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형 어머니는 내 손을 잡고 있던 손이 잠시 떨리더니 곧바로 욕을 퍼부었다. “이 못된 녀석! 내가 지금 당장 전화해서 불러올게. 도대체 뭘 하고 싶은 건지 물어보겠어. 아니, 분명 그때 그 조나연이라는 여자와 아무 일도 없다고 했잖아!” 그러고는 내 손을 놓고 핸드폰을 찾으러 가려 했다. 저릿한 손을 살짝 움직이며 나는 말했다. “아주머니, 저 회사에서 이미 강유형이랑 얘기 다 했어요. 강유형도 이별에 동의했어요. 그리고 또...” 말을 잠시 멈춘 후 덧붙였다. “그 여자를 회사에까지 끌어들였더라고요.”오늘 내가 하는 말들이 전부 일종의 고자질처럼 들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 된 이상 더 이상 숨길 필요는 없었다. 강유형이 한 일들을 전부 털어놓기로 마음먹었다. “뭐라고?” 이번에는 두 분 모두 놀라서 눈이 커졌다. 특히 강유형 아버지의 얼굴은 완전히 어두워졌고 어머니는 그에게 따져 물었다. “아니, 당신은 회사 일은 다 파악하고 있다더니, 이건 어떻게 몰랐어?” 역시나 예상대로였다. 강유형 아버지는 집에 앉아서도 회사 내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일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직원 한 명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 같은 소소한 일은 회장이 일일이 챙기지 않는 게 당연하다. 강유형 아버지는 말없이 앉아 있었지만 그의 눈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이를 본 어머니는 다시 말했다. “유형이 불러와서 따져 물어야겠어.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봐야지!” 나는 그를 부르지 않도록 말렸다. 그가 와봐야 상황은 더 혼란스러워질 뿐이었다. “아저씨, 아주머니, 여러분도 받아들이기 힘드실 텐데, 하물며 제가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어요? 강유형은 조나연 씨랑 스캔들이 터졌을 때도 저를 무시했어요. 그리고 이제는 그 여자를 회사에까지 들이면서 저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 같아요.”강유형 어머니는 내 손을 다시 꼭 잡고 말했다. “지원아, 우리가 그 여자를 내쫓게 할게.” “아주머니, 강유형은 혼인 신고하는 전날에
강진혁이 돌아왔다! 그의 귀환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마치 그가 내 아버지의 오래된 전화번호를 기억하고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강유형의 부모님도 마찬가지로 당황한 표정이었다. 두 분은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하며 그를 바라봤다. 강진혁은 네 해 동안 집을 떠나 한 번도 돌아오지 않았다. 그런 그가 이렇게 갑자기 돌아왔으니 두 분은 놀라움과 반가움이 교차하는 듯했다.“왜 그래요? 어머니, 아버지는 제가 오면 반갑지 않으신가요?” 강진혁이 다가오며 미소 지으며 물었다. 그는 언제나 따뜻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었다. 정말로 믿음직한 큰오빠 같은 느낌이었다. 내가 강유형의 집에서 보낸 지난 10년 동안, 강진혁은 떠나기 전까지 나에게 가장 많은 따뜻함을 주었던 사람이다. 그는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람이었기에 강유형처럼 티 나게 나를 돌봐준 건 아니었지만 그가 나에게 베푼 온정은 결코 적지 않았다.“오빠!” 나는 그를 향해 반갑게 불렀다. 그제서야 강유형의 부모님도 정신을 차렸다. 강유형 어머니는 나를 놓고 일어나 강진혁의 앞에 서서 그의 팔을 가볍게 두 번 툭툭 쳤다. “부모 생각은 하긴 했네. 그래도 돌아올 줄은 알았구나.” 강유형 아버지도 한마디 거들었다. “미리 말이라도 좀 해주지 그랬어?” 강진혁은 나를 한번 힐끔 본 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좀 깜짝 놀래켜드리고 싶었어요.”강유형 어머니의 눈가에는 눈물이 맺혔고, 강진혁은 그녀를 가볍게 끌어안으며 말했다. “어머니.” 이 한마디에 강유형 어머니는 다시 한 번 그의 팔을 툭 치더니 그를 꽉 껴안았다. “너 이렇게 오랫동안 안 돌아오길래, 나랑 네 아빠가 너한테 뭐 잘못한 줄 알았지 뭐야. 그래서 너 우리한테 불만이라도 있는 줄 알고...” “어머니, 그런 말씀 마세요. 그냥 해외에서 너무 바빴을 뿐이에요.” 그가 이 말을 하면서 나를 향해 보내는 눈빛은 너무나도 직설적이고 강렬했다. 그 순간 내 심장은 뜻밖에도 크게 요동쳤다.
강진혁은 멈춰 서서 의아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줌마가 새로 인테리어 하셨대요.” 말을 끝내고 그의 가방을 건네주며 덧붙였다. “오빠 먼저 짐 정리하고 좀 쉬세요. 저도 좀 챙길 게 있어서요.” 그는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방으로 돌아갔다.방 안은 여전히 나와 강유형의 물건들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내가 떠난 이후로 이 방에는 아무도 머물지 않았던 것이 분명했다. 강유형도 이곳에 한 번도 돌아오지 않았나 보다. 그렇다면 그는 그동안 어디서 지냈을까? 혹시 조나연이 머물고 있는 봉화타운하우스에서였을까?그 생각에 가슴이 답답해졌다. 마음속에서 강유형을 떼어내긴 했지만 그가 남긴 상처는 아직 치유되지 않은 채였다. 나는 그를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서둘러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불필요한 물건을 정리하는 습관이 있었던 터라 내 물건은 많지 않았다. 그래서 옷과 생활용품을 하나의 여행가방에 다 넣을 수 있었다.거의 다 정리할 즈음 방 문이 두드려졌다. 문을 열어보니 강진혁이 서 있었다. 그는 옷을 갈아입었고, 그의 시선은 방 안의 짐이 가득 든 내 여행가방으로 향했다. 이내 그의 이마에 깊은 주름이 생겼다. “너, 집에서 나가려는 거야?” “네. 여기 더 이상 있으면 서로 불편하잖아요.” 그렇게 말하며 나는 다시 짐을 정리했다.강진혁은 방 안으로 들어와 열려 있는 옷장을 보았다. 옷장 안에는 여전히 강유형의 옷이 걸려 있었다. 그의 손이 잠시 움켜쥐듯이 떨렸다. “너와 유형이는 오랫동안 함께 있었잖아. 그런데 이렇게 떠나는 거... 아쉽지 않아?” 그의 말은 느리지만 묵직하게 다가왔다. ‘아쉽냐고?' 나는 잠시 멈춰서 생각했다. “오빠도 알잖아요. 내가 가장 잘하는 게 바로 단호하게 정리하는 거라는 걸.” 강진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남은 짐을 마저 챙기고 가방을 닫았다. 그리고 가방을 침대에서 내리려는 순간, 그의 손이 가방 위에
“꼬맹아, 너한텐 아직 내가 있잖아.” 강진혁이 말하며 커다란 손으로 내 뒷머리를 가볍게 두드린 후, 나를 놓아주었다. 울지 않으려던 나는 그 순간 눈물이 갑자기 눈가에 차올랐고 뚝뚝 떨어졌다. 내가 아무리 참으려 해도 막을 수가 없었다. 이 눈물은 절대 흘려서는 안 된다. 내 마음을 들켜버릴 테니까.나는 눈물을 삼키려 애썼지만 억누를수록 더 많이 흘러내렸다. 급히 고개를 돌려 그의 시선을 피하며 내 초라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했다. 그때 강진혁의 손이 다시 내 머리 위에 얹혔다. 부드럽게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그는 말했다. “내 앞에서 우는 게 뭐가 부끄럽다고. 너 잊었어?” 이건 그가 예전에도 했던 말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또다시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내 마지막 자존심을 찢어내는 말처럼 들렸다. 나는 급히 돌아서서 그의 눈을 피하며 서둘러 눈물을 닦아냈다.아마 내 속내를 읽었는지, 그는 내 여행가방을 들어올리며 말했다. “가방 차에 먼저 실어둘게.” 그가 방을 나가고 나는 얼굴을 손으로 가렸다. 눈물은 계속해서 흘러내렸다.나는 천천히 계단을 내려갔다. 부엌에서 강유형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여전히 분주하게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아들이 돌아온 기쁨이 결국 나를 잃는 불안감을 덮어버린 듯했다. 나는 그들과 더 이상 인사하지 않았다. 그들이 내 울고 붉어진 눈을 보지 않길 원했고 그들이 나를 붙잡을까 두려웠다.강진혁은 차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어딘가를 응시하며 생각에 잠긴 듯했다. 내가 다가가자 그는 다시 평소처럼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내가 데려다줄까?” 나는 고개를 저으며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오빠는 4년 만에 돌아왔잖아요. 이 도시도 많이 변했을 텐데, 길 잃을지도 몰라요.” 강진혁은 미소를 살짝 지었다. “그래?” 나는 고개를 숙이고 발끝만 바라봤다. 그의 눈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서였다. 내 부은 눈을 그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으니까
“아뇨. 우리 둘이 머물러야죠. 조명 조정 효과를 보려면 밤이 가장 적합하니까, 통근하느라 왔다 갔다 하는 것보다 여기서 밤새거나 자정까지 일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에요.” 내가 설명하자 이소희가 나를 보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언니는 정말 섬세해요!” “혹시 남자 친구가 있다면 미리 얘기해둬요. 요즘 좀 바빠서 데이트 시간 뺏길 테니까.” 나는 웃으며 덧붙였다. 이소희도 환하게 웃었다. 그 웃음 속에는 달콤한 행복이 가득했다. “괜찮아요, 이번 기회에 그 사람을 좀 시험해보려고요.”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일하러 가요. 시간을 절약하려면 문제의 원인을 빨리 파악해서, 상대방이 도착하면 바로 해결할 수 있게 해야 해요.” 이소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도면을 꺼냈다. “제가 A구역, D구역, F구역을 맡을게요.” “나머지는 내가 맡죠.” 나는 비록 팀장이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이소희와 똑같이 발로 뛰며 일을 해야 한다.다음 날, 우리는 먼저 시공사에서 파견한 두 명과 만났다. 한 사람은 한남석이었고, 다른 사람은 오돌쇠였다. 오후에는 조명 공급업체에서 온 두 명과 만났다. 한 사람은 성이 장, 다른 사람은 성이 김이었다. 우리는 함께 찾아낸 문제를 바탕으로 먼저 토론을 한 후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결국 모두가 동의한 결론은, 사용된 조명 자체나 시공에는 문제가 없고 조명 조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었다.계약서에 따르면 조명 조정은 조명을 공급한 업체의 책임이었다. 김 기사님은 즉시 회사에 연락했고 나에게 답변을 주었다. “조명 조정 기사 두 분이 내일 오후에 도착할 겁니다.” 나는 마음이 조급해졌다. “좀 더 빨리 오게 할 수는 없나요?” 비록 한 달의 시간이 남아있긴 했지만 조명 조정은 세심한 작업이었다. 한 군데의 조명만 해도 여러 번 조정해야 할 수 있고, 이 놀이공원의 조명은 수만 개에 달하니까, 속도를 내지 않으면 절대 기한 내에 끝낼 수 없었다. 게다가 마지막에는 최소한 강
넷째: [예쁜 아가씨, 정말 유형이랑 헤어졌어?]일곱째: [형수님 화내지 마세요. 저희가 대신해서 그 녀석 혼내줄게요.] 둘째: [지원 씨, 언제 시간되면 유형이랑 같이 밥 한 끼 합시다.] 다섯째: [나도 참가할래. 형수님이랑 유형이 형이 잘 풀리도록 꼭 내가 도와줄게.] 첫째: [너희들 그만 떠들어. 부부 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잖아. 왜 다들 같이 난리야?]나는 이 메시지들을 보고 어리둥절했다. 도대체 무슨 얘기를 들은 건지, 왜 나한테 이런 말을 하는 걸까? 이 그룹에는 총 여덟 명이 있었다. 말한 사람들 외에도 강유형, 나, 그리고 신지태가 있었다. 신지태는 유일하게 말이 없었지만 나와 가장 친한 사람이었다. 나는 그에게 개인 메시지를 보냈다.[오빠, 대체 다들 무슨 소리를 들은 거야?] 이 그룹에서 강유형은 셋째, 신지태는 여섯째였다. 원래라면 강유형처럼 그도 나를 형수라 불러야 했지만, 내가 그와 처음 알게 됐을 때는 아직 강유형과 명확한 관계가 아니었다. 그때 이미 강유형과 의형제를 맺었고, 나는 그때부터 그를 오빠라 불렀다. 그래서 지금도 여전히 그를 오빠, 또는 지태 오빠라 부른다.신지태는 즉각 답장을 보냈다.[유형이가 인스타에 글 올렸어, 못 봤어?]그가 단톡방 메시지를 봤을 거라는 건 알고 있었다. 나랑 강유형 사이의 일을 알고도 말하지 않은 것 뿐이다.그의 답장을 보고 나는 곧바로 인스타를 열었다. 강유형이 올린 사진은 갓 꺾은 붉은 장미 한 송이였다. 문구는 이랬다.[역시 붉은 게 예쁘네.]내가 흰 장미를 좋아한다는 걸 모든 이들이 알고 있었다. 그가 이런 글을 올린 건, 우리 사이를 아는 사람들에게 내가 더 이상 그가 원하는 ‘장미’가 아니라는 걸 알리려는 의도였다. 그가 전화로 남긴 그 차가운 말들을 떠올리며, 나는 그가 조나연과 함께하려는 의사를 이런 식으로 표현한 거라고 생각했다.단톡방 사람들은 여전히 내 반응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분명히 대답해야 했으니, 곧장 강유형의 인스타
신지태는 고개를 끄덕이며 놀이공원 안으로 들어갔다. 나도 얼른 그를 따라갔다.“단톡방은 왜 나간 거야?”그가 걸으면서 내게 물었다.“네 친구들이 모여있는 단톡방이잖아. 내가 거기 남아서 뭐해. 오히려 내가 거기 남아 있으면 하고 싶은 말도 못 하고 있을 텐데.”게다가 강유형도 단톡방에서 이런 말을 했었다.[다들 말조심해. 내 여보가 여기 있으니까.]여보라는 호칭에 나는 그 문자를 한참 빤히 보았다. 너무 행복해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으니까.“그런 걸 다 신경 쓰고 있었어?”신지태의 목소리에 나는 다시 현실로 돌아올 수 있었다.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신지태는 킥보드 앞에 멈춰 섰다.“탈 줄 알아?”“응, 알아!”내가 대답하자마자 신지태는 킥보드를 당기더니 타면서 빙빙 돌았다.“어라? 정말 재밌잖아?”지금 신지태의 모습은 세 살배기 어린아이 같았다.그가 신나게 킥보드 타고 있는 모습을 보며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벌써 두어 바퀴 돌고 온 신지태가 나에게 말했다.“정말로 강유형이랑 헤어지려고?”나는 옆에 있던 기둥에 몸을 기대었다.“나 결벽증 있는 거 기억 안 나?”신지태는 또 한 바퀴 돌고 왔다.“이렇게 쉽게 놓아주는 게 오히려 너무 봐주고 있다는 생각은 안 들어?”“난 늘 자비로웠어!”내 말에 신지태는 웃음을 터뜨리더니 킥보드를 멈추었다.“어제 네가 단톡방을 나가고 나서 다들 무슨 얘기를 했는지 알아?”“알고 싶지 않아.”난 직설적으로 답했다.그러나 신지태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다들 네가 너무 쉽게 강유형 포기했다고 했어. 네가 강유형을 뼛속 깊이 사랑하지 않아서 쉽게 포기한 거라고.”나는 고개를 끄덕였다.“뭐 어쩌면 그럴지도.”“유형이가 단톡방에서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알아?”신지태는 느긋한 얼굴로 나를 보았다.나는 2초간 생각해 보았다.“단톡방을 나갔겠지.”신지태는 나를 향해 엄지를 척 들었다.“와, 정말이지 이런 부분에선 둘이 아주 잘 맞는다니까.”“아니, 지금 강유형에게
‘진정우?!'‘택시 운전기사가 아니었나? 언제부터 내가 그토록 찾아다니던 조명 기사가 되었지?!'그 순간 나는 헛것을 보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진 기사님, 이분은 윤 팀장님이세요!”김석민이 간단히 소개했다.진정우는 나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안녕하세요, 윤 팀장님.”그는 마치 나를 처음 만나는 듯한 눈빛으로 보고 있었다.나는 의자에 앉은 상태였기에 나의 각도에선 날렵한 그의 턱선이 보였다. 그리고...나도 모르게 자꾸만 생각났던 그 섹시한 목울대로 보였다.이소희는 팔꿈치로 나를 툭툭 쳤다. 그제야 정신이 든 나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뻗었다.그의 손과 나의 손이 겹쳐지고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그럼 윤 팀장님께선 식사 마저 하세요. 전 현장으로 먼저 가 있을게요.”“아니요. 괜찮아요. 같이 현장으로 가요.”나는 바로 걸음을 뗄 생각이었지만 진정우는 움직이지 않았다.그러더니 그는 갑자기 고개를 돌려 김석민을 보았다.“석민 씨, 점심은 드셨어요? 전 아직 점심을 먹지 못해서 그러는데 혹시 이 근처에 맛집이 있을까요?”김석민은 웃으며 대답했다.“네, 전 먹었어요.”이내 나를 보며 말을 이었다.“여긴 음식 배달도 가능해요.”나는 그 눈빛의 의미를 알고 있었던지라 이소희에게 말했다.“소희 씨, 진정우 씨에게도 주문해주세요.”“아, 네.”이소희는 간단히 대답한 후 얼른 핸드폰을 들며 물었다.“진정우 씨는 뭐 드시고 싶으세요? 쌀밥, 면, 고기 중에서 뭐가 드시고 싶으세요?”진정우는 손을 들더니 내가 절반 먹다 남긴 음식을 가리켰다.“이거랑 같은 거로 주문해주시면 돼요.”내가 먹고 있던 것은 매운 소고기 칼국수였고 이소희가 주문해준 것이었다. 그러나 진정우는 매운 걸 잘 먹지 못했던지라 매운 소고기 칼국수는 그에게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그런데 나와 같은 것을 주문해달라고 하다니.“네, 이 칼국수는 여기 오면 꼭 먹어봐야 하는 음식이에요. 진정우 씨 입맛이 저희 윤 팀장님이랑 같은 줄은 몰랐네요.”이소희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