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희의 표정이 망설이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이번에 돌아온 이유도 아이들이 보고 싶어서였다. 그러니 멀리서 보는 걸로는 당연히 만족할 수가 없었다. 원유희는 김신걸이 여기까지 찾아왔다는 건 이미 자신의 행방을 파악했다고 생각했다. 원유희는 항상 조심스럽게 행동해서 발견할 수 있는 곳은 학교밖에 없었다. ‘지금 경호원이 배치되어 있는 곳이 산소뿐만 아니라 내 아파트, 그리고 내가 갈 수 있는 모든 곳에 배치되어 있겠지. 그리고 김신걸이 여기에 나타났다는 건 내가 나타날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이 여기라고 분석한 거고. 이건 완전히 점유하겠다는 거잖아.’ 원유희가 반응하기 전에 김신걸은 되찾은 기쁨에 다시 원유희를 품에 안았다. “움직이지 말고, 이렇게 좀 안고 있게 해 줘.” 김신걸은 거칠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며 원유희를 더 세게 껴안았다. 원유희는 주먹을 쥔 손을 결국은 풀었다. 김신걸이 아이들의 아빠이기 때문에 원유희는 그렇게 할 수 없었다. “나 아이들 보고 싶어.” 원유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으면 언제까지 안겨 있어야 할지 몰라서 입을 열었다. “그래, 내가 데리고 갈게.” 김신걸은 얼굴을 원유희의 목에 묻고 체향을 맡았다. 그건 바로 김신걸이 익숙하고 밤낮으로 그리워하던 냄새였다. ‘유희가 정말 돌아왔어. 앞으로 다신 내 곁을 떠나지 못하게 할 거야.’ 차를 탄 김신걸은 시선을 원유희의 몸에 고정하고 뚫어져라 보았다. 마치 원유희를 꿰뚫어 보려는 것 같았다. 원유희는 창밖을 보고 있었지만 강렬한 시선이 자기의 몸을 찢으려는 것 같아 도저히 무시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원유희는 모르는 척했다. 이 모든 게 아이들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아이만 보고 원유희는 출국할 것이기 때문에 김신걸과 더 깊은 교류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지금 김신걸의 곁에 다른 여자가 생겼으니 쓸데없는 것들을 생각할 필요 없어.’ “너 어디 갔었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진정한 김신걸은 의심스러운 말투로 물었다.
롤스로이스는 어전원에서 멈췄다. 원유희는 차에서 내려 눈을 들어 보았다. 어전원은 조금도 변함없이 원래대로였다. 원유희는 가슴이 쑤시고 아파서 호흡이 멎을 것 같았다. 왜냐하면 여기에는 원유희의 너무 많은 몸부림과 고통, 그리고 감정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들어가.” 김신걸은 원유희의 곁에 서서 눈도 깜빡이지 않고 쳐다보며 말했다. 원유희가 따라 들어가자 해림이 마중 나와 격분해서 말했다. “김 대표님…… 사모님, 오셨어요?” 보아하니 어전원에서 미리 원유희가 살아있다는 소식을 받은 것 같았다. 사모님이라는 호칭에 원유희는 가슴이 두근거렸지만 얼굴에 티 내지는 않았다. “해림 씨, 오랜만이에요.” “그러게요. 거의 2년 만에 다시 사모님을 보게 되네요. 돌아와서 정말 다행이에요!” 해림은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아이들은요?” 원유희는 들어가서 세 쌍둥이가 보이지 않자 절박한 눈빛으로 물었다. “아이들은 오늘 숲 속별장에 갔어요. 선생님이 곤충을 찾아오라는 숙제를 냈다고 해서요.” 해림이 말했다. 김신걸은 부동산이 많아서 원유희가 매 곳마다 다 가보지는 못했다. 다만 원유희는 자기가 오는 날에 아이들이 공교롭게 다른 곳으로 떠났다는 게 우연인 것 같지는 않았다. 원유희는 김신걸이 그 정도의 준비성도 없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일단 여기에서 하룻밤 지내면 내일 아이들이 돌아올 거야.” 김신걸은 마음속의 목적을 숨기고 원유희의 표정 변화를 관찰했다. 원유희는 김신걸을 보며 말했다. “정말 그러길 바라.” 말을 마친 원유희는 위층으로 올라가 김신걸과 자신이 살았던 안방이 아니라 다른 방으로 갔다.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 모든 게 원유희가 떠나기 전의 모습이었다. 원유희는 베란다에 서서 기왕 왔으니 편안하게 하룻밤을 묵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자신을 보호할 능력이 있지만 원유희의 마음은 여전히 김신걸에 대한 꺼리낌이 있었다. 원유희는 예전의 라인이 어떻게 김신걸의 세력에 의해 황량하게 도망치다가 결국 죽음
“나는 아이들을 보러 온 거야. 다른 건 말하고 싶지 않아.” 원유희가 말했다. 김신걸은 원유희의 눈을 쳐다보며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공기 중에는 숨이 막히는 고요함뿐이었다. 잠시 후, 김신걸의 낮은 목소리가 고요함을 깼다. “아이들을 본 후에는?” 원유희의 계획은 분명했지만 김신걸의 질문을 듣자 목이 메어 대답할 수가 없었다. 원유희는 이해하지 못했다. ‘김신걸이 무슨 입장으로 날 추궁하는 거야?’ 2년이란 시간은 짧지도 길지도 않았지만 한 사람을 변화시키기엔 충분했다. “너 지금 어디 살아?” 김신걸이 또 물었다. 김신걸이 묻는 물음은 전부 원유희가 대답하기 싫은 내용들이었다. 원유희는 고개를 돌려 먼 곳을 보며 말했다. “김신걸, 우리…… 얘기 좀 하자.” 그러자 김신걸은 앞으로 걸어가 거의 몸이 원유희의 몸에 붙을 만큼 가까웠다. 원유희는 시선을 떨구고 무의식적으로 몸이 굳어 경계심을 높였다. “말해.” 김신걸은 원유희가 말하기를 기다렸다. 원유희는 목이 메말라 경련이 온 것 같이 실룩거리며 입을 열었다. “아이들을 본 후 나는 제성을 떠날 거야. 앞으로 내가 고정된 시간에 아이들을 보러 오는 것을 허락해 줬으면 좋겠어.” “그게 네 생각이야?” 김신걸이 물었다. “응.” “그럼 나는?” 김신글은 검은 눈동자로 원유희를 바라보며 낮고 거친 목소리로 물었다. 원유희는 뒷걸음치다가 가드레일에 막혔다. 가드레일이 없었다면 벌써 추락했을 것이었다. 원유희의 마음은 갑자기 통제력을 잃은 것 같았다. “그때 그 사고가 아니었다면 우린 헤어지지 않았을 거야.”김신걸은 원유희를 주시하며 말했다.“김신걸, 이제 그만해!”원유희는 김신걸의 말을 끊었다.“우리 사이에 있었던 일은 나 이 피해자가 더 잘 알아. 만약 아이들만 없었다면 우린 진작에 헤어졌을 거야.”김신걸은 간신히 감정을 억제하며 붉은 눈으로 말했다.“유희야, 다 내가 잘못했어. 그러니까 우리 다시 시작하자.”원유희는 고개를 돌리고 숨을 깊게 들이쉬
그래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게, 김신걸이 보내주지 않아도 원유희의 지금 능력으로 여기를 떠나는 건 문제가 아니었다. 원유희는 방에서 잠시 쉬다가 세 쌍둥이의 방으로 갔다. 세 쌍둥이는 이미 각자의 방이 생겨 따로 잠을 잤다. 하지만 세 방은 모두 붙어 있었다. 한 칸씩 들어가서 배치된 방을 본 원유희는 김신걸이 아이들을 잘 보살피고 있다는 것을 알고 마음속으로 위안을 느꼈다. 다만 침대 머리맡의 사진을 본 원유희는 멍해졌다. 사진 속에는 세 쌍둥이, 김신걸, 그리고 원유희도 있었다. 이건 유일하게 출항해서 요트에서 찍은 것이었다. 그때 촬영사를 몇 명이나 데리고 가서 많은 사진을 찍었다. ‘세 쌍둥이의 침대 머리맡에 모두 이런 사진이 놓여 있다면 엄마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잊지 않았겠지?’ 원유희는 가볍게 한숨을 쉬다가 정신을 차리고 몸을 돌리니 김신걸이 뒤에 있었다. ‘방금 사진 보는데 정신이 팔려 뒤에 사람이 접근하는지도 느끼지 못했어.’ 이런 가슴 두근거리는 느낌은 원유희에게 너무 익숙했다. 원유희는 김신걸의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볼 것 같은 예리한 눈빛을 무시하고 말했다. “넌 이런 사진을 놓지 말아야 했어. 만약 내가 죽었다면 아이들에게도 좋은 일은 아니니까.” “나는 네가 죽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어. 그리고 아이들도 널 잊어서는 안 돼. 아무도 너의 자리를 대신할 수 없으니까.” 원유희는 김신걸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원유희는 김신걸의 깊고 검은 눈동자를 피했다. ‘하지만 너의 곁엔 다른 여자가 생겼잖아. 설마 놀기만 하고 결혼할 마음은 없는 거야?’ 원유희는 속으로만 생각하고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런 걸 물어봤자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나와 김신걸은 아무 사이도 아니야…….’ “네가 내 아내라는 것처럼 영원히 변하지 않는 사실이야.” 김신걸의 소유욕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김신걸의 말을 들은 원유희는 마음이 덜컹 내려앉았다.원유희는 자신이 결혼했다는 사실을 잊을
“내가 데려다줄게.” 원유희는 김신걸이 왜 이렇게 고집부리는지 몰랐다. 마치 여기를 떠나면 사라질 것처럼. 사실 아이들을 보기 전에 원유희는 떠날 생각이 없었다. ‘김신걸같이 속이 깊고 똑똑한 사람이 이 점을 생각하지 못한다고? 이상하네.’ 원유희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김신걸의 롤스로이스를 타고 어전원을 떠났다. 원유희는 원수정의 별장으로 갔다. 도착한 후 원유희가 차에서 내리자 김신걸은 따라 내리지 않고 차 안에서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원유희가 들어가 보니 생각했던 것처럼 잡초가 무성한 황무지가 아니라 깨끗하고 화단에 꽃이 무성하게 피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집안에 들어서니 사방에 먼지 한 점 없었고 공기 중에는 상쾌한 냄새가 났다. ‘매일 청소를 했나 보다.’ “아가씨?” 원유희가 고개를 돌려보니 예전의 가정부 아주머니가 아직도 있었다. ‘유일한 주인이 여기에 없었는데 누가 월급을 준 거지?’ “아가씨, 정말 오랜만이에요.” 가정부 아주머니는 원유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고 단지 오랫동안 오지 않은 줄로만 알고 있었다. “난 아주머니가 떠난 줄 알았어요.” 원유희가 말했다. “아가씨가 가라고 하지 않았는데 내가 어떻게 떠나겠어요?” 가정부 아주머니가 웃으며 말했다. 원유희는 그제야 김신걸이 분부한 것이라는 걸 알아챘다. ‘그렇지 않으면 누가 월급도 안 주는데 여기에 남아 있겠어?’ “아가씨, 저녁에 여기서 저녁 드시겠어요? 내가 지금 가서 준비할게요.” 가정부 아주머니가 말했다. 원유희는 아이들이 이렇게 일찍 돌아오지 않을 것 같아 여기에서 밥을 먹고 가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김신걸과 단둘이 한 공간에 있는 건 너무 위험한 것 같았다. 원유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정부 아주머니는 기뻐서 저녁을 준비하러 갔다. 저녁식사 시간은 아직 이른데, 아마도 가정부 아주머니가 주인을 모시지 않고 월급을 받는 게 마음이 좋지 않았나 보다. 할 일이 있으니 오히려 더 기뻐 보였다. 원유희는 혼자 돌
원유희는 멍하니 가정부 아주머니를 바라보며 물었다. “김신걸 아직도 밖에 있어요?” “네.” 원유희는 미간을 찌푸렸다. ‘가지도 않고 들어오지도 않고 대체 뭐 하려는 거지? 들어온다고 해도 아무도 막지 않을 텐데. 제성에서 김신걸을 막을 수 있는 곳도 사람도 없으니까. 그럼 왜 이러는 거야? 이런 행동은 하나도 편집적이고 포악한 김신걸 답지 않아.’ “아가씨 김 대표님 보고 들어오라고 할까요?” 가정부 아주머니가 물었다. “어차피 음식을 많이 만들어서 두 사람이 먹기에 충분해요.” “됐어요.” 원유희는 생각하지도 않고 1초 만에 대답했다. ‘밖에 있고 싶으면 있으라고 해.’ 원유희가 밥을 다 먹고 나가자 김신걸이 아직도 밖에 있었다. 어두움 속의 김신걸은 윤곽이 더욱 뚜렷해 보였다. 우뚝하고 외로워 보여 원유희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했다. 김신걸은 원유희가 나오는 것을 보고 불쾌하기는커녕 오히려 온화하고 깊은 눈빛으로 원유희를 바라보았다. “배불리 먹었어?” 김신걸은 차문을 열면서 말했다. “아이들은 이미 어전원에 돌아왔어.” 원유희는 열린 차문을 보고 시선을 살짝 드리우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에 올랐다. 원유희가 차에 타자 김신걸도 따라서 올라탔다. 차 문이 닫히자 별장으로 출발했다. 차가 거리에서 안정적으로 달리자 원유희는 말없이 창 밖의 야경을 바라보았다. ‘김신걸이 굶고 있다는 걸 알고 있으니 더 이상 물어볼 필요도 없어.’ 밀폐된 차 안에는 억압적인 침묵만 흘렀다. 아무리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해도 김신걸의 강한 존재감을 무시할 수 없었다. “뭐 먹었어?”원유희는 그 말을 듣고 김신걸이 할 말 없어서 아무 거나 물어본 것이라고 듣고 대충 대답했다. “그냥 고기랑 야채 먹었어. 그동안 아주머니가 만든 음식 그리웠어.” “그래? 어전원의 음식은 그립지 않았어?” 원유희는 눈초리가 떨리더니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그리웠나?’ 원유희는 외딴섬에서 적적할 때 제성에 있는 모든 것이 생각났다. 추울 땐 어전
뜨거운 기운이 원유희의 새하얀 피부에 분출되자 예민한 원유희는 몸을 움츠리고 발버둥 치기 시작했다. “이거 놔.” “움직이지 마. 잠깐만 안고 있을 게.” 원유희는 이해하지 못했다. ‘전에 이미 안았었잖아. 왜 또 안고 있겠다는 거야?’ 하지만 원유희는 마음속의 생각을 말하지 않았다. 원유희는 아이들을 만나고 나서 다시 얘기하겠다고 생각하고 움직이지 않고 김신걸에게 안겨 있었다. 하지만 단순한 포옹은 김신걸을 만족시킬 수 없었다. 안고 있던 김신걸은 갑자기 원유희의 목, 귀, 얼굴, 그리고 작은 입에 뽀뽀하기 시작했다. “우…….” 원유희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손으로 김신걸의 갈비뼈를 힘껏 찔렀다. “윽!” 김신걸은 신음소리를 내며 놓기는커녕 원유희를 안고 있던 손을 더 조였다. 김신걸이 고개를 들자 검은 눈동자는 원유희의 시선과 얽히기 시작했다. 원유희는 화가 나서 김신걸을 노려보았다. 원유희의 호흡 속엔 김신걸의 숨결이 가득한 것 같았다. 원유희는 김신걸이 자기를 놓아주지 않을 줄은 몰랐다. ‘점점 더 깊게 키스를 하다니.’ 심지어 원유희를 의자에 고정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했다. 원유희는 힘껏 얼굴을 돌리고 숨을 크게 쉬며 다급하게 소리쳤다. “김신걸!” “응, 들었어…….” 김신걸은 거친 목소리로 말하며 원유희의 향기로운 목에 얼굴을 묻고 더 이상 계속하지 않았다. 원유희는 심장이 점점 빨리 뛰는 것 같았다. ‘난 김신걸에게 손을 쓸 수 없어. 방금 그건 그저 경고를 주려고 살짝 때렸는데 김신걸에게 전혀 효과가 없을 줄은 몰랐어.’ 다행히 그 후로 김신걸은 원유희를 안고 있을 뿐 더 이상 지나친 일을 하지 않았다. 이때 차가 어전원 입구에 멈추자 원유희는 지체 없이 차에서 내렸다. 차에서 내려 정서를 정리하기도 전에 앞에서 자기를 쳐다보는 세 쌍둥이를 보았다. 그 순간, 마치 시간과 배경이 고정된 것 같았다.원유희는 감히 움직이지도 말하지도 못했다.전에는 멀리서 바라만 보던 아이들이 눈앞에 있으니 긴
“싫어요!” 유담은 격한 반응을 보이며 초조하게 발을 동동 굴었다. “엄마, 우릴 떠나지 말아요. 엄마가 어디로 가면 우리도 어디로 갈 거예요.” 2 년이 지난 지금, 아이들은 성장하였고 표현능력도 좋아져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더 잘 알았다. 원유희는 간다는 말도 안 하고 가지 않는다는 말도 하지 않고 그들을 품에 꼭 안았다. 가능하다면 원유희는 정말 1분 1초도 아이들과 떨어지고 싶지 않았다. 김신걸은 뒤에 서서 자신이 가장 아끼는 사람을 보며 명치가 아파오는 것 같았다. 그리고 속으로 다시는 원유희를 자신의 시야에서 사라지게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아이들은 오래간만에 엄마를 보게 되어 엄마의 곁에서 떨어지려고 하지 않았다. 어디에 가든 엄마의 손을 잡고 가려고 해서 김신걸의 자리는 전혀 없었다. 김신걸은 침착함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원유희의 곁에 있을 수만 있다면 괜찮아.’ 잔디밭에서 세 쌍둥이는 원유희와 축구를 했다. 예전에 함께 놀던 운동이라 원유희는 익숙해서 마음이 시큰거렸다. 김신걸도 수시로 발 옆으로 굴러온 축구공을 차내며 함께 놀았다. 하지만 김신걸의 시선은 원유희에게만 있었다. 원유희는 그 시선을 느끼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시시각각 사람에게 주시당하는 게 너무 압박 적이었다. 축구공이 옆으로 굴러가자 세 쌍둥이는 격분되어 소리를 질렀다. “아빠, 공이요.” 김신걸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달려가서 공을 밟고 다시 찼다. 그러자 세 쌍둥이가 환호했다. 원유희는 아이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입꼬리가 올라갔다. “널 만나니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는 것 같아.” 김신걸은 원유희의 곁에 서서 거친 목소리로 말한 후 고개를 돌려 원유희를 바라보며 계속 말했다. “나도 그렇고.” 원유희는 안색이 약간 변했다. ‘김신걸이 어떻게 자연스럽게 이런 말을 할 수가 있지? 설마 옛날 일을 모두 잊은 건가? 그게 사과 한 마디면 풀릴 일이냐고. 아니면 내가 죽은 줄 알고 2 년 동안 김신걸이 변한 건가? 도대체 변한
육성현은 흠칫 놀랐다. 그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내가 누구를 죽였다고 그래? 혜정아, 다 오해야. 나 지금 다 고쳤어. 진짜야, 어서 내려와. 물만두가 식겠다.”“오지 마!”엄혜정은 감정이 격해져서 소리쳤다.“다가오면 뛰어내릴 거라고 얘기했어!”“그래, 안 갈게.”육성현은 감히 다가가지 못했다.“혜정아, 진짜야. 난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 우선 먼저 내려와. 내려오면 내가 다 설명해 줄게. 다 오해야.”“사실 처음부터 수상하다고 생각했어. 그냥 유희의 말이 날 깨닫게 했을 뿐이야.”엄혜정은 눈물이 그렁그렁했지만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그녀는 육성현을 바라보면서 얘기했다.“근데 나 지금 다 알게 됐어. 증거는 없지만 넌 김하준이잖아. 난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 네가 달라질 거라 기대했어. 근데, 넌 어떻게 네 아이의 외할머니랑 외할아버지를 죽일 수 있어? 김하준, 넌 도대체 정체가 뭐야? 세상에 어떻게 너 같은 괴물이 다 존재해?”“혜정아, 내려와서 천천히 얘기하자, 응? 거긴 너무 위험해.”“제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기분을 모르지? 너도 한번 느껴봐야 해.”엄혜정은 떨어지는 눈물과 함께 베란다에서 뛰어내렸다.“안돼!”육성현은 고함을 지르며 달려갔다. 하지만 엄혜정의 옷자락도 미처 잡지 못했다.그는 엄혜정이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그녀의 몸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밑에 서 있던 하인 중 그 누구도 엄혜정을 받아내지 못했다.“다 죽일 거야!”육성현은 미친 듯이 달려갔고, 눈에 거슬리는 하인들을 모조리 걷어차 버렸다. 그는 엄혜정 옆으로 기어가 부드럽게 그녀를 품에 안았다.“혜정아, 혜정아. 병원에 데려다줄게. 아무 일도 없을 거야!”엄혜정은 눈을 떴다. 그녀의 머리는 피투성이가 되었고, 초점이 점차 사라지는 눈으로 육성현을 바라보았다.“김하준, 다음 생이 있다면, 난 다시는 널 만나지 않을 거야…….”이렇게 한마디만 남기고 엄혜정은 숨을 끊게 되었다.“그래, 만나지 마,
퇴원한 후, 엄혜정은 방에 혼자 남았을 때 원유희에게 연락했다.“유희야, 괜찮아? 김명화가 널 납치했다고 들었는데, 구출됐다고?”“응, 괜찮아. 지금은 집에 도착했어.”“다행이다.”원유희는 그녀의 정서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물었다.“왜 그래? 기분이 안 좋아?”“부모님이 돌아가신 일 말이야. 나 다 알게 됐어.”원유희는 순간 멈칫했다.‘다 알았다고?’“미안해 혜정아, 숨기는 게 아니었는데.”“괜찮아, 나랑 아이를 생각해서 숨긴 거잖아.”엄혜정은 잠시 멈췄다가 다시 물었다.“네가 김명화를 죽였어?”“아니. 그날에 크루즈에서 김명화가 도망쳤거든. 우리가 김명화를 찾았을 땐 이미 주검으로 됐어. 그 주검도 바다에서 건져낸 거야.”“육성현도 있었지?”“응, 얘기해줬어?”엄혜정은 덤덤하게 물었다.“육성현을 의심해 보지 않았어?”원유희는 흠칫했고 아무런 얘기도 할 수가 없었다.“김명화를 죽인 사람, 그리고 우리 부모님을 죽인 사람 말이야…….”“그럴 리가?”원유희는 당황했다. 그녀는 엄혜정이 왜 육성현을 의심하게 됐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무슨 단서라도 발견한 거야? 아니면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유희야, 저 사람 진짜 육성현이 아니잖아. 김하준이라고. 나 그 사람 잘 알아.”엄혜정은 목이 메였지만 울먹이면서 끝까지 말했다.“난 그 사람 고칠 줄 알았어,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혜정아, 아직 조사하고 있어.”“그럼 너희들도 육성현을 의심하고 있다는 얘기잖아, 맞지?”“오해일 수도 있어.”“오해일 리가 없어.”엄혜정은 말을 마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원유희가 다시 전화를 걸어오자 그녀는 아예 핸드폰을 꺼버렸다.그리고 시체처럼 무기력하게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엄혜정은 서재에서 나온 육성현을 보면서 얘기했다.“나 물만두 먹고 싶은데, 사다 줄래? 예전에 빈민가에서 자주 사주던 물만두 말이야.”“그래.”육성현은 엄혜정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했다.“먼저 우유 좀 마시고 있어. 금방 갔다 올게.”
육성현은 엄혜정을 끌어안았다.“김명화가 죽었대. 복수한 셈이나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네가 무사히 지내야 장인어른 장모님이 안심하시지 않겠어? 침착해.”엄혜정은 울면서 그의 품에 쓰러졌다.그러고는 배가 간간이 쑤시자, 엄혜정의 얼굴은 하얗게 질렀다.육성현은 그녀의 상황을 바로 눈치채고 기사에게 소리쳤다.“얼른 병원으로 가!”“얼른!”염민우도 재촉했다. 그는 얼른 엄혜정의 손을 잡았는데, 그녀의 손이 얼음처럼 차갑다는 것을 발견했다.“누나, 아직 나도 있잖아. 그러니까 아무 일도 생기면 안 돼. 누나, 꼭 버텨줘.”엄혜정은 눈에 눈물을 머금고 그를 보고 있었다.그녀는 마음이 몹시 괴로웠고,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난 부모님을 가질 자격이 없는 걸까……?’엄혜정이 깨어났을 때 그녀는 이미 병원에 있었다. 깨어나자마자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배를 만졌다.육성현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지금 안정을 취해야 한대.”엄혜정은 주위를 둘러보았다.“민우는?”“밖에 있어. 너무 걱정되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어.”엄혜정은 육성현의 손에서 자기 손을 뺐다.“두 사람 너무해. 이렇게 큰일을 어떻게 나한테 숨길 수가 있어? 평생 숨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육성현, 우리 부모님의 목소리를 합성해서 나랑 통화하게 했어? 네 아이디어지? 넌 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잖아!”“혜정아, 어차피 일은 벌어졌고, 너한테 알려준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어. 네 옆에는 나랑 아이가 있고, 민우에게 남은 가족이라곤 너밖에 없어. 너한테도 무슨 일이 생기면, 민우는 더 고통스러워질 거야.”엄혜정은 말을 하지 않았고, 눈물이 그렁그렁했다.엄혜정도 염민우가 더 고통스러워질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때 엄혜정은 염민우가 갑자기 엄청나게 말라갔던 것이 생각이났다. 엄혜정은 염민우의 일이 바쁜 줄로만 생각했는데, 이제야 그때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염민우는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고 있었다.“울지 마. 의사가 지금은 안정을 찾아야 한다고 했어.”
“알았어요…….”염민우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다가 입구에 서 있는 엄혜정을 보고 깜짝 놀랐다.“누…… 누나. 여긴 어쩐 일이야?”엄혜정은 멍하니 거기에 서서 염민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방금 얘기하고 있던 사람을 봤다.“하늘나라라뇨? 저희 부모님이 왜 하늘나라에 계셔요?”“아니야, 다른 사람의 얘기를 하고 있었어.”엄혜정은 두 사람의 얼굴에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똑똑히 들었다. 엄혜정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다급하게 핸드폰을 찾았다.핸드폰을 못 찾자 바로 차로 뛰어갔다.“누나!”염민우는 엄혜정을 쫓아갔다.“뭐 하려고 그래?”“엄마 아빠한테 전화할 거야.”“지금 여행 중이시니까, 방해하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엄혜정은 그를 보면서 물었다.“사실대로 얘기해줘. 엄마 아빠 왜 아직도 돌아오시지 않은 거야? 거짓말하지 마! 사실 줄곧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내가 임신했는데 엄마랑 아빠가 계속 안 오시는 게 말이 안 되잖아! 두 분 무슨 일이 생긴 거 맞지? 정말로…… 무슨 일이 생긴 거야?”염민우는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꾹 참고 말했다.“더 이상 묻지 마…….”“염민우! 계속 우물쭈물 얘기 안 하면, 나 이젠 널 안 봐!”염민우는 더 이상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집에 오는 게 아니었어, 그나저나 아저씨는 왜 또 그런 허튼소리를 해서 참…….’“맞아, 누나 임신 3개월쯤 되었을 때,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셨어.”엄혜정은 몸이 휘청거렸다. 염민우는 바로 그녀를 부축했다.“침착해요! 엄마랑 아빠는 누나가 무사하기를 원하셨을 거야. 난 누나가 못 받아들일 것 같아서 장례식 때 일부러 알려주지 않았어.”엄혜정의 눈에서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염민우를 바라보았다.“너 이러고도 내 친동생이 맞아? 어떻게 안 알려줄 수가 있어! 아기만 중요하고 부모님은 안 중요할 것 같아? 너…….”너무 충격 받은 엄혜정은 눈앞이 점점 캄캄해지더니 기절을 하고 말았다.“누나!”
육성현이 다가와 물었다.“유희야, 괜찮아?”원유희는 고개를 저었다.“너 안색이 안 좋은데, 왜 그래?”“김명화가 죽었어요.”김신걸이 얘기했다.“해독제는 찾았어요?”원유희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아쉽네. 그럼 감염된 사람들은 우선 좀 참아야겠어.”원유희는 갑자기 뭐가 생각나 바로 김신걸을 밀쳤다.“날 만지지 마!”육성현은 그제야 원유희의 볼 아래의 병변 부위를 발견했다.“유희야, 김명화가 너한테도 독을 썼어?”김신걸은 미간을 찌푸렸다.“상관없어.”“안돼. 우리 둘다 아이들하고 접촉하지 않으려 한다면 애들이 걱정할 거야.”원유희는 거절했다.김신걸은 줄곧 원유희와 스킨쉽이 있었다. 원유희는 그도 감염되지 않을까 걱정했다.“방금도 널 안았는데, 감염되면 진작에 감염됐어.”김신걸이 말했다.원유희는 그래도 싫었다.“아니, 그래도 만지지 마.”해독제도 못 가진 상황에 김명화는 의문스럽게 죽었다. ‘여기 김명화를 죽이려고 한 사람이 있었단 말이지?’김신걸은 김명화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시체를 바다에 던질 일은 더더욱 없었다.그럼 분명 다른 사람이 한 짓이었다.‘무슨 목적으로? 김신걸도 감염되면 배후의 사람을 어떻게 잡아내지?’‘다른 조직의 사람도 이곳에 숨어 있을지도 몰라.’원유희는 말을 하지 않았다.“내려가자.”김신걸은 원유희의 말대로 몸에 손을 대지 않았다. 원유희가 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을 떠날까 봐서 걱정이었다. 김신걸은 더 이상 그런 고통을 견딜 수 없었다.원유희는 김신걸을 따라 떠났다.육성현은 먼 곳에 있는 김명화의 시체를 봤다. 그리고 그가 죽은 것을 확인하고 떠났다.이제 아무도 김명화를 죽인 사람이 육성현이라는 것을 모를 것이다.엄혜정은 이미 임신 5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지금 어떠한 사고도 있어서는 안 되었다.육성현은 잠깐 해독제가 없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낳은 후 다시 생각하려 했다.엄혜정은 소파에 앉아 과일을 먹고 있었다.배는 이미 많이 나
김명화의 말이 끝나자마자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진선우는 킬러들과 격투하고 있었고, 매번 그들의 치명적인 곳을 공격했다.진선우가 실력이 없었다면, 킬러들은 진작에 그를 해결했을 것이다.김명화는 무엇을 깨닫고 손을 돌려 원유희를 잡으려 했다.원유희는 후퇴하는 동시에 다른 힘에 의해 품에 안겼다.“이거 놔!”원유희는 낯선 남자인 줄 알고 발버둥 치려 했다.“유희야.”원유희는 멍하니 고개를 돌렸고, 익숙한 얼굴을 보자 아주 기뻤다.“김신걸?”“나야.”김명화는 서로 애틋한 두 사람을 보자 화가 더 났다.“원유희, 역시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긴 사람, 너였어.”김명화는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그쪽이 너무 방심한 탓이죠.”‘내가 예전에 김신걸의 곁에서 도망치려고 했던 일이 김명화에게 착각을 준 거야?’“왜, 날 죽이려고? 네까짓 게?”김명화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다른 출구로 달려갔다.하지만 경호원들은 이미 그곳에 서서 그를 막았다.김명화는 총을 꺼내 쏘자, 한 경호원은 바닥에 쓰러졌고, 다른 경호원은 얼른 옆으로 비켜 숨었다.일반인들은 그 출구를 포기했을 것이다. 김신걸의 사람들이 숨어있었기에, 그 출구는 아주 위험했다.하지만 김명화는 기어코 사격을 하면서 길을 텄다.안에 숨어 있던 경호원들은 피하면서 반격할 수밖에 없었다.경호원들의 반격에 김명화는 하마터면 맞을 뻔했다. 그러다가 몇발 더 쏘고는 바로 달렸다.김명화는 크루즈에 오래 있었다. 하여 갓 크루즈에 올라온 김신걸의 사람들보다 이곳을 훨씬 더 잘 알았다.몇 개의 모퉁이를 돌면 은폐하기 적합한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김명화는 다시 부하들에게 연락했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제야 김명화는 김신걸의 사람들이 진작에 올라왔고, 자기 쪽 부하들은 아마 얼마 남지 않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도망치지 못한다면 김신걸에게 잡힐 것이 뻔했다.김명화는 죽어도 김신걸에게 잡히고 싶지 않았다.그러다가 갑자기 한 사람의 인기척이 났다. 김명화는 본능적으로 총을 들었다
원유희는 지금 약 때문에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고, 크루즈 곳곳에는 CCTV가 있었다. 방에 들어올 때, 그 윗부분에 CCTV가 하나 있었다. 그래서 한밤중에 몰래 뭔가를 찾아보는 건 아예 불가능했다.김명화는 일찌감치 그녀가 아무것도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원유희는 떠나기 전에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겨주었기에 그가 곧 이곳을 찾아올 거라 믿었다.다만 김신걸의 속도가 이렇게 빠를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날이 밝는 무렵, 원유희는 헬리콥터 소리를 들었다.이어 문이 펑 하고 열렸고, 원유희는 반응하기도 전에 멱살이 잡혔다.“연락을 어떻게 한 거야?”말을 마치고 원유희의 몸을 수색하려 했다.“아! 미쳤어요? 나 핸드폰 없어요!”“김신걸이 왔다고 널 데려갈 수 있다고 생각해? 죽어서 지옥에 내려가더라도 널 끌고 갈 거야. 가자!”“아니…….”원유희는 힘 없이 밖으로 끌려 나갔다.김명화는 원유희를 다른 방으로 보냈다.“우린 여기서 김신걸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 돼.”원유희는 고개를 들어봤다. 입구에는 많은 폭탄이 놓여있었다.그걸로 부족한지 김명화는 원유희의 몸에 폭탄을 묶었다.“미쳤어요?”김명화는 원유희의 얼굴을 꽉 쥐었다.“김신걸이 널 어떻게 구할지 구경이나 하려고 그런다.”원유희는 마음이 매우 불안했다.‘김신걸이 왜 이렇게 왔을까? 너무 눈에 띄잖아.’다시 들어보니 이미 헬리콥터 소리가 나지 않았고, 밖에는 다른 인기척도 없었다.한 남자가 와서 말했다.“헬리콥터가 지나갔어요. 그냥 순찰하다가 지난 것 같아요.”김명화는 멍하니 서 있었다.원유희는 그를 비웃었다.“저 소리에 이렇게까지 놀랐단 말이에요?”“닥쳐!”김명화의 표정은 엄청나게 나빴다.“난 신걸이랑 아이들이 감염되는 거 보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연락하지 않을 거고요. 배고픈데 이 폭탄들이나 좀 뜯어줄래요?”김명화가 경각심을 낮추었을 때, 크루즈 밑에서 잠수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튀어나왔다. 10명 좌우로 보이는 사람들은 갈고리를 가드레일에 던지고 밧
원유희는 그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김명화가 갑자기 뒤에서 무슨 짓을 할까 봐, 원유희는 그를 등지고 누울 수가 없었다.“너 기억나? 어릴 때 김신걸이 널 괴롭히면 넌 우리 집에 달려와서 내 침대에서 잤잖아.”“기억 안 나요.”“기억하는 거 다 알아. 난 그때 정말 널 도와주고 싶었어.”원유희는 그가 한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반박하지 않았다.그녀는 천장을 쳐다보며 말했다.“이전의 김명화는 이미 죽었다고 생각해요.”김명화의 표정은 어두워졌다.“우리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거야?”“내가 제일 아끼는 사람을 죽이고,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죠? 죽어서 사죄해도 모자랄 판에!”원유희는 지금의 김명화를 조금도 동정하지 않았다.“아무리 유년 시절이 불행해도, 다른 사람의 고통을 낙으로 삼으면 안 되죠!”“정말 고상한 척하네. 김신걸은 사람은 죽인 적이 없대? 육성현은 없대? 왜 걔네들이 사람을 죽인건 용서하면서, 난 용서하지 못하는 건데? 그 사람은 네 남편이고 네 가족이니까? 비겁하고 이기적인 건 너도 마찬가지야.”“참, 너도 사람을 죽였잖아. 네가 죽인 사람도 누군가의 아버지고, 누군가의 아들이야.”원유희는 기분이 착잡해졌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김명화는 원유희의 반응을 보고 가볍게 웃었다.“그러니까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 그냥 쉽게 쉽게, 편하게 살자.”“이렇게 예전의 저질렀던 일을 합리화하려는 거예요? 그리고 그 명분으로 더 많은 사람을 죽이려고요?”원유희는 김명화를 바라보면서 물었다.“당신을 용서하기 싫은 거 아니에요. 근데 지금까지 자기의 잘못도 모르는 사람을 어떻게 용서해요? 차라리 해독제를 그냥 줘요. 시장에 유통하지 말고요. 그러면 예전에 있었던 일은 없던 거로 할게요.”“정말?”김명화는 원유희를 보면서 물었다.“물론이죠.”원유희는 김명화의 말처럼 깊이 생각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대답을 했다.미래의 일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그래. 해독제를 줄 수 있어. 근데 대신 넌 나랑 평생 같이
“밥 안 먹으면 너만 손해야.”김명화는 그녀가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말했다.‘맞네, 아무 것도 먹지 않으면 무슨 힘으로 김명화를 상대하겠어?’잠시 후, 납득이 간 원유희는 젓가락을 들고 생선을 먹기 시작했다.김명화는 그녀가 고기를 입에 넣는 것을 보고 물었다.“어때?”“설마 그쪽이 한 거예요?”원유희는 귀찮다는 듯이 그를 한번 힐끗 쳐다봤다.“맞아, 내가 직접 했어.”‘이게 뭐 자랑할 일인가?’“수고했네요, 이런 일까지 해야 한다니.”“내가 힘들 것 같으면 같이 할까?”“할 줄 모르는데요.”“정말 상전 팔자구먼.”김명화는 원유희를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봤다.원유희는 김명화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원유희는 김명화가 자신을 괴롭히고, 김신걸에게 모욕을 주기 위해 이곳에 데려온 줄로 알았다.근데 직접 밥도 해줄 거라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설마 요리에 무슨 수작을 부린 거 아니죠?”원유희는 젓가락을 멈추었다.김명화는 손에 있는 젓가락을 흔들었다.“나도 먹고 있잖아.”“먼저 해독제를 먹었겠죠.”“그런 거 아니야.”“그럼 내가 묻힌 진물은? 그건 어떻게 해결한 거죠?”원유희가 물었다.“해독제가 있으니까 괜찮은 거잖아요.”“해독제 가지고 싶어?”“줄 생각은 있고요?”“착하면 줄게.”원유희는 의심스러웠지만 말하지 않았다.어차피 금방 왔으니 당장 해독제를 받을 수는 없었다. 하여 원유희는 일단 참고 해독제를 발견하면 김명화를 바로 제압하는 것을 선택했다.밥을 다 먹고 나머지는 부하가 다 치웠다.“같이 샤워할까?”김명화가 물었다.원유희는 그를 차갑게 보며 말했다.“아니요. 먼저 씻어요.”원유희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욕실로 들어갔다.원유희는 자신의 감정을 가라앉히고 침착하자고 했다. ‘근데 자는 건 어떡하지? 정말로 같이 자야 해?’원유희는 침대를 봤다. 두 사람이 자고도 넉넉한 침대였고, 중간에 뭘 놓을 수도 있었다.김명화가 만약 자기 몸에 손을 대면 원유희는 같이 죽을 각오도 했다.10여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