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의 효과는 아주 좋았다.바르고 나니 입안의 타들어 가는 통증도 어느 정도 사라졌다.점심을 먹으면서 물을 마셔도 전처럼 고통스럽지 않았다.다만 여전히 음식을 먹을 땐 조심스러웠다. 여하간에 반찬에 소금과 다른 조미료가 들어 있었기에 상처에 자극이 되어 분명 아플 것이었다.“언니, 우린 죽을 먹어요. 반찬은 간이 적은 야채 볶음을 먹어요.”이소희는 나를 엄청 챙겨주었다.나는 이소희가 고기를 좋아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괜찮아요. 저만 죽 먹을게요. 음식은 먹고 싶은 거로 주문해요.”이소희는 뭐라고 말하려 했지만 진정우가 다가왔다.“점심 같이 얻어먹어도 돼요?”덩치가 큰 남자가 먼저 다가와 점심을 얻어먹겠다고 하니 정말로 이상했다.다만 나는 거절하려고 했지만 그가 나의 입안에 약을 발라준 일이 떠올랐다. 그를 볼 때마다 민망했지만 그는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그러나 내가 입을 열기도 전에 진정우에게 푹 빠진 이소희가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진 기사님은 어떤 음식을 드시고 싶으세요?”“전...”진정우는 나를 힐끗 보았다.“윤 팀장님이랑 같은 거로 주세요. 죽이면 돼요.”이소희는 눈을 크게 떴다.“죽만 드시려고요? 다른 음식은 안 드세요?”“담백한 거로 주문해주시면 돼요. 간이 심심한 거로요.”진정우는 자신의 입을 가리켰다.“저도 이틀 동안 물을 자주 마시지 않았거든요.”“진 기사님도 구내염인 거예요?”이소희는 감탄하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괜히 나만 멀쩡한 것 같네. 혹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농땡이 피우고 있었나?”결국 세 사람은 돼지고기 야채죽과 소고기 오이볶음, 그리고 잡채를 주문했다.“진 기사님, 혹시 부족하진 않으세요? 양이 그다지 많은 것 같지 않네요.”주문을 하고 난 이소희가 진정우에게 물었다.“충분합니다.”진정우는 말수가 적었다.며칠간 일하면서도 그는 대부분 그저 묵묵히 일할 뿐이다.“언니, 우리 다른 요리 두 가지 더 주문해요. 진 기사님 몸은 아무리 봐도 이렇게 적게 먹는 사람 같아
나는 이소희가 포기하길 바라며 말했다.“아니요. 전 돈을 아주 사랑하는 사람이에요. 돈이 없으면 아무리 신이 조각한 얼굴이라고 해도 저한테 무용지물이에요.”말을 마치자마자 마침 진정우가 다가왔다.어쩌면 내가 한 말을 들은 것 같기도 했다.나는 피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와 이어질 가능성은 없었으니까. 차라리 그가 듣고 미리 단념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나는 그렇게 눈치 없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렇게나 나에게 스킨십을 하는데 내가 눈치 못 챌 리가 없지 않은가. 심지어 오늘은 약을 발라주었을 뿐 아니라 사소한 행동까지 그가 나에게 관심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언니, 너무 밝히는 거 아니에요?”이소희가 투덜댔다.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진정우를 보지도 않았다.이소희의 핸드폰이 울렸다. 그녀는 핸드폰을 힐끗 보더니 말했다.“고 비서님이에요.”‘고준석 비서님?!'“...네, 있어요. 놀이공원 A 구역에 있어요. 무슨 일이세요, 고 비서님? ...아, 네. 그럼 기다릴게요.”이소희는 전화를 끊자마자 나를 보았다.“고 비서님이 언니를 찾으세요.”‘고 비서님이 날 찾는다고?'‘왜? 설마 또 강유형과 연관이 있는 건 아니겠지?'다시 생각해 보니 나는 오전에 강유형에게 더는 찾아오지 말라고 말했었다. 그래서 설마 이젠 고준석을 시켜 찾아오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고준석이 왔다. 그의 손에는 도시락통이 있었다.“윤 팀장님, 이건 사모님이 전해주시라고 한 녹두차입니다. 속열을 내릴 수 있습니다.”‘아주머니가 직접 만드신 거라고?!'아주머니는 최근 나와 연락한 적 없었기에 속열이 났는지도 모른다. 그랬기에 이것은 강유형이 만들어낸 핑계였다.만약 강유형이 가져다준 것이라면 고준석에게 다시 가져가라고 할 수 있지만 아주머니가 만든 것이라면 그렇게 말할 수 없다.“네, 고마워요!”나는 도시락통을 받았다.그러나 고준석은 가지 않았다. 꼭 나에게 할 말이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알고 있었다. 그는 나를 봉화타운으
손을 안 씻은 사람은 나와 강진혁이었다.나는 아무래도 괜찮았지만 강진혁은 머쓱한 듯했다.“뭐 어차피 내 배 속으로 들어가는 데 문제없으면 그만이죠.”나는 이 어색한 분위기를 풀기 위해 먼저 말을 꺼냈다.다가오는 진정우 손에는 물티슈가 있었다.강진혁은 받으려 했지만 진정우는 손을 놓지 않았다. 결국은 내가 받으면서 한 장을 꺼내 강진혁에게 건네곤 나도 손을 닦았다.“지원아, 이분은 누구야?”강진혁은 불쾌한 티를 팍팍 내는 진정우가 누군지 아주 궁금했다.“이분은 진정우 씨, 조명 기사님이세요.”나는 강진혁에게 소개했다.나를 보는 진정우의 눈빛에선 압박감이 느껴졌고 결국 진정우에게도 강진혁을 소개하는 수밖에 없었다.“이분은 제... 오빠 강진혁이에요.”“안녕하세요.”강진혁은 진정우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그러나 진정우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다. 이소희가 바로 입을 열었다.“진 기사님은 결벽증이 있어요.”강진혁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렸다.“얼른 앉아서 먹어. 식으면 맛없으니까.”이소희는 입맛을 다셨다.“저도 하나 먹어도 돼요?”“물론이죠.”강진혁은 이내 진정우에게도 말했다.“진 기사님도 먹어봐요.”“아니요. 전 죽을 먹을 거예요.”진정우는 차갑게 거절한 뒤 자리를 떴다.이소희는 만두를 먹다가 갑자기 멈칫하더니 나를 보았다.“언니, 진 기사님 혹시 생리하는 건 아니겠죠?”나는 그런 이소희를 향해 엄지를 척 들었다.“정말 그런가 보네요.”강진혁은 나와 이소희의 대화에 웃음을 터뜨렸다.“진 기사님 성격이 좀 까칠하네요.”“아니에요. 사실 성격이 나쁘진 않아요. 조금 쌀쌀맞긴 하지만 이 정도로 까칠하진 않았거든요. 그런데 오늘은 왜 그러는지 모르겠네요.”이소희의 입은 음식으로도 막을 수 없었다.이때 주문한 음식이 도착했다. 다만 녹두차와 만두를 먹은 나는 더는 다른 음식을 먹을 수 없었고 이소희와 진정우가 전부 먹어치웠다.이소희는 당연히 진정우와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을 좋아했지만 진정우는 먼저 이소희에게 먹으라
나는 그저 미소만 지었다.“다음 생에요. 다음 생에 전 두 분의 딸로 태어날 거예요. 그때가 되면... 오빠랑 저는 진짜 남매가 될 수 있겠죠.”강진혁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그리고 이내 만두를 보며 말했다.“더 먹어. 너 요즘 살 많이 빠졌어.”“네.”나는 다시 만두를 먹기 시작했다.강진혁은 내가 먹는 모습을 계속 지켜보았다. 결국 배가 부른 나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녹두차를 마셨다.“유형이는 여전히 널 걱정하고 있나 보네. 어머니가 만들었다는 거짓말을 하면서도 너에게 녹두차를 만들어준 것을 보면 말이야.”강진혁이 말했다.나는 바로 입꼬리를 올리며 픽 웃었다.“있을 때 잘하지 않고 이러는 건 문제 아닌가요?”구내염은 여전히 내 식욕을 방해하고 있었다. 나는 먹은 것을 정리한 뒤 말했다.“고마워요, 오빠. 이 먼 곳까지 와줘서요. 그리고 돌아가면 아저씨랑 아주머니께도 말씀드려주세요. 일 끝나면 바로 찾아뵐 거라고요.”나는 이 놀이공원을 가리켰다.“여긴 아마 한 달 정도 걸릴 것 같아요. 아직 조명 조절 완벽하게 못 했거든요. 그래서 요즘 많이 바빠요.”“그래, 유형이한테서 들었어. 그래도 몸 챙겨가면서 해.”강진혁이 당부했다.“네, 알겠어요.”나는 멀지 않은 곳에서 바쁘게 일하는 진정우를 가리켰다.“저 이젠 일하러 가봐야 할 것 같아요.”“그래, 조심히 해.”강진혁은 또 걱정 어린 말로 말했다.진정우는 결국 점심을 먹지 않았다. 오후 내내 나와 거의 말도 섞지 않은 것을 보아 어딘가 화가 난 듯한 모습이었다.나는 정말 그 이유를 몰랐다. 대체 그가 왜 화가 난 것인지를.연이은 며칠, 진정우는 전보다 더 말수가 없었고 차가웠으며 그저 묵묵히 일만 할 뿐이다.이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기에 나도 최선을 다해 협조했다. 다만 매일 물 마시며 쉬는 시간이 정해졌다.자기 몸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나를 위한 것인지 모를 휴식 시간이었다.일주일 동안 진도는 우리가 예상했던 대로 진행되었고 뜻밖의 상황은 벌어지지 않
진정우가 통화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 나는 이미 노트북 앞에서 기절한 듯 자고 있었다. 은은한 호텔 방 불빛이 내 얼굴에 비치고 그의 시선도 내 얼굴에 닿았다.나는 그의 시선을 느낄 수 있었으나 눈이 떠지지 않았다.한참 지나자 그가 나직하게 날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다윤아...”‘다윤아?!'‘지금 날 부른 거야?'‘맞네, 날 부른 거네.'강씨 가문으로 들어가기 전 나의 이름은 다윤이었다. 지원이가 아니라.하지만 그동안 이 이름을 부르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오빠, 난 다윤이라고 해...”그 순간 머릿속에 작은 여자아이가 나타났다. 여자아이는 양 갈래로 두 개의 만두 머리를 했고 포동포동한 볼살로 귀엽게 어떤 한 남자아이를 보며 말했다.남자아이는 무뚝뚝한 성격이었던지라 말수가 적었다.곧이어 내가 그 여자아이가 되었고 남자아이는 진정우가 되었다. 나는 어느새 진정우의 등에 업혀 있었다.“오빠, 냄새가 너무 좋아...”“오빠 목 뒤에 까만 콩이 있어. 내가 뜯어줄게.”“다윤아, 그만. 아파.”“다윤아, 오빠 힘든데 그만 뛰면 안 될까?”...“엄마, 난 오빠가 좋아. 크면 오빠랑 결혼할 거야...”“하하...”“엄마, 아빠! 웃지만 말고. 다윤이는 커서 오빠랑 결혼할 거라고!”“다윤아, 넌 오빠랑 결혼할 수 없어. 너한테는 이미 약혼자가 있단다...”“싫어! 약혼자랑 결혼 안 해! 싫어!”그 순간 나는 꿈에서 깨게 되었고 숨을 몰아쉬었다.조금 이상했다. 왜 갑자기 이런 꿈을 꾸게 되었는지. 게다가 몸이 아주 작은 것을 보아 네 살쯤 되는 것 같았다.침대에 누운 나는 멍하니 천장을 30초간 보다가 다시 일어났다. 하지만 어딘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이 방은 내 방이 아니었다.머리가 빠르게 돌아가면서 어젯밤 기억이 떠올랐다. 나는 화들짝 놀라며 침대에서 일어나 주위를 살폈지만 진정우는 없었다.나는 이내 고개를 숙여 몸을 보았다. 다행히 옷은 그대로 있었다.놀란 가슴을 달래며 밖으로 나가니 소파에서 자는 진정우가 보였
안리영이 지금 이 시간에 답장하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기에 나는 대화창에서 나와 SNS를 열었다. 그러자 신지태가 올린 여유로운 사진을 보게 되었다.사진 속 신지태는 혼자가 아니었다. 옆엔 다른 사람도 있었고 몇 명이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그중 아주 익숙한 손이 보였다. 그것은 강유형의 손이었다.그의 손가락에 끼어 있는 싸구려 반지는 내가 선물한 것이기 때문이다.지금 그 반지를 다시 보니 너무도 유치하고 창피했다.그 반지는 한 쌍이었다. 남은 하나는 나에게 있었고 내가 18살 때 생일 선물로 산 것이다. 가격고 기껏해야 19만 9천 원이었다.내가 간직하고 있는 것은 여성 사이즈였고 남성 사이즈는 강유형이 끼고 있었다. 그때만 해도 강유형은 이 반지를 보며 목줄을 채우는 것이냐며 놀리기도 했었다.그러다 나중엔 그는 더는 이 반지를 끼고 다니지 않았다. 궁금했던 나는 떠보듯 물었지만 들려온 대답은 다른 사람들이 비웃을까 봐 뺐다는 것이다.너무 싸구려라서.나는 그 말의 의미를 알고 있었다. 고귀한 몸인 강유형이 고작 20만 원 하는 반지를 끼고 다니기엔 체면을 구기지 않겠는가?하지만 그 반지는 내가 처음으로 가정 교사 아르바이트하면서 번 돈이었다.그날 이후로 나는 더는 이 반지에 관해 묻지 않았고 그도 끼지 않았다. 그런데 사진 속 강유형은 반지를 끼고 있었다.대체 무슨 생각인 걸까?대체 뭘 하고 싶은 걸까?나도 이젠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몰랐다. 알고 싶지도 않았다.다만 그 반지는 확실히 나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나도 모르게 항상 강유형의 앞에서 주눅 들어 눈치만 살피며 비위를 맞추던 나 자신이 떠올랐다.안리영의 답장이 오면서 나는 생각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누구랑 잤는데?]안리영은 직설적이었다.나는 이 문자를 보고도 바로 답장하지 않았다. 강유형이 낀 반지 때문에 머릿속이 엉망이 되었기 때문이다.[강유형?]안리영이 또 문자를 보냈다.[아니, 걔는 아닐 거야.][혹시 정우 오빠?]안리영은 진정우임을 알아맞
정말이지 너무 민망했다.당사자인 이소희보다 내가 더 민망함을 느꼈다.이소희도 물론 민망해하고 있었지만 강철 멘탈인 이소희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헤헤, 네. 그럼 부탁드릴게요.”이소희는 내 가방을 의자에 내려놓고 빠르게 내 곁으로 다가와 찰싹 붙었다. 그리곤 걸으면서 말했다.“진 기사님 정말로 생리 중인 거죠? 오늘도 뭔가 히스테리가 심하네요.”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소희는 진정우가 짜증을 냈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이상하게도... 내가 힘들까 봐 진정우가 이소희에게 직접 음식을 가져올 것을 권하는 것으로 들렸다.‘정말로 날 걱정하고 있는 것일까?'이런 생각이 들자 나도 모르게 몸을 흠칫 떨며 얼른 생각을 지웠다. 날이 가면 갈수록 착각만 심해지는 것 같았다.“이따가 우리 그냥 따로 앉아요.”음식을 받은 뒤 어젯밤 진정우의 방에서 잔 일이 떠오른 나는 더는 그를 마주할 수 없다고 생각해 이소희에게 말했다.“왜 따로 앉아요? 아는 사이인데 같이 앉아야죠. 게다가 방금 오늘 할 일도 정해야 한다면서요.”이소희는 일 핑계로 말했기에 나는 더는 반박할 수 없었다.다만 나는 그녀의 속내를 꿰뚫어 보았다.“소희 씨는 잘생긴 얼굴 조금이라도 더 구경하려고 그러는 거잖아요. 아니에요?”“언니, 어쩜 날 그렇게 잘 알아요?!”이소희는 헤실헤실 웃으며 말했다.결국 진정우와 한 테이블에 앉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더 말하지 않았다. 괜히 이소희가 쓸데없는 생각을 하면서 이상한 오해를 하는 게 싫었기 때문이다.이소희는 엉뚱한 사람이기도 했지만 머리가 좋았다.음식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자마자 누군가 다가왔다.“어머, 소희야. 정말 너구나?”아주 예쁜 여자가 손에 음식 그릇을 들고 있었다.이소희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반겨주었다.“뭐야, 반장! 네가 여긴 어쩐 일이야?”“나야 출장 왔지. 정말 오랜만이네. 우리 같이 먹을까?”여자는 이소희에게 아침을 함께 먹자고 제안했다.이소희의 반응은 나를 먼저 보는 것이 아니라 진정우를 힐끗 보더
“팀장님은 모르시겠지만 저 연애 한 번도 못 해봤어요. 저는 팀장님처럼 경험이 많지도 못해요. 파혼한 약혼남에, 친한 오빠에, 그냥 아는 남자에... 팀장님처럼 알고 지내는 이성도 별로 없어요.”진정우는 나를 바라보며 느릿느릿 말했다. 나는 입을 열었다. 하지만 소리를 내기도 전에 그가 고개를 숙이며 먼저 말을 이었다.“그러니까 두려워해야 하는 사람은 저예요. 어젯밤 저희가 같은 방에 있었던 게 소문이라도 난다면, 사람들이 저를 어떻게 생각하겠어요.”“제가 진 기사님의 명성에 먹칠했다는 거예요?”나는 약간 화가 난 말투로 물었다.“그런 뜻은 아니에요. 팀장님 어젯밤은 그냥 잠만 잤잖아요.”진정우의 말을 듣고 있자면 내가 변태라도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는 고단수였다.나는 속으로만 씩씩댈 뿐 별다른 말은 하지 못했다. 손에 들린 빵만 애꿎은 화풀이 대상이 되었다.“명성을 지키려면 저한테서 멀어져야겠네요.”빵을 다 먹고 난 나는 소심하게 반격했다.“그건 어려울 것 같은데요. 저희같이 일하고 있잖아요.”진정우는 티슈를 내려놓고 몸을 일으켰다.“...”내가 아침 식사를 끝냈을 때 이소희도 끝냈다. 그녀는 동창들과 인사했다. 다음에는 꼭 오기 전에 연락하겠다면서 말이다.동창들이 차에 탄 다음 그녀는 고개를 돌려서 나를 바라봤다.“언니, 진 기사님이랑 무슨 얘기 했어요? 둘이 한참 얘기하던데?”나는 어이가 없었다. 그녀는 동창들과 밥 먹을 때에도 나를 관찰하고 있었던 것이다.“별 얘기 안 했어요.”나는 짧은 말로 둘러댔다. 이소희는 당연히 믿지 않고 계속 말하라는 듯이 눈을 깜빡였다. 그래서 나는 마지못해 말을 이었다.“그냥 일 얘기예요. 저희 앞으로 야근이 더 잦아질 것 같다고요.”“네?”이소희는 급 울상이 되었다.“기사님 너무 한 거 아니에요? 못됐어요, 정말!”나는 말없이 그녀와 함께 놀이동산에 갔다. 진정우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우리가 차에서 내릴 때야 그는 따릉이를 타고 왔다.“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