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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화

아는 사이라도 답한다면 이소희는 분명 귀찮게 말을 더 많이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나와 진정우의 사이는 더 어색해지게 된다.

게다가 진정우의 방금 그 모습은 꼭 나와 아는 사이로 보이길 바라고 있지 않았다. 내가 그와 아는 사이임을 아는 사람은 아주 적었다.

“모르는 사이에요.”

나는 부인했다.

“그럼 어떻게...”

이소희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나는 서둘러 말했다.

“그냥 맞혀본 거예요.”

이소희는 음식을 별로 먹지 않았다. 모든 신경이 진정우에게 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평소에 밥을 아주 잘 먹었다. 심지어 오늘 주문한 음식은 그녀가 제일 좋아하는 치킨까스 덮밥이었다.

잘생긴 남자 앞에서는 제일 좋아하던 음식마저도 찬밥신세가 되었다.

“맞혀본 거라고요?”

이소희는 궁금한 것이 있으면 끝까지 알아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었다.

“언니, 그런 추측은 어떻게 하신 거예요? 진정우 씨 얼굴에 쓰여 있던가요?”

나는 정말로 어떻게 답해야 할지 몰랐다. 하지만 대답을 하지 않는다면 이소희는 분명 이상한 오해를 하게 될 것이었다. 그러던 순간 나의 눈에 진정우의 가방에 달린 키링이 들어왔다.

작고 하얀 토끼 모양이었고 아주 귀여웠다.

“그게.”

나는 얼른 키링을 보며 말했다.

“저걸 봤거든요. 저거라면 충분히 증명되지 않을까요?”

“저게 뭘 증명할 수 있는데요?”

이소희는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상남자 분위기 풀풀 난다는 남자가 저런 아기자기한 인형을 가방에 달고 다닌다는 자체가 이상하지 않아요?”

나는 옆에 있던 밀크티를 들어 두 입 마셨다.

‘을, 달아!'

이것 또한 이소희가 주문해준 것이었다.

“소희 씨, 다음엔 그냥 과일 주스로 부탁해요.”

나는 바로 이소희에게 말했다.

이소희는 내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진정우 가방에 달린 키링을 보며 혼자 중얼거렸다.

“지원 언니 말은, 저 인형이 어쩌면 여자친구가 준 인형일 수도 있다는 말이네요. 임자가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 말이에요.”

내 뜻을 드디어 알아챈 듯한 그녀를 보며 나는 어깨를 토닥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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