당연히 차예진의 꿍꿍이를 알아차렸다. 밖으로는 착한 척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녀의 말 사이사이에 차수현에 대한 불만이 담겨있었다."그래요? 그런 사람이라는 건 또 무슨 뜻이죠?"온은수가 자신의 말을 듣고 있는 것을 보고 차예진은 기쁜 마음으로 이렇게 말했다."그게…… 제가 동생으로서 언니의 나쁜 말을 하면 안 되기는 하지만..."안 그래도 옆에서 하고 싶은 말이 많았던 안수지는 차예진이 머뭇거리는 것을 보고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이렇게 말했다."예진아, 네가 못 말하겠으면 내가 대신 말할게. 사실 차수현은 보이는 것처럼 착한 사람이 아니에요. 걔는 고등학교 때부터 연애를 하고 일진들이랑 같이 놀았어요. 성적이 나쁜 건 둘째 치고 건전하지 못한 일 때문에 유산을 한 적도 있대요... 지금이야 운 좋게 온씨 집안에 시집가기는 했지만 그쪽한테 사기를 치면서 온씨 집안의 셋째 도련님을 욕 보일 줄은 몰랐네요."안수지는 득의 양양하게 말을 했다. 하지만 남자는 그녀의 예상처럼 화를 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비웃는 표정을 지었다."저한테 사기를 치고 셋째 도련님을... 욕 보였다고요?"온은수는 차갑게 웃으면서 말했다."제가 온은수에요. 즉 당신들이 말하고 있는 온씨 집안의 셋째 도련님이죠."온은수는 더 이상 그들과 시간 낭비를 하지 않고 도우미 한 명을 잡아 세우며 이렇게 말했다."지금 당장 차수현이 있는 곳으로 안내해 줘."온은수의 기세에 겁을 먹은 도우미는 반항도 하지 못하고 바로 그를 데리고 지하실로 내려갔다.온은수는 머리도 돌리지 않고 떠나갔다. 두 젊은 여인은 넋이 나간 채로 제자리에 멈춰 섰다.정신을 차린 차예진은 온은수의 뒷모습을 보며 주먹을 꽉 쥐었다.차수현이 자신을 대신해 식물인간한테 시집을 가자 차예진은 속으로 내심 통쾌했다. 하지만 온은수가 깨어났다는 것을 알고 나자 그녀는 모든 여자가 부러워할 만한 자리를 차수
아무리 가짜 계약으로 만들어진 집이라고 해도 차수현은 오래간만에 따듯함이라는 것을 느꼈다.온은수는 차수현을 반쯤 안은 채로 지하실에서 나왔다. 그는 밖으로 나오자마자 차수현의 하얀 이마에 생긴 커다란 상처를 발견했다.비록 피가 멎기는 했지만 상처에 남은 붉은 핏자국은 아주 선명했다.온은수는 눈살을 약간 찌푸리며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이때 소란을 들은 차한명과 이미애가 빠르게 달려왔다.사람이 대충 모인 것을 보고 온은수는 얼음장 같은 목소리로 이렇게 물었다."이 상처는 누가 낸 겁니까?"그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온은수의 시선은 안수지를 향했다."그쪽이 수현이한테 불만이 꽤 많아 보이던데 혹시 그쪽이 한 짓인가요?"온은수의 살기를 느낀 안수지는 깜짝 놀랐다. 다리가 떨리면서 힘이 풀려버린 그녀는 자칫 바닥에 주저앉을 뻔했다!"아니에요! 이건 차씨 집안의 일이에요. 저는 제3자일 뿐이라고요!"안수지는 바로 이렇게 대답했다. 온은수의 눈빛은 마치 야수와 같아서 잠깐만 방심하면 갈기갈기 찢길 것만 같았다. 이렇게 생각하며 그녀는 온몸에 닭살이 돋았다.안수지의 말을 들은 온은수는 차한명을 바라봤다."차씨 집안의 일이라면 가장인 당신이 책임져야겠죠?"차한명은 온은수와 처음 만났다. 비록 무섭기는 했지만 체면을 구길 수 없었던 그는 이렇게 말했다."그래, 내가 한 일일세. 어찌 됐든 차수현도 차씨 집안사람인데 아버지로서 훈육을 하는 게 뭐가 잘못됐다고 그러는가?""차수현은 제 아내이자 온씨 집안사람이에요. 설사 잘못을 했다고 하더라도 당연히 남편인 제가 해결해야지 출가외인 수현이에게개입할 필요가 없죠. 아니면 혹시 저희 온씨 집안이 이 정도로 무시할 정도로 눈에 차지 않았던 건가요?"이 말을 들은 차한명은 몸을 흠칫 떨었다.차씨 집안은 온씨 집안의 도움을 받은 덕분에 고비에서 벗어났다. 만약 온은수가 책임을 따지기 시작한다면 아주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그건... 오해일세. 수현아, 아빠가 오해를 해서
차수현은 온은수가 말로만 차씨 집안사람들에게 겁을 주는 줄 알았다. 그녀는 온은수가 차한명을 이 지경으로 만들 줄은 몰랐다.놀라운 건 놀라운 거고 차수현은 속이 아주 통쾌했다.어머니가 병에 걸린 후 그녀는 차한명의 눈칫밥을 아주 오랫동안 먹어왔다. 지금의 차한명은 응당 받아야 하는 벌을 마땅히 받은 것일 뿐이었다.‘이번에 확실하게 몸에 새겨 두세요!'"이건 작은 경고에 불과해요. 만약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긴다면..."온은수는 차가운 눈빛으로 차씨 집안사람들을 경고하고는 차수현을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기력을 회복한 차수현은 방금 전처럼 무기력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온은수를 밀어내며 혼자서도 걸을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하지만 온은수는 손을 놓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더욱 꽉 끌어안기까지 했다.그가 고집을 부리는 것을 보고 차수현은 더 이상 버둥거리지 않았다. 다친 것 때문에 서러워서 그런지 그녀는 온은수의 온기가 전혀 싫지 않았다. 오히려 안심이 되기도 했다.두 사람은 차씨 저택에서 나와 차에 올라탔다.안전벨트를 맨 차수현은 약간 머뭇거리다가 이렇게 말했다."고마워요."온은수가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어서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확실히 차수현한테 도움이 되었다. 그래서 그녀는 이렇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온은수는 머리를 돌려 차수현을 힐끔 보고는 이렇게 말했다."너는 어떻게 된 애가 머리를 맞고 지하실에 갇힐 정도로 멍청해? 평소에는 꽤나 똑똑한 척했잖아."차수현은 말문이 막혔다. 그녀는 방금 전의 다정함은 온데간데 없이 역시 다 착각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처럼 오만한 모습이야말로 그의 진정한 본성이었다."저희가 썼던 계약서 생각 안 나요? 은수 씨가 깨어났다는 사실을 말하면 안 된다고 했잖아요. 제가 집안사람들 앞에서 입을 함부로 놀리다가 은수 씨 계획을 망쳐버리면 어떡해요? 하지만 오늘 이렇게 나타났으니 이미 들킨 것과 마찬가지인데... 앞으로의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 건 아니에요?"차수현은 걱정 가득한 표
차씨 집안사람들의 말과 행동을 떠올리며 온은수의 눈빛은 점점 차가워졌다."다음에 또 너를 때리는 사람이 있다면 내가 배로 복수해 줄게, 알았어?"이 말을 들은 차수현은 의아하다는 눈빛으로 온은수를 바라봤다.‘이건 내 편이 되어주겠다는 뜻인가?'비록 온은수의 말투는 따듯하다고 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차수현은 코끝이 찡해지는 것 같았다. 그녀는 자신의 감정 변화를 들키지 않기 위해 짧게 대답만 하고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얼마 후 상처 처치는 금방 끝이 났다.온은수는 허리 숙여 처치를 끝낸 상처를 살펴봤다. 문제가 없는 것을 확인한 그는 자세한 신체검사를 예약했다.원래는 거절하려고 했던 차수현은 온은수의 진지한 표정을 보고 그냥 묵인했다.차수현이 검사를 하러 가면 온은수는 밖에 앉아서 기다리기로 했다. 그는 차수현의 가녀린 뒷모습을 보며 비밀을 지키기 위해 맞기를 선택한 그녀의 고집스러운 모습을 떠올렸다. 그의 눈빛은 점점 어두워졌다.온은수는 차수현이 자신이 처음 생각했던 것처럼 쓸모가없지는 않은 것 같았다.……병원의 검사 속도는 아주 빨랐다. 차수현의 검사 결과는 얼마 지나지 않아 금방 나왔다."축하합니다, 도련님. 차수현 씨가 임신을 하셨네요."의사는 검사 결과를 보면서 이렇게 말했다.온은수의 안색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그 여자가 임신을 했다고?'그는 차수현을 품어본 적이 없었다. 그러니 그녀가 임신한 아이는 다른 남자의 아이일 수밖에 없었다.온은수는 미간을 찌푸렸다. 겨우 생겨난 차수현에 대한 동정이 지금 이 순간에 와르르 무너지며 우스워지고 말았다.그는 검사 결과를 꽉 쥐며 이렇게 물었다."차수현 본인은요?""금방 나올 겁니다."온은수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의사는 약간 넋이 나갔다. 온은수가 한밤중에 차수현을 데리고 신체검사를 하는 것을 보고 그는 둘 사이가 아주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임신 소식도 차수현이 아닌 온은수한테 먼저 알려줬다.하지만 온은수의 반응은 그의 예상과 달리 아
온은수는 가슴 앞에 팔짱을 낀 자세로 차수현의 변명을 듣고 있었는데, 변명을 듣는 내내 그의 입가에서는 비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차수현은 그의 이런 모습을 보고, 지금은 그녀가 무슨 말을 해도 소용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차수현은 깊은 숨을 들이쉰 후, 혼란스러운 생각을 정리하며 냉정하게 말했다."죄송해요. 은수씨가 제 말을 다시 믿기에는 힘드실 거라는 거 잘 알고 있어요. 저에게 시간을 좀 주시면, 은수씨가 만족하실 수 있도록 이 일을 처리할께요.”"당신 생각에는 내가 당신 같이 앙큼한 여자를 온 씨 집안에 그냥 남아 있도록 할 것 같아?” 차수현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녀는 온 씨 집안을 떠나기 싫은 것이 아니다. 그녀는 엄마의 일을 처리할 시간이 좀 필요하다.적어도 지금 쫓겨날 수는 없다. 만일 쫓겨난다면, 차한명 성격에 오늘 일을 빌미로 그들 모녀에게 무슨 짓을 할지 알 수 없다. "대표님, 사실 제가 임신을 했든 안 했든, 우리는 이혼할 거잖아요. 제 약점을 쥐고 계시니, 저를 쫓아 내실 때 뒤탈을 걱정하실 필요도 없어요. 게다가 이 일이 시끄러워지면, 온 씨 집안의 이름에도 먹칠을 하게 될 텐데, 아버님이 힘들어하시지 않겠어요? 대표님도 그걸 바라지는 않으실 거라 생각합니다.”말을 마친 차수현의 손바닥이 식은땀으로 흥건했다.그녀는 온은수가 자신의 말을 들어줄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단지 그가 온 회장의 마음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걸어볼 수밖에 없었다. 숨 막히는 침묵이 이어졌다. "좋아, 내가 당신에게 3일의 시간을 주지. 가서 아이를 처리해. 만약 3일 후에도 당신이 나에게 만족스러운 대답을 주지 않는다면, 온 씨 집안에 더 이상 당신이 있을 곳은 없어.”말을 마친 온은수는 바로 몸을 돌리더니, 차수현을 남겨두고 그 자리를 떠났다. 그의 단호한 뒷모습이 사라지는 것을 본 차수현은 그제야 팽팽하게 긴장했던 몸에 힘이 풀려 하마터면 바닥에 주저앉을 뻔했다.차수현은 손을 아직 부풀어 오르지않은 아랫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