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대답하자마자 진정우는 전화를 끊어버렸다.지금의 그는 조명 기사일 뿐 아니라 갑이었던지라 밉보이면 안 되었다.그렇게 나는 잠옷 위에 겉옷을 하나 더 챙겨 입은 뒤 그의 방 문 앞으로 가 노크했다. 진정우는 문을 열었다. 그의 시선이 물기가 뚝뚝 떨어지는 내 머리칼로 향했고 목울대가 위아래로 움직였다.“아직도 아파요?”그가 나에게 물었다.그의 말에 나는 무엇을 말하는지 미처 눈치채지 못했다.“네?”진정우는 시선을 내리더니 내 허리를 보았다. 그제야 난 그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왜인지 모르겠으나 지금 내 심장이 쿵쾅쿵쾅 빠르게 뛰었다.“아, 괜찮아요.”나는 문틈 사이로 그의 방을 힐끗 보았다. 테이블 위에 노트북이 덩그러니 놓여 있는 것을 보아 내가 샤워하고 있을 때 이미 남은 일을 시작하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역시나 진정우는 직업 정신이 투철한 사람이었다.진정우는 걸음을 옮기며 방 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듬직한 몸으로 가렸다. 나도 시선을 거두고 그를 보았다. 그는 여전히 낮에 보았던 그 모습 그대로였지만 티셔츠를 허리에 두르고 있어 다리가 유난히도 길어 보였다.꼭 당장이라도 런웨이에 올라갈 것 같은 그런 모델 같았다.이런 그의 모습을 보니 그에게 푹 빠진 이소희의 마음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욕망은 인간의 본능이었다. 이 세상에서 욕망이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이걸 가져가서 발라요. 멍 빼는데 아주 좋은 연고니까요.”진정우는 작은 물건을 내게 건넸다. 그것은 연고였다.나는 그 연고를 받았다.“고마워요.”“그래도 아프면 병원에 가봐요.”그는 또 입을 열었다.연고를 챙겨 준 것도 모자라 아프면 병원에 가라고 하는 그의 말을 들으니 그가 나한테 신경 쓰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그러자 그가 말했다.“전 제가 일할 때 누가 건강 문제로 빠지면서 진도를 늦추는 걸 아주 싫어하거든요.”“...”알고 보니 그가 걱정하고 있는 것은 내가 아프다는 핑계로 일에 지장을 주는 것이었다.나
진정우가 나에게 친구 신청한 것에 딱히 뜻밖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지금 그와 같이 일하는 사이였기에 앞으로 연락할 일은 아주 많을 것이니 메신저 연락처를 추가하는 것이 더 편리할 수 있었다.다만 나는 바로 수락하지 않았다. 일단 안리영에게 답장을 보냈다. 그러나 안리영은 답장을 하지 않았다. 아마 바쁜 것 같았다.나는 이번에 강진혁에게 문자를 보냈다.[요즘 놀이공원 프로젝트로 바빠서 시간이 없을 것 같아요. 이번 프로젝트가 끝나면 구경시켜 드려도 될까요?]그리고 이내 나는 한 줄 더 보탰다.[죄송해요.]강진혁의 답장은 아주 빨랐다.[괜찮아. 그래도 아무리 바빠도 몸 챙기는 거 잊으면 안 돼.]나는 답장을 생각한 뒤 전송하려고 했지만 강진혁의 문자가 이어서 왔다.[기다릴게.]결국 나는 원래 작성했던 짤막한 대답을 지우고 다시 작성했다.[당분간 안 돌아가시려고요?][응, 당분간은 안 돌아갈 거야.]그의 답장을 본 나는 뜻밖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몇 초 뒤에야 나는 답장을 보냈다.[그럼 아저씨랑 아주머니가 아주 기뻐하시겠네요.]강진혁의 상태에 작성 중이라고 나타났다. 그러나 한참을 기다려도 그의 답장을 받지 못했다.나는 더는 기다리지 않고 메일을 눌러 미처 읽지 못한 메일을 읽으며 처리했다.이건 나의 습관이기도 했다. 받은 메일을 전부 제때 확인하고 처리해야 직성이 풀렸다. 그러나 메일함에는 아무런 메일도 없었다.받은 메일함에 0건이라고 표시되었다. 그 숫자를 본 순간 어딘가 공허한 기분이 들었다.이때 이소희가 다가와 핸드폰을 내 앞으로 내밀었다.“언니, 이 드라마 봤어요? 제가 최근에 즐겨보고 있는 드라마인데 여기 남자 주인공이랑 여자 주인공 두 번째로 같이 작품하고 있는 거거든요. 정말 재밌어요.”나는 힐끗 이소희가 내민 핸드폰을 보았다. 주인공들은 전부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이었다. 게다가 연기도 아주 잘했고 장르는 판타지인 듯했다. 여자 주인공이 갑자기 한 마리의 닭으로 변한 뒤 자신을 놀리고 있던 남자 주인공을 쪼아
진정우는 대체 왜 나한테 이런 질문을 한 것일까?질문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 나는 이내 답장을 보냈다.[?]진정우는 내게 답장을 하지 않았다. 게다가 그는 이미 아침을 먹었던지라 먼저 놀이공원으로 갔다.하룻밤 사이에 놀이공원의 전기 회로는 전부 수리되었다. 진정우도 조명 테스트하기 시작했다. 나는 담당자와 마찬가지였기에 그가 테스트하면 나는 살펴보았고 문제가 있는 조명을 발견하면 다시 조절했다.게다가 나는 어젯밤 그가 했던 말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 내 건강이 업무의 진도를 늦추는 이유가 되지 않길 바랐다.그는 기계처럼 쉼 없이 일했고 나도 쉬지 못했다. 심지어 물도 편하게 마시지 못했다. 가끔 물을 많이 마시면 자꾸만 화장실에 들락거려야 했기 때문이다.내가 화장실 다녀온 사이 그는 어쩌면 벌써 조명 수리를 끝냈을지도 몰랐다. 담당자인 나는 옆에서 지켜보며 기다려야 업무에 차질이 생기지 않았다.연속 사흘 동안 이렇듯 일한 덕에 결국 입안에 염증이 생기고 말았다. 그러나 나와 똑같이 물도 편하게 마시지 못하며 일한 진정우는 멀쩡했다.여자와 남자의 체력엔 역시나 차이가 존재했다.“언니, 물이라도 마셔요. 그러다간 쭈글쭈글 할머니가 되겠어요.”이소희는 나와 같은 방을 쓰고 있었기에 당연히 바로 내 상태를 바로 눈치채고 걱정스럽게 말했다.나는 웃으며 답했다.“제가 쭈글쭈글해진다고 해도 할머니가 아니라 그냥 수분 부족 미소녀가 되어 있을 거예요.”말을 마친 나는 얼른 고개를 젖히며 물을 마셨다. 마침 진정우와 시선이 마주친 나는 하마터면 사레에 들릴 뻔했다.“언니, 뭘 그렇게 허겁지겁 마셔요?”이소희가 얼른 내 등을 토닥여주었다.사다리에서 내려온 진정우는 생수병을 들고 꿀꺽꿀꺽 물을 마셨다.그는 아주 빠르게 마셨기에 목울대의 움직임도 빨랐다. 나는 나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이건 몸에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반응이었다.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유난히 진정우의 목울대에 예민한 것 같았다.‘설마 나 목울대에 페티시가 있는 건
고개를 돌리니 역시나 강유형이 보였다. 강유형은 나에게로 시선을 돌렸지만 이소희에게 말을 걸었다.“어디 가요?”“아, 지원 언니 구내염이라고 해서 약 사러 가는 길이었어요.”이소희가 말을 마치자마자 강유형이 성큼성큼 걸음을 옮겨 나에게로 왔다.“요즘 물은 마시고 있어?”나를 아주 잘 알고 있는 그는 바로 나에게 물었다. 나는 쉽게 열이 오르는 사람이었다. 그랬기에 쌀밥보다 죽을 더 자주 먹었고 평소에 물도 많이 마셨다.그렇지 않으면 지금처럼 구내염이 나거나 코피를 흘리기도 했다.나는 강유형과 10년을 함께 보냈었기에 그는 이런 나의 체질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의 이런 걱정 어린 말들은 비꼬는 것처럼 들렸고 나도 모르게 신지태의 말이 떠올랐다.‘둘은 서로에 대해 너무 잘 알아.'너무 잘 알고 있는 나머지 강유형은 나에게 더는 흥미가 없었고 과부에게 관심을 보이었다.“네가 여긴 어쩐 일이야?”나는 강유형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차가운 어투로 되물었다.강유형은 쌀쌀맞은 나의 모습에 바로 표정을 굳혔다. 입을 열려던 순간 내 옆에 서 있는 진정우를 발견하곤 말했다.“내가 여길 왜 왔겠어. 당연히 너한테 할 말이 있어서 왔지.”비록 그가 하려는 말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공과 사는 구분해야 했던지라 진정우가 옆에 있는 이 상황에선 대화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해 강유형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다만 멀리 가지는 않고 강유형을 불렀다.“나 일해야 하니까 할 말이 있으면 빨리해.”강유형은 걸음을 멈추더니 잔뜩 불쾌한 얼굴로 나를 보았다.“지금 일부러 나 화나게 하려고 그러는 거지? 나한테 복수하려고.”“뭐?”서두 없는 말에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윤지원, 넌 혼인신고 하기 싫다고 억지 부렸잖아. 그래, 그럼 그렇게 해. 나한테 복수하겠다고 다른 남자를 찾아도 참아줄게. 그런데 지인한테 손을 대면 안 되지. 그러면 나중에 우리 서로 얼굴 어떻게 보고 살라고?”강유형의 말에 나는 머리가 지끈거렸다.나는 2초간 멍 때리면
이제 보니 강유형에게 내 생각을 알려줄 필요가 있었다.“강유형, 넌 사소한 잘못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난 아니야. 난 참을 수 없는 잘못이었어. 내가 너랑 몇 년을 함께 보냈는데 너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겠지. 난 내 눈에 모래알이 들어오는 걸 참을 수가 없어.”나는 말하면서 걸음을 옮겼다. 그와 거리를 둘 생각이었다.“내가 한 사랑이 열정적이지 않아도 괜찮아. 하지만 내 남자가 다른 여자랑 애매모호한 사이가 되는 건 아주 싫거든. 조금이라도 애매모호해서도 안 돼. 난 완벽한 내 남자를 원하거든.”이 말을 내뱉으면서 나는 고개를 돌렸다. 강유형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그러나 고개를 돌린 순간 진정우와 시선이 마주쳤다. 그는 나와 몇 걸음 떨어진 거리에 있었다.내가 했던 말을 아마 전부 들었을 것이다.나와 시선이 마주친 그는 그저 짧게 나를 빤히 볼 뿐이다. 나는 고개를 돌려 강유형을 보았다. 여전히 내가 억지 부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얼굴이었다.“윤지원, 이 사회가, 이 세상이 변했다는 걸 왜 아직도 모르는 거지? 그딴 헛된 환상 속에서 이제 그만 깨어나라고.”확실히 이 세상엔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 아주 많았다. 예전처럼 느긋한 시대는 사라진 지 오래였고 평생 한 사람만 바라볼 수 있는 사랑도 거의 없었다.나는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그래, 완전한 내 남자가 될 수 없다고 나도 안 가질래. 뭐하러 쓸데없는 노력을 해.”강유형은 나의 말에 말문이 막혀 버렸다. 나는 그런 그를 빤히 보았다.“강유형, 오늘 이 대화가 우리의 마지막 대화였으면 좋겠어. 우린 이미 헤어졌으니까 각자 갈 길 가자고. 쓸데없는 미련도 품지 말고 깔끔히 헤어지자.”“하.”강유형은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그래, 서로 갈 길 가자. 나야말로 윤지원 네가 나 말고 어떤 남자를 찾는지 지켜보겠어.”말을 마친 그는 씩씩대며 자리를 떠났다.그런 그의 모습을 보니 너무도 유치하게 느껴졌고 토라진 어린아이 같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헤어지고 나서도 나
약의 효과는 아주 좋았다.바르고 나니 입안의 타들어 가는 통증도 어느 정도 사라졌다.점심을 먹으면서 물을 마셔도 전처럼 고통스럽지 않았다.다만 여전히 음식을 먹을 땐 조심스러웠다. 여하간에 반찬에 소금과 다른 조미료가 들어 있었기에 상처에 자극이 되어 분명 아플 것이었다.“언니, 우린 죽을 먹어요. 반찬은 간이 적은 야채 볶음을 먹어요.”이소희는 나를 엄청 챙겨주었다.나는 이소희가 고기를 좋아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괜찮아요. 저만 죽 먹을게요. 음식은 먹고 싶은 거로 주문해요.”이소희는 뭐라고 말하려 했지만 진정우가 다가왔다.“점심 같이 얻어먹어도 돼요?”덩치가 큰 남자가 먼저 다가와 점심을 얻어먹겠다고 하니 정말로 이상했다.다만 나는 거절하려고 했지만 그가 나의 입안에 약을 발라준 일이 떠올랐다. 그를 볼 때마다 민망했지만 그는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그러나 내가 입을 열기도 전에 진정우에게 푹 빠진 이소희가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진 기사님은 어떤 음식을 드시고 싶으세요?”“전...”진정우는 나를 힐끗 보았다.“윤 팀장님이랑 같은 거로 주세요. 죽이면 돼요.”이소희는 눈을 크게 떴다.“죽만 드시려고요? 다른 음식은 안 드세요?”“담백한 거로 주문해주시면 돼요. 간이 심심한 거로요.”진정우는 자신의 입을 가리켰다.“저도 이틀 동안 물을 자주 마시지 않았거든요.”“진 기사님도 구내염인 거예요?”이소희는 감탄하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괜히 나만 멀쩡한 것 같네. 혹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농땡이 피우고 있었나?”결국 세 사람은 돼지고기 야채죽과 소고기 오이볶음, 그리고 잡채를 주문했다.“진 기사님, 혹시 부족하진 않으세요? 양이 그다지 많은 것 같지 않네요.”주문을 하고 난 이소희가 진정우에게 물었다.“충분합니다.”진정우는 말수가 적었다.며칠간 일하면서도 그는 대부분 그저 묵묵히 일할 뿐이다.“언니, 우리 다른 요리 두 가지 더 주문해요. 진 기사님 몸은 아무리 봐도 이렇게 적게 먹는 사람 같아
나는 이소희가 포기하길 바라며 말했다.“아니요. 전 돈을 아주 사랑하는 사람이에요. 돈이 없으면 아무리 신이 조각한 얼굴이라고 해도 저한테 무용지물이에요.”말을 마치자마자 마침 진정우가 다가왔다.어쩌면 내가 한 말을 들은 것 같기도 했다.나는 피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와 이어질 가능성은 없었으니까. 차라리 그가 듣고 미리 단념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나는 그렇게 눈치 없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렇게나 나에게 스킨십을 하는데 내가 눈치 못 챌 리가 없지 않은가. 심지어 오늘은 약을 발라주었을 뿐 아니라 사소한 행동까지 그가 나에게 관심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언니, 너무 밝히는 거 아니에요?”이소희가 투덜댔다.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진정우를 보지도 않았다.이소희의 핸드폰이 울렸다. 그녀는 핸드폰을 힐끗 보더니 말했다.“고 비서님이에요.”‘고준석 비서님?!'“...네, 있어요. 놀이공원 A 구역에 있어요. 무슨 일이세요, 고 비서님? ...아, 네. 그럼 기다릴게요.”이소희는 전화를 끊자마자 나를 보았다.“고 비서님이 언니를 찾으세요.”‘고 비서님이 날 찾는다고?'‘왜? 설마 또 강유형과 연관이 있는 건 아니겠지?'다시 생각해 보니 나는 오전에 강유형에게 더는 찾아오지 말라고 말했었다. 그래서 설마 이젠 고준석을 시켜 찾아오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고준석이 왔다. 그의 손에는 도시락통이 있었다.“윤 팀장님, 이건 사모님이 전해주시라고 한 녹두차입니다. 속열을 내릴 수 있습니다.”‘아주머니가 직접 만드신 거라고?!'아주머니는 최근 나와 연락한 적 없었기에 속열이 났는지도 모른다. 그랬기에 이것은 강유형이 만들어낸 핑계였다.만약 강유형이 가져다준 것이라면 고준석에게 다시 가져가라고 할 수 있지만 아주머니가 만든 것이라면 그렇게 말할 수 없다.“네, 고마워요!”나는 도시락통을 받았다.그러나 고준석은 가지 않았다. 꼭 나에게 할 말이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알고 있었다. 그는 나를 봉화타운으
손을 안 씻은 사람은 나와 강진혁이었다.나는 아무래도 괜찮았지만 강진혁은 머쓱한 듯했다.“뭐 어차피 내 배 속으로 들어가는 데 문제없으면 그만이죠.”나는 이 어색한 분위기를 풀기 위해 먼저 말을 꺼냈다.다가오는 진정우 손에는 물티슈가 있었다.강진혁은 받으려 했지만 진정우는 손을 놓지 않았다. 결국은 내가 받으면서 한 장을 꺼내 강진혁에게 건네곤 나도 손을 닦았다.“지원아, 이분은 누구야?”강진혁은 불쾌한 티를 팍팍 내는 진정우가 누군지 아주 궁금했다.“이분은 진정우 씨, 조명 기사님이세요.”나는 강진혁에게 소개했다.나를 보는 진정우의 눈빛에선 압박감이 느껴졌고 결국 진정우에게도 강진혁을 소개하는 수밖에 없었다.“이분은 제... 오빠 강진혁이에요.”“안녕하세요.”강진혁은 진정우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그러나 진정우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다. 이소희가 바로 입을 열었다.“진 기사님은 결벽증이 있어요.”강진혁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렸다.“얼른 앉아서 먹어. 식으면 맛없으니까.”이소희는 입맛을 다셨다.“저도 하나 먹어도 돼요?”“물론이죠.”강진혁은 이내 진정우에게도 말했다.“진 기사님도 먹어봐요.”“아니요. 전 죽을 먹을 거예요.”진정우는 차갑게 거절한 뒤 자리를 떴다.이소희는 만두를 먹다가 갑자기 멈칫하더니 나를 보았다.“언니, 진 기사님 혹시 생리하는 건 아니겠죠?”나는 그런 이소희를 향해 엄지를 척 들었다.“정말 그런가 보네요.”강진혁은 나와 이소희의 대화에 웃음을 터뜨렸다.“진 기사님 성격이 좀 까칠하네요.”“아니에요. 사실 성격이 나쁘진 않아요. 조금 쌀쌀맞긴 하지만 이 정도로 까칠하진 않았거든요. 그런데 오늘은 왜 그러는지 모르겠네요.”이소희의 입은 음식으로도 막을 수 없었다.이때 주문한 음식이 도착했다. 다만 녹두차와 만두를 먹은 나는 더는 다른 음식을 먹을 수 없었고 이소희와 진정우가 전부 먹어치웠다.이소희는 당연히 진정우와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을 좋아했지만 진정우는 먼저 이소희에게 먹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