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가까워진 거리에, 부진환은 순간 몸이 굳어버렸다.그녀의 고운 얼굴에, 갑자기 신비롭고 괴상야릇한 미소가 번졌다. 하지만 아름다운 눈동자 속에 비친 그 심오한 뜻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사실 저는 낙청연이 아닙니다.” 유유하게 들려오는 목소리에, 부진환은 어쩐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부진환은 순간 멍해졌다.눈앞의 그 얼굴은 갑자기 참지 못하고 키득키득 웃음을 터뜨렸다.“왜 담이 그렇게 작습니까?” 낙청연은 참지 못하고 부지환을 비웃었다.깜짝 놀란 부진환은 정신을 가다듬더니, 눈살을 찌푸린 채 그녀를 보며 말했다: “나를 놀리는 것이냐?”말을 하며 부진환은 그녀의 팔을 잡으려고 했다.낙청연은 바로 일어나 도망갔다. 맑은 웃음소리가 고요한 정원에 울려 퍼졌다.부진환은 바로 일어나 쫓아갔다.하지만 낙청연을 붙잡지 못했다.낙청연은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며, 한마디 말을 남겼다.“진법을 배치했으니, 오늘부터 효력이 발생할 것입니다. 수도의 어느 곳에 먹구름이 있는지 주의해 보십시오. 그곳이 바로 검은색 도포를 입은 그 사람이 숨어있는 곳일 것입니다.”“하지만 당신은 9일밖에 시간이 없습니다.”왜냐하면 이런 반응은 많아서 9일밖에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 뒤로는 다시는 나타나지 않는다.낙청연은 당연히 직접 나서서 낙정을 잡을 생각이 전혀 없었다. 이렇게 큰 수도에서 혼자서 죽도록 뛰어다녀도 낙정을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부진환은 약간 놀랐다.방안으로 돌아온 낙청연은 지금쯤 낙정은 아주 고통스러우리라 추측했다.하지만 낙정은 그렇게 빨리 운명을 바꾼 반서라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다.이 고통을, 낙정은 아마 한동안 받아야 할 것이다.그럼, 그 다음은 낙월영이다!낙청연은 부진환과 장기적으로 이렇게 협조한다면, 일이 더없이 순조로우리라는 것을 깨달았다.그래서 낙월영 이 골칫덩어리를 그녀는 치워버리기로 마음먹었다.“왕비, 밤이 깊었는데, 아직도 쉬지 않습니까?” 지초가 그녀에게 차 한 잔을 더 따라주었다.“가서 쉬거라, 여
낙정은 바로 정신을 잃었다.그녀의 안색은 몹시 창백했다.안 달아난 엄평소는 즉시 의원을 모셔 왔다. 하지만 의원은 병증을 찾아내지 못하였다. 결국 정신을 가다듬는 처방을 내리고 가버렸다.엄평소는 침상 곁에서 밤새도록 그녀를 지켰다.다음 날 아침, 낙월영이 찾아왔다.엄평소는 어쩔 수 없이 낙정을 뒤로한 채, 낙월영을 상대하러 나갔다.“어떡합니까? 부진환과 낙청연 사이의 감정은 점점 더 좋아집니다. 제가 낄 틈이 없습니다. 어떡하면 좋습니까?”낙월영은 앞길이 막막했다.분명 많은 것을 계획했고, 분명 예전에 그는 더 큰 우세를 차지했지만, 지금 그녀는 오히려 무력감을 느낀다.엄평소는 낙정이 걱정되어, 지금 낙월영에 대해 그다지 인내심이 없었다.그는 냉랭하게 말했다: “낙청연과 부진환은 서로에 대한 깊은 신뢰도가 없다. 부진환은 의심이 많은 사람이니, 네 마음대로 무슨 수를 써서라도 두 사람 사이를 이간질하면 된다.”“부운주도 돌파구로 이용할 수 있지 않으냐?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이 이렇게 많으니, 그들을 이용하거라.”“지금 낙청연의 명성을 보아라, 섭정왕을 도와 여러 번 큰 사건을 해결하였으니, 얼마나 큰 공을 세웠느냐! 모두 그녀를 어떻게 칭찬하는지 들었잖느냐?”“만약 네가 더 서두르지 않으면, 앞으로 낙청연에게 짓밟히고 말 것이다!”낙월영은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았다. “하지만 제가 쓸 수 있는 방법은 다 써보았습니다……”지금의 낙청연은 이미 그때의 낙청연이 아니다. 그녀를 상대하려면 낙월영은 강한 압력을 느낀다.그리고 지금, 이 순간, 부진환은 사람을 거느리고 슬그머니 이 저택으로 접근하고 있었다.엄평소는 아직도 낙월영과 정원에서 질척대고 있었다.그리고 낙정은 하늘 위의 먹구름을 느끼고, 순간 미간이 흔들리더니, 다급히 방안에서 뛰쳐나와, 전원으로 달려갔다.“엄평소! 빨리 도망가요! 저를 잡으러 왔어요!” 낙정은 매우 경각심을 높였고, 불안감을 느꼈다.엄평소의 얼굴빛이 확 바뀌었다.하지만 낙월영은 안에서 뛰쳐나온
그날, 아노의 방안에서 밀신을 수색해냈다.낙월영은 그 밀신을 아노 앞에 뿌리치면서 말했다: “네가 한 짓이냐? 언제 낙청연에게 매수당한 것이냐?”아노는 머리를 흔들었다. 그녀는 어찌 된 일인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또한 그녀는 낙청연에게 매수당하지도 않았다.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녀는 말을 할 수 없었기에, 변명조차 할 수 없었다.낙운희는 옆에서 담담하게 말했다: “어쩐지 네가 밤에 외출하더라. 낙청연에게 몰래 소식을 전해주러 다녀온 것이냐?”아노는 가슴이 답답해 미칠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그저 낙월영에게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그녀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하지만 낙월영은 이 말을 듣더니 화가 나서 펄쩍 뛰었다.그녀는 노하여 질책했다: “낙청연이 너의 목을 고쳐줄 수 있다고 하여 너의 마음이 흔들린 것이냐? 그래서 배신한 것이냐?”“내가 너에게 그렇게 잘해줬는데, 어찌 나를 이렇게 대하느냐!”“여봐라! 아노를 끌고 가서 몰매를 쳐 죽여라!”아노는 놀란 나머지 멍해졌다. 그녀의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낙운희는 즉시 사람을 불러, 아노를 붙잡았다. 하인들은 곤장으로 호되게 아노의 몸을 내리쳤다.아노는 피했지만, 여전히 매를 맞아 온몸이 피투성이 되었다숨이 곧 끊어질 듯, 할 때, 낙운희는 그녀의 콧숨을 확인하더니 말했다: “소저, 이미 죽었습니다.”“시체를 처리하여라!” 낙월영은 냉랭하게 분부했다.“예!”낙월영은 여전히 분이 풀리지 않았다. 엄평소 별원에서 봤던 그 여인이 자꾸 떠올랐다. 그 여인은 도대체 누구인가? 엄평소는 왜 그녀를 그렇게 신경 쓰는가?생각하면 할수록 더욱 화가 났다. 낙월영은 분에 못 이겨 방 안의 물건을 마구 집어 던졌다.--밤이 되었다.낙청연은 방안에서 다리를 꼬고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다.침상에 누워있던 그 사람은, 드디어 깨어났다.아노는 눈을 뜨더니, 낯선 환경을 보고 벌떡 일어나 경계했다. 그녀는 의자에 앉아있는 낙청연을 보더니, 안색이 확 바뀌었다.몸의 극심한 통증으로
지초는 몹시 의문스러웠다: “왕비마마, 그런데 왜 바로 조건을 말씀하지 않으십니까? 앞으로 왕비 마마의 사람이 되어 달라고 바로 말씀하지 않으십니까?”낙청연은 웃으며 말했다: “내가 만약 먼저 조건을 말하면, 그녀는 오히려 내가 다른 속셈이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지금은 그저 잘해주기만 하면 된다. 그녀가 미안해할 정도로 잘해주고, 나를 위해 뭔가를 해서 은혜를 보답하지 않으면 양심의 가책을 느낄 정도로 잘해주면 된다!”“이것이 바로 사람의 마음을 얻는 법이다.”문득 깨달은 지초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런 거였습니까! 저도 한 수 배웠습니다!”그래서 며칠 동안 낙청연은 더 이상 아노를 보러 가지 않았다.지초도 매일 밥과 약을 갖다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아노가 몸을 움직일 수 있자, 그녀는 정원에서 걸어 나왔다. 하지만 자신을 지키는 사람도, 막는 사람도 없었다.그녀는 정원에서 나와, 멀지 않은 곳에 앉아 햇볕 쬐고 있는 낙청연을 보았다.낙청연은 누군가 앞에서 걸어오는 것을 느끼고, 눈을 떴다.“무슨 일이냐?” 낙청연은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그녀를 쳐다보았다.아노는 우두커니 서서 어떻게 물어봐야 할지 몰라서 망설이었다.이곳에 붓과 종이가 없었기 때문이다.낙청연은 눈썹을 들썩이더니 물었다: “걸어 다닐 수 있는 걸 보니, 떠나고 싶은 모양이구나? 바로 뒷문으로 나가면 된다. 누구도 너를 막지 않을 것이다.”이 말을 들은 아노는 잠깐 멍해졌다.그녀는 놀란 표정으로 낙청연을 쳐다보았다.낙청연은 웃으며 말했다: “왜 너를 구하고, 너를 붙잡지 않는지 묻고 싶은 것이냐?”아노는 고개를 끄덕이었다.낙청연이 대답했다: “네가 참 불쌍한 사람이라고 느껴지더구나! 낙월영을 위해 그렇게 오랫동안 목숨을 걸면서, 한 번도 자유를 느껴본 적이 없는 네가 참 안타깝더구나.”“나는 너를 강요하고 싶지 않다. 가든지 남을지는 모두 네 마음대로 결정하거라.”“하지만 만약 급하지 않다면 좀 더 기다리다가 가거라. 너의 목을 치료하는 약을 지
”내 방으로 가서 얘기하자 꾸나!” 낙청연은 아노를 데리고 방으로 갔다.그리고 종이 한 묶음을 아노에게 가져다주었다.아노가 다행히 글을 쓸 줄 알았다. 그렇지 않으면 의사소통이 어려웠을 것이다.낙청연은 인내심 있게 아노가 종이에 쓰는 글을 기다리고 있었다: 낙 승상은 도사를 불러 당신 어머니를 진압했습니다.낙청연은 글을 보고 얼굴빛이 확 바뀌었다. “뭐라고?”아노는 계속 서 써내려 갔다: 구체적인 상황에 대해서는 저도 잘 모릅니다. 당신이 친정에 첫인사를 왔다 간후 얼마 되지 않아, 낙해평은 도사를 불러 진압했습니다. 구체적인 위치는 저도 잘 모릅니다.낙청연은 문득 생각났다. 그때 어머니의 관을 파헤쳤을 때, 그 안에 시신이 없었다.지금 생각하니, 어머니가 살아있는 게 아니라, 낙해평이 다른 곳으로 옮겨 진압한 것이었다.“너는 낙가에 오랫동안 있었는데, 나의 어머니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 것이냐?”아노는 다음과 같이 썼다: 저는 잘 모릅니다. 낙해평은 저를 둘째 소저의 호위로 사 습니다. 가끔 둘째 소저가 뭘 하고 있는지는 물어도, 다른 일은 저에게 알려주지 않았습니다.낙청연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낙해평이 너를 낙월영 곁에 안배했으면, 그럼,전에 하완의 일은?”아노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또 글을 썼다: 낙 승상은 하완의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알고 있었습니다. 낙 승상이 저더러 약으로 하완을 통제하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둘째 소재는 이 일을 모르고 있습니다.낙청연은 순간 등골이 오싹해 났다. 이 낙해평은 정말 대단하다.자신이 제일 사랑하는 딸까지 속이고 있었다.“아, 그리고 낙월영이 갖고 있는 그 향낭, 내 어머니의 유품 이야, 낙월영이 어디에 숨겼느냐?”낙청연은 생각했다. 향냥을 숨긴 곳을 알면 낙운희더러 훔쳐 오라고 할 수도 있는데.아노는 썼다: 향낭 안의 물건을 낙월영은 이미 꺼냈고, 향낭은 섭정왕에게 주었습니다. 꺼낸 물건을 어디에 숨겨놨는지는 저도 잘 모릅니다. 낙 승상은 그 물건으로 섭정왕에게 접근할 수 있다고 낙
“왕비 마마께서 왕야가 아시면 안 된다고 하셨습니다.”“욕망을 참을 수 없는 약을 만든다고 하셨습니다.”소유는 곤혹스러운 얼굴로 미간을 잔뜩 구기며 말했다.부진환은 갑자기 손이 멈춤과 동시에 손가락이 저도 모르게 떨렸다.“무슨 약이라고?”소유는 고개를 숙였다.“욕망을 참을 수 없는 약이라고 했습니다!”“왕비 마마께서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대체 어떤 약인지는 저도 모릅니다!”부진환은 그 말을 듣고는 미간을 팍 구겼다.“알겠으니 이만 가보거라.”“네.”소유는 급히 물러났다.부진환은 안색이 흐려져 미간을 구겼다. 낙청연은 대체 뭘 하려는 걸까?부진환은 대체 어떤 욕망을 참을 수 없는 약인지 지켜볼 셈이었다!-낙청연은 이틀 내내 바삐 돌아쳤고 결과적으로 욕선혼(慾仙魂)을 만들어냈다.무색무취의 그것은 술이나 차에 완벽히 섞여 절대 발각되지 않을 수 있었다.그리고 의외의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낙청연은 직접 해독약을 한 병 만들었다.약선혼의 배합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었고 해독약 또한 여러 가지가 있었다. 약선혼을 쓴다면 해독약을 만들 새가 없을 것이다.약까지 만들었고 이제 남은 것은 시기였다.화창한 날씨에 낙청연은 또 정원에서 햇볕을 쬐었다. 그녀는 등 어멈에게 물었다.“최근 수도에 연회를 베푸는 사람이 없는 것 같구나.”등 어멈이 대답했다.“지금은 꽃이 피는 시기이니 많은 사람이 꽃구경을 위해 연회를 베풀 것입니다.”낙청연은 고개를 저었다.“그런 연회는 안 된다. 날 초청하는 사람도 없으니 직접 찾아갈 이유가 없지 않으냐? 누군가 혼인을 올리거나 생신 연회를 베풀면 좋을 텐데.”등 어멈은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엄씨 가문의 여식이 보기 드문 품종의 꽃을 태후 마마께 선물해 드렸다고 합니다. 며칠 뒤면 궁에서 꽃구경을 위한 연회를 베풀 것입니다.”“그렇지만... 아무도 왕비 마마를 초청하지 않았으니...’태후가 베푸는 연회였고 태후와 왕비의 관계를 생각해 봤을 때 태후는 아마 왕비를 초청하지 않을 것이다.낙청연은
낙청연은 신경 쓰지 않고 술을 마신 뒤 음식을 집었다.“최근 할 일이 없습니다.”“날씨도 풀려서 화창하고 꽃도 피었더군요.”부진환은 미간을 구겼다. 술을 마셨는데도 아무런 이상이 느껴지지 않았다.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충 대꾸했다.“그래.”부진환은 또 한 번 식탁 위의 음식을 쳐다봤다. 설마 음식에 약을 넣은 것일까?부진환은 이번에 음식을 한 그릇, 한 그릇 비우기 시작했다.낙청연은 부진환이 다급히 음식을 먹자 살짝 놀란 얼굴로 말했다.“많이 배고프십니까?”부진환은 덤덤히 대꾸했다.“조금 배고프구나.”그녀는 부진환의 앞에 그릇을 놓아주었다.“그러면 많이 드세요.”부진환은 미간을 구겼다. 설마 이 요리에 약을 넣은 것일까?역시나, 부진환은 그 음식을 집어 먹었다.“궁에서 꽃구경을 위한 연회를 베푼다고 하던데 왕야는 거기에 가십니까?”낙청연이 본론을 꺼냈다.사실 그녀는 부진환이 이러한 연회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가고 싶었다.낙청연이 가지 않는다면 낙월영에게 그녀를 해칠 기회를 줄 수 없지 않은가?그러나 태후가 주최한 연회이니 초청이 없다면 갈 수 없었다.부진환은 덤덤히 대꾸했다.“난 그런 것에 관심 없다.”역시나 부진환은 갈 생각이 없었다.낙청연은 다시 부진환에게 술을 따라주었다.“요즘 할 일도 없는 데 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기분 전환한다고 생각하면 되지요.”부진환은 술잔을 힐끗 보았다. 설마 손톱 안에 약을 숨겨두었다가 지금 약을 쓰려는 걸까?그는 술을 단숨에 마셨다.“할 일이 없긴, 난 할 일이 많다.”술을 마셨는데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낙청연은 대체 어디에 약을 탄 것일까?“태후 마마께서 주최한 연회이니 아마 엄씨 가문의 여식을 또 황후로 만들 셈일지도 모르지요. 만일에 대비하기 위해 가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낙청연은 다시 부진환에게 술을 따라줬다.부진환의 미간이 더욱더 좁혀졌다. 그는 또 한 번 술을 마셨지만 역시나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낙청연은
이어진 이틀 내내 부진환은 외출하지 않고 왕부에서 정무를 처리했다.그렇게 낙청연에게 기회가 생겼다.이제 7일 뒤면 연회가 시작되니 반드시 그사이 부진환이 허락하게 만들어야 했다.그렇게 낙청연은 아주 적극적으로 부진환에게 음식을 가져다주고 부진환의 서방에 세, 네 번씩 들락날락했다. 오직 연회에 참석하기 위해서 말이다.부진환은 그녀가 가져간 음식과 차에 관심이 아주 많은 듯했다. 매번 가져갈 때마다 아주 깔끔히 먹어 치웠고 낙청연은 의아했다.그러나 부진환은 여전히 승낙하지 않았다.낙청연은 너무 이상해서 셋째 날에는 음식을 보내지 않았다.그런데 부진환이 먼저 그녀를 찾아왔고 낙청연 처소의 음식을 먹어보고 싶다고 했다.같은 요리사가 한 음식인데 뭐가 다르다고 그러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낙청연은 부진환이 갑자기 머리가 나빠진 건지 아니면 어디 아픈지 의문이 들었다.그렇게 낙청연의 처소에서 음식을 먹은 뒤, 부진환은 다음 날 또 찾아왔고 낙청연은 지초에게 음식과 차를 전부 거두어가라고 했다.그렇게 부진환은 차 한 잔도 얻어 마시지 못했다.부진환은 인내심이 전부 닳았다. 낙청연에게 그렇게 많은 기회를 줬는데 왜 아직도 약을 타지 않는 건지 알 수 없었다.“차는?”부진환이 불쾌한 얼굴로 지초에게 물었고 지초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낙청연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오늘은 차를 우리지 않았습니다.”“차를 우리지 않았다고? 내가 왔는데 차 한 잔도 없는 것이냐?”부진환은 믿기 어려웠다. 그에게 약을 먹이기 위해 기회를 틈타야 하지 않는가?낙청연 또한 인내심이 다 닳아 탁자를 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왕야, 이제 그만하시지요. 매일 여기서 음식과 차를 얻어 마시지 않았습니까? 사람이 염치가 있어야지요. 제가 매일 받들어 모시니 아주 편하신가 봅니다!”“얼굴이 왜 그렇게 두껍습니까?”그 연회 때문에 낙청연은 부진환에게 며칠이나 매달렸다. 그런데 부진환은 전혀 승낙할 생각이 없는 듯했다.그런데 이제는 그녀를 찾아와 차
“나는 더 이상 당신의 상대가 안 되오.”낙요는 고개를 돌려 바둑판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당신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바둑을 두며 답답함을 풀기 위해서요.”부진환은 바둑알을 하나하나 거두었다.낙요는 실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햇빛이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왔다.“그러고 보니, 나의 답답함을 풀 사람은 당신뿐이오.”“심시몽은 어의원의 심사를 통과하고 정식으로 어의원에 들어가게 되었소. 그리고 강소풍의 집안에서도 그들의 혼사를 승낙하여 두 사람은 곧 혼사를 올릴 것이오.”“갑자기 심면과 낙현책도 혼사를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소.”부진환이 웃으며 말했다.“일찍이 혼인할 나이가 되었지만, 아이들도 조급해하지 않는데 왜 그렇게 걱정하오?”낙요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여유롭게 말했다.“걱정하지 않소. 대소사를 모두 당신이 걱정하고 있지 않소? 초경의 수위가 있으니, 몇 년이 지나도록 용모가 변하지 않았소. ”“나 같으면 그렇게 걱정을 많이 했으니, 일찌감치 늙었을 것이오.”몇 년 동안 부진환은 그녀를 도와 적지 않은 조정의 일을 분담했다.그녀도 부진환의 동반에 습관이 되었다.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진환을 바라보며 손바닥에 턱을 괴고 물었다.“이 나이가 되니,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을 후회하오?”“걸을 수 없을 정도로 늙었을 때, 다른 사람의 자식들이 단란히 모여있는 것을 부러워할 것이오? ”부진환은 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후회하지 않소.”“사람은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되오.”“게다가 당신은 여제요. 당신이 늙었다고 해도 누가 감히 푸대접하겠소?”“당신이 조용히 지내는 것이 좋다고 하면 난 당신과 함께 있을 것이오. 초경의 수위로 늦게 늙는다고 하지 않았소? 앞으로 당신이 늙으면 내가 당신을 부축하고 업고 다닐 것이오.”낙요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참 좋소.”이듬해 가을.심시몽은 강소풍과 혼사를 올렸고 어의원 5품
강소풍은 고개를 끄덕이다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아니오. 그런 뜻이 아니오. 어머니께서는 마음에 들어 하셨소.”설명할수록 강소풍은 상황이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심시몽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여전히 그를 위로했다.“자네의 뜻을 알고 있소. 설명할 필요 없소.”“시몽... 미안하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 방법을 강구하여 어머니에게 자네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오. 분명 어머니도 자네를 받아들일 것이오. ”그 말에 심시몽은 살짝 놀라 의아한 듯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나와 헤어지려는 것이 아니었소?”심시몽은 강소풍이 특별히 그녀를 찾아와 이 일을 설명하는 것을 보고, 그녀와 연을 끊으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아니요. 그럴 리가 있소.”“나는 단지 이전의 약속을 지킬 수 없을 뿐이오. 이번 달 안에 혼담을 꺼낼 수 없을 텐데, 나를 기다려줄 수 있소?”“말재주가 좋지 않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소. 어머니께서는 자네가 연약하고 힘없다고 생각하시오. 앞으로 내가 출정하면 자네가 홀로 집안을 지킬 텐데, 우리에게 좋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하시오.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대충 뜻을 알아차렸다.“어머니께서는 문무를 겸비한 며느리를 원하고, 자네와 함께 전쟁터에 나가서 떨어져 있지 않아도 되기를 원하시오.”“나는 비록 무공을 할 줄 모르지만, 그래도 해낼 수 있소.”고개를 들어 올린 심시몽의 눈빛은 밝았다..강소풍은 놀라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정말이오? 여전히 나와 함께 있고 싶소?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심시몽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를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어찌 쉽게 포기할 수 있소? 자네가 포기하더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강가는 장군 집안이라 분명 우리 언니와 같은 여인을 좋아할 것이오. 난 비록 언니와 비길 수 없지만 그래도 노력할 것이오.”“여제께서 나에게 약옥을 주었소. 만약 순 의원과 의술을 배울 수 있다면 어의원에 들어갈 기회가 있소.”“성공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약간 의아해했다.“공주는 저를 탓하지 않습니까...”“그분은 공주시다. 천하를 품고 있는데, 어찌 네가 범한 작은 잘못을 추궁할 리 있냐?”“지금 너의 변화를 보면 공주도 더 이상 너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차려야 할 예의는 없어서는 안 된다. 시간이 나면 공주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거라.”심시몽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예. 내일 가겠습니다.”“저는 먼저 약옥을 넣고 의관에 가겠습니다.”심시몽은 기쁜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고, 의기양양한 분위기를 풍겼다. 조금도 방금의 의기소침함이 없었다.심면도 기뻤다.모두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 같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강소풍이 집에서 어머니와 싸우고 있었다.“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너를 현학서원에 보내 양성하는 것도 앞으로 네가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너도 마땅히 너와 어울릴 만한 부인을 얻어야 한다. 너와 전장을 누비며 적을 죽이는 그런 사람 말이다.”“힘없이 연약하게 집안에서 서방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그런 평범한 아가씨는 안 된다.”“이전에 그 심시몽을 위해 집안의 빙천영지를 훔쳤고, 심지어 벌을 받고도 물건이 어디로 갔는지 말하려 하지 않았다. 난 그때부터 심시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그 아이와 혼사를 올리려는 것이냐?”“말도 안 된다!”강부인은 단호한 태도로 조금도 말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강소풍은 내키지 않는 듯 반박했다.“심시몽이 평범하다니요? 어떻게 평범하다는 말입니까? 심시몽은 그저 무공이 부족할 뿐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무예를 익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하물며 그녀의 언니는 이미 태자로 봉해졌습니다. 그러니 심시몽도 좋은 아가씨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지 않습니까?”강부인은 콧방귀를 뀌었다.“언니는 언니이고, 심시몽은 심시몽이다. 어찌 동일하게 논할 수 있겠냐?”“강가는 권세에 빌붙지 않고, 심시몽의 언니가 태자라는 것을 봐서 그녀를 맞이하려
“나중에 자네가 신의가 될지도 모르오.”심시몽이 웃으며 말했다.“자네의 좋은 말대로 되길 바라오.”모두 술을 마시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심면이 임계천에게 물었다.“자네는? 어디로 가고 싶소?”“나라에 보답할 수 있다면 어디든 좋소.”임계천이 담담하게 웃었다. 그는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었기에 그저 궁의 안배를 기다리고 있었다.다들 기분이 좋았고 투지가 넘치고 미래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 차 있었다.술을 너무 늦은 시각까지 마셔서 그들은 심가에서 묵었다.오전이 되자, 각 집안의 하인들이 부랴부랴 사람을 찾아왔다. 몇 사람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지만, 여전히 집으로 끌려갔다.궁에서 명을 받았기 때문이다.강소풍은 금군 기사영 통령으로 봉해져 도성과 황궁의 안위를 지키게 되었다.임계천은 형부로 전근되었다.소우청과 봉함선은 수주의 군영 부장군으로 명을 받았다.소우청의 행처는 그의 아버지 소진오가 좋은 경험을 하기를 바라며 부탁한 것이다.낙요는 봉함선이 여인이기에 그녀를 그렇게 멀고 험한 곳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주동적으로 수주에 갈 것을 청구했다.봉함선이 말했다.“여국은 역대로 여 장군이 없었습니다. 저는 첫 번째 여장군이 되고 싶습니다.”“만약 힘들고 험한 곳이 아니라면 어찌 제가 포부를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낙요는 그녀의 담력과 야심을 높이 사고 그녀의 청을 승낙했다.“나는 네가 여국의 첫 번째 여장군이 되기를 기대한다.”이들 외에 현학서원의 다른 학생들도 그들로 하여금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행선지를 얻었다.유독 심시몽에 대해, 낙요는 따로 안배를 해주지 않았다.백서가 걱정했다.“어찌 유독 심시몽만 얘기가 없으십니까? 심시몽이 알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입니다.”낙요가 웃었다.“아니다. 이미 심면을 시켜 심시몽에게 한가지 물건을 보냈다.”백서는 살짝 놀랐다.“일찍이 계획이 있으셨군요.”이때의 심시몽은 홀로 넋을 잃고 연못가에 앉아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마치 흩날리는 낙엽처럼 어수
유생이 드디어 알아차렸다.“그랬구나. 내가 어찌 이걸 잊은 것이냐.”“난 정말 운이 좋은 것 같구나. 이렇게 운 좋게 제사장 자리를 주울 수 있으니.”심면이 답했다.“아닙니다. 전에 제가 청주 전쟁에서 조난했을 때, 제자들을 통솔해 적과 싸우지 않았습니까? 현책보다 능력이 훨씬 뛰어났습니다.”“사저가 소제사장이 되는 것이 가장 적합합니다.”이렇게 칭찬하는 것을 듣고 유생은 쑥스러워하며 낙현책을 힐긋 쳐다보았다.“네가 이렇게 말하면 낙현책이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낙현책이 웃으며 답했다.“그녀가 말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너는 나보다 대제사장이 더 잘 어울린다.”“나는 무학에서 너보다 좀 나을 뿐이다. 정말 대제사장이 되려면 너보다 잘할지 모를 일이다.”“다만 제사장 일족의 심사에는 이런 것이 없었다.”“하물며 나도 대제사장이 될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단지 여제가 기뻐하기를 바랄 뿐이다.”이 말을 듣고 유생은 마음이 놓였다.“불쾌하지 않았다면 다행이구나. 권력과 지위 앞에서 네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구나!”“한 잔 권하마!”유생이 술잔을 들었다.바로 이때, 갑자기 대문이 열렸고, 사람이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목소리가 들렸다.“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왜 벌써 마시는 것이오?”“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니, 의리가 없소!”몇 사람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강소풍과 임계천이 술병을 들고 오는 것이 보였다.“오늘 밤 다들 왔구나!”“자, 심면과 유생을 위해 한 잔 하세!”모두 자리에 앉아서 잔을 들어 함께 마셨다.그렇게 한참 마시다 보니 술에 취한 강소풍이 흥분한 듯 입을 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심가에 겹경사가 닥칠 것이오.”모두 멍해졌다.강소풍은 낙현책과 심면을 바라보았다.“여제가 두 사람의 일을 인정했으니, 언제 혼사를 치르는 것이오?”심면은 갑자기 얼굴을 붉어지며 황급히 강소풍에게 술을 따라주었다.“술을 마셔도 자네의 입을 막지 못한 것이오?”
“저희가 어찌 가족입니까?”“50냥의 이득을 본 걸 후회한다면서요?”이 말이 나오자 다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들은 그제야 유생이 그날 밤 그들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어쩐지 상자를 도둑맞았더라니.유룽은 체면을 깎으며 사과했다.“유생아, 우리는 한 가족이니 티격태격하는 것도 정상이다. 그러나 다들 나쁜 생각은 없다.”“이전의 일은 모두 나의 잘못이다. 이렇게 너희들에게 사과하마!”“오늘 저녁 집으로 돌아가자. 너를 위해 잘 경축해야지 않겠느냐!”둘째아버지와 셋째 아버지도 모두 따라서 사과했다.집안 재산을 나누겠다고 얘기한 그날 그들이 각박한 만큼 지금 아주 자상했다.“유생아, 집으로 가자. 지나간 일은 잊고, 우리 가족 다시 시작하는 게 어떠냐?”“그래. 가족이 함께 지내면 얼마나 시끌벅적하냐? 따로 이곳에서 지내면 쓸쓸하지 않으냐?”“우리 집에 좋은 술도 두 병 간직하고 있는데, 유생을 축하하러 오늘 꺼내마!”유생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차분하고 차갑게 말했다.“다들 시간 낭비하지 마십시오.”“집안 재산을 나누고 연을 끊었는데, 어찌 번복할 사람이 있겠습니까?”“잘살든 못살든 더 이상 유가와 관계가 없습니다.”“다들 가시지요. 굳이 우리 집 앞에서 매달리려 한다면, 관아에 신고할 것입니다.”말을 마치고 유생은 방안으로 돌아와 차갑게 문을 닫았다.문밖의 사람들은 후회에 휩싸였다.게다가 둘째는 첫째를 원망하기 시작했다.“형님 탓입니다. 제사장 자리가 발표되기도 전에 넷째네를 쫓아내더니, 지금은 어떻게 하려는 것입니까?”셋째도 불평했다.“유생은 앞으로 대제사장이 될 것이오. 앞으로 유생 덕을 보긴커녕 이렇게 소란을 피웠으니, 앞으로 우리를 난처하게 할 수도 있소...”유롱은 짜증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어찌 또 내 잘못이 되었냐?”“애초에 심사 결과가 나오자, 다들 하나하나 달려와서 유생네가 끝났다고, 그들 일가를 헛되이 잘해줬다고 하지 않았냐? 너희들이 모두 동의했기 때문에 넷째 일가를 쫓아낸 것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매우 놀랐다.유가 사촌들은 냉기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유생도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왜 제가...”왜 낙현책이 아닌가?장 총관이 웃으며 말했다.“어서 명을 받으시지요. 소제사장”유생은 정신을 차리고 마음속으로 미친 듯이 기뻐하며 얼른 명을 받고 고마움을 전했다.장 총관은 자리에 있던 병사들을 힐긋 보고 유생에게 친절하게 물었다.“소제사장,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제가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까?”유생은 웃으며 말했다.“필요 없습니다. 고맙습니다!”“어찌 사양하십니까? 제가 필요한 곳이 없다면, 이만 궁으로 돌아가 명을 전해야 합니다.”“예. 바래다 드리겠습니다.”유생은 장 총관을 골목 밖까지 배웅했다. 장 총관이 의미심장하게 일깨워주었다.“아가씨는 아직 소제사장의 권력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도성에서 제사장의 권력은 여제와 대제사장에 버금갑니다.”“태자와 동등한 권력입니다.”“이런 사소한 일은 직접 처리할 필요도 없으니, 제게 한마디만 분부하면 됩니다.”유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일깨워 줘서 고맙습니다.”“오늘 여제께서 태자도 정하셨습니까? 심면입니까?”장 총관은 고개를 끄덕였다.“예. 심가에 뜻을 전하고 왔습니다.”장 총관을 떠나보내고 유생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선택받을 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분명히 낙현책한테 졌기 때문이다.심면도 태자로 봉해져서 참 좋았다.오늘 밤 심면을 찾아 축하하려면,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문밖으로 돌아갔다.병사들은 즉시 공손한 태도를 바꾸어 그녀에게 예를 올렸다.“소제사장, 오늘 분명 오해일 것입니다. 저희는 먼저 떠나겠습니다.”유생이 차가운 소리로 호통을 쳤다.“멈추거라!”그들은 뻣뻣하게 자리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땀을 뻘뻘 흘렸다.제사장의 말 한마디에 그들은 직무를 잃을 수도 있다.“수사를 더 해야 하는 거 아니오? 안 하시오?”“저희가 감히 소제사장의 집을 수색할 용기가 어디 있겠습니까? 오
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궁을 나가려던 참이다. 함께 가자.”유생은 단번에 알아차렸다.“심면을 찾으러 가는 것이냐?”“심사 결과가 나온 후, 심면을 만나지 못했구나.”“심면도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낙현책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그런가 보구나.”“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하거라.”“그래.”두 사람이 함께 궁으로 나온 후 유생은 바로 집으로 돌아갔고 낙현책은 심면의 집으로 향했다.유가의 골목에 도착하자마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관아의 사람들이 유생의 집 앞을 막고 그녀의 부모님을 잡고 그들을 관아에 데리고 가려 했다.옆에는 그녀의 사촌들이 있었다.안색이 바뀐 유생은 다급히 달려갔다.“그만하시오!”“뭐 하는 것이오?”유생은 바로 부모님을 뒤에 감쌌다.유롱은 화가 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뭐 하냐니? 집안 재산을 나누었으니, 유가와 이젠 연이 없는 것이다. 집안 재산도 주지 않겠다고 했는데, 어찌 유가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냐? 그 상자에는 족히 수십만 냥이 있다!”“감히 너희랑 아무 연관도 없다고 할 수 있느냐?”유생은 그들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고, 관리에게 고소할 줄도 몰랐다.“우리가 훔쳤다는 증거라도 있습니까?”“증거도 없이 저희를 잡다니, 법을 따르셔야죠.”유롱이 노발대발하며 말했다.“유가 사람들이 네가 돌아온 것을 봤다!”“변명하지 말거라. 할 말이 있으면 감옥에 가서 변명하거라!”물건을 잃어버리고 그들이 유일하게 의심하는 사람은 유생이다.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들은 그 돈을 되찾으려 했다.“내가 돌아갔다고 돈을 훔쳤다는 것입니까? 농이 심하십니다!”“관청에 따라서 갈 수 있지만, 저희 부모님과는 연관이 없습니다. 증거가 없으면 함부로 사람을 잡을 수 없습니다!”유롱이 화를 냈다.“네 아버지와 어머니도 한패다! 당연히 관아로 데려가야 한다!”“나으리, 그들은 수십만 냥을 훔쳤습니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닙니다. 나리께서 반드시 돈을 되찾아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조영궁.심사 결과가 나온 후 오랫동안 기다리던 낙요는 드디어 낙현책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여제.”낙현책은 고개를 숙이고 여제를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심사 결과가 나온 지 오래됐는데, 어찌 이제야 나를 찾아온 것이냐? 잘 고려한 것이냐?”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을 꿇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이 말을 듣고 낙요는 그의 결정을 알아차렸다.“일단 일어나서 얘기하거라.”낙현책은 무릎을 꿇고 일어나지 않았다.“여제의 가르침을 저버렸습니다. 저는 대제사장 자리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낙요는 다소 실망했지만 그래도 의외는 아니었다.“잘 생각했느냐? 이 일은 번복한 기회가 없다.”낙현책이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오랫동안 심사숙고한 후 내린 결정입니다.”“제가 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지금까지 이렇게 노력했고 최종 심사에서 1등까지 하였는데, 여제를 실망하게 했다.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일으켜 세웠다.“실망하지 않았다.”“네 실력은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어찌 실망했겠느냐? 네가 후회하지 않으면 된다.”“이미 결정을 내린 이상 더 이상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말거라. 마음을 놓고 네 목표를 향해 가거라.”“나는 네 결정을 존중한다!”여제가 화를 내지 않자, 낙현책은 그제야 한숨 돌렸다. 그는 감동에 겨웠다.“고맙습니다.”낙요는 그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동안 심면을 만나지 않았겠구나? 어서 네 결정을 알리러 가거라.”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고 궁을 나갈 준비를 했다.그동안 심면도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에게 있어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누군가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낙현책이 궁을 나서려는데 제사장족 제자가 그를 가로막았다.“유생이 궁에서 자네를 기다리고 있소.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소.”“급한 일? 알겠소.”유생은 그동안 궁에 있지 않았다. 갑자기 궁으로 찾아온 것을 보아, 중요한 일이 있는 듯했다.먼저 그녀를 만나고 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