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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3화

레이린 정은 붕대로 감싼 한쪽 얼굴을 거의 다 가릴 수 있을 정도의 커다란 모자를 쓰고 있었다. 그녀의 상처는 아직 다 회복되지 않았다. 퇴원할 때까지도 얼굴 부기가 내려가지 않은 상태였다. 화려하게 꾸민 리사와 비교했을 때 레이린 정은 평범하기 그지없는 모습이었다.

예전의 그녀였다면 자기보다 예쁜 여자를 용서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더 못생기지 못한 게 한스러웠다.

웨이터가 두 사람을 방으로 안내했다. 방문을 지키고 있던 두 남자가 그녀들을 대신하여 문을 열어주었다.

방안에는 파란색 정장을 입은 남자가 앉아있었다. 굵직하게 생긴 남자였다. 뚜렷한 이목구비에 전형적인 매부리코가 오뚝하게 솟아있었고, 검푸른 눈동자가 날카로움을 더해주고 있었다.

그가 와인을 잔에 붓더니 코로 향을 맡았다. 허스키한 남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전에 제가 꽤 많이 초대장을 보냈었는데. 오늘에야 이렇게 레이린 정 씨의 얼굴을 볼 수 있게 되었네요.”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레이린 정은 그의 말속에 담긴 비아냥거림을 똑똑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녀가 무의식적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 그리고 눈 딱 감고 테이블 앞으로 걸어갔다.

데이비가 리사를 훑어보았다.

“레이린 씨께서 친구분을 데려오셨네요. 동양인 얼굴의 미인이군요.”

레이린이 답하기도 전에 리사가 수줍은 듯이 웃으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리사라고 해요.”

그녀의 적극적인 모습에 레이린이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녀를 힐끗 바라보았다.

여자의 속은 여자가 가장 잘 아는 법이었다.

“리사 씨가 입은 드레스가 참 예쁘네요.”

그가 자신한테 관심을 보이자 리사가 시선을 내리며 애써 기쁜 마음을 감췄다.

“칭찬 고마워요. 이 드레스도 레이린 씨가 선물해 준 거예요.”

데이비의 눈빛이 살짝 어두워지자 레이린이 서둘러 해명했다.

“아무리 예쁜 드레스라도 전 더 이상 입을 수 없으니까요.”

그녀가 의식적으로 자기 얼굴을 쓰다듬으며 은근한 뜻을 내비쳤다.

데이비는 의심이 많은 남자였다. 만약 그에게 그녀가 일부러 리사를 데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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