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우가 나에게 친구 신청한 것에 딱히 뜻밖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지금 그와 같이 일하는 사이였기에 앞으로 연락할 일은 아주 많을 것이니 메신저 연락처를 추가하는 것이 더 편리할 수 있었다.다만 나는 바로 수락하지 않았다. 일단 안리영에게 답장을 보냈다. 그러나 안리영은 답장을 하지 않았다. 아마 바쁜 것 같았다.나는 이번에 강진혁에게 문자를 보냈다.[요즘 놀이공원 프로젝트로 바빠서 시간이 없을 것 같아요. 이번 프로젝트가 끝나면 구경시켜 드려도 될까요?]그리고 이내 나는 한 줄 더 보탰다.[죄송해요.]강진혁의 답장은 아주 빨랐다.[괜찮아. 그래도 아무리 바빠도 몸 챙기는 거 잊으면 안 돼.]나는 답장을 생각한 뒤 전송하려고 했지만 강진혁의 문자가 이어서 왔다.[기다릴게.]결국 나는 원래 작성했던 짤막한 대답을 지우고 다시 작성했다.[당분간 안 돌아가시려고요?][응, 당분간은 안 돌아갈 거야.]그의 답장을 본 나는 뜻밖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몇 초 뒤에야 나는 답장을 보냈다.[그럼 아저씨랑 아주머니가 아주 기뻐하시겠네요.]강진혁의 상태에 작성 중이라고 나타났다. 그러나 한참을 기다려도 그의 답장을 받지 못했다.나는 더는 기다리지 않고 메일을 눌러 미처 읽지 못한 메일을 읽으며 처리했다.이건 나의 습관이기도 했다. 받은 메일을 전부 제때 확인하고 처리해야 직성이 풀렸다. 그러나 메일함에는 아무런 메일도 없었다.받은 메일함에 0건이라고 표시되었다. 그 숫자를 본 순간 어딘가 공허한 기분이 들었다.이때 이소희가 다가와 핸드폰을 내 앞으로 내밀었다.“언니, 이 드라마 봤어요? 제가 최근에 즐겨보고 있는 드라마인데 여기 남자 주인공이랑 여자 주인공 두 번째로 같이 작품하고 있는 거거든요. 정말 재밌어요.”나는 힐끗 이소희가 내민 핸드폰을 보았다. 주인공들은 전부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이었다. 게다가 연기도 아주 잘했고 장르는 판타지인 듯했다. 여자 주인공이 갑자기 한 마리의 닭으로 변한 뒤 자신을 놀리고 있던 남자 주인공을 쪼아
진정우는 대체 왜 나한테 이런 질문을 한 것일까?질문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 나는 이내 답장을 보냈다.[?]진정우는 내게 답장을 하지 않았다. 게다가 그는 이미 아침을 먹었던지라 먼저 놀이공원으로 갔다.하룻밤 사이에 놀이공원의 전기 회로는 전부 수리되었다. 진정우도 조명 테스트하기 시작했다. 나는 담당자와 마찬가지였기에 그가 테스트하면 나는 살펴보았고 문제가 있는 조명을 발견하면 다시 조절했다.게다가 나는 어젯밤 그가 했던 말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 내 건강이 업무의 진도를 늦추는 이유가 되지 않길 바랐다.그는 기계처럼 쉼 없이 일했고 나도 쉬지 못했다. 심지어 물도 편하게 마시지 못했다. 가끔 물을 많이 마시면 자꾸만 화장실에 들락거려야 했기 때문이다.내가 화장실 다녀온 사이 그는 어쩌면 벌써 조명 수리를 끝냈을지도 몰랐다. 담당자인 나는 옆에서 지켜보며 기다려야 업무에 차질이 생기지 않았다.연속 사흘 동안 이렇듯 일한 덕에 결국 입안에 염증이 생기고 말았다. 그러나 나와 똑같이 물도 편하게 마시지 못하며 일한 진정우는 멀쩡했다.여자와 남자의 체력엔 역시나 차이가 존재했다.“언니, 물이라도 마셔요. 그러다간 쭈글쭈글 할머니가 되겠어요.”이소희는 나와 같은 방을 쓰고 있었기에 당연히 바로 내 상태를 바로 눈치채고 걱정스럽게 말했다.나는 웃으며 답했다.“제가 쭈글쭈글해진다고 해도 할머니가 아니라 그냥 수분 부족 미소녀가 되어 있을 거예요.”말을 마친 나는 얼른 고개를 젖히며 물을 마셨다. 마침 진정우와 시선이 마주친 나는 하마터면 사레에 들릴 뻔했다.“언니, 뭘 그렇게 허겁지겁 마셔요?”이소희가 얼른 내 등을 토닥여주었다.사다리에서 내려온 진정우는 생수병을 들고 꿀꺽꿀꺽 물을 마셨다.그는 아주 빠르게 마셨기에 목울대의 움직임도 빨랐다. 나는 나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이건 몸에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반응이었다.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유난히 진정우의 목울대에 예민한 것 같았다.‘설마 나 목울대에 페티시가 있는 건
고개를 돌리니 역시나 강유형이 보였다. 강유형은 나에게로 시선을 돌렸지만 이소희에게 말을 걸었다.“어디 가요?”“아, 지원 언니 구내염이라고 해서 약 사러 가는 길이었어요.”이소희가 말을 마치자마자 강유형이 성큼성큼 걸음을 옮겨 나에게로 왔다.“요즘 물은 마시고 있어?”나를 아주 잘 알고 있는 그는 바로 나에게 물었다. 나는 쉽게 열이 오르는 사람이었다. 그랬기에 쌀밥보다 죽을 더 자주 먹었고 평소에 물도 많이 마셨다.그렇지 않으면 지금처럼 구내염이 나거나 코피를 흘리기도 했다.나는 강유형과 10년을 함께 보냈었기에 그는 이런 나의 체질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의 이런 걱정 어린 말들은 비꼬는 것처럼 들렸고 나도 모르게 신지태의 말이 떠올랐다.‘둘은 서로에 대해 너무 잘 알아.'너무 잘 알고 있는 나머지 강유형은 나에게 더는 흥미가 없었고 과부에게 관심을 보이었다.“네가 여긴 어쩐 일이야?”나는 강유형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차가운 어투로 되물었다.강유형은 쌀쌀맞은 나의 모습에 바로 표정을 굳혔다. 입을 열려던 순간 내 옆에 서 있는 진정우를 발견하곤 말했다.“내가 여길 왜 왔겠어. 당연히 너한테 할 말이 있어서 왔지.”비록 그가 하려는 말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공과 사는 구분해야 했던지라 진정우가 옆에 있는 이 상황에선 대화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해 강유형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다만 멀리 가지는 않고 강유형을 불렀다.“나 일해야 하니까 할 말이 있으면 빨리해.”강유형은 걸음을 멈추더니 잔뜩 불쾌한 얼굴로 나를 보았다.“지금 일부러 나 화나게 하려고 그러는 거지? 나한테 복수하려고.”“뭐?”서두 없는 말에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윤지원, 넌 혼인신고 하기 싫다고 억지 부렸잖아. 그래, 그럼 그렇게 해. 나한테 복수하겠다고 다른 남자를 찾아도 참아줄게. 그런데 지인한테 손을 대면 안 되지. 그러면 나중에 우리 서로 얼굴 어떻게 보고 살라고?”강유형의 말에 나는 머리가 지끈거렸다.나는 2초간 멍 때리면
이제 보니 강유형에게 내 생각을 알려줄 필요가 있었다.“강유형, 넌 사소한 잘못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난 아니야. 난 참을 수 없는 잘못이었어. 내가 너랑 몇 년을 함께 보냈는데 너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겠지. 난 내 눈에 모래알이 들어오는 걸 참을 수가 없어.”나는 말하면서 걸음을 옮겼다. 그와 거리를 둘 생각이었다.“내가 한 사랑이 열정적이지 않아도 괜찮아. 하지만 내 남자가 다른 여자랑 애매모호한 사이가 되는 건 아주 싫거든. 조금이라도 애매모호해서도 안 돼. 난 완벽한 내 남자를 원하거든.”이 말을 내뱉으면서 나는 고개를 돌렸다. 강유형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그러나 고개를 돌린 순간 진정우와 시선이 마주쳤다. 그는 나와 몇 걸음 떨어진 거리에 있었다.내가 했던 말을 아마 전부 들었을 것이다.나와 시선이 마주친 그는 그저 짧게 나를 빤히 볼 뿐이다. 나는 고개를 돌려 강유형을 보았다. 여전히 내가 억지 부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얼굴이었다.“윤지원, 이 사회가, 이 세상이 변했다는 걸 왜 아직도 모르는 거지? 그딴 헛된 환상 속에서 이제 그만 깨어나라고.”확실히 이 세상엔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 아주 많았다. 예전처럼 느긋한 시대는 사라진 지 오래였고 평생 한 사람만 바라볼 수 있는 사랑도 거의 없었다.나는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그래, 완전한 내 남자가 될 수 없다고 나도 안 가질래. 뭐하러 쓸데없는 노력을 해.”강유형은 나의 말에 말문이 막혀 버렸다. 나는 그런 그를 빤히 보았다.“강유형, 오늘 이 대화가 우리의 마지막 대화였으면 좋겠어. 우린 이미 헤어졌으니까 각자 갈 길 가자고. 쓸데없는 미련도 품지 말고 깔끔히 헤어지자.”“하.”강유형은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그래, 서로 갈 길 가자. 나야말로 윤지원 네가 나 말고 어떤 남자를 찾는지 지켜보겠어.”말을 마친 그는 씩씩대며 자리를 떠났다.그런 그의 모습을 보니 너무도 유치하게 느껴졌고 토라진 어린아이 같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헤어지고 나서도 나
약의 효과는 아주 좋았다.바르고 나니 입안의 타들어 가는 통증도 어느 정도 사라졌다.점심을 먹으면서 물을 마셔도 전처럼 고통스럽지 않았다.다만 여전히 음식을 먹을 땐 조심스러웠다. 여하간에 반찬에 소금과 다른 조미료가 들어 있었기에 상처에 자극이 되어 분명 아플 것이었다.“언니, 우린 죽을 먹어요. 반찬은 간이 적은 야채 볶음을 먹어요.”이소희는 나를 엄청 챙겨주었다.나는 이소희가 고기를 좋아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괜찮아요. 저만 죽 먹을게요. 음식은 먹고 싶은 거로 주문해요.”이소희는 뭐라고 말하려 했지만 진정우가 다가왔다.“점심 같이 얻어먹어도 돼요?”덩치가 큰 남자가 먼저 다가와 점심을 얻어먹겠다고 하니 정말로 이상했다.다만 나는 거절하려고 했지만 그가 나의 입안에 약을 발라준 일이 떠올랐다. 그를 볼 때마다 민망했지만 그는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그러나 내가 입을 열기도 전에 진정우에게 푹 빠진 이소희가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진 기사님은 어떤 음식을 드시고 싶으세요?”“전...”진정우는 나를 힐끗 보았다.“윤 팀장님이랑 같은 거로 주세요. 죽이면 돼요.”이소희는 눈을 크게 떴다.“죽만 드시려고요? 다른 음식은 안 드세요?”“담백한 거로 주문해주시면 돼요. 간이 심심한 거로요.”진정우는 자신의 입을 가리켰다.“저도 이틀 동안 물을 자주 마시지 않았거든요.”“진 기사님도 구내염인 거예요?”이소희는 감탄하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괜히 나만 멀쩡한 것 같네. 혹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농땡이 피우고 있었나?”결국 세 사람은 돼지고기 야채죽과 소고기 오이볶음, 그리고 잡채를 주문했다.“진 기사님, 혹시 부족하진 않으세요? 양이 그다지 많은 것 같지 않네요.”주문을 하고 난 이소희가 진정우에게 물었다.“충분합니다.”진정우는 말수가 적었다.며칠간 일하면서도 그는 대부분 그저 묵묵히 일할 뿐이다.“언니, 우리 다른 요리 두 가지 더 주문해요. 진 기사님 몸은 아무리 봐도 이렇게 적게 먹는 사람 같아
나는 이소희가 포기하길 바라며 말했다.“아니요. 전 돈을 아주 사랑하는 사람이에요. 돈이 없으면 아무리 신이 조각한 얼굴이라고 해도 저한테 무용지물이에요.”말을 마치자마자 마침 진정우가 다가왔다.어쩌면 내가 한 말을 들은 것 같기도 했다.나는 피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와 이어질 가능성은 없었으니까. 차라리 그가 듣고 미리 단념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나는 그렇게 눈치 없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렇게나 나에게 스킨십을 하는데 내가 눈치 못 챌 리가 없지 않은가. 심지어 오늘은 약을 발라주었을 뿐 아니라 사소한 행동까지 그가 나에게 관심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언니, 너무 밝히는 거 아니에요?”이소희가 투덜댔다.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진정우를 보지도 않았다.이소희의 핸드폰이 울렸다. 그녀는 핸드폰을 힐끗 보더니 말했다.“고 비서님이에요.”‘고준석 비서님?!'“...네, 있어요. 놀이공원 A 구역에 있어요. 무슨 일이세요, 고 비서님? ...아, 네. 그럼 기다릴게요.”이소희는 전화를 끊자마자 나를 보았다.“고 비서님이 언니를 찾으세요.”‘고 비서님이 날 찾는다고?'‘왜? 설마 또 강유형과 연관이 있는 건 아니겠지?'다시 생각해 보니 나는 오전에 강유형에게 더는 찾아오지 말라고 말했었다. 그래서 설마 이젠 고준석을 시켜 찾아오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고준석이 왔다. 그의 손에는 도시락통이 있었다.“윤 팀장님, 이건 사모님이 전해주시라고 한 녹두차입니다. 속열을 내릴 수 있습니다.”‘아주머니가 직접 만드신 거라고?!'아주머니는 최근 나와 연락한 적 없었기에 속열이 났는지도 모른다. 그랬기에 이것은 강유형이 만들어낸 핑계였다.만약 강유형이 가져다준 것이라면 고준석에게 다시 가져가라고 할 수 있지만 아주머니가 만든 것이라면 그렇게 말할 수 없다.“네, 고마워요!”나는 도시락통을 받았다.그러나 고준석은 가지 않았다. 꼭 나에게 할 말이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알고 있었다. 그는 나를 봉화타운으
손을 안 씻은 사람은 나와 강진혁이었다.나는 아무래도 괜찮았지만 강진혁은 머쓱한 듯했다.“뭐 어차피 내 배 속으로 들어가는 데 문제없으면 그만이죠.”나는 이 어색한 분위기를 풀기 위해 먼저 말을 꺼냈다.다가오는 진정우 손에는 물티슈가 있었다.강진혁은 받으려 했지만 진정우는 손을 놓지 않았다. 결국은 내가 받으면서 한 장을 꺼내 강진혁에게 건네곤 나도 손을 닦았다.“지원아, 이분은 누구야?”강진혁은 불쾌한 티를 팍팍 내는 진정우가 누군지 아주 궁금했다.“이분은 진정우 씨, 조명 기사님이세요.”나는 강진혁에게 소개했다.나를 보는 진정우의 눈빛에선 압박감이 느껴졌고 결국 진정우에게도 강진혁을 소개하는 수밖에 없었다.“이분은 제... 오빠 강진혁이에요.”“안녕하세요.”강진혁은 진정우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그러나 진정우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다. 이소희가 바로 입을 열었다.“진 기사님은 결벽증이 있어요.”강진혁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렸다.“얼른 앉아서 먹어. 식으면 맛없으니까.”이소희는 입맛을 다셨다.“저도 하나 먹어도 돼요?”“물론이죠.”강진혁은 이내 진정우에게도 말했다.“진 기사님도 먹어봐요.”“아니요. 전 죽을 먹을 거예요.”진정우는 차갑게 거절한 뒤 자리를 떴다.이소희는 만두를 먹다가 갑자기 멈칫하더니 나를 보았다.“언니, 진 기사님 혹시 생리하는 건 아니겠죠?”나는 그런 이소희를 향해 엄지를 척 들었다.“정말 그런가 보네요.”강진혁은 나와 이소희의 대화에 웃음을 터뜨렸다.“진 기사님 성격이 좀 까칠하네요.”“아니에요. 사실 성격이 나쁘진 않아요. 조금 쌀쌀맞긴 하지만 이 정도로 까칠하진 않았거든요. 그런데 오늘은 왜 그러는지 모르겠네요.”이소희의 입은 음식으로도 막을 수 없었다.이때 주문한 음식이 도착했다. 다만 녹두차와 만두를 먹은 나는 더는 다른 음식을 먹을 수 없었고 이소희와 진정우가 전부 먹어치웠다.이소희는 당연히 진정우와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을 좋아했지만 진정우는 먼저 이소희에게 먹으라
나는 그저 미소만 지었다.“다음 생에요. 다음 생에 전 두 분의 딸로 태어날 거예요. 그때가 되면... 오빠랑 저는 진짜 남매가 될 수 있겠죠.”강진혁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그리고 이내 만두를 보며 말했다.“더 먹어. 너 요즘 살 많이 빠졌어.”“네.”나는 다시 만두를 먹기 시작했다.강진혁은 내가 먹는 모습을 계속 지켜보았다. 결국 배가 부른 나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녹두차를 마셨다.“유형이는 여전히 널 걱정하고 있나 보네. 어머니가 만들었다는 거짓말을 하면서도 너에게 녹두차를 만들어준 것을 보면 말이야.”강진혁이 말했다.나는 바로 입꼬리를 올리며 픽 웃었다.“있을 때 잘하지 않고 이러는 건 문제 아닌가요?”구내염은 여전히 내 식욕을 방해하고 있었다. 나는 먹은 것을 정리한 뒤 말했다.“고마워요, 오빠. 이 먼 곳까지 와줘서요. 그리고 돌아가면 아저씨랑 아주머니께도 말씀드려주세요. 일 끝나면 바로 찾아뵐 거라고요.”나는 이 놀이공원을 가리켰다.“여긴 아마 한 달 정도 걸릴 것 같아요. 아직 조명 조절 완벽하게 못 했거든요. 그래서 요즘 많이 바빠요.”“그래, 유형이한테서 들었어. 그래도 몸 챙겨가면서 해.”강진혁이 당부했다.“네, 알겠어요.”나는 멀지 않은 곳에서 바쁘게 일하는 진정우를 가리켰다.“저 이젠 일하러 가봐야 할 것 같아요.”“그래, 조심히 해.”강진혁은 또 걱정 어린 말로 말했다.진정우는 결국 점심을 먹지 않았다. 오후 내내 나와 거의 말도 섞지 않은 것을 보아 어딘가 화가 난 듯한 모습이었다.나는 정말 그 이유를 몰랐다. 대체 그가 왜 화가 난 것인지를.연이은 며칠, 진정우는 전보다 더 말수가 없었고 차가웠으며 그저 묵묵히 일만 할 뿐이다.이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기에 나도 최선을 다해 협조했다. 다만 매일 물 마시며 쉬는 시간이 정해졌다.자기 몸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나를 위한 것인지 모를 휴식 시간이었다.일주일 동안 진도는 우리가 예상했던 대로 진행되었고 뜻밖의 상황은 벌어지지 않
나는 용은서를 품에 안고 눈앞의 사람들을 훑어보았다.그들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고 호시탐탐 나를 노려보았다. 곧이어 발자국 소리와 함께 애타는 외침이 들려왔다.“은서야, 두려워 마. 엄마가 왔어.”이 말을 듣고 나는 이 상황이 기가 막혔다. 함소은은 내 품에서 아이를 빼앗고 나를 밀쳐 버렸다.그녀는 연기를 정말 잘했다.함소은은 용은서를 안고 뽀뽀하며 달래더니 나를 노려보았다.“내가 지원 씨를 그렇게 믿고 은서랑 친구도 하게 해줬는데, 지원 씨는 어떻게 우리 모녀의 믿음과 사랑을 이용해 우리를 해쳐요?”“언니는 나를 해치지 않았어.”내가 입을 열기도 전에 용은서가 말했다.용은서의 말을 듣고 얼굴이 굳어진 함소은은 딸을 안고 울기 시작했다.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은 나를 괴롭히지 않았다. 함소은이 용은서를 데려가기 위해 그들과 함께 연기하러 온 것이었기 때문이다.용은서의 이 납치극 함소은에 의해 끝났지만 나의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되었다. 예상대로 용진표가 나를 찾아왔다.“지원 씨는 내가 왜 찾아왔는지 알고 있을 거야.”용진표는 직접적으로 말했다.나는 그를 보며 함소은이 계획한 이 연극 같은 상황이 생각났다. 사람은 평생 총명하다가도 어리석을 때가 있다고 하더니 지금의 용진표가 그랬다.그는 자신의 여자에게 놀아났다.“용 대표님은 제가 왜 은서를 납치했는지 알고 싶으신 거예요?”나는 용진표에게 물었다.그는 사람을 시켜 나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고 나를 여기로 초대했다. 함소은의 예측대로 나에게 빚진 것이 있었기에 너그럽게 나를 대했다.그래도 그는 이유를 알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용 대표님은 모르시나요?”나는 웃으면서 말했다.그는 손으로 짐볼을 굴리면서 말했다.“지원 씨는 단순히 복수만 하고 싶은 것이 아닐 거야. 그리고 복수를 한다고 해도 어린아이한테 손댈 사람은 아니야.”‘잔인한 그가 나를 이렇게 떳떳한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다니!’“지원 씨는 나에게 원인을 말해주지 않아도 돼. 우리 앉아서 얘기 나누면서 지원 씨가 원하
“네, 장소를 알려주세요.”그녀는 흔쾌히 대답했다.나는 사방을 둘러보다 카페 이름을 말했다. 반 시간쯤 기다리자 캐주얼차림에 오토바이를 탄 멋지고 훤칠한 외모를 가진 용설아가 왔다.진정우와 용설아는 취향이 서로 같았다. 나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진정우가 오토바이를 타던 모습이 떠올랐다.심지어 나는 진정우가 먼저 나를 사랑한 것이 아니었다면 지금쯤 그의 옆에는 내가 아니라 용설아였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죄송해요. 오래 기다렸죠?”용설아는 먼저 나에게 사과부터 했다.비록 그녀도 용씨 가문의 사람이었고 진정우와도 갈등이 있었지만 나는 그녀가 싫지 않았다.나는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제가 당돌했어요, 설아 씨 휴식 시간을 방해해서 죄송해요.”아까 그녀가 전화 받을 때 분명 자다 깬 목소리였다.“네, 요즘 잠을 못 자서 모처럼 오늘 좀 자고 있었는데 방해를 받았네요.”그녀는 직설적이었다.나는 그녀가 요즘 왜 잠을 못 잤는지 궁금했지만 그녀와 친하지 않아서 묻기가 어려웠기에 그녀에게 용건만 말했다.“오늘 설아 씨에게 부탁할 일이 있어서 만나자고 했어요.”“정우 때문이에요?”용설아도 시치미를 떼지 않았다.“아니에요.”말을 마치고 나는 머뭇거리며 계속 말했다.“제 남자는 제가 알아 할게요.”“하하”용설아는 해맑게 웃었다.“나에게 이 말 해주려고 만나자고 한 거예요?”나도 웃었다.“저는 그런 생각 한 적 없어요. 오늘 다른 부탁이 있어서 만나자고 했어요.”“뭔데요?”나는 몇 초간 고민하다 말했다.“용준호의 약점이 무엇인지 알려주세요.”용설아는 몇 초간 멈칫하더니 말했다.“약점을 손에 잡고 준호를 협박하려고요?”“네, 저는 준호 씨가 제 친구를 괴롭힐까 봐 걱정돼서요. 만약 그가 함부로 하지 않는다면 저도 이 수법을 쓰지 않을 거예요.”나는 용설아에게 설명했다.용설아는 몇 초간 침묵하더니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나의 조카인 준호를 배신하란 거예요?”“당신들의 관계를 알아요. 하지만 설아 씨도 준호 씨가 하는 짓
나는 용준호가 이 요구를 제시한 것이 하나도 놀랍지 않았다. 그리고 예전에 내가 살던 집 주소지로 안리영에게 택배를 보낸 것은 나를 끌어들이기 위함이다.정말 청춘어람이라고 그의 아버지 모습을 그대로 잘 이어받았다.“먼저 무슨 일이신지 말씀해 보세요.”나는 그가 마음대로 나의 약점을 가지고 나를 협박하지 못하게 했다.그가 나를 마음대로 협박하는 것도 나의 약점이 안리영이라는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이 사실일지라도 나는 그를 눈치채게 하면 안 되었다.“지원 씨, 정우가 준 물건을 내놔.”용준호는 직접적으로 말했다.나는 웃으면서 말했다.“정우 씨가 나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면 믿으실 수 있어요?”용준호는 가볍게 비웃으며 말했다.“지원 씨, 이러면 재미가 없어.”나는 조롱 하며 말했다.“믿지 않으셔도 말할게요. 전에 휴링턴에 있을 때 정우 씨와 제가 어떤 상황이었는지 직접 두 눈으로 보셨죠? 그러다 정우 씨가 사고 난 후 그의 얼굴을 보기도 전에 용씨 가문 딸인 설아 씨가 화장해 버렸어요. 정우 씨를 접촉하지도 못했는데 나에게 준 것이 뭐가 있겠어요?”용준호는 턱을 어루만지며 나를 바라보았다.용준호가 이상한 낌새를 느끼지 못하게 나도 그의 눈길을 피하지 않았다.“정말 정우 씨에게 뭐가 있다고 생각되면 준호 씨의 고모를 찾아가야 할 것 같아요.정우 씨를 제일 마지막으로 접촉한 사람이 설아 씨에요.”나는 모든 것을 용씨 가문에 떠넘겼다. 용설아가 지금 어떤 역할을 맡았는지 모르지만 모든 것을 그녀가 떠안는 것이 내가 떠안는 것보다 낫다.“지원 씨의 속내를 모를 줄 알아? 나의 고모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면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생각하나 보지?”용준호도 바보는 아니었다.“그건 준호 씨와 고모 사이의 일이고요. 아무튼 정우 씨는 저에게 준 것이 없어요.만약 있다고 해도...”나는 일부러 머뭇거리며 말했다.“그건 바로 정우 씨가 저에게 남긴 상처뿐이죠.”나는 손으로 가슴을 찔렀다.“여기요, 칼로 한번 갈라 볼래요?”
그녀가 온라인 쇼핑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그녀의 표정에서도 알 수 있었다.나는 하루 종일 수술만 한 안리영을 대신해 택배를 받아 받는 사람 이름을 확인했더니 확실히 그녀에게 온 택배였다.“설마 또 너를 애모하는 누군가가 보낸 거 아니야?”나는 택배를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안리영은 모르는 표정이었다. 그녀는 책상 위의 커터 칼로 택배를 열어보았다.나도 그녀처럼 안에 든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쳐다보았지만 택배의 외부 포장을 뜯어 내부 상자를 열자 그녀와 나는 동시에 돼지를 잡는듯한 비명을 질렀다.그리고 이 비명은 계속 되였다...밖에서 이 소리를 듣고 누군가가 달려 들어와 여기저기 기어다니는 뱀을 잡을 때까지 말이다.나와 안리영은 놀라서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방금 택배를 여는 순간 뱀이 툭 튀어나왔고 심지어 그 뱀이 나와 안리영의 얼굴을 스쳐지났다...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와 안리영은 연체동물을 제일 무서워한다. 심지어 뱀뿐만 아니라 애벌레도 무서워한다.이는 분명히 일부러 안리영이 겁먹게 하려고 협박하는 것이다.송장에 있는 배송지를 확인해 보니 내가 전에 살던 동네였다. 하지만 그곳은 이미 철거된 상태이기에 협박 소포를 보낸 사람은 나를 아는 사람일 것이다.이 사람은 나를 알고 있고 지금 또 안리영도 협박한 걸 보니 나는 바로 무슨 의미인지 이해되었다.안리영이 피해를 본 여자들의 일을 조사하는 것을 도운 것이 발각된 것이다. 이는 그녀더러 더 이상 참견하지 말라는 경고이다.“리영아, 미안해. 결국엔 너도 이 일에 연루됐어.”새하얗게 질린 안리영의 얼굴을 보고 마음이 아팠던 나는 그녀에게 사과했다.내가 제일 두려워하던 일이 결국엔 일어나고 말았다.“리영아, 이 일은 여기서 그만하자. 너는 더 이상 참견하지 마. 뱀을 보낸 것을 보면 그냥 너에게 참견하지 말라는 경고야. 앞으로 더 이상 너에게 허튼짓하지는 않을 거야.”나는 안리영에게 말했다.안리영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협박 같은 거 나는 두렵지 않아.”안리영은 고집이 센
그가 나에게 할 말이란 자신의 후사에 관한 일이었다.“삼촌, 이런 말씀 하실 필요 없어요. 삼촌은 괜찮으실 거예요.”나는 그를 위로했다.하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그는 여전히 자신의 자산과 부동산 그리고 세상 물정들을 나에게 당부했다.그는 유언을 남기는 것이었다. 그와 비록 감정이 깊지 않았지만 나는 여전히 이별의 아픔을 느꼈다.그는 낮은 목소리로 슬퍼하는 나를 위로했다.“지원아, 누구나 다 죽게 돼 있어. 언젠가 그날이 온다면 슬퍼할 필요 없어, 나와 외숙모는 희연이와 재회하러 간 거야, 우리 가족이 다시 하늘나라에서 행복하게 함께 살 수 있어.”이제야 그가 딸을 잃은 후 얼마나 슬프고 외로웠으며 그에게 하루하루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게 되었다.그는 유희연에 대한 그리움을 마음속 깊이 담아두고 있었고 한 번도 언급한 적이 없었다.나는 불안한 마음으로 그의 손을 잡고 말했다.“삼촌한테는 제가 있잖아요, 이젠 저한테도 가족이 삼촌밖에 없어요.”나와 그는 혈연이 있으나 늦게 만난 탓에 정이 깊지 않았다.아무 말도 하지 않는 그를 보고 나는 그가 삶에 대한 욕구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나도 그의 가족이지만 친딸을 대신할 수는 없었다.그는 딸을 찾으러 가려는 것이다.지금까지 그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아내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가 무사하길 원한다면 외숙모에게 아무 일도 없어야 한다.“리영아, 구 교수님을 만나면 나를 도와줄 수 있는지 물어봐 줄 수 있어?”나는 안리영을 찾아 그녀에게 도와 달라고 부탁했다.외숙모가 넘어져 이렇게 된 후 의사는 심근경색이라고 했다. 이 분야는 구안석전문이었다.“알았어, 마침 요 며칠 사이에 선배가 돌아올 거야.”안리영이 흔쾌히 대답해서 나는 그녀의 안색이 어둡다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잘됐네.”나는 흥분해서 말했다.심장 분야 전문인 구안석이 진소영의 심장 이식도 성공했기에 외숙모의 일도 희망이 있을 것이다.안리영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용은서를 언급했다.“은서가 너무 불쌍해. 집으로 일찍
“아니에요, 저는 단지 은서가 나에게로 빨리 돌아오기를 바랄 뿐이에요.”함소은의 얼굴은 수척해 보였다.하지만 나는 그녀가 불쌍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의 자업자득이라고 생각했다.“소은 씨, 며칠도 참았는데 사흘만 더 참으세요.”나의 말을 들은 함소은은 화를 냈다.“지원 씨, 지금 무슨 뜻이에요? 이제 와서 나 몰라라 하는 건 아니죠?”“전 소은 씨에게 이삼일만 더 기다려달라고 하는 거예요.”나는 그녀에게 설명했다.“왜 기다려야 하는데요? 뭘 하려고 그래요?”그녀는 머리가 좋았다.나는 차창 밖을 바라보며 말했다.“누군가 무사하게 돌아오기를 기다리려고요.”함소은은 나를 붙잡고 말했다.“은서로 성재 씨를 맞바꾸려고 그러는 거죠?”함소은도 배성재가 무엇을 하러 갔는지 알고 있다. 나도 대범하게 인정했다.“네.”“지원 씨!”함소은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어떻게 이렇게 비열할 수가 있어요, 은서는 아직 아이일 뿐이에요.”“네, 맞아요. 은서는 당신이 딸이기도 하죠. 그런데 당신도 은서를 도구로 이용하지 않았나요?”나는 그녀에게 거침없이 말했다.게다가 윤은서도 함소은이 직접 나한테 보내온 도구였기에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눈을 부릅뜨고 나를 노려보던 함소은은 몇 초 후 김빠진 공처럼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이 세상에는 믿을 사람이 오직 자신뿐이네요.”나는 그녀의 인생을 꿰뚫어 본 듯한 발언을 무시한 채 차분하게 말했다.“은서는 무사할 거예요, 며칠 소은 씨와 늦게 만날 뿐이에요.”함소은은 더 말해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를 데려다준 후 함소은은 떠났다. 나는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은 후 음식을 주문했다. 배불리 먹고 물건을 사서 유희연의 집으로 갔다.그곳에 갇혀있는 동안 나는 꿈에서 유희연을 보았다. 비록 꿈은 무의식적인 행동이지만 나는 그녀가 나에게 무언가를 암시해 주는 것이라고 느껴졌다.유희연이 세상에서 가족은 오직 부모뿐이었기에 나는 그녀의 걱정도 그들이라고 생각
“뭔데요?”그녀의 말을 들은 안리영은 놀라지 않았다.누구든 나에게 요구하는 것이 있으면 나도 그에게 보답을 원한다. 이른바 오는 것이 있어야 가는 것이 있는 법이다.“지원 씨는 제 딸을 납치한 죄를 뒤집어써야 해요.”함소은의 말을 들은 안리영은 그녀의 뜻을 이해했다.“소은 씨는 지금 이 상황을 수습하기 힘들죠?”그녀의 마음을 간파한 안리영이 말했다.함소은도 숨기지 않고 말했다.“진표 그 개자식은 은서를 매우 사랑하는 것 같지만 이 상황이 되도록 그는 조급해하지 않아요.”그녀는 자신이 딸 용은서로 용진표에게서 돈을 바꾸고 싶었지만 그는 속지 않았다. 게다가 며칠 동안 갇혀 있던 딸은 울고불고 난리를 피워 보러 가고 싶었으나 노출이 될 것이 두려웠고 그녀도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그녀는 아무 이유 없이 납치당한 아이를 돌아오게 할 수 없었다. 그녀가 들은 바에 의하면 용진표는 누가 자신의 딸을 납치했는지 조사 하라고 시켰고 그녀를 의심하는 것 같았다.그래서 그녀는 최대한 빨리 은서를 무사히 돌아오게 해야 했다, 그러면 용진표도 조사를 멈출 것이다.“그러나 지원이가 죄를 뒤집어쓴다면 용 대표님이 그녀를 가만히 두지 않을 거예요.”안리영이 말했다.“진표 씨는 지원 씨 부모님께 목숨값 두 개를 빚진 것이 있기에 지원 씨가 그의 딸을 납치했다고 해도 아무 일 없을 거예요. 게다가 은서가 다치지 않았기에 진표 씨는 지원 씨를 난처하게 하지 않을 거예요.”함소은의 분석이 매우 정확했다.안리영은 웃으면서 말했다.“소은 씨는 얼굴이 이쁠 뿐만 아니라 지능도 좋아요.”함소은은 조롱하듯 웃었다. 만약 용진표가 그녀의 외모에 반해 그녀를 좋아하지 않았다면 그의 숨겨둔 애인에 그치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는 정태성과 함께 연수해서 회사원이나 성공적인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하지만 모든 것을 용진표가 망가뜨렸다. 이쁜 얼굴이 싫었던 그녀는 누가 그녀를 이쁘다고 칭찬하면 화를 냈다.누군가는 아름다운 외모를 밑천으로 생각하지만 그녀에게는 모든 불행의 시작이
함소은은 안리영의 말을 확신하는 듯 그녀를 넋 놓고 바라보았다.“만약 태성 씨를 만나고 싶으시다면 제가 도와드릴 수 있어요.”말을 마친 안리영은 고개를 흔들며 웃었다.“저 말고 지원이가 도울 수 있어요.”안리영을 본 함소은은 첫눈에 그녀를 보낸 것이 윤지원이라는 것을 알았다. 윤지원의 상황을 생각한 함소은은 비웃으며 말했다.“지금 지원 씨 자신도 돌볼 수 없는 상황인데 나를 도울 수 있다고요?”“지원이 이 보살이 그곳에 들어가 나랏밥을 먹을 수 있는 것도 기회를 만들어준 소은 씨에게 감사드려야죠.”안리영은 힌트를 주었다.함소은은 안리영의 눈길을 피해 다른 곳을 바라보며 말했다.“나랑 뭔 상관이에요?”안리영은 직설적으로 말했다.“소은 씨, 여기까지 말했으면 더 이상 시치미를 떼지 마세요. 사실 은서는 소은 씨가 사람을 시켜 데려간 거죠?”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함소은은 화를 내며 소파를 내리쳤다.“무슨 헛소리에요? 제가 왜 제 딸을 납치해요. 저...”“소은 씨는 딸로 정태성을 맞바꾸려고 그러는 거잖아요.”안리영은 그녀의 말을 자르고 말했다.얼굴을 돌린 함소은은 그녀의 말을 부정했다.“아니에요.”“제가 용 대표님에게는 말하지 않을게요. 두려워 마세요.”안리영은 그녀를 안심시켰다.“그럼, 이 말을 저에게 한 이유가 뭐예요?”함소은은 직접적으로 안리영에게 물었다.안리영은 숨을 들이쉬고 말했다.“지원이가 저를 보낸 게 맞아요. 지원이는 지금 그곳에서 너무 불편해서 나오고 싶어 해요.”“나오고 싶으면 경찰을 찾으면 될 것을 저를 찾아 뭐 해요?”함소은은 콧방귀를 뀌었다.안리영은 가볍게 웃었다.“소은 씨가 지원이를 그곳에서 꺼내준다면 정태성을 만나게 도와줄 거예요.”안리영의 말을 들은 함소은은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며 웃었다.갑자기 웃음을 터뜨린 함소은의 모습을 본 안리영은 그녀의 마음을 가늠할 수 없었다.“지원 씨가 나오려고 하면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많을 텐데, 왜 저를 찾아오신 거죠?”함소은은 웃으면서 안리영에게
‘위선적이야!’그냥 거절하면 될 것을 방금까지 그녀와 여자 친구가 없다고 부정하던 조시언은 지금 또 여자 친구가 있다고 말했다.“못 믿겠으면 물어봐요.”조시언은 안리영을 가리키며 말했다.안리영은 속으로 중얼거렸다.‘나랑 뭔 상관이야?’사실 이쯤 되면 여인은 조시언에게 거절을 당했기에 즉시 떠나는 것이 맞으나 여인은 대답을 요구하듯 안리영을 바라보았다.안리영은 그런 그녀를 원망하지 않고 오히려 조시언을 노려봤다. 이어서 안리영이 대답하려는데 조시언이 먼저 말했다.“조금 전 여자 친구랑 산부인과에 갔던 일을 물어봤어요.”안리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놀란 여인은 얼굴이 빨개서 뒤돌아 도망갔다.“삼촌은 여인들의 고백을 거절하는 법도 다양하네요.”안리영은 조시언을 조롱하며 말했다.그녀의 말을 들은 조시언이 말했다.“쌀국수 왔어.”조시언이 말을 마치자 복무원이 쌀국수를 들고 왔다. 조용하게 앉아서 쌀국수를 먹던 안리영은 열심히 먹는 조시언의 모습을 바라보고 자신도 열심히 먹었다.역시 장사가 잘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쌀국수가 정말 맛있었다. 얼큰하게 먹었던 안리영은 코끝에 땀이 났다.반면 우아하고 차분한 조시언의 모습은 마치 프랑스 파스타를 먹는 것 같았다.쌀국수를 먹은 후 조시언이 그녀와 할 말 도 다 했기에 안리영은 그와 작별했다.“삼촌, 나 먼저 갈게, 다음에 봐.”“리영아.”조시언이 귀국 후 처음으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어릴 적 그는 그녀를 항상 이렇게 불렀기에 안리영은 그때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조시언을 바라본 그녀는 그가 말하기를 기다렸다.“나중에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직접 물어봐, 스스로 추측하지 말고.”조시언의 말을 들은 안리영은 난감했다.다시는 그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이기에 나중은 없을 것이다.조시언과 헤어진 후 함소은을 찾아온 안리영은 문전박대를 당했다. 안리영은 전혀 놀라지 않고 그녀를 거절한 사람에게 말했다.“태성 씨가 보냈다고 소은 씨에게 전해주세요.”이 말은 확실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