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는 천천히 어둠 속에서 달리고 있었고, 전조등만 어둠을 뚫고 지나가고 있어 좁은 차안은 무척 숨이 막혔다.수현은 자신도 모르게 머리를 한쪽으로 기울더니 바로 잠이 들었다.하지만 그녀가 잠 들었다기보다는 혼수상태에 빠졌다고 하는 게 더욱 타당했다. 아침부터 지금까지 그녀는 물 한 방울도 마시지 않았고 또 너무 많은 일을 겪었다. “바람 피우다” 잡혀 이곳에 끌려갔고, 또 이제 두 아이와 헤어져야 한다는 선언을 받았으며 방금 하마터면 늑대에게 물려 죽을 뻔했다.하루에 여러 가지 일이 발생하여 그녀는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쳤다.은수는 곁에 있는 사람의 조용한 호흡소리를 느꼈고, 고개를 돌려 수현이 자는 것을 보고 무의식적으로 그녀의 머리를 바로잡아 흔들리는 차창에 기대지 못하게 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는 즉시 자신의 행동이 매우 가소롭다고 느꼈고 손은 감전된 것처럼 다시 움츠러들었다.은수는 갑자기 자신을 비웃었다. 이 여자는 자신을 배신한 여자인데, 그는 뜻밖에도 여전히 그녀를 몹시 아끼다니, 그는 정말 미쳤을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으면 그는 참 비천했다.어떤 일은 이미 습관이 됐으니 어찌 하루 사이에 바뀔 수 있겠는가…….그러나 비록 이렇게 생각했지만, 은수는 속도를 늦추었고, 대략 30분 뒤, 차는 병원 앞에 멈추었다. 어르신은 재빨리 은택을 구급실로 보냈다.은수는 생각을 하다 손을 내밀어 수현의 어깨를 밀었다."일어나, 이제 내려도 돼."그러나 수현은 깨어나지 않았고 심지어 소리조차 내지 않았다. 은수는 그제야 이상함을 감지하며 손을 내밀어 그녀의 이마를 어루만졌는데, 심하게 뜨거웠다. 그녀는 뜻밖에도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고열이 났다.수현의 몸은 자신도 모르게 몸서리를 쳤다. 비록 차 안은 춥지 않았지만, 그녀는 자신이 마치 얼음을 안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고, 몸의 상처도 아팠다."추워...... 너무 추워......"수현은 매우 괴로워하며 고통스럽게 잠꼬대를 했다.은수는 이를 악물고 생각하다 혜정에게 전화를 걸어 그녀가 와서 수현을
은수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불빛 아래의 수현의 창백한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녀의 얼굴에는 상처와 핏자국이 남아 있어 유난히 불쌍해 보였다.그러나 그도 더 이상 이 모든 것을 관여하지 말아야 할지도 모른다. 어르신의 주시하에 은수는 몸을 돌려 이곳을 떠났다.어르신은 부하더러 은택을 잘 돌보라고 한 다음 곧장 쫓아갔다.비록 은택도 그의 손자이지만, 그래도 어릴 때부터 보고 자란 은수보다 감정이 깊지 못했기에 은택의 생명을 구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했다.다른 것에 대해, 그는 상관할 여유가 없었다.밖으로 나가자 어르신은 은수가 차문을 여는 것을 보고 앞으로 가서 그를 붙잡았다."너 지금 이 모양인데 무슨 운전을 하려는 거야? 가자, 네 어머니 보러 가야지."말이 끝나자 그는 은수를 끌고 옆에 세운 차에 올랐다. 은수는 아무런 항의도 하지 않았고, 병원을 떠난 후, 그는 비록 사람이 여기에 있지만 혼을 잃어버린 것 같았다.마음속은 마치 중요한 무언가를 힘껏 도려내어 텅 빈 것 같았고, 그의 모든 감정을 가져간 것 같았다.어르신은 넋을 잃은 그의 모습을 보고 마음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은 정말 악연이었다.유일하게 다행인 것은 마침내 이 악연이 끝났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것 또한 좋은 일일지도 모른다.......혜정은 무수한 전화를 걸었지만 아무리 연락해도 온씨 쪽의 사람을 찾지 못했고 가까스로 받는 사람을 찾았지만 모두 그녀를 속이고 있을 뿐이었다.아무도 그녀에게 수현의 행방을 알려주지 않았고, 그녀를 도와 두 아이를 찾으려는 사람도 없었다…....그녀는 사뭇 걱정하기 시작했다. 두 녀석은 이렇게 오랫동안 끌려갔으니 아마 그쪽의 사람들도 더 이상 그들을 속일 수 없었을 것이다.특히 유담의 성격은 불과도 같아서 자신을 다치게 하진 않았을까?혜정은 애가 탔지만 방법이 없어 내일 온씨 그룹에 찾아갈 생각을 했다. 무릎을 꿇고 빌든 무지막지한 여자처럼 행패를 부리든, 두 아이를 데려올 수만 있다면 그녀는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어르신의 안색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그는 줄곧 미자에 대해 미안해 왔기에 그녀가 그 어떤 고생을 하거나 상처 받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 두 아이에 대한 그녀의 그리움도 그는 가장 잘 알고 있었다.전에 국내에 있을 때, 미자는 두 손자가 보고 싶다고 적지 않게 중얼거렸다.그러나 이 어린 두 녀석이 어느새 이렇게 악랄해질 줄이야…....보아하니 차수현은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무서운 것 같았다.그녀가 두 아이를 키울 때, 자주 그들에게 세뇌를 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들이 온씨 가문을 증오할 뿐만 아니라 다섯 살 난 아이가 심지어 자신의 가족에게 손을 댈 수 있었던 것이다."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일이야......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에 두 아이를 데려왔어야 했는데...... 차수현이 대체 그들을 어떻게 교육한 거야. 아무튼 앞으로 절대 다시는 이런 위험한 행동을 하게 해서는 안 돼."어르신은 엄숙하게 말하면서 이미 앞으로 이 두 녀석을 어떻게 단속해야 할지 생각하고 있었다.은수는 눈살을 찌푸리며 무슨 말을 하려 했지만, 이때 두 녀석이 있는 방에서 물건을 부수는 소리가 들려왔다."가져가요, 난 당신들이 가져온 음식을 먹지 않을 거예요!""우리를 얼마 동안 가두면, 우리는 얼마 동안 단식할 거예요. 우리가 순순히 당신들을 따라갈 생각하지 마요......"앳되지만 더없이 확고한 두 아이의 목소리가 열린 문틈으로 전해졌다.미자는 이 말을 듣고 어쩔 수 없단 듯이 웃었다."나는 그들이 배고플까 봐 여러 번 먹을 것을 보내줬어. 모두 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인데도 다 안 먹네. 그릇을 부술 뿐만 아니라 사람들까지 모두 쫓아냈어. 이 두 녀석의 고집은 정말 무서울 정도로 세더군.""제가 가볼게요." 은수는 두 아이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는데, 만약 그들이 정말 단식투쟁을 한다면 정말 굶어 죽어도 이곳의 그 어떤 음식도 먹지 않을 것이다.그들의 이런 성격은 그와 닮기도, 또 수현과 닮기도 해서 모두 고집이 센 타입이었다.미자
다만, 유담이 한참 동안 말했지만, 은수는 발걸음을 옮기려는 뜻이 없었다.옆에서 그의 안색을 살피던 유민은 갑자기 뭔가를 눈치챘다. 어려서부터 위험한 환경에서 지내왔기에 유민은 눈치가 무척 빨랐다.유민은 다가가서 작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빠, 혹시 그 영상을 믿은 거예요?"유담도 이 말을 듣고 고개를 번쩍 들어 은수의 표정을 바라보았다.하긴, 만약 예전 같았다면, 은수는 집에 이런 일이 생겼다는 것을 알자마자 직접 날아와서 처리했을 것이다.지금 그의 모습을 보면, 아마도 그런 터무니없는 영상을 믿은 것 같았다.은수는 두 아이의 상처 받은 표정을 보고 멈칫했다."영상? 너희들, 그 영상 봤어?"은수는 두 아이들이 이런 창피한 일을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들은 아직 어렸고 너무 많은 일들을 알면 그들의 심리건강에만 영향을 줄 것이다."그 할머니가 다 보여준 이상, 우리도 모를 리가 없잖아요......"유담은 실망을 느끼며 손을 놓고 천천히 후퇴했다.은수는 왠지 모르게 당황해지더니 앞에 있는 녀석을 잡고 싶었지만 그는 자신이 닿지 못하는 곳으로 재빨리 달려갔다."아빠도 엄마를 믿지 않는 이상, 우리도 이제 할 말이 없네요."유담은 고개를 떨구고 마음속으로 말할 수 없는 실망을 느꼈다.원래 그는 은수가 돌아오면 이 모든 일이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결국 이것도 그의 지나친 욕심이었다.유담은 납득이 안 됐다. 그들 사이의 감정은 설마 이 애매모호하고 심지어 사실인지도 모르는 영상 때문에 쉽게 사라질 수 있었단 말인가?은수는 두 아이와 무슨 말을 하고 싶었지만, 그들은 모두 더 이상 그를 상대하려 하지 않았고, 조용히 구석에 앉아 더는 그를 바라보지 않았다.은수는 묵묵히 주먹을 꽉 쥐었다."이따가 배가 고프거나 다른 것을 원하면 나 불러. 난 밖에 있으니까."말이 끝나자 은수는 몸을 돌려 나갔다.문이 닫힌 후, 유민은 유담의 소매를 잡아당겼다."어떡해, 아빠 조차도 엄마 편에 서지 않다니. 우리, 정말 돌아갈 수 없는
앞서 미자는 두 아이가 그녀에게 손을 댔다고 말했을 뿐, 이런 중요한 일을 말하지 않았다.미자는 은수의 질문에 다소 화가 났다."그 일은 차수현이 한 짓 아닌가? 두 아이는 미친 듯이 대꾸하며 나와 함께 가려 하지 않고 돌아가서 그녀를 찾으려고 소란을 피우는데, 내가 무슨 방법이 더 있겠니?"어르신도 이 말을 듣고 미자의 편을 들었다."그래, 네 어머니의 방법이 좀 타당하지 않았더라도 결국 이런 창피한 일을 한 차수현 잘못이 더 크지. 게다가 네 어머니는 지금 다쳤는데 너는 아들로서 위로도 하지 않고 오히려 이렇게 따지다니, 내가 너를 이렇게 가르쳤단 말인가?"은수는 앞에 있는 두 사람과 전혀 소통할 수 없다는 생각에 한숨을 쉬며 돌아섰다.그는 지금 매우 피곤했다. 수현의 일, 두 아이의 외면, 그리고 부모님 이곳에서 끊임없이 주는 스트레스.은수는 방으로 돌아와 담배를 한 대 꺼내더니 피우기 시작했다.전에 수현은 그의 몸에서 나는 담배 냄새를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은수는 이미 오랫동안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그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꺼내서 피웠는데, 마치 이렇게 하면 잠시 자신을 마비시켜 더는 그렇게 고통스럽지 않은 것만 같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은수는 손에 든 담뱃갑이 텅 비었다는 것을 느꼈고, 그제야 자신이 어느새 담배 한 갑을 다 피운 것을 발견했다.방 전체는 사레가 들릴 정도로 짙은 연기로 가득 찼지만 은수는 감각이 없는 듯 침대에 쓰러져 눈을 감았다.......그날 밤, 아무도 편히 자지 못했다.이튿날 아침, 혜정은 일찍 일어나 세수한 후 얼른 온씨 그룹에 가서 사람을 기다렸다.수현과 연락이 닿지 못한데다 은수에게 전화를 해도 받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그녀는 가장 둔한 방법으로 이곳에 와서 직접 은수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한참을 기다리다 은수의 차가 오는 것을 보고 혜정은 얼른 걸어갔지만 차 문이 열리자 내려온 사람은 오히려 임미자였다.은수는 어젯밤부터 지금까지 자신을 방에 가두어 한 발자국도 나오려
혜정은 멈칫하다 인사를 하려고 했지만, 미자는 또 기세등등하게 입을 열었다."난 당신이 여기에 온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지만, 더 이상 우리 아들 방해하지 마요. 그리고 이런 불쌍한 모습으로 우릴 속일 생각도 하지 말고요. 당신 딸이 그런 창피한 일을 저질렀으면 두 사람도 좀 가만히 숨어 있었어야죠."말하면서 미자는 혜정을 깔보며 눈빛속의 경멸을 조금도 숨기지 않았다.혜정은 그녀의 모욕을 듣고 얼굴이 붉어졌다."그게 무슨 소리예요? 우리 수현이가 당신 집안에 무슨 떳떳하지 못한 짓을 했길래 이런 모욕을 당해야 하는 거죠?"미자는 키득거리며 웃었다.보아하니 윤찬이 이 소식을 너무 잘 눌러서 수현의 어머니까지 속인 것 같았다."당신의 딸은, 다른 남자와 침대에서 바람 피우다 기자에게 찍혔는데, 만약 우리가 제때에 나서지 않았다면, 아마 지금 전 세상 사람들이 당신 딸의 그 파렴치한 사진을 봤을 거예요…....""허튼 소리하지 마요, 수현이는 절대 그런 일을 할 아이가 아니에요!" 혜정은 자신의 딸을 모욕하는 말을 듣자 즉시 흥분해지며 앞으로 달려가 미자더러 입을 다물게 하려고 했다.뒤에 있던 윤찬은 이 상황을 보고 바로 그녀를 잡아당겼다. 윤찬은 이 두 사람이 대치하는 장면을 보고 갑자기 머리가 아팠다."윤 비서, 내 핸드폰은 어젯밤에 두 아이 때문에 망가졌는데, 지금 윤 비서한테 그 증거 있을 거 아니야. 얼른 보여줘."윤찬은 사실 그러고 싶지 않았지만 미자가 하도 고집을 부려서 입을 열 수밖에 없었다."아주머님, 차수현 씨와 도련님은....... 이제 철저히 끝났어요. 두 아이는 사모님께서 데려가 잘 키우실 테니 더 이상 쓸데없는 짓 하지 마세요.""그러니까, 온 서방도 그렇게 생각한다, 이거예요?" 혜정은 믿을 수 없단 듯이 윤찬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윤찬을 알고 있었고, 그가 은수의 유능한 조수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그가 한 말은 은수의 태도를 대표했다."네, 그러니 더 이상 고집을 부리지 마세요. 두 아이를 데려간
미자도 깜짝 놀라 피바다에 쓰러진 혜정을 바라보았다."난...... 난 일부러 그런 게 아니예요!"윤찬은 반응하자마자 바로 혜정의 상황을 살펴보았는데, 그녀가 이미 혼수상태에 빠져 얼굴이 창백해진 채 수시로 목숨을 잃을 것 같은 모습을 보고 뭐라 말할 겨를 없이 서둘러 혜정을 차에 태우고 병원으로 가려 했다."잠, 잠깐, 윤 비서, 일단 다른 사람 시켜서 이 여자 데려다주라고 하고, 윤 비서는 여기에 남아서 사람들 입단속부터 좀 해!"미자는 자신이 방금 혜정을 계단에서 밀어낸 일을 목격한 사람이 많은 것을 깨닫고, 만약 앙심을 품은 사람이 일부러 이에 관한 기사를 쓴다면 아마 적지 않은 여론을 일으켜 그녀의 명예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했다.윤찬은 이 말을 듣고 눈살을 찌푸렸다. 지금 혜정이 그녀의 과실로 곧 죽게 되는데 미자는 여전히 어떻게 자신의 귀부인의 명예를 지킬 것인가를 생각하고 있었다.그는 정말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몰라 그저 담담하게 대답했다."걱정마십시오. 이곳의 일은 자연히 처리할 사람이 있으니까요. 지금 사람의 목숨이 달려 있으니 저는 먼저 아주머님을 병원에 데려다주겠습니다."그러자 윤찬은 혜정을 차에 태우고 얼른 떠났다.차의 속도를 가장 빠르게 올려서야 윤찬은 마침내 제때에 혜정을 응급실로 보냈다.도착한 후, 혜정이 수술실로 밀려가는 것을 보고, 그는 마침내 한숨을 돌렸고, 고개를 숙여 몸에 입은 옷이 온통 핏자국인 것을 보고,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는 모든 일이 순조롭고, 혜정에게 무슨 일 생기지 않기를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잠시 후 의사가 걸어 나와 위독 통지를 내렸고, 수술을 하기 위해 가족더러 사인하라고 했다.윤찬은 난감해지며 설명을 했고, 의사는 가족이 사인하러 오지 않으면 수술을 진행할 수 없다고 했다.윤찬은 생각하다 그저 수현이 있는 병원에 연락할 수밖에 없었다.......수현은 병상에 누워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불안감에 갑자기 깨어났다. 그녀는 즉시 침대에 일어나 앉았고, 상처투성이인
수현은 목소리까지 떨렸기에 택시 기사도 더 이상 뭐라 묻지 못하고 가장 빠른 속도를 내어 병원으로 달려갔다.그러나 수현은 여전히 느리다고 생각하며 입으로 끊임없이 재촉했고, 그 바람에 가뜩이나 창백한 얼굴에 비정상적인 홍조가 나타나며 더욱 기괴해 보였다.차가 멈추자 수현은 바로 문을 열고 뛰쳐나갔고, 기사는 그제야 그녀가 심지어 돈도 주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그녀의 이런 모습을 보고 기사는 생각하다 결국 쫓아가서 돈을 내라고 하지 않고 유턴하여 떠났다.수현의 몸은 매우 허약했지만, 그녀는 아주 빨리 달렸다. 마치 자신의 모든 잠재력을 짜내려는 것처럼 오직 응급실 방향으로만 달려갔다.도착한 후, 그녀는 윤찬이 거기에 서 있는 것을 보았고, 걸어가서 그의 팔을 잡았다."우리 엄마한테 무슨 일 있었던 거죠? 왜 갑자기 응급실에 실려간 거예요? 어제까지만도 멀쩡했잖아요!?"윤찬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몰랐다. 비록 수현을 향한 원한이 있었지만, 이 일은 그와도 나름 관계가 있었다."이 일은 말하자면 길어요. 일단 사인부터 해서 빨리 사람을 구해야죠!"수현은 이 말을 듣고 즉시 의사를 바라보았는데, 의사는 그녀에게 종이 두 장을 건네주었다. 한 장은 위독 통지서였고 다른 한 장은 수술 동의서였다.수현은 손이 끊임없이 떨렸고, 위독 통지서란 몇 글자를 보면서 눈빛은 핏빛이 되어 마치 피눈물이 떨어질 것 같았다."빨리 사인해요. 환자분의 상황이 매우 좋지 않아서 시간을 더 끌면, 살려내더라도 후유증이 있을 거예요."의사는 생이별에 익숙해져서 비록 지금 수현의 고통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빨리 사인하는 게 중요헸다."그럴 게요......"수현이 입술을 꽉 깨물자 부드러운 입술이 터지더니 피방울이 스며 나왔다. 통증은 그녀로 하여금 정신 들게 만들었고, 그녀는 비틀거리며 그 동의서에 자신의 이름을 사인했다.의사는 서둘러 돌아가서 혜정을 위해 수술할 준비를 했다.수현은 그 문이 다시 닫히는 것을 보았고, 수술 중이란 세 글자가 적힌 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