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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죽기 살기로 달리다 대로변으로 나온 원유희는 달리는 차 사이를 비집고 도망쳤다.

운전자들은 창문을 열고 욕을 하며 클락션을 울려댔고, 장정의 두 남자는 멈추지 않고 그녀를 쫓았다.

‘이러다 잡히는 건 시간문제야. 어디 숨을 곳을 찾아야 해!’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길 맞은편에 서있는 검은색 롤스로이스를 보았다.

그 차는 마치 잠에 든 범고래처럼 크고 웅장했다. 그녀는 생각할 겨를 없이 롤스로이스 뒤로 몸을 숨겼다.

원유희는 차체에 기대어 두 손으로 입을 막고 헐떡이는 숨을 억눌렀다.

차는 선텐이 잘 되어있어 안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보이지 않았다.

순간 그녀의 핸드백에서 벨소리가 울렸다. 그녀는 놀라서 핸드폰의 수신버튼을 누르고 몸을 살그머니 내밀어 길 맞은편 남자들의 동태를 파악했다.

유희야, 어디 갔니?”

고모, 저 먼저 가볼게요.”

왜 무슨 일이야? 호텔로 돌아갈 거니? 너만 괜찮다면 고모 집으로 들어와. 방 하나 마련해 줄게. 아니면…… 예전에 쓰던 방에서 지내도 되고.

고모와 통화를 하고 있는데 그녀의 뒤에서 가로등에 비친 그림자가 흔들렸다.

원유희는 몸이 굳어진 채 핸드폰을 들고 뒤를 돌아보았다.

롤스로이스 창문이 내려오자 서서히 안에 있는 남자의 얼굴이 보였다.

차갑고도 깊은 그의 눈동자가 원유희를 향하자, 그녀의 호흡이 순감 멈추었고 핸드폰 너머 사람의 말소리가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꺅!” 원유희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뒤로 물러섰다.

유희야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원유희가 핸드폰을 가방에 욱여넣고는 자리에서 일어나자 맞은편의 경호원들이 달려와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 순간 롤스로이스 차문이 열렸고 장신의 남자가 차 밖으로 나왔다.

“나한테서 도망가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모르나 보네.” 김신걸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너 도대체 나한테 왜 그래…… 으악!”

김신걸은 큰 손으로 그녀의 턱을 잡아끌었다.

그의 아귀힘이 어찌나 좋은지 원유희의 고운 얼굴이 일그러졌다.

김신걸은 그녀의 귓가에 다가가 조용히 속삭였다.

“난 네가 평생 이곳으로 돌아오지 않을 줄 알았어…… 원. 유. 희.”

귓가에 들리는 그의 뜨거운 목소리에 원유희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김신걸은 그녀의 뒷덜미를 잡아 난폭하게 그녀를 차 안으로 던지고는 자신도 차에 올랐다.

목적지가 어딘지 모를 차가 어둠을 헤치며 달렸다.

겁에 질린 원유희가 차창을 내다보며 눈물을 흘렸다.

“도대체 어디로 가는 거야? 당장 차 세워!”

김신걸은 상반신을 앞으로 기울이며 다시 그녀의 턱을 힘껏 잡아당기며 씩- 웃었다.

“지금 나한테 명령하는 거야?”

“아…… 아니.”

“예전에 같이 살 때는 나한테 오빠라고 부르지 않았나? 갑자기 그 오빠 소리가 듣고 싶네. 지금 불러 봐.”

“내가 그 집에 살면 안 됐어…… 내가 오늘 연회장에 나타나면 안 됐어. 정말 미안해. 앞으로는 절대 제도에 나타나지 않을게.”

“몸은 왜 이렇게 떨어? 설마 나를 무서워하는 거야?” 신걸은 손끝으로 원유희의 턱끝을 쓸었다.

원유희는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고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세월이 흘렀지만 이 남자는 그대로야.’

그녀는 불현듯 어릴 적 고모네 집에서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그녀는 현재 세 명의 아이가 있다. 아이들 때문이라도 그녀는 이 상황을 벗어나야 했다.

“내가 이렇게 부탁할게. 가장 빠른 비행기로 제도를 떠나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게.” 원유희가 눈물을 흘리며 김신걸에게 애원했다.

그녀는 조용히 핸드백을 꼭 쥐었다. 그녀는 가방 안에 들어있는 핸드폰 사진을 김신걸이 볼까 두려웠다.

‘이것만은 절대 빼앗기면 안 돼.’

김신걸은 핸드백을 쥔 그녀의 손을 매만지자 그녀는 침을 꼴깍 삼켰다.

“이왕 돌아온 거, 떠날 생각 마.”

“제발…… 이렇게 부탁할게.”

김신걸은 그녀의 목소리가 듣기 싫다는 듯 인상을 쓴 채 고개를 젖혔다.

얼마나 달렸을까 차는 강남 노른자 땅 속 부촌으로 들어섰다.

원유희는 차가 달리는 내내 김신걸의 눈치를 살폈고, 차가 멈추자 잠금버튼을 해제하고 차에서 내렸다.

그녀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재빨리 가방 안을 뒤져 핸드폰을 꺼냈다.

시차를 계산하면 아이들이 있는 곳은 아침일 텐데, 영희 이모나 아이들이 전화를 할까 봐 두려웠다.

핸드폰 전원을 끄려면 잠금화면을 풀어야 했다. 그녀는 손을 덜덜 떨며 비밀번호를 입력했다.

원유희가 얼마나 긴장했는지 매번 입력하는 비밀번호를 두 번이나 틀렸다.

“거기서 뭐 해?”김신걸이 물었다.

원유희는 애써 침착한 표정으로 그를 보았다.

“나…… 나 이제 가봐야 할 것 같아. 호텔도 이미 예약해 뒀고……”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김신걸이 그녀의 목덜미를 움켜잡았다.

“아프다고! 알겠어! 알겠다고 내 두 발로 갈게!”

“원유희. 내가 경고하는데 앞으로 두 번 말하게 하지마.”

김신걸이 잡았던 목덜미를 풀자 원유희는 휘청거리며 차에 기대 섰다.

호화로운 저택 안 넓은 잔디밭을 보고 있으니 원유희는 한없이 작아졌다.

‘여기서 어떻게 도망치냐고……’

저택의 로비가 어찌나 큰지 일반 사람의 집 한 채보다 컸다.

원유희는 겁에 질려 몸이 저절로 움츠러들었다.

그녀는 여기가 어디인지 알고 있었다.

바로 김신걸의 저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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