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소리 없이 웃으며 그녀를 품에 안고 다정하게 말했다. “괜찮아. 어차피 우리 아이들도 이제 여름이면 태어날 테니까.”그러자 강유이가 미소 지으며 커다란 자신의 배를 쓰다듬었다.“여름에 태어날 아이들이라니. 황소자리일까 아니면 쌍둥이자리일까. 너무 궁금해!”그가 그녀의 머리에 입을 맞추었다.“뭐든 좋아.”….그 시각 미나토 구.반재언은 남우의 옛 고향에서 웨딩촬영을 찍기로 결정했다. 그들의 촬영을 맡은 팀은 유명 연예인들의 웨딩촬영을 전문으로 찍는 팀원들이라 프로페셔널했고 가격도 비쌌다.촬영 장소는 몽콕, 국제화 도시, 주룽, 야우마 테이 그리고 코즈웨이 베이였다. 야외 촬영은 바다가 보이는 해변가와 하트 모양 호수, 그리고 주변 작은 섬에서 찍기로 했다.촬영 장소가 바뀜에 따라 새로운 드레스로 갈아입어야 했다. 물론 드레스는 전부 명품 브랜드 특수 제작으로 옷마다 다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었다.이른 아침부터 오후까지 장소를 옮기며 찍다 보니 어느새 천 장이 넘는 사진을 찍었다.호텔에 돌아온 남우는 기진맥진하여 침대 위에 쓰러져 버렸다.“웨딩 촬영이 이렇게 힘든 일이었다니…”반재언은 커튼을 열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남우를 돌아보며 피식 웃었다.“고생 많았어, 남우야.”그녀가 자리에 일어나 앉으며 말했다.“사진이 잘 찍혔는지 모르겠네.”그가 침대 옆으로 다가오더니 그녀 앞에 한쪽 무릎을 꿇으며 신발을 벗겨주었다.“걱정 마, 아무렇게나 찍어도 남우는 다 예쁠 테니까.”그러자 남우가 낮은 소리로 툴툴거렸다.“그런 모르지. 어쩌면 네가 나보다 더 잘 나올 수도 있어. 우리 혼인신고할 때 찍은 사진을 생각해 봐. 나 정말 못생기게 찍혔었는데.”반재언이 고개를 들고 그녀를 올려다보았다.“못생기지 않았어.”그가 작은 그녀의 발을 주무르며 물었다.“발 안 아파?”“아프진 않아. 그냥 조금 지쳤을 뿐이야.”그가 소리 내어 웃었다.“싸울 땐 지친다는 말 한 번도 안 하더니.”남우가 몸을 흠칫 떨었다.“그거랑 이건 다
그녀가 예쁘게 받아먹더니 새침하게 말했다.“서비스 좋네.”두 사람은 나란히 길을 걸었다. 그는 그녀에게 밤을 까줬고 그녀는 열심히 받아먹다 가끔은 그의 입에도 넣어주었다.비록 양 꼬치 같은 다른 음식은 맛볼 수 없었지만 그래도 그녀는 이 순간이 너무나도 즐거웠다.“남우 씨?”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그녀가 고개를 돌렸는데, 바로 정민희였다. 방금 식사를 하고 나온 건지 정민희가 음식점 문 앞에서 남우를 바라보고 있었다.남우는 흠칫 놀라 반재언을 힐끗 바라보았다.미나토 구에서 남우와 반재언을 만나게 될 거라고 생각지 못했던 정민희가 그들을 향해 다가왔다.“당신들이 미나토 구에는 어쩐 일이에요?”“아 저희는…”“웨딩 촬영하러 왔습니다.”그때 반재언이 남우의 어깨를 감싸며 대신 대답했다.“저희 다음 달에 결혼식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마침 웨딩 촬영도 해야 해서 미나토 구에 오게 되었어요.”정민희가 시선을 내려뜨리며 싱긋 미소 비었다.“그랬군요. 축하드려요.”반재언도 고개를 끄덕였다.“축하해 줘서 고맙습니다. 저와 남우는 정민희 씨가 저희 결혼식에 참석해 주시면 무척 영광으로 생각할 것입니다.”정민희가 막 뭐라고 대답하려던 그때 안경을 쓴 점잖은 남자가 그녀 곁으로 다가왔다.“민희야, 친구?”정민희가 고개를 끄덕였다.남우가 물었다.“이분은…”정민희가 미소 지으며 답했다.“제 약혼자예요. 변호사죠.”남자도 싱긋 웃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그들에게 인사했다.“안녕하세요.”반재언도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남우는 살짝 놀란 표정이었다. 정민희한테 약혼자가 생겼다니.“그럼 저희 먼저 가볼게요.”정민희는 짧게 인사하고는 안경 쓴 남자와 함께 떠났다.남우가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말했다.“정민희 씨가 약혼했을 줄은 몰랐네.”반재언도 그녀를 끌어안으며 자리를 옮겼다.“좋은 일이잖아, 안 그래?”남우가 팔짱을 끼며 말했다.“난 민희 씨가 아직도 너를 못 잊고 있는 줄 알았지.”그가 소리 내어 웃음을 터뜨렸다.“
소찬이 미간을 주무르며 말했다.“형 설마 그 웨딩드레스 살려고 그래? 그건 포기하는 게 좋을걸. 헤라 부인은 절대 그거 안 팔아. 예전에 S 국 공주가 결혼할 때 그 웨딩드레스를 입고 싶어 했는데 헤라 부인이 절대 안 팔았잖아. 결국 나중에 60억이나 주고 대여해 입었지. 그것도 딱 하루만.”또한 헤라 부인의 그 드레스는 아무나 빌릴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기타 유명 연예인들도 결혼할 때 빌려 입으려 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하기만 했었다.그러자 반재언이 미소 지었다.“나는 무조건 빌릴 거야. 얼마가 들던 상관없어. 식만 끝나면 바로 돌려 드릴 테니까.”소찬이 한숨을 들이켰다.“형수님한테 그 드레스를 입히려고 아주 거금을 들이는구나.”“다른 나라 공주님도 할 수 있는 걸 왜 내가 내 와이프한테 못해주겠어. 나도 남우한테 가장 좋은 걸로 해줄 거야.”소찬이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 와이가 있는 남자들은 다들 머리에 하나씩 뭐가 모자라다던데. 그걸 오늘 내 눈으로 직접 목격하게 되었네.“ 그가 휴대폰을 꺼내들었다.“그럼 지금 당장 전화해 볼게. 하지만 부인께서 허락할지 말지는 나도 장담 못 해.”반재언이 실눈을 떴다.“부인께서 거절하면 그건 네 문제지.”소찬이 고개를 번쩍 쳐들었다.“아니, 형 지금 나 협박해?”그가 양손으로 깍지를 끼며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그래도 그분 네 얼굴은 어느 정도 봐 줄 거 아니야.”“그건 내 얼굴이 아니라 우리 외할머니 얼굴을 봐서겠지.”“넌 네 외할머니 손자니까 그 정도는 할 수 있겠지?”소찬은 할 말을 잃었다. 반재언의 태도는 완강했다. 마치 당장 자신의 목에 칼을 들이밀며 어떻게든 빌려오라고 협박하는 것 같았다. 성공하지 못하면 당장이라도 화를 낼 게 분명했다.그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알았어. 알았다고. 내가 어떻게든 해 볼게. 염치 불고하고 빌어보지 뭐.”문자를 보내자마자 소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가 휴대폰 화면을 반재언 쪽에 내밀며 말했다.“이거 봐, 나 지금 차단당한 거지
소찬이 차창을 내리고 말했다.“걱정 마세요 형수님. 재언 형 며칠만 지나면 돌아올 거예요. 차에 타세요. 제가 모셔다드릴게요.”남우가 차에 올라탄 후 소찬을 바라보았다.“소찬 씨는 재언씨가 뭐 하러 갔는지 알고 있나요?”소찬이 백미러로 그녀를 힐끗 바라보았다. 그의 눈가에 언뜻 교활한 미소가 스쳤다.“어쩔 수 없네요,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형수님. 재언 형 웨딩드레스 빌리러 간 거예요.”반재언은 소찬에게 입조심하라고 단단히 일러두었지만, 그 말을 순순히 따를 소찬이 아니었다. 그는 어제 레스토랑에서 자신이 당한 일에 대한 복수를 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남우가 놀란 듯이 되물었다.“뭘 빌리러 갔다고요?”웨딩드레스는 사전제작을 하거나 사면 될 거 아닌가? 왜 굳이 빌리러 그곳까지 갔지?“형수님 그거 모르시죠. 재언 형이 이미 절판된 빈티지 웨딩드레스를 봐뒀는데, 아직 빌릴 수 있을지 말지도 확실치 않아요. 그 드레스는 억만금을 줘도 사기 어렵거든요. 예전에 S 국 공주가 결혼할 때에는 몇십억을 주고 빌리기까지 했었죠. 그것도 딱 하루.”남우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하루 빌리는데 몇십억이나 된다고요?”소찬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 드레스는 정기적으로 관리를 해줘야 하거든요. 그거 관리만 하는 데에도 돈 엄청 들걸요. 오죽하면 공주님도 빌려 입을 정도겠어요. 재언 형 진짜 형수님을 위해 뭐든 할 생각인가 봐요.”남우가 흠칫 몸을 굳혔다.‘그래서 아까 반재언이 결혼식에 꼭 필요한 거라고 했었나. 그 드레스를 빌리러 S 국에 간 거였어.’모두 다 그녀를 위해서였다.그녀가 팔짱을 끼며 미간을 찌푸렸다.“반재언 완전 바보 아니야?”소찬이 혀를 차며 말했다.“남자가 가끔은 자기 와이프를 위해 집안을 말아먹기도 하는 거죠. 어차피 재언 형한테 그 정도 돈은 돈도 아닐 텐데요 뭐. 그분 몸값이 몇 조는 될 텐데, 그까짓 돈이 별거겠어요?”하지만 남우는 대답하지 않았다.잠시 후, 그녀는 소찬에게 도장으로 가달라고 부탁했다. 소찬이
문뜩 뭔가를 떠올린 그가 남자를 잡으며 물었다.“그 자식은?”“아직 주차장에서 심문 중이야.”다민은 그들을 남겨둔 후 곧바로 별장 주차장으로 향했다.주차장 안, 한 남자가 의자에 묶여있었고, 그 옆에는 다른 두 남자가 번갈아가며 그를 심문했지만 시종일관 입을 다물고 있었다.다민이 주차장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남자에게 달려가 주먹을 날렸다. 남자는 의자와 함께 밀쳐져 바닥에 나뒹굴어 버리고 말았다. “다민!”옆에 있던 사람들이 그를 말리기 시작했다.다민은 그들을 뿌리친 후 계속하여 남자에게 발길질했다. 마치 모든 분노를 그에게 쏟아내려는 듯이 가차없었다.무차별적인 폭행에 남자가 신음 소리만 내다 잠시 후 피를 토했다. 남자의 목숨이 위태로울 지경에 이르자 곁에 있던 두 남자가 서둘러 말렸다.“이러다 이놈 죽어.”다민이 그들을 뿌리쳤다. 분노에 눈이 먼 그가 남자를 일으켜 세웠다.“이래도 배후가 누군지 말 안 해?”남자가 콜록거리며 기침을 하더니 고통스러운 듯 표정을 찡그리며 말했다.“할 수 있다면 어디 죽여 봐.”다민이 총을 꺼내더니 남자의 머리에 겨누었다.그러자 옆에 있던 두 남자가 황급히 그를 말렸다.“다민! 정신 좀 차려. 지금 저놈을 죽이면 이제는 진짜 배후를 찾을 수 없게 돼!”다민이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잠시 후 총을 내려놓았다.“내가 맹세코 네놈을 절대 편하게 죽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거야.”병원에서는 아직도 응급 처치가 한창이었다. 문밖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의 속도 바질바질 타들어가고 있었다. 그때, 소찬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전화의 주인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결국 전화를 받았다. 소찬이 화를 내며 물었다.“다민과 재언 형은 대체 왜 내 전화를 안 받는 거야? 두 사람 지금 뭐 하는데?”헤라 부인한테서 전화가 왔었다. 한참을 기다려도 반재언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반재언이 마음대로 약속을 어길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던 그녀가 소찬한테까지 연락을 했던 것이다.결국 소찬이 반재언에게
소찬은 큰 자책감을 느끼고 있었다.“제가 형을 말렸어야 했는데….”강성연이 몸을 휘청거리더니 뒤로 한걸음 물러섰다. 반지훈이 얼른 그녀를 부축했다. 그가 소찬을 바라보며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지금은 어떤 상황이야?”소찬이 대답했다.“아직 응급 처치 중이랍니다. 그쪽 말로는 상처가 깊어 빨리 수술을 해야 할 것 같다고 합니다.”“형한테 무슨 일 생겼어요?”현관을 들어서던 반재신이 마침 그들의 대화를 듣게 되었다.돌아서서 반재신을 확인한 소찬이 몸을 흠칫 떨었다.‘이 사람이 바로 재언 형의 동생?’두 사람은 닮아도 너무 닮았다.반재신이 다가오며 말했다.“아버지, 제가 S 국으로 갈게요. 형한테 사고가 났다는데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어요.”반지훈이 말했다.“나랑 같이 가. 간 김에 네 형 상태도 살펴봐야겠어. 상황이 어떻든, 병원에 연락해서 무조건 네 형의 목숨을 살려놓으라고 해!“ 반재신이 위층으로 올라가 간단하게 짐을 쌌다. 반지훈이 강성연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성연아, 나 잠깐 갔다 올게.”강성연이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모두들 무사히 돌아와야 해요.”반지훈이 그녀를 꼭 껴안았다. “걱정 마. 우리 아들 데리고 무사히 귀국할 테니까.”반재신이 먼저 아래로 내려가고 그 뒤로 반지훈이 따랐다. 소찬도 막 그들 뒤를 따르려는데 강성연이 그를 불러 세웠다.“그럼, 부탁할게.”도장 안, 남우는 오늘따라 마음이 뒤숭숭했다. 하루 종일 반재언한테서 아무 연락도 오지 않았다.시월은 그녀가 자꾸만 멍하니 앉아있기만 하자 웃으며 다가갔다.“아가씨, 지금 재언 도련님 생각하시는 거예요?”“아니거든.”그녀가 휴대폰을 넣으며 말했다.시월이 그녀의 곁에 앉았다.“아가씨는 현재 도련님 아이까지 품고 계시는데 보고 싶으시면 보고 싶다 말하면 되죠. 뭐 굳이 숨기려 하세요?”남우가 시월을 힐끗 노려보았다.“나 요즘 느낀 건데, 너 도장에 나오기 시작한 후로 말이 많아졌어. 저 자식들과 있으면서 나쁜 것만 배운 거 아니
형의 옷으로 갈아입고 방에서 나오자 소찬이 깜짝 놀라며 반재신을 훑어보았다.“이거 닮아도 너무 닮았는데?”쌍둥이라 원래 닮았는데다가 일부러 분장까지 하니 아예 같은 사람처럼 보였다.반재신이 정장 외투를 툭툭 털어내며 말했다.“이제 병원으로 가자.”소찬이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점심이 되고, 반재신은 형인 척 연기하며 퇴원 수속을 마쳤다. 그의 곁에는 다민과 소찬도 함께 있었다. 다민이 그를 대신해 차 문을 열어주었다. 반재신이 차에 오른 후 소찬과 다민도 차에 올랐다.멀지 않은 곳에서 한 남자가 경악스러운 표정으로 멀어지는 차를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이럴 수가! 분명 엄청 크게 다쳤다고 했는데…”문뜩 뭔가를 떠올린 남자가 서둘러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반재언 방금 퇴원했습니다. 다쳤다던 건 아마 거짓말인 것 같습니다.”한편 호텔 스위트룸.젊은 남자가 전화를 끊은 후 휴대폰을 옆으로 던져버렸다. 그가 싸늘한 눈빛으로 곁에 서 있는 중년 남자를 바라보았다.“반재언이 중상을 입은 게 정말 확실해?”“화… 확실합니다. 차에서 구조되어 나올 때 분명히 온몸이 피로 범벅되어 있었습니다.”중년 남자가 부들부들 떨며 대답했다.남자가 미간을 찌푸렸다.“그 말이 사실이라면 어떻게 반재언이 오늘 퇴원할 수가 있어! 분명 무슨 수작을 부린 거야. 빨리 병원에 가서 확인해 봐.”밖으로 나가려던 남자는 순간 문 앞에 서 있는 올리카를 확인하고는 흠칫거렸다.“올리카 아가씨?”올리카가 남자를 밀치며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남자를 바라보았다.“제임스, 이게 뭐 하는 짓이야! 너 미쳤어?”제임스가 소파로 다가가 앉더니 술잔을 들고 흔들었다.“올리카, 난 너를 위해서 그런 거야. 네가 그놈을 좋아하는데 그놈은 너를 여자로 생각하지도 않잖아. 그놈이 너한테 그런 모욕을 줬는데 당연히 내가 복수해 줘야지.”올리카가 무의식적으로 뒷걸음질 쳤다.“제임스, 그 사람들이 네가 벌인 짓이라는 걸 알게 되면 널 가만둘 것 같
다민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올리카의 시선을 가로막았다.“죄송합니다 올리카 씨. 재언 도련님께서 아가씨를 만나고 싶어 하지 않으십니다.”올리카는 결국 잔뜩 풀이 죽은 채 별장을 나섰다. 차에 올라탄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두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만약 반재언이 그녀에게 조금이라도 상냥하게 대했다면 제임스가 한 짓을 알려줬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는 너무나도 무정했다.별장 안, 반재언은 커피 잔을 들고 소파에 앉아 있었다.“아까 그 여자, 우리 형한테 계속 저렇게 매달라고 있어?”다민이 대답했다.“그건 아닙니다. 다만 저희 모두 올리카 씨가 재언 도련님한테 마음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 지난번 재언 도련님께서 사모님과 함께 돌아오셨었는데 올리카 씨가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셨거든요. 그것 때문에 화가 난 도련님이 그녀와 파라다이스의 왕래를 끊으셨습니다.”반재신이 느긋하게 커피를 마셨다.“저 여자는 형이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걸 대체 어떻게 알았을까!““그건 저도 궁금했던 참이었습니다. 혹시 소찬이 말했을까요? 소찬은 아직 올리카 씨가 벌인 짓을 모르고 있으니까요. 그녀와 사이도 나쁘지 않았고요.”다민은 혹시 소찬이 실수로 말을 흘린 건 아닌지 의심했다.반재신이 고개를 저었다.“소찬은 우리 계획을 알고 있으니까 그런 실수를 했을 리가 없어.”다민이 다시 고민에 잠겼다.“그럼 대체 누가 알려줬을까요?”…한편 반지훈은 비밀리에 반재언을 다른 병원으로 전원 시켰다. 그 사실은 병원장만 알고 있을 뿐 기타 의료진은 아무도 몰랐다. 또한 환자에 관한 정보도 절대 새어나가지 못하게 철저히 입막음 시켰다.병원 역시 사건에 휘말리고 싶지 않아 자연스럽게 말을 아꼈다.전원 해 간 사립 병원은 환자의 개인 정보에 대해 절대 함구하기로 유명한 병원이었기에 비록 입원 비용이 비쌌지만 그만큼 안전했다.반지훈은 이틀 연속 반재언의 곁을 지키며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그가 잠깐 눈을 붙이고 있는 사이 갑자기 옆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유이야.”조민과 소찬이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오늘 너무 예쁘다!”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조민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이건 나와 소찬 씨가 축하의 의미로 권하는 거야. 너와 한태군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래.”강유이가 그녀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혔다.“저도 선배와 소찬 씨의 앞날에 행복할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곧이어 남우와 반재언이 다가왔다. 두 사람의 뒤에는 진예은과 반재신 그리고 강성연과 반지훈까지 있었다.강성연이 유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오늘 우리 유이 너무 잘했어!”그녀가 미소 지었다.“진짜요?”반지훈이 말했다.“우리 딸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어. 넌 우리의 자랑이야.”강유이가 한 떨기 꽃처럼 어여쁘게 미소를 지었다.한태군이 그들 쪽으로 다가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아버님, 어머니, 두 분께서 유이를 제가 주신 것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이 잔 올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었다.“네놈 운 좋은 줄 알아!”그가 술잔을 들고 한태군이 내민 잔에 부딪혔다.“앞으로 내 딸한테 정말 잘해줘야 해.”한태군이 강유이를 바라보았다.“걱정 마세요. 제 생에 여자는 오직 유이 한 사람뿐입니다.”강성연도 미소 지었다.여준우와 진예은의 아버지도 인사를 건네러 다가왔다. 그들과 함께 정연 여왕과 한희운도 다가왔다. 여준우가 말했다.“아직 의식 하나 남았지?”강유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남은 의식이 또 있어요?”그가 말했다.“베란다에서 하는 세기말 키스가 남았잖니. 너희 아직 그거 못했어.”한희운이 웃으며 말했다.“여준우 경, 어째 가족들보다 경이 더 조급해 하는 것 같습니다.”여준우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전설 속의 세기말 키스. 우리 모두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 장면을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군요.”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남우가 의문스러운 듯이 물었다.“세기말 키스가 뭐야?”반재언이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오래전 첫 번째
웨딩카가 지나가야 했기에 궁에서부터 대성당까지 가는 길에 기타 차량은 통행을 금지 시켰다.강유이가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길에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들 모두가 이 성대하고 엄청난 장면을 구경하러 몰려든 것이였다.그녀의 곁에 앉아있는 한태군은 네이비 더블 버튼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늠름해 보였다. 어깨에는 성 패트릭 훈장과 로열 빅토리아 훈장 등 여러 훈장이 달려있었다.그가 강유이의 손을 잡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손에서 땀이 나는데?”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긴장돼.”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내가 있잖아. 긴장할 것 없어. 마음을 편하게 가져.”강유이의 시선이 그가 입은 제복으로 향했다.“이 옷 오빠한테 너무 잘 어울린다!”한태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 신부도 오늘 너무 아름다워.”성당에 도착하자 한태군은 강유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 한희운과 함께 여준우, 진예은의 아버지 등 황실 성원들 그리고 내각 대신들까지 함께 성당 서쪽 문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 있는 광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초대 관객들이 몰려있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도 웅장했다.여준우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결혼식도 전부 라이브로 방송되겠는데 유이 그 계집애 아마 지금쯤 우리보다 더 긴장하고 있겠죠?”진예은의 아버지가 그를 바라보았다.“하하. 내 눈에는 네가 더 긴장한 것 같은데?”그가 웃으며 말했다.“황실 결혼식은 처음이라서요.”열한 시 반이 되자 정연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신랑 한태군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대표로 성당에서 각 귀빈들과 인사를 나눴다.남우가 반재언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분이 바로 여왕 폐하셔? 엄청 예쁘시다. 나 실제로 처음 봐.”반재언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나도 처음 뵙는 거야.”“뭐?”남우가 깜짝 놀랐다.“그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어?”“재신이
”참 형수님은?”소찬이 묻자 반재언이 대답했다.“지금 아버님 모시고 돌아다니고 있어. 나도 이제 가야겠네. 두 사람 편히 쉬고 있어요.”반재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소찬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와이프가 생기더니 변했어!”“하하. 당신은 뭐 재언 씨와 다른 것처럼 말하네요.”조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찬도 얼른 잔을 놓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잠깐만요. 왜 나 버리고 혼자 가요! 같이 가요.”강성연과 지윤이 룸에서 나와 걸어가다 마침 복도에서 반지훈과 희승과 마주쳤다. 희승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오랜만이에요, 사모님.”강성연이 반지훈 앞에 멈춰 서자 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오랜만에 만났는데 얘기는 잘 했어?”“그럼요. 근데 당신 오후에 아버님과 여씨 가문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요?”반지훈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당신 기다리고 있었지. 가서 밥 먹자.”희승이 지윤의 곁에 나란히 서며 그들을 바라보았다.“회장님 사모님, 그럼 저희들은 먼저 아버님한테 가볼게요.”반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성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와 나란히 복도를 걸어갔다. 포근한 햇살이 통유리로 된 창문으로 들어와 바닥에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한데 꼭 붙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이틀 후,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기대했던 세기말 황실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식은 아홉 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아침 일곱 시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궁에 도착해 있었다. 강유이는 커다란 메이크업 룸을 혼자 썼다. 네다섯 명의 탑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를 위해 화장을 해주고 머리를 만져주었다.여덟 시가 되어서야 강유이는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다. 순백의 새하얀 드레스는 과한 보석과 레이스가 아닌 천연 실크 소재로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오프숄더 형 넥 라인으로 간단하지만 파격적인 미를 추가했고 소매는 칠부 정도 되었다.면사포 길이만 16피트 정도 되었는데 변두리가 레이스로 수놓아져 있었다.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럼 나 결혼식 당일에 이 티아라 쓸래. 그러면 엄마의 디자인을 홍보해 줄 수도 있잖아.”한태군이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도 돼.”…반씨 가문 사람들은 결혼식 이틀 전에 영국에 도착했다. 그들은 한태군이 안배한 호텔에 머물게 되었다. 황실에서는 호텔을 통으로 빌려 결혼식 때문에 일부러 해외에서 온 귀빈들을 위한 장소로 마련했다.구씨 집안사람들과 육씨 집안사람들도 왔고, 남강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연예계에서 강유이와 친분을 유지했던 윤수아, 우영, 주계진, 임석진도 초대되었다. 조민과 소찬은 당연히 초청자 명단에 속해 있었다.강성연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웨이터가 그녀를 룸으로 안내했다. 룸 안에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한 그녀가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삼촌.”헨리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못 본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강성연이 다가가 그와 포옹했다.“오셨어요.”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예전에 내가 네 결혼식도 참석 못 하고, 또 네 두 아들의 결혼식도 참석 못 했었잖니.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마침 영국에 출장 올 일이 있어서 이렇게 너를 만나러 왔단다.”그녀가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몸은 좀 어떠세요?”그가 미소 지었다.“많이 괜찮아졌다. 지윤이와 희승이가 돌봐주고 있어서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그때 지윤이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왔다.강성연이 고개를 돌려 지윤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놀라던 그녀가 다음 순간 눈물을 글썽였다.“두 사람도 와줬네요.”지윤이 그녀한테 다가갔다.“유이가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저와 희승 씨도 아버지 따라왔어요. 희승 씨는 지금 반 회장님과 같이 있어요.”헨리가 경호원에게 선물을 갖고 오라고 지시한 후 강성연에게 선물을 건넸다.“리비어가 올 수 없어서 참 안타까워했단다. 이건 걔가 너
한태군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 웃었다.어느덧 밤이 깊어졌다. 온 도시가 화려한 네온사인에 둘러싸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강유이와 한태군은 저녁을 먹은 후 진원으로 돌아갔다.이제 막 샤워를 마친 탓에 강유이의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러자 한태군이 그녀의 손에서 타월을 가져가더니 대신 머리를 닦아주었다.그녀는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거울 속 남자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태군 오빠, 나 결혼식이 너무 기대가 돼.”“그래?”한태군이 부드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나 역시 기대돼!”“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성스러운 결혼식장에 들어서다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그가 소리 내어 웃더니 허리를 숙이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그거 알아? 난 한평생 내가 꿈꿨던 모든 소원들을 이미 다 이뤘어.”강유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원인데?”한태군이 여전히 그의 귓가에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너를 아내로 맞이하고, 너와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우리 두 사람의 아이까지 만나게 된 거.”그녀가 멈칫거렸다. 따듯한 조명 아래 그녀의 볼이 붉게 피어올랐다.“설마 처음부터 다 꿍꿍이가 있었던 거야?”그가 대답했다.“어쩌면 네가 내 눈앞에 나타난 순간부터 난 너를 아내로 맞이할 줄 알았던 것 같아.”강유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끌어안았다.“나도 이번 생에는 오빠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한태군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따듯한 마음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정말 영광이야.”…이틀 후, 한태군과 강유이는 영국으로 돌아갔고, 황실은 결혼식 준비로 한창이었다. 화제의 결혼식이다 보니 모든 언론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패션 계와 주얼리 계의 최상급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작품들이 줄지어 강유이한테 전해졌다. 명품 맞춤 드레스와 결혼식 때 사용할 각종 보석들이 발 디딜 곳 없게 전시된 채 그녀가 고
그러자 민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여행 좀 다녀오니까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어요.”안예지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가 원하는 일이 다 잘 되길 바랄게.”그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월말이 되었다. 강유이 일행들의 여행도 어느새 끝이 나고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강성연과 반지훈은 정원 밖에 나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아이들이 차례대로 차에서 내렸다. 강유이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아빠, 엄마!”그녀가 두 사람을 동시에 끌어안았다.반지훈이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렇게 안겨?”강유이가 눈초리를 휘며 대답했다.“엄마 아빠한테 저는 영원한 어린애죠.”강성연이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나머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재밌게 놀았으면 됐어. 이제 안으로 들어가야지. 오늘 저녁은 다 같이 모여 떠들썩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진예은과 남우는 집안으로 들어간 후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들을 살폈다. 희망이는 두 남동생과 함께 있었다. 세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느껴졌다.아래층에서는 반재신 반재언 형제가 외출을 하고, 한태군이 거실에서 반지훈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아버님 이번 판은 제게 양보해 주십시오!”반지훈이 흰색 바둑알을 들고 판을 들여다보다 결심한 듯이 바둑알을 내려놓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게.”한태군이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에는 제가 양보해 드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허튼수작 부리지 말거라. 난 네 양보 따위 필요 없다.”주방에서 과일을 깎고 있던 강성연이 거실에 있는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본 후 다시 커피를 타고 있는 강유이를 바라보았다.“이제 곧 결혼식을 올리겠구나. 엄마가 너를 위해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했어.”강유이가 멈칫거리더니 강성연을 돌아보았다.“어떤 서프라이즈 선물이요?”“아직은 안 가르쳐 줄 건데?”강유이가 조금
한태군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두 사람을 여기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조민이 대답했다.“나랑 소찬 씨는 이곳에 온 지 좀 됐어. 유이가 인스타에 사진을 올려서 알았어. 너희들도 여기 왔다는걸.”강유이가 조민의 팔을 잡아당기며 자리에 앉혔다.“그럼 우리랑 며칠 더 같이 놀아요.”소찬까지 자리에 착석한 후 반재언은 그에게 진예은과 강유이를 소개했다.“여기는 우리 제수씨인 진예은씨고, 이쪽은 내 동생 유이야.”“형 결혼식 때 봤었어.”소찬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형 동생이 내 와이프랑 같은 학교 출신이라면서? 와이프한테서 얘기 들었어.”조민이 그를 보며 말했다.“누구보고 와이프래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하거든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약혼까지 다 했는데 다른 남자한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두 사람의 티격태격한 모습에 다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유독 강유이만 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지금 무슨 소리들 하는 거예요! 약혼이라니. 선배 약혼했어요?”조민이 작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응, 너한테 말하는 걸 깜빡했어.”“너무해요.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말하지 않을 수 있어요.”강유이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녀는 조민이 약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조민이 그녀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너한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그랬지.”그녀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저 이제 선배랑 안 놀거예요.”조민이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옆에 앉아있는 한태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빨리 네 와이프 좀 달래 봐.”한태군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강유이도 그저 장난으로 그런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조민의 약혼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기뻤다.적어도 이제 그녀는 자기만의 행복을 찾았다.…..한편, 서울 병원.민서율은 복도에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있는 어머니는 많이 초췌해진 상태였다.“어머니, 몸은 좀 어떠
투호 판을 벌인 사장이 말했다.“오천 원에 세 번 던질 수 있어요.”“그렇게나 비싸요? 오천 원에 세 번밖에 던지지 못하다니!”진예은은 어쩐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투호 판 사장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저희가 여기서 제일 쌉니다. 다른 집에서는 만 원에 세 번 던지게 하는걸요.”강유이가 진예은을 잡아끌며 말했다.“오천 원에 하자. 사장님도 장사하는 게 어려우실 거 아니야. 우리 재미로 한 번 해보자.”결국 그녀는 사장에게 만 원을 건넸다.“기회는 총 여섯 번입니다.”사장이 화살 여섯 개를 그녀에게 건넸다. 가지런히 놓인 여러 개의 항아리 옆에는 명중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선물이 놓여있었다. 강유이는 그중 팔찌가 갖고 싶었다. 비록 가짜겠지만 디자인이 예뻤다.그녀가 고심 끝에 화살을 던졌다. 하지만 화살은 항아리를 빗나가고 말았다.그 뒤로 연속 두 번 더 던졌으나 모두 다 실패했다.이제 화살은 세 개 밖에 남지 않았다.강유이의 자신 없는 모습을 본 남우가 그녀의 손에서 화살을 가져가며 말했다.“내가 할게요.”그녀가 팔찌 옆에 놓인 항아리로 화살을 던졌고, 화살은 단번에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성공이다!흥분한 강유이가 폴짝폴짝 뛰며 말했다.“새언니 정말 대단해요!”“훗. 이 정도쯤이야.”남우가 눈을 찡긋해 보이며 물었다.“또 어떤 게 갖고 싶어요?”강유이가 진예은에게 물었다.“예은아, 어떤 게 마음에 들어?”진예은이 선물을 살피다가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머리핀이요. 저게 제일 예쁜 것 같애요.”남우가 다시 머리핀 옆에 있는 항아리를 향해 화살을 던졌다. 그리고 정말로 그 머리핀을 명중했다.강유이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진짜 백발백중이네요. 새언니, 이제는 새언니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요.”남우가 턱을 쓰담으며 말했다.“그러면 저는…”그녀의 시선에 백옥 청자가 들어왔다.“저걸로 하죠.”그녀가 들고 있던 화살을 슝 던지자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항아리 안으로 빨려
늦은 밤의 산속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평안한 야영장에는 오직 풀벌레 소리만 잔잔하게 들려왔다.텐트 밖 잔디 위에는 랜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평온하고도 아늑한 분위기였다.강유이는 몸을 뒤척거리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한태군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품에 안았다.“잠이 안 와?”“응.”그녀가 그의 품에 가만히 기댔다.“태군 오빠,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 가겠어.”한태군이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럼 내가 같이 가줄게.”두 사람이 텐트 밖으로 나왔다. 한태군이 손전등을 들고 그녀와 함께 한참을 걸었다. 두 사람은 우거진 숲 앞에 도착했다. 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한태군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있으면 불러.”그녀는 숲 안으로 들어갔지만 무서워서 멀리 가지는 못했다.볼일을 본 후 강유이가 서둘러 달려와 그의 팔짱을 꼈다.“됐어.”한태군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텐트로 돌아가던 중 그녀가 고개를 들고 밤 하늘을 바라보며 손으로 가리켰다.“저게 북두칠성인가?”한태군도 고개를 들었다.“응, 맞아.”강유이가 배시시 웃었다.“역시 산속이니까 별이 엄청 잘 보이는 것 같아.”“두 사람 밤늦게 자지도 않고 별구경 하는 거예요?”남우가 텐트 안에서 나오며 묻자 강유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새언니도 아직 안 잤어요?”“네. 아까 귀신 이야기한 것 때문에 무서워 잠을 못 자겠잖아요…!”남우가 생수 한 병을 따서 마셨다.강유이와 한태군이 서로를 마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새언니 설마 그런 이야기에 무서워해요?”남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산골짜기라고요! 보통 때와는 다르잖아요.”강유이가 포도 한 송이를 들며 말했다.“걱정 마요. 우리 큰오빠가 새언니를 지켜줄 거예요.”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한태군과 함께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고개를 돌린 남우는 그제야 두 사람이 들어가 버린 것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