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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화

“네.”

대답하자마자 진정우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지금의 그는 조명 기사일 뿐 아니라 갑이었던지라 밉보이면 안 되었다.

그렇게 나는 잠옷 위에 겉옷을 하나 더 챙겨 입은 뒤 그의 방 문 앞으로 가 노크했다. 진정우는 문을 열었다. 그의 시선이 물기가 뚝뚝 떨어지는 내 머리칼로 향했고 목울대가 위아래로 움직였다.

“아직도 아파요?”

그가 나에게 물었다.

그의 말에 나는 무엇을 말하는지 미처 눈치채지 못했다.

“네?”

진정우는 시선을 내리더니 내 허리를 보았다. 그제야 난 그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왜인지 모르겠으나 지금 내 심장이 쿵쾅쿵쾅 빠르게 뛰었다.

“아, 괜찮아요.”

나는 문틈 사이로 그의 방을 힐끗 보았다. 테이블 위에 노트북이 덩그러니 놓여 있는 것을 보아 내가 샤워하고 있을 때 이미 남은 일을 시작하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역시나 진정우는 직업 정신이 투철한 사람이었다.

진정우는 걸음을 옮기며 방 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듬직한 몸으로 가렸다. 나도 시선을 거두고 그를 보았다. 그는 여전히 낮에 보았던 그 모습 그대로였지만 티셔츠를 허리에 두르고 있어 다리가 유난히도 길어 보였다.

꼭 당장이라도 런웨이에 올라갈 것 같은 그런 모델 같았다.

이런 그의 모습을 보니 그에게 푹 빠진 이소희의 마음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욕망은 인간의 본능이었다. 이 세상에서 욕망이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이걸 가져가서 발라요. 멍 빼는데 아주 좋은 연고니까요.”

진정우는 작은 물건을 내게 건넸다. 그것은 연고였다.

나는 그 연고를 받았다.

“고마워요.”

“그래도 아프면 병원에 가봐요.”

그는 또 입을 열었다.

연고를 챙겨 준 것도 모자라 아프면 병원에 가라고 하는 그의 말을 들으니 그가 나한테 신경 쓰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자 그가 말했다.

“전 제가 일할 때 누가 건강 문제로 빠지면서 진도를 늦추는 걸 아주 싫어하거든요.”

“...”

알고 보니 그가 걱정하고 있는 것은 내가 아프다는 핑계로 일에 지장을 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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