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수현은 온은수가 말로만 차씨 집안사람들에게 겁을 주는 줄 알았다. 그녀는 온은수가 차한명을 이 지경으로 만들 줄은 몰랐다.놀라운 건 놀라운 거고 차수현은 속이 아주 통쾌했다.어머니가 병에 걸린 후 그녀는 차한명의 눈칫밥을 아주 오랫동안 먹어왔다. 지금의 차한명은 응당 받아야 하는 벌을 마땅히 받은 것일 뿐이었다.‘이번에 확실하게 몸에 새겨 두세요!'"이건 작은 경고에 불과해요. 만약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긴다면..."온은수는 차가운 눈빛으로 차씨 집안사람들을 경고하고는 차수현을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기력을 회복한 차수현은 방금 전처럼 무기력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온은수를 밀어내며 혼자서도 걸을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하지만 온은수는 손을 놓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더욱 꽉 끌어안기까지 했다.그가 고집을 부리는 것을 보고 차수현은 더 이상 버둥거리지 않았다. 다친 것 때문에 서러워서 그런지 그녀는 온은수의 온기가 전혀 싫지 않았다. 오히려 안심이 되기도 했다.두 사람은 차씨 저택에서 나와 차에 올라탔다.안전벨트를 맨 차수현은 약간 머뭇거리다가 이렇게 말했다."고마워요."온은수가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어서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확실히 차수현한테 도움이 되었다. 그래서 그녀는 이렇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온은수는 머리를 돌려 차수현을 힐끔 보고는 이렇게 말했다."너는 어떻게 된 애가 머리를 맞고 지하실에 갇힐 정도로 멍청해? 평소에는 꽤나 똑똑한 척했잖아."차수현은 말문이 막혔다. 그녀는 방금 전의 다정함은 온데간데 없이 역시 다 착각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처럼 오만한 모습이야말로 그의 진정한 본성이었다."저희가 썼던 계약서 생각 안 나요? 은수 씨가 깨어났다는 사실을 말하면 안 된다고 했잖아요. 제가 집안사람들 앞에서 입을 함부로 놀리다가 은수 씨 계획을 망쳐버리면 어떡해요? 하지만 오늘 이렇게 나타났으니 이미 들킨 것과 마찬가지인데... 앞으로의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 건 아니에요?"차수현은 걱정 가득한 표
차씨 집안사람들의 말과 행동을 떠올리며 온은수의 눈빛은 점점 차가워졌다."다음에 또 너를 때리는 사람이 있다면 내가 배로 복수해 줄게, 알았어?"이 말을 들은 차수현은 의아하다는 눈빛으로 온은수를 바라봤다.‘이건 내 편이 되어주겠다는 뜻인가?'비록 온은수의 말투는 따듯하다고 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차수현은 코끝이 찡해지는 것 같았다. 그녀는 자신의 감정 변화를 들키지 않기 위해 짧게 대답만 하고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얼마 후 상처 처치는 금방 끝이 났다.온은수는 허리 숙여 처치를 끝낸 상처를 살펴봤다. 문제가 없는 것을 확인한 그는 자세한 신체검사를 예약했다.원래는 거절하려고 했던 차수현은 온은수의 진지한 표정을 보고 그냥 묵인했다.차수현이 검사를 하러 가면 온은수는 밖에 앉아서 기다리기로 했다. 그는 차수현의 가녀린 뒷모습을 보며 비밀을 지키기 위해 맞기를 선택한 그녀의 고집스러운 모습을 떠올렸다. 그의 눈빛은 점점 어두워졌다.온은수는 차수현이 자신이 처음 생각했던 것처럼 쓸모가없지는 않은 것 같았다.……병원의 검사 속도는 아주 빨랐다. 차수현의 검사 결과는 얼마 지나지 않아 금방 나왔다."축하합니다, 도련님. 차수현 씨가 임신을 하셨네요."의사는 검사 결과를 보면서 이렇게 말했다.온은수의 안색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그 여자가 임신을 했다고?'그는 차수현을 품어본 적이 없었다. 그러니 그녀가 임신한 아이는 다른 남자의 아이일 수밖에 없었다.온은수는 미간을 찌푸렸다. 겨우 생겨난 차수현에 대한 동정이 지금 이 순간에 와르르 무너지며 우스워지고 말았다.그는 검사 결과를 꽉 쥐며 이렇게 물었다."차수현 본인은요?""금방 나올 겁니다."온은수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의사는 약간 넋이 나갔다. 온은수가 한밤중에 차수현을 데리고 신체검사를 하는 것을 보고 그는 둘 사이가 아주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임신 소식도 차수현이 아닌 온은수한테 먼저 알려줬다.하지만 온은수의 반응은 그의 예상과 달리 아
온은수는 가슴 앞에 팔짱을 낀 자세로 차수현의 변명을 듣고 있었는데, 변명을 듣는 내내 그의 입가에서는 비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차수현은 그의 이런 모습을 보고, 지금은 그녀가 무슨 말을 해도 소용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차수현은 깊은 숨을 들이쉰 후, 혼란스러운 생각을 정리하며 냉정하게 말했다."죄송해요. 은수씨가 제 말을 다시 믿기에는 힘드실 거라는 거 잘 알고 있어요. 저에게 시간을 좀 주시면, 은수씨가 만족하실 수 있도록 이 일을 처리할께요.”"당신 생각에는 내가 당신 같이 앙큼한 여자를 온 씨 집안에 그냥 남아 있도록 할 것 같아?” 차수현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녀는 온 씨 집안을 떠나기 싫은 것이 아니다. 그녀는 엄마의 일을 처리할 시간이 좀 필요하다.적어도 지금 쫓겨날 수는 없다. 만일 쫓겨난다면, 차한명 성격에 오늘 일을 빌미로 그들 모녀에게 무슨 짓을 할지 알 수 없다. "대표님, 사실 제가 임신을 했든 안 했든, 우리는 이혼할 거잖아요. 제 약점을 쥐고 계시니, 저를 쫓아 내실 때 뒤탈을 걱정하실 필요도 없어요. 게다가 이 일이 시끄러워지면, 온 씨 집안의 이름에도 먹칠을 하게 될 텐데, 아버님이 힘들어하시지 않겠어요? 대표님도 그걸 바라지는 않으실 거라 생각합니다.”말을 마친 차수현의 손바닥이 식은땀으로 흥건했다.그녀는 온은수가 자신의 말을 들어줄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단지 그가 온 회장의 마음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걸어볼 수밖에 없었다. 숨 막히는 침묵이 이어졌다. "좋아, 내가 당신에게 3일의 시간을 주지. 가서 아이를 처리해. 만약 3일 후에도 당신이 나에게 만족스러운 대답을 주지 않는다면, 온 씨 집안에 더 이상 당신이 있을 곳은 없어.”말을 마친 온은수는 바로 몸을 돌리더니, 차수현을 남겨두고 그 자리를 떠났다. 그의 단호한 뒷모습이 사라지는 것을 본 차수현은 그제야 팽팽하게 긴장했던 몸에 힘이 풀려 하마터면 바닥에 주저앉을 뻔했다.차수현은 손을 아직 부풀어 오르지않은 아랫배
"하지만 선생님, 저는 정말 이 아이를 낳을 수 없어요. 저는 반드시 수술을 해야 돼요."차수현은 마음을 진정시키고 의사에게 애원했다.그녀의 표정에 드러난 애원을 보고, 의사는 측은지심을 느꼈다. 여자에 대한 안타까운 생각에 의사가 입을 열었다. "굳이 수술을 해야 한다면, 적어도 수술을 감당할 수 있는 몸 상태를 만들어 오셔야 합니다. 대략 보름은 걸릴 겁니다."보름?보름이라는 말에 차수현 마음속의 절망이 더욱 짙어졌다.온은수가 그녀에게 준 3일은 이미 그녀가 필사적으로 쟁취한 시간이었다. 만약 3일이 지난 후에도 그녀가 여전히 이 아이를 처리하지 못한다면, 그 남자가 그녀에게 어떻게 할지 전혀 상상할 수 없었다.차수현은 의사에게 즉시 수술 받을 수 있게 해 달라고 애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의사의 태도는 매우 단호했다. 의사로서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가지고 모험을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차수현은 결국 병원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 병원을 나선 차수현은 멍하니 길을 걸었다. 그녀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심지어 하소연할 사람도 찾지 못했다. 차 씨 집안 가족이 알게 된다면 바로 그녀를 죽이려 들지도 모른다. 엄마? 엄마의 병세는 이제 겨우 조금 호전되었는데, 만약 그녀가 이런 일을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절대로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아이 아버지? 그녀 자신도 그 남자가 누군지 모르는데, 어디로 가서 그를 찾을 수 있겠는가?산송장처럼 한참을 걷던 차수현은 얼마나 걸었는지도 모른 채 문득 멈춰 섰다. 그녀는 그제야 자신이 아무 생각 없이 한 지저분한 골목 앞에 서있는 것을 발견했다. 몸을 돌려 나가려던 차수현은 문득 벽에 무통 낙태 수술이라고 써서 붙인 광고 전단지를 보았다. 전단지 위에 전화번호와 주소가 있었다.차수현은 마치 최면에 걸린 사람처럼 그 전화번호에 전화를 걸었는데, 바로 멀지 않은 위치에 있는 작은 병원이었다.차수현은 귀신에라도 홀린 듯 그 병원을 찾았는데, 허름한 작은 병원은 고약한 곰팡이
한참을 그곳에 앉아 있다가 차수현은 비로소 생각을 정리하고 일어섰다.그리고 그녀의 눈빛은 확고해졌다. 그녀는 이 아이를 낳을 것이다. 목숨을 걸고 수술을 할 수는 없다. 엄마가 될 자격도 잃고 싶지 않다.차수현은 마음을 정하고 온 씨 집안 저택으로 돌아왔다.그녀는 방에 들어서자마자 소파에 앉아 있는 온은수를 발견했다. 그의 차가운 시선이 그녀의 몸 위에 떨어졌다. 두 사람의 시선이 잠시 마주쳤다. 차수현은 마음이 당황스러워 재빨리 눈동자를 돌렸다.온은수의 눈빛은 너무 예리해서 마치 그녀의 마음을 꿰뚫어 볼 수 있을 것 같았다.만약 그가 정말 그녀의 진실한 생각을 알게 된다면, 틀림없이 노발대발할 것이다. 불안한 마음에 차수현은 서둘러 화장실에 들어가 얼굴을 씻고 진정해야겠다고 생각했다."거기 서." 온은수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차수현의 발걸음이 멈추었고, 순간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처리했어?" 온은수의 손가락이 가볍게 책상을 두드렸다. 그 가벼운 소리가 마치 목숨을 재촉하는 주문처럼 느껴져 차수현은 온몸을 긴장한 채 호흡을 억눌렀다."수술 예약했어요."차수현의 말을 들은 온은수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를 쳐다보았다."무슨 속임수 쓸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아. 결과를 감당할 수 없을 테니까."위협하는 듯한 남자의 말투에 차수현은 온은수가 보지 못하는 곳에서 손가락을 꼰 채 깊이 숨을 들이쉰 다음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감히 은수씨 말을 거스를 만큼 그렇게 큰 담력은 저한테 없으니까요.”말을 마친 차수현은 더 이상 온은수와 마주 보지 않도록 재빨리 문을 열고 욕실로 들어갔다.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욕실 문 닫는 소리가 난 후 온은수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차수현의 행동은 마치 소리 없는 반항과 같았다. 그녀가 무슨 자격으로?뱃속에 다른 놈의 아이를 품고 있는 주제에......차수현이 다른 남자가 있었다는 사실과, 또 그 남자 아이를 임신했다는 것을 생각한 온은수의 안색이 급격히 나빠졌다. 그는 그대로 몸을 돌려
차한명은 차수현이 4억 원을 요구하는 말을 듣고, 화가 나서 고래고래 욕퍼붙고 싶었다.이 배은망덕한 것이, 돈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줄 아나?차수현은 그에 말을듣고 냉소하며 입을 열었다."줄지 말지는 결국 아버지가 결정하시는 거지만, 안 주시면, 내가 온은수에게 베갯머리송사를 할 건데, 그럼 어떻게 될 것 같아요?”차한명은 이 말을 듣자 바로 주눅이 들었다. 온은수는 어제 심지어 차 씨 네 집이었는데도, 그의 체면을 조금도 세워주지 않고, 한 집안의 가장인 자신을 때려 침대에서 내려올 수 없도록 만들었다. 만약 그가 온 씨 집안과 차 씨 집안의 합작 프로젝트를 건드린다면…….이것을 생각하자 차한명은 감히 날뛰지 못했다. 비록 내키지 않았지만, 이를 갈며 승낙했다.차수현은 즉시 은행 계좌 번호를 보냈다. 잠시 기다린 후 그녀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그녀의 계좌에 지금 이미 4억 원이 들어왔음을 확인하였다.차수현의 초조하고 불안했던 마음이 약간 진정되었다. 차한명에게 자신이 돈을 받았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그녀는 바로 컴퓨터를 켰고, 갈만한 곳을 찾아보며 검색을했다.이 돈이면 그녀가 엄마를 모시고 이 곳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곳을 찾아 숨기에 충분했으며, 그녀는 더 이상 여기에 남아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었다.……시간이 흐르고 곧 깊은 밤이 되었다.차수현은 장소를 조사하고 연락을 하며 도망갈 준비를 하는데 완전히 몰두 했다. 아픈 어머니를 데리고 가야 하기 때문에, 모든 일을 잘 준비하고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해야만 했다. 차수현은 너무 몰두한 나머지 온은수가 돌아왔는데도 인기척을 알아차리지 못했다.남자가 문을 닫는 소리에 차수현은 비로소 고개를 들었다.온은수가 돌아온 것을 보고 그녀는 재빨리 전화를 끊었다."은수씨 돌아오셨어요?”온은수의 관찰력은 대단히 예민하다. 그는 차수현의 작은 동작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모두 보았다."방금 뭐 하고 있었어?""아무것도 안 했는데요……." 차수현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말했
사실 더욱 괴로운 것은 마음이다. 결국 그녀는 사람들 사이에서 행실이 단정치 못한 나쁜 여자가 되었다. 아무리 사건의 진상이 그렇지 않다고 해봐야, 아무도 그녀의 결백을 믿지 않을 것이다.차수현은 결국 억울함을 참았다."은수씨는, 제 사생활에 지나치게 관심을 가지시는 것 같네요. 우리 사이에는 계약밖에 없다는 걸 분명히 아셨으면 좋겠어요. 만약 제 존재가 은수씨에게 이렇게나 불만족스러우시다면, 저는 언제든지 온회장님께 제 자리를 더 나은 다른 사람에게 내주시라고 말하겠습니다."차수현은 매우 성심 성의껏 말했다. 지금 그녀가 온은수의 곁에 남는다는 것은 마치 언제든 터질 수 있는 시한폭탄 옆에 남는 것과 같았다. 그것이 언제 터져서 자신을 산산조각 내어 가루로 만들지 모르는 일이였다.그러나, 이 말은 온은수의 귀에 완전히 다른 의미로 들렸다. 차수현의 전혀 개의치 않는 듯한 모습에 남자의 마음속 불이 영문도 모른 채 더없이 자극하며부추겨졌다.그녀는 온은수의 아내라는 자리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심지어 피하고 싶어 하는 첫 번째 여자였다.온은수는 다시 손에 약간의 힘을 가중시켰다. 차수현은 끝내 감당할 수 없어 소리쳤다."아파요! 놔주세요…… 으으……."차수현의 고통스러운 외침은 남자의 다소 난폭한 키스에 바로 막혔다. 지금의 온은수는 마치 피를 좋아하는 야수처럼 포악하게 그녀의 입술을 약탈하고 있다.차수현은 일이 이렇게 될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그녀는 손을 내밀어 온은수를 밀어내려고 했다. 그러나 그녀의 힘은 성인 남성의 힘을 이길 수 없었고, 오히려 두 손이 잡혀 발버둥 치기도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포악한 키스는 두 사람의 입에서 진한 피비린내가 느껴질 정도였다.그 피맛은 차수현의 벗어나려고 몸부림치며 떨리는 모습이 오히려 온은수를 왠지 흥분시켰다.차수현은 산소가 부족하고 머리가 어지러워져 점차 의식을 잃어갔다.그녀는 지금까지 이렇게 격렬하고 사나운 키스를 경험한 적이 없었다. 온은수는 그녀에게 조금도 숨돌릴 기회를 주지 않고 밀어
온은수는 차를 몰고 아주 빠른 속도로 도로를 질주했다. 바람이 휙휙 소리를 내며 열린 차창으로 스쳐 지나갔지만, 남자의 얼굴에 덮인 먹구름은 걷히지 않았다.방금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저항하던 차수현이 생각나자, 온은수는 브레이크를 세게 밟고 주먹으로 운전대를 쳤다.잠시 후 온은수는 핸드폰를 꺼내 친구 육무진에게 전화를 걸었다."나와 좀 보자. 내가 살게."육무진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온은수의 성격은 줄곧 차고 냉랭해서 친구들과 웃고 즐기는 일에는 거의 참석하지 않았다.전에 육무진이 모임을 만들어 그를 부르면 그는 기본적으로 거의 거절했다.오늘 무슨 바람이 불었지?육무진은 분명히 무슨 일이 생긴 거라고 직감하고, 즉시 물건을 정리한 다음 출발했다.……온은수는 술집에 도착하자마자, 빈 룸을 찾아 양주 한 박스를 시키고, 혼자 마시기 시작했다.온은수는 확실히 놀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다. 특히 술은 그의 눈에 무료하고 시간을 낭비하게 하는 물건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는 그렇게 많은 것을 따지고 싶지 않았다. 다만 알코올로 마음속의 초조함을 달래고 싶을 뿐이였다.……육무진은 약속 장소에 도착해서 룸의 문을 밀자, 온은수 앞의 테이블에 이미 여러 개의 빈 술병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온은수가 이미 혼자서 적지 않게 마셨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주량이 센 편이라 취했는지 안 취했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육무진은 마음속으로 계속 중얼거렸다. 만약 여기에 앉아 묵묵히 술을 마시는 사람이 다른 누구였다면 그는 이렇게 놀라지 않았을 것이다.그러나 이 사람은 온은수다. 그는 줄곧 자기 관리가 철저해서 알코올과 같은 신경을 마비시키는 것은 늘 예의 바르게 거절했다. 사업상 접대를 하더라도 이렇게 많이 마시는 것은 아주 드물었다.그런 사람이 술로 근심을 달래고 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육무진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은수야, 너 무슨 일이야? 이렇게나 술을 많이 마시고, 너...... 설마 실연당한 거 아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