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자 반재언은 그녀의 뺨에 키스했다. "걱정하지 마, 어떻게 해야 할지 알고 있으니까.” 다음날 다민은 반재언을 보러 별장에 왔고, 반재언은 그에게 왜 어젯밤에 전화를 받지 않았느냐고 묻자 다민은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대답했다."어젯밤에 휴대폰을 잃어버렸습니다.” 반재언은 눈꺼풀을 들어 올려 그를 바라보며 되물었다."휴대폰을 잃어버렸다고?” "네, 올리카 씨가 어젯밤에 술 한잔하자고 저를 술집에 초대했습니다. 늦게까지 술을 마셔서 제가 데려다주고 나서야 휴대폰이 없어진 걸 발견했습니다.” 반재언은 커피를 들고 한 모금 마셨다. "네가 그 사람을 데려다줬다고 했는데, 확실히 안전하게 집까지 데려다준 거 맞지?” 다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제가 떠나기 전에 그녀가 집에 들어가는 것을 봤습니다. 혹시 무슨 일이 있었나요?"반재언은 커피를 내려놓고 웃으며 말했다. "어젯밤에 나한테 전화를 하고 6번 골목에서 깡패를 만났다고 했어.” 다민은 놀라며 대꾸했다."어떻게 그게 가능합니까? 제가 그 사람을 집까지 데려다주었는데.. 아니면 어젯밤에 또 나간 걸까요? 올리카 씨는 괜찮은 겁니까?” "괜찮아, 나랑 남우가 해결했어.” 반재언은 천천히 일어나 창가로 걸어갔다."그런데 앞으로는 그 사람이 자유롭게 별장에 들어오지 못하게 해줘. 지금은 아내가 있고, 아내가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거든.” 다민은 몇 초 동안 멈칫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제가 잘 전달하겠습니다.” 다민은 별장을 나갔다가 도중에 우연히 올리카를 만났고, 올리카는 그에게 다가가 휴대폰을 돌려주었다.그는 화들짝 놀랐다.“제 휴대폰이 왜 올리카 씨한테 있죠?” "미안해요. 어젯밤에 실수로 잘못 가져갔나 봐요.”다민은 휴대폰을 건네받으며 웃어 보였다.“괜찮습니다, 가져다줘서 감사해요.”그러면서 그는 말을 이어갔다."참, 그런데 어젯밤에는 왜 또 나갔었습니까? 재언 도련님께서 올리카 씨가 깡패를 만났다고 하시던데요?” 올리카는 반재언이 다민에
그러자 스태프 한 명이 경악하며 물었다.“왜 빌리우드에서 촬영하지 않고요? 예전 구 선생님께서 촬영하셨던 그 영화처럼 Z 국의 유명 배우를 섭외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이 감독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이건 다릅니다. 이 영화를 미나토 구에서 찍고 싶은 이유는 과거의 향수가 짙고, 미스터리 요소도 있기 때문이죠. 제가 원하는 효과는 npc 자살을 둘러싼 의혹, 그리고 음주 후 기억에 중점을 두는 것입니다.” 직원들은 서로 수군거리며 그의 제안을 결국 받아들이는 듯했다.란스는 손가락을 턱에 대고 웃으며 대답했다.“이 선생님의 제안이 좋은 것 같네요. 결국 대본에는 출판사, 고인의 집에서 사용하는 달력, 라디오 등 많은 시대적 풍경이 담겨 있기 때문에 현대의 배경으로 한다면 이야기 속의 미스터리한 요소를 잃게 될 것 같습니다.”말을 마친 뒤 그는 곧이어 진예은을 바라보았다.“그리고 진예은 씨도 자신의 대본이 온전히 스크린에 담기길 원하시죠?” 진예은은 잠시 놀랐다가 이내 천천히 말했다. "저도 처음에는 옛날 배경으로 하면 효과가 더 좋을까 생각을 했었는데, 방금 이 감독님의 말씀을 들으니 좀 더 확신이 생긴 것 같아요.”"이야기가 전개되는 방식은 다른 살인 사건들과는 다르게, 등장인물들의 기억을 직소 퍼즐을 맞춰나가는 겁니다. 시대적 배경과 기묘하고 환각을 불러일으키는 듯한 생생함이 한층 더 미스터리한 느낌을 줄 것입니다.”이 감독도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이 시간 동안 준비해 봅시다.”진예은은 to 엔터에서 나왔고, 이아영은 아래층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때, 촬영 확정된 거 맞지?” 진예은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응.” 이아영은 그녀의 옆으로 다가갔다."너무 부럽다! 메린 교수님께서도 네 이번 대본이 성공하면 조기 졸업을 할 수 있다고 하셨는데그때가 되면 넌 진정한 편집자가 되고 심지어는 감독으로도 전향할 수 있겠어.” 하지만 진예은은 눈을 내리깔며 말했다.“근데 나, 감독 다시 할 생각은 없어.” “왜?
진예은은 얼굴을 화면 가까이 대며 대답했다."그럼 아이가 내 얼굴을 잘 기억하게 해줘.” "당신이 와야지 기억할 수 있지.”반재신은 고개를 숙이고 희망이를 바라보았다.“그렇지 희망아? 엄마가 저렇게 속이는 거 절대 들으면 안 돼.” 그러자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고 웃으며 대답했다."걱정하지 마, 1년 안에 당신과 함께 있을 거야.” “우리도 기다리고 있을게.”반재언이 대답했다. "참, 연서는 요즘 어때?” "좋아, 희나랑 같이 지내고 나서부터 성격이 훨씬 밝아졌어. 친구도 많이 사귀었고, 희나랑 댄스 학원도 다녀.” 진예은이 웃어 보였다."희나 덕분에 연서가 많이 변한 것 같네. 돌아갈 때 두 아이에게 줄 선물을 가져가야겠어.”“그럼 내 선물은?” "당신 선물은 나야. 당장 갖고 싶지 않아?”그러자 반재언은 희망이의 귀를 막고 화면에 더 가까이 다가가며 말했다.“내가 그 선물 직접 열어봐도 돼?”“꿈 깨.” 진예은이 말을 마친 후 영상 통화를 종료했다.“……”반재언은 희망이를 내려다보며 아이의 코끝을 건드렸다.“네 엄마가 날 너무 괴롭히네, 이건 안 되지. 돌아오면 잘 혼내줘야겠어.” …한편, 남우가 잠에서 깨어 아래층으로 내려갔을 때 거실에는 몇 명의 남자들이 반재언과 함께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그녀는 어떻게 다른 사람을 화나게 했길래 왜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게 불만을 가질 수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반재언은 찻잔 뚜껑을 내려놓으며 물었다."남우에 대해 다른 의견이라도 있나?” "재언 도련님, 그 여자가 어떻게 반 씨 가문의 큰형수가 될 수 있습니까! 올리카 씨는 도련님과 몇 년 동안 알고 지냈고 우리는 올리카 씨의 됨됨이를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도련님께서 없는 동안 올리카 씨는 줄곧 도련님을 걱정하고 있었는데, 도련님께서는 어떻게…” "그 여자가 너한테 뭐라도 쥐여 준 건가?” 반재언의 반문에 그 남자들은 동시에 넋을 잃고 말았고,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재언 도련님, 어떻게 올리카 씨
남우의 날카로운 말에 그들은 넋을 잃었고, 이런 오만한 태도는 그들이 생각했던 것과는 매우 달랐다. 반재언은 웃으며 손을 들고 모든 사람 앞에서 남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화났어?”"내가 영문도 없이 네 사람들에게 미움을 샀고, 게다가 이게 다 한 여자의 입에서 나온 건데 화가 안 나겠어?” 남우는 손을 내밀며 그들을 가리켰다. "올리카 씨가 뭐라고 했는지, 그리고 내가 올리카 씨에게 무슨 짓을 한 건지 다 말해요. 말하지 않으면 그 사람을 찾아가서 입을 찢어버릴 테니까.” "어… 어떻게 이렇게 막무가내로 나올 수 있단 말입니까?” 그들은 이 여자가 매우 오만하게 군다고 생각했다. "나,남우는 이치를 따지는 걸 원래 좋아하지 않고, 주먹으로 대화하는 걸 더 선호해요. 자, 한 번 해보실래요?” 그녀는 말을 분명하게 전달하며 그들에게 선전포고를 했다. 그 사람들은 반재언을 보았고, 결국 상대방은 그의 아내였기 때문에 어떻게 제멋대로 할 수 있겠는가? “당신들은 내 아내에게 불만이 있는 것 같으니 내 아내의 뜻을 따르도록 해.” 반재언이 담담하게 말했다. "재언 도련님, 이게 무슨…” 그는 지금 그들에게 한 여자와 싸우라고 하는 건가? 남우는 눈썹을 치켜 올리고 미소를 지었다. "재언 도련님께서 지시하셨는데, 하기 겁나나요?” "겁나는 게 아니라, 여자를 상대로 난처하게 만들기 싫은 것 뿐입니다.” 그러자 남우는 큰 소리로 웃으며 일어서서 그들을 향해 걸어갔다. "너무 찌질하네, 난처하게 만들기 싫다고 하더니, 방금 당신들은 그 입으로 날 곤란하게 만들었잖아요. 왜요, 주먹질로는 난처하게 하면 안 된다는 것만 아는 거예요?” 그러자 무리 중 한 남자의 안색이 어두워지며 말했다."부인, 불만이 있으신 건 알지만 우리에게도 원칙이 있습니다. 저희를 자극해서 정말로 부인을 다치게라도 한다면 저희도 그땐 어쩔 수가 없습니다.” 남우는 코웃음을 치며 대꾸했다."괜찮아요. 저를 다치게 하면 올리카 씨에게 재언 도련님을 양보할게요. 하
올리카는 넋을 잃고 말았다.이게 어떻게 가능하단 말이지? 남우는 손목을 비비며 말했다."난 어렸을 때부터 무술을 연마해 왔고, 군대와 학교에서도 혹독한 체력단련을 받았었어요. 수많은 적들을 만나봤고, 그중 상당한 실력자들도 많았죠. 그들에게서 교훈을 얻고, 그들의 수법을 터득했으니 당신들이 날 이기려면 주먹과 체격만으로는 어렵고, 호흡과 속도에도 의존해야 합니다.” 남자들이 땅바닥에서 일어섰고, 그녀는 혼자서 여러 남자의 공격을 쉽게 처리했으며 그녀의 공격은 그들의 눈보다 훨씬 빨라 그들의 공격을 완전히 허무하게 만들었다.이 정도의 능력이라면 그들은 승복하지 않을 수 없었고, 재언 도련님이 그들의 행동에 동의했던 이유을 이제야 깨달았다. 알고 보니 그는 그들이 그녀의 적수가 아니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앞장섰던 남자가 먼저 그녀에게 사과의 말을 건넸고, 나머지 사람들도 그녀에게 사과했다. "올리카 씨, 숨을 필요 없어요. 다 보이니 빨리 나오세요.” 남우가 소리치자, 모두가 돌아섰다.올리카는 몸을 떨었다.어떻게 발각이 된 거지? 그녀는 어색하게 웃으며 벽 뒤에서 걸어 나왔다. "미안해요... 당신들이 싸우는 모습을 보고 바로 말리고 싶었지만 난 남우 씨가 이렇게 강력할 줄은 몰랐어요.” 그러자 남우는 웃으며 그녀의 체면을 조금도 세워주지 않았다."말리고 싶었다면 진작에 나왔을 텐데 왜 그렇게 오래 숨어 있었던 거죠? 내가 코를 맞고 피를 흘릴 때까지 기다렸다가 나올 생각이었나요?"올리카는 자신의 생각이 드러나자 매우 난감한 얼굴을 했다. "남우 씨, 내가 대체 뭘 잘못했길래 이렇게 오해를 하시는지 모르겠네요.”올리카의 미소는 살짝 굳어 있었지만, 사람들 앞에서는 항상 우아함을 유지해야 했다.그녀는 현장에 있던 사람들을 바라보며 말했다."죄송해요 여러분, 저는 말리고 싶었어요. 어쨌든 여러분은 저를 위했지만 저는 재언이를 난처하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그녀는 겉으로는 반재언을 위하는 척하면서도 남우의 인품을 사람들 앞에서
반재언은 어이없다는 듯 웃어 보였다."내가 널 도와준 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 그때 그 상황에서 네가 아닌 다른 여자였어도 난 도와줬을 거야. 네가 내 곁에 있었던 건 스스로 은혜를 갚겠다고 네가 자처한 거고, 난 허락한 적 없어."그의 말은 천둥소리처럼 그녀의 머리에 박혔고, 그녀는 웃음거리가 되었다. "아니...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올리카는 그의 말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넌 날 속였어, 넌 내가 특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분명히 다른 여자들과 다르게 날 대했잖아.그렇지 않으면 소찬이 나를 파라다이스에 데려갔을 때 왜 말리지 않은 거야!”만약 그녀가 특별한 사람으로 대우받지 않았면, 외부인인 그녀가 어떻게 파라다이스 사람들과 접촉할 수 있었겠는가? 반재언이 이마를 문지르며 말했다."그건 소찬이가 너랑 친했기 때문이야. 너희를 이어줄 생각에 당연히 말리지 않았지.” 올리카는 깜짝 놀랐다.반재언은 단 한 번도 그녀를 위하지 않았고, 일방적으로 판단을 하며 자신이 그의 마음속에 가장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했다.그는 그녀의 고백을 항상 거절해 왔지만 그녀는 여전히 그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런데 반재언이 뭐라고 한 거지? 자신과 소찬을 이어줄 생각이었다고? 그녀가 소찬과 가까워지고 싶어 하는 이유는 소찬이 반재언과 가장 좋은 친구였기 때문이고, 소찬의 도움을 받으면 반재언과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 하지만 반재언은 자신과 다른 남자를 이어주려고 했다니.올리카는 그만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반재언, 난 믿을 수 없어… 거짓말하지 마…”“난 여기서 너랑 농담할 생각 전혀 없어. 올리카, 네가 무슨 짓을 한 건지 아직도 모르는 거야?” 반재언은 이미 참을성이 바닥나 버렸다. 올리카는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고, 반재언은 사정없이 말을 내뱉기 시작했다.“너랑 다민이 술을 마셨던 날 다만이 직접 집에 데려다주었는데 너는 다민이 떠난 틈을 타서 다시 집을 나서서 6번 골목으로 향했지. 그리고 강
반재언은 그녀한테 가까이 다가가더니 웃음이 산뜻했다.“네가 실패한 것은 너랑 그 사람들의 연기가 너무 서툴렀다는 거야. 진짜 강도들이라면 처음부터 네가 전화해서 구조받을 기회를 줬겠어?”올리카는 땅에 주저앉아 냉담한 반재언을 보면서 손을 내밀어 그를 잡았다.“재언아, 미안해. 내가 그렇게 했으면 안 되는 거였어. 진짜 잘못했다고...”반재언은 그녀의 손을 치우고 차가운 눈에서 싸늘함이 가득했다.“너 이후로 더 이상 파라다이스를 접촉할 필요는 없어. 나중에 네가 또 다른 헛소문을 퍼뜨린다면 그때는 널 가만히 놔두지 않을 거야!”그러고는 몸을 돌려 남우한테로 걸어가서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고 그녀를 방으로 데려갔다.파라다이스에 있는 사람들이 올리카를 바라보더니 모두 머리를 흔들었다.그들이 사람을 잘 못 봤다.그들도 따라서 떠났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아무도 땅에 있는 올리카를 관계하지 않았다.별장 내, 반재언은 남우를 부축해서 소파에 앉아 그녀의 손을 잡았는데, 그녀의 손마디에는 분명한 멍 자국이 있다.방금 전에 그들과 싸울 때 생긴 것 같다.반재언은 손마디를 살살 만지며 물었다.“너도 참 필사적이다. 안 아파?”그녀는 웃으면서 아무렇지 않았다.“괜찮아. 이 정도 타박상은 항상 있는 거지 뭐. 그리고 그놈의 주먹은 진짜로 땅땅해서 돌에 때린 줄 알았어.”반재언은 머리를 들고 그녀를 봤다.“난 대답한 게 조금 후회해.”“그건 안 돼. 말했으면 다시 주워 담기 없어! 그리고 그들이 나를 불복종하는데 내가 당연히 교육해야지. 아니면 나중에 내 체면을 어떻게 세워?”그는 어쩔 수 없이 웃으면서 손을 내밀어 그녀의 얼굴을 만졌다.네 성격을 알기에 내가 허락 한거야. 내가 거절했어도 네가 타협하지 않을 거잖아, 아니야?”남우는 밖으로 한번 봤다. 올리카는 이미 갔다.“근데, 넌 올리카와 소찬을 맺어주려고 했어?”“예전에 올리카와 소찬이 친하게 지냈어. 다른 사람이라도 그들이 사귈 줄 알았을 거야.”남우는 피식 웃었다.“그럼, 소찬
조민이 입을 열어 설명하려 하자, 소찬도 손을 들면서 설명했다.“아무 말도 하지 마세요. 목숨을 소중히 여기고 잘 살아요. 정 안 되면 내가 좋은 남자 소개해 줄게요. 내가 아는 남자 중에 좋은 남자 많아요. 조건도 좋고 외모도 괜찮아요. 조민 씨 마음대로 골라봐요. 그리고, 만약에 S국 남자를 싫어하면 서울에서 찾아줄게요.”“조민은 어색하여 웃었다.“음... 당신의 호의는 정말 감사하네요.”“뭐 그런 거 가지고, 아무리 그래도 우리도 싸우면서 정든 사이인데, 이틀만 기다려 줘요. 서울에 있는 좋은 남자 자료 다 모아서 고르게 할게요.”이틀 뒤, 소찬은 진짜로 여러 미혼 부잣집 아들들의 자료를 한 장씩 조민 앞에 펼쳐놓았다.조민은 입가를 잡아당기더니 맞은편 소파에 앉은 소찬을 바라봤다.“이것들은 다 어디서 가져왔나요?”“혼인 중계소요.”소찬은 진지하게 말했다.“어쨌든 당신의 조건도 우수하니깐, 그쪽에서 나보고 해외에서 돌아온 부잣집 아들들 자료를 주면서 고르라고 해서 내가 10명 골랐어요. 안목이 참 높죠?”조민은 자료를 들고 봤다. 서울, 경상도, 락성, 진성까지 포함했다.중요한 건 모두 그녀가 알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연예계의 톱스타 아이돌 주계진자료까지 들고 왔다.“어때요, 마음에 드나요? 여기에는 변호사, 연예인, 박사, 그리고 석사까지 있어요. 이런 조건은 당신이랑 너무 잘 맞지 않나요?”그는 커피를 들고 천천히 마셨다. 그는 자기가 너무 좋은 사람이라 생각했다. 자기 혼자서 여자 친구를 찾아도 이렇게 진지한 적이 없었다.조민은 자료를 놓더니 말했다.“모두 내가 아는 사람이네요.”그는 목이 매더니 하마터면 커피를 내 뿜을 뻔했다. 그러고는 잔을 내려놓았다.“알면 더 잘 된 것 아닌가요?”조민은 유 씨의 자료를 들었다.“이 사람은 해외에서 석사 과정을 마치고 온 사람입니다. 저의 아버지가 저에게 골라준 맞선남이기도 하죠. 이 사람은 저를 못마땅해 해요.”그리고 다른 사람의 자료를 들었다.“이 주계진은 톱스타이
”유이야.”조민과 소찬이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오늘 너무 예쁘다!”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조민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이건 나와 소찬 씨가 축하의 의미로 권하는 거야. 너와 한태군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래.”강유이가 그녀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혔다.“저도 선배와 소찬 씨의 앞날에 행복할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곧이어 남우와 반재언이 다가왔다. 두 사람의 뒤에는 진예은과 반재신 그리고 강성연과 반지훈까지 있었다.강성연이 유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오늘 우리 유이 너무 잘했어!”그녀가 미소 지었다.“진짜요?”반지훈이 말했다.“우리 딸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어. 넌 우리의 자랑이야.”강유이가 한 떨기 꽃처럼 어여쁘게 미소를 지었다.한태군이 그들 쪽으로 다가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아버님, 어머니, 두 분께서 유이를 제가 주신 것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이 잔 올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었다.“네놈 운 좋은 줄 알아!”그가 술잔을 들고 한태군이 내민 잔에 부딪혔다.“앞으로 내 딸한테 정말 잘해줘야 해.”한태군이 강유이를 바라보았다.“걱정 마세요. 제 생에 여자는 오직 유이 한 사람뿐입니다.”강성연도 미소 지었다.여준우와 진예은의 아버지도 인사를 건네러 다가왔다. 그들과 함께 정연 여왕과 한희운도 다가왔다. 여준우가 말했다.“아직 의식 하나 남았지?”강유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남은 의식이 또 있어요?”그가 말했다.“베란다에서 하는 세기말 키스가 남았잖니. 너희 아직 그거 못했어.”한희운이 웃으며 말했다.“여준우 경, 어째 가족들보다 경이 더 조급해 하는 것 같습니다.”여준우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전설 속의 세기말 키스. 우리 모두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 장면을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군요.”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남우가 의문스러운 듯이 물었다.“세기말 키스가 뭐야?”반재언이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오래전 첫 번째
웨딩카가 지나가야 했기에 궁에서부터 대성당까지 가는 길에 기타 차량은 통행을 금지 시켰다.강유이가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길에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들 모두가 이 성대하고 엄청난 장면을 구경하러 몰려든 것이였다.그녀의 곁에 앉아있는 한태군은 네이비 더블 버튼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늠름해 보였다. 어깨에는 성 패트릭 훈장과 로열 빅토리아 훈장 등 여러 훈장이 달려있었다.그가 강유이의 손을 잡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손에서 땀이 나는데?”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긴장돼.”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내가 있잖아. 긴장할 것 없어. 마음을 편하게 가져.”강유이의 시선이 그가 입은 제복으로 향했다.“이 옷 오빠한테 너무 잘 어울린다!”한태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 신부도 오늘 너무 아름다워.”성당에 도착하자 한태군은 강유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 한희운과 함께 여준우, 진예은의 아버지 등 황실 성원들 그리고 내각 대신들까지 함께 성당 서쪽 문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 있는 광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초대 관객들이 몰려있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도 웅장했다.여준우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결혼식도 전부 라이브로 방송되겠는데 유이 그 계집애 아마 지금쯤 우리보다 더 긴장하고 있겠죠?”진예은의 아버지가 그를 바라보았다.“하하. 내 눈에는 네가 더 긴장한 것 같은데?”그가 웃으며 말했다.“황실 결혼식은 처음이라서요.”열한 시 반이 되자 정연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신랑 한태군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대표로 성당에서 각 귀빈들과 인사를 나눴다.남우가 반재언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분이 바로 여왕 폐하셔? 엄청 예쁘시다. 나 실제로 처음 봐.”반재언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나도 처음 뵙는 거야.”“뭐?”남우가 깜짝 놀랐다.“그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어?”“재신이
”참 형수님은?”소찬이 묻자 반재언이 대답했다.“지금 아버님 모시고 돌아다니고 있어. 나도 이제 가야겠네. 두 사람 편히 쉬고 있어요.”반재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소찬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와이프가 생기더니 변했어!”“하하. 당신은 뭐 재언 씨와 다른 것처럼 말하네요.”조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찬도 얼른 잔을 놓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잠깐만요. 왜 나 버리고 혼자 가요! 같이 가요.”강성연과 지윤이 룸에서 나와 걸어가다 마침 복도에서 반지훈과 희승과 마주쳤다. 희승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오랜만이에요, 사모님.”강성연이 반지훈 앞에 멈춰 서자 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오랜만에 만났는데 얘기는 잘 했어?”“그럼요. 근데 당신 오후에 아버님과 여씨 가문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요?”반지훈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당신 기다리고 있었지. 가서 밥 먹자.”희승이 지윤의 곁에 나란히 서며 그들을 바라보았다.“회장님 사모님, 그럼 저희들은 먼저 아버님한테 가볼게요.”반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성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와 나란히 복도를 걸어갔다. 포근한 햇살이 통유리로 된 창문으로 들어와 바닥에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한데 꼭 붙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이틀 후,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기대했던 세기말 황실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식은 아홉 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아침 일곱 시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궁에 도착해 있었다. 강유이는 커다란 메이크업 룸을 혼자 썼다. 네다섯 명의 탑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를 위해 화장을 해주고 머리를 만져주었다.여덟 시가 되어서야 강유이는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다. 순백의 새하얀 드레스는 과한 보석과 레이스가 아닌 천연 실크 소재로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오프숄더 형 넥 라인으로 간단하지만 파격적인 미를 추가했고 소매는 칠부 정도 되었다.면사포 길이만 16피트 정도 되었는데 변두리가 레이스로 수놓아져 있었다.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럼 나 결혼식 당일에 이 티아라 쓸래. 그러면 엄마의 디자인을 홍보해 줄 수도 있잖아.”한태군이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도 돼.”…반씨 가문 사람들은 결혼식 이틀 전에 영국에 도착했다. 그들은 한태군이 안배한 호텔에 머물게 되었다. 황실에서는 호텔을 통으로 빌려 결혼식 때문에 일부러 해외에서 온 귀빈들을 위한 장소로 마련했다.구씨 집안사람들과 육씨 집안사람들도 왔고, 남강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연예계에서 강유이와 친분을 유지했던 윤수아, 우영, 주계진, 임석진도 초대되었다. 조민과 소찬은 당연히 초청자 명단에 속해 있었다.강성연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웨이터가 그녀를 룸으로 안내했다. 룸 안에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한 그녀가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삼촌.”헨리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못 본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강성연이 다가가 그와 포옹했다.“오셨어요.”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예전에 내가 네 결혼식도 참석 못 하고, 또 네 두 아들의 결혼식도 참석 못 했었잖니.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마침 영국에 출장 올 일이 있어서 이렇게 너를 만나러 왔단다.”그녀가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몸은 좀 어떠세요?”그가 미소 지었다.“많이 괜찮아졌다. 지윤이와 희승이가 돌봐주고 있어서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그때 지윤이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왔다.강성연이 고개를 돌려 지윤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놀라던 그녀가 다음 순간 눈물을 글썽였다.“두 사람도 와줬네요.”지윤이 그녀한테 다가갔다.“유이가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저와 희승 씨도 아버지 따라왔어요. 희승 씨는 지금 반 회장님과 같이 있어요.”헨리가 경호원에게 선물을 갖고 오라고 지시한 후 강성연에게 선물을 건넸다.“리비어가 올 수 없어서 참 안타까워했단다. 이건 걔가 너
한태군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 웃었다.어느덧 밤이 깊어졌다. 온 도시가 화려한 네온사인에 둘러싸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강유이와 한태군은 저녁을 먹은 후 진원으로 돌아갔다.이제 막 샤워를 마친 탓에 강유이의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러자 한태군이 그녀의 손에서 타월을 가져가더니 대신 머리를 닦아주었다.그녀는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거울 속 남자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태군 오빠, 나 결혼식이 너무 기대가 돼.”“그래?”한태군이 부드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나 역시 기대돼!”“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성스러운 결혼식장에 들어서다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그가 소리 내어 웃더니 허리를 숙이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그거 알아? 난 한평생 내가 꿈꿨던 모든 소원들을 이미 다 이뤘어.”강유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원인데?”한태군이 여전히 그의 귓가에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너를 아내로 맞이하고, 너와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우리 두 사람의 아이까지 만나게 된 거.”그녀가 멈칫거렸다. 따듯한 조명 아래 그녀의 볼이 붉게 피어올랐다.“설마 처음부터 다 꿍꿍이가 있었던 거야?”그가 대답했다.“어쩌면 네가 내 눈앞에 나타난 순간부터 난 너를 아내로 맞이할 줄 알았던 것 같아.”강유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끌어안았다.“나도 이번 생에는 오빠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한태군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따듯한 마음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정말 영광이야.”…이틀 후, 한태군과 강유이는 영국으로 돌아갔고, 황실은 결혼식 준비로 한창이었다. 화제의 결혼식이다 보니 모든 언론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패션 계와 주얼리 계의 최상급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작품들이 줄지어 강유이한테 전해졌다. 명품 맞춤 드레스와 결혼식 때 사용할 각종 보석들이 발 디딜 곳 없게 전시된 채 그녀가 고
그러자 민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여행 좀 다녀오니까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어요.”안예지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가 원하는 일이 다 잘 되길 바랄게.”그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월말이 되었다. 강유이 일행들의 여행도 어느새 끝이 나고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강성연과 반지훈은 정원 밖에 나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아이들이 차례대로 차에서 내렸다. 강유이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아빠, 엄마!”그녀가 두 사람을 동시에 끌어안았다.반지훈이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렇게 안겨?”강유이가 눈초리를 휘며 대답했다.“엄마 아빠한테 저는 영원한 어린애죠.”강성연이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나머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재밌게 놀았으면 됐어. 이제 안으로 들어가야지. 오늘 저녁은 다 같이 모여 떠들썩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진예은과 남우는 집안으로 들어간 후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들을 살폈다. 희망이는 두 남동생과 함께 있었다. 세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느껴졌다.아래층에서는 반재신 반재언 형제가 외출을 하고, 한태군이 거실에서 반지훈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아버님 이번 판은 제게 양보해 주십시오!”반지훈이 흰색 바둑알을 들고 판을 들여다보다 결심한 듯이 바둑알을 내려놓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게.”한태군이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에는 제가 양보해 드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허튼수작 부리지 말거라. 난 네 양보 따위 필요 없다.”주방에서 과일을 깎고 있던 강성연이 거실에 있는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본 후 다시 커피를 타고 있는 강유이를 바라보았다.“이제 곧 결혼식을 올리겠구나. 엄마가 너를 위해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했어.”강유이가 멈칫거리더니 강성연을 돌아보았다.“어떤 서프라이즈 선물이요?”“아직은 안 가르쳐 줄 건데?”강유이가 조금
한태군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두 사람을 여기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조민이 대답했다.“나랑 소찬 씨는 이곳에 온 지 좀 됐어. 유이가 인스타에 사진을 올려서 알았어. 너희들도 여기 왔다는걸.”강유이가 조민의 팔을 잡아당기며 자리에 앉혔다.“그럼 우리랑 며칠 더 같이 놀아요.”소찬까지 자리에 착석한 후 반재언은 그에게 진예은과 강유이를 소개했다.“여기는 우리 제수씨인 진예은씨고, 이쪽은 내 동생 유이야.”“형 결혼식 때 봤었어.”소찬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형 동생이 내 와이프랑 같은 학교 출신이라면서? 와이프한테서 얘기 들었어.”조민이 그를 보며 말했다.“누구보고 와이프래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하거든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약혼까지 다 했는데 다른 남자한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두 사람의 티격태격한 모습에 다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유독 강유이만 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지금 무슨 소리들 하는 거예요! 약혼이라니. 선배 약혼했어요?”조민이 작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응, 너한테 말하는 걸 깜빡했어.”“너무해요.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말하지 않을 수 있어요.”강유이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녀는 조민이 약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조민이 그녀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너한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그랬지.”그녀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저 이제 선배랑 안 놀거예요.”조민이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옆에 앉아있는 한태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빨리 네 와이프 좀 달래 봐.”한태군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강유이도 그저 장난으로 그런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조민의 약혼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기뻤다.적어도 이제 그녀는 자기만의 행복을 찾았다.…..한편, 서울 병원.민서율은 복도에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있는 어머니는 많이 초췌해진 상태였다.“어머니, 몸은 좀 어떠
투호 판을 벌인 사장이 말했다.“오천 원에 세 번 던질 수 있어요.”“그렇게나 비싸요? 오천 원에 세 번밖에 던지지 못하다니!”진예은은 어쩐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투호 판 사장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저희가 여기서 제일 쌉니다. 다른 집에서는 만 원에 세 번 던지게 하는걸요.”강유이가 진예은을 잡아끌며 말했다.“오천 원에 하자. 사장님도 장사하는 게 어려우실 거 아니야. 우리 재미로 한 번 해보자.”결국 그녀는 사장에게 만 원을 건넸다.“기회는 총 여섯 번입니다.”사장이 화살 여섯 개를 그녀에게 건넸다. 가지런히 놓인 여러 개의 항아리 옆에는 명중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선물이 놓여있었다. 강유이는 그중 팔찌가 갖고 싶었다. 비록 가짜겠지만 디자인이 예뻤다.그녀가 고심 끝에 화살을 던졌다. 하지만 화살은 항아리를 빗나가고 말았다.그 뒤로 연속 두 번 더 던졌으나 모두 다 실패했다.이제 화살은 세 개 밖에 남지 않았다.강유이의 자신 없는 모습을 본 남우가 그녀의 손에서 화살을 가져가며 말했다.“내가 할게요.”그녀가 팔찌 옆에 놓인 항아리로 화살을 던졌고, 화살은 단번에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성공이다!흥분한 강유이가 폴짝폴짝 뛰며 말했다.“새언니 정말 대단해요!”“훗. 이 정도쯤이야.”남우가 눈을 찡긋해 보이며 물었다.“또 어떤 게 갖고 싶어요?”강유이가 진예은에게 물었다.“예은아, 어떤 게 마음에 들어?”진예은이 선물을 살피다가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머리핀이요. 저게 제일 예쁜 것 같애요.”남우가 다시 머리핀 옆에 있는 항아리를 향해 화살을 던졌다. 그리고 정말로 그 머리핀을 명중했다.강유이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진짜 백발백중이네요. 새언니, 이제는 새언니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요.”남우가 턱을 쓰담으며 말했다.“그러면 저는…”그녀의 시선에 백옥 청자가 들어왔다.“저걸로 하죠.”그녀가 들고 있던 화살을 슝 던지자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항아리 안으로 빨려
늦은 밤의 산속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평안한 야영장에는 오직 풀벌레 소리만 잔잔하게 들려왔다.텐트 밖 잔디 위에는 랜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평온하고도 아늑한 분위기였다.강유이는 몸을 뒤척거리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한태군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품에 안았다.“잠이 안 와?”“응.”그녀가 그의 품에 가만히 기댔다.“태군 오빠,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 가겠어.”한태군이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럼 내가 같이 가줄게.”두 사람이 텐트 밖으로 나왔다. 한태군이 손전등을 들고 그녀와 함께 한참을 걸었다. 두 사람은 우거진 숲 앞에 도착했다. 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한태군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있으면 불러.”그녀는 숲 안으로 들어갔지만 무서워서 멀리 가지는 못했다.볼일을 본 후 강유이가 서둘러 달려와 그의 팔짱을 꼈다.“됐어.”한태군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텐트로 돌아가던 중 그녀가 고개를 들고 밤 하늘을 바라보며 손으로 가리켰다.“저게 북두칠성인가?”한태군도 고개를 들었다.“응, 맞아.”강유이가 배시시 웃었다.“역시 산속이니까 별이 엄청 잘 보이는 것 같아.”“두 사람 밤늦게 자지도 않고 별구경 하는 거예요?”남우가 텐트 안에서 나오며 묻자 강유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새언니도 아직 안 잤어요?”“네. 아까 귀신 이야기한 것 때문에 무서워 잠을 못 자겠잖아요…!”남우가 생수 한 병을 따서 마셨다.강유이와 한태군이 서로를 마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새언니 설마 그런 이야기에 무서워해요?”남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산골짜기라고요! 보통 때와는 다르잖아요.”강유이가 포도 한 송이를 들며 말했다.“걱정 마요. 우리 큰오빠가 새언니를 지켜줄 거예요.”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한태군과 함께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고개를 돌린 남우는 그제야 두 사람이 들어가 버린 것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