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청연은 하마터면 그곳으로 돌진할 뻔했지만 참았다.낙청연은 벙어리를 신경 쓴다는 걸 들킬 수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고묘묘가 분명 벙어리를 난처하게 만들 테니 말이다.그러니 갈 수 없었다.낙청연은 참고 또 참았다. 그러나 고묘묘가 벙어리를 희롱하는 게 보였다.고묘묘는 손을 뻗어 벙어리의 팔을 주물럭대며 일부러 불만스러운 듯 말했다.“왜? 낙청연은 만질 수 있는데 난 만지면 안 되느냐?”“내가 무슨 짐승이냐? 왜 그렇게 날 두려워하는 것이냐?”벙어리가 또 한 번 뒷걸음 쳤지만 고묘묘는 더욱 거리를 좁혔다.“벙어리면서 참으로 건방지구나. 감히 날 거절하는 것이냐?”“이리 오너라!”벙어리는 꿈쩍하지 않았다.“내가 이리 오라고 하지 않았느냐?”고묘묘는 거만한 자태로 도도하게 명령을 내렸다.“내 오라버니의 명령에만 따르는 것이냐? 이따가 오라버니에게 널 내어달라고 하겠다!”“오늘부터 넌 내 사람이다. 네가 또 피할 수 있을지 지켜보겠다!”그 말에 낙청연은 심장이 철렁했고 긴장 때문에 손에 땀이 났다.아토는 벙어리고 융통성도 없으며 무뚝뚝했기에 고묘묘의 손에 들어간다면 절대 편히 지내지 못할 것이었다.낙청연은 기회를 잡아 진익에게서 벙어리를 얻어야겠다고 생각했다.벙어리는 고묘묘 때문에 연신 뒷걸음질 쳤다.의식이 끝난 뒤 황제는 연회를 시작한다고 선포했고 사람들을 데리고 떠났다.황제는 고묘묘를 불렀고 고묘묘는 그제야 벙어리를 놓아주었다.낙청연은 몰래 안도했다.사람들은 그곳을 떠나 화원으로 향했다.침서가 미소 띤 얼굴로 다가와 말했다.“아요야, 참 대단하구나.”“이번에는 또 어떤 수단을 쓴 것이냐? 어떻게 한 것이냐?”낙청연은 그의 말에 긴장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봤다.그녀는 엄숙한 표정으로 침서를 바라보며 말했다.“이런 장소에서는 절 아요라 부르지 말라고 하지 않았습니까?”침서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웃었다.“걱정하지 말거라. 아무도 없을 때만 부르니 말이다.”“뭘 그리 긴장하는 것이냐? 가자꾸나.”다행히 사람들이
침서는 낙청연이 맞은편을 보고 있는 걸 발견하고는 의미심장하게 그녀를 바라봤다.“왜? 마음이 아프냐?”낙청연은 대답하지 않고 시선을 옮겼다.연회가 시작되자 화원에서 음악이 울려 퍼졌다. 노래와 춤이 더해지자 아주 떠들썩해졌다.하지만 연회를 즐기는 많은 사람들은 제례에서 있었던 일을 잊지 않았고 사석에서 그 일을 의논했다.노래와 춤의 영향을 받아 의논 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온심동은 그 소리를 또렷이 들을 수 있었다.의자에 앉은 온심동은 마치 가시방석에 앉은 느낌이 들었다.그녀는 이 연회가 빨리 끝나길 간절히 바랐다.그러나 오늘의 연회는 유난히 길었다.참지 못한 황후는 팔을 다쳐서 몸이 아프다는 핑계로 돌아가서 쉬려 했고, 황제가 그녀를 만류했다.“황후, 오늘 준비된 가무는 아주 훌륭하오. 짐이 황후에게 한 잔 올리겠소!”황후는 덤덤한 표정으로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신첩 술기운을 이기지 못하겠습니다. 몸이 좋지 않아 술을 마시기는 어려울 것 같으니 다음에 시간이 나면 폐하와 함께 한잔하겠습니다.”“신첩 이만 물러가겠습니다.”말을 마친 뒤 황후는 궁녀의 부축을 받으며 자리를 떴다.낙청연은 홀로 남겨진 황제가 아직 술잔을 내려놓지 않은 걸 발견했다.황후가 떠나자 황제는 그제야 천천히 술잔을 내려놓았다. 그의 안색은 좋지 않았다.감히 황제를 이렇게 대하는 건 황후뿐일 것이다.황후는 황제의 총애를 받는다는 이유로 제멋대로 굴었다.황후가 떠난 뒤 고묘묘도 자리를 떴고 떠나기 전에 벙어리를 희롱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고묘묘가 떠나자 낙청연은 안도했다.잠시 뒤 황제도 떠나려고 준비했다.황제가 몸을 일으켰는데 둥근 무대 위로 누군가 천천히 걸어왔다. 그녀는 매혹적인 붉은 치마를 입고 있었고 검은 머리카락은 어깨 위로 드리워져 있었으며 가느다란 허리와 발목을 드러내놓고 있었다.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은방울이 울렸다.순간 넋을 놓은 황제는 다시 자리에 앉아 흥미진진하게 감상하기 시작했다.낙청연 또한 시선을 사로잡혔다. 그 여인은 해 귀비
황제도 공무를 처리해야 한다며 떠났다.해 귀비의 시선은 낙청연에게 닿았다.“나와 함께 옷을 갈아입으러 가자꾸나.”“너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다.”낙청연은 고개를 살짝 끄덕인 뒤 자리에서 일어나 해 귀비를 뒤따랐다.해 귀비의 침궁에 도착하자 해 귀비는 낙청연 한 사람만 곁에 두었고 낙청연은 그녀가 옷을 갈아입는 걸 도와줬다.해 귀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오늘 제례는 네가 꾸민 일이겠지?”“네.”낙청연은 부인하지 않았고 해 귀비는 놀라지 않았다. 그녀는 다만 궁금할 뿐이었다.“온심동이 네가 만족의 왕이라는 약점을 알고 황제에게 널 일러바쳤다는 건 알고 있다.”“안 그래도 널 걱정했는데 능력이 좋더구나. 대전에서 폐하가 너에게 자리를 내어주게 만들지 않았느냐?”해 귀비는 흐뭇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며 웃었다.낙청연은 해 귀비의 허리띠를 해준 뒤 해 귀비와 함께 병풍 뒤에서 나왔다.해 귀비는 느긋하게 연탑 위에 앉았다. 그녀는 연탑에 비스듬히 기댄 채로 물었다.“온심동은 줄곧 널 경계했다. 그런데 대체 어떻게 손을 쓴 것이냐?”“난 천벌 같은 건 믿지 않는다.”“온심동이 정말 인정을 받지 못했다면 작년 제례에서 이미 일이 터졌겠지.”낙청연은 옆에 앉아 여유롭게 차 두 잔을 따르며 설명했다.“온심동의 곁에 있는 랑심입니다.”해 귀비는 깜짝 놀랐다.“랑심이 네 사람이냐?”“온심동을 가지고 논 것이냐?”낙청연은 웃기만 할 뿐 대답하지 않았다. 낙청연이 부인하지 않자 해 귀비는 웃으며 말했다.“정말 대단하구나.”“온심동은 네 상대가 되지 않는구나.”“오늘 일은 그냥 지나갔지만 아무도 이 일을 잊지 않겠지. 넌 대제사장의 명예에 큰 흠집을 냈다.”“얼마 안 있으면 널 대제사장이라고 불러야겠구나!”해 귀비의 눈에서 미처 감추지 못한 웃음기가 보였다.그녀는 이번에 정말로 좋은 맹우를 찾았다.낙청연도 웃으며 말했다.“귀비께서도 오늘 시기를 잘 잡으셨더군요.”“황후가 폐하의 체면을 깎자마자 폐하를 위해 춤을 추셨으니 말입
그 말에 해 귀비는 놀란 표정으로 낙청연을 바라봤다.“뭐라고?”“네가 춤을 출 줄 안다는 말이냐?”낙청연은 웃으며 대답했다.“제가 먼저 귀비 마마께 제 춤을 보여드리겠습니다.”“이 춤을 배워서 폐하께 보여드리고 싶으시다면 제가 귀비 마마께 가르쳐 드리겠습니다.”해 귀비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좋다, 좋아!”낙청연은 전각 안에서 설신무를 췄고 해 귀비는 넋을 놓고 바라봤다.그녀는 참지 못하고 직접 고금을 연주했다. 그녀는 낙청연의 춤사위에 맞춰 한 곡 연주했다.춤이 끝난 뒤 해 귀비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고 낙청연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은 더욱 뜨거워졌다.“청연아, 내가 사내였다면 너에게 홀렸을 것이다.”“네가 입궁했다면 내 자리에 쉽게 앉았을 것이다.”그녀의 말에는 질투가 없고 오로지 흔상과 감탄만 있었다.그녀는 진심으로 낙청연에게 감탄했다.“또 뭘 할 줄 아느냐? 내가 모르는 것이 또 있느냐?”낙청연은 웃었다.“다 조금씩 알지만 능통한 건 없습니다.”“겸손하구나. 난 믿지 않는다.”“마마, 배우시겠습니까?”해 귀비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배워야지! 지금 당장 배우겠다!”낙청연은 놀라워했다.“지금이요?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배울 수 있겠습니까?”“날 얕보는 것이냐?”해 귀비는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뒤꿈치를 들고 춤을 추기 시작했다.낙청연은 경악했다. 해 귀비는 설신무를 추고 있었다!한 번 본 것뿐인데 모든 동작을 외운 것이다.낙청연은 문득 의심이 들었다.“마마, 혹시 원래 출 줄 아는데 일부러 절 놀리신 겁니까?”해 귀비는 입을 가리며 작게 웃었다.“난 이 춤을 처음 본 것이 맞다. 난 널 속이지 않았다.”“다만 아까 조금 배웠을 뿐이다.”“하지만 대략만 기억했으니 자세한 것은 네가 가르쳐야 한다.”그래서 낙청연도 진지해졌다. 그녀는 해 귀비가 오늘 설신무를 다 배울 수 있다는 걸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해 귀비는 세 시진만에 설신무를 다 배웠다.남은 것은 해 귀비 스스로 연습하면 됐다.낙청연
랑심은 두 사람이 몰래 마차를 쫓고 있음을 눈치채지 못했다.성을 떠난 뒤 그들은 너무 외져 사람이 없는 곳에 도착했고 낙청연은 그제야 마차를 멈춰 세웠다.곧장 마차에서 내린 랑심은 주변을 둘러보고 나서 낙청연을 향해 손바닥을 펼쳐 보였다.“내 해독약은?”낙청연은 그녀에게 해독약을 던져 주었다.그녀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랑심을 힐끗 봤다.“해독약을 줬으니 오늘 멀리 떠나거라. 다시는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말거라!”랑심은 약병을 열어 냄새를 맡았고 독이 없는 걸 확인한 뒤 과감히 해독약을 마셨다.낙청연은 밧줄을 풀어 말을 타고 떠날 생각이었다.그런데 바로 그 순간, 랑심은 눈빛이 싸늘하게 돌변하더니 비수를 꺼내 낙청연을 향해 달려들었다.“낙청연! 죽어!”낙청연의 눈빛도 차가워졌다. 그녀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랑심의 매서운 눈빛에는 살기가 가득했다. 랑심이 성공할 거라고 생각했을 때 갑자기 허공에서 누군가 그녀를 습격했다.날카로운 장검이 공기를 갈랐고 번뜩이는 검광과 함께 검이 랑심을 향해 날아들었다.낙청연은 느긋하게 몸을 돌렸다.주락과 구십칠이 장검을 들고 랑심을 포위하여 공격했다.랑심은 비수 한 자루만 들고 있었고 실력도 주락에게 미치지 못했다.특히 오늘 주락은 만방검을 들고 있었기에 전보다 실력이 훨씬 더 강해졌다.구십칠과 주락의 협공 하에 랑심은 멀리 날아가 바닥에 쓰러졌고 피를 왈칵 토했다.비수가 바닥에 떨어지자 구십칠은 곧바로 그것을 멀리 차버렸다.랑심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듯 낙청연을 바라봤다.“미리 준비했었구나!”낙청연은 말에서 내려 천천히 그녀의 앞으로 다가갔다.“그렇지 않으면?”“내가 정말 널 놓아줄 거라고 생각한 것이냐?”“랑심, 어쩌다가 이렇게 멍청해진 것이냐?”랑심은 그 말을 듣고 대경실색했다. 그녀는 두 눈이 벌게져 눈을 부릅떴다.“그러면 내 해독약은...”낙청연은 가볍게 웃음을 흘렸다.“해독약은 없다.”“날 속였구나!”랑심은 분노하며 고함을 질렀다.낙청연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걸렸
낙청연은 애석하다는 듯이 탄식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감정이라는 것은 너 스스로 알고 있으면 된다!”“가서 주락을 돕거라.”구십칠은 고개를 끄덕인 뒤 떠났다.낙청연은 먼저 말을 타고 도성으로 돌아왔고 날이 어두운 틈을 타 한 가지 할 일이 더 남아있었다.그녀는 진익을 찾아가 아토를 달라고 할 생각이었다.-침전 안,진익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부진환을 바라보고 있었다.“시간이 많이 흘렀는데 당신의 계획은 아직 성과를 보지 못했소.”“설마 내 옆에 있으면서 날 위해 일할 생각은 전혀 없고 그냥 낙청연을 보호하고 도와줄 생각이오?”진익은 화가 났다.부진환이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난 당신보다 낙청연을 더 잘 알고 있소.”“직접적으로 한다면 낙청연에게 소용이 없을 것이오.”“차근차근 천천히 해야 그녀를 우리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소.”하지만 진익은 그의 설명이 믿음직스럽지 않았다.“그 말은 이미 들어봤소. 하지만 내가 원하는 것은 결과요!”“그런데 지금 난 아무런 효과도 보지 못했소!”“난 이제 당신의 말을 믿을 수 없소.”진익은 초조해졌다. 그는 더 기다리고 싶지 않았다.“당신이 벙어리의 신분으로도 낙청연을 손에 넣을 수 있다는 걸 내게 증명해 보이시오! 낙청연이 당신을 위해 무엇을 희생할 수 있는지, 당신이 낙청연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말이오!”“그것이 내가 보고 싶은 것이오.”“당신이 매일 낙청연을 돕고 그녀와 함께 생사를 같이하는 걸 보고 싶은 게 아니라!”“당신은 내 호위요!”부진환은 눈살을 찌푸렸다.“그런 일들을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그녀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단 말이오?”“황자에게는 서로 사랑하는 사람이 없었던 것 같군.”“좋아하는 사람도 없었소?”진익은 순간 핵심을 찔린 건지 안색이 나빠졌다.그는 부진환에게 자신의 안색이 바뀐 걸 보여주고 싶지 않아 돌아앉았다.그동안 그는 아무런 재능이 없다는 말 때문에 항상 다른 사람들의 경멸과 멸시를 받아야 했고 그를 사모하는 여자도 없었다
방문을 나선 진익도 그 말을 들었다. 그는 처음에 고묘묘를 막으려 했다.그런데 고묘묘는 부진환을 침서처럼 꾸며서 그를 침서라고 여길 생각이었고 부진환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을 거라고 했다.그리고 부진환 때문에 조금 전 화가 났던 걸 떠올린 진익은 바로 승낙했다.“벙어리야, 가보거라.”“이 옷을 입으면 공주가 널 난처하게 하지 않을 것이다.”진익은 부진환에게 암시하고 있었다.고묘묘가 침서를 좋아한다는 건 다들 알고 있는 일이었다. 침서가 그녀에게 무슨 짓을 하든 고묘묘는 화를 내지 않았다.벙어리를 침서처럼 꾸미는 건 단지 재미를 위해서일 것이다.부진환이 고묘묘를 대하는 태도가 침서와 똑같았기 때문이다.그러고 보면 부진환이 오히려 이득이었다.부진환은 그 순간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고묘묘는 그 말을 듣고 무척이나 기뻐하며 부진환의 옷자락을 잡았다.“오라버니도 허락하셨는데 날 따라가지 않을 셈이냐?”“설마 황자의 명령에 불복하려는 것이냐?”부진환은 참고 또 참았다.그는 신분을 들킬 수 없었다!결국 부진환은 어쩔 수 없이 고묘묘에게 끌려갔다.-낙청연은 진익의 처소로 찾아왔고 진익은 그녀가 온 사실을 알고 깜짝 놀라며 그녀를 급히 맞이했다.“오늘은 무슨 일로 온 것이지?”“미리 얘기라도 할 것이지, 그랬으면 내가 뭐라도 준비해서 자리를 만들었을 텐데.”진익은 아주 기쁜 얼굴로 낙청연을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낙청연은 곧바로 본론을 얘기했다.“오늘 이곳에 온 것은 한 가지 일 때문입니다.”“황자 곁에 있는 그 벙어리를 제게 주시지요.”“그가 황자에게 그리 중요하지 않다면 그를 제게 줄 수 있겠습니까?”그 말을 들은 진익은 매우 의아해했다.부진환을 위해서 온 것이라니?그는 심지어 낙청연이 벙어리의 신분을 안건 아닐까 의심했다.진익은 떠보듯 물었다.“그는 벙어리일 뿐이다. 너의 곁에는 고수들이 꽤 많을 텐데 왜 내 곁에 있는 벙어리에게 흥미가 있는 것이지?”낙청연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는 실력도 나쁘지 않고 여러
진익은 미간을 찌푸리고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 “차 한 잔 마시고 있거라, 생각 좀 해보마.”“만약 내가 허락한다면, 오늘 바로 벙어리를 데려가겠느냐?”진익은 매우 난처했다. 그 사람은 보통 벙어리가 아니라, 천궐국의 섭정왕이다!“예! 지금 바로 데려가겠습니다.”진익이 갑자기 물어보자, 낙청연도 약간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대황자께서 생각해 보셔도 됩니다. 지금 벙어리를 데려오십시오. 제가 벙어리에게 할 말이 있습니다.”진익은 흠칫 놀라더니, 곧 말했다. “지금 벙어리는 아직 밖에서 돌아오지 않았다. 내가 지금 사람을 시켜 그를 불러들일 터이니, 잠깐만 기다리거라.”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이었다. “서둘러주십시오.”곧이어 진익은 일어나 방에서 나갔다.방에서 나간 진익의 마음은 약간 초조했다. 그는 즉시 사람을 불러 분부했다. “즉시 공주에게 달려가서, 사람을 찾아오거라.”부하는 잠깐 망설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에!”그러나 상대방은 잠깐 후 돌아와 말했다. “주인님, 공주께서 사람을 넘기려고 하지 않습니다.”“주인께서 보낸 사람인 걸 알고 바로 저를 문밖에서 가로막고 아예 안으로 들여보내 주지도 않아서, 저는 벙어리를 만나지도 못했습니다.”이 말을 들은 진익은 미간을 찌푸리며 성난 목소리로 욕설을 퍼부었다. “쓸모없는 놈!”“이런 작은 일조차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느냐!”상대방은 고개를 숙이고, 마음속으로 원망했다. 그럼, 왜 잘난 네가 가지 않았느냐?진익은 미간을 찡그리고, 고개를 돌려보았다. 방안에 낙청연이 아직도 앉아있었다. 더 미룰 수 없었다.그도 이 일을 어떻게 선택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부진환의 방법이 정말 효과가 있었다. 낙청연이 정말 그에게 속다니!진작에 이 방법이 효과가 있을 줄 알았더라면, 그가 직접 할걸 그랬다. 그럼, 지금 진퇴양난의 곤경에 처하지 않았을 것이다.다시 생각해도, 진익은 여전히 고묘묘를 찾아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는 고묘묘가 절대 사람을 놓아주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나는 더 이상 당신의 상대가 안 되오.”낙요는 고개를 돌려 바둑판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당신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바둑을 두며 답답함을 풀기 위해서요.”부진환은 바둑알을 하나하나 거두었다.낙요는 실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햇빛이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왔다.“그러고 보니, 나의 답답함을 풀 사람은 당신뿐이오.”“심시몽은 어의원의 심사를 통과하고 정식으로 어의원에 들어가게 되었소. 그리고 강소풍의 집안에서도 그들의 혼사를 승낙하여 두 사람은 곧 혼사를 올릴 것이오.”“갑자기 심면과 낙현책도 혼사를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소.”부진환이 웃으며 말했다.“일찍이 혼인할 나이가 되었지만, 아이들도 조급해하지 않는데 왜 그렇게 걱정하오?”낙요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여유롭게 말했다.“걱정하지 않소. 대소사를 모두 당신이 걱정하고 있지 않소? 초경의 수위가 있으니, 몇 년이 지나도록 용모가 변하지 않았소. ”“나 같으면 그렇게 걱정을 많이 했으니, 일찌감치 늙었을 것이오.”몇 년 동안 부진환은 그녀를 도와 적지 않은 조정의 일을 분담했다.그녀도 부진환의 동반에 습관이 되었다.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진환을 바라보며 손바닥에 턱을 괴고 물었다.“이 나이가 되니,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을 후회하오?”“걸을 수 없을 정도로 늙었을 때, 다른 사람의 자식들이 단란히 모여있는 것을 부러워할 것이오? ”부진환은 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후회하지 않소.”“사람은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되오.”“게다가 당신은 여제요. 당신이 늙었다고 해도 누가 감히 푸대접하겠소?”“당신이 조용히 지내는 것이 좋다고 하면 난 당신과 함께 있을 것이오. 초경의 수위로 늦게 늙는다고 하지 않았소? 앞으로 당신이 늙으면 내가 당신을 부축하고 업고 다닐 것이오.”낙요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참 좋소.”이듬해 가을.심시몽은 강소풍과 혼사를 올렸고 어의원 5품
강소풍은 고개를 끄덕이다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아니오. 그런 뜻이 아니오. 어머니께서는 마음에 들어 하셨소.”설명할수록 강소풍은 상황이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심시몽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여전히 그를 위로했다.“자네의 뜻을 알고 있소. 설명할 필요 없소.”“시몽... 미안하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 방법을 강구하여 어머니에게 자네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오. 분명 어머니도 자네를 받아들일 것이오. ”그 말에 심시몽은 살짝 놀라 의아한 듯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나와 헤어지려는 것이 아니었소?”심시몽은 강소풍이 특별히 그녀를 찾아와 이 일을 설명하는 것을 보고, 그녀와 연을 끊으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아니요. 그럴 리가 있소.”“나는 단지 이전의 약속을 지킬 수 없을 뿐이오. 이번 달 안에 혼담을 꺼낼 수 없을 텐데, 나를 기다려줄 수 있소?”“말재주가 좋지 않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소. 어머니께서는 자네가 연약하고 힘없다고 생각하시오. 앞으로 내가 출정하면 자네가 홀로 집안을 지킬 텐데, 우리에게 좋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하시오.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대충 뜻을 알아차렸다.“어머니께서는 문무를 겸비한 며느리를 원하고, 자네와 함께 전쟁터에 나가서 떨어져 있지 않아도 되기를 원하시오.”“나는 비록 무공을 할 줄 모르지만, 그래도 해낼 수 있소.”고개를 들어 올린 심시몽의 눈빛은 밝았다..강소풍은 놀라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정말이오? 여전히 나와 함께 있고 싶소?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심시몽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를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어찌 쉽게 포기할 수 있소? 자네가 포기하더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강가는 장군 집안이라 분명 우리 언니와 같은 여인을 좋아할 것이오. 난 비록 언니와 비길 수 없지만 그래도 노력할 것이오.”“여제께서 나에게 약옥을 주었소. 만약 순 의원과 의술을 배울 수 있다면 어의원에 들어갈 기회가 있소.”“성공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약간 의아해했다.“공주는 저를 탓하지 않습니까...”“그분은 공주시다. 천하를 품고 있는데, 어찌 네가 범한 작은 잘못을 추궁할 리 있냐?”“지금 너의 변화를 보면 공주도 더 이상 너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차려야 할 예의는 없어서는 안 된다. 시간이 나면 공주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거라.”심시몽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예. 내일 가겠습니다.”“저는 먼저 약옥을 넣고 의관에 가겠습니다.”심시몽은 기쁜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고, 의기양양한 분위기를 풍겼다. 조금도 방금의 의기소침함이 없었다.심면도 기뻤다.모두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 같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강소풍이 집에서 어머니와 싸우고 있었다.“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너를 현학서원에 보내 양성하는 것도 앞으로 네가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너도 마땅히 너와 어울릴 만한 부인을 얻어야 한다. 너와 전장을 누비며 적을 죽이는 그런 사람 말이다.”“힘없이 연약하게 집안에서 서방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그런 평범한 아가씨는 안 된다.”“이전에 그 심시몽을 위해 집안의 빙천영지를 훔쳤고, 심지어 벌을 받고도 물건이 어디로 갔는지 말하려 하지 않았다. 난 그때부터 심시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그 아이와 혼사를 올리려는 것이냐?”“말도 안 된다!”강부인은 단호한 태도로 조금도 말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강소풍은 내키지 않는 듯 반박했다.“심시몽이 평범하다니요? 어떻게 평범하다는 말입니까? 심시몽은 그저 무공이 부족할 뿐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무예를 익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하물며 그녀의 언니는 이미 태자로 봉해졌습니다. 그러니 심시몽도 좋은 아가씨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지 않습니까?”강부인은 콧방귀를 뀌었다.“언니는 언니이고, 심시몽은 심시몽이다. 어찌 동일하게 논할 수 있겠냐?”“강가는 권세에 빌붙지 않고, 심시몽의 언니가 태자라는 것을 봐서 그녀를 맞이하려
“나중에 자네가 신의가 될지도 모르오.”심시몽이 웃으며 말했다.“자네의 좋은 말대로 되길 바라오.”모두 술을 마시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심면이 임계천에게 물었다.“자네는? 어디로 가고 싶소?”“나라에 보답할 수 있다면 어디든 좋소.”임계천이 담담하게 웃었다. 그는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었기에 그저 궁의 안배를 기다리고 있었다.다들 기분이 좋았고 투지가 넘치고 미래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 차 있었다.술을 너무 늦은 시각까지 마셔서 그들은 심가에서 묵었다.오전이 되자, 각 집안의 하인들이 부랴부랴 사람을 찾아왔다. 몇 사람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지만, 여전히 집으로 끌려갔다.궁에서 명을 받았기 때문이다.강소풍은 금군 기사영 통령으로 봉해져 도성과 황궁의 안위를 지키게 되었다.임계천은 형부로 전근되었다.소우청과 봉함선은 수주의 군영 부장군으로 명을 받았다.소우청의 행처는 그의 아버지 소진오가 좋은 경험을 하기를 바라며 부탁한 것이다.낙요는 봉함선이 여인이기에 그녀를 그렇게 멀고 험한 곳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주동적으로 수주에 갈 것을 청구했다.봉함선이 말했다.“여국은 역대로 여 장군이 없었습니다. 저는 첫 번째 여장군이 되고 싶습니다.”“만약 힘들고 험한 곳이 아니라면 어찌 제가 포부를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낙요는 그녀의 담력과 야심을 높이 사고 그녀의 청을 승낙했다.“나는 네가 여국의 첫 번째 여장군이 되기를 기대한다.”이들 외에 현학서원의 다른 학생들도 그들로 하여금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행선지를 얻었다.유독 심시몽에 대해, 낙요는 따로 안배를 해주지 않았다.백서가 걱정했다.“어찌 유독 심시몽만 얘기가 없으십니까? 심시몽이 알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입니다.”낙요가 웃었다.“아니다. 이미 심면을 시켜 심시몽에게 한가지 물건을 보냈다.”백서는 살짝 놀랐다.“일찍이 계획이 있으셨군요.”이때의 심시몽은 홀로 넋을 잃고 연못가에 앉아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마치 흩날리는 낙엽처럼 어수
유생이 드디어 알아차렸다.“그랬구나. 내가 어찌 이걸 잊은 것이냐.”“난 정말 운이 좋은 것 같구나. 이렇게 운 좋게 제사장 자리를 주울 수 있으니.”심면이 답했다.“아닙니다. 전에 제가 청주 전쟁에서 조난했을 때, 제자들을 통솔해 적과 싸우지 않았습니까? 현책보다 능력이 훨씬 뛰어났습니다.”“사저가 소제사장이 되는 것이 가장 적합합니다.”이렇게 칭찬하는 것을 듣고 유생은 쑥스러워하며 낙현책을 힐긋 쳐다보았다.“네가 이렇게 말하면 낙현책이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낙현책이 웃으며 답했다.“그녀가 말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너는 나보다 대제사장이 더 잘 어울린다.”“나는 무학에서 너보다 좀 나을 뿐이다. 정말 대제사장이 되려면 너보다 잘할지 모를 일이다.”“다만 제사장 일족의 심사에는 이런 것이 없었다.”“하물며 나도 대제사장이 될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단지 여제가 기뻐하기를 바랄 뿐이다.”이 말을 듣고 유생은 마음이 놓였다.“불쾌하지 않았다면 다행이구나. 권력과 지위 앞에서 네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구나!”“한 잔 권하마!”유생이 술잔을 들었다.바로 이때, 갑자기 대문이 열렸고, 사람이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목소리가 들렸다.“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왜 벌써 마시는 것이오?”“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니, 의리가 없소!”몇 사람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강소풍과 임계천이 술병을 들고 오는 것이 보였다.“오늘 밤 다들 왔구나!”“자, 심면과 유생을 위해 한 잔 하세!”모두 자리에 앉아서 잔을 들어 함께 마셨다.그렇게 한참 마시다 보니 술에 취한 강소풍이 흥분한 듯 입을 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심가에 겹경사가 닥칠 것이오.”모두 멍해졌다.강소풍은 낙현책과 심면을 바라보았다.“여제가 두 사람의 일을 인정했으니, 언제 혼사를 치르는 것이오?”심면은 갑자기 얼굴을 붉어지며 황급히 강소풍에게 술을 따라주었다.“술을 마셔도 자네의 입을 막지 못한 것이오?”
“저희가 어찌 가족입니까?”“50냥의 이득을 본 걸 후회한다면서요?”이 말이 나오자 다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들은 그제야 유생이 그날 밤 그들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어쩐지 상자를 도둑맞았더라니.유룽은 체면을 깎으며 사과했다.“유생아, 우리는 한 가족이니 티격태격하는 것도 정상이다. 그러나 다들 나쁜 생각은 없다.”“이전의 일은 모두 나의 잘못이다. 이렇게 너희들에게 사과하마!”“오늘 저녁 집으로 돌아가자. 너를 위해 잘 경축해야지 않겠느냐!”둘째아버지와 셋째 아버지도 모두 따라서 사과했다.집안 재산을 나누겠다고 얘기한 그날 그들이 각박한 만큼 지금 아주 자상했다.“유생아, 집으로 가자. 지나간 일은 잊고, 우리 가족 다시 시작하는 게 어떠냐?”“그래. 가족이 함께 지내면 얼마나 시끌벅적하냐? 따로 이곳에서 지내면 쓸쓸하지 않으냐?”“우리 집에 좋은 술도 두 병 간직하고 있는데, 유생을 축하하러 오늘 꺼내마!”유생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차분하고 차갑게 말했다.“다들 시간 낭비하지 마십시오.”“집안 재산을 나누고 연을 끊었는데, 어찌 번복할 사람이 있겠습니까?”“잘살든 못살든 더 이상 유가와 관계가 없습니다.”“다들 가시지요. 굳이 우리 집 앞에서 매달리려 한다면, 관아에 신고할 것입니다.”말을 마치고 유생은 방안으로 돌아와 차갑게 문을 닫았다.문밖의 사람들은 후회에 휩싸였다.게다가 둘째는 첫째를 원망하기 시작했다.“형님 탓입니다. 제사장 자리가 발표되기도 전에 넷째네를 쫓아내더니, 지금은 어떻게 하려는 것입니까?”셋째도 불평했다.“유생은 앞으로 대제사장이 될 것이오. 앞으로 유생 덕을 보긴커녕 이렇게 소란을 피웠으니, 앞으로 우리를 난처하게 할 수도 있소...”유롱은 짜증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어찌 또 내 잘못이 되었냐?”“애초에 심사 결과가 나오자, 다들 하나하나 달려와서 유생네가 끝났다고, 그들 일가를 헛되이 잘해줬다고 하지 않았냐? 너희들이 모두 동의했기 때문에 넷째 일가를 쫓아낸 것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매우 놀랐다.유가 사촌들은 냉기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유생도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왜 제가...”왜 낙현책이 아닌가?장 총관이 웃으며 말했다.“어서 명을 받으시지요. 소제사장”유생은 정신을 차리고 마음속으로 미친 듯이 기뻐하며 얼른 명을 받고 고마움을 전했다.장 총관은 자리에 있던 병사들을 힐긋 보고 유생에게 친절하게 물었다.“소제사장,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제가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까?”유생은 웃으며 말했다.“필요 없습니다. 고맙습니다!”“어찌 사양하십니까? 제가 필요한 곳이 없다면, 이만 궁으로 돌아가 명을 전해야 합니다.”“예. 바래다 드리겠습니다.”유생은 장 총관을 골목 밖까지 배웅했다. 장 총관이 의미심장하게 일깨워주었다.“아가씨는 아직 소제사장의 권력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도성에서 제사장의 권력은 여제와 대제사장에 버금갑니다.”“태자와 동등한 권력입니다.”“이런 사소한 일은 직접 처리할 필요도 없으니, 제게 한마디만 분부하면 됩니다.”유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일깨워 줘서 고맙습니다.”“오늘 여제께서 태자도 정하셨습니까? 심면입니까?”장 총관은 고개를 끄덕였다.“예. 심가에 뜻을 전하고 왔습니다.”장 총관을 떠나보내고 유생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선택받을 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분명히 낙현책한테 졌기 때문이다.심면도 태자로 봉해져서 참 좋았다.오늘 밤 심면을 찾아 축하하려면,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문밖으로 돌아갔다.병사들은 즉시 공손한 태도를 바꾸어 그녀에게 예를 올렸다.“소제사장, 오늘 분명 오해일 것입니다. 저희는 먼저 떠나겠습니다.”유생이 차가운 소리로 호통을 쳤다.“멈추거라!”그들은 뻣뻣하게 자리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땀을 뻘뻘 흘렸다.제사장의 말 한마디에 그들은 직무를 잃을 수도 있다.“수사를 더 해야 하는 거 아니오? 안 하시오?”“저희가 감히 소제사장의 집을 수색할 용기가 어디 있겠습니까? 오
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궁을 나가려던 참이다. 함께 가자.”유생은 단번에 알아차렸다.“심면을 찾으러 가는 것이냐?”“심사 결과가 나온 후, 심면을 만나지 못했구나.”“심면도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낙현책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그런가 보구나.”“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하거라.”“그래.”두 사람이 함께 궁으로 나온 후 유생은 바로 집으로 돌아갔고 낙현책은 심면의 집으로 향했다.유가의 골목에 도착하자마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관아의 사람들이 유생의 집 앞을 막고 그녀의 부모님을 잡고 그들을 관아에 데리고 가려 했다.옆에는 그녀의 사촌들이 있었다.안색이 바뀐 유생은 다급히 달려갔다.“그만하시오!”“뭐 하는 것이오?”유생은 바로 부모님을 뒤에 감쌌다.유롱은 화가 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뭐 하냐니? 집안 재산을 나누었으니, 유가와 이젠 연이 없는 것이다. 집안 재산도 주지 않겠다고 했는데, 어찌 유가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냐? 그 상자에는 족히 수십만 냥이 있다!”“감히 너희랑 아무 연관도 없다고 할 수 있느냐?”유생은 그들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고, 관리에게 고소할 줄도 몰랐다.“우리가 훔쳤다는 증거라도 있습니까?”“증거도 없이 저희를 잡다니, 법을 따르셔야죠.”유롱이 노발대발하며 말했다.“유가 사람들이 네가 돌아온 것을 봤다!”“변명하지 말거라. 할 말이 있으면 감옥에 가서 변명하거라!”물건을 잃어버리고 그들이 유일하게 의심하는 사람은 유생이다.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들은 그 돈을 되찾으려 했다.“내가 돌아갔다고 돈을 훔쳤다는 것입니까? 농이 심하십니다!”“관청에 따라서 갈 수 있지만, 저희 부모님과는 연관이 없습니다. 증거가 없으면 함부로 사람을 잡을 수 없습니다!”유롱이 화를 냈다.“네 아버지와 어머니도 한패다! 당연히 관아로 데려가야 한다!”“나으리, 그들은 수십만 냥을 훔쳤습니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닙니다. 나리께서 반드시 돈을 되찾아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조영궁.심사 결과가 나온 후 오랫동안 기다리던 낙요는 드디어 낙현책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여제.”낙현책은 고개를 숙이고 여제를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심사 결과가 나온 지 오래됐는데, 어찌 이제야 나를 찾아온 것이냐? 잘 고려한 것이냐?”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을 꿇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이 말을 듣고 낙요는 그의 결정을 알아차렸다.“일단 일어나서 얘기하거라.”낙현책은 무릎을 꿇고 일어나지 않았다.“여제의 가르침을 저버렸습니다. 저는 대제사장 자리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낙요는 다소 실망했지만 그래도 의외는 아니었다.“잘 생각했느냐? 이 일은 번복한 기회가 없다.”낙현책이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오랫동안 심사숙고한 후 내린 결정입니다.”“제가 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지금까지 이렇게 노력했고 최종 심사에서 1등까지 하였는데, 여제를 실망하게 했다.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일으켜 세웠다.“실망하지 않았다.”“네 실력은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어찌 실망했겠느냐? 네가 후회하지 않으면 된다.”“이미 결정을 내린 이상 더 이상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말거라. 마음을 놓고 네 목표를 향해 가거라.”“나는 네 결정을 존중한다!”여제가 화를 내지 않자, 낙현책은 그제야 한숨 돌렸다. 그는 감동에 겨웠다.“고맙습니다.”낙요는 그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동안 심면을 만나지 않았겠구나? 어서 네 결정을 알리러 가거라.”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고 궁을 나갈 준비를 했다.그동안 심면도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에게 있어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누군가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낙현책이 궁을 나서려는데 제사장족 제자가 그를 가로막았다.“유생이 궁에서 자네를 기다리고 있소.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소.”“급한 일? 알겠소.”유생은 그동안 궁에 있지 않았다. 갑자기 궁으로 찾아온 것을 보아, 중요한 일이 있는 듯했다.먼저 그녀를 만나고 궁을