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생은 편지를 쥐고 있던 손에 힘을 주더니 입술을 깨물었다.육예찬은 그녀의 편지를 받지 않고 그저 흘깃 본 후 떠났다.박시현은 여학생의 어깨를 두드린 후 말했다.“미안하게 됐어.”그들이 몇 걸음 걸었을 때 뒤에서 여학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선배님, 민악과가 어때서요? 민악도 음악이에요.”육예찬이 발걸음을 멈추자 박시현과 도지석은 모두 그를 바라보았다.여학생은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전...... 전 이해할 수 없어요. 제가 민악과 학생이라서 서양 음악과 선배님을 좋아하면 안 되는 거예요?”육예찬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그저 내가 민악을 좋아하지 않는 거야. 여자친구를 사귄다 해도 민악과 여자는 아닐거야.”여학생은 제자리에 굳었다.육예찬이 몸을 돌려 떠나자 도지석은 웃으며 말했다.“예찬아, 모든 일은 다 가능성이 있는 거야.”그는 도지석을 흘깃 보았다.“그럴 리가 없어.”박시현은 도지석을 잡아당겼다. “연애를 하려고 해도 같은 취미가 있어야 하잖아. 예찬은 민악을 싫어하는 데 어떻게 민악과 여자친구를 찾을 수 있겠어?”도지석은 잠깐 생각한 후 고개를 끄덕였다.“그건 그래.”박시현은 하하 웃었다.“하지만 예찬은 음악밖에 모르는 바보잖아. 내 생각엔 평생 혼자 살 거 같아.”그와 도지석은 배를 끌어안고 웃었고 육예찬은 어이없다는 눈빛으로 그들을 본 후 계속 걸었다.며칠 후 서울 고등학교 교장이 직접 육예찬을 찾아와 육예찬 동아리를 초대했다. 음악 학원을 대표해 공연하면서 고등학생들의 기운을 북돋아 달라는 거였다.육예찬은 음악 학원을 대표하는 일이라 생각해 바로 응낙했다.서울 고등학교 공연에서 육예찬이 있는 동아리는 음악 학원을 대표해 개막식을 치렀다. 공연이 끝난 후 그들은 백스테이지로 돌아가 옷을 갈아입었다.박시현은 백스테이지에서 공연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고등학생들을 발견했다. 부랴부랴 화장을 하고 있는 학생, 긴장한 얼굴로 연습하고 있는 학생로 가득했다.“고등학생들은 정말 활력이 넘쳐.”육예찬은
소녀는 다가가 간식 봉지를 받았다.“역시 의리남이야. 마침 당 떨어졌는데.”조훈은 휴대폰을 그녀에게 건네주었고 그녀는 카메라를 들고 말했다.“기념사진 한 장 찍어야지.”포즈를 취하던 그녀는 갑자기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둘을 바라보았다.“같이 찍어.”강성연이 팔짱을 끼면서 고개를 저었지만 그녀는 억지로 카메라를 들이밀었다.“빨리, 예쁜 얼굴을 왜 자꾸 감추는 거야, 조훈도 같이 찍어.”세 사람은 그렇게 백스테이지에서 사진을 찍었다.이때 박시현이 다가와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뭐해? 지석이가 기다리고 있어, 얼른 가자.”육예찬은 고개를 끄덕인 후 상자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한차례 공연이 끝난 후 민악과의 차례가 되었다. 박시현은 지루해 하며 말했다.“민악이네, 또 자장가 부르는 거 아니야?”그들은 음악 학원에서 일반적으로 민악과 공연을 보지 않았다. 너무 지루하고 식상했다.도지석은 하품을 하면서 말했다.“괜찮아. 요즘 불면증 심했는데 자장가 불러주면 좋지. 난 좀 잘게, 끝나면 깨워줘.”육예찬은 휴대폰을 보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스테이지 라이트는 어두워졌다가 중간에 고전 한복을 입은 소녀에게 집중되었다.육예찬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스테이지를 흘깃 보았다. 백스테이지에서 봤던 소녀였다.스포 라이트를 받은 소녀는 아까보다 더 빛나 보였다.소녀는 접선을 흔들더니 판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웅장하고 슬픈 음악이 공연장에 울려 퍼졌는데 자세히 들어보니 가야금과 피리, 베이스와 드럼의 소리가 섞여있었다.하이라이트 부분에서 소녀의 판소리와 소년의 랩은 완벽하게 어우러졌다.고전 음악과 힙합의 만남은 정말 색다르고도 멋졌다.공연이 끝나고 막이 내리자 떠나갈 듯한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육예찬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손뼉을 쳤고, 박수소리에 놀라서 깬 박시현과 도지석은 놀란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육예찬은 민악과 공연을 보는 횟수가 적을뿐만 아니라 손뼉을 치는 일이 없었다.육예찬 스스로도 오늘 밤 서울 고등학교 공연에서 민악에 대한 생
육예찬은 서재를 지나칠 때 어머니의 목소리를 들었다.“아영이가 어떻게 퇴학을 당해?”라민희는 탄식하며 말했다.“모르겠어. 학교 측에서는 아영이가...... 음악 학원에 들어가려고 친구를 계단에서 밀었다고 해.”연희정은 깜짝 놀랐다.“아영이가 그런 짓을 할 리가 없잖아?”“나도 아니라는 걸 알아, 아영이는 내 조카잖아. 그런 짓을 할 애가 아니야. 하지만 이 일이 아영이한테 큰 충격을 준 것 같아서 걱정돼......”라민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연희정은 잔을 내려놓고 그녀의 손을 잡았다.“그럼 그 피해자의 가족들은 뭐라고 해?”“피해자 아버지는 영황 엔터테인먼트 매니저라 인맥이 넓어. 예전에 한미영의 매니저이기도 하고. 지금 피해 학생은 식물인간이 되었고 학교 측에서는 아영이한테 책임을 묻고 있어. 증인으로 나서는 학생도 없고 말이야.”“지금 아영이는 법원으로 가는 걸 싫어하고 송인후는 어쩔 수 없이 이 일을 덮었어.”육예찬은 밖에서 한참 들은 뒤에야 떠났다. 그의 어머니와 라민희는 친구였고 라민희는 송씨 가문의 사람이었다.그는 예전부터 “아영”이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지만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저 그처럼 음악에 재능이 있는 여자라는 것만 알고 있었다.사실 그는 어머니가 항상 이야기하던 송씨 가문 아가씨와 만나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기회는 찾아오지 않았다.그의 가족들이 자주 “아영”이에 대해 언급했기 때문에 그 이름이 기억에 남았다.가끔 송인후와 라민희는 육예찬 집에서 밥을 먹기도 했다. 송인후는 항상 딸에 대한 불평을 늘여놓았고 퇴학한 후 딸이 180도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집에 물건들을 모두 바꾼 후 악기에 손도 대지 않는다고 했다.예전 그들은 항상 “아영”이가 얼마나 생기발랄하고 재능이 많은지에 대해 이야기했었다.하지만 지금은 “아영”이를 말할 때마다 골치 아파했다. 반항기에 접어드는지 걸핏하면 가출한다고 했다.그때부터 육예찬은 그녀에 대해 호기심을 가졌던 것 같다. 그는 “아영”에 대해 많이 들었으나 한 번도
처음 송아영을 보게 된 건 명승희와 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그는 미슐랭 레스토랑에서 포장한 음식을 기다리고 있었고 소음이 싫어 이어폰을 끼고 있었다.그가 테이블에 놓인 잡지를 보고 있을 때 다투는 소리가 들렸다.“강미현, 너 뭐 하려는 거야? 여기는 레스토랑이라고, 미쳐도 곱게 미쳐. 다른 사람 식사하는 걸 방해하지 말고.”큰 소리에 육예찬은 좀 기분이 상했다.곧 웨이터의 말리는 소리가 들렸고 한 여자가 욕설을 퍼부었는데 아주 저속했다.그는 잡지를 테이블에 던진 후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쪽으로 다가갔을 때 한 여자가 맞은편에 앉은 여자한테 커피를 뿌렸다.“이모!” 선글라스를 쓴 남자아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선글라스를 벗은 남자아이의 얼굴을 본 육예찬은 좀 놀랐다.음악 학원에서 본 아이잖아? 강시언이라고 했었던 것 같은데.그는 곧 남자아이의 행동에 놀랐다. 그는 테이블에 놓인 물을 맞은편 여자에게 뿌렸다.여자는 씩씩거리면서 일어서더니 손을 들었다.“이 빌어먹을 놈이......”강시언 곁에 있던 여자는 일어서서 앞을 가로막았다. 육예찬은 재빨리 다가가 그녀의 손목을 잡은 후 이어폰을 뺏다. 그는 물을 맞고 메이크업이 엉망이 된 여자를 보며 말했다.“당신 어린애한테 뭐하려고 하는 거야?”강시언은 음악 학원 학생이었기 때문에 그는 못 본척 할 수 없었다.또한 그는 아이의 엄마가 아이를 데리고 땡땡이를 쳤다는 사실에 격분하고 있었다.육예찬은 고개를 돌려 커피를 닦고 있는 여자를 보았다.“엄마가 어떻게 애가 땡땡이치는 걸 내버려 둬요?”여자가 고개를 든 순간 그는 왠지 익숙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여자는 자신을 가리키며 말했다.“저한테 말하는 거예요?”그는 여자를 흘깃 보며 대답했다.“귀머거리가 아니면 이해했을 거라 생각해요.”여자는 좀 화나 보였다.“뭐라는 거예요, 미친 사람인 건가?”육예찬은 처음으로 여자한테 욕을 먹었다.이때 강시언이 그녀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말했다.“이모, 화내지 마요. 저 미슐
그의 기억 속 송아영은 서울 고등학교 공연 때에 머물러있었다. 그때 그녀의 무대는 모든 사람을 놀라게 했었다.그는 레스토랑에서 강미현이 확실히 그런 짓을 했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강미현의 실체를 아직 밝히지 못했기 때문에 그는 강미현을 너무 난처하게 할 수 없었다.“쌍방 모두 잘못이 있으니 개인적으로 처리하면 돼요. 이런 장소에서 다툴 필요는 없잖아요.”송아영은 그를 바라보았다.“저기요, 혹시 시력이 안 좋은 거 아니에요? 어떻게......”송인후는 그녀의 말을 끊었다.“송아영, 한 마디만 더하면 집에 가서 아주 혼날 줄 알아!”강미현이 그에게 사과했지만 육예찬은 무시했다. 그는 송아영의 부어오른 볼을 보면서 왜서인지 괴롭히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반지훈과 강성연이 나타나자 송아영은 억울한 표정으로 강성연에게 애교를 부렸다.“성연아, 왔어?”그녀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강미현에게 도발적인 눈빛을 보냈다. 마치 자신의 편을 들어줄 사람이 왔다는 걸 과시라도 하는 듯이. 이에 육예찬은 참 멍청하면서도 귀여운 여자라고 생각했다.그 후로 송아영을 볼 때마다 그는 참지 못하고 그녀를 괴롭혔다. 그녀를 화나게 하면 왠지 기분이 좋아졌고 꼬리털을 세우고 씩씩거리고 있는 고양이를 보는 것 같았다.그는 선보는 건 거절했지만 어머니가 송씨 가문과 약혼 약속을 한 건 거절하지 않았다.연희정은 좀 의아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집에서 억지로 시키는 결혼은 싫다고 했잖아? 선은 거절하더니, 약혼은 괜찮아?”그는 책을 내려놓고 어머니를 바라보았다.“낯선 사람보다 아는 사람이 낫잖아요.”당연히 그건 핑계에 불과했다.그는 송아영이 원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알고 이렇게 말했다.“약혼을 했으니 서로 알아가야겠어요.”연희정은 그를 지그시 바라보더니 웃으며 말했다.“너희들 마음대로 해.”원래 빠른 속도로 송아영을 속여 결혼식을 치르려고 했으나 강성연의 일 때문에 결혼식이 3년이나 연기되었다.3년 동안 그는 강성연을 찾는다는 핑계로 송아영 앞에 나타났다.
하지만 그는 밤 내내 자지 못했다. 조금만 신경 쓰지 않으면 송아영은 침대에서 굴러떨어졌다.그렇게 육예찬은 그녀가 깨어날 때까지 지켰다.“깨어났어요?”그는 아주 피곤했지만 티 내지 않고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아주 잘 자던데요.”“육예찬, 당신이 어떻게 우리 집에 있어요?”그녀는 깜짝 놀라면서 물었다.“당신이...... 옷을 갈아입혀준 거예요?”그녀의 경악한 표정을 본 그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고 부인하지 않았다.“당신한테 무슨 볼거리가 있다고 그래요?”“나쁜 놈!”그는 송아영이 던진 베개를 받았다.“어제 내 옷에 엄청 토했어요. 명의상 내 약혼녀가 아니었다면 길에 버렸을 거예요.”베개를 돌려준 육예찬은 그녀가 깨어나길 기다렸다는 걸 들키고 싶지 않아 이렇게 말했다.“성연이는 어디 있어요?”송아영은 미간을 찌푸렸다.“그것 때문에 밤 내내 여기 있었던 거예요?”그는 답하지 않았다.그것 때문이 아니었기에.하지만 송아영이 고맙다는 말 한마디조차 하지 않자 육예찬은 좀 불쾌했다. 역시 생각이 없는 여자야.옛 추억에서 정신을 차린 육예찬은 송아영의 웃음소리를 들었다. 박시현과 도지석이 그녀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그녀는 깔깔 웃고 있었다.이때 박시현이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예찬아, S국에 얼마나 있을 거야?”육예찬은 송아영을 바라보았다.“아영이가 있는 만큼.”박시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송아영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내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건가?송아영은 입술을 깨물었고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이렇게 말했다.“빨리 가야 결혼식 올리지.”멍해진 육예찬을 보며 송아영은 말을 이었다.“성연이랑 약속했단 말이야.”박시현과 도지석은 놀란 눈빛으로 물었다.“아직 결혼식을 올리지 않았어요?”송아영은 고개를 숙이고 어색하게 웃었다.“네.”육예찬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그래, 얼른 돌아가서 결혼식을 준비해야겠어.”그는 이렇게 말하면서 박시현과 도지석을 바라보았다.“너희 둘도 Z국에 가야겠는걸.
그녀는 깜짝 놀란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음식하고 있잖아요.”반지훈은 낮게 웃었다.“응, 위층에서 좋은 냄새를 맡았어.”“그렇죠. 내 요리 솜씨도 느는것 같아요.”강성연은 숟가락으로 맛본 후 그에게 건네주었다.“맛 좀 봐줘요.”반지훈은 그녀의 입술에 뽀뽀하더니 웃으며 말했다.“정말 달콤해.”“당신......”강성연은 빨개진 얼굴로 그를 밀쳤다.“정말 변태라니까.”그는 웃으면서 강성연을 돌려세웠다.“이제야 내가 변태인 걸 안 거야?”그는 가스레인지 불을 끈 후 그녀에게 키스를 했다. 강성연은 또 그의 미색에 홀려 거절하지 못했다.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투덜거렸다.“언젠가 당신의 손에 죽을 것 같아요.”반지훈은 낮게 웃으며 그녀에게 속삭였다.“죽어도 내가 먼저 죽어. 당신이 이렇게 섹시하니 말이야.”… 반지훈은 그녀를 의자에 앉히고 이마에 입을 밎췄다.“앉아있어. 내가 준비할게.”반지훈이 뜨거운 요리를 테이블에 올리자 많은 체력을 소모한 강성연은 조급하게 젓가락을 들었다.반지훈은 그녀에게 국 한 그릇을 떠주며 말했다.“국부터 마셔.”강성연은 웃음을 터뜨렸다.“내가 세 살짜리 애인 줄 알아요?”그는 턱을 괴며 눈썹을 치켜 올렸다.“내 앞에서는 그래도 돼.”테이블에 올려놓은 반지훈 휴대폰이 울렸다. 안지성의 전화였다.전화를 받은 반지훈은 안지성과 몇 마디 나눈 후 전화를 끊었다. 곧 강성연이 물었다.“무슨 일 있어요?”반지훈은 그녀를 바라보며 웃었다.“안지성 딸이 깨어났대.”강성연은 멍해졌다.11년 동안 식물인간으로 지낸 사람이 진짜 깨어났다고?그녀는 웃으며 휴대폰을 꺼냈다.“얼른 이 좋은 소식을 아영이한테 알려줘야겠어요.”......서울 공항.송아영과 육예찬은 비행기에서 내리기 바쁘게 요양병원으로 향했다. 반지훈과 강성연이 복도에서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송아영이 헐떡거리면서 달려왔다.“정말 깨어난 거야?”강성연이 방 안을 보라는 눈짓을 했다.송아영이 방 안을 바라보니 안예지가 아버지
육예찬은 그녀의 어깨를 그러안았다.“먼저 갔어.”“그렇다면 우리는......”송아영이 눈을 깜박거리자 육예찬은 그녀를 안으면서 웃었다.“당연히 집에 돌아가 결혼 이야기나 해야지.”송아영은 그의 목을 그러안았다.“난 아주 로맨틱한 식을 올리고 싶어.”육예찬은 웃었다.“그다음에는?”송아영은 잠깐 생각에 잠겼다.“그리고 화려한 마차도 있어야 해!”육예찬은 약속했다.송아영은 또 손가락을 꼽이면서 말했다.“결혼하면 날 괴롭히면 안 돼. 다퉈도 항상 양보해야 하고 다른 여자랑 눈도 마주치지 마.”그는 발걸음을 멈추더니 그녀를 바라보았다.“내가 언제 다른 여자랑 눈을 맞췄다고 그래?”송앙영은 멈칫하다가 그를 보며 말했다.“앞으로 말이야. 다들 남자는 결혼하면 마음이 바뀐다고 하잖아. 만약 내가 임신해서 살이 찌고 못생겨지면......”육예찬은 고개를 숙여 조잘거리는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한참 후 그는 입술을 떼면서 말했다.“그래도 좋아. 이렇게 귀여운 딸을 내가 싫어할 리가 없잖아.”송아영은 이상함을 느꼈다.“귀여운 딸?”육예찬이 눈을 가늘게 뜨면서 웃자 송아영은 눈치채고 그를 때렸다.“누가 네 딸이라는 거야?”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내가 딸처럼 예뻐해주잖아.”송아영은 깔깔 웃으면서 귓속말을 했다.“아빠.”“......”며칠 후 결혼식 날짜가 다가오자 송씨 가문, 육씨 가문, 구씨 가문은 모두 결혼식을 위해 바삐 보내고 있었다. 당연히 반씨 가문도 분망했다.세 가문이 동시에 결혼식을 치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송아영은 탈의실에서 허리를 조르다가 하마터면 숨이 끊어질 뻔했다.“허리에 살 쪘어.”곁에서 화장하던 강성연은 그녀를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오빠가 그동안 좋은 걸 많이 먹였나 봐.”“내가......윽, 살살, 살살 좀 해요.”숨을 크게 들이쉰 송아영은 드디어 드레스를 입고 거울을 비췄다.“왜 하필 허리에 살이 찌는 거야. 가슴에 살이 찌면 얼마나 좋을까?”강성연이 비웃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