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에 아무도 없자 우유는 랑심을 엄호해 몰래 낙청연의 방으로 향했다.방문을 닫은 뒤 우유는 마당 밖을 어슬렁거리며 망을 봤다.랑심은 안절부절못하며 방으로 들어갔다.낙청연은 의자에 앉아 한가하게 차를 마시면서 대수롭지 않은 듯 입을 열었다.“역시나 왔구나.”랑심은 분노와 증오 가득한 눈빛으로 그녀를 쏘아봤다.“온심동을 찾으면 그녀와 연합하여 날 죽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것이냐? 아니면 온심동이 네가 조종당하는 일을 해결해 줄 거라 생각한 것이냐?”“내가 알려주마. 온심동은 네가 무엇에 조종당하는지조차 모른다.”“만약 네가 나에게 조종당한다는 걸 온심동이 알게 된다면 그녀는 당장 널 죽일 것이다.”랑심은 주먹을 꽉 쥐었다.그것은 그녀의 목적이 맞았다. 낙청연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전부 맞춘 것이다.“대체 무슨 얘기를 하려고 날 여기로 부른 것이냐?”낙청연은 입꼬리를 끌어올리면서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네게 살 기회를 주려는 것이다.”“나 대신 일을 하나 해준다면 일이 끝난 뒤 네게 해독약을 주겠다. 그러면 넌 자유를 되찾게 되겠지. 하지만 앞으로 절대 여국에 발을 들이지 말아야 한다!”“널 조종하는 그 약물은 내가 독자적으로 만든 것이라 나 말고는 아무도 널 구할 수 없다.”그 말에 랑심은 심장이 철렁했다. 그녀는 놀란 표정으로 낙청연을 바라봤다.“내게 자유를 주겠다고?”랑심은 낙청연의 말을 믿기 어려웠다.낙청연은 웃음을 터뜨렸다.“믿을지 말지는 네가 결정하거라.”“어차피 네게는 다른 선택이 없을 테니 말이다.”낙청연의 무심한 말투와 덤덤한 눈빛을 보니 랑심을 괴롭히는 것에 흥미를 잃은 듯했다.어쩌면 랑심이 안중에도 없기 때문에 해독약을 주려는 걸지도 몰랐다.랑심은 더욱더 굴욕감을 느꼈다.하지만 이러한 상황이기에 낙청연의 말이 더욱 믿음직스러웠다.“내가 뭘 했으면 하는 것이냐?”낙청연은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녀는 랑심이 동의할 줄 알았다.“가까이 와보거라.”랑심은 두 걸음 나아가서 허리를 굽혔다.낙청연은
온심동은 살짝 긴장됐다.낙청연은 며칠간 아무 짓도 하지 않았고 온심동이 이곳의 모든 걸 손수 준비했기에 낙청연은 손을 쓸 기회가 없었다.그러니 별 탈 없을 것이다!곧이어 온심동은 긴장을 조금 풀고 말했다.“제례를 시작하겠습니다!”온심동은 방울을 달고 붉은 실로 감은 목검을 들고 흔들기 시작했다.검무가 끝난 뒤 장검을 휘두르자 대야 안의 부적에 불이 붙었다.“폐하, 황후 마마, 향을 올려 천지에 제사를 지내십시오.”“천지신들의 가호로 내년 여국은 재앙이나 화가 없고 모든 게 순조로울 것입니다!”곧이어 황제와 황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들은 앞으로 나와 향을 한 대 들고 절을 한 뒤 향로 안에 향을 꽂았다.그런데 그 순간, 폭발음이 들렸다.향안 위 향로가 폭발하며 날아가 황후의 몸에 부딪혔다.“아!”황후가 바닥에 쓰러졌다.주위는 삽시에 혼란스러워졌고 한 무리의 사람들이 달려들어 황후를 일으켜 세웠다.“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황제는 긴장한 어투로 황후에게 물었다.“황후, 다친 데는 없소?”황후가 소매를 걷어올리자 팔에서 피가 흐르는 게 보였다.조용하던 제례가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졌다.사람들은 대경실색하며 의논이 분분했다.“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왜 갑자기 폭발했답니까?”“불길한 징조인가 봅니다.”“그동안 제례에서 이런 문제가 생긴 건 거의 처음이군요.”온심동은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다. 그녀는 당황했지만 애써 침착을 유지하며 앞으로 나서서 말했다.“조금 전에 물건을 잘못 둔 것 갔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폐하!”황제의 안색은 매우 좋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분노를 억눌렀다.“어서 정리하거라! 제례에 문제가 생기면 안 된다!”“네!”온심동은 신속히 점검했지만 그저 그 향로만 중점적으로 확인했다.향로 안의 물건은 이미 엎질러진 뒤였다.온심동은 서둘러 사람을 시켜 향로를 새로 가져오게 했고 자세히 검사한 후에야 괜찮다는 걸 확인하고 제례를 계속 이어갔다.이번에도 황제가 먼저 향을 올렸고 황후는 상처를 입어 옆에
낙청연의 말에 사람들은 경악했고 황제 또한 놀랐다.그날 낙청연은 대전에서 확실히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황제는 믿기 어려웠다. 낙청연의 말이 이렇게 영험하다니?낙청연의 말은 너무 정확했다. 심지어 대제사장도 그녀보다 못했다.다른 사람들도 놀랐고 다들 낙청연에게로 시선을 옮겼다.온심동은 안색이 좋지 않았다. 그녀는 화가 난 얼굴로 낙청연을 노려봤다.“요녀인 네가 한 짓이지!”온심동은 돌아서서 황제에게 말했다.“폐하, 전 낙청연이 여국의 기운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이 모든 건 낙청연 때문에 벌어진 일입니다!”“폐하께서는 절대 낙청연의 말을 믿지 마십시오. 낙청연은 이 기회를 빌려 절 모함하는 겁니다!”“낙청연은 나쁜 마음을 먹었습니다!”낙청연은 코웃음 쳤다.“우습군! 성지로 들어오지 말라고 한 건 대제사장이 요구한 것이 아닌가?”“난 성지에 단 한 걸음도 들어간 적이 없는데 말이다.”“이것마저 내 탓이라 하다니 참 이상하군.”“여기 있는 사람들이 멍청해서 다 속아 넘어갈 줄 아는 것인가?”“대제사장이라는 자가 실력은 없는 것 같군!”온심동은 버럭 화를 냈다.“닥치거라!”온심동은 화를 내며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분명히 이 모든 건 낙청연이 한 짓일 것이다.하지만 온심동은 낙청연이 대체 무슨 짓을 했는지 알 수 없었다.온심동은 분명 처음부터 끝까지 낙청연을 경계했다. 그런데 낙청연은 어떻게 성공한 것일까?바로 그때, 황제가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됐다. 여기는 너희가 싸우라고 있는 곳이 아니다.”“둘 중에 누가 더 실력이 강한지는 상관없다. 짐은 오늘 이 제례를 순조롭게 진행하는 사람에게 상을 줄 것이다!”온심동이 곧바로 입을 열었다.“폐하, 제가 처음부터 다시 제례를 진행하여 속죄하겠습니다!”낙청연이 곧바로 막았다.“조금 전에 두 번이나 사건이 터졌습니다. 두 번째는 첫 번째보다 더 심각했지요. 폐하께서 또 한 번 대제사장에게 맡기신다면 아마...”낙청연의 의미심장한 말에서
황제가 제사를 마치고 나니 황후의 차례가 되었다.마찬가지로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그로 인해 황제는 조금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모두 제사를 지냈으니 제례 또한 끝났다.그 자리에 있던 해 영감이 입을 열었다.“오늘 일은 대제사장과 관련이 있는 듯 하군요.”“대제사장의 실력은 전대 대제사장과 차이가 너무 큽니다. 그리고 대제사장 스승의 시험도 통과하지 못했지요.”“이러한 실력으로는 대제사장의 자리를 얻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됩니다.”해 영감의 말에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의논하기 시작했다.온심동의 실력에 의문을 품은 건 해 영감뿐이 아니었다.온심동은 바짝 긴장해서 불안에 떨었다.황제는 잠깐 머뭇거리다가 말했다.“이 일은 다음에 얘기하지.”“오늘은 일단 제례를 순조롭게 끝내야 한다!”말을 마친 뒤 황제는 온심동을 바라봤다.“대제사장, 성수를 하사할 시간이다. 또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니겠지?”온심동은 다급히 앞으로 나섰다.“네! 절대 문제없을 겁니다!”곧이어 성수를 얻기 위해 사람들은 길게 줄을 서고 성지로 진입했다.낙청연은 참여하지 않았다.그녀는 이미 목적을 달성했다.대제사장의 자리는 그렇게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제례에 문제가 생기면 대제사장은 책임을 피할 수 없었다.그렇게 여러 번 문제가 생기다 보면 온심동은 대제사장의 자리에서 내려와야 했다.성수를 하사하는 과정은 매우 순조로웠다.성수를 얻은 사람들은 다들 들떴고 황제와 황후에게 감격했다.그들에게 있어서 이것은 복이었다.그러나 오직 낙청연만이 그것이 독약보다 더 독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들 중 한 사람이 낙청연의 시선을 사로잡았다.아토!그는 오늘 가면을 바꿨지만 낙청연은 단번에 그를 알아봤다.아토가 성수를 마시려 한다고?그럴 순 없었다!대열은 빠르게 앞으로 나아갔고 아토도 곧 성지로 들어갔다.낙청연은 보는 사람이 없을 거라고 생각해 그의 팔을 잡았다.그녀는 벙어리를 향해 고개를 저으며 물러나라고 눈치를 줬다.그런데 고묘
낙청연은 꿈쩍하지 않았다.고묘묘는 낙청연을 차갑게 바라보다가 목청을 높였다.“무릎 꿇으시오!”낙청연이 고묘묘에게 무릎을 꿇을 리가 없었다.낙청연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성수를 하사받는 건 여국이 날 받아들인다는 의미인데 공주가 이렇게 거만하게 내게 무릎 꿇으라고 하니 오히려 성수를 받고 싶지 않아졌소,”낙청연의 말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헛숨을 들이켰다.감히 공주에게 저런 말을 하다니, 낙청연은 배짱이 두둑했다. 온심동은 황제와 황후가 가장 아끼는 공주였고, 대제사장 온심동과도 비교할 수 없는 존귀한 지위를 가졌기 때문이다.고묘묘는 적개심 가득한 눈빛으로 낙청연을 노려봤다.“낙청연, 당신이 성수를 원한다고 해서 내가 하사하는 건데 받지 않겠다니? 지금 장난하는 것이오?”“정말 건방지군!”그녀의 호통 소리에 사람들은 움찔했다.하지만 낙청연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차가운 목소리로 반박했다.“공주는 내게 성수를 하사하려는 것이오? 아니면 이 기회를 빌려 날 무릎 꿇게 할 생각이오?”“눈이 달린 사람이라면 다들 알 수 있겠지!”“난 성수를 받을 생각이지 무릎 꿇을 생각은 전혀 없소!”고묘묘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호된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여봐라! 이자를 누르거라!”“오늘 당신은 이 성수를 마셔야 하오. 무릎 꿇고 싶지 않아도 꿇어야 하지!”호위 몇 명이 와서 낙청연의 어깨를 누르며 그녀를 무릎 꿇리려 했다.온심동은 옆에서 의기양양하게 구경을 했다.낙청연은 저항하면서 무릎을 꿇으려 하지 않았다.호위 몇 명이 낙청연의 어깨를 눌렀지만 그녀를 무릎 꿇릴 수는 없었다.“오늘은 제례지. 공주라는 신분이 존귀하다고는 하지만 여기서 이렇게 소란을 피우다가 신들의 노여움을 살까 두렵지 않소?”낙청연이 매서운 어조로 위협했다.바로 그때 황제가 호통을 쳤다.“묘묘! 그만하거라!”“시간이 많이 지체됐다. 서둘러 끝내자꾸나.”사람들은 성수를 하사받은 뒤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감사함을 표시하기 위해 무릎을 꿇으며 은혜에 감사
낙청연은 하마터면 그곳으로 돌진할 뻔했지만 참았다.낙청연은 벙어리를 신경 쓴다는 걸 들킬 수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고묘묘가 분명 벙어리를 난처하게 만들 테니 말이다.그러니 갈 수 없었다.낙청연은 참고 또 참았다. 그러나 고묘묘가 벙어리를 희롱하는 게 보였다.고묘묘는 손을 뻗어 벙어리의 팔을 주물럭대며 일부러 불만스러운 듯 말했다.“왜? 낙청연은 만질 수 있는데 난 만지면 안 되느냐?”“내가 무슨 짐승이냐? 왜 그렇게 날 두려워하는 것이냐?”벙어리가 또 한 번 뒷걸음 쳤지만 고묘묘는 더욱 거리를 좁혔다.“벙어리면서 참으로 건방지구나. 감히 날 거절하는 것이냐?”“이리 오너라!”벙어리는 꿈쩍하지 않았다.“내가 이리 오라고 하지 않았느냐?”고묘묘는 거만한 자태로 도도하게 명령을 내렸다.“내 오라버니의 명령에만 따르는 것이냐? 이따가 오라버니에게 널 내어달라고 하겠다!”“오늘부터 넌 내 사람이다. 네가 또 피할 수 있을지 지켜보겠다!”그 말에 낙청연은 심장이 철렁했고 긴장 때문에 손에 땀이 났다.아토는 벙어리고 융통성도 없으며 무뚝뚝했기에 고묘묘의 손에 들어간다면 절대 편히 지내지 못할 것이었다.낙청연은 기회를 잡아 진익에게서 벙어리를 얻어야겠다고 생각했다.벙어리는 고묘묘 때문에 연신 뒷걸음질 쳤다.의식이 끝난 뒤 황제는 연회를 시작한다고 선포했고 사람들을 데리고 떠났다.황제는 고묘묘를 불렀고 고묘묘는 그제야 벙어리를 놓아주었다.낙청연은 몰래 안도했다.사람들은 그곳을 떠나 화원으로 향했다.침서가 미소 띤 얼굴로 다가와 말했다.“아요야, 참 대단하구나.”“이번에는 또 어떤 수단을 쓴 것이냐? 어떻게 한 것이냐?”낙청연은 그의 말에 긴장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봤다.그녀는 엄숙한 표정으로 침서를 바라보며 말했다.“이런 장소에서는 절 아요라 부르지 말라고 하지 않았습니까?”침서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웃었다.“걱정하지 말거라. 아무도 없을 때만 부르니 말이다.”“뭘 그리 긴장하는 것이냐? 가자꾸나.”다행히 사람들이
침서는 낙청연이 맞은편을 보고 있는 걸 발견하고는 의미심장하게 그녀를 바라봤다.“왜? 마음이 아프냐?”낙청연은 대답하지 않고 시선을 옮겼다.연회가 시작되자 화원에서 음악이 울려 퍼졌다. 노래와 춤이 더해지자 아주 떠들썩해졌다.하지만 연회를 즐기는 많은 사람들은 제례에서 있었던 일을 잊지 않았고 사석에서 그 일을 의논했다.노래와 춤의 영향을 받아 의논 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온심동은 그 소리를 또렷이 들을 수 있었다.의자에 앉은 온심동은 마치 가시방석에 앉은 느낌이 들었다.그녀는 이 연회가 빨리 끝나길 간절히 바랐다.그러나 오늘의 연회는 유난히 길었다.참지 못한 황후는 팔을 다쳐서 몸이 아프다는 핑계로 돌아가서 쉬려 했고, 황제가 그녀를 만류했다.“황후, 오늘 준비된 가무는 아주 훌륭하오. 짐이 황후에게 한 잔 올리겠소!”황후는 덤덤한 표정으로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신첩 술기운을 이기지 못하겠습니다. 몸이 좋지 않아 술을 마시기는 어려울 것 같으니 다음에 시간이 나면 폐하와 함께 한잔하겠습니다.”“신첩 이만 물러가겠습니다.”말을 마친 뒤 황후는 궁녀의 부축을 받으며 자리를 떴다.낙청연은 홀로 남겨진 황제가 아직 술잔을 내려놓지 않은 걸 발견했다.황후가 떠나자 황제는 그제야 천천히 술잔을 내려놓았다. 그의 안색은 좋지 않았다.감히 황제를 이렇게 대하는 건 황후뿐일 것이다.황후는 황제의 총애를 받는다는 이유로 제멋대로 굴었다.황후가 떠난 뒤 고묘묘도 자리를 떴고 떠나기 전에 벙어리를 희롱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고묘묘가 떠나자 낙청연은 안도했다.잠시 뒤 황제도 떠나려고 준비했다.황제가 몸을 일으켰는데 둥근 무대 위로 누군가 천천히 걸어왔다. 그녀는 매혹적인 붉은 치마를 입고 있었고 검은 머리카락은 어깨 위로 드리워져 있었으며 가느다란 허리와 발목을 드러내놓고 있었다.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은방울이 울렸다.순간 넋을 놓은 황제는 다시 자리에 앉아 흥미진진하게 감상하기 시작했다.낙청연 또한 시선을 사로잡혔다. 그 여인은 해 귀비
황제도 공무를 처리해야 한다며 떠났다.해 귀비의 시선은 낙청연에게 닿았다.“나와 함께 옷을 갈아입으러 가자꾸나.”“너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다.”낙청연은 고개를 살짝 끄덕인 뒤 자리에서 일어나 해 귀비를 뒤따랐다.해 귀비의 침궁에 도착하자 해 귀비는 낙청연 한 사람만 곁에 두었고 낙청연은 그녀가 옷을 갈아입는 걸 도와줬다.해 귀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오늘 제례는 네가 꾸민 일이겠지?”“네.”낙청연은 부인하지 않았고 해 귀비는 놀라지 않았다. 그녀는 다만 궁금할 뿐이었다.“온심동이 네가 만족의 왕이라는 약점을 알고 황제에게 널 일러바쳤다는 건 알고 있다.”“안 그래도 널 걱정했는데 능력이 좋더구나. 대전에서 폐하가 너에게 자리를 내어주게 만들지 않았느냐?”해 귀비는 흐뭇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며 웃었다.낙청연은 해 귀비의 허리띠를 해준 뒤 해 귀비와 함께 병풍 뒤에서 나왔다.해 귀비는 느긋하게 연탑 위에 앉았다. 그녀는 연탑에 비스듬히 기댄 채로 물었다.“온심동은 줄곧 널 경계했다. 그런데 대체 어떻게 손을 쓴 것이냐?”“난 천벌 같은 건 믿지 않는다.”“온심동이 정말 인정을 받지 못했다면 작년 제례에서 이미 일이 터졌겠지.”낙청연은 옆에 앉아 여유롭게 차 두 잔을 따르며 설명했다.“온심동의 곁에 있는 랑심입니다.”해 귀비는 깜짝 놀랐다.“랑심이 네 사람이냐?”“온심동을 가지고 논 것이냐?”낙청연은 웃기만 할 뿐 대답하지 않았다. 낙청연이 부인하지 않자 해 귀비는 웃으며 말했다.“정말 대단하구나.”“온심동은 네 상대가 되지 않는구나.”“오늘 일은 그냥 지나갔지만 아무도 이 일을 잊지 않겠지. 넌 대제사장의 명예에 큰 흠집을 냈다.”“얼마 안 있으면 널 대제사장이라고 불러야겠구나!”해 귀비의 눈에서 미처 감추지 못한 웃음기가 보였다.그녀는 이번에 정말로 좋은 맹우를 찾았다.낙청연도 웃으며 말했다.“귀비께서도 오늘 시기를 잘 잡으셨더군요.”“황후가 폐하의 체면을 깎자마자 폐하를 위해 춤을 추셨으니 말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