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만나러 갔다가 김신걸에게 발견되면 어떡하지? 그럼 나는 또 인권이 없는 존재로 살아가야 하는 건가?’ “넌 이제 예전과 다르니까 두려워할 필요 없어. 벗어나고 싶으면 온 힘을 다 해. 나도 너의 곁에 있을 테니까.” 원유희는 고개를 들어 유미의 확고한 눈빛을 보고 마음이 햇살같이 따뜻해졌다. ‘천애의 조직에 갇혔을 때부터 유미는 줄곧 나와 함께 있었고 나를 도와주었어. 그렇지 않으면 난 벌써 죽었을 거야.’ “알았어.” 원유희도 유미의 손을 잡고 말했다. “괜찮아, 나 혼자 갈 수 있어.” “혼자 간다고?” 유미는 찬성하지 않았다. 그러자 원유희가 말했다. “언젠가 스스로 직시해야 할 문제야. 걱정하지 마. 네가 말한 것처럼 난 예전과 다르니까.” “그럼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해, 내가 바로 달려갈 테니까.” 원유희가 귀국하려면 준비할 게 꽤 많았다. 변장도 해야 하고, 가짜 여권도 만들어야 했다. 하지만 킬러 조직에서 이런 것들은 필수이기 때문에 쉽게 해결할 수 있었다. 원유희는 운전해서 돌아갈 때 미행당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즉시 경계하며 속도를 높였다. 가짜 여권을 만드는 곳이 외진 곳이라 무슨 일이 일어나도 아무도 모를 것이었다. 원유희가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았을 때 길목에서 차 한 대가 나와 원유희의 앞길을 막아 어쩔 수 없이 급정거를 했다. 이어서 차에 타고 있던 사람이 내려와 총으로 원유희의 차를 겨누었다. 앞에 두 대, 좌우에 두 대, 그리고 뒤에 한 대가 있었다. 원유희와 유미는 이곳에 와서 아무하고도 접촉하지 않았다. 그러니 미움을 사는 일은 더욱 없었다. 이 사람들의 표정과 살기로 천애조직의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렇게 꽁꽁 숨었는데도 우리를 찾아내다니, 하지만 특훈 받은 킬러는 아닌 것 같았다. 왜 아닐까?’ 원유희는 이상하게 여겼다. ‘설마 나와 유미처럼 혼란을 틈타 도망친 건가?’ 원유희는 선글라스를 끼고 차 안에서 천천히 내려왔다. 왜냐하면 내려오지 않았다가는 밖에
상대방이 손가락으로 방아쇠를 당기자 펑하는 소리와 함께 원유희는 깊은 어둠 속에 빠졌다. 원유희가 깨어났을 땐 호텔 스위트 룸에 있었다. 원유희는 침대에 앉아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 어떻게 도망쳐 나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때 난 총소리를 듣고 의식을 잃었어. 하지만 내가 살아있다는 건 총소리가 다른 곳에서 전해왔다는 건데. 설마 누가 날 구해줬나?’ 누군가가 들어오는 소리에 원유희는 온몸의 신경을 곤두세우고 경계했다. 들어오는 남자를 보는 순간 원유희는 생각을 잃었다. 김명화는 원유희를 바라보며 물었다. “나 몰라보겠어?” “명화…… 오빠.” 원유희의 시선은 김명화의 붕대를 감은 팔에 떨어졌다. 붕대에는 피가 스며 나왔다. “남자 여러 명이 한 여자를 공격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어서 도와줬는데 그게 너일 줄은 몰랐어. 나는 헬리콥터가 바다에 추락했다고 해서 네가 당연히…….” 김명화는 말을 잇지 못하고 원유희를 꽉 껴안았다. “팔 조심해요.”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김명화가 물었다. “너 여태 어디 있었던 거야?” 원유희는 표정이 살짝 바뀌더니 가볍게 김명화를 밀어내고 말했다. “난 누군가에게 납치되었다가 겨우 도망쳐 나왔어요. 방금 그 사람들은 날 잡아가려던 사람이에요. 오빠가 날 구해주지 않았으면 나는 또 잡혀갔을 거예요, 고마워요.” 김명화는 부드럽게 원유희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걱정이 가득한 눈빛으로 말했다. “걱정 마, 내가 그들이 널 잡아가지 못하게 보호해 줄게.” “팔은 괜찮아요?” 원유희가 물었다. “괜찮아, 그냥 살짝 스친 거야.” 원유희는 김명화의 상처가 살짝 스친 정도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도 심각한 건 아니라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고마워요. 명화오빠가 아니었다면 난 이미 죽었을 거예요.” “나랑은 그런 말 하지 마.” “이번엔 내가 명화오빠에게 신세 졌어요.”원유희가 말했다. “그래, 그럼 일단 기억하고 있어.” 김명화가 계속 말했다. “너 제성으로 돌아가고
원유희가 떠날 때만 해도 학교는 아직 정식으로 운영되지 않았었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많은 것이 변했다. ‘김신걸의 곁에 여자가 생겼다니.’ “내가 너와 함께 먼저 아이들을 보러 갈까?” 김명화가 물었다. “아니에요. 나 혼자 갈게요.” “난 네가 걱정돼서, 그 사람들이 다시 나타나면 너 다칠 테니까.” 김명화가 걱정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국내는 안전하니까 돌아가면 괜찮을 거예요.” 원유희는 자신의 계획을 견지했다. 그러자 김명화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일이 예상과 다소 어긋났지만 그래도 아주 나쁜 상황은 아니었다. “그럼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해. 내가 너의 목숨을 구한 거니까 너의 목숨은 이제 내 것이야.” 원유희는 김명화의 말에 찬성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김명화는 원유희의 머리를 만지며 부드러운 눈빛으로 기괴하게 웃었다. 3일 후, 원유희는 비행기티켓을 사서 비행기에 탑승했다. 원유희의 마음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설렜다. 비행기에서 원유희는 핸드폰을 켜 세 쌍둥이의 사진을 뒤져보았다. 그건 너무나도 익숙한 사진들이었다. 애초에 원유희가 혼자 귀국해 엄마와 김영의 결혼기념일을 참석할 때도 핸드폰으로 세 쌍둥이의 사진을 보았었다. 하지만 원유희는 자신이 김신걸에게 갈 길을 막히지 않을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옆자리에 사람이 앉자 원유희는 핸드폰을 걷었다. 외딴섬에서 훈련된 예민한 촉이 이상을 감지했다. 원유희는 얼굴을 돌려 김명화를 보자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말했다. “명화오빠?” “설마 내가 제성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게 하는 건 아니겠지? 그냥 마침 너와 같은 비행기에 탑승했을 뿐이야.”김명화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원유희는 자신이 그럴 자격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김명화는 제성 사람이니까 돌아가는 건 지극히 정상적인 거야. 하지만 옆자리를 구매한 건 절대로 우연이 아니야.’ 하지만 원유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비행기에서 내린 후에 우린 각자 갈 길 가
세 쌍둥이는 내년에 1학년이기 때문에 아직은 유치원에 있었다. 그들은 지금 놀이공원에서 다른 아이들과 놀고 있었다. 2년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지만 벌써 많이 커서 예전처럼 통통하지 않았다. 유담은 갈수록 예뻐졌고 두 오빠도 점점 멋있고 냉담해졌다. 원유희는 구석에 숨어 멀리서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많은 아이들 중에서 원유희는 한눈에 세 쌍둥이를 찾아냈다. 원유희의 눈시울이 갑자기 뜨거워지더니 하마터면 달려가 그들을 품에 안을 뻔했다. 하지만 원유희는 두려웠다. ‘아이들이 날 미워하면 어떡하지? 김신걸 곁에 다른 여자가 생겼으니 이미 그 여자를 엄마로 여기지 않았을까?’ 아이들 사이에서 놀던 세 쌍둥이는 갑자기 뭔가를 느낀 듯 함께 고개를 돌려 갸우뚱거리며 원유희가 있는 쪽으로 바라보았다. 원유희는 놀라서 고개를 숙이고 마스크를 올리고 구석에 숨었다. 세 쌍둥이는 호기심에 구석으로 걸어가다가 선생님에게 들켜 가로막혔다. “어디로 가려는 거예요?” “저기에 사람이 있어요.” 유담은 손가락으로 구석을 가리켰다. “누가 있는데요?” 선생님은 아이들이 가리키는 구석으로 걸어가서 말했다. “아무도 없는데요, 못 믿겠으면 와 보세요.” 세 쌍둥이가 가보자 확실히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방금 분명히 사람이 숨어있는 걸 보았는데.’ 다시 아이들 사이로 돌아온 세 쌍둥이는 놀 마음이 사라지고 기분이 가라앉았다. ‘아까 본 사람이 누구일까……?’ 선생님은 그들이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 관심 어린 말투로 물었지만 세 쌍둥이는 모두 정신을 다른데 팔고 있었다. 선생님은 포기하지 않고 그들을 웃게 하려고 애썼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이 세 쌍둥이가 누구의 아이들인지 알고 있었다. 그래서 온 학교의 사람들이 모두 세 쌍둥이를 잘 돌봐주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세 쌍둥이가 학교에 입학하던 첫날부터 활발하지 않고 사람들과 말하기도 싫어했다. 이 문제에 관해 선생님도 위로 반영한 적 있었다. 하지만 최대한 아이들을 즐겁게 하고 잘 돌보라
고건의 임무는 세 쌍둥이 옆에 나타난 모든 의심스러운 인물을 주시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장 먼저 김신걸을 찾아온 것이었다. 사실 고건은 이미 동영상을 여러 번 돌려보았다. 몸체가 조금 비슷하긴 하지만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고건은 그 사람이 원유희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바다에 빠진 사람 중에 살아서 돌아오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여자야…….” 김신걸의 태블릿을 든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검은 눈동자에 붉은색을 띠고 화면을 뚫어지게 보았다. “김 대표님, 정말…… 사모님일까요?” 고건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대체 어딜 봐서 사모님이라고 확신하시는 거지? 혹시 착각 아닐까?’ 하지만 고건은 감히 이런 말을 하지 못했다. “틀림없이 원유희야! 내가 죽지 않았다고 했잖아…….” 김신걸은 쉰 목소리로 말하며 마음속의 기쁨을 억제할 수가 없었다. 원유희는 세 쌍둥이를 보러 갔다가 예전에 살던 별장과 동네에는 가지 않았다. 윤정이 준 집에는 더 가지 않을 것이었다. 호텔도 너무 눈에 띄는 것 같아서 등록하지 않고 조용한 동네를 찾아 들어갔다. 베란다의 시야와 도주노선이 가장 만족스러웠다. 원유희는 침대에 누워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며 세 쌍둥이가 놀이동산에서 놀던 모습을 떠올렸다. ‘그래도 건강해 보여서 좋다. 만약 내가 꼭 떠나야 할 운명이라면 지금 아이들 앞에 나타나는 게 과연 좋은 일일까? 2살 때는 기억이 없다고 해도 4살 때는?’ 원유희는 눈시울이 뜨거워지더니 옆으로 돌려 눈물을 흘렸다. ‘너무 괴로워. 아이들을 볼 수 없을 땐 보고 싶고, 보니까 또 마음이 쓰라리고.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 이때 핸드폰 벨소리가 울리자 원유희는 전화를 받았다. “유미야.” “아이들 봤어?” “응, 다 잘 지내고 있더라.” “그럼 거기서 아이들과 며칠 있다가 올 거야?” 유미는 원유희의 대답을 듣지 못하자 계속 물었다. “설마 아이들 못 봤어?” “아니, 봤어.” “넌 아이들의 엄마니
묘비에는 먼지 하나 없이 깨끗했다. ‘여기 직원이 고인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책임지고 청소했나 보다.’ 원유희는 꽃을 비석 앞에 놓고 무릎을 꿇고 종이돈을 태우기 시작했다. “엄마, 아빠 미안해요. 전에 일이 좀 있어서 오랫동안 보러 오지 못했어요. 화내지 말아요. 앞으로 귀국하면 자주 보러 올 게요.” 원유희는 종이돈을 태우며 말했다. 아침의 산소는 사방의 나무들로 인해 공기가 맑았고 산들바람이 불어와 원유희의 잔머리를 스쳤다. 경각심이 높은 원유희는 종이돈을 쥐고 있던 손이 약간 경직되었다. 누군가의 침입에 의해 공기가 미세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이런 느낌은…… 원유희의 뼛속에 새겨져 있었다. 종이돈이 떨어지며 다 탄 재가 날려 공기 중에 흩어졌다. 원유희는 일어나서 몸을 천천히 돌렸다. 원유희의 심장이 불규칙적으로 뛰기 시작했다. 그건 사람을 죽일 때와 다른 느낌이었다. 2 미터 떨어진 곳에 늘씬한 김신걸이 서 있는 것을 본 원유희는 오랜만에 명치를 맞은 것 같았다. 다만 김신걸의 흰머리를 보았을 때 원유희는 잠깐 멍해졌다. ‘김신걸이 언제부터 이런 스타일로 바뀐 거지? 곁에 있다는 여자친구가 젊은가 보지.’ 김신걸은 원유희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검은 눈동자는 빨갛게 변했고, 몸과 거친 숨소리가 모두 떨리고 있었다. 앞으로 걸어오는 김신걸은 겨우 감정을 통제하고 검은 눈동자는 원유희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눈을 깜빡이면 눈앞의 사람이 사라질까 봐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 김신걸의 접근이 원유희를 긴장하게 했다. 애써 침착하려고 했지만 주머니 속에 있는 손이 자기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었다. ‘분명히 예전보다 강해졌는데 왜 이 남자를 보면 여전히 압박감에 심한 영향을 받을까?’ 김신걸의 손이 얼굴에 닿자 원유희는 온몸을 떨었다. 원유희가 반응을 하기도 전에 김신걸의 통제력을 잃은 거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 정말 살아있었구나. 내가 살아있을 줄 알았어. 네가 죽을 리가 없잖아.”원유희는 자신이 헬리콥터를 타고 바다
원유희의 표정이 망설이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이번에 돌아온 이유도 아이들이 보고 싶어서였다. 그러니 멀리서 보는 걸로는 당연히 만족할 수가 없었다. 원유희는 김신걸이 여기까지 찾아왔다는 건 이미 자신의 행방을 파악했다고 생각했다. 원유희는 항상 조심스럽게 행동해서 발견할 수 있는 곳은 학교밖에 없었다. ‘지금 경호원이 배치되어 있는 곳이 산소뿐만 아니라 내 아파트, 그리고 내가 갈 수 있는 모든 곳에 배치되어 있겠지. 그리고 김신걸이 여기에 나타났다는 건 내가 나타날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이 여기라고 분석한 거고. 이건 완전히 점유하겠다는 거잖아.’ 원유희가 반응하기 전에 김신걸은 되찾은 기쁨에 다시 원유희를 품에 안았다. “움직이지 말고, 이렇게 좀 안고 있게 해 줘.” 김신걸은 거칠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며 원유희를 더 세게 껴안았다. 원유희는 주먹을 쥔 손을 결국은 풀었다. 김신걸이 아이들의 아빠이기 때문에 원유희는 그렇게 할 수 없었다. “나 아이들 보고 싶어.” 원유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으면 언제까지 안겨 있어야 할지 몰라서 입을 열었다. “그래, 내가 데리고 갈게.” 김신걸은 얼굴을 원유희의 목에 묻고 체향을 맡았다. 그건 바로 김신걸이 익숙하고 밤낮으로 그리워하던 냄새였다. ‘유희가 정말 돌아왔어. 앞으로 다신 내 곁을 떠나지 못하게 할 거야.’ 차를 탄 김신걸은 시선을 원유희의 몸에 고정하고 뚫어져라 보았다. 마치 원유희를 꿰뚫어 보려는 것 같았다. 원유희는 창밖을 보고 있었지만 강렬한 시선이 자기의 몸을 찢으려는 것 같아 도저히 무시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원유희는 모르는 척했다. 이 모든 게 아이들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아이만 보고 원유희는 출국할 것이기 때문에 김신걸과 더 깊은 교류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지금 김신걸의 곁에 다른 여자가 생겼으니 쓸데없는 것들을 생각할 필요 없어.’ “너 어디 갔었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진정한 김신걸은 의심스러운 말투로 물었다.
롤스로이스는 어전원에서 멈췄다. 원유희는 차에서 내려 눈을 들어 보았다. 어전원은 조금도 변함없이 원래대로였다. 원유희는 가슴이 쑤시고 아파서 호흡이 멎을 것 같았다. 왜냐하면 여기에는 원유희의 너무 많은 몸부림과 고통, 그리고 감정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들어가.” 김신걸은 원유희의 곁에 서서 눈도 깜빡이지 않고 쳐다보며 말했다. 원유희가 따라 들어가자 해림이 마중 나와 격분해서 말했다. “김 대표님…… 사모님, 오셨어요?” 보아하니 어전원에서 미리 원유희가 살아있다는 소식을 받은 것 같았다. 사모님이라는 호칭에 원유희는 가슴이 두근거렸지만 얼굴에 티 내지는 않았다. “해림 씨, 오랜만이에요.” “그러게요. 거의 2년 만에 다시 사모님을 보게 되네요. 돌아와서 정말 다행이에요!” 해림은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아이들은요?” 원유희는 들어가서 세 쌍둥이가 보이지 않자 절박한 눈빛으로 물었다. “아이들은 오늘 숲 속별장에 갔어요. 선생님이 곤충을 찾아오라는 숙제를 냈다고 해서요.” 해림이 말했다. 김신걸은 부동산이 많아서 원유희가 매 곳마다 다 가보지는 못했다. 다만 원유희는 자기가 오는 날에 아이들이 공교롭게 다른 곳으로 떠났다는 게 우연인 것 같지는 않았다. 원유희는 김신걸이 그 정도의 준비성도 없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일단 여기에서 하룻밤 지내면 내일 아이들이 돌아올 거야.” 김신걸은 마음속의 목적을 숨기고 원유희의 표정 변화를 관찰했다. 원유희는 김신걸을 보며 말했다. “정말 그러길 바라.” 말을 마친 원유희는 위층으로 올라가 김신걸과 자신이 살았던 안방이 아니라 다른 방으로 갔다.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 모든 게 원유희가 떠나기 전의 모습이었다. 원유희는 베란다에 서서 기왕 왔으니 편안하게 하룻밤을 묵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자신을 보호할 능력이 있지만 원유희의 마음은 여전히 김신걸에 대한 꺼리낌이 있었다. 원유희는 예전의 라인이 어떻게 김신걸의 세력에 의해 황량하게 도망치다가 결국 죽음
육성현은 흠칫 놀랐다. 그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내가 누구를 죽였다고 그래? 혜정아, 다 오해야. 나 지금 다 고쳤어. 진짜야, 어서 내려와. 물만두가 식겠다.”“오지 마!”엄혜정은 감정이 격해져서 소리쳤다.“다가오면 뛰어내릴 거라고 얘기했어!”“그래, 안 갈게.”육성현은 감히 다가가지 못했다.“혜정아, 진짜야. 난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 우선 먼저 내려와. 내려오면 내가 다 설명해 줄게. 다 오해야.”“사실 처음부터 수상하다고 생각했어. 그냥 유희의 말이 날 깨닫게 했을 뿐이야.”엄혜정은 눈물이 그렁그렁했지만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그녀는 육성현을 바라보면서 얘기했다.“근데 나 지금 다 알게 됐어. 증거는 없지만 넌 김하준이잖아. 난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 네가 달라질 거라 기대했어. 근데, 넌 어떻게 네 아이의 외할머니랑 외할아버지를 죽일 수 있어? 김하준, 넌 도대체 정체가 뭐야? 세상에 어떻게 너 같은 괴물이 다 존재해?”“혜정아, 내려와서 천천히 얘기하자, 응? 거긴 너무 위험해.”“제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기분을 모르지? 너도 한번 느껴봐야 해.”엄혜정은 떨어지는 눈물과 함께 베란다에서 뛰어내렸다.“안돼!”육성현은 고함을 지르며 달려갔다. 하지만 엄혜정의 옷자락도 미처 잡지 못했다.그는 엄혜정이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그녀의 몸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밑에 서 있던 하인 중 그 누구도 엄혜정을 받아내지 못했다.“다 죽일 거야!”육성현은 미친 듯이 달려갔고, 눈에 거슬리는 하인들을 모조리 걷어차 버렸다. 그는 엄혜정 옆으로 기어가 부드럽게 그녀를 품에 안았다.“혜정아, 혜정아. 병원에 데려다줄게. 아무 일도 없을 거야!”엄혜정은 눈을 떴다. 그녀의 머리는 피투성이가 되었고, 초점이 점차 사라지는 눈으로 육성현을 바라보았다.“김하준, 다음 생이 있다면, 난 다시는 널 만나지 않을 거야…….”이렇게 한마디만 남기고 엄혜정은 숨을 끊게 되었다.“그래, 만나지 마,
퇴원한 후, 엄혜정은 방에 혼자 남았을 때 원유희에게 연락했다.“유희야, 괜찮아? 김명화가 널 납치했다고 들었는데, 구출됐다고?”“응, 괜찮아. 지금은 집에 도착했어.”“다행이다.”원유희는 그녀의 정서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물었다.“왜 그래? 기분이 안 좋아?”“부모님이 돌아가신 일 말이야. 나 다 알게 됐어.”원유희는 순간 멈칫했다.‘다 알았다고?’“미안해 혜정아, 숨기는 게 아니었는데.”“괜찮아, 나랑 아이를 생각해서 숨긴 거잖아.”엄혜정은 잠시 멈췄다가 다시 물었다.“네가 김명화를 죽였어?”“아니. 그날에 크루즈에서 김명화가 도망쳤거든. 우리가 김명화를 찾았을 땐 이미 주검으로 됐어. 그 주검도 바다에서 건져낸 거야.”“육성현도 있었지?”“응, 얘기해줬어?”엄혜정은 덤덤하게 물었다.“육성현을 의심해 보지 않았어?”원유희는 흠칫했고 아무런 얘기도 할 수가 없었다.“김명화를 죽인 사람, 그리고 우리 부모님을 죽인 사람 말이야…….”“그럴 리가?”원유희는 당황했다. 그녀는 엄혜정이 왜 육성현을 의심하게 됐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무슨 단서라도 발견한 거야? 아니면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유희야, 저 사람 진짜 육성현이 아니잖아. 김하준이라고. 나 그 사람 잘 알아.”엄혜정은 목이 메였지만 울먹이면서 끝까지 말했다.“난 그 사람 고칠 줄 알았어,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혜정아, 아직 조사하고 있어.”“그럼 너희들도 육성현을 의심하고 있다는 얘기잖아, 맞지?”“오해일 수도 있어.”“오해일 리가 없어.”엄혜정은 말을 마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원유희가 다시 전화를 걸어오자 그녀는 아예 핸드폰을 꺼버렸다.그리고 시체처럼 무기력하게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엄혜정은 서재에서 나온 육성현을 보면서 얘기했다.“나 물만두 먹고 싶은데, 사다 줄래? 예전에 빈민가에서 자주 사주던 물만두 말이야.”“그래.”육성현은 엄혜정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했다.“먼저 우유 좀 마시고 있어. 금방 갔다 올게.”
육성현은 엄혜정을 끌어안았다.“김명화가 죽었대. 복수한 셈이나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네가 무사히 지내야 장인어른 장모님이 안심하시지 않겠어? 침착해.”엄혜정은 울면서 그의 품에 쓰러졌다.그러고는 배가 간간이 쑤시자, 엄혜정의 얼굴은 하얗게 질렀다.육성현은 그녀의 상황을 바로 눈치채고 기사에게 소리쳤다.“얼른 병원으로 가!”“얼른!”염민우도 재촉했다. 그는 얼른 엄혜정의 손을 잡았는데, 그녀의 손이 얼음처럼 차갑다는 것을 발견했다.“누나, 아직 나도 있잖아. 그러니까 아무 일도 생기면 안 돼. 누나, 꼭 버텨줘.”엄혜정은 눈에 눈물을 머금고 그를 보고 있었다.그녀는 마음이 몹시 괴로웠고,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난 부모님을 가질 자격이 없는 걸까……?’엄혜정이 깨어났을 때 그녀는 이미 병원에 있었다. 깨어나자마자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배를 만졌다.육성현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지금 안정을 취해야 한대.”엄혜정은 주위를 둘러보았다.“민우는?”“밖에 있어. 너무 걱정되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어.”엄혜정은 육성현의 손에서 자기 손을 뺐다.“두 사람 너무해. 이렇게 큰일을 어떻게 나한테 숨길 수가 있어? 평생 숨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육성현, 우리 부모님의 목소리를 합성해서 나랑 통화하게 했어? 네 아이디어지? 넌 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잖아!”“혜정아, 어차피 일은 벌어졌고, 너한테 알려준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어. 네 옆에는 나랑 아이가 있고, 민우에게 남은 가족이라곤 너밖에 없어. 너한테도 무슨 일이 생기면, 민우는 더 고통스러워질 거야.”엄혜정은 말을 하지 않았고, 눈물이 그렁그렁했다.엄혜정도 염민우가 더 고통스러워질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때 엄혜정은 염민우가 갑자기 엄청나게 말라갔던 것이 생각이났다. 엄혜정은 염민우의 일이 바쁜 줄로만 생각했는데, 이제야 그때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염민우는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고 있었다.“울지 마. 의사가 지금은 안정을 찾아야 한다고 했어.”
“알았어요…….”염민우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다가 입구에 서 있는 엄혜정을 보고 깜짝 놀랐다.“누…… 누나. 여긴 어쩐 일이야?”엄혜정은 멍하니 거기에 서서 염민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방금 얘기하고 있던 사람을 봤다.“하늘나라라뇨? 저희 부모님이 왜 하늘나라에 계셔요?”“아니야, 다른 사람의 얘기를 하고 있었어.”엄혜정은 두 사람의 얼굴에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똑똑히 들었다. 엄혜정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다급하게 핸드폰을 찾았다.핸드폰을 못 찾자 바로 차로 뛰어갔다.“누나!”염민우는 엄혜정을 쫓아갔다.“뭐 하려고 그래?”“엄마 아빠한테 전화할 거야.”“지금 여행 중이시니까, 방해하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엄혜정은 그를 보면서 물었다.“사실대로 얘기해줘. 엄마 아빠 왜 아직도 돌아오시지 않은 거야? 거짓말하지 마! 사실 줄곧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내가 임신했는데 엄마랑 아빠가 계속 안 오시는 게 말이 안 되잖아! 두 분 무슨 일이 생긴 거 맞지? 정말로…… 무슨 일이 생긴 거야?”염민우는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꾹 참고 말했다.“더 이상 묻지 마…….”“염민우! 계속 우물쭈물 얘기 안 하면, 나 이젠 널 안 봐!”염민우는 더 이상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집에 오는 게 아니었어, 그나저나 아저씨는 왜 또 그런 허튼소리를 해서 참…….’“맞아, 누나 임신 3개월쯤 되었을 때,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셨어.”엄혜정은 몸이 휘청거렸다. 염민우는 바로 그녀를 부축했다.“침착해요! 엄마랑 아빠는 누나가 무사하기를 원하셨을 거야. 난 누나가 못 받아들일 것 같아서 장례식 때 일부러 알려주지 않았어.”엄혜정의 눈에서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염민우를 바라보았다.“너 이러고도 내 친동생이 맞아? 어떻게 안 알려줄 수가 있어! 아기만 중요하고 부모님은 안 중요할 것 같아? 너…….”너무 충격 받은 엄혜정은 눈앞이 점점 캄캄해지더니 기절을 하고 말았다.“누나!”
육성현이 다가와 물었다.“유희야, 괜찮아?”원유희는 고개를 저었다.“너 안색이 안 좋은데, 왜 그래?”“김명화가 죽었어요.”김신걸이 얘기했다.“해독제는 찾았어요?”원유희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아쉽네. 그럼 감염된 사람들은 우선 좀 참아야겠어.”원유희는 갑자기 뭐가 생각나 바로 김신걸을 밀쳤다.“날 만지지 마!”육성현은 그제야 원유희의 볼 아래의 병변 부위를 발견했다.“유희야, 김명화가 너한테도 독을 썼어?”김신걸은 미간을 찌푸렸다.“상관없어.”“안돼. 우리 둘다 아이들하고 접촉하지 않으려 한다면 애들이 걱정할 거야.”원유희는 거절했다.김신걸은 줄곧 원유희와 스킨쉽이 있었다. 원유희는 그도 감염되지 않을까 걱정했다.“방금도 널 안았는데, 감염되면 진작에 감염됐어.”김신걸이 말했다.원유희는 그래도 싫었다.“아니, 그래도 만지지 마.”해독제도 못 가진 상황에 김명화는 의문스럽게 죽었다. ‘여기 김명화를 죽이려고 한 사람이 있었단 말이지?’김신걸은 김명화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시체를 바다에 던질 일은 더더욱 없었다.그럼 분명 다른 사람이 한 짓이었다.‘무슨 목적으로? 김신걸도 감염되면 배후의 사람을 어떻게 잡아내지?’‘다른 조직의 사람도 이곳에 숨어 있을지도 몰라.’원유희는 말을 하지 않았다.“내려가자.”김신걸은 원유희의 말대로 몸에 손을 대지 않았다. 원유희가 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을 떠날까 봐서 걱정이었다. 김신걸은 더 이상 그런 고통을 견딜 수 없었다.원유희는 김신걸을 따라 떠났다.육성현은 먼 곳에 있는 김명화의 시체를 봤다. 그리고 그가 죽은 것을 확인하고 떠났다.이제 아무도 김명화를 죽인 사람이 육성현이라는 것을 모를 것이다.엄혜정은 이미 임신 5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지금 어떠한 사고도 있어서는 안 되었다.육성현은 잠깐 해독제가 없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낳은 후 다시 생각하려 했다.엄혜정은 소파에 앉아 과일을 먹고 있었다.배는 이미 많이 나
김명화의 말이 끝나자마자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진선우는 킬러들과 격투하고 있었고, 매번 그들의 치명적인 곳을 공격했다.진선우가 실력이 없었다면, 킬러들은 진작에 그를 해결했을 것이다.김명화는 무엇을 깨닫고 손을 돌려 원유희를 잡으려 했다.원유희는 후퇴하는 동시에 다른 힘에 의해 품에 안겼다.“이거 놔!”원유희는 낯선 남자인 줄 알고 발버둥 치려 했다.“유희야.”원유희는 멍하니 고개를 돌렸고, 익숙한 얼굴을 보자 아주 기뻤다.“김신걸?”“나야.”김명화는 서로 애틋한 두 사람을 보자 화가 더 났다.“원유희, 역시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긴 사람, 너였어.”김명화는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그쪽이 너무 방심한 탓이죠.”‘내가 예전에 김신걸의 곁에서 도망치려고 했던 일이 김명화에게 착각을 준 거야?’“왜, 날 죽이려고? 네까짓 게?”김명화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다른 출구로 달려갔다.하지만 경호원들은 이미 그곳에 서서 그를 막았다.김명화는 총을 꺼내 쏘자, 한 경호원은 바닥에 쓰러졌고, 다른 경호원은 얼른 옆으로 비켜 숨었다.일반인들은 그 출구를 포기했을 것이다. 김신걸의 사람들이 숨어있었기에, 그 출구는 아주 위험했다.하지만 김명화는 기어코 사격을 하면서 길을 텄다.안에 숨어 있던 경호원들은 피하면서 반격할 수밖에 없었다.경호원들의 반격에 김명화는 하마터면 맞을 뻔했다. 그러다가 몇발 더 쏘고는 바로 달렸다.김명화는 크루즈에 오래 있었다. 하여 갓 크루즈에 올라온 김신걸의 사람들보다 이곳을 훨씬 더 잘 알았다.몇 개의 모퉁이를 돌면 은폐하기 적합한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김명화는 다시 부하들에게 연락했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제야 김명화는 김신걸의 사람들이 진작에 올라왔고, 자기 쪽 부하들은 아마 얼마 남지 않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도망치지 못한다면 김신걸에게 잡힐 것이 뻔했다.김명화는 죽어도 김신걸에게 잡히고 싶지 않았다.그러다가 갑자기 한 사람의 인기척이 났다. 김명화는 본능적으로 총을 들었다
원유희는 지금 약 때문에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고, 크루즈 곳곳에는 CCTV가 있었다. 방에 들어올 때, 그 윗부분에 CCTV가 하나 있었다. 그래서 한밤중에 몰래 뭔가를 찾아보는 건 아예 불가능했다.김명화는 일찌감치 그녀가 아무것도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원유희는 떠나기 전에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겨주었기에 그가 곧 이곳을 찾아올 거라 믿었다.다만 김신걸의 속도가 이렇게 빠를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날이 밝는 무렵, 원유희는 헬리콥터 소리를 들었다.이어 문이 펑 하고 열렸고, 원유희는 반응하기도 전에 멱살이 잡혔다.“연락을 어떻게 한 거야?”말을 마치고 원유희의 몸을 수색하려 했다.“아! 미쳤어요? 나 핸드폰 없어요!”“김신걸이 왔다고 널 데려갈 수 있다고 생각해? 죽어서 지옥에 내려가더라도 널 끌고 갈 거야. 가자!”“아니…….”원유희는 힘 없이 밖으로 끌려 나갔다.김명화는 원유희를 다른 방으로 보냈다.“우린 여기서 김신걸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 돼.”원유희는 고개를 들어봤다. 입구에는 많은 폭탄이 놓여있었다.그걸로 부족한지 김명화는 원유희의 몸에 폭탄을 묶었다.“미쳤어요?”김명화는 원유희의 얼굴을 꽉 쥐었다.“김신걸이 널 어떻게 구할지 구경이나 하려고 그런다.”원유희는 마음이 매우 불안했다.‘김신걸이 왜 이렇게 왔을까? 너무 눈에 띄잖아.’다시 들어보니 이미 헬리콥터 소리가 나지 않았고, 밖에는 다른 인기척도 없었다.한 남자가 와서 말했다.“헬리콥터가 지나갔어요. 그냥 순찰하다가 지난 것 같아요.”김명화는 멍하니 서 있었다.원유희는 그를 비웃었다.“저 소리에 이렇게까지 놀랐단 말이에요?”“닥쳐!”김명화의 표정은 엄청나게 나빴다.“난 신걸이랑 아이들이 감염되는 거 보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연락하지 않을 거고요. 배고픈데 이 폭탄들이나 좀 뜯어줄래요?”김명화가 경각심을 낮추었을 때, 크루즈 밑에서 잠수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튀어나왔다. 10명 좌우로 보이는 사람들은 갈고리를 가드레일에 던지고 밧
원유희는 그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김명화가 갑자기 뒤에서 무슨 짓을 할까 봐, 원유희는 그를 등지고 누울 수가 없었다.“너 기억나? 어릴 때 김신걸이 널 괴롭히면 넌 우리 집에 달려와서 내 침대에서 잤잖아.”“기억 안 나요.”“기억하는 거 다 알아. 난 그때 정말 널 도와주고 싶었어.”원유희는 그가 한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반박하지 않았다.그녀는 천장을 쳐다보며 말했다.“이전의 김명화는 이미 죽었다고 생각해요.”김명화의 표정은 어두워졌다.“우리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거야?”“내가 제일 아끼는 사람을 죽이고,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죠? 죽어서 사죄해도 모자랄 판에!”원유희는 지금의 김명화를 조금도 동정하지 않았다.“아무리 유년 시절이 불행해도, 다른 사람의 고통을 낙으로 삼으면 안 되죠!”“정말 고상한 척하네. 김신걸은 사람은 죽인 적이 없대? 육성현은 없대? 왜 걔네들이 사람을 죽인건 용서하면서, 난 용서하지 못하는 건데? 그 사람은 네 남편이고 네 가족이니까? 비겁하고 이기적인 건 너도 마찬가지야.”“참, 너도 사람을 죽였잖아. 네가 죽인 사람도 누군가의 아버지고, 누군가의 아들이야.”원유희는 기분이 착잡해졌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김명화는 원유희의 반응을 보고 가볍게 웃었다.“그러니까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 그냥 쉽게 쉽게, 편하게 살자.”“이렇게 예전의 저질렀던 일을 합리화하려는 거예요? 그리고 그 명분으로 더 많은 사람을 죽이려고요?”원유희는 김명화를 바라보면서 물었다.“당신을 용서하기 싫은 거 아니에요. 근데 지금까지 자기의 잘못도 모르는 사람을 어떻게 용서해요? 차라리 해독제를 그냥 줘요. 시장에 유통하지 말고요. 그러면 예전에 있었던 일은 없던 거로 할게요.”“정말?”김명화는 원유희를 보면서 물었다.“물론이죠.”원유희는 김명화의 말처럼 깊이 생각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대답을 했다.미래의 일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그래. 해독제를 줄 수 있어. 근데 대신 넌 나랑 평생 같이
“밥 안 먹으면 너만 손해야.”김명화는 그녀가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말했다.‘맞네, 아무 것도 먹지 않으면 무슨 힘으로 김명화를 상대하겠어?’잠시 후, 납득이 간 원유희는 젓가락을 들고 생선을 먹기 시작했다.김명화는 그녀가 고기를 입에 넣는 것을 보고 물었다.“어때?”“설마 그쪽이 한 거예요?”원유희는 귀찮다는 듯이 그를 한번 힐끗 쳐다봤다.“맞아, 내가 직접 했어.”‘이게 뭐 자랑할 일인가?’“수고했네요, 이런 일까지 해야 한다니.”“내가 힘들 것 같으면 같이 할까?”“할 줄 모르는데요.”“정말 상전 팔자구먼.”김명화는 원유희를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봤다.원유희는 김명화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원유희는 김명화가 자신을 괴롭히고, 김신걸에게 모욕을 주기 위해 이곳에 데려온 줄로 알았다.근데 직접 밥도 해줄 거라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설마 요리에 무슨 수작을 부린 거 아니죠?”원유희는 젓가락을 멈추었다.김명화는 손에 있는 젓가락을 흔들었다.“나도 먹고 있잖아.”“먼저 해독제를 먹었겠죠.”“그런 거 아니야.”“그럼 내가 묻힌 진물은? 그건 어떻게 해결한 거죠?”원유희가 물었다.“해독제가 있으니까 괜찮은 거잖아요.”“해독제 가지고 싶어?”“줄 생각은 있고요?”“착하면 줄게.”원유희는 의심스러웠지만 말하지 않았다.어차피 금방 왔으니 당장 해독제를 받을 수는 없었다. 하여 원유희는 일단 참고 해독제를 발견하면 김명화를 바로 제압하는 것을 선택했다.밥을 다 먹고 나머지는 부하가 다 치웠다.“같이 샤워할까?”김명화가 물었다.원유희는 그를 차갑게 보며 말했다.“아니요. 먼저 씻어요.”원유희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욕실로 들어갔다.원유희는 자신의 감정을 가라앉히고 침착하자고 했다. ‘근데 자는 건 어떡하지? 정말로 같이 자야 해?’원유희는 침대를 봤다. 두 사람이 자고도 넉넉한 침대였고, 중간에 뭘 놓을 수도 있었다.김명화가 만약 자기 몸에 손을 대면 원유희는 같이 죽을 각오도 했다.10여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