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웬 시커먼 그림자가 다가오더니 그들이 앉아있는 식탁 위에 식판을 둔탁하게 내려놓았다. 큰 소리는 아니었지만 충분히 놀랄만한 소리였다. 세 사람이 고개를 들고 태연하게 자리에 앉는 반재신을 쳐다보았다.깜짝 놀란 강유이가 테이블 아래에 숨기고 있던 손을 빠르게 원상 복귀시켰다.“오빠…”반재신과 한태군이 허공에서 시선을 부딪혔다. 각자 꿍꿍이가 많은 두 남자가 속을 알 수 없는 시선을 주고받았다.강유이는 아예 입을 닫아버렸다. 함부로 입을 놀렸다가는 당장 둘째 오빠와 한태군이 싸우기라도 할 것만 같았다.결국 한태군이 무겁게 가라앉은 분위기를 깨며 입을 열었다.“어쩌다 식당에서 밥을 다 먹네.”빅토리아대학교의 식당은 요리 가짓수가 많았다. 다만 대부분이 양식이고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했다.식당을 제외하고도 학교 내부에는 한식을 포함한 다른 레스토랑도 있었다.많은 부잣집 자제들은 산해진미를 먹기 좋아했기에 가격대가 높은 레스토랑을 많이 찾았다. 반재신 역시 평소에 한식을 즐겨 먹었기에 식당에는 자주 들르지 않았었다.반재신이 무표정한 얼굴로 답했다.“너도 오는데. 나라고 못 올까.”그가 담담하게 웃었다.“그건 모르는 일이지.”반재신은 한태군이 허장성세하는 모습이 꼴 보기 싫었다. 그가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리사가 너를 유혹했다며? 쯧, 정말 상상도 못할 장면이군.”강유이가 무의식적으로 바짝 긴장했다.“오빠!”하필이면 지금 가장 예민한 그 주제를 건드리다니!한태군은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피식 웃기 시작했다.“내가 보내줬었잖아. 동영상. 설마 그거 안 봤어?”반재신의 얼굴이 굳어지더니 이를 악물었다.“동영상과 실물이 어떻게 같겠어. 난 기껏해야 눈 좀 더러워졌을 뿐이고. 넌 껍질이라도 한 꺼풀 벗겨내야 하는 거 아닌가 몰라.”강유이가 의아한 눈빛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두 사람 지금 무슨 동영상 말하는 거야?”반재신과 한태군이 이구동성으로 답했다.“너랑 상관없는 일이야.”“……”그때 진예은이 풋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가 막 호텔에서 나오자 백이령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리사가 입술을 깨물더니 통화 버튼을 눌렀다.“이령 언니.”한편, 어두운 골목에서 아무도 모르게 보디가드가 몸을 숨긴 채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었다.어슴푸레하던 하늘에 어느새 검은 장막이 드리워졌다.검은색 세단 한 대가 늦지도 빠르지도 않게 한 씨 가문으로 향하고 있었다.뒷좌석에 앉은 한태군은 손가락으로 휴대전화 화면을 두드리고 있었다. 그의 휴대전화 잠금 화면에는 강유이가 인어 분장을 한 채 모델로 찍었던 향수 광고 사진이 걸려있었다.사진 속 그녀는 나른한 표정으로 암초 위에 엎드려있었다. 눈처럼 하얀 그녀의 피부 위로 물방울이 송공송골 맺혀있었다. 사슴처럼 동그란 그녀의 눈은 청정수보다도 깨끗하고 맑았다.이런 눈을 갖고 있는 사람은 극히 적었다.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수많은 일들을 눈으로 보고, 가슴 따뜻하거나 또는 시린 경험을 하게 된다. 모든 사람들은 성장을 하면서 예전의 천진난만함을 조금씩 잃어간다.강유이가 갖고 있는 천진무구하고, 세상의 찌든 때에 물들지 않은 정신은 참으로 귀한 것이었다.너무나 귀하여 그는 그녀의 그 천진난만함을 영원히 지켜주고 싶었다.가는 길에 보디가드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그가 전화를 받았다. 보디가드는 어젯밤 리사가 확실히 데이비와 함께 호텔에 묵었고, 오늘 그녀의 배후에 있는 사람이 그녀한테 연락을 해왔다고 회보했다.한태군의 눈동자가 차갑게 가라앉았다.“리염의 소식은 퍼뜨렸나요.”“이미 퍼뜨려두었습니다. 아마 리염의 일 때문에 연락한듯합니다. 그쪽에서 의도적으로 리사를 도와주는 것 같습니다. 보아하니 당시 그녀가 한 씨 가문에 들어올 때 배후에 있던 누군가도 한몫을 챙기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그의 말에 일리가 있었다.리사가 권력에 오르기만 하면 그녀의 배후에서 그녀를 도와 계획을 주도했던 누군가도 이득을 얻게 된다.그게 아니라면 이렇게 지극정성으로 그녀를 도와 나설 이유가 없었다. 이용 가치가 없는 사람이었다면 진작 버렸을 것이다
하나를 틀어쥐고 다른 하나를 상대하는 것이다. 차라리 이 방법이 두 화근이 손을 잡고 강유이를 상대하여 위험에 빠뜨리는 것보다 훨씬 안전했다.이제 리사는 굳이 그가 손을 쓰지 않아도 얼마 버티지 못할 것이다.같은 시각, 리사가 택시에 앉아 메모지에 적혀있는 별장 주소로 향하고 있었다.그녀는 한 씨 가문에서 쫓겨난 일을 차마 백이령에게 말하지 못했다. 하지만 만약 이 남자를 이용해 자신의 입지를 공고히 하기만 하면 무슨 수를 써서든 백이령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다짐했다.택시가 길옆에 멈춰 섰다. 리사가 창밖을 내다보았다. 주위가 온통 어두컴컴했다. 그녀가 상상했던 것처럼 화려한 별장이 아니라 버려진 폐공장 같았다.어스름한 가로등 불빛이 길게 드리워져있었고 사방이 황폐하고 어두웠다.당황한 그녀가 운전기사에게 물었다.“기사님, 혹시 주소를 착각하신 거 아니세요?”운전기사가 대답은 하지 않고 갑자기 시동을 껐다.순간 위험을 감지한 리사가 급하게 손잡이를 잡아당겨 차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하지만 얼마 달리지 못하고 어둠 속에서 튀어나온 몇몇 장정들에게 길을 가로막혔다.남자가 리사를 불빛이 환한 판잣집으로 끌고 갔다. 리사가 울며 발버둥 치자 남자가 그녀의 뺨을 세게 내려치며 바닥에 내팽개쳤다.그녀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남자가 서서히 자신한테 다가오는 모습을 공포에 질린 눈으로 보다가 소리 질렀다.“당신들 지금 뭐 하는 거예요. 난… 난 데이비 씨의 여자라고요!”선두에 선 남자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가 경멸스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데이비 씨의 여자라고? 나 참 웃기지도 않아서. 왜, 너 설마 어젯밤 네가 정말 데이비 사장님과 잤다고 생각하는 거야?”리사의 표정이 굳어졌다.“그게 무슨 말이에요?남자가 다가가 그녀의 얼굴을 움켜잡고 히쭉 웃었다.“데이비 사장님께서 아무 여자나 상대하시는 줄 알아? 특히 자기 구역에 속한 여자는 절대 건드리지 않아. 한 씨 가문에서 버림받고 암시장에 팔려간 여자를 그분이?
그녀가 모르는 사실이 있었다. 지난번 그녀가 달려나가 한태군을 찾으러 갔을 때 보디가드는 이미 한태군의 모습을 기억했었다.주방에서 아침을 준비하던 도우미 아주머니가 문뜩 뭔가가 떠올랐는지 고개를 빼꼼 내밀고 한태군에게 물었다.“저기 도련님께서는 아침을 드셨나요?”한태군이 싱긋 미소 지었다.“번거로우시겠지만 제 몫까지 준비해 주시길 바랍니다.”강유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너 아침 안 먹었어?”그가 나른한 표정으로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너한테서 밥 한 끼 얻어먹으려고 했지.”그녀가 양손으로 허리를 짚으며 말했다.“밥을 먹으려면 돈을 내야지.”한태군이 갑자기 손을 내밀더니 그녀를 끌어당겨 자기 무릎 위에 앉혔다.깜짝 놀란 그녀가 서둘러 주방을 힐끗 바라보았다. 도우미 아주머니는 아침 준비를 하느라 거실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잔뜩 긴장한 그녀가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뭐 하는 거야.”“돈 내라며.”그가 그녀의 턱을 붙잡더니 얼굴을 가까이 들이댔다.“일단 이자부터 줄게.”“무슨 이자… 읍!”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한태군이 예고도 없이 그녀의 입술을 삼켰다. 그녀가 호흡을 멈추며 그의 어깨를 잡고 있던 손에 힘을 실었다. 파르르 떨리는 눈초리가 마치 나비의 날갯짓처럼 곡선을 그렸다.따듯하고 부드러운 그의 입술이 마치 그녀의 영혼까지 빼앗아 갈 것만 같았다.순간 아직 도우미 아주머니가 있다는 것을 떠올린 그녀가 조심스럽게 그를 밀어냈다. 그녀가 숨을 몰아쉬며 뾰로통하게 중얼거렸다.“너랑 말 안 해.”한태군이 낮게 쿡쿡 웃었다. 그가 그녀의 입술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그래도 결국엔 나랑 말해줄 거잖아”화가 난 유이가 입을 살짝 벌리고 그의 손가락을 깨물었다.그는 전혀 아프지도 간지럽지도 않았다. 손가락 위로 보이는 작은 이빨을 보고 그가 웃지도 울지도 못하며 말했다.“토끼도 급하면 진짜 사람을 무는구나.”아침 준비를 마친 도우미 아주머니가 거실을 내다보았다. 두 사람은 진작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
“두렵지 않을 리가요.”한태군이 피식 웃었다.“오늘날 리사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백이령 덕분이었죠. 백이령이 그녀를 이용해 어떤 이득을 보려 했다면 진작 그녀를 잡아둘 수 있는 미끼를 마련해 두었을 거예요. 만약 리사가 그녀의 손에서 벗어날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면 그녀가 어디로 도망치던 계속하여 그녀의 앞길을 막을 거예요.”데이비의 사람들한테 붙잡힌 리사가 자신의 출로를 찾지 못하면 결국 마지막으로 백이령을 찾게 될 것이다. 그런데 만약 백이령이란 줄까지 끊긴다면 리사는 완전히 끝장나게 된다.전유준이 백미러로 뒤를 힐끗 바라보았다. 한태준의 곁에 오랫동안 함께 하면서 지켜본 결과, 그의 수단은 한 번도 자신을 실망시킨 적이 없었다.데이비마저 암시장 쪽 사람들과 한태군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렇게 말했었다. 한태군은 앞으로 늑대 같은 놈이 될 거라고. 지금 그의 눈에 엇나가는 일을 하면 나중에 꼭 그에게 크게 당할 거라고. 죽지 않더라도 살 한 움큼 정도는 떨어질 각오를 해야 한다며 그를 평가했었다.리사는 그에게 기껏해야 어릿광대에 불과했다. 그녀가 계속하여 그의 마지노선을 건드려왔는데 한태군이 그녀를 가만둘 리가 없었다.그 시각, 리사는 병원에서 눈을 떴다. 공사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이른 아침에 그녀를 발견했을 때에는 이미 온몸에 피범벅이 되어 숨이 간당간당한 상태였다.문을 열고 들어온 간호사가 그녀가 깨어난 것을 보고 물었다.“혹시 무슨 안 좋은 일을 당하신 건가요? 만약 그렇다면 저희가 대신 신고해 드릴게요.”리사가 막 뭐라고 말을 하려던 그때, 몇몇 장정들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 뒤로 데이비가 미소를 지으며 병실로 들어왔다.“간호사 선생님, 저희 쪽 사람이 폐를 끼쳤네요.”그가 명함 한 장을 내밀었다. 명함을 건네받은 간호사가 이름을 보더니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렌지 님…”데이비가 그녀의 어깨를 토닥이더니 부드러운 태도로 물었다.“상태가 어떤가요.”간호사가 떨리는 몸을 주체하지 못하며 창백한 얼굴로 답
그녀의 손이 미처 책에 닿기도 전에 등 뒤의 누군가가 그녀 대신 책을 꺼내주었다.“이 책 찾아?”뒤를 돌아본 강유이가 당황한 표정으로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았다.등 뒤에 있던 남자는 전형적인 서양인의 백색 피부가 아니라 아주 건강한 구릿빛 피부를 갖고 있었다. 그는 유럽 쪽 얼굴에 더 가까웠는데 검은색 곱슬머리에 뚜렷한 이목구비, 눈은 안쪽으로 푹 패어 들어갔는데 그 속에 담긴 눈동자가 옅은 갈색을 띠었다. 선명하고도 독특한 외모의 소년이었다.문제는 그의 얼굴이 어딘가 낯익다는 점이었다.남자가 미소 짓자 하얗고 가지런한 이빨이 훤히 드러났다.“나 기억 안 나? 우리 같이 향수 모델 했었잖아.”강유이가 저도 모르게 흠칫 놀랐다.“그게 너였다고?”자세히 보니 그의 생김새가 확실히 그날 그녀와 함께 광고를 찍었던 젊은 모델과 닮아있었다.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책을 그녀에게 건네주었다.“난 아안이라고 해.”책을 건네받은 유이가 신기한 듯이 물었다.“너도 우리 학교 학생이었어? 하지만 나 연극 영화과에서 널 본 적 없는데.”“나 연극 영화과 아니야.”아안이 그녀를 바라보며 씩 웃었다.“정확히 말하면 난 미술학과 학생이야.”빅토리아 로열 대학교 내에는 경영학과와 미술학과가 따로 나누어져 있었다. 캠퍼스만 해도 그 크기가 어마어마한테 학과는 당연히 더 많았다.때문에 그녀가 지금껏 학원 학생 전부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유이야, 책 다 찾았어?”그때 유이를 기다리고 있던 진예은이 다가왔다.진예은이 책장에 기대서서 실눈을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왜 이렇게 늦나 했네. 남자랑 같이 있었어?”강유이가 당황하며 서둘러 말했다.“헛소리하지 마. 이쪽은 나랑 함께 향수 광고를 찍었던 애고, 마침 도서관에서 마주쳤을 뿐이야.”말을 마친 그녀가 아안을 바라보며 손에 든 책을 흔들어 보였다.“이거 고마워. 그럼 난 친구와 약속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아안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강유이와 진예은이 자리를 떠났다.
강유이가 입술을 꼭 깨물며 대답하지 않았다.그녀가 한태군을 보며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다는 말은 거짓말이었다. 그렇게 생긴 얼굴을 보고 어떻게 마음이 동하지 않을 수 있을까.진예은이 손을 저었다.“알았어. 그만 말할게. 더 하면 너 오늘 밤에 야한 꿈을 꿀지도 모르겠어.”강유이가 그녀의 입을 틀어막았다.“제발 그 입 좀 다물어.”아안이 도서관 복도에 서서 두 사람이 아웅 거리며 멀어지는 뒷모습을 한참 동안이나 바라보았다. 그녀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가 되어서야 그가 자리를 벗어났다.한씨 그룹.똑똑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전유준이 문을 열었다. 그의 뒤에 서있던 한재욱이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태군아.”한태군이 파일을 덮으며 고개를 들었다.“오셨어요, 작은아버지.”“리사가 데이비 손에 들어갔다면서.”한재욱이 의자를 끌어당기며 자리에 앉았다.“태군아, 너 데이비와 연락하며 지냈던 거니?”한태군이 파일을 한쪽 편에 내려놓았다.“아니요. 그저 레이린 정의 손을 빌렸을 뿐이에요.”한재욱이 미간을 찌푸렸다.“정 회장이 레이린을 데리고 퇴원했더구나. 아마 데이비를 피하려는 목적이었던 것 같아. 네가 레이린의 손을 빌려 리사를 데이비한테 넘겼다고. 만약 레이린이 그게 네 뜻이었다는 걸 말하기라도 하면…”“그러지는 않을 거예요.”한태군이 미소 지었다.“레이린은 자기가 예전에 데이비의 심기를 어지럽혔다는 걸 정확히 알고 있어요. 그녀가 리사를 그에게 보낸 것도 결국에는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였죠. 그게 아니었다면 정 회장님께서 지금 자기 딸 얼굴조차 못 봤을 거예요.”예전에 자기 멋대로 행동하며 다니던 레이린은 이제 그녀가 뿌린 대로 되돌려 받게 될 것이다. 데이비는 이제 그녀가 함부로 거역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었다. 피하든지 아니면 계속 자기 멋대로 행동할지, 그녀 스스로가 깨닫지 못할 수 있어도 정 회장은 아니었다.“리사 배후에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알아봤어?”한재욱이 물었다.“알아봤어요. 작은아버지 사고의 원인도 그들
그가 의아한 듯이 물었다.“특별하다고?”“내 말은 네 생김새가 무척 특별하다는 뜻이었어. 마치 그림 속에서나 나올법한 고대 페르시아인 모습 같아.”Y 국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종족은 백인이었다. 때문에 아안과 같은 얼굴은 백인들 사이에서 유독 눈에 띄었다.얼굴과 분위기 모두 압도적이었다.아안이 웃었다.“칭찬 고마워.”차가 그가 말했던 목적지에 도착했다. 아안이 유이에게 인사하고 차에서 내렸다.신턴 빌라에 도착한 강유이가 차에서 내리자 곧바로 그녀의 눈에 익숙한 차량 한 대가 보였다. 그 차는 그곳에 꽤나 오랜 시간 동안 정차되어 있었던 것 같았다.뒷좌석 창문이 절반쯤 내려갔다. 한태군이었다.강유이가 살짝 놀란 표정으로 그에게 다가갔다. 그녀가 창문에 기대며 물었다.“설마 여기서 계속 나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한태군이 그녀를 바라보았다.“네가 바로 집으로 올 줄 알았어.”그녀는 굳이 그에게 감출 생각이 없었다.“마침 방향이 같아서 누구 한 명 바래다주고 왔지.”“누구를?”한태군이 차창에 기대며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아안 헤리스?”그녀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네가 어떻게 알아?”그가 피식 웃더니 곧바로 표정을 굳혔다. 그가 엄숙하게 물었다.“걔가 나보다 잘 생겼어?”강유이가 눈을 데굴데굴 굴렸다.“왜 걔랑 비교하려고 해.”“아직 대답 안 했어.”“두 사람 모두 잘 생겼어.”그의 얼굴이 침울해지는 것을 본 강유이가 배시시 웃으며 빠르지도 늦지도 않게 다음 말을 보충했다.“내 마음속에는 네가 가장 잘 생겼어.”한태군이 손을 빼며 말했다.“나 먼저 갈게.”그가 막 창문을 올리려 하자 강유이가 그를 잡았다.“화났어?”“아니.”강유이가 아무 말도 못 하자 한태군이 손을 내밀고 그녀의 볼을 꼬집으며 피식 웃었다.“나 저녁 먹고 가?”그녀가 미처 대답을 하기도 전에 한태군이 차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그럼 어쩔 수 없이 여기 남아 밥을 먹어야겠네.”“……”도우미 아주머니는 강유이가 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