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 갑자기 반크가 다가왔다. “성연이 보셨나요? 제가 전화를 걸어도 안 받네요.” 반크의 말이 끝나자 강미현은 작위적으로 놀란 척 하였다. “네? 안 받아요? 성연이한테 무슨 일 생긴거 아니예요?” 반크는 의심스럽게 강미현을 쳐다보았다. 그녀가 이렇게 호의적으로 성연에 관심을 갖는 것은 무슨 뜻이지? “아니겠지, 휴게실에서 정말 그런 짓을 하는 사람이 있나?” “제가 그런거로 거짓말 하겠어요? 제가 아까 휴게실에 가려고 했는데 안에서 그런 소리가 들렸다니까요, 들킬까 봐 두렵지도 않나봐요” 걸어오는 몇몇 여자들의 대화는 마침 한 글자 한 글자 흘러가지 않고 지훈의 귀에 들어갔다. 지훈의 얼굴이 어두워지자 강미현은 속으로 득의양양해하며 말했다. “휴게실… 설마, 아까 종업원에게 물었더니 성연이가 휴게실로 간 것 같았다고 하던데…” 지훈은 눈을 가늘게 뜨고 휴게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강미현은 반지훈이 떠나는 뒷모습을 보고 은근히 의기양양했다: 성연아 성연아,이번에는 네가 나와 싸울 자격이 없어 보이는 구나! 지훈이 달려왔을 때 휴게실 밖에는 몇몇 종업원들이 문을 두드리며 소리를 질렀고, 그 안에서는 입에 담기 어려운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고, 그들은 모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일부러 사람들을 불러들여 문 앞으로 온 강미현은 안에서 나는 소리를 듣고 걱정했다. “큰일났다, 설마 성연이가 안에 있는 건 아니겠죠?” 지훈은 그녀를 차갑게 힐끗 보았다. “왜 그녀가 안에 있다고 생각하지?” 강미현은 멍한 표정으로 입술을 깨물었다. “저…저도 확신하는 건 아니에요. 그냥 종업원이 말하는 걸 들은거예요.” 그러자 성연을 휴게실로 데려온 종업원이 나서 말했다. “저도 성연 님이 휴게실에 오는 걸 봤고 다시 나오지 않은 걸 확인했습니다. 게다가…게다가 남자 몇 명이 들어가는 걸 봤습니다” “강성연?” “어머나, 정말 대표님 그분은 아니시죠?” “수위가 너무 센 거 아니야?” 사람들은
이럴 수가! 왜 그녀일까! "무슨 일이야?" 성연은 군중 속에 천천히 나타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척했다. 반크는 바삐 앞으로 나아갔다. “성연아, 어디 갔었어? 그들은 네가…” "전화 받고 나갔는데 왜?" 성연은 일부러 의아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지훈은 그녀를 보고 있었다. 사실 방금 문 앞에서 소리를 들었을 때 그는 그녀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강미현은 그녀가 나타나자 두 손을 움켜쥐고 가늘게 떨었다. 괘씸하다, 분명 이 천한 년의 짓이다! 하필이면 티파니가 됐다. 이거 큰일 났다. 티파니는 성연을 보고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너지! 너가 나를 해친 거지!” 그녀는 일어나 성연에게 달려들려고 했지만, 직원이 불러온 보안요원에게 가로막혔다. “이 천한 년아, 네가 날 해치다니, 가만두지 않을 거야, 가만두지 않을 거야!” 티파니가 울면서 소리쳤다. 성연은 고개를 갸웃하며 무표정하게 말했다. “제가 해쳤다고요? 티파니씨, 무슨 말씀이세요?” 이건 아마 자업자득이겠죠? 그녀는 이미 그녀에게 기회를 준 적 있다. “너야, 원래 이 모든 것을 당한 사람은 너였어야 했는데, 너는 나를 해쳤고, 너는 나를 망쳤어!” 티파니는 이미 무너졌다. 그녀는 망가졌다. 그녀는 완전히 망가졌다! “티파니 씨, 궁금해요. 원래 이 모든 걸 당한 사람이 나여야 한다는 게 무슨 뜻이죠?” 성연이 말하며 황당해했다. “당신이 절 해치려 했군요. 어쩐지 휴게실에서 기다리라던 종업원이 있더라니” 그녀는 사람들을 한 번 훑어보더니, 그 종업원이 마음이 약해져 고개를 숙이는 것을 보고, 그 종업원 앞으로 가서 그를 끌어냈다. “이 분 맞죠? 이 분을 통해 당신이 저를 휴게실로 부른 거죠?” “전…전…” 그 종업원도 어찌된 영문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 그는 단지 티파니 아가씨 뜻에 따라 그녀를 휴게실로 데려갔을 뿐이다. 그녀가 휴게실에 있다는 것을 확인했지만, 누가 알았는가, 그녀는 없었다!
안타깝게도, 티파니랑 그녀는 도망갈 수 없다. 차 안. 지훈은 차를 몰고 사가로 향했고, 조수석에 앉은 성연은 차창 밖을 계속 쳐다보았다. 이 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이게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모르겠다. 빨간 신호등 앞에 차를 세우자, 지훈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성연은 다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그에게 시선을 보냈다. “지훈씨 절 왜 그렇게 보세요?” 그는 눈살을 찌푸렸다. “내가 내 여자 보는데 무슨 이유가 필요해?” 성연은 웃음을 터뜨렸다. “당신의 여자가 되는 것은 정말 위험해요. 오늘 휴게실에 있던 사람이 나였다면 그렇게 말하지 않았을 거예요.” 지훈의 눈이 차갑고 어둡다. 휴게실에 있던 여자가 정말 그녀라면. 그는 어떻게 했을 것인가? 아마 그녀를 건들인 모든 남자들을 죽일 것이다. 그는 시선을 떼고 싱긋 웃었다. “그럼 내가 너를 우습게 본 모양이네.” 그 사람들의 손에서 탈출할 수 있었던 건, 그녀 자신이 능력이 있지 않았다면 누군가 그녀를 도와줬을 것이다. 그는 잘 조사해 보아야한다. ** #티파니 연회 사건# #대표가 처음 공개하는 여자# 다음날 티파니는 실검에 오르며 지훈의 성연 공개 소식을 능가하는 올해의 뉴스 1위에 올랐다. 그러자 영애 파티 주최 측은 티파니의 영애 파티 참석을 영구 금지한다는 공문을 발표했다. 티파니를 서울 영애 명단에서 제외시킨 셈이다. 그리고 티파니는 서울시에서 패가망신했다. 비록 그녀의 아버지 윤진이 딸을 구하려 했지만, 여론과 압력에 못 이겨 딸을 대신해서 사과하기로 했다. 성연은 사무실에 앉아 이 뉴스를 보았고, 얼굴엔 아무 표정이 없었다. 어젯밤 그녀가 미리 준비한 게 아니었다면 오늘 실검에 올라 패가망신 당한 사람은 바로 자신이었을 것이다. 허, 강미현이 설치한 함정에, 어떻게 그녀 스스로 함정에 빠질 수 있을까? 티파니가 망가진 후 더 미워할 사람은 아마 쓰레기 같은 생각을 한
티파니가 가슴이 찢어질 듯 울자 윤 부인은 그녀를 안았다. “고작 강씨네 집안이잖아, 걱정 마, 네 아버지가 강씨네 집안을 가만두지 않을 거야. 말 좀 들어, 먼저 좀 먹어라.” 티파니의 마음을 겨우 달래자 집사가 대뜸 문밖으로 나타났다. "부인, 강성연이라는 아가씨가 아가씨를 만나려고 합니다." 강성연이라는 말에 티파니는 갈기갈기 찢겨버렸다. “난 그 천한 년 안 봐! 다 그녀야, 다 그녀 때문이야!" 윤 부인은 그녀의 감정을 달래면서 침울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녀가 내 딸을 해쳤는데, 그녀가 아직도 면목이 있나?” 집사는 고개를 숙였다. “이 아가씨는 대표의 사람인데, 큰 아가씨와 이야기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대표의 사람? 설마 어제 대표가 발표한 그 사람? 윤 부인은 미간을 찌푸렸다. 반가의 사람들은 미움을 살 수 없지만, 자기 딸이 이렇게 변해서 평생 망가졌으니, 비웃으러 온 것 아닌가? 무슨 얘기를 할 수 있겠어? 그녀는 정서적으로 불안한 딸을 보고 "내가 얘기하겠다"며 일어섰다. 집사가 성연을 별장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그녀를 만나려는 사람은 티파니가 아니라 윤 부인이었다. 윤부인은 소파에 앉아 무서운 표정을 지었다. “제 딸이 당신 강씨 집안 때문에 이렇게 되었는데, 아직도 내 딸을 찾아올 낯이 있나요? 우리 윤씨 집안을 난처하게 하려는 것입니까?” 성연은 윤 부인에게 다가가 말했다. “윤 부인, 제가 오늘 온 것은 윤 씨 댁을 난처하게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어젯밤 일은 강 씨네와 관련이 있다고 해도 저와는 상관없는 일이고, 저는 원래 피해자일 뿐입니다” “피해자?” 윤 부인이 소리 쳤다. “우리 딸이 이제 피해자죠. 여기 멀쩡히 서 계시잖아요. 꼿꼿이 서서 잘만 말하시는 구만” 성연의 눈썹이 약간 올라 갔고, 목소리는 냉담해졌다. “딸을 아끼시는 건 이해하지만 어젯밤 사람이 저였다면 어머니는 마음이 안 아프시겠어요? 비록 제 어머니는 돌아가셨지만” 윤 부인은 멍해져서 말을 하지 않았다.
“강 가네 사람입니다. 제 이복언니 인데, 새 엄마의 딸이라고 할 수 있죠” 윤 부인은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보았다. “당신은 여기 와서 저와 뭘 하고 싶은거죠?” “저는 당신의 딸이 잘못을 뉘우친다는 것을 전제로 당신의 딸을 구원 해 줄 수 있습니다. 이 뉴스의 화제도로 보아 당분간은 묻혀지지 않을 것입니다. 모든 사람들은 당신의 딸이 스스로 타락했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당신도 모든 사람들이 똑같이 당신의 딸이 억울하다고 생각하기를 원하겠죠?” 윤 부인은 분명 흔들렸다. 그래, 딸이 지금 한창인데, 만약 이런 사건들이 넘어가 지지 않는다면, 딸이 어떻게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까? 모든 사람이 그녀의 딸의 태도를 문제 삼기보다는, 그녀의 딸이 누명을 썼다는 것을 알리고, 사람들이 공감하면서 생기는 동정심으로 적어도 딸의 결백을 주장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모함당하는 것과 스스로 타락한는 것은 다르다. 이미 일어난 일이라 지울 수는 없지만, 딸이 누명을 쓰고 결백하다면 평생 손가락질 받는 것보다 낫다. 이때 성연의 휴대전화에 알림이 떴고, 그녀가 클릭해 보니 아니나 다를까 강미현은 모든 일을 티파니에게 떠넘겼다. 비록 이 소동이 강미현에게까지 미치지는 않았지만, 강미현이 이렇게 빨리 뛰어든 것은 분명히 윤씨 집안이 장씨 집안을 압박한 일 때문일 것이다. “윤 부인, 보세요” 그녀는 휴대전화를 윤 부인에게 건넸다. 윤 부인은 강미현이 올린 글을 보고 화가 나 안색이 변했다. “이 여자가 내 딸을 모함할 낯짝이 있나!” 강미현은 작품의 흥행으로 많은 팬을 확보했는데, 이 팬들의 댓글은 모두 그녀를 지지했다. “윤 부인, 흥분하지 마세요. 그녀를 칠 시기가 있으니까요” 성연이 웃었다. 부인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성연씨, 당신이 정말 내 딸을 도와준다면 내가 무슨 말을 해도 감사를 표현하지 못 할 것같아요. 제 딸이 지금 상태가 너무 안 좋으니 꼭 도와주세요.” 그녀는 다른 방법이 없으니,
#뜨거운 감자: 그 신인 디자이너 옳지? 이런 일을 하다니, 역시 작품이 좋다고 하여 사람됨됨이도 좋은 건 아니었어. 제기랄 다시는 위너 주얼리 사지 않을래.#네티즌들이 강미현 페이스북을 찾아가 테러 하기 시작했다.#반반에 무 많이: 그만 변명해, 명백한 증거가 나타났어. 페이스북 지워.##오늘도 다섯 끼를: 너 따위가 주얼리 디자이너를 해? 그 작품들 모욕하네.##브이: 웃기지? 고딕 스타일 작품을 디자인한 디자이너가 Dila를 모르다니. 배운지 1달 만에 이토록 완벽한 작품을 디자인했다고 들었어, 어이없는 걸. 그 작품이랑 상관이 없는 것 같아.#......강 씨 저택.강미현은 네티즌들의 테러에 감히 휴대폰을 보지 못했고 멘탈이 나갈 것 같았다.초란은 걱정된 얼굴로 그녀에게 다가왔다. 초란은 그녀의 휴대폰에 달린 악플들을 보더니 우울한 얼굴로 말했다."왜 이렇게 된 거야, 해명했다고 했잖아?""전 정말 윤티파니가 그 일을 모두 저에게 뒤집어 씌우게 만들 능력이 있을 줄은 몰랐어요. 짜증나네요, 모두 강성연 때문이에요. 어젯밤 분명히 강성연의 잘못으로 되어야 하는데!"강미현은 손톱을 부러질 정도로 꽉 깨물고 있었다.윤 씨 가문은 지금 강 씨 가문을 견제하고 있었다. 그녀는 아버지가 뭔가를 의심할까 걱정되어 나가서 해명했었던 것이다. 결과 지금 도리어 윤티파니에게 한 방을 먹은 것이었다!제기랄, 이건 모두 강성연의 탓이야.반지훈이 강성연을 지지해주지 않는다면 윤티파니가 자신을 건드릴 수 있었을까?"그 천 것이 우리 둘을 사지에 모는구나. 보아하니 우리도 움직여야겠어."강미현은 어머니를 바라 보았다. "어떻게 할 건데요?"초란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당연히 이 일을 강성연에게 밀어야 해. 너를 힘들게 만드는데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 없지.""잊지마, 어젯밤 휴게실에 사람이 왜 윤 아가씨로 변했는지를. 꼭 강성연 그 천 것이 계획한 거야. 윤 아가씨도 강성연을 미워할 거야. 이 일을 강성연의 탓으로 돌린다면 강성연도 벗어나지 못
반 씨 어르신은 그들을 바라 보았다"그렇다면 너희 엄마는 왜 아빠를 받아들이지 않는 거야?"세 쌍둥이는 서로 눈빛을 주고받은 후 어르신에게 엄마의 과거를 말해주었다. 어르신은 그들의 말을 듣고 표정이 좀 어두워졌다.그는 강성연의 신분과 배경을 개의치 않아했고 오늘에서야 그녀가 강 씨 가문 큰아가씨라는 걸 알게 되었다. 강 씨 가문은 비록 일반 집안이지만 반 씨 가문은 강성연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하지만 그는 바보 같은 아들이 장님처럼 강 씨 가문 사생아에게 6년 동안 속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니 성연이가 아들을 용서하지 않는 것이었다.저 놈도 자업자득이야."할아버지도 엄마랑 아빠가 화해하길 바라시죠?"강시언이 묻자 어르신은 콧방귀를 뀌었다. "당연하지."아들이 어쩌다 마음에 드는 아가씨를 만났는데 그가 어떻게 훼방을 놓을 수 있겠는가? 솔직히 저 아가씨 덕분이 아니라면 아들은 아직까지도 솔로였을 수 있었다!반지훈은 방에 들어와 그녀를 침대에 눕혔다. 부드러운 침대에 누운 강성연은 끄응거리면서 몸을 뒤척이더니 그의 손을 깔았다.반지훈은 부드러운 촉감에 몸이 딱딱하게 굳었고 미간을 찌푸렸다. 그의 눈에서 욕망의 불길이 활활 타오르고 있는 것 같았다.이 여자는 잠도 얌전하게 자지 않네!반지훈이 몸을 숙이면서 키스하려고 할 때 휴대폰이 울렸다.그는 강성연을 흘끔 본 후 휴대폰을 꺼내 수신 버튼을 눌렀다. 휴대폰 너머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반 대표님, 조사 부탁하신 일에 좀 진전이 있습니다."반지훈은 아직 깨어나지 않은 강성연을 돌아보더니 방을 나섰다.그는 서재에 가서 물었다."어떻게 되었어?""아직 강성연 아가씨와 M국 대도시의 관계는 조사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강성연 아가씨 어머님의 신분이 평범하지 않다는 걸 조사해냈습니다."반지훈은 책상에 앉은 후 미간을 찌푸렸다."어머님이?""네, 제가 자료를 찾아 대비해 보았는데 강성연 아가씨의 어머님은 아마 연 씨 가문 사람인 것 같습니다."상대는 곧바로 자료를 반지
"꼬르륵~"바로 이때 진지한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배꼽시계 소리가 정적을 깨뜨렸다.그녀를 깔고 있던 남자는 갑자기 픽 웃었다."배고픈 거야? 당신이 아침까지 잘 줄 알았어."강성연은 시선을 피하면서 중얼거렸다."알면 좀 비켜줄래요?"반지훈은 일어나더니 그녀의 머리를 만지면서 말했다."내가 당신에게 야식을 준비해줄게.""???"강성연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그녀도 아침까지 잘 줄 알았는데 깨어나보니 새벽 2시 밖에 되지 않았다.그녀는 오후에 너무 피곤하여 어떻게 돌아왔는지도 몰랐다.반지훈은 주방에서 야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강성연은 조금 멍한 표정으로 주방을 바라 보았다.키가 훤칠한 남자는 루즈핏 잠옷을 입고 있어 평소 정장을 입었을 때도 조금 부드러워 보였다!하지만 반지훈이 잠옷을 입은 채 주방에서 야식을 준비하는 장면은 누가 상상이나 해보았겠는가!그는 끓여놓은 라면 한 그릇을 식탁에 내려 놓았고 따뜻한 우유 한 잔도 주었다.강성연은 식탁에 앉아 그릇에 남긴 라면을 바라 보았다. 처음 라면을 끓이면 보통 걸쭉해지는데 그는 처음이 아닌 게 분명했다.국물은 매우 진했고 토마토와 햄도 잘게 썰어 넣었다. 특별히 계란 두 알을 프라이하여 면을 덮었으며 송송 썬 파도 뿌렸다.외형은 정말 괜찮았다.그녀가 젓가락으로 라면을 집으니 쉽게 끊어지지 않았고 꽤 탄력이 있었다.그녀는 고개를 들고 턱을 괴면서 남자를 바라 보았다."반 대표님, 음식 솜씨가 좋네요."솔직히 말한다면 그녀 스스로도 이렇게 하지 못할 것이다.반지훈은 입 꼬리를 올렸다."당신이 좋아한다니 다행이야."강성연이 한 입 맛보자 그는 눈을 가늘게 떴다."맛은 어때?""네, 맛있네요."그녀는 몇 입 먹은 후 장난스럽게 말했다."전 반 대표님의 손은 사인만 할 줄 알았어요. 보아하니 숨겨둔 게 많네요.""숨겨둔 게 많은 건 당신 아니야?"강성연은 멈칫하더니 반지훈을 바라 보았다."저요?"반지훈은 턱을 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강성연은 고개를 숙이고 면을 먹었
”유이야.”조민과 소찬이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오늘 너무 예쁘다!”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조민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이건 나와 소찬 씨가 축하의 의미로 권하는 거야. 너와 한태군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래.”강유이가 그녀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혔다.“저도 선배와 소찬 씨의 앞날에 행복할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곧이어 남우와 반재언이 다가왔다. 두 사람의 뒤에는 진예은과 반재신 그리고 강성연과 반지훈까지 있었다.강성연이 유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오늘 우리 유이 너무 잘했어!”그녀가 미소 지었다.“진짜요?”반지훈이 말했다.“우리 딸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어. 넌 우리의 자랑이야.”강유이가 한 떨기 꽃처럼 어여쁘게 미소를 지었다.한태군이 그들 쪽으로 다가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아버님, 어머니, 두 분께서 유이를 제가 주신 것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이 잔 올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었다.“네놈 운 좋은 줄 알아!”그가 술잔을 들고 한태군이 내민 잔에 부딪혔다.“앞으로 내 딸한테 정말 잘해줘야 해.”한태군이 강유이를 바라보았다.“걱정 마세요. 제 생에 여자는 오직 유이 한 사람뿐입니다.”강성연도 미소 지었다.여준우와 진예은의 아버지도 인사를 건네러 다가왔다. 그들과 함께 정연 여왕과 한희운도 다가왔다. 여준우가 말했다.“아직 의식 하나 남았지?”강유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남은 의식이 또 있어요?”그가 말했다.“베란다에서 하는 세기말 키스가 남았잖니. 너희 아직 그거 못했어.”한희운이 웃으며 말했다.“여준우 경, 어째 가족들보다 경이 더 조급해 하는 것 같습니다.”여준우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전설 속의 세기말 키스. 우리 모두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 장면을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군요.”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남우가 의문스러운 듯이 물었다.“세기말 키스가 뭐야?”반재언이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오래전 첫 번째
웨딩카가 지나가야 했기에 궁에서부터 대성당까지 가는 길에 기타 차량은 통행을 금지 시켰다.강유이가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길에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들 모두가 이 성대하고 엄청난 장면을 구경하러 몰려든 것이였다.그녀의 곁에 앉아있는 한태군은 네이비 더블 버튼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늠름해 보였다. 어깨에는 성 패트릭 훈장과 로열 빅토리아 훈장 등 여러 훈장이 달려있었다.그가 강유이의 손을 잡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손에서 땀이 나는데?”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긴장돼.”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내가 있잖아. 긴장할 것 없어. 마음을 편하게 가져.”강유이의 시선이 그가 입은 제복으로 향했다.“이 옷 오빠한테 너무 잘 어울린다!”한태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 신부도 오늘 너무 아름다워.”성당에 도착하자 한태군은 강유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 한희운과 함께 여준우, 진예은의 아버지 등 황실 성원들 그리고 내각 대신들까지 함께 성당 서쪽 문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 있는 광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초대 관객들이 몰려있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도 웅장했다.여준우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결혼식도 전부 라이브로 방송되겠는데 유이 그 계집애 아마 지금쯤 우리보다 더 긴장하고 있겠죠?”진예은의 아버지가 그를 바라보았다.“하하. 내 눈에는 네가 더 긴장한 것 같은데?”그가 웃으며 말했다.“황실 결혼식은 처음이라서요.”열한 시 반이 되자 정연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신랑 한태군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대표로 성당에서 각 귀빈들과 인사를 나눴다.남우가 반재언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분이 바로 여왕 폐하셔? 엄청 예쁘시다. 나 실제로 처음 봐.”반재언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나도 처음 뵙는 거야.”“뭐?”남우가 깜짝 놀랐다.“그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어?”“재신이
”참 형수님은?”소찬이 묻자 반재언이 대답했다.“지금 아버님 모시고 돌아다니고 있어. 나도 이제 가야겠네. 두 사람 편히 쉬고 있어요.”반재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소찬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와이프가 생기더니 변했어!”“하하. 당신은 뭐 재언 씨와 다른 것처럼 말하네요.”조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찬도 얼른 잔을 놓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잠깐만요. 왜 나 버리고 혼자 가요! 같이 가요.”강성연과 지윤이 룸에서 나와 걸어가다 마침 복도에서 반지훈과 희승과 마주쳤다. 희승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오랜만이에요, 사모님.”강성연이 반지훈 앞에 멈춰 서자 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오랜만에 만났는데 얘기는 잘 했어?”“그럼요. 근데 당신 오후에 아버님과 여씨 가문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요?”반지훈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당신 기다리고 있었지. 가서 밥 먹자.”희승이 지윤의 곁에 나란히 서며 그들을 바라보았다.“회장님 사모님, 그럼 저희들은 먼저 아버님한테 가볼게요.”반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성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와 나란히 복도를 걸어갔다. 포근한 햇살이 통유리로 된 창문으로 들어와 바닥에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한데 꼭 붙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이틀 후,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기대했던 세기말 황실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식은 아홉 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아침 일곱 시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궁에 도착해 있었다. 강유이는 커다란 메이크업 룸을 혼자 썼다. 네다섯 명의 탑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를 위해 화장을 해주고 머리를 만져주었다.여덟 시가 되어서야 강유이는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다. 순백의 새하얀 드레스는 과한 보석과 레이스가 아닌 천연 실크 소재로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오프숄더 형 넥 라인으로 간단하지만 파격적인 미를 추가했고 소매는 칠부 정도 되었다.면사포 길이만 16피트 정도 되었는데 변두리가 레이스로 수놓아져 있었다.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럼 나 결혼식 당일에 이 티아라 쓸래. 그러면 엄마의 디자인을 홍보해 줄 수도 있잖아.”한태군이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도 돼.”…반씨 가문 사람들은 결혼식 이틀 전에 영국에 도착했다. 그들은 한태군이 안배한 호텔에 머물게 되었다. 황실에서는 호텔을 통으로 빌려 결혼식 때문에 일부러 해외에서 온 귀빈들을 위한 장소로 마련했다.구씨 집안사람들과 육씨 집안사람들도 왔고, 남강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연예계에서 강유이와 친분을 유지했던 윤수아, 우영, 주계진, 임석진도 초대되었다. 조민과 소찬은 당연히 초청자 명단에 속해 있었다.강성연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웨이터가 그녀를 룸으로 안내했다. 룸 안에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한 그녀가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삼촌.”헨리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못 본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강성연이 다가가 그와 포옹했다.“오셨어요.”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예전에 내가 네 결혼식도 참석 못 하고, 또 네 두 아들의 결혼식도 참석 못 했었잖니.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마침 영국에 출장 올 일이 있어서 이렇게 너를 만나러 왔단다.”그녀가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몸은 좀 어떠세요?”그가 미소 지었다.“많이 괜찮아졌다. 지윤이와 희승이가 돌봐주고 있어서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그때 지윤이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왔다.강성연이 고개를 돌려 지윤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놀라던 그녀가 다음 순간 눈물을 글썽였다.“두 사람도 와줬네요.”지윤이 그녀한테 다가갔다.“유이가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저와 희승 씨도 아버지 따라왔어요. 희승 씨는 지금 반 회장님과 같이 있어요.”헨리가 경호원에게 선물을 갖고 오라고 지시한 후 강성연에게 선물을 건넸다.“리비어가 올 수 없어서 참 안타까워했단다. 이건 걔가 너
한태군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 웃었다.어느덧 밤이 깊어졌다. 온 도시가 화려한 네온사인에 둘러싸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강유이와 한태군은 저녁을 먹은 후 진원으로 돌아갔다.이제 막 샤워를 마친 탓에 강유이의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러자 한태군이 그녀의 손에서 타월을 가져가더니 대신 머리를 닦아주었다.그녀는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거울 속 남자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태군 오빠, 나 결혼식이 너무 기대가 돼.”“그래?”한태군이 부드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나 역시 기대돼!”“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성스러운 결혼식장에 들어서다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그가 소리 내어 웃더니 허리를 숙이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그거 알아? 난 한평생 내가 꿈꿨던 모든 소원들을 이미 다 이뤘어.”강유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원인데?”한태군이 여전히 그의 귓가에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너를 아내로 맞이하고, 너와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우리 두 사람의 아이까지 만나게 된 거.”그녀가 멈칫거렸다. 따듯한 조명 아래 그녀의 볼이 붉게 피어올랐다.“설마 처음부터 다 꿍꿍이가 있었던 거야?”그가 대답했다.“어쩌면 네가 내 눈앞에 나타난 순간부터 난 너를 아내로 맞이할 줄 알았던 것 같아.”강유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끌어안았다.“나도 이번 생에는 오빠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한태군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따듯한 마음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정말 영광이야.”…이틀 후, 한태군과 강유이는 영국으로 돌아갔고, 황실은 결혼식 준비로 한창이었다. 화제의 결혼식이다 보니 모든 언론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패션 계와 주얼리 계의 최상급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작품들이 줄지어 강유이한테 전해졌다. 명품 맞춤 드레스와 결혼식 때 사용할 각종 보석들이 발 디딜 곳 없게 전시된 채 그녀가 고
그러자 민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여행 좀 다녀오니까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어요.”안예지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가 원하는 일이 다 잘 되길 바랄게.”그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월말이 되었다. 강유이 일행들의 여행도 어느새 끝이 나고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강성연과 반지훈은 정원 밖에 나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아이들이 차례대로 차에서 내렸다. 강유이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아빠, 엄마!”그녀가 두 사람을 동시에 끌어안았다.반지훈이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렇게 안겨?”강유이가 눈초리를 휘며 대답했다.“엄마 아빠한테 저는 영원한 어린애죠.”강성연이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나머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재밌게 놀았으면 됐어. 이제 안으로 들어가야지. 오늘 저녁은 다 같이 모여 떠들썩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진예은과 남우는 집안으로 들어간 후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들을 살폈다. 희망이는 두 남동생과 함께 있었다. 세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느껴졌다.아래층에서는 반재신 반재언 형제가 외출을 하고, 한태군이 거실에서 반지훈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아버님 이번 판은 제게 양보해 주십시오!”반지훈이 흰색 바둑알을 들고 판을 들여다보다 결심한 듯이 바둑알을 내려놓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게.”한태군이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에는 제가 양보해 드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허튼수작 부리지 말거라. 난 네 양보 따위 필요 없다.”주방에서 과일을 깎고 있던 강성연이 거실에 있는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본 후 다시 커피를 타고 있는 강유이를 바라보았다.“이제 곧 결혼식을 올리겠구나. 엄마가 너를 위해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했어.”강유이가 멈칫거리더니 강성연을 돌아보았다.“어떤 서프라이즈 선물이요?”“아직은 안 가르쳐 줄 건데?”강유이가 조금
한태군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두 사람을 여기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조민이 대답했다.“나랑 소찬 씨는 이곳에 온 지 좀 됐어. 유이가 인스타에 사진을 올려서 알았어. 너희들도 여기 왔다는걸.”강유이가 조민의 팔을 잡아당기며 자리에 앉혔다.“그럼 우리랑 며칠 더 같이 놀아요.”소찬까지 자리에 착석한 후 반재언은 그에게 진예은과 강유이를 소개했다.“여기는 우리 제수씨인 진예은씨고, 이쪽은 내 동생 유이야.”“형 결혼식 때 봤었어.”소찬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형 동생이 내 와이프랑 같은 학교 출신이라면서? 와이프한테서 얘기 들었어.”조민이 그를 보며 말했다.“누구보고 와이프래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하거든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약혼까지 다 했는데 다른 남자한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두 사람의 티격태격한 모습에 다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유독 강유이만 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지금 무슨 소리들 하는 거예요! 약혼이라니. 선배 약혼했어요?”조민이 작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응, 너한테 말하는 걸 깜빡했어.”“너무해요.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말하지 않을 수 있어요.”강유이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녀는 조민이 약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조민이 그녀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너한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그랬지.”그녀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저 이제 선배랑 안 놀거예요.”조민이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옆에 앉아있는 한태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빨리 네 와이프 좀 달래 봐.”한태군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강유이도 그저 장난으로 그런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조민의 약혼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기뻤다.적어도 이제 그녀는 자기만의 행복을 찾았다.…..한편, 서울 병원.민서율은 복도에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있는 어머니는 많이 초췌해진 상태였다.“어머니, 몸은 좀 어떠
투호 판을 벌인 사장이 말했다.“오천 원에 세 번 던질 수 있어요.”“그렇게나 비싸요? 오천 원에 세 번밖에 던지지 못하다니!”진예은은 어쩐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투호 판 사장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저희가 여기서 제일 쌉니다. 다른 집에서는 만 원에 세 번 던지게 하는걸요.”강유이가 진예은을 잡아끌며 말했다.“오천 원에 하자. 사장님도 장사하는 게 어려우실 거 아니야. 우리 재미로 한 번 해보자.”결국 그녀는 사장에게 만 원을 건넸다.“기회는 총 여섯 번입니다.”사장이 화살 여섯 개를 그녀에게 건넸다. 가지런히 놓인 여러 개의 항아리 옆에는 명중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선물이 놓여있었다. 강유이는 그중 팔찌가 갖고 싶었다. 비록 가짜겠지만 디자인이 예뻤다.그녀가 고심 끝에 화살을 던졌다. 하지만 화살은 항아리를 빗나가고 말았다.그 뒤로 연속 두 번 더 던졌으나 모두 다 실패했다.이제 화살은 세 개 밖에 남지 않았다.강유이의 자신 없는 모습을 본 남우가 그녀의 손에서 화살을 가져가며 말했다.“내가 할게요.”그녀가 팔찌 옆에 놓인 항아리로 화살을 던졌고, 화살은 단번에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성공이다!흥분한 강유이가 폴짝폴짝 뛰며 말했다.“새언니 정말 대단해요!”“훗. 이 정도쯤이야.”남우가 눈을 찡긋해 보이며 물었다.“또 어떤 게 갖고 싶어요?”강유이가 진예은에게 물었다.“예은아, 어떤 게 마음에 들어?”진예은이 선물을 살피다가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머리핀이요. 저게 제일 예쁜 것 같애요.”남우가 다시 머리핀 옆에 있는 항아리를 향해 화살을 던졌다. 그리고 정말로 그 머리핀을 명중했다.강유이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진짜 백발백중이네요. 새언니, 이제는 새언니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요.”남우가 턱을 쓰담으며 말했다.“그러면 저는…”그녀의 시선에 백옥 청자가 들어왔다.“저걸로 하죠.”그녀가 들고 있던 화살을 슝 던지자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항아리 안으로 빨려
늦은 밤의 산속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평안한 야영장에는 오직 풀벌레 소리만 잔잔하게 들려왔다.텐트 밖 잔디 위에는 랜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평온하고도 아늑한 분위기였다.강유이는 몸을 뒤척거리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한태군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품에 안았다.“잠이 안 와?”“응.”그녀가 그의 품에 가만히 기댔다.“태군 오빠,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 가겠어.”한태군이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럼 내가 같이 가줄게.”두 사람이 텐트 밖으로 나왔다. 한태군이 손전등을 들고 그녀와 함께 한참을 걸었다. 두 사람은 우거진 숲 앞에 도착했다. 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한태군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있으면 불러.”그녀는 숲 안으로 들어갔지만 무서워서 멀리 가지는 못했다.볼일을 본 후 강유이가 서둘러 달려와 그의 팔짱을 꼈다.“됐어.”한태군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텐트로 돌아가던 중 그녀가 고개를 들고 밤 하늘을 바라보며 손으로 가리켰다.“저게 북두칠성인가?”한태군도 고개를 들었다.“응, 맞아.”강유이가 배시시 웃었다.“역시 산속이니까 별이 엄청 잘 보이는 것 같아.”“두 사람 밤늦게 자지도 않고 별구경 하는 거예요?”남우가 텐트 안에서 나오며 묻자 강유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새언니도 아직 안 잤어요?”“네. 아까 귀신 이야기한 것 때문에 무서워 잠을 못 자겠잖아요…!”남우가 생수 한 병을 따서 마셨다.강유이와 한태군이 서로를 마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새언니 설마 그런 이야기에 무서워해요?”남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산골짜기라고요! 보통 때와는 다르잖아요.”강유이가 포도 한 송이를 들며 말했다.“걱정 마요. 우리 큰오빠가 새언니를 지켜줄 거예요.”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한태군과 함께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고개를 돌린 남우는 그제야 두 사람이 들어가 버린 것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