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은 일어서서 휴대폰으로 그녀의 몰골을 찍었다."기다리고 있어. 너의 천한 모습을 시동생에게 보낼 테니까!"초란은 이 말을 듣고 다급히 그녀의 다리를 안았다."형님, 제가 잘못했어요. 강진씨에게 알리지 마요, 제발. 당신도 저희 일 때문에 강진 형제가 원수로 되는 걸 원하지 않잖아요?""퉤, 너 스스로 자초한 일이야. 시동생은 네가 어떻게 파렴치하게 형님을 꼬셨는지 알게 된다면 널 꼭 내쫓을 거야!"최연은 그녀의 말을 무시하고 사진을 보내려고 했다.초란은 몸을 일으키더니 그녀를 덮치면서 휴대폰을 뺏으려고 했다. 최연의 휴대폰은 문 앞에 떨어졌고 최연은 뒤로 넘어졌다."쿵"하는 소리와 함께 최연의 뒤통수가 테이블 모서리에 부딪혔다."형님, 제발 그러지 마요. 이건 정말 저의 잘못이 아니에요......"이렇게 말하던 초란은 최연이 움직이지 않는 걸 발견했다.초란은 얼굴에 혈색이 싹 가셔졌고 최연의 코밑에 손을 댔다. 순간 그녀는 바닥에 주저앉으면서 입을 막았다.숨...... 숨을 쉬지 않아.강성연은 회사의 구내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었다. 그녀가 앉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누군가가 식당에 나타났다.이에 구내 식당에 있던 직원들이 모두 수군거렸다. 기적이야, 반지훈 대표님께서 구내 식당에서 식사를 하시다니?반지훈은 밥을 배급 받은 후 강성연 앞에 앉았다. 강성연은 그를 보다가 다시 식판 안에 음식을 보았다.식당 이모님은 반지훈을 편애하나 봐, 고기도 더 많이 줬잖아.강성연은 반지훈이 별로 먹지 않자 웃으면서 말했다."대표님, 입에 맞지 않으면 억지로 먹지 않아도 돼요."반지훈은 신분이 남달랐기에 매일 산해진미를 먹고 지냈으니 초라한 음식이 입에 맞지 않는 것도 당연했다.TG의 구내 식당의 음식은 꽤 괜찮았고 가격도 패스트푸드점과 비슷했다.반지훈은 전문 제작한 슈트에 비싼 시계를 하고 이곳에서 패스트푸드를 먹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그의 기품과 어울리지 않았다."입맛을 좀 바꾸고 싶어서 그래."반지훈은 젓가락으로 그릇에 면
최연은 어느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렸고 그 자리에서 숨을 거뒀다. 강 씨 노부인과 강진은 모두 경찰서에 불려갔다.노부인은 강현이 감옥에 들어가서 충분히 충격을 받았다. 지금 최연까지 사망하자 노부인은 그만 기절하고 말았다.반지훈과 강성연이 병원에 왔을 때 강진과 강예림 부녀도 있었다.강예림은 강성연을 본 순간, 화를 내면서 강성연의 멱살을 잡았다."모두 언니의 탓이에요. 언니 때문에 엄마가 자살한 거라고요, 모두 언니의 잘못이에요!"반지훈은 싸늘한 눈빛으로 강예림을 밀쳐내더니 강성연 앞에 섰다."무슨 잘못이든 성연이에게 밀지마.""언니의 탓이에요. 동생의 일도, 엄마의 일도 모두 강성연 때문이에요! 가족을 잡아먹는 인간이라고요!""예림아, 그만해!"강역은 강예림을 뒤로 잡아당기더니 반지훈에게 웃으며 말했다."반지훈 대표님, 죄송합니다. 저의 딸이 자극을 받아 허튼 소리를 하는 겁니다."반지훈은 무표정이었다.강성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나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그녀는 최연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녀를 죽일 생각은 없었다."봐요, 아무 말도 못하잖아요. 역시 언니가 엄마를 죽였다고요, 언니는 살인자예요!"강예림은 강성연에게 고함을 질렀다.그녀의 엄마와 남동생에게 복수할 사람은 강성연 밖에 없었다. 모진 년!강성연은 입을 꾹 닫고 있다가 갑자기 뭔가가 떠올랐다."아빠, 초란은요?"그녀가 초란을 언급하자 강역의 얼굴에 이상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강진은 초란이 사라지는 것이 습관되었는지, 아니면 관심 없는건지 그녀의 행적을 관계하지 않았다."나도 모르겠다."강성연은 눈을 내리깔면서 물었다."큰어머니는 어디에서 뛰어내렸어요?"강진이 대답하기도 전에 강예림이 소리를 질렀다."그건 왜 묻는 거예요? 우리 엄마가 불쌍하지도 않아요? 엄마가 죽었는데 또 무슨 짓을 하려는 거예요?""만약 내가 너였다면 최연이 이렇게 쉽게 자살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을 거야."강성연은 강예림 앞에 걸어갔다."최연이 어떻게 죽었는지 궁금하면 이곳에
이튿날, 법원.조훈은 부검결과를 강성연에게 주면서 말했다."이건 부검 결과예요. 추락사가 아니라 죽은 후에 누군가가 옥상에서 던진 거예요. 피해자의 등에 있는 시반과 옷이 닳은 정도를 놓고 볼 때 가해자는 살인을 한 후 시체를 옮긴 적이 있어요."사망 후 옥상에서 떨어진 것이니 이건 타살이 분명했다. 강성연은 부검 결과를 보면서 눈빛이 어두워졌다. 치명상은 두부에 있었다."시체에 범인의 흔적이 남았나요?"강성연이 묻자 조훈은 고개를 끄덕였다."피해자의 손톱 안에서 각질을 긁어냈습니다. 지금 DNA를 채취하고 있어요."강성연은 부검 결과를 보면서 침묵했다. 조훈은 시간을 확인해보았다."됐습니까? 부검 결과를 경찰서에 보내야 해서요. 이건 타살 사건이니까요."강성연은 부검 결과를 조훈에게 주면서 웃었다."언제 시간이 되면 아영이와 함께 식사를 하죠?"조훈은 멍하니 있다가 웃음을 터뜨렸다. "시간이 되면 그렇게 하죠. 최근 좀 바빠서요.""알겠어요."강성연은 고개를 끄덕였다.병원."너의 딸 때문에 강현이가 감옥을 간 것도 모자라 최연까지 죽었구나. 강성연은 가족을 잡아먹는 년이야!"깨어난 강 씨 노부인은 이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어 강진에게 욕설을 퍼부었다.강진이 어떻게 달래도 노부인은 귀신이라도 들린 듯이 강성연을 욕했다."모두 천한 년의 탓이야. 재수 없는 년, 업보를 받게 될 거야!" 강진은 어머니가 이렇듯 딸을 증오하자 마음이 아팠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바로 이때 경찰 두 명이 들어왔다.강진은 자리에서 일어섰다."경관님, 무슨 일로......""최연의 가족입니까? 최연의 부검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건 타살 사건으로 확정되었습니다."경찰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노부인은 매우 분노했다."꼭 그 천한 년의 짓이야, 강성연 그 년의 짓이라고!""어머니, 그만 하세요. 무슨 허튼 소리를 하는 겁니까?"강진의 표정이 어두워졌지만 노부인은 매섭게 말했다."그 년을 내놓고 또 누가 있겠어? 너의 딸이라고 은폐하고 싶은 거냐
경찰을 본 순간 초란은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경찰을 쳐다보지 못했다.다행히 경찰들은 이상한 걸 눈치채지 못했다."아빠, 할머니는 괜찮아요?"강미현은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하고 걸어가면서 물었다.강진은 쌀쌀한 말투로 말했다."들어가서 할머니 곁에 있어."강미현이 병실로 들어가자 강진은 초란을 바라 보았다."이런 일이 발생했는데도 돌아오지 않고 뭐 하는 거야? 요즘 뭐하고 있었어?"초란은 두근거리는 마음을 가라앉히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전 스스로 일자리를 찾았어요...... 그리고 당신들도 저에게 전화를 하지 않았잖아요."어제 확실히 그녀에게 연락한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초란은 어제까지 얼굴이 부어있었기 때문에 나타날 수 없었다.강진은 그녀를 의심하지 않았다."당신도 어머니와 이야기 좀 나눠."초란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면서 병실에 들어갔다."어머님, 제가 왔어요.""흥, 이때까지 무소식이더니 하필 이 상황에 온 거냐?"강 씨 노부인은 아까부터 손자와 며느리 일 때문에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그녀는 강성연에 대한 증오를 모두 초란과 강미현에게 풀었다."어머님, 형님의 일은 저도 안타깝게 생각해요. 저도 조금 전에 알았어요. 젊은 나이에 형님이......"초란은 슬픈 표정을 지었다."이건 모두 강성연 그 천한 것 때문이다. 꼭 강성연이 큰며느리를 죽였을 거야. 꼭 강성연의 더러운 본 모습을 밝혀내야 해!"초란은 노부인이 이렇게 생각할 줄 예상하지 못해 멍해졌다. 잘됐구나.그녀는 이 일을 강성연에게 덮어씌우면 되었다. 노부인은 원래부터 강성연을 미워했기 때문에 꼭 이것이 강성연의 짓이라고 생각할 것이다."어머님, 형님은 저희 몰래 성연이를 찾아갔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두 사람이 언쟁을 하다가 혹시......""넌 어떻게 큰며느리가 우리 몰래 성연이를 찾아간 걸 알고 있는 거냐?"노부인이 노려보자 초란은 입술을 깨물면서 천천히 말했다."왜냐하면 그날 형님은 저와 함께 있었습니다. 성연이가 자신을 협박한다
TG 빌딩 아래 기자 한 무리가 모여있었다. 반지훈은 보디가드들의 보호를 받으면서 강성연과 함께 차에서 내렸다.기자들은 가까이 다가갈 수 없지만 모두 앵글을 강성연에게 돌렸다."강성연 아가씨, 인터넷에서 떠도는 소문은 진짜입니까? 정말 살인을 했습니까?""강성연 아가씨, 가족에게 매우 잔인하고 심지어 재산을 빼앗기 위해 가족을 해쳤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진짜입니까?""강성연 아가씨, 대답해주세요......"반지훈이 강성연의 어깨를 안으면서 곁의 보디가드에게 말하려고 할 때 인파에서 누군가가 고함을 질렀다."살인자는 죽어!"모자를 쓰고 마스크를 쓴 남자가 인파 속에서 뛰쳐나오더니 칼로 강성연을 찌르려고 했다.반지훈은 눈썰미가 빨라 팔로 막았고, 그의 팔이 칼에 찔렸다."반지훈!"강성연은 그의 팔을 잡고 상처를 살폈다.현장에 있던 기자들도 모두 기겁을 했다.보디가드들은 범인을 바닥에 눕힌 후 모자와 마스크를 벗겨냈다."감히 반지훈 대표님을 해쳐? 죽고 싶은 것이구나!""괜찮아. 살짝 다쳤을 뿐이야."반지훈은 강성연의 머리를 쓰다듬은 후 고개를 돌려 싸늘한 눈빛으로 기자들을 바라 보았다."5분 줄 테니 내 눈앞에서 사라져."기자들은 순식간에 자리를 떴다.강성연은 반지훈 팔에서 피가 뚝뚝 흘러내리는 것을 보고 가방에 가지고 다니던 붕대를 꺼내 지혈하려고 했다.반지훈은 그녀의 긴장한 모습을 보고 입 꼬리를 올렸다. 그는 강성연의 진지한 얼굴을 빤히 바라 보았다.그리고는 곧 싸늘한 눈빛으로 보디가드들에게 둘러싸인 범인을 보았다."누가 사주한 거냐?""누구도...... 누구도 그러지 않았습니다."그 사람은 켕기는 것이 있는지 반지훈의 눈빛을 피했다.반지훈은 보디가드들에게 말했다."사무실에 데려가. 천천히 심문해야겠어."보디가드들은 고개를 끄덕인 후 범인을 빌딩에 끌고 갔다.강성연은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저도 갈래요."반지훈은 웃으면서 말했다."그래."사무실에서 제대로 구타를 당한 범인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반지훈은 눈썹을 치켜 올리면서 웃었다."당신만 아니라는 걸 알면 돼."강성연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예전의 그녀였다면 바로 반지훈에게 변태라고 욕했을 것이다.하지만 지금......"당신이 이렇게 필사적으로 절 보호하니 이제부터...... 좀 잘해줄게요."강성연은 멋쩍은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얼마나 잘해줄 거야?"반지훈은 가까이 다가가면서 낮게 물었다. 그녀의 아름답고 생기 있는 얼굴을 본 반지훈은 침을 꿀꺽 삼켰다.강성연은 주동적으로 그에게 키스를 했다.반지훈은 멍해졌다가 곧 심장이 사르르 녹아버릴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그는 강성연이 자신에게 키스하는 것이 너무 좋아 느끼고 있었다."상이에요."강성연은 입술을 뗀 후 테이블 위에 구급상자를 정리했다.하지만 그녀의 귀는 빨갛게 물들어있었다.반지훈은 원래 참으려고 했지만 그녀가 쑥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니 도무지 참을 수 없었다. 그는 백허그를 하면서 강성연을 소파에 눕혔다.강성연은 그를 살짝 밀쳤다."이러지 마요. 이곳은...... 사무실이란 말이에요."만약 누군가가 문을 열고 들어온다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아무도 들어오지 않을 거야.""아...... 하지만 당신의 팔이......""집중 좀 해."오후, 강성연은 주동적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널찍한 회의실에는 큰 매체 기자들로 가득 찼는데 모두 반지훈의 연락을 받고 온 것이었다.반지훈은 백스테이지에 서서 지켜보고 있었다. 그의 곁에 있던 연희승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반지훈 대표님, 저 기자들은 까다롭기로 유명합니다. 강성연 아가씨는 괜찮을까요?""난 성연이를 믿어."반지훈은 강성연을 바라 보았다. 그녀가 믿어달라고 하니 그는 당연히 그녀를 믿었다.초란과 강미현이 노부인을 부축하면서 강역, 강예림과 함께 들어왔다. 그리고 강진은 그들의 뒤에서 천천히 따라오고 있었다.초란은 강성연이 다치지 않은 걸 보고 표정이 어두워졌다.저 천한 것이 피했단 말이야?하지만 상관 없어. 강성연은 이미 "살인자"라는
“몇 년 뒤 여자는 병으로 세상을 떠났고 회사 하나를 남겨 두었죠. 남자는 아이를 돌보면서 힘겹게 회사를 관리했고 친척들은 단 한 번도 그런 그를 도운 적이 없어요. 심지어 그의 고난에 동참한 적도 없어요.”강성연은 시선을 내리뜨린 채로 냉소를 흘렸다.“그렇게 또 몇 년이 지나고 여자아이는 컸죠. 남자는 그 회사를 여자아이에게 물려줄 생각이었는데 남자의 어머니가 친척들을 데리고 찾아와 남자에게 여자아이의 엄마가 힘들게 창립한 회사를 친척의 아이에게 넘기라고 해요. 단지 친척이 생각하기에 여자아이는 회사를 물려받을 자격이 없다는 이유로 말이에요.”하정화는 강성연이 이야기를 얘기하면서 그들을 에둘러 욕한다는 걸 알고는 안색이 흐려졌다.아래에 있던 기자들은 당연히 그 뜻을 이해했다.그들은 친척들이 너무하다고 생각했다.재산이라는 건 원래 자녀가 이어받을 권리가 있었다. 딸이라는 이유로 재산을 나눠 받을 권리가 없다니, 지금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 아직도 남아를 중요시하고 여아를 무시하는 고루한 사상을 보유하고 있단 말인가?게다가 회사를 방계 친척에게 넘길 생각이라니.“강성연, 그런 헛소리는 그만하고 네가 네 큰어머니를 죽은 일이나 얼른 설명해!”하정화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주변에 있던 기자들은 전부 들었다.한 기자가 물었다.“그러면 당신이 큰어머니 최연을 죽인 일에 관해 물을 수 있을까요?”“저희가 얻은 소식에 근거하면 당신은 위너 주얼리 일로 친척들과 사이가 좋지 않았고 복수심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복수를 하려다가 실수로 큰어머니를 죽인 건 아닙니까?”장막 뒤에 서 있던 반지훈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강성연이 그에게 나타나지 말라고 하지 않았더라면 지금 당장 그곳으로 달려가 그들 부모의 ‘안부’를 물었을지도 모른다.강성연은 그 기자를 보면서 물었다.“제가 사람을 죽였다는 증거가 있나요?”강성연의 말에 아래 서 있던 기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무언가 말했고 앞줄에 앉아있던 하정화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넌 최연의 약점을 잡았어. 그
“맞아요. 우리 엄마가 어떻게 사람을 죽여요? 잘못 아신 것 아니에요?”강미현은 어리둥절한 얼굴이었다.“경찰이 잘못 안 게 아니야.”강성연은 그 가족에게 시선을 돌리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조 선생님께서 최연의 손톱 안에 있던 피부 조직에서 범인의 DNA를 확인했어. 그 DNA는 초란씨와 일치해.”초란의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다.손톱...최연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잡았을 때 피부가 긁힌 것일까?조훈은 미소 띤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폴더 안에서 DNA 검사 결과를 꺼내 강씨 집안사람들에게 건넸다.강진은 검사 결과를 건네받았고 화가 난 얼굴로 초란을 노려보았다.“너였어?”“아, 아니에요... 난 아니에요. 난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요. 난 아니에요. 그리고 내가 왜 최연을 죽이겠어요? 난 그녀를 죽일 이유가 없는걸요!”초란은 황급히 설명하기 시작했다.“당연히 죽일 이유가 없죠.”강성연은 위에서 천천히 내려왔다.“하지만 큰어머니께서 당신이 큰아버지랑 바람이 났다는 걸 알게 돼 당신을 찾아갔다면 이유가 있을지도 모르죠.”초란은 비틀거리면서 뒷걸음질 쳤다.강역마저 얼이 빠진 얼굴이었다.초란은 미치기라도 한 건지 큰 소리로 웃으면서 강성연을 죽어라 노려보았다.“역시 너였구나, 망할 년!”초란은 앞으로 나아가 강성연에게 손찌검하려고 했으나 두 명의 경찰과 현장에 있던 경호원들이 다급히 그녀를 제압했다.강성연은 초란의 앞에 서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남에게 들키는 걸 바라지 않았다면 처음부터 그런 짓을 하면 안 되죠. 하물며 제가 왜 당신을 해치겠어요? 오히려 당신이...”“우리 아버지를 배신하고 그런 짓을 했죠. 심지어 당신은 몇 번이나 제 목숨을 해치려고 했어요. 당신은 자신이 무고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가장 악랄한 사람은 당신이에요.”하정화는 의자 위에 힘없이 주저앉았다.초란이... 최연을 죽였다니?이럴 수가?강예림은 그 사실을 알고는 강미현에게 다가가 그녀의 뺨을 때렸다.“내연녀 노릇 하던 네 엄마가 한 짓이었구나!”
”유이야.”조민과 소찬이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오늘 너무 예쁘다!”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조민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이건 나와 소찬 씨가 축하의 의미로 권하는 거야. 너와 한태군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래.”강유이가 그녀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혔다.“저도 선배와 소찬 씨의 앞날에 행복할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곧이어 남우와 반재언이 다가왔다. 두 사람의 뒤에는 진예은과 반재신 그리고 강성연과 반지훈까지 있었다.강성연이 유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오늘 우리 유이 너무 잘했어!”그녀가 미소 지었다.“진짜요?”반지훈이 말했다.“우리 딸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어. 넌 우리의 자랑이야.”강유이가 한 떨기 꽃처럼 어여쁘게 미소를 지었다.한태군이 그들 쪽으로 다가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아버님, 어머니, 두 분께서 유이를 제가 주신 것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이 잔 올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었다.“네놈 운 좋은 줄 알아!”그가 술잔을 들고 한태군이 내민 잔에 부딪혔다.“앞으로 내 딸한테 정말 잘해줘야 해.”한태군이 강유이를 바라보았다.“걱정 마세요. 제 생에 여자는 오직 유이 한 사람뿐입니다.”강성연도 미소 지었다.여준우와 진예은의 아버지도 인사를 건네러 다가왔다. 그들과 함께 정연 여왕과 한희운도 다가왔다. 여준우가 말했다.“아직 의식 하나 남았지?”강유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남은 의식이 또 있어요?”그가 말했다.“베란다에서 하는 세기말 키스가 남았잖니. 너희 아직 그거 못했어.”한희운이 웃으며 말했다.“여준우 경, 어째 가족들보다 경이 더 조급해 하는 것 같습니다.”여준우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전설 속의 세기말 키스. 우리 모두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 장면을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군요.”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남우가 의문스러운 듯이 물었다.“세기말 키스가 뭐야?”반재언이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오래전 첫 번째
웨딩카가 지나가야 했기에 궁에서부터 대성당까지 가는 길에 기타 차량은 통행을 금지 시켰다.강유이가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길에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들 모두가 이 성대하고 엄청난 장면을 구경하러 몰려든 것이였다.그녀의 곁에 앉아있는 한태군은 네이비 더블 버튼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늠름해 보였다. 어깨에는 성 패트릭 훈장과 로열 빅토리아 훈장 등 여러 훈장이 달려있었다.그가 강유이의 손을 잡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손에서 땀이 나는데?”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긴장돼.”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내가 있잖아. 긴장할 것 없어. 마음을 편하게 가져.”강유이의 시선이 그가 입은 제복으로 향했다.“이 옷 오빠한테 너무 잘 어울린다!”한태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 신부도 오늘 너무 아름다워.”성당에 도착하자 한태군은 강유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 한희운과 함께 여준우, 진예은의 아버지 등 황실 성원들 그리고 내각 대신들까지 함께 성당 서쪽 문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 있는 광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초대 관객들이 몰려있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도 웅장했다.여준우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결혼식도 전부 라이브로 방송되겠는데 유이 그 계집애 아마 지금쯤 우리보다 더 긴장하고 있겠죠?”진예은의 아버지가 그를 바라보았다.“하하. 내 눈에는 네가 더 긴장한 것 같은데?”그가 웃으며 말했다.“황실 결혼식은 처음이라서요.”열한 시 반이 되자 정연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신랑 한태군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대표로 성당에서 각 귀빈들과 인사를 나눴다.남우가 반재언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분이 바로 여왕 폐하셔? 엄청 예쁘시다. 나 실제로 처음 봐.”반재언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나도 처음 뵙는 거야.”“뭐?”남우가 깜짝 놀랐다.“그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어?”“재신이
”참 형수님은?”소찬이 묻자 반재언이 대답했다.“지금 아버님 모시고 돌아다니고 있어. 나도 이제 가야겠네. 두 사람 편히 쉬고 있어요.”반재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소찬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와이프가 생기더니 변했어!”“하하. 당신은 뭐 재언 씨와 다른 것처럼 말하네요.”조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찬도 얼른 잔을 놓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잠깐만요. 왜 나 버리고 혼자 가요! 같이 가요.”강성연과 지윤이 룸에서 나와 걸어가다 마침 복도에서 반지훈과 희승과 마주쳤다. 희승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오랜만이에요, 사모님.”강성연이 반지훈 앞에 멈춰 서자 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오랜만에 만났는데 얘기는 잘 했어?”“그럼요. 근데 당신 오후에 아버님과 여씨 가문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요?”반지훈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당신 기다리고 있었지. 가서 밥 먹자.”희승이 지윤의 곁에 나란히 서며 그들을 바라보았다.“회장님 사모님, 그럼 저희들은 먼저 아버님한테 가볼게요.”반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성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와 나란히 복도를 걸어갔다. 포근한 햇살이 통유리로 된 창문으로 들어와 바닥에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한데 꼭 붙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이틀 후,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기대했던 세기말 황실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식은 아홉 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아침 일곱 시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궁에 도착해 있었다. 강유이는 커다란 메이크업 룸을 혼자 썼다. 네다섯 명의 탑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를 위해 화장을 해주고 머리를 만져주었다.여덟 시가 되어서야 강유이는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다. 순백의 새하얀 드레스는 과한 보석과 레이스가 아닌 천연 실크 소재로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오프숄더 형 넥 라인으로 간단하지만 파격적인 미를 추가했고 소매는 칠부 정도 되었다.면사포 길이만 16피트 정도 되었는데 변두리가 레이스로 수놓아져 있었다.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럼 나 결혼식 당일에 이 티아라 쓸래. 그러면 엄마의 디자인을 홍보해 줄 수도 있잖아.”한태군이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도 돼.”…반씨 가문 사람들은 결혼식 이틀 전에 영국에 도착했다. 그들은 한태군이 안배한 호텔에 머물게 되었다. 황실에서는 호텔을 통으로 빌려 결혼식 때문에 일부러 해외에서 온 귀빈들을 위한 장소로 마련했다.구씨 집안사람들과 육씨 집안사람들도 왔고, 남강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연예계에서 강유이와 친분을 유지했던 윤수아, 우영, 주계진, 임석진도 초대되었다. 조민과 소찬은 당연히 초청자 명단에 속해 있었다.강성연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웨이터가 그녀를 룸으로 안내했다. 룸 안에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한 그녀가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삼촌.”헨리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못 본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강성연이 다가가 그와 포옹했다.“오셨어요.”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예전에 내가 네 결혼식도 참석 못 하고, 또 네 두 아들의 결혼식도 참석 못 했었잖니.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마침 영국에 출장 올 일이 있어서 이렇게 너를 만나러 왔단다.”그녀가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몸은 좀 어떠세요?”그가 미소 지었다.“많이 괜찮아졌다. 지윤이와 희승이가 돌봐주고 있어서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그때 지윤이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왔다.강성연이 고개를 돌려 지윤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놀라던 그녀가 다음 순간 눈물을 글썽였다.“두 사람도 와줬네요.”지윤이 그녀한테 다가갔다.“유이가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저와 희승 씨도 아버지 따라왔어요. 희승 씨는 지금 반 회장님과 같이 있어요.”헨리가 경호원에게 선물을 갖고 오라고 지시한 후 강성연에게 선물을 건넸다.“리비어가 올 수 없어서 참 안타까워했단다. 이건 걔가 너
한태군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 웃었다.어느덧 밤이 깊어졌다. 온 도시가 화려한 네온사인에 둘러싸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강유이와 한태군은 저녁을 먹은 후 진원으로 돌아갔다.이제 막 샤워를 마친 탓에 강유이의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러자 한태군이 그녀의 손에서 타월을 가져가더니 대신 머리를 닦아주었다.그녀는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거울 속 남자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태군 오빠, 나 결혼식이 너무 기대가 돼.”“그래?”한태군이 부드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나 역시 기대돼!”“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성스러운 결혼식장에 들어서다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그가 소리 내어 웃더니 허리를 숙이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그거 알아? 난 한평생 내가 꿈꿨던 모든 소원들을 이미 다 이뤘어.”강유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원인데?”한태군이 여전히 그의 귓가에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너를 아내로 맞이하고, 너와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우리 두 사람의 아이까지 만나게 된 거.”그녀가 멈칫거렸다. 따듯한 조명 아래 그녀의 볼이 붉게 피어올랐다.“설마 처음부터 다 꿍꿍이가 있었던 거야?”그가 대답했다.“어쩌면 네가 내 눈앞에 나타난 순간부터 난 너를 아내로 맞이할 줄 알았던 것 같아.”강유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끌어안았다.“나도 이번 생에는 오빠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한태군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따듯한 마음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정말 영광이야.”…이틀 후, 한태군과 강유이는 영국으로 돌아갔고, 황실은 결혼식 준비로 한창이었다. 화제의 결혼식이다 보니 모든 언론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패션 계와 주얼리 계의 최상급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작품들이 줄지어 강유이한테 전해졌다. 명품 맞춤 드레스와 결혼식 때 사용할 각종 보석들이 발 디딜 곳 없게 전시된 채 그녀가 고
그러자 민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여행 좀 다녀오니까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어요.”안예지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가 원하는 일이 다 잘 되길 바랄게.”그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월말이 되었다. 강유이 일행들의 여행도 어느새 끝이 나고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강성연과 반지훈은 정원 밖에 나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아이들이 차례대로 차에서 내렸다. 강유이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아빠, 엄마!”그녀가 두 사람을 동시에 끌어안았다.반지훈이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렇게 안겨?”강유이가 눈초리를 휘며 대답했다.“엄마 아빠한테 저는 영원한 어린애죠.”강성연이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나머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재밌게 놀았으면 됐어. 이제 안으로 들어가야지. 오늘 저녁은 다 같이 모여 떠들썩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진예은과 남우는 집안으로 들어간 후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들을 살폈다. 희망이는 두 남동생과 함께 있었다. 세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느껴졌다.아래층에서는 반재신 반재언 형제가 외출을 하고, 한태군이 거실에서 반지훈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아버님 이번 판은 제게 양보해 주십시오!”반지훈이 흰색 바둑알을 들고 판을 들여다보다 결심한 듯이 바둑알을 내려놓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게.”한태군이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에는 제가 양보해 드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허튼수작 부리지 말거라. 난 네 양보 따위 필요 없다.”주방에서 과일을 깎고 있던 강성연이 거실에 있는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본 후 다시 커피를 타고 있는 강유이를 바라보았다.“이제 곧 결혼식을 올리겠구나. 엄마가 너를 위해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했어.”강유이가 멈칫거리더니 강성연을 돌아보았다.“어떤 서프라이즈 선물이요?”“아직은 안 가르쳐 줄 건데?”강유이가 조금
한태군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두 사람을 여기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조민이 대답했다.“나랑 소찬 씨는 이곳에 온 지 좀 됐어. 유이가 인스타에 사진을 올려서 알았어. 너희들도 여기 왔다는걸.”강유이가 조민의 팔을 잡아당기며 자리에 앉혔다.“그럼 우리랑 며칠 더 같이 놀아요.”소찬까지 자리에 착석한 후 반재언은 그에게 진예은과 강유이를 소개했다.“여기는 우리 제수씨인 진예은씨고, 이쪽은 내 동생 유이야.”“형 결혼식 때 봤었어.”소찬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형 동생이 내 와이프랑 같은 학교 출신이라면서? 와이프한테서 얘기 들었어.”조민이 그를 보며 말했다.“누구보고 와이프래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하거든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약혼까지 다 했는데 다른 남자한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두 사람의 티격태격한 모습에 다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유독 강유이만 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지금 무슨 소리들 하는 거예요! 약혼이라니. 선배 약혼했어요?”조민이 작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응, 너한테 말하는 걸 깜빡했어.”“너무해요.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말하지 않을 수 있어요.”강유이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녀는 조민이 약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조민이 그녀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너한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그랬지.”그녀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저 이제 선배랑 안 놀거예요.”조민이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옆에 앉아있는 한태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빨리 네 와이프 좀 달래 봐.”한태군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강유이도 그저 장난으로 그런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조민의 약혼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기뻤다.적어도 이제 그녀는 자기만의 행복을 찾았다.…..한편, 서울 병원.민서율은 복도에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있는 어머니는 많이 초췌해진 상태였다.“어머니, 몸은 좀 어떠
투호 판을 벌인 사장이 말했다.“오천 원에 세 번 던질 수 있어요.”“그렇게나 비싸요? 오천 원에 세 번밖에 던지지 못하다니!”진예은은 어쩐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투호 판 사장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저희가 여기서 제일 쌉니다. 다른 집에서는 만 원에 세 번 던지게 하는걸요.”강유이가 진예은을 잡아끌며 말했다.“오천 원에 하자. 사장님도 장사하는 게 어려우실 거 아니야. 우리 재미로 한 번 해보자.”결국 그녀는 사장에게 만 원을 건넸다.“기회는 총 여섯 번입니다.”사장이 화살 여섯 개를 그녀에게 건넸다. 가지런히 놓인 여러 개의 항아리 옆에는 명중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선물이 놓여있었다. 강유이는 그중 팔찌가 갖고 싶었다. 비록 가짜겠지만 디자인이 예뻤다.그녀가 고심 끝에 화살을 던졌다. 하지만 화살은 항아리를 빗나가고 말았다.그 뒤로 연속 두 번 더 던졌으나 모두 다 실패했다.이제 화살은 세 개 밖에 남지 않았다.강유이의 자신 없는 모습을 본 남우가 그녀의 손에서 화살을 가져가며 말했다.“내가 할게요.”그녀가 팔찌 옆에 놓인 항아리로 화살을 던졌고, 화살은 단번에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성공이다!흥분한 강유이가 폴짝폴짝 뛰며 말했다.“새언니 정말 대단해요!”“훗. 이 정도쯤이야.”남우가 눈을 찡긋해 보이며 물었다.“또 어떤 게 갖고 싶어요?”강유이가 진예은에게 물었다.“예은아, 어떤 게 마음에 들어?”진예은이 선물을 살피다가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머리핀이요. 저게 제일 예쁜 것 같애요.”남우가 다시 머리핀 옆에 있는 항아리를 향해 화살을 던졌다. 그리고 정말로 그 머리핀을 명중했다.강유이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진짜 백발백중이네요. 새언니, 이제는 새언니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요.”남우가 턱을 쓰담으며 말했다.“그러면 저는…”그녀의 시선에 백옥 청자가 들어왔다.“저걸로 하죠.”그녀가 들고 있던 화살을 슝 던지자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항아리 안으로 빨려
늦은 밤의 산속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평안한 야영장에는 오직 풀벌레 소리만 잔잔하게 들려왔다.텐트 밖 잔디 위에는 랜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평온하고도 아늑한 분위기였다.강유이는 몸을 뒤척거리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한태군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품에 안았다.“잠이 안 와?”“응.”그녀가 그의 품에 가만히 기댔다.“태군 오빠,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 가겠어.”한태군이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럼 내가 같이 가줄게.”두 사람이 텐트 밖으로 나왔다. 한태군이 손전등을 들고 그녀와 함께 한참을 걸었다. 두 사람은 우거진 숲 앞에 도착했다. 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한태군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있으면 불러.”그녀는 숲 안으로 들어갔지만 무서워서 멀리 가지는 못했다.볼일을 본 후 강유이가 서둘러 달려와 그의 팔짱을 꼈다.“됐어.”한태군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텐트로 돌아가던 중 그녀가 고개를 들고 밤 하늘을 바라보며 손으로 가리켰다.“저게 북두칠성인가?”한태군도 고개를 들었다.“응, 맞아.”강유이가 배시시 웃었다.“역시 산속이니까 별이 엄청 잘 보이는 것 같아.”“두 사람 밤늦게 자지도 않고 별구경 하는 거예요?”남우가 텐트 안에서 나오며 묻자 강유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새언니도 아직 안 잤어요?”“네. 아까 귀신 이야기한 것 때문에 무서워 잠을 못 자겠잖아요…!”남우가 생수 한 병을 따서 마셨다.강유이와 한태군이 서로를 마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새언니 설마 그런 이야기에 무서워해요?”남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산골짜기라고요! 보통 때와는 다르잖아요.”강유이가 포도 한 송이를 들며 말했다.“걱정 마요. 우리 큰오빠가 새언니를 지켜줄 거예요.”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한태군과 함께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고개를 돌린 남우는 그제야 두 사람이 들어가 버린 것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