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어요!” 유담은 격한 반응을 보이며 초조하게 발을 동동 굴었다. “엄마, 우릴 떠나지 말아요. 엄마가 어디로 가면 우리도 어디로 갈 거예요.” 2 년이 지난 지금, 아이들은 성장하였고 표현능력도 좋아져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더 잘 알았다. 원유희는 간다는 말도 안 하고 가지 않는다는 말도 하지 않고 그들을 품에 꼭 안았다. 가능하다면 원유희는 정말 1분 1초도 아이들과 떨어지고 싶지 않았다. 김신걸은 뒤에 서서 자신이 가장 아끼는 사람을 보며 명치가 아파오는 것 같았다. 그리고 속으로 다시는 원유희를 자신의 시야에서 사라지게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아이들은 오래간만에 엄마를 보게 되어 엄마의 곁에서 떨어지려고 하지 않았다. 어디에 가든 엄마의 손을 잡고 가려고 해서 김신걸의 자리는 전혀 없었다. 김신걸은 침착함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원유희의 곁에 있을 수만 있다면 괜찮아.’ 잔디밭에서 세 쌍둥이는 원유희와 축구를 했다. 예전에 함께 놀던 운동이라 원유희는 익숙해서 마음이 시큰거렸다. 김신걸도 수시로 발 옆으로 굴러온 축구공을 차내며 함께 놀았다. 하지만 김신걸의 시선은 원유희에게만 있었다. 원유희는 그 시선을 느끼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시시각각 사람에게 주시당하는 게 너무 압박 적이었다. 축구공이 옆으로 굴러가자 세 쌍둥이는 격분되어 소리를 질렀다. “아빠, 공이요.” 김신걸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달려가서 공을 밟고 다시 찼다. 그러자 세 쌍둥이가 환호했다. 원유희는 아이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입꼬리가 올라갔다. “널 만나니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는 것 같아.” 김신걸은 원유희의 곁에 서서 거친 목소리로 말한 후 고개를 돌려 원유희를 바라보며 계속 말했다. “나도 그렇고.” 원유희는 안색이 약간 변했다. ‘김신걸이 어떻게 자연스럽게 이런 말을 할 수가 있지? 설마 옛날 일을 모두 잊은 건가? 그게 사과 한 마디면 풀릴 일이냐고. 아니면 내가 죽은 줄 알고 2 년 동안 김신걸이 변한 건가? 도대체 변한
임지효는 모든 게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원래는 묵묵히 김신걸의 곁에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길어지니 임지효는 더 이상 그걸로 만족하지 못했다.임지효는 빛을 보지 못하는 정부가 아니라 떳떳한 김신걸의 부인이 되고 싶었다.그래야 제성에서 모든 여자들이 부러워하는 사람이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저녁에 원유희는 아이들과 방에서 자려고 샤워를 한 후 아이들과 함께 있었다.아이들은 너무 신나게 놀아서 아쉬워 잠을 자기 싫었다.“자, 이제 잘 시간이야.”원유희가 아이들에게 일깨워주었다.“엄마, 우리가 자면 떠날 거예요?”“눈을 뜨면 엄마를 볼 수 없는 거 아니에요?”“나 자기 싫어요…….”원유희는 그들의 귀여운 머리를 만지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엄마 안 가. 그리고 저녁에도 너희들과 함께 잘 거야.”이렇게 말하면 세 쌍둥이가 좋아할 줄 알았는데 아이들은 눈을 깜빡이며 말을 하지 않았다.“왜 그래?”원유희는 이상해서 물었다.‘내 말이 아이들을 안심시킬 수 없는 건가?’원유희가 계속 말하려는데 조한의 소리가 들려왔다.“괜찮아요. 엄마 방에 가서 자요!”“맞아요. 엄마는 한 명뿐인데 우린 각방을 써서 엄마는 우리와 잘 수 없어요.”상우의 생각은 조한과 같았다.유담도 침대에서 내려와 원유희의 손을 잡고 말했다.“엄마, 우리가 엄마 방에 데려다 줄게요.”원유희는 아이들이 이렇게 철들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오늘 낮에도 하루 종일 아이같이 나와 붙어있었잖아.’원유희는 아이들에게 끌려가면서 말했다. “우리 같이 자도 되는데, 침대도 작지 않고…….” “아니에요. 침대 작아서 안돼요.” “너무 비좁아요.” 원유희는 눈을 깜빡이며 아이들의 호의를 거절하지 못했다. 문 앞에 도착해서 보니 원유희가 원래 살던 방이 아니라 김신걸과 함께 사용하던 침실이었다. ‘날 여기로 데려오다니. 이건 내가 원하는 게 아닌데…….’ 조한은 잽싸게 문을 열고 재촉했다. “엄마, 얼른 들어가서 주무세요!” 원유희는 경각심을 놓였지만
원유희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문을 열었다. 손이 손잡이에 닿기도 전에 원유희는 김신걸에게 잡혀 등을 문에 바짝 붙인 채 김신걸의 단단한 몸에 눌렸다. 원유희는 안색이 변해 숨을 고르지 않게 쉬며 말했다. “김 대표님, 지금은 예전과 다르다는 걸 알았으면 해.” “알아.” 김신걸의 동작은 강했지만 부드러운 눈빛으로 말했다. “방으로 돌아가게 해 줄 게. 하지만 아이들이 아직 멀리 가지 않았을 수도 있으니 지금 나가면 아이들이 슬퍼할 거야.” 원유희는 김신걸의 말을 듣자 몸부림치는 동작을 멈추었다. 아이들에게 진실을 말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무의식적으로 반항하지 않았다. “아이들에게는 급하게 해명할 필요 없어. 이제부턴 네가 하기 싫은 일은 강요하지 않을 테니까.” 김신걸은 말하면서 원유희를 천천히 놓았다. 원유희는 자유를 얻자마자 몸을 곧게 펴고 헝클어진 옷을 정리하는 동시에 혼란한 마음도 정리했다. “언제 가려고?” 원유희는 김신걸의 질문을 듣고 무의식적으로 경계했다. “그건 왜 물어봐?” “네가 아이들 본 후에 간다며. 또 올 거야?” “응. 난 아이들의 엄마니까 아이들을 보러 올 거야. 그때도 네가 날 막지 말았으면 좋겠어. 그건 아이들의 성장에도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을 테니까.” 원유희는 김신걸도 이 이치를 알 것이라고 생각했다. “알았어.” 원유희는 김신걸이 이렇게 흔쾌히 승낙할 줄 몰랐다. “내일 아니면 모레 갈 거야.” “내가 바래다줄게.” “그럴 필요 없어.” 원유희는 거절하고 돌아섰다. 방 문이 닫히자 김신걸은 제자리에 서서 움직이지 않았다. 다만 깊이가 보이지 않는 검은 눈동자만이 반짝거렸다. 원유희는 방으로 돌아와 문을 닫았다. 아이들 방에서 샤워를 해서 직접 침대에 누웠다. 원유희는 침대에 누워서 천장을 바라보며 김신걸과의 대화 내용을 생각했다. ‘결국 내가 원하는 대로 협상이 되었어. 아이들이 보고 싶을 땐 언제든지 와서 볼 수 있되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지 않은 것.’원유희는 얼굴을 돌
원유희는 뒤늦게 정신 차리고 물었다. “그런데 네가 왜 내 방에 있어?” “네가 오랜만에 돌아와서 잠을 설칠까 봐.” 김신걸은 아무 표정 없이 말했다. 정말 그럴듯한 이유였다. 원유희는 김신걸이 여기에 온 이유가 그렇게 간단할 리가 없다는 걸 알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김신걸을 폭로하는 건 자폭하는 것과 같은 것이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방금 악몽을 꾸었다는 이유가 마침 김신걸의 핑계를 증명해 주었다. 이어 침대가 가라앉더니 김신걸이 침대에 앉았다. 원유희는 갑자기 경계해서 물었다. “뭐 하는 거야?” “네가 잠든 후에 갈게.” 원유희는 눈썹을 찡그렸다. 이런 방식은 원유희가 좋아하지도 않고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외딴섬 같은 그런 열악한 환경에서도 잠을 잤는데 안전한 나라에서 안전한 나라에서 못 잘 리가 없잖아. 위험으로 따진다면 김신걸이 더 위험한 거 아니야?’ “나 거절해도 돼?” 원유희가 물었다. 그러자 김신걸은 말을 하지 않고 원유희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은 절대로 가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김신걸, 나는…….” 원유희는 김신걸의 편집을 개변하려고 시도했다. “유희야. 나는 네가 걱정돼서 지금 나가도 다시 돌아올 거야. 그러니까 네가 자는 걸 보고 있는 게 더 안심이 돼.” 원유희는 입술을 깨물며 더 이상 김신걸을 설득하지 않고 누워서 눈을 감았다. ‘그래, 마음대로 해! 어차피 무슨 동정이 있으면 내가 깰 테니까.’ 원유희는 눈을 감아도 존재감이 강한 김신걸을 느낄 수 있었다. 김신걸은 아직 가지 않았다. 마치 원유희가 잠들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원유희는 이런 느낌이 너무 싫었다……. 원유희는 빨리 잠들기를 바랐다. 왜냐하면 깨어 있는 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원유희는 자신이 두 시간 후에 잠든 것 같았다. 몸을 떨며 눈을 떠보니 방안에는 원유희 혼자 뿐이고 김신걸은 언제 나갔는지 몰랐다. 원유희는 편안한 자세로 침대에 누워있었다. 원유희도 매번 김신걸과 마주할
“아니에요.”“우리가 왔을 때 엄마는 이미 깨어 있었어요.”“우리는 지금 엄마와 얘기하고 있어요.”세 쌍둥이는 해명했다.김신걸은 원유희를 바라보며 말했다.“아침 먹자.”원유희는 침대에서 내려오며 말했다.“나 씻고 내려갈 게.”오랜만에 네 식구가 아침을 먹는 모습을 보니 원유희는 가슴이 시큰거렸다.원유희도 아이들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감정 때문인지 몰랐다.김신걸은 원유희에게 먹을 것을 가져다주었는데 하마터면 원유희의 입에 먹여줄 뻔했다.원유희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입가에 계란이 다가왔다.“나 혼자 먹을 게…….”원유희는 머리를 뒤로 젖히고 손을 내밀어 받으려고 했다.하지만 김신걸은 원유희의 손을 피하고 끝까지 먹여주려고 고집했다.원유희가 입을 열어 거절하려고 할 때 옆에 있는 세 아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보고 있다는 것을 보았다.‘예전 같으면 타협했을 텐데, 하지만 지금은 그러기 싫어.’“나 먹기 싫어.”원유희는 얼굴을 돌려 자기의 접시에 있는 음식을 먹었다.김신걸은 손을 약간 떨더니 거두고 자기의 입으로 넣었다. 눈에 상실감이 스쳤지만 바로 사라졌다.강요하지도 불쾌해하지도 않았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여전히 원유희에게 먹을 것을 가져다주었다.원유희는 김신걸이 많이 변했다고 생각했다.‘예전의 김신걸과 너무 다른데. 하지만 나와 상관없는 일이야.’이때 김신걸의 핸드폰이 진동하더니 문자가 왔다.가까이 앉아있던 조한이 듣고 말했다.“아빠, 핸드폰 진동했어요.”모신걸은 못 들은 게 아니라 그냥 무시한 거였다.“상관하지 않아도 돼.”김신걸은 볼 마음이 없었다.원유희는 얼굴에 아무런 변화가 없이 유담에게 계란을 먹이고 있었다.“오늘 너희들 학교가지 않아도 돼. 엄마와 가고 싶은데 놀러 가.”김신걸이 말했다. “혹은 시간 잡아서 바다로 놀러 가든지.” “좋아요!” “바다에 놀러 갈래요!” “학교 가기 싫어요!” 하지만 원유희는 단도직입으로 말했다. “다음에 가!” “왜요?” 세 쌍둥이는 귀여
“아빠 회사 가는 거예요?” 유담이 물었다. “응, 하지만 돌아와서 점심 먹을 거야.” 김신걸은 말하고 원유희를 보며 말했다. “오후에 너희들 데리고 놀러 갈게.” “좋아요!” 아이들은 신나서 말했다. 그리고 원유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김신걸은 롤스로이스를 타고 어전원을 떠났다. 차에서 그는 핸드폰을 꺼내 문자도 보지 않고 바로 삭제했다. 그리고 고건에게 전화해서 말했다. “임지효 처리해.” “네.” 임지효는 집에서 요리를 가득 해 놓고 오전부터 점심까지 기다렸다. ‘한 남자를 잡으려면 그 남자의 위를 잡아야 한다며?’ 임지효는 전에도 자기가 김신걸에게 요리를 해주었으니 김신걸이 습관이 되어서 마음속에 자신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밖에 자동차 소리가 나자 임지효는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다. ‘김신걸이 올 줄 알았어. 난 다른 여자와 다르니까.’ 하지만 밖으로 나와보니 낯선 차였다. 그리고 차에서 내린 사람을 본 임지효는 의심스러워서 물었다. “누구세요? 김 대표님은요?” 임지효는 몰래 김신걸을 만났지만 김신걸 곁에 있는 사람은 하나도 접촉하지 못했다. 그러니 당연히 고건을 몰랐다. “저는 김 대표님의 비서, 고건입니다. 김 대표님은 오지 않을 테니 더 이상 기다릴 필요 없습니다. 그리고 당신과 김 대표님의 관계도 여기까지입니다.” “네?” 임지효는 충격을 받았다. 생일에 이런 악몽 같은 소식이 자기를 기다리고 있을지 생각지도 못했다. “내…… 내가 뭘 잘못했나요? 만약 그런 거라면 내가 다 고칠게요.” 임지효는 이것 외에 다른 이유가 생각나지 않았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김 대표님께서 당신과 만날 때 협의 같은 거 있지 않았나요?” 임지효는 말하지 않았다. ‘있었지. 시작과 끝은 모두 김신걸이 결정한다는 협의.’ “이 별장은 당신의 명의로 이전될 것입니다. 이건 당신이 마땅히 받아야 할 것이니까요. 그리고 앞으론 더 이상 김 대표님을 찾아가지 마세요. 당신도 김 대표님의 말을 어기면 좋은 결말이
‘괜찮아, 아이들과 며칠 더 있으면 엄마가 언제든지 떠난다는 불안감을 느끼지 않겠지.’ 학교는 예전의 피노키오의 두 배는 되는 것 같았다. 피노키오를 생각하니 원유희의 마음이 가라앉았다. ‘나 때문에 표원식이 피노키오를 잃었어. 지금 제성에서는 유희귀족학교가 피노키오를 대체했고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야. 왜냐하면 김신걸은 모든 사람이 두려워하는 강자니까.’ “엄마, 우리 교실 보여줄게요.” “그래.” 원유희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김신걸이 자기를 바라보는 시선을 느꼈다. ‘왜 계속 날 보는 거야? 이렇게 뚫어져라 쳐다보면 사람이 불편하다는 거 모르나?’ 김신걸이 미리 분부한 건지 학교에 들어와서도 아무도 그들을 방해하지 않았다. 다만 몇 명의 아이들이 계속 이쪽을 보자 세 쌍둥이는 뛰어가서 그들과 놀았다. 순간 원유희의 곁엔 김신걸만 남았다. 원유희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친구들과 노는 세 쌍둥이를 바라보았다. “내일 바다로 나갈까?” 김신걸이 원유희에게 시간을 물었다. “다음에 가!” 원유희는 거절하지도 동의하지도 않았다. 사실 지금은 원유희가 강해져서 바다에 나가는 것에 대해 별로 두려운 건 없었다. “그래.” 김신걸이 흔쾌히 승낙하자 원유희는 약간 의외였다. 하지만 바로 자신의 생각을 부인했다. ‘김신걸 곁에는 다른 여자가 있어.’ 2 년 동안 변할 수 있는 게 너무 많았다. 학교에서 나올 땐 이미 한 시간 후였다. 다섯 식구는 다른 곳에도 놀러 가고 외딴곳에 가서 자연을 접하기도 했다. 김신걸은 인내성 있게 모든 과정을 동반했다. 길에서 어떤 부부를 만났는데 여자가 부러운 말투로 말했다. “다섯 식구가 참 행복해 보여요! 우린 딩크인데 이 모습을 보니 우리도 아이를 낳고 싶네요.” 원유희는 웃으며 말하지 않았다. 그러자 유담이 말했다. “맞아요. 우린 아주 행복해요.” “그럼 계속 행복하길 바랄게요.” “네.”세 쌍둥이가 대답했다. 세 쌍둥이가 앞에서 잠자리를 잡고 있을 때 옆에 있던 김신걸이 말했다
하지만 원유희를 뚫어져라 바라보는 눈빛은 여전했다. 그리고 원유희의 생활에 각별한 관심을 쏟는 것 같았다. 뭔가 예전과 다른 것 같으면서도 본질적으로 같은 것 같고, 아무튼 형용하기 어려웠다. 원유희는 최대한 무시하고 자신에게 느슨한 공간을 만들어주었다. 애들은 집에서 엄마와 이틀 동안 있다가 학교로 갔다. 원유희는 혼자 거리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원유희가 길가의 커피숍에 앉아 커피를 마실 때 맞은편에 사람이 앉은 것 같아 고개를 들어보니 김명화가 웃으며 자기를 보고 있었다. “상태 좋아 보이네. 아이들 만났어?” “네. 아이들은 오늘 학교에 갔어요.” “아이들도 즐거웠겠다.” 김명화가 말했다. 원유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들이 즐거우면 나도 즐거워.’ “언제 떠날 거야?” 김명화가 물었다. 김명화가 알고 싶은 건 원유희가 떠나는 시간이 아니라 원유희와 김신걸의 관계였다. “아이들이 내가 간다는 말만 하면 반응이 커서 좀 더 있으려고요.” 원유희가 말했다. 김명화의 눈빛에 이상한 빛이 스치더니 웃으며 말했다. “그래야지. 그런데 김신걸 곁에 있는 여자 봤어?” 원유희는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말했다. “나와 상관없어요.” “김신걸이 그 여자 때문에 너에게 잘 대하지 않을까 봐 물어본 거야.” “난 세 쌍둥이의 엄마예요. 아이들을 보아서라도 그렇게 까진 하지 않을 거예요.” “정말 아이들 때문이야?” 김명화는 탐구적인 눈빛으로 원유희를 바라보았다. “그럼요.” 김명화와 헤어진 후 원유희는 예전부터 고민했던 문제를 생각하고 있었다. ‘떠나지 않는다고 해도 어전원에선 나와야 하는 거 아니야? 내가 집이 없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원유희는 엄마의 별장으로 가서 아이들이 하교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별장을 나갔다.하지만 나가자마자 발걸음을 멈추었다. 눈에 띄는 롤스로이스가 눈앞에 있었고 김신걸이 차에서 내려 날카롭고 깊은 검은 눈동자로 원유희를 바라보았다. 김신걸이 이쪽으로 다가와서 원유희 앞에 서자 늘씬한 몸매가
육성현은 흠칫 놀랐다. 그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내가 누구를 죽였다고 그래? 혜정아, 다 오해야. 나 지금 다 고쳤어. 진짜야, 어서 내려와. 물만두가 식겠다.”“오지 마!”엄혜정은 감정이 격해져서 소리쳤다.“다가오면 뛰어내릴 거라고 얘기했어!”“그래, 안 갈게.”육성현은 감히 다가가지 못했다.“혜정아, 진짜야. 난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 우선 먼저 내려와. 내려오면 내가 다 설명해 줄게. 다 오해야.”“사실 처음부터 수상하다고 생각했어. 그냥 유희의 말이 날 깨닫게 했을 뿐이야.”엄혜정은 눈물이 그렁그렁했지만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그녀는 육성현을 바라보면서 얘기했다.“근데 나 지금 다 알게 됐어. 증거는 없지만 넌 김하준이잖아. 난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 네가 달라질 거라 기대했어. 근데, 넌 어떻게 네 아이의 외할머니랑 외할아버지를 죽일 수 있어? 김하준, 넌 도대체 정체가 뭐야? 세상에 어떻게 너 같은 괴물이 다 존재해?”“혜정아, 내려와서 천천히 얘기하자, 응? 거긴 너무 위험해.”“제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기분을 모르지? 너도 한번 느껴봐야 해.”엄혜정은 떨어지는 눈물과 함께 베란다에서 뛰어내렸다.“안돼!”육성현은 고함을 지르며 달려갔다. 하지만 엄혜정의 옷자락도 미처 잡지 못했다.그는 엄혜정이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그녀의 몸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밑에 서 있던 하인 중 그 누구도 엄혜정을 받아내지 못했다.“다 죽일 거야!”육성현은 미친 듯이 달려갔고, 눈에 거슬리는 하인들을 모조리 걷어차 버렸다. 그는 엄혜정 옆으로 기어가 부드럽게 그녀를 품에 안았다.“혜정아, 혜정아. 병원에 데려다줄게. 아무 일도 없을 거야!”엄혜정은 눈을 떴다. 그녀의 머리는 피투성이가 되었고, 초점이 점차 사라지는 눈으로 육성현을 바라보았다.“김하준, 다음 생이 있다면, 난 다시는 널 만나지 않을 거야…….”이렇게 한마디만 남기고 엄혜정은 숨을 끊게 되었다.“그래, 만나지 마,
퇴원한 후, 엄혜정은 방에 혼자 남았을 때 원유희에게 연락했다.“유희야, 괜찮아? 김명화가 널 납치했다고 들었는데, 구출됐다고?”“응, 괜찮아. 지금은 집에 도착했어.”“다행이다.”원유희는 그녀의 정서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물었다.“왜 그래? 기분이 안 좋아?”“부모님이 돌아가신 일 말이야. 나 다 알게 됐어.”원유희는 순간 멈칫했다.‘다 알았다고?’“미안해 혜정아, 숨기는 게 아니었는데.”“괜찮아, 나랑 아이를 생각해서 숨긴 거잖아.”엄혜정은 잠시 멈췄다가 다시 물었다.“네가 김명화를 죽였어?”“아니. 그날에 크루즈에서 김명화가 도망쳤거든. 우리가 김명화를 찾았을 땐 이미 주검으로 됐어. 그 주검도 바다에서 건져낸 거야.”“육성현도 있었지?”“응, 얘기해줬어?”엄혜정은 덤덤하게 물었다.“육성현을 의심해 보지 않았어?”원유희는 흠칫했고 아무런 얘기도 할 수가 없었다.“김명화를 죽인 사람, 그리고 우리 부모님을 죽인 사람 말이야…….”“그럴 리가?”원유희는 당황했다. 그녀는 엄혜정이 왜 육성현을 의심하게 됐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무슨 단서라도 발견한 거야? 아니면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유희야, 저 사람 진짜 육성현이 아니잖아. 김하준이라고. 나 그 사람 잘 알아.”엄혜정은 목이 메였지만 울먹이면서 끝까지 말했다.“난 그 사람 고칠 줄 알았어,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혜정아, 아직 조사하고 있어.”“그럼 너희들도 육성현을 의심하고 있다는 얘기잖아, 맞지?”“오해일 수도 있어.”“오해일 리가 없어.”엄혜정은 말을 마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원유희가 다시 전화를 걸어오자 그녀는 아예 핸드폰을 꺼버렸다.그리고 시체처럼 무기력하게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엄혜정은 서재에서 나온 육성현을 보면서 얘기했다.“나 물만두 먹고 싶은데, 사다 줄래? 예전에 빈민가에서 자주 사주던 물만두 말이야.”“그래.”육성현은 엄혜정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했다.“먼저 우유 좀 마시고 있어. 금방 갔다 올게.”
육성현은 엄혜정을 끌어안았다.“김명화가 죽었대. 복수한 셈이나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네가 무사히 지내야 장인어른 장모님이 안심하시지 않겠어? 침착해.”엄혜정은 울면서 그의 품에 쓰러졌다.그러고는 배가 간간이 쑤시자, 엄혜정의 얼굴은 하얗게 질렀다.육성현은 그녀의 상황을 바로 눈치채고 기사에게 소리쳤다.“얼른 병원으로 가!”“얼른!”염민우도 재촉했다. 그는 얼른 엄혜정의 손을 잡았는데, 그녀의 손이 얼음처럼 차갑다는 것을 발견했다.“누나, 아직 나도 있잖아. 그러니까 아무 일도 생기면 안 돼. 누나, 꼭 버텨줘.”엄혜정은 눈에 눈물을 머금고 그를 보고 있었다.그녀는 마음이 몹시 괴로웠고,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난 부모님을 가질 자격이 없는 걸까……?’엄혜정이 깨어났을 때 그녀는 이미 병원에 있었다. 깨어나자마자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배를 만졌다.육성현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지금 안정을 취해야 한대.”엄혜정은 주위를 둘러보았다.“민우는?”“밖에 있어. 너무 걱정되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어.”엄혜정은 육성현의 손에서 자기 손을 뺐다.“두 사람 너무해. 이렇게 큰일을 어떻게 나한테 숨길 수가 있어? 평생 숨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육성현, 우리 부모님의 목소리를 합성해서 나랑 통화하게 했어? 네 아이디어지? 넌 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잖아!”“혜정아, 어차피 일은 벌어졌고, 너한테 알려준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어. 네 옆에는 나랑 아이가 있고, 민우에게 남은 가족이라곤 너밖에 없어. 너한테도 무슨 일이 생기면, 민우는 더 고통스러워질 거야.”엄혜정은 말을 하지 않았고, 눈물이 그렁그렁했다.엄혜정도 염민우가 더 고통스러워질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때 엄혜정은 염민우가 갑자기 엄청나게 말라갔던 것이 생각이났다. 엄혜정은 염민우의 일이 바쁜 줄로만 생각했는데, 이제야 그때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염민우는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고 있었다.“울지 마. 의사가 지금은 안정을 찾아야 한다고 했어.”
“알았어요…….”염민우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다가 입구에 서 있는 엄혜정을 보고 깜짝 놀랐다.“누…… 누나. 여긴 어쩐 일이야?”엄혜정은 멍하니 거기에 서서 염민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방금 얘기하고 있던 사람을 봤다.“하늘나라라뇨? 저희 부모님이 왜 하늘나라에 계셔요?”“아니야, 다른 사람의 얘기를 하고 있었어.”엄혜정은 두 사람의 얼굴에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똑똑히 들었다. 엄혜정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다급하게 핸드폰을 찾았다.핸드폰을 못 찾자 바로 차로 뛰어갔다.“누나!”염민우는 엄혜정을 쫓아갔다.“뭐 하려고 그래?”“엄마 아빠한테 전화할 거야.”“지금 여행 중이시니까, 방해하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엄혜정은 그를 보면서 물었다.“사실대로 얘기해줘. 엄마 아빠 왜 아직도 돌아오시지 않은 거야? 거짓말하지 마! 사실 줄곧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내가 임신했는데 엄마랑 아빠가 계속 안 오시는 게 말이 안 되잖아! 두 분 무슨 일이 생긴 거 맞지? 정말로…… 무슨 일이 생긴 거야?”염민우는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꾹 참고 말했다.“더 이상 묻지 마…….”“염민우! 계속 우물쭈물 얘기 안 하면, 나 이젠 널 안 봐!”염민우는 더 이상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집에 오는 게 아니었어, 그나저나 아저씨는 왜 또 그런 허튼소리를 해서 참…….’“맞아, 누나 임신 3개월쯤 되었을 때,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셨어.”엄혜정은 몸이 휘청거렸다. 염민우는 바로 그녀를 부축했다.“침착해요! 엄마랑 아빠는 누나가 무사하기를 원하셨을 거야. 난 누나가 못 받아들일 것 같아서 장례식 때 일부러 알려주지 않았어.”엄혜정의 눈에서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염민우를 바라보았다.“너 이러고도 내 친동생이 맞아? 어떻게 안 알려줄 수가 있어! 아기만 중요하고 부모님은 안 중요할 것 같아? 너…….”너무 충격 받은 엄혜정은 눈앞이 점점 캄캄해지더니 기절을 하고 말았다.“누나!”
육성현이 다가와 물었다.“유희야, 괜찮아?”원유희는 고개를 저었다.“너 안색이 안 좋은데, 왜 그래?”“김명화가 죽었어요.”김신걸이 얘기했다.“해독제는 찾았어요?”원유희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아쉽네. 그럼 감염된 사람들은 우선 좀 참아야겠어.”원유희는 갑자기 뭐가 생각나 바로 김신걸을 밀쳤다.“날 만지지 마!”육성현은 그제야 원유희의 볼 아래의 병변 부위를 발견했다.“유희야, 김명화가 너한테도 독을 썼어?”김신걸은 미간을 찌푸렸다.“상관없어.”“안돼. 우리 둘다 아이들하고 접촉하지 않으려 한다면 애들이 걱정할 거야.”원유희는 거절했다.김신걸은 줄곧 원유희와 스킨쉽이 있었다. 원유희는 그도 감염되지 않을까 걱정했다.“방금도 널 안았는데, 감염되면 진작에 감염됐어.”김신걸이 말했다.원유희는 그래도 싫었다.“아니, 그래도 만지지 마.”해독제도 못 가진 상황에 김명화는 의문스럽게 죽었다. ‘여기 김명화를 죽이려고 한 사람이 있었단 말이지?’김신걸은 김명화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시체를 바다에 던질 일은 더더욱 없었다.그럼 분명 다른 사람이 한 짓이었다.‘무슨 목적으로? 김신걸도 감염되면 배후의 사람을 어떻게 잡아내지?’‘다른 조직의 사람도 이곳에 숨어 있을지도 몰라.’원유희는 말을 하지 않았다.“내려가자.”김신걸은 원유희의 말대로 몸에 손을 대지 않았다. 원유희가 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을 떠날까 봐서 걱정이었다. 김신걸은 더 이상 그런 고통을 견딜 수 없었다.원유희는 김신걸을 따라 떠났다.육성현은 먼 곳에 있는 김명화의 시체를 봤다. 그리고 그가 죽은 것을 확인하고 떠났다.이제 아무도 김명화를 죽인 사람이 육성현이라는 것을 모를 것이다.엄혜정은 이미 임신 5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지금 어떠한 사고도 있어서는 안 되었다.육성현은 잠깐 해독제가 없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낳은 후 다시 생각하려 했다.엄혜정은 소파에 앉아 과일을 먹고 있었다.배는 이미 많이 나
김명화의 말이 끝나자마자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진선우는 킬러들과 격투하고 있었고, 매번 그들의 치명적인 곳을 공격했다.진선우가 실력이 없었다면, 킬러들은 진작에 그를 해결했을 것이다.김명화는 무엇을 깨닫고 손을 돌려 원유희를 잡으려 했다.원유희는 후퇴하는 동시에 다른 힘에 의해 품에 안겼다.“이거 놔!”원유희는 낯선 남자인 줄 알고 발버둥 치려 했다.“유희야.”원유희는 멍하니 고개를 돌렸고, 익숙한 얼굴을 보자 아주 기뻤다.“김신걸?”“나야.”김명화는 서로 애틋한 두 사람을 보자 화가 더 났다.“원유희, 역시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긴 사람, 너였어.”김명화는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그쪽이 너무 방심한 탓이죠.”‘내가 예전에 김신걸의 곁에서 도망치려고 했던 일이 김명화에게 착각을 준 거야?’“왜, 날 죽이려고? 네까짓 게?”김명화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다른 출구로 달려갔다.하지만 경호원들은 이미 그곳에 서서 그를 막았다.김명화는 총을 꺼내 쏘자, 한 경호원은 바닥에 쓰러졌고, 다른 경호원은 얼른 옆으로 비켜 숨었다.일반인들은 그 출구를 포기했을 것이다. 김신걸의 사람들이 숨어있었기에, 그 출구는 아주 위험했다.하지만 김명화는 기어코 사격을 하면서 길을 텄다.안에 숨어 있던 경호원들은 피하면서 반격할 수밖에 없었다.경호원들의 반격에 김명화는 하마터면 맞을 뻔했다. 그러다가 몇발 더 쏘고는 바로 달렸다.김명화는 크루즈에 오래 있었다. 하여 갓 크루즈에 올라온 김신걸의 사람들보다 이곳을 훨씬 더 잘 알았다.몇 개의 모퉁이를 돌면 은폐하기 적합한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김명화는 다시 부하들에게 연락했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제야 김명화는 김신걸의 사람들이 진작에 올라왔고, 자기 쪽 부하들은 아마 얼마 남지 않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도망치지 못한다면 김신걸에게 잡힐 것이 뻔했다.김명화는 죽어도 김신걸에게 잡히고 싶지 않았다.그러다가 갑자기 한 사람의 인기척이 났다. 김명화는 본능적으로 총을 들었다
원유희는 지금 약 때문에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고, 크루즈 곳곳에는 CCTV가 있었다. 방에 들어올 때, 그 윗부분에 CCTV가 하나 있었다. 그래서 한밤중에 몰래 뭔가를 찾아보는 건 아예 불가능했다.김명화는 일찌감치 그녀가 아무것도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원유희는 떠나기 전에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겨주었기에 그가 곧 이곳을 찾아올 거라 믿었다.다만 김신걸의 속도가 이렇게 빠를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날이 밝는 무렵, 원유희는 헬리콥터 소리를 들었다.이어 문이 펑 하고 열렸고, 원유희는 반응하기도 전에 멱살이 잡혔다.“연락을 어떻게 한 거야?”말을 마치고 원유희의 몸을 수색하려 했다.“아! 미쳤어요? 나 핸드폰 없어요!”“김신걸이 왔다고 널 데려갈 수 있다고 생각해? 죽어서 지옥에 내려가더라도 널 끌고 갈 거야. 가자!”“아니…….”원유희는 힘 없이 밖으로 끌려 나갔다.김명화는 원유희를 다른 방으로 보냈다.“우린 여기서 김신걸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 돼.”원유희는 고개를 들어봤다. 입구에는 많은 폭탄이 놓여있었다.그걸로 부족한지 김명화는 원유희의 몸에 폭탄을 묶었다.“미쳤어요?”김명화는 원유희의 얼굴을 꽉 쥐었다.“김신걸이 널 어떻게 구할지 구경이나 하려고 그런다.”원유희는 마음이 매우 불안했다.‘김신걸이 왜 이렇게 왔을까? 너무 눈에 띄잖아.’다시 들어보니 이미 헬리콥터 소리가 나지 않았고, 밖에는 다른 인기척도 없었다.한 남자가 와서 말했다.“헬리콥터가 지나갔어요. 그냥 순찰하다가 지난 것 같아요.”김명화는 멍하니 서 있었다.원유희는 그를 비웃었다.“저 소리에 이렇게까지 놀랐단 말이에요?”“닥쳐!”김명화의 표정은 엄청나게 나빴다.“난 신걸이랑 아이들이 감염되는 거 보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연락하지 않을 거고요. 배고픈데 이 폭탄들이나 좀 뜯어줄래요?”김명화가 경각심을 낮추었을 때, 크루즈 밑에서 잠수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튀어나왔다. 10명 좌우로 보이는 사람들은 갈고리를 가드레일에 던지고 밧
원유희는 그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김명화가 갑자기 뒤에서 무슨 짓을 할까 봐, 원유희는 그를 등지고 누울 수가 없었다.“너 기억나? 어릴 때 김신걸이 널 괴롭히면 넌 우리 집에 달려와서 내 침대에서 잤잖아.”“기억 안 나요.”“기억하는 거 다 알아. 난 그때 정말 널 도와주고 싶었어.”원유희는 그가 한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반박하지 않았다.그녀는 천장을 쳐다보며 말했다.“이전의 김명화는 이미 죽었다고 생각해요.”김명화의 표정은 어두워졌다.“우리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거야?”“내가 제일 아끼는 사람을 죽이고,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죠? 죽어서 사죄해도 모자랄 판에!”원유희는 지금의 김명화를 조금도 동정하지 않았다.“아무리 유년 시절이 불행해도, 다른 사람의 고통을 낙으로 삼으면 안 되죠!”“정말 고상한 척하네. 김신걸은 사람은 죽인 적이 없대? 육성현은 없대? 왜 걔네들이 사람을 죽인건 용서하면서, 난 용서하지 못하는 건데? 그 사람은 네 남편이고 네 가족이니까? 비겁하고 이기적인 건 너도 마찬가지야.”“참, 너도 사람을 죽였잖아. 네가 죽인 사람도 누군가의 아버지고, 누군가의 아들이야.”원유희는 기분이 착잡해졌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김명화는 원유희의 반응을 보고 가볍게 웃었다.“그러니까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 그냥 쉽게 쉽게, 편하게 살자.”“이렇게 예전의 저질렀던 일을 합리화하려는 거예요? 그리고 그 명분으로 더 많은 사람을 죽이려고요?”원유희는 김명화를 바라보면서 물었다.“당신을 용서하기 싫은 거 아니에요. 근데 지금까지 자기의 잘못도 모르는 사람을 어떻게 용서해요? 차라리 해독제를 그냥 줘요. 시장에 유통하지 말고요. 그러면 예전에 있었던 일은 없던 거로 할게요.”“정말?”김명화는 원유희를 보면서 물었다.“물론이죠.”원유희는 김명화의 말처럼 깊이 생각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대답을 했다.미래의 일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그래. 해독제를 줄 수 있어. 근데 대신 넌 나랑 평생 같이
“밥 안 먹으면 너만 손해야.”김명화는 그녀가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말했다.‘맞네, 아무 것도 먹지 않으면 무슨 힘으로 김명화를 상대하겠어?’잠시 후, 납득이 간 원유희는 젓가락을 들고 생선을 먹기 시작했다.김명화는 그녀가 고기를 입에 넣는 것을 보고 물었다.“어때?”“설마 그쪽이 한 거예요?”원유희는 귀찮다는 듯이 그를 한번 힐끗 쳐다봤다.“맞아, 내가 직접 했어.”‘이게 뭐 자랑할 일인가?’“수고했네요, 이런 일까지 해야 한다니.”“내가 힘들 것 같으면 같이 할까?”“할 줄 모르는데요.”“정말 상전 팔자구먼.”김명화는 원유희를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봤다.원유희는 김명화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원유희는 김명화가 자신을 괴롭히고, 김신걸에게 모욕을 주기 위해 이곳에 데려온 줄로 알았다.근데 직접 밥도 해줄 거라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설마 요리에 무슨 수작을 부린 거 아니죠?”원유희는 젓가락을 멈추었다.김명화는 손에 있는 젓가락을 흔들었다.“나도 먹고 있잖아.”“먼저 해독제를 먹었겠죠.”“그런 거 아니야.”“그럼 내가 묻힌 진물은? 그건 어떻게 해결한 거죠?”원유희가 물었다.“해독제가 있으니까 괜찮은 거잖아요.”“해독제 가지고 싶어?”“줄 생각은 있고요?”“착하면 줄게.”원유희는 의심스러웠지만 말하지 않았다.어차피 금방 왔으니 당장 해독제를 받을 수는 없었다. 하여 원유희는 일단 참고 해독제를 발견하면 김명화를 바로 제압하는 것을 선택했다.밥을 다 먹고 나머지는 부하가 다 치웠다.“같이 샤워할까?”김명화가 물었다.원유희는 그를 차갑게 보며 말했다.“아니요. 먼저 씻어요.”원유희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욕실로 들어갔다.원유희는 자신의 감정을 가라앉히고 침착하자고 했다. ‘근데 자는 건 어떡하지? 정말로 같이 자야 해?’원유희는 침대를 봤다. 두 사람이 자고도 넉넉한 침대였고, 중간에 뭘 놓을 수도 있었다.김명화가 만약 자기 몸에 손을 대면 원유희는 같이 죽을 각오도 했다.10여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